하키토브 (상)
안정호 지음 / 좋은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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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 제목을 보면 어떤 주제나 내용을 담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책 제목부터 미스터리하다. 내용상이나 저자의 소개글, 검색 등 어디에서도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는 곳이 없어 일단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미스터리 상태로 두고 책을 읽어본다.


책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뚜렷한 특성을 가진 40대 중반이 된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대화글 형태를 빌어 전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읽다 보면 살짝 띄엄띄엄 읽게 되는 특성이 있다.


보통 '했습니다'의 형태라면,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했__다'로 읽게 되는 매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화체의 디테일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인데, 그럼에도 초반 (상) 부분은 조금 주의 집중하여 읽기를 권하고 싶다.


(상)에서는 세 남자의 개성 넘치는 특성 및 배경, 직업, 환경, 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이게 (하) 부분의 결론에 다다라서는 극적인 반전을 야기하는 배경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초반에 세 남자에 대한 설명이 살짝 길어지는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꾹 참고 두 눈 부릅뜨고 숙지한다면 분명 결론에 다다라서는 그만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 하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40대 중반에 접어든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우리 삶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큰 고비, 그리고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세 남자의 방식을 통해 우리네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한다. 더불어 스토리의 끝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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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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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상

-일명 '투명 인간'으로 얼굴에도 큰 특징이 없는 작은 타원형이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고 들어주는 편으로, 들어주고 싶어서라기보다 할 말이 없어서다.

-내성적이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으며, 일반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주요 화자다.

-두 친구 사이에서 깍두기 같은 존재로 미움받지 않은 유일한 친구다.



■김승기

-사회에서 직장동료로 만난 15년 지기 친구로 나이는 효상보다 1살 많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판적이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성격이기에 잔소리가 심하다.

-철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특정 상황을 직관적으로 예견하는 능력을 지녔다. 일명 촉이 좋다.

-미래의 결과는 오늘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는 전형적인 노머니족이다.



■정우현

-별명은 판다로 워낙 살집이 많아 얼굴에 각이 없이 포동포동하다.

-늘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매사에 여유가 넘치고 느긋해서 주변에 사람이 많다.

-효상과는 대학교 사진 동아리에서 알게 된 25년 지기 친구다.

-여자를 좋아함

-영업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자는 생각으로, 오늘을 즐기려는 전형적인 욜로족으로, 외형적이며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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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vs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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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상을 중간에 두고 승기와 우현은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성적이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승기와 느긋하고 여유가 넘치는 우현은 그래서 늘 부딪친다.


이 둘이 소주를 사랑하는 이유도 완전히 다른데, 승기는 물리적으로 취하려고 술을 사랑하며, 우현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사랑해 소주를 좋아한다.


전형적인 노머니족인 승기와 전형적인 욜로족인 우현은 그래서 서로를 싫어한다. 유일무이한 효상이라는 존재 때문에 이 둘은 어쩔 수 없이 친구 사이를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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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블루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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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고스트는 20%의 엘리트 집단이 아닌 80%의 평범한 이를 위해 만들어진 유령회사다.


▶블루 고스트는 세계화 메커니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파악하며, 잠깐 열리는 '에러'의 공간에 침투해 수익을 창출하는 집단이다. '에러'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을 말한다.


▶'에러'를 판단할 수 있는, 나라의 발전 단계를 예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바로 쓰레기로, 쓰레기의 양과 종류로 각 나라의 발전 정도와 다음 단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는 각 나라의 소비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국가의 탄생 이후 단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우상향한 그래프는 토지, 즉 부동산으로 부동산은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블루 고스트는 토지를 활용해 이익 창출하기도 한다.


▶블루 고스트에서 에러를 판단하는 기준은 첫째, 국가 경제의 레벨을 파악하는 것으로, 이것은 블루 고스트가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둘째, 각 레벨에서 발생하는 대중심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것은 블루 고스트에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을 만드는 시그널이 블루 고스트에서 말하는 '에러'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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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토브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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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이 된 세 남자는 절친한 사이다. 그렇지만 성격이나 특성은 매우 다른데, 효상은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며 조용하고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일 만큼 존재감이 없다.


반면 승기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판적이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날선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고는 한다. 덕분에 주변에 사람이 없고 오로지 효상과 우현밖에 친구가 없다.


승기와는 극과 극인 우현은 긍정적이며 쾌활하고 느긋한 성격으로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많다. 승기와 우현은 이러한 성격 때문인지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효상 때문에 셋이 만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빠지는 일은 없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온 게 승기는 직장동료로 15년, 우현은 대학 동아리 친구로 25년째다. 우현은 돈에 민감하고, 그래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투자 소식에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우현을 승기는 항상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핀잔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우현은 투자한 것이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크게 빚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승기는 이때다 싶게 위로는커녕 돌직구를 날리며 타박하기 바쁜데, 이때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던 효상은 우현의 편을 들며 승기에게 한소리 하기에 이른다. 효상의 이런 모습에 당황한 승기는 사과를 하며 친구 사이는 일단락되었지만, 이 일로 우현은 죽을 결심까지 하기에 이른다.


한편 늘 이성적인 사고로 절대 빈틈을 보이지 않던 승기도 전세사기를 당하게 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좇아 글을 쓴다고 2년째 들어앉은 효상은 백수 신세로 가족에게 짐이 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남자에게 인생 2막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면서 스토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죽을 결심으로 다리 위에 선 우현은 오랜만에 빚쟁이에 쫓겨 멀리 달아난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러면서 일명 '아빠빽'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여기에 상황이 좋지 않은 두 친구를 끌어들이게 되면서 이들은 우현의 아버지가 아시아 헤드로 있는 '블루 고스트'의 한국지부 직원이 된다.


온통 비밀에 쌓인 블루 고스트는 처음부터 사기 냄새가 솔솔 풍겨왔는데, 이에 다시 한번 촉을 세운 승기와 어쩐지 머뭇거리는 효상에게 우현은 밀당을 시전하며 강한 태도를 선보이고, 이에 경제적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던 이 둘은 완전한 저자세로 우현을 도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무엇을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두 친구는 우현과 그의 아버지 정호를 따라 없는 서민층을 돕는다는 명분하에 사람과 돈을 모으면서 점차 세력을 키워가기 시작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반짝, 그리고 대부분은 뒤에서 정체를 숨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후에 왜 이렇게 진행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후반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초반에는 들뜬 마음에 무조건 우현을 믿고 진행하던 이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질수록 효상은 점차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이것이 점차 확신이 되어갈 무렵 증거를 찾던 효상은 우현에게 꼬리가 밟히게 되면서 마침내 블루 고스트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이내 모든 사업체를 급히 정리하고 세 친구의 거취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역시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첫 번째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신과 속고 속이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다,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앞서 겪은 이 모든 일들을 완전히 뒤흔드는 대반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듯 하나 마지막에 이어지는 말에서는 소름이 돋았는데, 이 이야기의 결론과 소름이 돋은 이유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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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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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놓인 스투키가 되고 싶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는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 동선에 놓여 짙은 초록색 빛깔을 내뿜는 스투키가 나는 좋다. 아무도 스투키가 그 자리에 있다고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투키가 사라진다고 누가 걱정이나 할까? 존재하면 미약하게나마 미관을 살리고 사라져도 타인의 공간을 그대로 살리는 그런 물질이고 싶다.

1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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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으로나 존재감으로나 가장 흐릿하게 서술되는 효상은 실상 이 이야기의 핵심이자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두 친구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효상이 없었다면 애초에 두 친구는 이 이야기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런 효상은 늘상 자신은 스투키가 되고 싶다 말한다. 미약한 존재감으로 미관은 살리되 사라져도 상관없는 그런 물질이 되고 싶다 말한다.


이 말처럼 효상은 이 소설 속에서 존재감이 흐릿한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로써 서술된다.


이런 그의 특성은 한편으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로써 가장 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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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상이는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마실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승기는 효상이가 술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

효상이는 왜 술을 못 먹는 척할까?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항상 셋이 만나니 물어보기도 모호하다. 그만큼 지금은 효상이와 단둘이 만날 일은 드물다.

1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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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와 우현의 극과 극 캐릭터만큼이나 둘이 효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승기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효상의 모습과 우현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효상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술을 전혀 못한다고 생각하는 승기와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마실 수 있다고 말하는 우현의 시선이 이를 대변한다.


같은 인물을 두고도 어떤 시선과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인식됨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타인에게는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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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너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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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빽으로 블루 고스트 한국지사 대표를 맡게 된 우현은 효상을 향해 독백처럼 이 말을 간간이 내뱉는다. 추후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이 말은 후에 일을 암시하는 복선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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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안 해서 그렇지. 승기는 하관이 발달해서인지, 구강구조가 문제인지, 입을 열 때마다 소리가 난다.

(...)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죽겠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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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사람은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싫다고 하는데, 우현은 정말이지 승기를 너무 많이 싫어했던 것 같다. 효상을 향한 애정과 승기를 향한 치를 떠는 감정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차이가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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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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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를 통해 언급되는 이 말은 이들의 우정과는 상관없이, 절망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을 극적으로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인생의 고난은 서서히 자신을 어둠 속으로 잠식시킨다. 이때 국가도 가족도 사회안전망 그 어느 것도 자신을 도와주는 이는 없다.


이제 남은 마지막 보루는 주변에 있어주던 친구들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외친다. 제발 외톨이로 혼자 두지 말아 달라고. 그 절박함은 이내 승기의 날카로움도 한순간에 바꿔버릴 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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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상아,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 나를 깨워 줘.'

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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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언급되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라는 말은 마치 무언가 목구멍에 턱 걸린 듯 자꾸만 불편함을 선사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말은 결국 마지막을 장식하며 독자들에게 소름이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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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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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아주 자세히 언급되는 인물 묘사에 조금 루즈함을 느꼈다. 그러다 (하)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미스터리한 전개에 '이건 뭐지?'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꺼림칙함과 사기성 짙은 느낌은 덤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촉으로 다가오는 구린 느낌,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더 빠져드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을 보고 정말 절박했구나를 실감했다. 이렇게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온갖 사기에 당하는구나 싶었다.


또 한순간에 완전히 달라져버린 우현을 통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사람이 절박해지면, 이렇듯 친구를 팔아먹고 속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여기에 더해 원래의 특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또 한 명의 인물인 승기를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한편 희미한 존재감만 가지고 있던 효상은 한 번씩 튀는 행동 때문에 살짝 미심쩍은 느낌이 드는 인물이었다. 조용히 있다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한마디를 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또 가장 중요한 순간 의심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적극성을 보이며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는 모습에서 보통 인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두 친구 사이에서 유달리 깍두기 같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인물로서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계속해서 의문을 자아냈다.(정작 본인은 존재감 없는 스투키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말이다)


결론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었는데, 앞선 흐름들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까지 풍기며 끝까지 혼란스러움과 현실감각을 잊게 만들었던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돈? 우정? 가족? 아니 어쩌면,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삶 전체를 도둑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살면서 고통과 고난이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도저히 혼자 견디기 어려울 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만큼은 사회도, 국가도, 친구도, 그 어떤 것들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


그때 고통 속에 빠진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고통 속에 잠식당해 죽거나 아니면 자신이 당한 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활용해 사람들을 밟고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이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개인과 사회가 어떤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이로 인해 결국 이들이 바랄 수 있는 건 인생 한방뿐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해도 가난에서는 벗어날 수 없고, 사람들은 점점 무기력해진다. 꿈을 펼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저런 사람들의 함정에 빠져 점점 더 상황은 안 좋아진다. 그래서 남들의 눈을 속이고, 법망을 피해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내가 살길을 찾는다.


분명 이들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만 두고 비난을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많이 부족하고 형편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하다 하다 내 존재마저 내려놓는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고 현재의 모습이다.


저자는 어쩌면 <하키토브>를 통해 이런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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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 네덜란드로 간 한국인 승무원, 살아 있는 더치 문화를 만나다!
신수정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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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더치 문화를 만나볼 시간!"


평소 다른 나라의 문화, 건축, 예술 등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험하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에서 직업을 갖고 생활하며 느낀 문화의 특성을 자세하게 전해준 저자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자세히 알려진 문화나 정보들이 많이 없어 수박 겉핥기 식의 정보만 알고 있었는데, 덕분에 실질적인 더치들의 문화를 깊숙이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유튜브를 통해 네덜란드에서의 삶에 대해 간간이 살펴보고는 있었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더치인들의 진짜 문화나 삶을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갑자기 마흔 살을 앞두고 KLM 네덜란드 항공 승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겪은 경험과 읽은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에 대해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주목해서 보면 좋을 내용은 저자가 네덜란드 항공사에서 근무하며 그들의 문화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주목하면서 알게 된 문화적 특징과 이를 통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만의 문화가 형성된 배경과 이들의 생활방식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와는 많이 다른 문화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어떤 문화든 장단점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보완해가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도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네덜란드가 가진 문화나 특성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그래서인지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 중 한곳이 되었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허례허식이 없는 문화,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표준인 문화는 정말이지 '브라보'를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더불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마저 존중해 주는 안락사와 모든 사랑을 지지해 주는 동성애, 나이가 많다고 우대받지 않는 문화를 통해 문화적 개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꿈꾸던 문화적 이상향과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읽는 내내 함박웃음이 지어졌던 네덜란드의 문화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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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네덜란드 문화를 접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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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 곧 마흔을 앞둔 시기에 갑작스레 입사가 무산되었던 네덜란드 항공사에서 합격 연락을 받게 된다. 원하던 회사였기에 감사하고 기뻤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암스테르담으로 가게 되었고, 그렇게 네덜란드 회사에서 처음 더치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그리고 입사한 이후 서서히 문화적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게 되면서 네덜란드 회사에 입사한 이상 네덜란드 문화를 좀 더 깊게 관찰하고 알아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네덜란드 문화를 깊이 관찰하고 알게 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어느새 저자에게 네덜란드는 특별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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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 문화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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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발견한 네덜란드만의 '문화'였다.

우리나라와는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멀지만, 문화적으로도 참 많이 다르구나 느꼈던 부분이었는데, 덕분에 꿈꾸던 문화를 실제로 누리며 살고 있는 나라도 있구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실수에 너그럽고, 소통을 통해 충분한 협의를 거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정말이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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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삶도 완벽할 수 없다며 지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실수해도 괜찮아."

네덜란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부족한 나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들과 일하면 삶에서 실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괜찮으니까 '다시 한번 해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용기도 갖게 되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는 것을 배운다.
9~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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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더치 사람들의 직설적인 말과 태도는 물과 치열하게 싸워보면서 형성된 문화다. 손쓸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 지위를 막론하고 다 같이 힘을 합해 흘러들어오는 물을 막으면서 체면 혹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느라 속으로 끙끙거릴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따라서 신분과 지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되었고, 다른 유럽 국가와 구별되는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특징이 된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에서는 갑질은 물론 겉치레나 지위를 거들먹거리면서 대접받으려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들의 솔직함과 직설적인 면을 '개방성'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면은 어떤 의견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있기에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들은 개방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과감하게 받아들였고,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였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
'그 정도면 충분해' 혹은 '괜찮아'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어떤 결과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허례허식보다 실용적인 삶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관점에서 '충분하다'라는 말은 적당하게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각자의 인생 기준이 '표준'
더치 사람들은 남의 기준이 아닌 자기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준이 있기에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표준'에 관한 또 다른 비밀은 바로 각자의 인생에서 세운 다양한 기준들이 네덜란드에서는 전부 다 '평범한 기준'이라는 점이다.


■실수에는 너그럽고 유연하게
네덜란드 직장에서는 실수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려 한다. 인간은 매번 옳은 결정을 할 수 없기에 차라리 실수를 통해 배우는 편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수 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실수나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보완하고, 해결할지에 대해 집중한다. 새로운 관점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고, 자신이 몰랐거나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오히려 기뻐하기도 한다.


■어떤 피드백이든 OK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피드백이든 쓸데없는 피드백은 없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피드백과 의견을 주고받게 되면 내가 몰랐던 사실을 배우거나 몰랐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그 어떤 피드백이든 담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고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확실한 분업 개념
네덜란드에서는 분업의 개념이 확실해서 그 경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더치 동료들은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만 도움을 주는 편이고, 특별히 도움을 요청받지 않는 한 남의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이렇게 네덜란드의 독특한 환경에서 파생된 분업에 대한 개념을 알고 난 후 한국과 네덜란드는 협동에 관한 개념이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르다고 느끼게 되었다.


■공평한 조직문화
네덜란드에서는 직원의 업무가 과다하면 줄여주고 혹여나 일을 많이 해서 아프게 되면 기업주에게 책임을 묻는다. 좀처럼 남과 비교하지 않는 네덜란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유일하게 남과 비교하는 경우는 회사에서 자신과 동료의 업무가 공평하게 분배되었는지 분명하게 따질 때일 것이다.


■네덜란드만의 특이한 합의 문화 '폴더 모델'
네덜란드 사람들은 각자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개개인의 합의를 거치는 의사결정 방식을 취득했는데, 이 특유의 합의 문화는 '폴더 모델'이라고 불리며 네덜란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대화를 통한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더치 문화는 개개인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치 사람들은 폴더 문화를 통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 책임감, 그리고 결속력을 키우며 성장했다. 이러한 네덜란드 폴더 모델은 시간은 많이 걸릴지라도 결국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루어 내는 과정임을 틀림없다.

※폴더
저지대를 매립 후 간척지를 만들었는데 네덜란드어로 이를 '폴더(Polder)'라고 말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폴더를 만들어 영토를 늘려나가면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나이에 따른 우대가 없는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우대를 받거나 차별받는 경우가 없다. 한국에서는 노인 우대와 노인 공경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나이에 따라 우대해야 한다거나 대우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에 대해 민감한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유연한 결혼문화와 다양한 가정의 형태
결혼에 대해서도 매우 유연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파트너와 20년에서 30년 넘게 함께 살고 있지만,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는 '파트너 등록제'라는 제도가 있는데 동거인을 파트너라고 부르며 법적으로 부부 관계로 본다. 동거하는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결혼한 남녀의 자녀처럼 똑같은 법의 보호 아래 놓인다.

파트너 등록제와 결혼은 서로 헤어졌을 시 절차상 차이가 있다. 동거하다가 헤어지는 경우는 시청에 신고만 하면 되지만 결혼의 경우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이혼이 성립된다.

이렇게 더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로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꾸려나간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태도는 이렇게 결혼관에서도 나타난다.


■행복과 돈에 대한 가치기준의 다름
네덜란드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돈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삶의 목표가 돈이 아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상당히 가정적이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보다는 가족이 우선이고 가족들과 어디로 휴가를 갈지, 또는 어떻게 휴가를 보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은 것에 쉽게 만족하고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간혹 이들에 비해 '혹시 내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지 않나?'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면 '행복은 내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행복을 끌어당기는 단어 '허젤럭흐'
네덜란드 말로 '허젤럭흐'는 편안함, 따스함, 소속감, 사랑, 행복감, 안정감, 연대감 등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영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사용하든 '허젤럭흐'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최고의 찬사이며 칭찬이다.


■행복한 동물의 나라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동물 복지 선진국으로 동물 학대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동물을 학대하면 벌금은 물론이고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며 만난 말이나 양 그리고 여러 동물을 떠올려 보면 네덜란드는 동물도 행복한 게 확실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동물을 향한 사랑과 애정은 동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네덜란드에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동물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이며 현재 안락사의 허용 범위를 1세에서 11세까지 확대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소아암과 같은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의 안락사도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네덜란드 내에서 안락사 처치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말기 암 환자들이며,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인 안락사이다.


■동성애에 진보적인 나라
네덜란드는 동성 관계에 관해 매우 진보적인 나라 중 하나이다. 네덜란드는 동성 결혼 합법화 이전부터 '동반자 관계 등록제'라는 것을 이미 시행하고 있었는데 동반자 관계 등록제는 동성과 이성 모두 적용된다. 네덜란드에서는 동성 결혼의 경우, 이성 결혼과 똑같이 조세나 연금, 주택 제도 면에서 혼인 당사자에게 똑같이 혜택을 준다.


■'자유'를 남용하는 사람들
네덜란드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와 자유의 남용, 그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듯하다. 네덜란드가 인간의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행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다양하고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의지와 선택에 맡기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칼뱅주의에 바탕을 둔 네덜란드
근면과 절약을 강조하는 칼뱅주의에 바탕을 둔 네덜란드에서는 쓸데없는 것을 사거나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가격을 따지고 물건을 잘 사지 않는 모습을 보고 구두쇠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 습관이 나쁘게 보이지 않고 허튼 데 돈 쓰지 않아서 합리적인 것 같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캠핑 장비는 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경제적으로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칼뱅주의에서는 검소와 절약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거리를 걸으면 항상 창문의 커튼은 열려 있고 집안이 밖에서 훨씬 보인다.

이렇게 커다란 창문에 커튼도 달지 않고 숨김없이 다 보여주는 이유도 청렴결백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칼뱅주의의 영향이다. '나는 잘못한 일이 없으니 숨길 것도 없다'라는 투명하고 정직함을 강조하는 칼뱅주의는 네덜란드 집에도 영향을 끼쳤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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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예술에 대한 내용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 이 책에서는 유독 '문화'에 대한 내용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바람에 예술과 작가에 대한 내용은 서평에서 생략했다. 기회가 된다면 추후 네덜란드의 예술 분야를 일군 이들의 업적이나 작품들은 따로 만나봐도 좋을듯하다.

알고 싶었던 속 깊은 더치들의 문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유교문화가 바탕이 된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들의 합리적인 문화는 어쩌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로망이자 바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불어 전통적인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에 있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켜나가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들의 적절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합리적인 생활방식의 도입, 군더더기 없는 의사 표현, 돈이나 행복에 대한 가치 기준의 변화, 나이에 따른 우대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문화는 빠른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에는 개개인의 인식 변화는 물론 국가와 시스템의 큰 변화도 필요한데, 여러 가지 면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실제로 노인문제에 있어서는 현재도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릴 수 있는 이성적인 생각과 충분히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살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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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식물공부 - 식물과 함께 행복해지는 맨처음 공부
안도현 지음, 정창윤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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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밥이고, 집이고, 놀이터이고, 숨기 좋은 곳이야."
15페이지 中


*****

어릴 때부터 자연이나 식물과 가까이 살아서 그런지, 식물은 나에게 있어 힐링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식물에 대한 책을 보자마자 시선이 확 꽂혔다.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면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저자가 외손녀 슬라와 또래 친구들에게 나무와 꽃 이름을 하나씩 알려 주고 싶어 집필한 책이라서인지 쉽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표지도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손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표지의 질감과 단단함 덕분에 책의 형태는 유지하되 다칠 염려가 없어 너무 좋았다. 간혹 책을 읽다 보면 모서리에 찍히거나 긁혀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부드럽고 폭신하면서 모서리 부분은 둥글게 처리되어 있어 자꾸만 손이 갔다.

이 책은 식물의 이름과 필요한 특징만 기록해 둠으로써 흥미 유발은 물론, 한눈에 식물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고, 그래서 더 식물에 다가가게 만든다. 덕분에 우리 동네에는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산, 들, 강, 바다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고 찾아보게 된다. 또 집에서 함께하고 있는 반려 식물에 대해서도 더 애정을 갖게 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물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누구나 쉽게 식물에 대해 배우고 싶고, 궁금해지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가까이에 있는 식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외곽으로 나갔을 때 만나볼 수 있는 식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지나치기 마련인 식물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 또 이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달하며 식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 전하고 있어 교육적인 의미에서도 꽤 교훈을 주는 책이다.

본책에서는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알아가고, 부록에서는 식물과 노는 방법을 깨우쳐가며 식물 사랑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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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간략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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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4300여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다. 식물은 우리를 숨 쉬게 하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고, 우리가 사는 집의 기둥이 되고, 울타리가 돼 준다. 식물이 없는 땅,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땅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



디테일을 잘 살린 식물 그림을 통해 식물의 질감이나 특징, 열매, 잎 등의 모습을 책 한 권을 쉽게 파악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아이들이 어려워할 용어들은 별도로 설명을 더하고 있어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며 식물 공부를 놀이처럼 할 수 있다.

1부에서는 광합성, 씨앗, 뿌리 등 식물에 대한 기본 지식을, 2~4부에서는 동네, 산과 들, 강과 바다로 나누어 우리 땅에서 만날 수 있는 서른여섯 가지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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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기초지식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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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식물의 코야.

사람이 코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식물은 잎으로 햇빛을 빨아들이지.

이걸 '광합성 작용'이라고 해.
식물이 햇빛을 받으면 잎은 초록색이 돼.
16페이지 中
-----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하는 식물 이야기는 재미와 흥미를 더해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
꽃은 식물의 얼굴이야.

예쁜 꽃 속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어.
여러 개의 수술이 꽃가루를 만들지.
(...)
벌이나 나비가 날아와 꽃가루를 몸에 묻혀
다른 꽃 암술로 옮긴단다.
이걸 '꽃가루받이'라고 해.

꽃가루는 암술 아래쪽에 있는 씨방으로 가서
'밑씨'와 만나는데 이걸 '수정' 또는 '수분'이라고 해.
암술과 수술이 결혼하는 거지.
19페이지 中
-----

시적인 언어와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은 식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어떻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그것이 어떤 작용으로 이뤄지는지를 보다 흥미롭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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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식물의 아기야.

식물도 씨방이라는 곳에서 씨앗을 품지.
씨방이 점점 커져서 열매가 되는 거야.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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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식물의 아기라는 표현에서 아이들은 식물의 진화 과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뿌리는 식물의 발이야.

식물의 발인 뿌리는 땅속에 있지.

거센 비와 바람이 몰아쳐도 쓰러지지 않도록
식물은 땅속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어.
땅 위에서는 뿌리가 잘 보이지 않지만
땅 밑에는 땅 위 나무만큼 큰 뿌리가 숨어 있지.

뿌리는 땅속에서 물과 양분을 끌어 올려서
식물의 가지 끝으로 보낸단다.
24~25페이지 中
-----

흙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뿌리로 인해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음을, 덕분에 물과 양분을 끌어올려 살아갈 수 있음을 전한다.


-----
줄기는 식물의 몸통이야.

줄기는 뿌리에서 끌어 올린 물과 양분을
가지 끝으로 보내 줘.
줄기는 또 잎이 햇빛을 빨아들여 만든 양분을
식물 전체로 보내 주기도 해.

(...)
물이 다니는 길을 '물관부'라고 하고
양분이 다니는 길을 '체관부'라고 해.
27페이지 中
-----

식물의 형태를 사람의 몸에 비유해 줄기는 몸통이라 말하며,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흥미롭게 전한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덕분에 식물을 더 자세히 관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
각 장소마다 다르게 만날 수 있는 식물들
=====

<동네에서 만나는 식물들>

■느티나무

▷마을을 지켜 달라고 마을 입구에 심어 놓는 '정자나무' 중 가장 흔한 것이 느티나무임
▷느티나무는 가지를 넓게 펼쳐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줌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속이 단단하고, 나이테도 아름다워서 가구나 집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함


■메타세쿼이아

▷중국이 원산지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음
▷북한에서는 물가에서 잘 자란다고 '수삼 나무'라고 부름
▷다 자라면 키가 30미터에서 50미터나 되는, 위로 곧게 자라는 큰키나무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는 전나무, 삼나무, 편백나무가 있음


■배롱나무(=백일홍)

▷뜨거운 여름에 짙은 분홍이나 하얀 꽃이 피는 나무
▷꽃이 백 일 동안 오래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도 부름
▷나무줄기가 그 어떤 나무보다 매끄러움


■백목련

▷봄에 피는 꽃 중 제일 큼
▷자주색 꽃이 피는 목련도 있는데 '자목련'이라고 함
▷겨울이 되면 가지 끝에 겨울 눈이 달림
▷겨울눈에는 '꽃눈'과 '잎눈'이 있음

※겨울눈
봄에 싹을 틔우려고 꽃이나 잎을 차곡차곡 넣어 둔 주머니를 말함


■산수유

▷3월 아파트 정원에서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는 나무
▷나무줄기가 거친 편
▷꽃이 지면 파랗고 길쭉한 열매가 달림
▷이 열매는 가을이 되면 빨갛게 변하는데, 이 열매는 겨울새가 먹음
▷사람은 이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을 한약재로 사용함


<산과 들에서 만나는 식물>

■고사리

▷산골짜기 습기가 많은 곳에 자람
▷종류가 많으며, 잎은 손바닥을 활짝 펼친 것처럼 생김
▷우리가 먹는 고사리나물은 4월에 딴 어린 고사리 순으로 삶아서 말린 것

※고사리를 삶아먹는 이유
생고사리에는 독성이 있어 먹으려면 충분히 삶아서 먹어야 함


■아까시나무(=아카시아)

▷5월에 향기가 아주 좋은 하얀 꽃이 피는 나무
▷꿀벌을 가장 잘 부르는 나무 중 하나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우리 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북아메리카에서 들여와서 심기 시작함
▷뾰족한 가시를 조심해야 함
▷예전에는 '아카시아'라고 부름.


■참나무

▷진짜 나무라는 뜻
▷우리나라 숲에 가장 많이 자라는 나무
▷도토리 열매가 달리면 모두 참나무로, 다람쥐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임
▷도토리는 매끄러운 껍질로 싸여 있는데 그 안에 든 열매로 묵을 만들어 먹음
▷참나무는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목재로 널리 쓰임
▷표고버섯을 키우는 나무로도 사용하며 벽난로의 땔감으로도 널리 쓰임
▷우리나라 숲에는 참나무 6종류가 있음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강과 바다에서 만나는 식물>

■갈대

▷강변이나 호숫가에 가면 자주 만날 수 있음
▷진흙 성분이 많은 습지에서 잘 자람
▷땅속 줄기를 옆으로 길게 뻗어 부지런히 자신의 영역을 넓힘
▷갈대와 억새를 구별법을 살펴보면, 갈대꽃은 갈색, 억새꽃은 흰색으로 구별할 수 있음


■순비기나무

▷바닷가 모래 위나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사는 나무
▷연한 보랏빛 꽃이 핌
▷동글동글한 씨앗에는 라벤더와 로즈마리를 섞은 것 같은 향이 남


■해국

▷따뜻한 바닷가 바위틈이나 모래 위에서 살고 있음
▷연한 보라색 꽃을 피움
▷부드러운 털로 덮인 도톰한 잎과 굵은 줄기로 바닷가 거친 바람을 견딤
▷잎사귀는 땅에 주저앉은 모양



[부록] 식물이랑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


=====
마무리
=====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식물부터 멀리 있는 식물까지 만나보며 식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산에 오르거나 동네를 산책할 때면 가까이에 있는 식물을 더 열심히 관찰할 듯하다.

더불어 항상 헷갈렸던 갈대와 억새의 구별법을 알 수 있어 더욱 유익했다. 다음에 습지에 여행 갈 일이 있으면 그때는 갈대와 억새를 구별해 보며 배운 것을 써먹어보리라 다짐해 본다!

집에 있는 반려 식물들도 덩달아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꽃, 줄기, 잎모양, 뿌리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각각의 특징들을 눈에, 마음에 새기면서 더 사랑으로 보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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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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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명절을 맞아 시골에 방문할 때면, 집집마다 사람들이 모여 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는 했는데, 이 책을 보여 문득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인 <옥춘당>은 제사상에 올라가 있는 탐스럽게 생긴 사탕을 뜻하는데,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사탕이라 더 추억 속 물건이 아닐까 싶다.

<옥춘당>은 전쟁을 겪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그때 그 시절의 따뜻하고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총 3개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형태로 구성된 이 책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하던 그 시절 이야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이야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저물어 가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에 대해 담고 있다.

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게 되면서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된 것들을 떠올려보며 당시 애정 하던 물건이나 추억, 놀이 등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더불어 따뜻하고 애틋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아껴주며 토닥이던 이들과는 다르게 그저 투닥이며 메마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세대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현재는 존재하지만 이내 곧 사라질 것들, 사라진 이후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보면서 이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 될 것임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현재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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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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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고아였던 고자동씨와 김순임씨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삼 남매를 낳았고 훗날 그들의 장남 고상권씨는 나의 아버지가 된다.

할머니는 가난한 살림을 하며 잔소리를 하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농담으로 넘어가며 알콩달콩한 면모를 보여주고는 했다.

나는 어렸을 적 할아버지 댁에서 종종 보내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만화영화 주제곡을 불러주며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는 했다.

나는 집에서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는 했는데, 그에 반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언제나 신기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할머니에게 있어 정 많고 따뜻한 할아버지는 남편이자 유일한 친구였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은 언제나 늘 함께 했다.

할아버지는 제삿날이면 할머니의 입에 사탕 하나를 넣어주고는 했는데, 그게 바로 옥춘당이다. 그 사탕은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고, 김순임 씨는 그 사탕을 천천히 녹여먹었으며, 사탕을 입에 머금을 때면 입안 가득 향기가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게 되고, 6개월이 흐른 뒤  화창한 어느 초여름 날 할머니의 곁을 떠나게 된다.

이후 할머니는 말을 잃고 아무 때나 잠들게 되는데, 이에 대해 의사는 이런 할머니에 대해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했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이런 모습에 가족들은 빠르게 지쳐갔고 할머니는 완전히 아이가 되었다.

더 이상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고, 이후 할머니는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폐렴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셨다.

할머니는 그렇게 10년간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할아버지가 떠나신지 20년이 지난 해에 220mm 실내화를 남기고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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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만나보는 옥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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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을 도맡아 하며 할머니는 늘 잔소리를 하고는 했는데, 특히 화장지를 아껴 쓰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할머니가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 몰라요?"라고 말할 때면 할아버지는 "그럼 닦을 때 뚫린다고"라며 언제나 농담으로 넘기곤 하셨다.


내가 할아버지 댁에서 보낼 때면 할아버지는 엉뚱 발랄한 모습으로 늘 나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주시곤 하셨다.


제삿날이면 할머니 입에 쏙 넣어주던 그 사탕, 할머니가 천천히 녹여먹던 그 사탕,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그 사탕,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지던 그 사탕, 옥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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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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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로 슥슥 그려진 만화는 당시의 모습들을 잘 대변해 준다. 거칠게 그려진 질감에서 어쩐지 정겨움이 느껴진다. 밤이면 창을 뚫고 번져 나오던 불빛이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했는지 떠올리게 해준다. 가난하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았던 당시의 풍경이 눈앞에 절로 그려진다.

늘 휴지 한 칸조차 아끼며 살아야 했던 가난한 시절이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다정한 모습으로 사셨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풍족해진 지금을 사는 부모님은 오히려 매일 싸우며 산다.

갑작스레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6개월을 사시다 스스로 몸을 정갈히 하신 후 돌아가셨다. 이후 제일 좋은 친구이자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말을 잃고 정신을 놓으셨다.

이런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던 자식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게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발걸음이 뜸해진 틈을 타 이내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홀로 쓸쓸히 지내다 돌아가신다.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감했던 모습이 살풍경하게 변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된 것임을 알게 된다.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들을 보며, 우리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살아가다 언젠가 내가 사라질 시점이 되었을 때 과연 우리 곁에는 무엇이 남아있게 될까?

환경이나 상황은 둘째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서 서로를 위해주며 살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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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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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불안에 대해 살펴보고,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덕분에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안이 어떤 형태로 진화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불안 증세들이 지금의 병명으로 자리 잡게 됐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게 되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소가 어떤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저자가 꼼꼼히 분석하고 살펴 본 예시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고,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다시금 '복잡한 세상 속에서 과연 아무런 걱정 없이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라는 원론적인 질문도 해보게 되었다.


더불어 저자가 제시한 해법들을 통해 회피보다는 직시와 수용을 통해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과 내면에 갇혀 생각에 몰두하기보다 행동함으로써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불안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길임을 배울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때때로 불안과 걱정이 나의 삶을 뒤덮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럴 때 그것을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형태로 대응하기보다 의연하고 여유롭게 지켜보는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 그러면 적어도 불안에 짓눌려 자신의 일상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살펴보면서 불안의 현주소는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까지 함께 담고 있다.


덕분에 문화와 역사는 물론 여러 통계와 연구 자료,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모습까지 살펴보면서 불안이 시대를 거쳐 어떤 형태로 흘러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현재를 사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며, 단지 이를 해소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오히려 혼란과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걱정 중독>에 대해 살펴보면서 움켜쥐고 있던 강박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한 일상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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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걱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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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표는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어떻게 미래, 원인과 결과, 위험과 재앙,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좇는다. 이는 세상에 대한 환멸이 증가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정신 건강의 악화는 그에 따른 수많은 증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불안의 패턴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그 원인은 모두 같다. 이 모든 것은 현재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징후다. 그러나 그 방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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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야기한 원인과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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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에 걸쳐 질병의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졌지만, 사실은 같은 주제의 변형이다.

"만약에 ···이면, 어떡하지?" 이런 질문의 기저에 깔린 소위 불안장애까지 합하면, 전체 유럽인의 약 3분의 1이 살면서 한 번은 이런 질병을 앓는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장애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다.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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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상 수많은 질병은 따지고 보면 같은 주제의 변형이다. 수년에 걸쳐 이름이나 증상은 다양해질지언정,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 보면 이것은 곧 불안이라는 장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정신질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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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우리는 위험 회피에 점점 더 능숙해져야만 하고, 위험 회피를 통해 발생하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해야 한다. 계산이나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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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위험 회피는 이제 당연하게 겪는 것이자 능숙해져야만 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문화적인 요소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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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위험 회피 정책에 기반을 둔다면, 적어도 세 가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첫 번째 위험: 파멸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인형극, 발레, 오페라 모두 세상의 종말을 얘기한다. 범죄와 테러는 공포를 불러일으킬 뿐이지만, 세상의 종말에는 매력이 있다.


두 번째 위험: 윤리가 계산에 밀려난다.

위험이 확인되는 즉시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위한 출발 신호가 떨어진다. 대응책이 반드시 정치적일 필요는 없고, 대대적인 사회 개혁이 아니어도 된다.


세 번째 위험: 위험과 위험이 대결한다.

임박한 재앙의 위험에 대치하는 방법을 계산할 때, 각각의 제안은 또 다른 위험 계산을 생성한다. 

234~2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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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회피하게 되면 여기에는 또 다른 위험이 뒤따라오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3가지 위험요소를 꼽았다.


첫째로는 우리가 즐겨 하는 문화 속에서 파멸을 매력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계산에 밀려 정작 진짜 중요한 윤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대응책을 찾다가 결국엔 또 다른 위험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험을 피하려다가 결국에는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음에 대한 경고로 느껴져 당장 간편하거나 쉬운 방법만을 좇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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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부작용에 대한 사례>


두 여성의 경우 정신분석학자의 제멋대로 해석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겪게 된다.


●헬레나: 어디를 보든 남자의 성기를 연상시키게 됨

●애니: 마지막에는 가족을 대면하는 것조차 두려움을 느끼게 됨

238~2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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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에는 작은 불안 증세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고자 찾은 정신건강의학과(혹은 심리상담소)에서는 이들에게 자기들 멋대로 이상한 생각을 주입시킴으로써 오히려 더 큰 불안을 야기하게 만든다.


덕분에 헬레나는 무엇을 보고, 경험하든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게 되었고, 애니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전문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잘못된 사상과 학설로 이들을 찾은 환자들을 대한다면 이들은 결코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특정 개인을 향한 굳은 신뢰와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처럼 때론 부작용도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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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방식과 행복이 상호 영향을 얼마나 많이 미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외로움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이다. 장기 연구에서 드러나듯이, 정신 건강 문제는 대부분 외로움에서 싹튼다. 외로움 때문에 낙담하고, 불안과 우울이 그 뒤를 따른다. 결과는 심각하다. 친구가 없거나 배우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 의존성 측면에서 이를 살펴보면, 소셜 미디어에 빠지면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을 안 하고, 그로 인해 외로움은 더 커진다.

(...)

외로움이 증가하면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상황이 더 나빠지고,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 내면을 치유해 정신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연한 탓에 외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지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잘못되었나 살핀다.

2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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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된 지금, 이런 우리의 생활방식이 행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생활 방식이 가져온 외로움과 우울증은 나이, 성별과 상관없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얼마나 우리가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취약함은 지속적으로 불안과 우울증을 야기하기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확실한 인식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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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이면, 어떡하지?" 질문이 승기를 잡는 순간, 불안이 저절로 재확인된다.

2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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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중에 하는 걱정들이 쌓이고 쌓여, 이 질문이 우리를 잠식하는 순간, 불안은 뒤이어 따라오기 마련이다.


만약 일상 속에서 하는 사소한 염려들의 빈도가 잦거나 염려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한 번쯤 내가 불안에 잠식당하는 중은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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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걱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걱정하는 대상 또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7세기 사람들에게는 마법에 걸리거나 마녀라고 고발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러웠다. 또한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갈 때는 수많은 사람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캐스팅된 배우일까 봐 불안해하며 마음수련에 휩쓸렸다. 망상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했던 이런 불안은 주인공이 그런 조건에 놓였던 영화 <트루먼 쇼>가 1998년에 개봉된 이후 널리 퍼졌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병적인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문화에 유입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걱정과 불안이 너무 이색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병든 정신에서 생겨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2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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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가 걱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걱정하는 대상 또한 상황에 따라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17세기 마녀라는 낙인이 찍히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보며 느끼는 불안, 20세기에서 21세에 몰래카메라나 트루먼쇼와 같은 속고 속이는 프로그램으로 불안을 야기했던 것을 통해 세월에 따라 양산되는 문화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불안과 걱정이 퍼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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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이 다르게 나타나는 위험 영역!

(종교, 성, 공격권,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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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문화권마다 걱정과 불안이 유독 많이 나타나는 영역을 위험 영역이라고 부르고, 우리의 '내면'이 문화적으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네 영역, 종교, 성, 공격성,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종교: 멈출 수 없는 자책

종교적 강박관념은 기독교뿐 아니라 세계 모든 종교에서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신앙심이 아주 깊은 사람들이 이런 강박관념에 빠진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이 같은 생각을 허용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언제나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보기 때문에 이에 맞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더 끈질기게 만들 뿐이다.


종교가 없어서 생각의 순수성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 사람은 "신을 미워한다" 같은 문장을 더 쉽게 용납할 수 있다. 그 말이 그에게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국가일수록 종교적 강박관념이 있을 확률이 당연히 더 높다. 미국의 연구들을 보면, 강박장애의 5~10퍼센트가 종교와 관련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처럼 더 종교적인 국가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그 수치가 50~60퍼센트에 이른다. 아마도 실제 수치는 심지어 더 높을 텐데, 종교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도움을 얻기 위해 병원에 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걱정은 모두 문화적 두려움에 기초한다. 그러나 종교가 반드시 개인의 위험 영역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힌두교도 사이에서 종교적 강박관념은 비교적 드문 일이다. 그러니까 죄, 부도덕, 불결함, 신성모독에 눈길을 주더라도 강박적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아주 작은 일탈이, 설령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탈이라도, 지금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 개인이 확실할 때만 문제가 된다.


특정 가르침을 잘못 해석해 이런 강박적 사고가 생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종교가 다양한 강도의 처벌을 이용해 강박적 사고를 조장하기도 한다.



■성: 수치스럽거나 혐오스럽거나

성적인 내용이나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된 원치 않는 생각이 요즘 가장 흔한 강박적 사고에 속한다. 손 씻기 강박보다도 더 흔하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때때로 원치 않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반드시 동성애와 관련되진 않았지만, 응답자가 역겹거나 끔찍하거나 무섭다고 생각하는 주제였다. 그러므로 강박은 생각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없애려는 욕구에서 생긴다.



■공격성: 내가 사이코패스인 걸까?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폭력에 관한 강박적 사고는 잠재적 재앙으로 만드는 불행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그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문이 들불처럼 퍼져 당사자가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작가 올리비아 러빙은 이것은 "강박의 어두운 면"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금기시되는 문화에서 살아가고, 이런 문화에서는 뭔가 의심스러운 순간 즉시 경보를 울린다. 그러다 보니 강박증 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심리치료사들의 일반적인 권유를 따르지 않는다.


둘째, 심리치료사가 환자가 상상하는 장면, 그러니까 살인, 폭행, 시체 훼손 등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위험 인물로 여기고 피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나쁜 일을 저지를까 봐 불안하다고 치료사에게 설명하면 이후 신고 당할 수도 있다. 요즘은 출산 후 겪는 산후 우울증이 흔한 질병이지만 과거에는 청소년 복지부에 신고되기도 했었다. 이런 오해는 그저 유례없이 폭력에 집착하는 문화에 살면서도 폭력의 실제 모습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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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산업이 사람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미디어 연구에서는 연애 산업이 소위 '비열한 세계 증후군'을 조장한다는 데 상당히 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세상이 실제보다 더 폭력적이라고 여기고, 모든 사람에게 폭력성이 잠재해 있다고 여기는 거의 편집증적 견해를 갖게 된다.

(...)

사실 누구나 폭력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심지어 감정도 싣는다. 출퇴근 시간에 도로로 나가기만 해도, 금세 '살인 충동' 이 생길 수 있다.

(...)

그러나 연애 산업은 폭력에 신비한 오라를 씌워 미화한다.

(...)

공격성이 선천적이라는 견해는 성 정체성을 선천적으로 보는 견해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

비록 두개골 모양보다는 뇌와 유전자와 더 관련이 깊지만, 아무튼 이런 연구의 수많은 결과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303~3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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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등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폭력성은 은연중에 우리에게 자연스레 편집증적 견해를 갖게 만든다. 일상 속에서 때로 '살인 충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 혹은 감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면서 공격성이 선천적이라거나 폭력이 마치 정당한 정의 구현처럼 미화되어 인식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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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천적 사이코패스 가정 자체가 사이코패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정의 전제조건이 바로 사이코패스의 기계론적 인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를 고쳐 쓸 수 없는 망가진 기계로 여기고, 사이코패스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냉담하게 대한다.


또한 '과잉된 자존감' '죄책감 부족' '무책임' '짧게 끝난 수많은 연애' 등 사이코패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자신이 실제로 내면 깊은 곳에서 사이코패스일까봐 제일 심하게 걱정할 것이다.

3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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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인식과 특정 조건만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게 되면 결국 이것은 부메랑처럼 또다시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를 염려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특정 조건에 끼워 맞춰 폄훼하거나 낙인찍는 것은 곧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것이라 말한다.



■관계: 정말로 사랑에 빠진 걸까?

자신의 행복을 평가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멀어지고 불행해지기 딱 좋은 방법이다. 이 주제에서 특히 까다로운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정말로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나?


이 질문은 이제 강박장애 연구에서 별도의 분야가 생길 정도로 아주 일반화되었다. 영어로는 줄여서 R-OCD라고 한다. 대략 관계 강박장애라는 뜻이다. '만약에 이것이 옳은 관계가 아니면 어떡하지?'이런 질문이 계속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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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세기에 걸쳐 이어진 종교와 문화의 영향으로 더는 금지된 쾌락이 핵심이 아니며, 성 해방 및 소비문화 시대로 오면서는 불충분한 쾌락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311~3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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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적 사고는 쾌락에 있어 걸림돌처럼 작용한다. '만약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불안을 키우며 자기 자신을 불안과 걱정 속에 휩싸이게 만든다.


때문에 관계에서도 만약 이런 강박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쾌락과 행복 속에서 불안만 떠안고 살게 되는 것이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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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치료 안내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온화한 사람이 폭력적인 내용을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매우 도덕적인 사람이 성적인 내용을, 매우 꼼꼼한 사람이 실수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그것을 부정하는 생각이 더욱 심하다."


그러나 강박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왜 우리의 생각에 그토록 큰 의미를 부여할까?

이 질문은 어떤 형태의 불안을 겪든 매우 중요하다. 불안장애에 관한 한 인지과학 논문은 문제의 근원을 "재앙에 가까운 잘못된 해석"으로 보았다.

(...)

강박장애는 지속적이다. 생각이 떠오르고 죄책감이 생기며, 맞서 싸워야 할수록 그 생각은 점점 더 위험해 보인다.

(...)

이 모든 질문과 솟구치는 자기 의심에는 분명 문화적 배경이 있다. 문화적 배경을 시간의 틀로 제한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항상 존재했던 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는 내가 소개한 위험 영역에도 적용된다. 물론 다른 강박이나 불안장애와 연결된 또 다른 문제도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위험 자체가 아니라 '내면의 비판가'다.

320~3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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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결국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부정적 생각이 강하게 깃들면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그 생각이 지속성을 띠면서 박차를 가하게 되고 점점 더 위험수위가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이것과 연결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살펴보면, '내면의 비판가'를 꼽을 수 있다. 내 안의 내가 나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자기 의심은 결국 관계마저 흐트러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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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과 해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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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병든 것과 문제가 있는 것은 다르다. 정신병에 걸렸고 건강해지려면 내면의 무언가를 고쳐야 한다고 믿는 것은 백곰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만큼 전망이 어둡다. 질병과 연결된 단 하나의 생각, 단 하나의 감정이 우리의 의식을 파고드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아프다'. 질병 모델은 걱정에 대한 걱정과 절망감 때문에 생긴 절망의 하향 나선을 더욱 강화한다. 이 하향 나선을 멈추려면 정신질환이라는 개념과 작별해야 한다.

(...)

그렇게 '장애' '증후군' '질병' '신경증' 같은 모든 언어적 변형과 작별하는 데 성공하면 급진적 결과를 얻게 된다. 정신질환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환자 치료라는 말도 쓸 수가 없다. 그저 문제가 있을 뿐인 사람을 치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 세기 동안 그래왔듯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356~3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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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었다고 우리가 진단 내렸기 때문에 어쩌면 병에 대해 더 생각하고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불안과 우울과 같은 정신질환은 지속성을 띤다. 그래서 더 치료가 어렵다.


그런데 만약 그런 진단 자체와 결별하면 어떻게 될까? 환자나 치료라는 말도 결국 해당되지 않으므로 그저 사는데 조금 문제가 있다 정도로만 인식될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급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말한다.


때문에 낙인찍힐 일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도우려 할 테고 스스로도 지속적으로 그것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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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싸워 이겨야 하는 적으로 생각한 것이 독이 되었다.

(...)

공황장애를 겪으며 우리가 불안에서 벗어나려 애쓸수록 불안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진정한 직면은 불안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370~3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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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불안을 적대시했기에 우리 삶에 불안이 더 크게 번졌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고 당연하게 여기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취했다면 불안은 위험요소를 인지시키는 정도에서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과한 처치가 더 큰 불씨로 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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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 그렇다'는 식의 체념으로 수용을 이해해선 안 된다. 수용은 생각, 감정, 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들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3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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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명확하고 바르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용은 체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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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걱정이 멈춘다. 그것이 헤이즈의 이론이다. 우리의 감정 상태를 수용하면 우리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3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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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불러온다. 내 감정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수용하는 태도로 끌어안아보면 어떨까? 맞서 싸워야 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수용하고 끌어안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걱정과 불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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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걱정하고 불안해할 때, 존재의 불확실성에 가닿는다. 불확실성은 단지 무한히 많은 위험과 뭔가 잘못될 가능성에만 있지 않다. 불확실성은 인간 존재의 근원이고, 우리 자신과 환경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의 일부다. 불확실성의 수용이 가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불확실성 속에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 태도는 불교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불교는 불확실성뿐 아니라 고통 전반의 수용을 긍정한다.

3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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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다는 것에 우리는 불안과 걱정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꼭 위험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고, 변화를 꿈꿀 수 있다. 불확실성에서 피어나는 고통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거기에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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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유일한 것은 불안정에 대한 현대인의 편협함이 아니라 구체적 형태의 억압이라고 주장하면 차라리 쉬울 것이다. 그런 접근 방식에는 전략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불안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3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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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들여다볼 때 한쪽으로 치우쳐 상황을 판단하는 편협한 자세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이것을 객관적 형태로 떼어놓고 바라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상황에 대처하는 형태를 취하면 걱정거리가 개인적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며, 특정 상황에 대해 큰 책임감에 짓눌리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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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안고 산다는 것이 방어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생각 없는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재앙이 닥칠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3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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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전체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안고 산다는 것은 곧 성장과 도전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멈춰있을 것인가에 따라 불확실성의 의미 또한 달라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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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없애기 위해 불안에 담긴 모순을 파고드는 것은 불행히도 불안이 가장 좋아하는 생각놀이다.

3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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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앞서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것을 없애겠다고 지속적으로 불안을 파고들어 원인과 모순을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불안 속에 잠식당하는 것은 본인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불안에서 멀어지고자 한다면 불안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거나 파고들기보다 다른 것에 주목하여 행동하는 것을 오히려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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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안하는 것은 선택이다. 깨지기 쉽고 비현실적이며 있을 법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무언가에 접근하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선택지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결정과 위험은 계속해서 존재할 테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은 논의할 수 있다. 내가 염두에 둔 것은 안전한 세상이 아니다.

3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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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불완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안전만을 추구하는 삶은 그 자리에 머물며 불안과 우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색다른 모험을 감행하며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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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해야 한다!'

이런 이념적 공세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해독제는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과 여타 '부정적 감정'을 없애기 위해 억지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그런 수용은 거짓일 뿐이다. 영원한 마음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허황된 약속을 믿고 현재 상태를 수용하는 것은 생각의 힘으로 생각을 없애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수용을 통한 초월 경험은 기대하지 않는 순간에 비로소 얻게 되는 역설적 보상이 아니다. 감정 대신 진실을 선택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3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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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는 이념에 젖어 때로 우리는 어쩌면 억지스럽게 행복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라는 말을 담기 전에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에 감정을 덧입히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수용할 때 행복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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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걱정에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진실이 담겨 있다. 이런 진실은 가장 평판이 나쁜 강박적 사고에도 깃들어 있다. 불확실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강박적 사고의 특징이다. 얼마나 많은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느냐는 각자의 상상력에 달렸다. 그러므로 걱정은 통찰력이 모자라서 생기기도 한다.

(...)

우리는 자신의 불안에 다가감으로써 비로소 세상의 본질에 깊이 가닿는다. 그런 점에서 용기는 감정도 아니고 미덕도 아니다. 용기는 행동이다. 그것은 세상을 특정 방식으로 경험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3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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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불확실성에서 온다. 그렇기에 오히려 용기 있게 행동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 안갯속에 가려진 사물을 만지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우리는 점차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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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계산에 대한 요구는 위험 정치의 비합리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

가능성과 실제 상실이 아닌 이미지와 이야기가 위험 정치의 기본 화폐고,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무효화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을 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위험 정치와 결별한다는 것은 하향식 대응책을 상향식 대응책으로 바꾸고, 더 좋은 일에 대한 갈망으로 걱정에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부적 필요성을 정치적 주장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즉 거짓말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

위험에 초점을 맞추면 양자택일이 안된다. 우열이 가려지고, 우리가 무엇을 하든 걱정은 그대로 남는다. 우리는 걱정이냐 마음의 평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이 기반으로 삼을 원칙을 선택해야 한다.

395~3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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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에 대한 갈망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판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무언가에 대한 뒤늦은 대책이 아니라 앞선 대응책을 마련하게 됨으로써 사회 발전은 물론 의미 개혁까지 이뤄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치판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방향 또한 양자택일이 아닌 정책 기반의 원칙을 기준으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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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생각을 관찰한다면, 우리는 생각의 비현실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생각에 적용된다.

3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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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나를 삼인칭 관찰자로서 바라보면 어떨까?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이것이 정말 현실에 당장 다가올 불안인지 등등. 그럼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떠올리는 감정이나 생각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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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힘은 행동에서 나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 말고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독재 정권의 사상에 반대해 행동한다는 뜻이다. 사회학적으로 스스로를 도울 수 있으려면 내면에 대한 관심을 외부에 대한 관심으로 돌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400~4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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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행동하지 않고 내 생각에만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수천 번의 회로만 돌리기에 우울해지는 것이다.


스스로를 돕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제 그만 홀로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외부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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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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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불확실함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과거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함으로써 생기는 혼란을 매번 적응해 가는 것도 버거운데, 여기에 더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온갖 정보는 온통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 와중에 행복해야 한다는 관념적 사고는 우리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며 마치 경쟁하듯 불안을 죽이고, 행복할 방법을 찾게 만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고, 불확실함은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시대적 기준을 벗어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왜 우리는 그토록 엉뚱한 사고에 사로잡혀 늘 불안에 떨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그만 내면의 소리에서 벗어나 외부에 눈을 돌려보자. 생각에만 머무르면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더 많은 불안만 초래할 뿐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불안은 있는 그대로 수용해 보자.


미지의 세계를 한발 내디뎌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우리의 불안이 현실에 존재하는지, 아니면 허황된 생각인지 판단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우리 생각만큼 부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불확실성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때로 안갯속을 헤매는 것이자 폭탄을 안고 가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자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기에 의미 있는 일이다.


수만 가지 방법 중에 내가 선택한 길을 통해 불안은 잠식시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 보자. 그리고 행동을 통해 나만의 불확실성을 채워가 보자.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명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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