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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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명절을 맞아 시골에 방문할 때면, 집집마다 사람들이 모여 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는 했는데, 이 책을 보여 문득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인 <옥춘당>은 제사상에 올라가 있는 탐스럽게 생긴 사탕을 뜻하는데,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사탕이라 더 추억 속 물건이 아닐까 싶다.

<옥춘당>은 전쟁을 겪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그때 그 시절의 따뜻하고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총 3개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형태로 구성된 이 책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하던 그 시절 이야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이야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저물어 가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에 대해 담고 있다.

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게 되면서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된 것들을 떠올려보며 당시 애정 하던 물건이나 추억, 놀이 등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더불어 따뜻하고 애틋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아껴주며 토닥이던 이들과는 다르게 그저 투닥이며 메마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세대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현재는 존재하지만 이내 곧 사라질 것들, 사라진 이후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보면서 이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 될 것임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현재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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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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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고아였던 고자동씨와 김순임씨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삼 남매를 낳았고 훗날 그들의 장남 고상권씨는 나의 아버지가 된다.

할머니는 가난한 살림을 하며 잔소리를 하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농담으로 넘어가며 알콩달콩한 면모를 보여주고는 했다.

나는 어렸을 적 할아버지 댁에서 종종 보내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만화영화 주제곡을 불러주며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는 했다.

나는 집에서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는 했는데, 그에 반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언제나 신기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할머니에게 있어 정 많고 따뜻한 할아버지는 남편이자 유일한 친구였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은 언제나 늘 함께 했다.

할아버지는 제삿날이면 할머니의 입에 사탕 하나를 넣어주고는 했는데, 그게 바로 옥춘당이다. 그 사탕은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고, 김순임 씨는 그 사탕을 천천히 녹여먹었으며, 사탕을 입에 머금을 때면 입안 가득 향기가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게 되고, 6개월이 흐른 뒤  화창한 어느 초여름 날 할머니의 곁을 떠나게 된다.

이후 할머니는 말을 잃고 아무 때나 잠들게 되는데, 이에 대해 의사는 이런 할머니에 대해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했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이런 모습에 가족들은 빠르게 지쳐갔고 할머니는 완전히 아이가 되었다.

더 이상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고, 이후 할머니는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폐렴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셨다.

할머니는 그렇게 10년간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할아버지가 떠나신지 20년이 지난 해에 220mm 실내화를 남기고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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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만나보는 옥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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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을 도맡아 하며 할머니는 늘 잔소리를 하고는 했는데, 특히 화장지를 아껴 쓰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할머니가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 몰라요?"라고 말할 때면 할아버지는 "그럼 닦을 때 뚫린다고"라며 언제나 농담으로 넘기곤 하셨다.


내가 할아버지 댁에서 보낼 때면 할아버지는 엉뚱 발랄한 모습으로 늘 나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주시곤 하셨다.


제삿날이면 할머니 입에 쏙 넣어주던 그 사탕, 할머니가 천천히 녹여먹던 그 사탕,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그 사탕,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지던 그 사탕, 옥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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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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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로 슥슥 그려진 만화는 당시의 모습들을 잘 대변해 준다. 거칠게 그려진 질감에서 어쩐지 정겨움이 느껴진다. 밤이면 창을 뚫고 번져 나오던 불빛이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했는지 떠올리게 해준다. 가난하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았던 당시의 풍경이 눈앞에 절로 그려진다.

늘 휴지 한 칸조차 아끼며 살아야 했던 가난한 시절이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다정한 모습으로 사셨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풍족해진 지금을 사는 부모님은 오히려 매일 싸우며 산다.

갑작스레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6개월을 사시다 스스로 몸을 정갈히 하신 후 돌아가셨다. 이후 제일 좋은 친구이자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말을 잃고 정신을 놓으셨다.

이런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던 자식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게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발걸음이 뜸해진 틈을 타 이내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홀로 쓸쓸히 지내다 돌아가신다.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감했던 모습이 살풍경하게 변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된 것임을 알게 된다.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들을 보며, 우리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살아가다 언젠가 내가 사라질 시점이 되었을 때 과연 우리 곁에는 무엇이 남아있게 될까?

환경이나 상황은 둘째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서 서로를 위해주며 살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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