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란 무엇인가 - 현명한 선택을 만드는 철학자의 12가지 생각법
케이반 키안 지음, 박지혜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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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고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잡아 줄 12명의 철학자가 건네는 지혜!"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운 문제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앞서 인생에 대해 무수히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철학자들의 도구와 접근 방식을 활용해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새로운 기회와 역경, 그리고 예기치 못한 뜻밖의 사건이라는 세 가지 상황을 두고 역사 속 위대한 사상가들이 어떤 접근을 해왔는지 12인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문제에 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만약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고와 지혜를 알고 있다면, 일상 속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그저 상황에 맞게 적용해 유용하게 활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이나 철학자들의 사상을 미리 공부해 둔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며, 특정 상황에 도래했을 때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12명의 철학자들의 생각법과 지혜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을 해야 한다고 명확히 결론 내리기보다, 오히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결정 내릴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선택과 맞춤 적용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나'를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떤 것에 가치관을 두고 있는지 알아야 그다음 스텝을 밟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에는 나의 관점, 가치관, 목표하는 바 등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대변하는 것들이기에 나를 아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자의 지혜를 활용하기 전에 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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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시작이다.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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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올바르게 가꾸기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먼저 나 자신과의 시간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 그다음에는 철학자들의 지혜를 빌려 상황에 맞게 적용해 보자.


그 후에는 상황을 타계할 방법은 물론, 감당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내가 내린 선택을 통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성취의 기쁨은 물론, 삶을 보다 단단하게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12명의 철학자가 전하는 지혜를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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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에도 불황에도 살아남는 법

클레오불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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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상황에 휩쓸리면 누구나 위험한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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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실수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도 불러오지 않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레짐작하는 것은 당연히 큰 착각입니다. 후에 나타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리의 행동은 늘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를 결정합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바깥의 환경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이 우리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실수는 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람은 성공을 만끽하는 순간에 실수할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

눈앞에 펼쳐진 눈부신 성공이 모두 내 현명함과 부지런함의 결실이며 자신이 지닌 뛰어난 재능이 이제야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

클레오불루스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처럼, 모든 것은 오늘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가르침은 절망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되는 반면, 영예를 누리며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에게는 한마디 경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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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불루스의 가르침은 당신이 백지일 때도 놀라지 않도록 돕기 위한 조언입니다.

25~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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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불루스는 좋은 시절과 힘든 시절, 어느 때나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어느 것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 대신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는다면 "성쇠의 변화를 고귀하게 감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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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불루스는 두 가지에 대해 특히 주의를 당부하며 좋은 시절과 힘든 시절 모두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지 말라 말한다. 그 대신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며 그것만이 성쇠의 변화를 감내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삶을 대함에 있어 일희일비하다 보면 감정에 휩쓸려 실수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생의 파도에 휩쓸리기 마련인데, 클레오불루스는 이런 점에 대해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는듯하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어떤 일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조급하지 않고 무던하게, 세상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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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변하는 세상에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헤라클레이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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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당신이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은 고대 스토아철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철저히 집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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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무관심과 정반대인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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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란 스스로의 인생에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쏟아붓는 생각과 노력, 에너지까지 모든 것이 집중되면 결국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40~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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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단점을 장점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장점을 더 발달시켜 부각시키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는 지혜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괜히 힘 빼고 시간 낭비하기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내 인생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서 이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집중과 선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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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의심 한 방울을 떨어트려라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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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주의적 태도와 목표는 탄력이 붙어 진행되는 일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사각지대에 있어 보이지 않는 위험을 더 잘 들여다보고, 이러한 위험에 더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

회의주의적 태도를 습관으로 만들면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비판적인 태도는 몸에 배고 자연스레 일상의 일부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줄 것입니다.

54~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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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주의적인 태도나 목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은근히 많은데, 따지고 보면 이것만큼 삶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장치도 없는듯하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건강한 의심 한 방울이 나를 보호하는 최적의 방법일 수 있는데, 이를테면 부동산 사기, 주식 사기,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등에 노출되었을 때 잘못된 선택인지 아닌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무턱대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언제든 우리는 불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회의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독과 기회를 한 번 더 구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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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라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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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고전시대 시기부터 존재했던 '영원회귀'라는 사고실험을 대중화한 인물입니다. 영원회귀는 우주의 모든 존재와 그 에너지가 반복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무한히 계속될 것이란 개념입니다. 당신이 오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여러 선택지 중 어느 하나를 택하더라도, 오늘이라는 시간은 미래에 그대로 무한히 반복될 겁니다. 이게 바로 영원회귀입니다. 말 그대로 당신의 선택에 따라 보낸 시간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지요.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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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꼭 전체를 뒤엎을 만큼 커다란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변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나를 둘러싼 기존의 환경과 상황을 아주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죠.

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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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회귀는 당신의 결정에 중요한 가중치를 둡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행동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그런 행동을 합니까? 일을 대충 내버려 두어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진짜로 원해서 그렇게 하는 건가요? 처음 시작하는 순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주기적으로 행동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는 어느 때나 나의 선택이 반영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두렵지 않을 선택으로 채워진 진짜 인생 말입니다.


일상에서 영원회귀를 잊지 않는다면 매년 매월 매일 매 순간마다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에 정확히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

한마디로 이 사고 실험은 후회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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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영원히 시간에 갇혀 메아리처럼 반복될 때마다, 당신은 눈앞에 놓은 여러 선택지를 떠올리며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5~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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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영원회귀'를 살펴보면 결국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라는 말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선택한 삶이 최선인지, 또 같은 삶을 살아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지 물음으로써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만약 지금 과거의 어떤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면, 니체의 영원회귀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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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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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을 너무 큰일로 생각하지 마세요. 거창하게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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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일상생활을 등한시하고 따로 연습해야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힘든 하루일수록 덕을 쌓을 기회는 더 많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의 핵심은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기 위해 덕을 실천할 때 얼마나 습관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기회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입니다.

(...)

말만으로는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특정한 상황에서 '중도'를 찾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과 다양한 실제 경험이 필요합니다.


74~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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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일상의 덕을 쌓는 것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지 묻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덕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로, 일부러 시간을 내서 행하기보다 일상 속에 스며들어 행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바탕으로 행하면 되는데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돕는 일, 정직하게 사는 삶,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 등으로 용기, 친절, 겸손, 근면, 정직, 인내, 아량, 관용, 연민 같은 덕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덕을 쌓았는지 보다, 얼마나 습관적으로 실천하는지, 또 각각의 기회를 얼마나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다.


이렇게 말하니 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막상 상황에 닥치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기에 우왕좌왕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고, 과하게 대처할 수도 있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뼈를 깎는 '중도'를 찾는 것과 다양한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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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가장 빠른 길로 간다

이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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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되어 가는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유연성과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전설적인 무술인 이소룡이 말한 것처럼 '물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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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물은 꾸준히 유연하게 흘러갑니다. 가능한 한 강을 따라 똑바로 흘러갑니다. 필요하면 장애물을 둘러 가도록 방향을 바꾸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서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항상 가는 짧은 길을 선택한다고 할 순 없어도 가장 빠른 길을 택하는 셈입니다.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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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보통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정면으로 맞서는 것, 두 번째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해 돌아가는 것이다.


이소룡의 관점에서 보자면 '물이 되어라'는 말은 가능한 마찰을 피하라는 말로, 장애물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우아하게 장애물을 피해 가는 방법을 의미한다.


모든 상황을 맞서지 않고 피해 갈 수만은 없다. 때로는 맞서 싸울 때도 필요한 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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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정보에 감춰진 패턴을 파악하라

탈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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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인생의 패턴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오늘부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패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일기를 써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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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에는 패턴을 파악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남긴 글들을 돌이켜 보면 여러분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

두 번째,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위대하거나 성공한 사람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세요.

(...)

마지막으로, 조금 더 추상적인 수준으로 들어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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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 윤리학 등을 공부해 보면 유사한 패턴이 더 큰 규모로 펼쳐짐을 알 수 있습니다.

(...)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분이 관찰한 내용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다면 매일 조금씩 시간을 투자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01~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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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곧 삶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치를 가졌다는 말과도 같다. 이는 곧 어떤 일이 닥쳐도 덜 놀라고,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삶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탈레스는 이런 삶의 패턴에 대해 당장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할 일이 많다면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일기를 쓰는 것,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것, 세 번째는 각종 공부를 통해 유사한 패턴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작게는 나 자신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주변 환경과 사회적 이슈, 세계적인 정세 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어찌 보면 패턴 파악하기는 우선적으로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예컨대, 나를 파악하고 있다면 내 몸의 컨디션, 습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등을 예상할 수 있어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하루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쌓이다 보면 몰랐던 나의 패턴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알찬 365일을 가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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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실제로 적용했을 때 완성된다

데모크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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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크리토스식 사고는 우리가 관찰하고 행동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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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한 것들을 중심으로 보편적인 명제를 끌어내는 사고'는 단순히 일이 어떻게 되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우리에게 도움을 줍니다. 이 방식은 여러분 주변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피드백을 받아 반응한다는 개념에 뿌리를 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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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그 외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엄선된 정보는 지식을 얻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혜를 얻는 출발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혜는 실천과 경험에서 옵니다. 즉 실제로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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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상을 관찰하는 경험은 당신의 직장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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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적인 질문들을 통해 주변 환경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신호들을 간과하거나 잊지 않도록 되새길 수 있습니다.

111~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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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루틴에서 벗어나 도전하거나 실현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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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일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 궁금해하세요. 쉽게 말해 다른 여러 일에 호기심을 가지라는 말입니다. 사회의 다양한 방면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해내는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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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론상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놀랍고 새로운 해결책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114~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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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크리토스는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직접적으로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들어가 보기를 권하고 있다. 책으로 아는 것은 그저 지혜를 얻는 출발점일 뿐이며, 일단은 현실에서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실천적 행동으로 행해야만 제대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밭에 농작물을 심는다고 가정해 보자. 책을 보고 공부하면 이론적으로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것을 적용해 보려 하면 책에서 익힌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감을 통해 실제 날씨, 흙 상태, 모종 상태, 물 주기, 주변 환경 등을 두루 고려하여 모종을 심고 가꿔야 제대로 작물을 잘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몸으로 체득한 경험이야말로 제대로 된 지혜를 얻는 것이라며 데모크리토스는 '경험'에 큰 비중을 두고 직접 해봐야 지혜가 완성된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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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순한 것을 선택하라

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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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상황을 각기 잘 설명하던 두 가지 이론이 서로 부딪히면 우리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결정을 내리나요? 스콜라 철학자 윌리엄 오컴은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줄지도 모릅니다.


"가장 단순한 설명을 선택하라."


당신에게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사실만 남겨 고민해 보라는 말입니다. 막연한 희망이나 어설픈 추측은 선택에 방해가 될 뿐이지요. 그러니 이론에서 관찰할 수 없는 부분은 제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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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언은 '오컴의 면도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의 도구상자에 담아두고 유용하게 사용할 도구죠.

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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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의 면도날이 모든 상황에 항상 적합한 도구는 아닙니다.

(...)

가끔은 다른 철학의 면도날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증거 없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증거 없이도 기가 될 수 있다."

-히친스의 면도날-


"어리석음으로써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일을 악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

-핸런의 면도날-


"실험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은 토론할 가치가 없다."

-올더의 면도날-

125~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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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르게 변화해 때때로 압도되는 느낌마저 받는 세상에서라면, 일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 여러분 자신과 그 외 다른 이들에게 상당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품격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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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의 면도날'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혜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절히 활용하면 문제의 핵심에 다다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어 면도날이라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듯하다.


사실과 추측이 뒤섞여 있을 때, 혹은 두 가지 문제에서 고민 중일 때 팩트를 구분하고, 단순화시켜 제대로 문제를 보는 용도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모든 문제를 판단하고 이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기에 칼을 쥐고 있는 것 또한 자신임을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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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은 피해를 막는 대비책

히포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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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가 얻었던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누군가의 행동이 낳은 결과에는 예상치 못한 것이 많기 때문에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선행을 하고자 할 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우선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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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즉각적인 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충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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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차 효과를 고려해 보면, 우리의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이미 나쁜 상황을 더 좋지 않게 만드는 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해악은 즉각적으로 드러나기보다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결과 속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면에서 소규모로 여러 해결 방안을 시험해 볼 수도 있으니, 그 선택의 폭이 훨씬 넓습니다.

(...)

적어도 의도치 않았던 큰 규모의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막을 수 있습니다.

135~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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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정신에서 보면 우리의 의도나 꿈, 이상이 아름다울 수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바로 그 결과입니다.

1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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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좋은 의도에서 무언가를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때가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 점에 주목하며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더라도 중요한 것은 결과라고 말하며, 즉각적으로 실천하기보다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때때로 좋은 일을 하고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결코 흘려들을 말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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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용기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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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누엘 칸트는 근본적인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찾는 이들에게 위의 세 가지 질문은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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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전문가는 많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수 세기 동안 썼던 말을 가장 먼저 인정할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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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자신만의 해답을 가졌지만, 당신이 맹목적으로 그의 답을 따르기를 원치 않을 겁니다. 그는 항상 사람들이 스스로 깊이 생각한 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고를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제거하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여러분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것이 우리가 바랄 수 있고 바라야만 하는 목표여야 할 것입니다.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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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의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이 바로 칸트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스로 생각해서 해답을 찾아가는 것!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이것의 실천을 위해 칸트는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3가지 질문을 전하며 더 많이 알고, 알아가기 위한 자문자답 방식을 권한다.


맹목적으로 누군가의 답을 따르는 것은 결국 내 인생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아는 바는 무엇이고,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바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하나씩 질문과 답을 확장해가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사고가 확장해 갈수록, 지식이 늘어날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더 깊이 사고하고 판단하고 수정하고 제거해 가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이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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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는가

히파르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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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순간, 우리의 가치관은 어떠한 상황에서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호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의 중요성이 더욱 더 명백해집니다. 방향을 잃게 만드는 폭풍우 속에서의 나침반처럼, 가치관은 우리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며 그 길로 나아갈 용기를 줍니다.

1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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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은 여러분의 태도와 행동의 지침이 되는, 오랫동안 마음속 깊이 지녀온 신념입니다. 가치관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무엇이 바람직한 것이고 무엇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 가치관은 당신의 삶이 올바른 길로 가는지, 우리가 인생에서 여러 가치들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지 측정하는 척도가 되어줍니다.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행동을 했을 때 여러분은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치와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고통을 느끼기도 합니다.

1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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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관을 지녔는 가다. 이것은 곧 삶의 지침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인생의 가치들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삶의 선택이나 방향을 설정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적어도 가치관이 명확하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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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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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데 이정표가 되어줄 선택들은 결국 내 안에서 나온다.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며, 이에 따라 삶의 형태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행복하게 사는 것, 부자로 사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화목한 가족을 이루는 것, 화려한 삶을 사는 것 등등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선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목표를 정할 수 있다.


12명의 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12개의 지혜를 전하고 있지만 이 모두 나의 선택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다. 그리고 칸트가 말했듯 모든 선택은 오로지 나의 가치관에 기인하여 숙고한 끝에 결정되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철학으로는 소크라테스와 니체의 지혜를, 역경이 닥쳤을 때 뛰어넘는 철학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이소룡의 지혜를, 뜻밖의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철학으로는 탈레스와 데모크리토스를 꼽을 수 있지만 이 역시 각자 선택의 몫이다.


자꾸 선택해야 한다고 하니 덜컥 두려움에 휩싸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신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천천히 아주 작고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보자.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후 먼저 사고하고 실험하며 경험해 본 철학자들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나만의 철학을 더 발전시키고 깊이를 더하다 보면 분명 나만의 특별한 인생 레시피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는 결국 나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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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 (양장) - 하루 끝에 건네는 따스하고 다정한 응원들
이재은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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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가꿔나갈 100일의 여정!"



앞서 인문 도서들을 읽으며 사회문제를 비롯해, 철학자의 이야기까지 만나보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는데, 타이밍 좋게 이번에는 힐링할 수 있는 도서를 만났다.


너무 한 방향으로만 독서하는 것보다 순서 중간에 '쉼표'가 될 수 있는 책을 배치하면 보다 즐겁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만난 건, 럭키였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MBC 이재은 아나운서의 첫 에세이이자 필사집으로, 100일 동안 꽃밭을 가꾸듯 마음을 가꿀 수 있는 다정하고 힘이 되는 문장과 따뜻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들이 가득하다.


책에 담긴 문장들은, 저자가 힘들고 지쳤을 때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읽었던 여러 글 중에서 특히 좋았던 글 100편에 자신의 생각을 함께 정리한 것으로, 읽다 보면 기분이 가라앉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갔을 저자가 그려진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을 읽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기 보다, 그저 가벼운 마음과 걸음으로 대면하기를 원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도 함께 넣어두었다.


이를 통해 매일 한 편씩 산책하듯 읽어보고, 편안하게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이 책의 활용법!>


■첫 번째. 스티커로 취향대로 꾸며보자!

첫 페이지를 펼쳐보면, 책을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스티커를 발견할 수 있다. 표지나 내지 어디라도 좋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책을 꾸미며 그 행위 자체를 즐겨보자!



■두 번째. 저자가 제안하는 가이드대로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해 보자!

이 책을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 자세, 방법 등을 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독자가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있다.



■세 번째. 필사와 질문들을 통해 마음 다스리기!

일자별로 담겨있는 문장들의 말미에는 긍정의 마법 주문, 긍정의 한 줄을 쓸 수 있는 필사 페이지, 나를 바꾸는 질문 등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네 번째. 감정적인 일러스트로 감성 에너지 채우기!

힘이 되는 문장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통해 감성지수도 높여보면 어떨까 한다.



*****


마음이 지치고 힘든 날 그냥 잠들기보다, 새롭게 시작될 또 다른 날을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보면 어떨까? 오늘 무엇 때문에 마음이 상했는지, 또 어떤 것으로 인해 우울했는지 살펴보다 보면, 지친 마음은 어느새 충전이 되고, 내일은 오늘의 연장선상이 아닌, 새로운 하루로 다가올 것이다.


아래는 마음에 와닿았던, 혹은 하루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되었던 문장들을 모아보았다. 덕분에 건강한 에너지도 얻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마음을 꽁꽁 얼리는 차디찬 비난의 말,

여기저기 박혀 있는 상처들은

긍정적인 마음이 자라날 틈새를 막아버려요.


좋은 마음을 키워내고 싶다면

천천히 마음 밭을 고르는 작업부터 해보세요.

차분히 앉아 눈을 감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크게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봅시다.


(...)

마음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빼버립니다.

누군가가 던져놓은 커다란 돌덩이를 밀어냅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자라버린 잡초를 뽑아냅니다.

16~17페이지 中

=====


무엇을 하든 준비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숨 고르기는 좋은 마음을 키우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거기에서부터 시작이다!



=====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할 땐 책상 정리를 합니다.

(...)

쓸모없는 것들은 버리고 어지러운 주변을 정리하면

뒤죽박죽 고민으로 가득했던 머릿속도 비워지고

자연스레 생각도 가벼워집니다.


잊고 싶었던 기억, 창피했던 순간, 감추고 싶었던 상처까지 가득 찬 것을 버리며 마음을 청소해요.

마침내 모두 비워낸 그 자리에 잃어버렸던 꿈과 열정을 다시 채워보는 거예요.

오늘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정리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34페이지 中

=====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정리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생각이 복잡하고 마음이 어지러운데, 방안마저 어지러우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생각은 물리적으로 정리할 수 없으니, 일단 주변 정리부터 시작해 보자.


그렇게 몸을 움직여 하나 둘 정리하고 비우다 보면, 어느새 말끔해진 머릿속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운 공간은 원하는 또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

오히려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더 강하고 건강한 사람이 아닐까요?

혹시 실수하거나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겸허히 받아들이고 배울 자세가 되어 있으니까요.


(...)

부족함을 애써 감추고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마주해보세요.

부족함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여유 공간입니다.


자신을 서서히 채워가는 즐거움을 발견할 거예요.

나를 마주할수록 나는 점점 강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48~49페이지 中

=====


개인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람이야말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자신의 부족한 점 소히 약점을 타인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부족한 부분을 배울 의지가 있다는 의미고, 또 그만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이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내게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그 모든 것이 쌓이면 자존감도 회복되고 단단한 내가 됩니다. 결국엔.

56페이지 中

=====


삶의 기준을 '나'에 맞추면 자존감은 물론 자신감도 쌓인다. 하지만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면 어느 순간 나는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에 무너지고 넘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한다.



=====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포기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한다."


시어도어 프랜시스 그린의 말처럼 나이라는 핑계는 던져버리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배움은 내 인생을 빛나게 한다.

공부를 통해 나의 가능성을 확장해나가자.


공부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62페이지 中

=====


배움은 끝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와 그래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위의 두 문장이 답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가 늙는 이유, 그리고 가능성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결국 공부를 포기하거나 포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를 들먹여 안 할 핑계를 찾기보다 무엇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배움을 실천해가는 삶을 살아가자. 그것이 삶을 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이자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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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는 뾰족한 말들로 내 마음을 더럽히지 말기로 해요. 부정적이고 무의미한 문장들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내 마음에 닿기 전에 흙으로 덮어버리세요. 잡초를 뽑아내듯 과감하게 털어내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 다정한 말을 심어보세요.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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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유난히 관심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에는 핵심이 없고 그저 남을 찌르는 말들로 가득하다.


그런 말에 어떤 이는 때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들은 왜 저런 말을 할까 혼자 상처받고 자책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새기도 한다.


이제 부디, 그런 말에 휘둘리지 말자. 잡초를 뿌리째로 뽑아내듯 과감하게 버려버리자. 그리고 그 자리에 나만의 다정한 말과 마음을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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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먼저 살피고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무조건 이기적인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더 자주, 더 많이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봐야 해요. 오늘은 '자서전 써보기' 셀프 처방을 내려주세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글로 쓰면서 내 감정을 마주하고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네가 안 행복한데, 누가 행복하겠어?'

'맞아, 내가 행복해야지!'

197페이지 中

=====


내가 내 감정을 먼저 살피고,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인데, 때때로 이것이 이기적인 행위로 비칠 때가 있다.


내가 나를 살펴보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살펴볼까?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위일까?


이기적인 것은 '나만' 생각하고 타인에게 무례하거나 해를 끼쳤을 때 하는 말이다. 헷갈리지 말자!


오늘은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많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주는 하루를 보내보면 어떨까 한다.




나에게 있어 '나'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것을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항상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예쁜 말로 다독여주는 것은 늘 필요하다.


때때로 우리는 외부환경, 상황, 사람, 관계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냥 넘기기보다 잠들기 전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이 행위를 반복, 지속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속에 자라던 부정적인 말과 감정, 그리고 어려움으로 다가왔던 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평소 갖는 생각과 품고 있는 마음들이 점차 긍정의 꽃밭으로 가득 차게 되면서 어느새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날들을 꿈꾸며 독자들에게 그녀의 삶에 도움이 되었던 문장들을 살며시 건넨다.


그러면서 당신도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힘내라고, 강력한 응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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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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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의 이야기는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미국 여성은 어째서 자녀를 갖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이 책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핫한 저출산을 비롯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냥 무심코 넘겼던 이야기에서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여성들의 출산에 대한 선택 문제, 그리고 사회적인 가족 모델의 변화, 기후변화 등 환경적인 요인의 변화, 피임이나 냉동난자, 시험관 시술 등에 기술의 변화, 그리고 자발적 무자녀를 선택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출산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여성의 문제라는 식으로 특정 지어 책임을 지운다는 점, 또 아이가 없는 여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거나, 마치 실패한 인생처럼 이야기한다는 점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가 아닌 여성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호칭조차 없을 정도로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엄마'라는 지위에 대해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저출산을 과연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다루며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와 변화가 있었는지, 또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저출산의 문제와 해결 방안들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살펴본다. 여기에 더해 여성들이 '엄마가 되지 않기로 선택'한 것에 대한 심오한 질문의 답도 함께 찾아나간다.


단지 출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정상 취급을 받고, 마치 아이 낳는 기계처럼 대우받는 사회 속에서 이제는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과연 출산이 당연시 되는게 맞는지, 또 이것이 왜 강요받아야 하는 일인지, 이것으로 왜 여성 개인이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지 제대로 마주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 전반의 모습과 환경, 가족구조, 생식에 관련된 의료기술 등 많은 것들이 변했고, 변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이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에 대해 사회는 여성 개인의 문제(안위, 성취, 모성 회피 등)로 치부하며 이기적인 존재로 취급해왔다. 그러면서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무례한 질문을 사람들은 서슴없이 해왔다.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어찌 보면 선택의 문제일 뿐인데, 왜 이것이 이토록 당연한 것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가정 내에서는 물론, 사회 전반의 교육시스템, 경제력, 커리어, 환경, 복지 등으로 인해 점점 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으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관한 문제는 오로지 '여성'에게 특정 지어 책임을 지운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없는 환경을 만든 정부와 사회 시스템은 나 몰라라 하며 인구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아이 문제를 들먹이며 여성을 괴롭힌다.


그래서 엄마 아닌 여성들은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유한한 삶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행복한 삶을 위해 말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서 남은 것은 엄마인가 엄마가 아닌가에 대한 결론뿐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한편으로는 서글프다는 생각도 든다. 여성의 존재가 단순히 아이를 낳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왜 남성과 여성은 다르게 취급받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사 속에 존재했던 여성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수없이 변화되어 온 사회현상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답과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되돌려 볼 방안을 찾아보면 좋겠다. 더불어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또한 바로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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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랜 시간 여성은 임신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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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피임약과 기술이 등장하기 전부터 여성들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임신을 피해왔다. 이에 대한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여성이 자녀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선택하고 고민해 온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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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언제나 존재했고, 그 방법 역시 언제나 존재했다. 여성이 자녀를 가진 세월만큼 오랫동안 여성이 자녀를 갖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역사적 증거가 있다.

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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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고, 전문교육과 직업을 가지면서 아이를 낳는 것을 피하거나 적게 낳는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실상 여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또 선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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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피임 기술의 적법성과 편의성 그리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 권리는 분명 산아제한을 쉽고 안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성이 산아제한을 원하게 된 것은 아니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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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펴보면, 약간 원인과 결과가 뒤집힌 내용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이런 것들이 인식으로 굳어지면 다시 되돌리는 데 꽤 애를 먹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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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공동체의 소멸과 핵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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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양육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와 함께 해왔다. 엄마 아닌 사람들도 대거 투입되어 아이를 함께 기르고 양육하며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 있었다.


그런데 핵가족화가 되면서부터 출산과 양육은 점차 개인(여성)에게 의존하게 된다. 사회는 점점 더 여성에게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지웠고, 여성들은 점점 고립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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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핵가족이라고 부르는 가족 체계의 움직임은 19세기 초부터 일어났다.

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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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되면서 여성은 점점 고립되어 갔고,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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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이런(출산율)의 차이가 여성의 거주지가 어머니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즉 친정 가족과 공동체와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

어머니 가까이 사는 여성은 일찍 자녀를 갖기 시작했으며 더 많이 낳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가족, 공동체의 지원은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기도 하다.

(...)

부모와 형제자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정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생기는 가족은 본래의 집에서 멀고 재정적으로 불안해 부모나 더 큰 공동체를 돌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모든 관심을 가족 내부에만 집중해 애초에 그런 돌봄을 제공할 책임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86~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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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이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들이 친정식구와 가까이에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출산율이 확연히 차이남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정신적, 경제적, 양육에 있어 안정적으로 돌봄을 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와 직결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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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출산하고 어머니가 된 다음 다른 여성과의 긴밀한 관계망 속에서 자녀를 양육했다. 그 자녀가 모두 생물학적 자녀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역할을 했다.

(...)

가족의 정의는 유연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어서 혈연과 전혀 관련 없는 다양한 사람이 삶의 친밀한 영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초기 미국인은 공동체를 이루며 프라이버시의 벽을 허물고 자녀 양육의 부담을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충분한 공간을 소유한 가정 전체와 나누며 공동체적 양육을 위해 자녀에 대한 단독 소유권을 버릴 용의가 있었다.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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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되기 이전에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때는 꼭 아이를 낳지 않아도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기꺼이 동참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의 벽안에서 함께 공동체적 양육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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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른 지역이나 과거 200년을 살펴보면 핵가족은 붕괴하고 있다. 하지만 핵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퍼지면서 대가가 따라왔다. 공동체와 가족이 오랜 세월 서로를 유지하게 한 여러 가지 방법이 부자연스러워진 것이다.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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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는 어찌 보면 공동체와 가족을 끈끈하게 이어주던 유대감을 끊어놓은 장본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덕분에 여성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이 늘어났다. 출산과 육아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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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뉴잉글랜드의 마을처럼 자녀를 사랑하고 양육하는 일을 나눔으로써 생물학적 부모를 지원하는 공동체는 만들어질 수 있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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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너진 공동체를 '나눔'을 통해 재건할 수 있다 말한다. 어쩌면 전 세계가 초 저출산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시기에, 사회와 시스템이 만들어야 할 것은 이런 공동체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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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사회적 성취와 훌륭한 어머니로서의 역할 모두를 강요해 온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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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회는 여성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해 오기 시작했다.


성공한 여성, 여기에 더해 가정에서는 훌륭한 어머니로서의 역할 모두를 잘해 낼 수 있다며 은근히 부추기고, 또 그렇지 못한 여성의 경우 실패자로 낙인찍거나 죄책감을 갖도록 유도해왔다.


때문에 밤낮으로 여성들은 쉴 틈 없이 가정과 사회를 위해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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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에 '결혼 후 퇴사'법을 통과시킨 이들은 여성에게 선택을 제공했다고 여겼다.

(...)

그러나 그들의 계산은 틀렸다. 어머니가 되도록 여성을 직장에서 내쫓음으로써 그들은 그 반대로 일을 해낸 것일지도 모른다. 여성이 일하기 위해 모성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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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지면 퇴사하도록 종용하는 회사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당연하게 생각했고, 또 그랬기에 여성들은 결혼했다는 이유로, 임신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당하거나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여성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이나 육아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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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모성은 가정에 머물러야 하고 근로는 다른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200년 된 믿음 탓이다. 그리고 자녀가 수입과 상충될 때, 많은 사람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니,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느낀다. 자녀를 적게 갖거나 갖지 않는 것이다.

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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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할수록, 이상하게 먹고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경제적인 부분에 큰 어려움이 생기게 되면 여성은 또다시 선택을 해야 했다. 자녀를 적게 갖거나 갖지 않은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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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을 노동력에서 배제하는 법이 처음 제정된 후로 150년이 흘렀고, 그 역효과는 분명했다. 오늘날 서유럽에서는 노동력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출산율도 높다.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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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는 여성을 노동력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오늘날의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 비율이 높은 노동력을 갖춘 국가일수록 출산율도 높다.


단순히 여성을 가정에 둔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더 나은 복지, 더 나은 경제력 등이 뒷받침되어야만 출산율이 올라갈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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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 위기는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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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최근 들어 위기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는 곧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다음 세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출산에 관계된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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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랄 세상이 어떨지" 고민한 밀스는 환경으로 인해 출산을 염려하는 새로운 시대를 대표했다. 수백 년간 사상가, 경제학자, 운동 가는 한 아이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염려했지만, 그들이 고민한 문제는 세월에 따라 변했다.

(...)

밀스의 졸업 연설은 아이가 일으킬 환경 파괴보다는 아이가 앞으로 할 경험과 지구가(온난화, 화재, 홍수와 그가 이미 예상한 생물 다양성의 상실) 아이에게 미칠 영향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160~1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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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이미 아주 심각한 상태에 직면해 있다. 우리 자녀의 삶은 더욱, 아마 우리의 삶보다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태어나는 모든 아이의 삶은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2019년 의학 저널 <랜싯>의 한 보고서에서 결론 내렸다. 200년간 여성은 환경적인 이유에서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했다. 혹은 선택해야 한다고 느꼈다. 오늘날, 그 선택을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느끼는 이는 많다.

1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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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상가, 경제학자, 운동가 등은 한 아이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지만, 여성은, 어머니는 아이가 앞으로 경험할 지구와 환경이 적합한지를 더 신경 쓰기 마련이다.


때문에 여성은 환경이 좋지 않거나 악조건이라는 판단이 서면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다. 이것은 200년간 이어져온 역사이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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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에 접어들자 기후변화의 현실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기록적인 가뭄, 혹서, 산불, 홍수에 직면하자 환경운동이 다시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

환경주의자들은 새로운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그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선택을 늦추는 것이 아닌가, 혹시 자녀를 갖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최근 16~25세 젊은이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설문 조사에서 열 명 중 네 명이 기후변화 때문에 자녀 갖기를 두려워한다고 나타났다.

1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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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은 몸소 겪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해 아이 갖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기후변화나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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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생물학적 자녀 출생을 위한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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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술을 살펴보면, 출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발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냉동난자, 시험관 시술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곧 생물학적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기대이자 강요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임신을 위해 여성은 남성보다 몇 배는 힘든 난임 치료와 실패의 과정을 수없이 겪으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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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는 여성이 의도적으로 임신을 피하는 것인지, 단순히 교육, 독서, 유행 등을 우선시하느라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라졌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그때나 지금이나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했다. 여성의 탓이라는 것이다.

214~2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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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불문, 출산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늘 여성의 문제로 돌아왔다. 그런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에 오랫동안 노출되어서인지 여성은 어쩐지 출산에 대해 강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힘든 치료도 꿋꿋이 견딘다. 냉동난자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기도 하고, 시험관 시술과 난임치료도 불사한다. 자신이 겪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실패까지도 끌어안으며 아이를 낳는 방법에 온 마음과 시간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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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보조 생식 기술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이용하기 어렵다. 남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여성은 북반구 전체는 물론, 북아프리카 여성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로 난임을 겪고 있다.

2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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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한 건 국가나 사회보장 시스템에서는 정작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인색하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으로 자연임신이 불가한 경우 이에 대한 모든 비용은 개인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에게는 그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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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필사적으로 원하는 여성의 품에 아이를 안겨준다고 약속하는 것은 시험관 시술만이 아니다. 공식적, 비공식적 입양, 임시 보호 양육, 공동체 양육은 수백 년 동안 자녀 없는 가정에 자녀를 안겨줬다.

(...)

많은 여성에게 시험관 시술은 신이나 과학, 혹은 둘 다의 선물이다. 하지만 다른 여성에게 그것은 불어나는 카드 빚과 자가 주사를 하고 남은 주사기가 가득 든 봉투만 남긴 허상의 근원이다. 또 다른 이에게 그것은 필연적인 이유로 손에 닿을 수 없는 대상이다.

(...)

오늘날 여성에게 왜 자녀가 없는지 묻는다면 한 가지 답은 가장 분명하면서도 가장 쉽게 무시되는 것이다. 자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혹은 비싼 생식 보조 기술을 쓸 수 없기 때문이거나 브릿짓 애덤스가 인생 최악의 날에 알게 됐듯이, 그 방법을 쓰더라도 여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250~2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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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종용하지만, 실상 아이를 갖고자 하는 여성에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왜 아이가 없냐는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자 존중받지 못하는 행위다.


겉으로는 엄마 아닌 여성이지만, 실상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여성이자, 이제는 수많은 카드빚과 허상, 그리고 좌절감만 안고 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한 데 뭉뚱그려 '그런 여성', '저런 여성'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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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현대사회는 자발적 무자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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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는 자발적 무자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자녀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출산과 양육에 대해 과거의 규범이나 사회적 가치보다 자발적인 양심과 선택에 따라 선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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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지를 하거나 출산을 하는 결정은 이제 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양심과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있다"

2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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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경제, 독박 육아, 삶, 커리어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요즘 사람들은 기존의 가치관이나 관습보다는 자신들의 생활패턴이나 상황에 따라 출산과 임신 중지를 선택하려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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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통제 예방센터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이 중 6퍼센트만이 NON의 상상처럼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았다." 자녀를 갖지 않기로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을 중심으로 산 경우는 극소수에 그친다. 그 밖의 우리가 자녀를 갖지 않은 이유는 난임 또는 대학원 졸업, 커리어, 적당한 상대 찾기, 주택 마련이나 은퇴를 위한 저축, 나이 든 부모 보살피기, 대학 학자금 갚기 등 생존에 필요한 일들을 우선시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얻은 결과다.

2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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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의 수는 극소수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생존이 위협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은 초 저출산 국가라고 흔히 말하는데,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통계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그 면면에 숨겨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낳을 수 없는 상황임을 국가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방법을 찾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불명예스러운 저출산 국가의 오명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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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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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라면 '어째서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복잡 미묘하게 얽혀있는 일들로 인해 하나로 규정지어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못 인식되어 온 여성 이기주의나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로 명명되는 것 역시 바로잡아야 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사라져 버린 세상 속에서 이제는 그 누구도 출산과 양육에 대해 강요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그저 그것은 당사자들의 선택이며, 사회나 국가 시스템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복지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때문에 이제는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라는 물음보다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아이는 당연한 것도, 의무도 아니다. 때문에 엄마 아닌 여자들에 대해 비정상이거나, 짐을 지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문제는 자녀가 아니다. 문제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위한 복지정책이나 유급휴가 등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삶의 형태는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끊어진 공동체 또한 되살려 가족의 구성 수나 형태와 상관없이 서로를 돕고 돌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서로를 별개의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까지 상쾌시킬 수 있는데, 이는 곧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를 포함해 우리 모두를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자, 서로를 지키는 방법이다.


저출산 문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많은 역사가 개입되어 있고, 또 시스템과 인식이 관여되어 있다. 그래서 단번에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민하고 또 숙고해야만 하는 이유는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육아는 과거보다 더 힘들어졌고, 경제적으로도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공동체도 무너졌고, 결속력도 약하기에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들다. 에너지는 더 많이 쓰는데 결과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 연출된다.


여기에 더해 임신은 더 어려워졌다. 단순히 결혼연령이 높아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 요인으로 인해 남녀 모두 난임 확률이 높아졌다.


이제는 엄마와 엄마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구분이 의미 없어졌다.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 규범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현 상황에서 서로를 위할 수 있는 방법,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국한하기보다, 이제는 내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나 친구, 지인들 또한 가족이라는 범주에 기꺼이 끌어들여 과거처럼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지금의 이 난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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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실존의 미학, 내 삶의 예술가 되기 - 천경의 미셸 푸코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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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철학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을 용기를 냈고, 그렇게 '처음'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와 '천경'이라는 작가를 만났다.


처음이었기에 설렜고, 궁금했다. 미셸 푸코가 추구하는 철학은 무엇일지, 그것을 천경이라는 작가는 어떻게 해석했을지, 또 이것이 나에게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필드에 들어서니, 눈이 팽팽 돌았다. 처음부터 저자가 경고성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게 다가올지는 몰랐다.


저자는 1부의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 경고했고, 2부와 3부는 쉽고 재밌을 거라 말했다. 더불어 매우 자주! 체계를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흐름에 따라 글을 썼다는 것을 강조했다.


소개 글이나 추천글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무색할 정도였고, 저자가 말한 경고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또 실감했다. 특히 서문에서 1부까지의 내용은 심각했는데, 내용이 연결되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조각들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계속 읽었다. 저자가 초반에 경고한 부분이 있었기에 어쨌든 꾹꾹 눌러 담으며 다음 장을 향해 나아갔다. 1부의 내용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 노력도 했다. 그런데 막상 다 읽고 난 지금까지도 과연 1부의 내용이 꼭 필요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2부 내용부터는 1부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앞선 경고대로 내용은 흘러가고 있었으나 중간중간 신변 잡담 수준의 이야기로 빠지는 것은 비일비재했고, 명료하지 않은 구성은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왜 작가 개인의 하소연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건 나뿐인가?)


저자는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왜 저자의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그런 재미를 주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스스로 자신의 글이 울퉁불퉁하고, 유아적이고, 세련되지 못하다고 평하고, 자신의 글쓰기는 경로를 자주 이탈한다고 말하며 전혀 고칠 생각은 없으니 아이러니하다. (알면서 행하지 않는 것을 무어라 칭해야 할까?)


미셸 푸코의 원문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최소 1/3에서 1/2 정도는 걸러서 읽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특히 나와 같이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아니 어쩌면 원문을 먼저 읽는 것이 더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군더더기 제외하고 <실존의 미학>의 본론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102페이지부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저자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재미를 반감시킨 덕분에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미셸 푸코를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의 경우는 자신의 그런 책쓰기 방법에 대해 너무 당당하게 밝히며, 그것이 자신의 글쓰기 방식이라 말하는 것을 보고 조금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그럼에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은 책이기에, 나름대로 미셸 푸코의 사상과 철학을 정리해 보았다. 최대한 처음 읽는 사람들도 이해 가능한 범주로 정리해 보려 노력했고, 핵심 내용들만 기재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저자가 쓴 단어들로 인해 다소 이해가 가지 않거나 복잡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미셸 푸코의 말기 작품인 《주체의 해석학》을 재해석하여 서술하고 있다. 1부에는 미셸 푸코의 철학인 통치성과 주체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2부에서는 <주체의 해석학>에 대한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미셸 푸코가 말하는 주체화를 이루기 위한 일상의 여러 방법들을 담고 있다.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실존의 미학이라 말하는 핵심 내용은 결국 '외부의 가치기준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발명하여 역량을 펼쳐내는 삶'에 대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와의 관계가 중요하며,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 또한 중요하다 말한다.


미셸 푸코가 말하는 주체화 방식은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시대의 주체화 방식을 다루는데, 현대 시대와 비교하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나'라는 주체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어떤 행동양식으로 살아갈지를 함께 고민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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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하기>의 핵심 단어인 '자기배려(자기 돌봄)'를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감정이나 인식이나 진실이나 관계나 성공이나 돈이나 이런 것을 대하는 태도 바꾸기, 즉각 행동 바꾸기.

(...)

<주체의 해석학>은 그 방법을 고대 그리스와 헬레니즘, 로마 철학자들의 실천 기법들을 통해 알려준다.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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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주체의 해석학> 간략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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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은 푸코가 1981~1982년 콜레주드프랑스에서 강의한 내용을 녹취해서 출간한 책이다. 푸코의 말기작에 속하는 이 책은 자기 수련의 방법적 도구로서 '실존의 테크닉'들에 대해 논한다.


실존의 테크닉이란 지금과 다른 주체를 생산하는 기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다른 주체는 주체의 외부에 있는 진리들을 자신의 신체에 기입하여 진리와 주체가 만나는 매 순간 탄생한다. 스스로 자신의 주체화 양식을 만들어가는 예술 행위를 푸코는 '실존의 테크닉'이라고 정의한다.


푸코가 보기에 고대인의 주체화 방식, 기독교인의 주체화 방식, 근/현대인의 주체화 방식을 각각 상이하다. <주체의 해석학>은 이 중 고대인의 주체화 방식, 즉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시대의 주체화 방식을 다룬다.


<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고대의 철학이란 자기배려와 뗄 수 없는 관계로,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배려와 자기인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푸코의 정의에 따르면 자기배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이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행위이며,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행위"다. 그러나 자기에게 몰두하거나 자신을 돌보는 행위는 개인의 이기적인 행복 추구와는 거리가 있다.


자기배려는 "영혼을 부단히 훌륭하게 만드는 일"과 관련된다. 때문에 자기와 적절한 관계를 맺는 '자기배려'는 타자와 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고, 자기는 물론 타인과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한편 자기인식 역시 당시에는 "처신함에 있어서도 지나침이 있어서는 안 됨을 의미" 하는 것으로 "자신의 힘을 과신해서는 안 되고, 힘과 대적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원칙"이었다.


그러니까 이 시대의 자기인식이란 자기배려라는 "일반적인 범주의 한한 형식"이었다. 한마디로 자기인식은 자기배려를 위한 것이었다. 즉, "내 자신을 돌보고 배려하는 한에서만 내 자신을 알려고 애써야 한다는 말"이다.


푸코가 지향하는 자기배려에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일련의 자기 수련 과정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근데 '데카르트의 순간'에 와서부터는 '인식'화 되어버리면서 철학이 "탁월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자기배려'가 아니라 '인식의 여정'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지식을 축적하고 소유하는 영역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많이 아는 놈, 많이 가진 놈이 장땡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앎을 실천과 연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주목받고, 이런 방식을 선호하다 보니 여기에는 자기배려가 끼어들 틈이 없다.


존재는 변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자기를 내기에 걸고 죽을힘을 다해 수련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제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주체의 변모를 위한 적극적인 자기배려를 했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변화를 위해 자기를 돌보며 살아야 해!'라는 것이 전제된 사회였다는 말이다.


나의 어제와 오늘이 똑같다고 느낀다면, 존재를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힘인 자기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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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주체의 해석학> 개념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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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자기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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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기란 자기 문제에서 출발한 물음과 실천이어야 한다. 여기서 '자기 돌봄'이 시작된다. 나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실존의 테크닉'을 각자 고안해야 한다. 우리의 존재만큼이나 많은 실존의 기술을 우리는 발명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푸코는 '자기 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 자기 테크놀로지란 '자신의 행동 규칙들을 스스로 정하고, 자신의 고유한 존재 내에서 자신을 변화, 변모시키며, 자신의 생을 작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숙고된 자발적인 실천'이다.

(...)

이때 고대의 자기 수련 기술들을 소환해 보면 참고할 만하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글쓰기, 경청 독서, 사유와 표상 점검, 죽음 수련, 양생술, 자기통제, 각종 정화 의식 등 수많은 '영성'이 실천됐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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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의 적절한 관계 맺음은 타자와의 적절한 관계 맺음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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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의 삶을 살고 있으니 내가 조금 변한다는 것은 세상을 조금 변화시키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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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들처럼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할 때, 나를 잘 돌보고 있는지, 자식을 잘 돌보고 있는지, 세상을 잘 돌보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

지금 내 삶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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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자기 돌봄을 위해 자기만의 실존 기술을 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자기 테크놀로지'라고 명명했는데, 이 방법들은 그 어떤 외부 조건에 상관하지 말고, 자신만의 기술을 선택하여 길러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자기 수련 기술들을 살펴보면, 글쓰기, 독서, 자기 통제, 명상 등으로 일상 가까이에서 실천하고 수련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푸코가 말하는 성적 쾌락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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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성의 역사 2: 쾌락의 활용>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의 자기 배려란 성적 욕구를 지배하는 것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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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활용과 관련해서 그리스인은 세 가지 형태의 자기배려 기술을 연마했다. 양생술, 가정관리술, 연애술이 그것이다.

(...)

푸코 편에서 "그리스인의 도덕적 주요 관심사는 한마디로 잘 사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

그런데 잘하는 것의 핵심이 '자기배려'라면 이 자기배려의 내용은 쾌락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즉, 그리스인에게 '성적 쾌락의 활용'은 자기배려의 특권적 영역이었다.


이 쾌락을 잘 활용하고 관리하기 위해 그리스인은 양생술, 가정관리술, 소년과의 연애술 등 세 가지 자기배려 기술을 스스로 수련했다. 이는 성적 영역에서 도덕적 주체로 자기를 배려하는 세 가지 기술이다.


양생술은 동양에서도 발견되는데, 시기와 내용이 유사한 점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정액을 소중히 여기는 점이 양측 모두에서 나타난다.

(...)

여하튼 고대 그리스의 양생술이란 자기의 신체와 맺는 관계를 말한다.

(...)

허용과 금지, 정상과 일탈의 외부 기준은 없다. 스스로 체질과 기후, 신체 특성이나 환경 등을 고려해 성적 욕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즉, 무절제한 성행위를 알아서 삼갔다는 것이다.

(...)

그리스 사회는 생식만이 성관계의 목적의 아니었다. 남성 간의 성행위를 더 문제시하지도 않았다. 어느 쪽이든 과도하지 않아야 했다.


가정관리술도 흥미롭다. 가정관리술이란 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배려의 기술이다. 이것은 부인을 다스리면서 동시에 자기를 다스리는 기술이다. 동양도 그랬지만, 이 시기 그리스도 부인은 남편과 대등한 지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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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보다 조금 나은 처지인 부인의 위치를 인정하면서, 부인 및 하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정관리술이다.

(...)

한마디로 남편의 자기배려란 자기 절제의 테크닉을 발휘해서 부인이 잘 수용케 하는 능력이다.

(...)

자기배려의 기술로서 연애술은 동양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연애술은 성인 남성과 소년이 관계를 맺을 때 성인 남성이 자신을 배려하는 기술이다. 이미 말했듯이 이 사회에서는 이성애나 동성애가 모두 허용되었다.

(...)

재미있는 것은 그리스 사회에서는 성행위 시 수동적인 자세를 매우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점이다. 자유인 남성이 수동적인 여성 역할을 하는 것을 자연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기에 그렇다.

(...)

때문에 성장 중인 소년과의 성관계만 가능했다.

(...)

연애술의 자기배려 역시 자기를 배려하는 동시에 소년을 배려하는 기술이다.

131~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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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말하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성적 쾌락의 활용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형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양생술, 가정관리술, 연애술인데 이를 통해 당시 여성의 지위와 성에 있어서만큼은 현대 시대보다 더 개방되어 있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모든 자기배려는 종교, 정치, 교육제도 및 외부의 도덕법칙 등 그 어떤 것에서도 독립적인 영역이었다는 점이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수정하며 관계를 설정하는 모든 것이 오로지 개인의 몫이었던 것이다.



■푸코가 말하는 성과학과 삶의 쾌락


▷성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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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근대의 생명관리 권력(생명 권력)을 한편으로 개인의 신체 층위에서 작동하는 규율권력과 종 인구에 작동하는 조절통제 권력으로 나눈다. 성은 이 두 층의 모두에게 작동된다.

(...)

성은 개인과 종의 생명을 통제, 관리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즉, 성은 '육체에 대한 미시 권력'을 행사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체나 사회집단에 개입하는 통로였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그들이 바라는 결과를 유도하는 전략, 전술의 도구로 이용된 것이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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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필요에 따라 성이 범람하는데, 이렇게 발명한 성 담론은 새로운 규범이 된다. 새로운 정상과 비정상이 생산되는 것이다. 푸코는 이런 절차와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인간과학 중 하나가 성과학이라고 본다. '성과학'은 과학의 영역인 듯 보이지만 실은 권력과 공모해서 탄생한 지식이라는 것이다.

(...)

또 푸코는 '성'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성은 18세기 이후 만들어진 복합적인 어떤 관념을 지칭한다. 즉, 섹슈얼리티란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항구적이고 초월적인 무엇이 아니라 근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근대 권력은 성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까지 파고들어와서 인간을 통제하고 개조한다.

1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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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근대 성 담론이 규격화해놓은 성 정체성의 예속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이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쾌락 행위를 발명하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성'의 영역에조차 침투해서 정상적인 쾌락의 조건과 범위를 만들어 금을 그어주는 권력이라니!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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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근대에 들어서 성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전략, 전술의 도구로 전략했다 말하며, 이것에 대해 '성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닌, 권력과 공모해서 탄생한 지식이라는 뜻으로, 이것에서 벗어나라 말한다.



▷삶의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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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이성애나 동성애, 양성애 등을 실체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자기의 몸을 실험하는 방식일 뿐이다. 자신의 새로운 쾌락을 발명하고, 자기 삶을 어떤 쾌락의 장으로 보직하는 것, 어떤 쾌락의 양식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쾌락이란 성적 쾌락만 의미하진 않는다.

(...)

우리는 쾌락의 이미지를 성적 이미지로 한정하거나 환원한다. 푸코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쾌락을 활용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쾌락은 성의 영역을 포함해서 삶의 모든 순간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

이 쾌락을 우리가 제대로 생산해서 삶을 예술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n 개의 쾌락이 있다. n 개의 쾌락을 각자 고안하여 쾌락의 장소인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쾌락의 삶이 중요하다. 쾌락은 누구에게는 즐거움이고, 누구에게는 고요함이나 평정이며, 누구에게는 희열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 맛보는 지극한 지적 환희다!


그래서 푸코는 고대인이 자기의 쾌락 행위를 조절하여 윤리적 존재로 주체화했던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은 쾌락을 산출하며 생을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다.

(...)

자기 자신에게 맞는 쾌락을, 적절한 시기와 장소를 택해서, 적절한 상대와 적절한 빈도와 강도로 즐기면 된다. 이 사적인 영역에 대해 누구도 정상적인 체위 따위를 말하지 않는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곤란하다. 또한 고대인은 쾌락 행위가 자기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145~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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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성의 쾌락을 포함해 삶의 모든 순간을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각자 고안해서 발명하라 말한다.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의 쾌락은 때로 고요함 일 수도 있고, 희열이나, 앎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누구나 자기의 쾌락을 계발하고 양식화하여 기쁘게 살 자유가 있으며, 인간이란 이런 쾌락을 통해 생을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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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말했듯이 전통적인 주권 권력이 규범 권력으로 변하면서, 이런 규범 사회는 사람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눈다. 이것은 무섭다. 비정상 군에 포함되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간당간당, 위태위태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비정상의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렵다. 그것이 '주홍글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손짓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

모욕을 넘어 나의 지금 삶을 박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담 한마디에도 정색한다. 팍팍하고 에누리 없고 긴장하며 서로의 시선과 평가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다.

153~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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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와 현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이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아닐까 한다. 권력의 주체가 '나'에서 '사회적 규범'으로 변화하면서, 다름은 그야말로 공포가 되었다.


이때는 객관적 진실로써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보다 오로지 집단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할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다르지 않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팍팍하고 긴장된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떤 기준으로 나와 너를 구분 짓는다는 것, 내가 그냥 나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지 새삼 깨닫는다.



■고대 그리스의 세 가지 시간: 크로노스, 아이온, 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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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세계에는 세 가지 종류의 시간이 있었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연대기적 시간이다. 양으로 환원되는 직선적인 시간이다. 아이온의 시간은 현재 속에 과거(기억)가 펼쳐지는 시간이다. 과거는 나의 기억 전체이며 무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무의식은 영원하다. 그런데 현재라는 순간 속에 무의식(기억)은 접혀 있다. 카아로스의 시간은 기회의 시간이다. 내게 나타난 기회를 잡지 못하면 사라지는 시간이다.


(...)

아이온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지속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과거에 위치하고 있지만 현재와 함께하고 있으며, 영원히 내게 돌아온다. 기억이란 과거를 현재 속에 연장하는 것이다. 기억이란 현재와 함께하는 차이 자체다. 기억은 현재를 만나 어떤 차이를 창조한다.

1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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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은 언제나 도래한다. 아이온은 내가 만나는 무한의 시간이다. 과거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이 아니다. 과거의 시간은 현재로 연장되는 시간이며, 현재를 변용하는 미래의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미래를 바꾸는 시간이다. 과거의 시간은 현재와 접속하여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바꾼다. 과거의 시간은 철 지난 유행가 가사에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를 춤추게 했던 어떤 날, 어떤 시간이 무한으로 출렁인다. 나를 통찰로 이끈 시간, 나를 사무치게 아프게 했던 시간들이 내 안에 살아있다! 그 아이온을 불러내서 현재를 새로 창조하고, 현재를 바꾸는 에너지가 되도록 할 수 있다.


(...)

과거가 현재를 만나 차이화되는 시간의 생성, 이것이 창조다. 창조는 차이화들이다. 과거란 케케묵은 골동품이 아니다.


이것이 헬레니즘, 로마 시대 철학자들이 과거의 시간을 중시했던 이유다. 이들이 보기에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 무이지만 과거는 내 수중에 있는 것이다. 즉, 우리는 과거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소유물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설명이다.

(...)

과거는 누구도 침범 불가능한 나의 자산이다.

(...)

나의 기억은 나의 자산이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의 역사이며 나다. 아프면 아픈 대로,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거기서 배워야 한다. 자기의 과거를 망각한다는 것은 과거를 내다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다. 과거를 망각하고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지만, 그가 바라는 그런 미래는 오지 않는다.


(...)

오늘은 미래와 즉각 연결된다. 미래가 오늘이고 오늘이 미래다! 그리고 오늘에는 항상 어제가 함께하고 있다. 수많은 어제가 내 안에 있다. 이들 중에는 어제를 불러내느냐가 중요하다. 무수한 어제의 기억 중에서 존재의 주인이 되는 힘들과 관계 맺기, 그리고 그 어제의 힘들과 오늘의 힘이 무수한 내일 중에서 어떤 내일을 자기 존재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이것이 삶이다. 이것이 운명이 된다.


(...)

그러니까 세네카나 플루타르코스가 과거를 중시한 이유는 현재를 잘 살기 위함이다. 때문에 이들은 '기억 훈련'을 열심히 했다.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바의 존재 방식'이니까. 기억이 있는 한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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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세 가지 시간에는 크로노스, 아이온, 카이로스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아이온으로, 과거(기억)를 뜻한다. 과거는 모든 것의 접점으로, 현재와 미래와도 통한다.


또 과거는 이미 우리가 축적한 자산으로 어느 누구도 침범 불가능한 영역이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과거를 중시한다는 것은 곧 현재를 잘 사는 방법이자 새로운 미래의 삶을 창조하는 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스튈티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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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누구에게는 열려 있는 시스템에서는 역으로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것에 걸맞게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를 제대로 욕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욕망의 노예가 아닌 욕망의 주체 되기. <주체의 해석학>에 소개된 세네카의 스튈티티아(비이성, 사유의 동요) 개념을 생각해 본다. 세네카는 자기배려를 하지 않는 사람을 스튈티티아 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외부의 표상들의 가득해서 항상 동요한다.

(...)

스튈티티아 상태의 사람은 지나치게 많은 것들이 들어찬 상태다. 너무 많은 싸구려 지식과 정보로 채워진 상태. 세네카는 스튈티티아를 자신을 방치하는 자로 설명한다. 그는 외부 힘의 방향대로 산다.

(...)

스튈티티아 상태를 세네카는 '품위 있게 욕망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자유롭지 못한 자다. 그의 의지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외부의 시선이나 주의의 반응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며, 그의 견해는 지배적 타자들의 견해다.

1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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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튈티티아 상태의 사람은 비이성적이며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기에 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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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존재 방식을 바꿔줄 타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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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즉시 스튈티티아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자란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에서 끄집어내는 자다. 그런데 이 역할을 철학자가 한다. 헬레니즘, 로마 시대 철학자는 소피스트처럼 궤변을 늘어놓는 사변론자가 아니라 존재 방식을 바꾸도록 안내하는 자다. 그는 스튈티티아 상태의 사람에게 자신을 제대로 욕망하도록 지도한다.

(...)

무엇이든 사회적 코드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이가 '삶의 대가'다. 푸코의 실존 미학은 여기서 싹튼다.

(...)

현대 문명이 발명한 엄청난 지식의 홍수 속에서 인간은 파멸할지 모른다. 이 지식과 정보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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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튈티티아라는 용어는 처음 들어보지만, 어쩐지 우리와 매우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기 배려를 하지 않는 사람, 외부 힘의 방향대로 움직이는 사람,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며 힘 있는 자들의 욕망에 휩쓸리는 사람.


현대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의 유형이다. 이런 스튈티티아에 대해 푸코는 존재방식을 바꿔줄 존재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철학자가 답이라 말한다.


특히나 고대 철학자들은 궤변을 들어놓는 자들이 아닌, 존재방식을 바꾸도록 돕는 안내자들로 옳은 방식으로, 제대로 욕망하도록 지도한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대신해 주는 사람에는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글쎄'라는 답이 나온다. 몇 년 전에는 그나마 '선생님'이나 '스승'을 꼽는 사람들도 몇 있었을 텐데,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 고대시대 철학자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고로, 밀려드는 정보와 지식들을 스스로 통제하고, 올바로 사고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수밖에는 없다. 스스로 자신 삶의 주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자기배려와 자기 계발


▷현대사회의 자기 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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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들은 '쓰임 받는' 사회의 부품으로서 자기를 부단히 담금질하는 노하우 전수에 집중한다. 자기와 타인과 사회를 무한 긍정하며, 자기 자신과의 무한 경쟁을 요구한다. 희망을 주면서 자기 착취를 부추긴다. 인간의 욕망에 호소하는 이 같은 담론은 자기를 갈취하는 가장 노련한 방법이다.


이런 자기 계발 담론의 문제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저서<피로사회>에서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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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 했으며 '무한정한 할 수 있음'이, 즉 '나는 할 수 있다'는 과잉 긍정이 사회 주요 코드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위주의 현대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아니 캔 두 잇, 유 캔 두 잇, 위 캔 두 잇이 넘치는 사회.

173~1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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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의 자기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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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자기배려는 오늘날 성공학 도서로 분류되는 자기 계발서들과는 다른 전망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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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변화시키는 자기 돌봄은 즉각 타자와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역으로 어떤 타자의 자기 돌봄은 그와 연결된 나를 변화시킨다. 내가 상대에게 영향을 받듯이 상대 또한 나에게 영향을 받는다. 이 주고받는 관계에서 각자의 능동성이 요구된다. 자기배려란 이 능동성까지를 함의한다. 그러니까 나의 자기배려란 타자의 자기배려와 연결되며, 타자의 자기배려에 의한 나의 주체성 수정을 동시적으로 수행한다. 주체가 변형되는 한에서 진리, 진실에 접근할 수 있고 주체의 존재 방식의 수정을 위해 자기배려가 요청된다.

176~1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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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자기배려와 현대사회의 자기 계발을 살펴보면 완전히 극과 극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 계발은 언젠가부터 나 자신을 부품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는 형태로 진화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 뒤에 서서히 망가져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고대의 자기배려는 자기 돌봄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긍정의 신호들이 번져나감을 알 수 있다. 이 주고받는 관계는 각자의 능동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며, 주체의 변형은 동시적으로 나와 연결된 타자에게까지 수행된다.


이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존재방식 또한 내가 원하는 형태로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자기 지배와 타자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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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일상에서, 자기 삶의 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정치권에 변하라고 하기 전에 나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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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실천을 위해서는 어떤 앎이 요구된다. 이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실천적 지혜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절제력이 있는 사람은 실천적 지혜를 가지고 있기에 어떤 상황에서든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즉, 욕망과 쾌락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 이 앎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절제의 중요한 요소가 실천적인 앎이다. 이 앎은 진리와 관계한다. 진리에 대한 앎이 자기제어를 위해 필요하다.


이렇게 자기의 쾌락과 일상을 제어할 수 있는 자기 타자를 지배하는 통치자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타인을 지배하는 자는 자기를 지배하는 자라야 한다. 그렇지 못한 자가 지배권을 갖게 되면, 타인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

권력자는 자기 지배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런 자기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덕목이 바로 절제다. 푸코는 '가장 임금다운 인간은 자기 자신의 왕인 자'라는 고대의 텍스트를 인용한다.

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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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도시국가에 유용한 인간 교육이란 다름 아닌 자기제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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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내가 좋은 인간이 되는 훈련이란 내가 좋은 지도자가 되는 훈련과 같은 것이다. 결국 자기 관리, 가정관리, 국가관리가 동형이라는 결론이다.

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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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지배하려 들지 마라! 당신 자신의 지배자가 되어라! 그것이 당신 자신과 타자의 지배자가 되는 길이며, 우주의 원리에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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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지배하는 자는 자유인이다. 그는 세상의 흐름에 불안하게 쫓아가지 않는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멈춘다.

(...)

자유는 자기에게 저항하여 삶을 다르게 운용할 능력이 생길 때 확보된다.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낙담하는 사람은 '난 변하지 않을 거거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183~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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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나의 삶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배움을 통해서는 자기통제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여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멈출 수 있는 의지를 발휘하는 것, 여기에 더해 나만의 삶을 운영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진정 자기 자신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진짜 자유는 통제에서부터 비롯된다. 진리를 깨우쳤다면 실천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좋은 인간이 되는 훈련을 반복한다면 결국 나 자신은 물론 저절로 타자까지 통제하는 상황에 도래하게 될 것이다.



■사유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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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려고 합니다. 이런 사유를 바깥의 사유라고 명명합니다. 바깥의 사유란 말하자면 사유되지 않는 것을 사유하기입니다.

(...)

그것은 현재에 억압된 것, 파묻혀버린 것을 들춰내는 사유이며 현재의 지층들 너머의 사유이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유이기도 합니다. 바깥의 사유는 타자들과 접촉하는 사유입니다.

(...)

굳어버린 현재를 갈아엎고 묻혀버린 과거의 것을 불러오며, 언어의 그물망에 포획되지 않는 사건들을 만나는 사유이니까요.


그래서 푸코에게 사유하기란 저항하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때 사유한다는 것은 실천하다는 것이 됩니다. 실존의 미학이란 다름 아닌 바깥의 사유를 자기 삶의 실천으로서의 바깥의 힘들과 관계 맺기.


(...)

바깥의 사유는 바깥의 사유를 내 삶의 장으로 끌어와서 내 삶을 구성하는 힘으로서의 사유입니다.

(...)

외부의 힘에 예속되는 주체화가 아니라 외부의 힘을 자신의 실존을 위해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수련입니다.

(...)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사건들과 조우하는 것이지요. 이 사건들과 나의 마주침으로 '나'라는 주체가 형성됩니다.

(...)

나의 주체화 과정은 내가 사회와 관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나의 주체화는 사회의 무수한 힘과 만나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191~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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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지니지 못한 바깥의 것들을 만나 새롭게 변화를 꾀한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타인과 접촉하며 관계를 맺고, 매 순간 새로운 사건들을 통해 '나'와 마주하는 것.


이 모든 것에는 '외부'가 아닌, '내' 의사가 반영되어야 하고,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새롭게 유입된 사유는 여러 과정을 거쳐 '나'라는 주체를 만든다.



■공감, 자기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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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헬레니즘 시대의 견유주의자 데메트리우스는 관계적인 지식을 중요하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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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지식이란 인간을 둘러싼 세계, 사물, 타인에 대한 앎이면서 동시에 이것들과 나의 관계를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관계적 앎이란 한마디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의 관계를 아는 것이다.

1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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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지식은 세상 만물을 나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여 얻어낸 것이다.

그래서 데메트리우스는 이런 앎을 유익한 지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앎은 세계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해준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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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란 타자화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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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하는 실천이 습관이 되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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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점으로만 보이던 세상에 무수한 눈높이의 관점들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이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자기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놀라운 마법을 이 순간 경험한다.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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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공감한다는 것은 서로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도 피해자고 없다. 관계적인 삶과 충만한 삶이란 동전의 앞, 뒷면처럼 붙어있다. 때문에 공감을 강조하면 피해자가 되고 손해 볼 거라는 논리는 기우다. 서로 영향 관계를 주고받기 때문에 누군가의 고통이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없다. 그물코 하나가 찢어지면 나머지 모든 그물코에 영향을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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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공감하기'는 '나와 너의 구별 없애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자기의 감옥에서 풀려나는 열쇠다.

1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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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부족한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공감'이 아닐까 싶다. 타자화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감옥에 갇혀 '왜 저래'만 연발하고 있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눈이 뜨이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꽤 많은 관점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을 마법이라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공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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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성의 역사: 쾌락의 활용>에서 철학이라는 것을 '사고에서의 고행', 즉 '자기의 훈련'이라고 말한다. 자기의 훈련이란 시도하는 것이다. 이 시도란 '진실의 작용 속에서 자기 자신의 변형시키려는 시험'이다. 푸코는 변화될 수 있는 것을 탐구하는 것이 철학의 진리라고 말한다.

(...)

진리는 인간을 바꾼다. 이것이 '진리'의 몫이다. 존재의 전면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공부다.

2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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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한다는 것은 곧 수련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련한다는 것은 곧 무언가 변화를 촉구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기에 진리는 인간을 바꾸고, 이것이야말로 '진리'의 몫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자기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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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니즘, 로마 시대의 자기 수양에서의 자기 전향이 중요한 테마가 된다. 전향은 서구의 자기 테크놀로지 중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푸코는 말한다. 여기서 전향이란 '자기로의 회귀', '자기 자신으로의 선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기의 '전향'이라는 개념은 플라톤의 전향이나 기독교의 개종과는 다른 층위에서 논의된다. 그것은 사유에 한정되기보다 '행동 도식'에 가깝다.

플라톤의 텍스트에 나타난 전향의 개념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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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외관으로부터 시선 돌리기, 자기로 회기 하기, 존재론적 본향으로 되돌아가기다. 플라톤의 전향은 이 덧없는 감각 세계에서 영원한 천상의 세계(이데아)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며, 상기를 통해 자신의 신성을 인식함으로써 자기를 해방하는 행위다. 자기로 전향한다는 것은 인식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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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가 주목하고 있는 헬레니즘, 로마 시대의 '자기 전향'은 자신과 단절하고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타자와의 단절이다. 자기 주변 것들과의 단절이다.

(...)

외부에서 시선을 거두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

또 이때 전향은 '능동-주체화'다. 이 능동-주체화는 개종에서처럼 느닷없이 존재가 단절을 경험하는 갑작스러운 변형이 아니라 스스로 행하는 길고 연속적인 과정이다.

(...)

그러니까 타자들로부터 해방되어 자기를 응시하는 것은 자신이 애초에 설정한 어떤 목표에 이르기 위함이다.

(...)

자기 수양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

그것은 정신적인 집중 훈련이라는 실천적 도식이다.

212~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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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헬레니즘, 로마 시대의 전향이란 자기 수양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데 정신이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행위다.

(..)

더 잘 실천하기 위해, 더 잘 행위 하기 위해 전향이 요청되는 것이다.

(...)

능동적으로 자기를 개종하고 전향하여 도달하는 영역이다. 힘든 실천을 부단히 통과한 자가 다다르는 경지다.

2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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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향이라는 말을 쉽게 이야기하자면, 곧 자기 집중이라는 말과 같지 않을까 한다. 요즘같이 이것저것 시선이 어지러운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한때는 멀티플레이어라는 말이 유행하고 또 이것이 능력 있음이라는 것과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이것이 잘못된 개념으로 밝혀졌다.


주변의 어지러운 것들과 단절하는 것, 내 안의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목표하는 것에 다다르기 위해 집중하는 행위 등 자기 전향을 통해 이제는 나로의 회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 행위야말로 진짜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자, 행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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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화의 기술들: 자기 돌봄 실천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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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휘폼네마타(글쓰기)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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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서신 교환, 경구 메모, 논설 교환 등 글쓰기와 독서를 자기배려와 타자 배려의 중요한 기예로 본다. 여기서 서신 교환과 '휘폼네마타(요약메모)'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휘폼네마타는 독서나 대화, 강의 내용을 요약한 메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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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 교환이 '안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것이라면, 휘폼네마타는 '바깥에서 안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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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받고 뭔가 깨닫는 순간 나는 변용되는 것이다. 휘폼네마타는 바깥의 진리들을 기록해서 문서 고화한 후, 그것을 내 피와 살에 새기는 것이다.


헬레니즘,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이 휘폼네마타를 돌려보기도 하고 이를 기반으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

휘폼네마타는 넓은 의미로는 '씌어진 모든 주석과 모든 형태의 씌어진 기억'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용약 메모도 휘폼네마타지만, 독서나 자신의 생각을 쓴 글도 휘폼네마타에 포함된다. 독서 후에 독서 내용을 글로 써서 기록한 것도 휘폼네마타다.

서신 교환은 엄밀한 의미에서 휘폼네마타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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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교환은 상대방과 자기 자신을 동시에 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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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 교환이 양자 모두를 성장시킨다.

227~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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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라틴어 명상이란 그리스어 실사와 동사를 번역한 말이다. 이때 동사는 '연습하다', '훈련하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즉 사유 훈련을 의미하는데, '사유를 자기화하고 그것을 확신하여 정신에 새겨지게 하는 것'이다. '진실을 사유하는 주체'에서 '적절히 행동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목표다.

2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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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 메모 습관은 뭔가를 취한 후 자기만의 무늬를 그려내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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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이든 두 줄이든 써야 한다. 쓰는 습관은 쓰기의 기예와 삶의 깨달음도 함께 준다.

2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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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돌봄의 실천 과제 첫 번째는 휘폼네마타라고 하는 글쓰기다. 바깥에서 얻은 지식이나 깨달음을 글로 쓰는 것으로, 독서나 대화, 강의 등의 내용을 메모한 것을 말한다.


쓰는 행위를 통해 다시 한번 자각하고, 몸에 깊숙이 새겨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지속적인 실천 행위를 통해 습관화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독후감 쓰기, 서평 쓰기, 일기 쓰기, 필사하기, 강의나 명사의 말 기록하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2. 파르헤지아(솔직히 말하기)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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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웅변술과 대척점에 파르헤지아(솔직히 말하기)가 있다. 파르헤지아는 '솔직히 말하기, 말의 자유, 말해야 될 때 말해야 할 바를 말하게 해주며, 수사학이나 아첨과 대립되는 솔직함'이다.


한편 웅변술은 논리적이고 정합적으로 진실 관계를 사유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을 부추기고 환호하게 한다. 웅변술은 사실 관계의 진실성과는 별도로 청중을 흥분하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분노케 하고, 박수 치게 한다. 충동적이고 맹목적으로 광신하게 하는 기술일 수 있다.

2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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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자기 수련이란, 주체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진실된 담론을 체현화하는 것이 자기 수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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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담론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참된 담론의 보유자인 스승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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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수련자들은 정숙, 독서, 경청, 글쓰기 등을 통해 참된 담론을 지니는 훈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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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담론을 지닌 스승은 '파르헤지아라는 일반적 형식 내에서' 참된 담론을 전승해야 한다. 이때 파르헤지아는 스승 입장에서 제자에게 언표되는 담론의 '기술적 절차'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파르헤지아, 웅변술도 대상을 전제한다. 웅변술이 대중 설득술의 일환이라면 파르헤지아는 진실한 담론을 전승하는 자의 방법적 도구라고도 할 수 있다. 웅변술은 자신이 믿는 진실을 대상도 믿게 하려는 수사학적 기술이며, 그 혜택이 웅변하는 자에게 가장 많이 돌아간다는 것이 고대 철학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파르헤지아는 그 혜택이 오로지 제자들에게, 즉 타자에게 돌아가는 이타성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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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헤지아는 타자가 진실한 담론을 주체화하도록 하는 지도자의 테크닉이지만, 동시에 '발화 주체와 행위 주체의 일치'가 전제된다.

다시 말해 파르헤지아를 행하는 스승은 자신이 말하는 바를 행하는 존재다.

(...)

또한 파르헤지아는 아첨과도 대비된다. 아첨하지 않고 진실을 말할 용기를 갖는 것이 파르헤지아의 또 다른 전제다.

236~2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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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스스로의 스승 되기. 스승 없는 최초의 파르헤지아를 내게 이식해서 존재 방식을 변모시킨 나는 나의 스승이 된다. 그것은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스승에게서 배우는 존재의 개심이며 변화다. 자기를 넘어 자기에게 다가가는 스스로의 스승이며 스스로의 제자 되기.

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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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에서는 웅변술과 파르헤지아를 비교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웅변술과 파르헤지아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서 각각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실한 담론을 통해 전승하는 자의 방법적 도구, 발화 주제와 행위 주최자의 일치, 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감 등을 통해 문득 소크라테스가 떠올랐는데, 어쩌면 파르헤지아에 가장 가까운 이가 아니었나 싶다.


필요할 때 올바른 말을 할 줄 아는 것, 솔직하게 말하는 것, 아첨하지 않는 것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꼭 스승이 없더라도 스스로 스승이 되어 파르헤지아를 연습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3. 나만의 파라스케우(장비) 장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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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은 스트레스를 대비한 문장들을 마음과 근육과 신경에 저장하면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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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고대인은 파라스케우에(장비, 채비)라고 설명한다. 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파라스케우에를 '우리를 더 강하게 하는 데 필요충분한 동작의 총체, 실천의 총체'라고 설명한다.

(....)

이 정언은 스승들이 발화한 문장이나 전승하는 성인의 말씀, 스스로 설정한 문장 등이다. 그는 이것을 암송해서 자기의 이성이나 의지, 성정과 일체가 되도록 한다. 그러니까 파라스케우에는 '이성에 기초한 담론들'이며 합리적이고 참된 자연의 본성에 합치되는 '장비'로서 즉각 행동을 유도하고 명령하는 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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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향을 잃고 기우뚱하는 것은 내면의 나침반이 없어서다. 나의 나침반을 수중에 지니고 살면, 그것은 즉각 제동을 건다. 즉시 구조 받을 수 있다.

244~2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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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고대인들처럼 파라스케우에(장비)가 준비되어 있다면 어떨까? 지금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게 하루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담담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담론들, 즉각 행동을 유도하는 담론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담론들을 적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보면 어떨까?


길을 잃었을 때, 마음을 다잡지 못할 때 이것들은 즉각적으로 나를 구조해 줄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4. 분노 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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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헬레니즘, 로마 시대 분노의 윤리는 권력 행사의 문제와 연관해서 나타난다. 즉 타자에게 분노하는 자는 권력을 행사하는 입장에 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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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라는 것은 권력자가 자기 지휘권에 속하는 자들에게 지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2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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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주 분노하다 보면 분노를 발생시키는 뉴런 연결 조합이 계속 활성화, 공고화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의식적으로 분노를 줄이면 이 연결 조합은 불활성화되고 변형된다. 분노 횟수를 줄여보자. 어느 순간 분노를 발생시키는 연결 조합은 사라지거나 비활성화된다. 분노는 습관이다.


따라서 오늘 하루, 이번 한 주 격노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장기적으로 실천하다 보면 분노의 연결 회로는 희미해진다.

251~2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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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분노에 대해 권력자가 지위권에 속하는 자들에게 지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했는데, 현대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족, 직장 상사-부하직원, 힘센 남성-여자친구 등 여전히 권력자는 힘없는 자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분노를 쏟아낸다.


이런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횟수를 줄이는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분노도 결국 습관이기에 분노 회로를 차단하거나 비활성화 시켜야만 결국 급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불쑥 튀어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5. 시련과 고통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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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에픽테토스도 세네카와 유사한 논리로 역경과 고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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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과 시련은 그 자체로 악이 될 수 있으나 이겨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악이 아니다. 고통과 역경은 섭리이며, 세계 질서에서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난관은 유익하다!

(...)

정리하면 세네카와 에픽테토스 등 스토아 학자들에게 시련과 고통은 신의 섭리에 속한다. 시련과 고통을 통해 그는 자신을 수련하며, 수련하는 삶 자체가 인생의 목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완성된다.

(...)

모욕 행위는 악이지만 나에게는 선으로 기능한다. 나의 인내심과 관용을 시험하고 나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모든 시련과 역경은 선이 된다. 인간의 주변에 시련을 배치하는 것은 신의 자비심 때문이며, 이 시련은 나를 도약시킨다.

256~2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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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피하려고만 하거나, 행복하다는 주문을 고통의 형상 위에 슬쩍 덧칠한다 해도 고통은 꿈틀꿈틀 도래할 것이다. 이는 내가 삶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를 겪어내고 응시하는 숱한 과정을 통해 실존의 과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의 선물로 내게 다가온 이유 없는 고통과 시련이라면 그건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

시련과 고통, 나를 방문하는 이 손님을 어떻게 맞이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2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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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고통과 시련이 항상 수반된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것에 대한 정의는 물론, 우리 삶 또한 달리질 수밖에 없다.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버리면 이후에 그것은 영원히 고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또다시 고통이 찾아왔을 때 피하거나 더한 고통을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


반면, 고통을 통해 삶을 배우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면 이 고통은 고통이 아닌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고통은 무언의 성장 동력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시련과 고통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우리 삶 역시 달라질 것이다.



6.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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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행복해지기는 외부와 나의 권력 배치를 바꾸는 일이다. 내가 당장 행복해지면 바깥의 상황은 힘을 잃는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것은 바깥의 권력에 주도권을 주지 않는 나의 힘 의지의 실현이다.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 나를 에워싼 세계가 행복의 자장으로 끌려들어 온다. 즉시 권력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주도권을 내가 쥐면 바깥의 힘에 굴복하지 않는 주체가 탄생한다.

(...)

거창한 묘수는 없다. 힘들더라도 실존을 살아내는 것이다. 여기다가 약간만 다른 실천을 해본다.

(...)

행위를 매일매일 조금씩 바꾸면 생각도 바뀌고, 몸의 감각도 바뀐다. 내 삶을 굳건히 지키면서 평소 하던 것과는 다른 실천들을 조금씩 하다 보면 습관이 바뀐다. 안 하던 짓을 해보는 거다. 그러면 업이 바뀌고 업장이 소멸하기도 한다.

(...)

그러니까 하루치의 삶을 지켜내기가 중요하다.

(...)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괴로움 따위가 근접하지 못하게 하면서 내가 일상에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262~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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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로 마음먹으면 우리는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 내 마음에 따라 행복은 찾아왔다가 금세 빠져나갈 수도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불행에 마음을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일매일을 굳건히 지키고, 여기에 더해 약간의 변화를 주어 삶에 활력을 더해보자.


그러다 보면 불행이나 괴로움 따위에 마음을 내어줄 일은 없을 것이다.



7. 여가시간 갖기와 공부하기를 통해 창조적인 삶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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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세네카는 시칠리아의 지사로 가 있는 루킬리우스에게 직무 수행 중에도 여가와 면학을 강조했다. 면학이란 독서, 글쓰기 등 문예활동이다. 이것은 루킬리우스가 자신을 '총체적인 정치적 군주'로 착각하고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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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고, 법을 넘어서 네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세네카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여가생활과 문예활동, 즉 심심할 시간 갖기와 공부하기다.

(...)

여가시간 갖기와 공부하기는 시선을 전환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일을 멈추고 자연인으로 돌아오면,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시야에 낯선 것들이 들어오는 순간이다.

(...)

시선을 돌린다는 것은 현재 과잉 몰두하고 있는 지점이 아닌 현재 등 돌리고 있는 지점을 바라보는 실천이다.

(...)

인간이란 반성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한 지점에 매이게 된다. 그러면 평생 자신이 보는 것만 보게 된다. 스쳐가는 많은 것을 놓치기 쉽다.

269~2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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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창조의 시간은 현실의 나와 거리 두기를 할 때 가능해진다. 멈추고 바라보기, 공부하기는 다른 나를 창조하는 행위다.

2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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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어쩌면 휴식과 여가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멈춰서 시선을 전환해 보면, 이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집중하던 것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우리는 평소 못 보던 것을 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당장 현실의 나와 거리 두기를 해보면 어떨까?



8. 기억 훈련과 습관을 혁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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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또한 습관의 동물이기도 하다. 고대인에게는 '인식주체'와 '행동 주체'의 일치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행동 규칙과 원칙을 체화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몸 따로, 생각 따로인 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의식 점검은 '진실의 윤리적 주체를 구축하는 데 지속적인 지표이며 매일 저녁 재평가해야 하는' 자기 테크놀로지였다.

2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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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고치기도 망각을 막기도 어렵다. 망각은 필요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습관이 되도록 훈련할 것, 수시로 습관을 혁명할 것, 매 사태마다 새로운 습관을 구성할 것. 그것은 매일의 실천이 보여야 가능하다. 크고 작은 구도의 행위들, 즉 자기 테크놀로지들을 통해 존재는 도약한다.

2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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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훈련을 통해 학습하고, 습관을 통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삶은 곧 몸과 생각의 일치를 의미한다. 인간은 종종 망각하며, 매번 새로운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수시로 의식 점검과 매 상황마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훈련을 통해 자기 테크놀로지를 하나씩 구축해 나가면 어떨까 한다.



9. 모욕 권하는 자에게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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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예를 몸이 터득하는 것, 이는 가해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상대의 비윤리적인 삶을 멈추게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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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소리 내어 연습하는 것, 이것이 필요하다. 머리가 알고 있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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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을 당하지 않는 자로 설정하고 미리 연습하는 것. 이 수련이 필요하다. 될 때까지 거듭 훈련해야 한다.

내 삶의 주인이 될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주인이 된다. 주인은 자기의 주인이면서 타인 역시 그 삶의 주인임을 인정하는 자다.

281~2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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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나와 제대로 관계 맺기다. 내가 내 행위와 의지의 주인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이 나를 넘볼 수도, 모욕할 수도 없다. 내가 나를 넘보고 모욕할 수 있을 뿐이다. 타인이 나를 넘보고 모욕한다면 내가 나를 넘보고 모욕하는 삶을 살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하시길 바란다. 나를 바꾸어야 한다.

2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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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모욕을 당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처 그 순간에는 대처하지 못하거나 미숙한 처리로 인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평소 나를 잘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나 자신과 관계를 제대로 맺어야 한다. 내 행위와 의지의 주인이 되어야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내가 나를 잘 컨트롤할 수 있다. 그리고 연습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스스로를 귀한 사람으로 설정하고 인지하는 훈련, 그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봄으로써 언제든 바로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해두면 무서울 게 없다. 그렇게 나를 바꾸어야 갑작스러운 모욕의 상황에서 현명하게 벗어날 수 있다.



10. 삶을 길게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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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시간을 타인의 자유에 맡기지 않는 '시간의 가장 인색한 보호자'야말로 삶을 길게 사는 사람이며, 한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거라는 '신성하고 특별한 구분된' 시간 속으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자다. 이 시간은 '운명의 지배에서 벗어난 부분으로' 어떤 '결핍에도 공포에도 질병의 습격에도 위협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이다.

(...)

또한 세네카는 '게으른 바쁜' 자들 또한 문제성 인간이라고 지적한다.

288~2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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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현재와 과거와 미래와 함께 하는 자, 자기의 과거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 그는 과거의 자산을 향유하며 현재와 미래의 불안이나 위협에 끄떡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가한 사람이란 자기가 한가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고 자각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세네카는 재미있는 말을 한다. 예지를 지닌 사람만이 한가함을 누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말하자면 과거의 현자들에게 배우는 자들이다. 과거의 현자들이란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같은 자들인데, 이들은 아름다운 앎의 세계로 인간을 인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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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과 대화하는 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누구와도 우정을 나누고, 크든 작든 온갖 문제를 상담해 준다. 그래서 과거를 만나라고 세네카는 힘주어 주장하는 듯싶다. 이것이야말로 짧은 삶을 길게 사는 방식이다.

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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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위인들을 만나는 것은 삶을 길게 사는, 다양한 삶을 살아보는 시험이며 전율이다.

2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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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짧게 느껴진다면, 길게 사는 방법이 여기 있다. 내 시간을 타인의 손에 맡기지 말 것, 시간에 흔들리지 말 것, 마지막으로 현자들을 통해 삶을 배우는 것이다.


특히 현자들을 통해 앎의 세계에 빠져든다면 온갖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덕분에 다양한 삶을 살아보는 것은 물론, 엉뚱한 곳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11. 죽음 명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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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언표와 연관된 무수한 기호가 나의 삶으로 쳐들어오는 순간, 카오스가 시작된다. 죽음을 명상하는 수련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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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더 젊은이들이 죽음을 명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

죽음 명상을 자주 하다 보면 인간은 결단하게 된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298~2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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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더 많이 떠올리지만, 실상은 젊은이들이야말로 죽음을 떠올리는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더 빨리,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의 삶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 완숙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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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에 따르면 헬레니즘, 로마 시대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세네카는 사람들에게 서둘러 노년으로 가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고대문화에서 노년은 영예로운 것이었다.

(...)

그러니까 이 시기의 노년은 '지혜이며 쇠약'으로 대표될 수 있겠다.

(...)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노년은 '긍정의 시기, 완결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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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계의 완결성에 도달한 자가 바로 노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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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되기 전에 서둘러 노년으로 가서 삶을 마무리하라는 것은 노년이 되기도 전에 죽음이 오는 사태를 막으라는 것이다. 즉, 노년이 되기 전이란 자기완성 상태에 도달하기 전이라는 의미다. 삶을 완결했으므로 죽음이 오더라도 두려울 것도, 더 완성할 것도 없는 완숙한 시기가 노년이다.

303~3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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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온 자의 노년은 아름답다. 자기 내부에서 만족과 완전한 기쁨에 도달한 상태. 그에게는 자기 고유의 실존 문제 따위는 없다. 그는 생로병사와 탐진치의 문제를 진작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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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라도 변하자. 한편, 젊은이와 중, 장년층들은 자기완성에 대해 생각하자. 인간이 사는 목적은 자기를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자.

(...)

오늘 나의 안부를 묻자. '잘살고 계신가?'

305~3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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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이라고 하면 힘없고, 초라한 행색을 떠올리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와는 반대되는 이미지였다. 노년은 지혜, 긍정의 시기, 자기 관계의 완결성에 도달한 자와 같은 도달하고 싶은 이미지가 더 강했다.


우리 또한 이런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매일을 잘 살아간다면, 노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 지금부터 변하면 가능하다.



13.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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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나는 찰나의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내 삶의 주인공은 맞다.

(...)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다만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다. 저 흙도, 저 개망초 꽃도,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우리의 삶이란 저 노루 궁둥이 버섯의 고군분투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노루 궁둥이 버섯도 가치 있고 눈물겹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렇다.

309~3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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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지만, 세상의 중심은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치 있고, 여기에 우위는 없다. 모두 공평하다.


그러므로 괜한 억측과 편견에 사로잡혀 '나'만 귀하다고 여기지 말자. 우리 모두는 귀하고 가치 있는 생명체임을 잊지 말자.



14. 내 안에 갇힌 에너지를 방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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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영성을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주체가 자기를 변형시키는 실천의 형식으로 본다.

3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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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냄은 온전한 나와 접속하는 것이며, 묶인 원초적인 강렬한 힘이 자기 길을 가도록 배려하기다. 묶인 자들은 이 에너지를 제대로 방출하지 못하기에 엽기적인 방식으로 이 에너지를 사용한다. 온갖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전쟁과 갈등, 싸움과 증오가 발생한다.

우울한가? 사는 것이 권태로운가?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는가? 누군가가 미친 듯이 미우신가? 묶여있어서 그렇다. 풀려남의 영성을 생각해 보자.

3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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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기뻤던 일을 떠올려 본 후 그것을 해보라! 위험한 일을 한 가지 해보라! 어렸을 때 하고 싶었는데 포기한 것이 있다면 작게라도 해보라!

(...)

내 안에 갇힌 에너지를 '잘' 방면하기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과제다.

3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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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도 풀어주지 않으면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내 안의 에너지 또한 마찬가지다. 종종 평소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자. 어떤 것이든 좋다.


이를 통해 내 안에 갇힌 에너지를 잘 풀어내다 보면, 전쟁, 갈등, 싸움, 증오와 같은 것들은 언젠가 와해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구 평화는 어쩌면 이런 소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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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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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을 지나왔다. 처음 만나는 철학자를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붙잡아 보았다. 언젠가 원문을 통해 제대로 만날 것을 희망하며, 미셸 푸코 실존의 미학 <주체의 해석학>을 깊게 다뤄보았다.


길게 펼쳐놔서 내용이 대단히 많아 보이지만, 실상 결론은 하나다. 무엇이든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자기 돌봄을 통해 삶과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 감정, 인식, 관계, 태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변화를 주고 즉각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것!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나'보다 외부 상황이나 사람들에 비중을 더 많이 둔다. 내 의견보다 남의 의견, 내 상황보다 타인의 상황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항상 그 외의 것들에 밀리는 상황인 것이다.


푸코는 어쩌면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산업이 발달할수록, 도시가 커져갈수록 점점 '나'는 없어지고 외부에서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내'가 변해야 다른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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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밤톨이들이 세상을 구하지 - 귀염뽀짝 햄스터 가족 포토 에세이
한채영 지음 / 포르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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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유튜브를 통해 동물 영상들을 보며 힐링타임을 즐기고는 하는데, 계속 보다 보니 동물의 특성이나 습성뿐만 아니라 표정, 습관, 성격들이 저마다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은 사람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느라 개체나 종의 특성으로만 분류해서 뭉뚱그려 판단하고 각 동물들의 특성은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을 애정으로 관리하고 함께 하는 사육사들을 보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가 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책임감과 애정으로 햄스터들을 돌보며 하나하나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다르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멋진 쥔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에 따라 '반려 00'를 들이고는 책임도 지지 않고 쉽게 포기하거나 다루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 성숙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더불어 나 역시 함께 하고 있는 반려 식물들에 대해 더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돌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밤톨이들은 저자가 함께 살고 있는 햄스터를 지칭하는 말로, 총 다섯 마리다. 책에는 각각의 이름과 특성, 그리고 사진들을 함께 게재하며 소개하고 있다.


보다 보면 말랑말랑 포근포근한 느낌이 들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햄스터를 보며 어쩌면 '나도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햄스터를 이처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는데, 각각의 특성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이들 또한 표정이 있고, 나름의 성격과 특성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만 보이는, 귀염뽀짝한 햄스터들의 모습과 이들의 차이점을 지금부터 쥔장(저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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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가족들이 만들어진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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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이들'은 저자가 햄스터 친구들을 부르는 애칭으로, 학업으로 혼자 서울로 상경하게 되면서 종종 외로움을 느꼈고 결국 나만의 가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만들게 된 가족이다. 이렇듯 시작된 밤톨이들과의 동거는 저자에게 있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맑눈광 군밤이, 통통한 애교쟁이 알밤이, 무심한 세모눈 도토리, 순한 곰돌이 밤탱이, 말썽 피우는 햄쪽이 밤고흐까지.


햄스터의 수명은 약 2년으로, 짧은 만큼 최대한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육아일기를 적듯이 SNS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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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가족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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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이

▷생일: 2022년 2월 11일

▷성별: 女

▷특징

-편식이 없고 움직임이 둔해 통통한 편이며, 주황색 털이 특징.

-몹시 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음.

-쥔장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단짝 햄스터.

-먹는 걸 좋아하며 간식 욕심이 많아 볼 주머니와 음식 창고가 비어 있는 순간이 없음

-풀과 꽃을 좋아하는 게 저자와 알밤이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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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도 작고 저와 항상 투닥거리는 알밤이지만, 제겐 의지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크고 든든한 버팀목이에요.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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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밤톨이들 중 엄마 역할을 맡고 있는 알밤이는 저자와 가장 유대감이 큰 햄스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출산 후에도 공동육아를 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뢰가 탄탄히 잘 맺어져 있는 것 같다.


알밤이는 순하지만 사고도 많이 치는 햄쪽이(햄스터+금쪽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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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는 소리를 내지 않아서 움직임과 눈빛으로 많은 것을 파악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밤톨이들을 집중해서 관찰할 때가 많아요. 밤톨이들과의 눈 맞춤은 정말 소소한 행동이에요.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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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함께 담은 책 속 사진들을 보면, 다양한 햄스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꾸준히 이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기에 포착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군밤이

▷생일: 2022년 3월 21일(추정)

▷성별: 男

▷특징

-크고 맑은 눈을 가지고 있음.

-쳇바퀴 타는 것을 좋아하는 활발한 햄스터.

-저자에게 있어 첫 반려동물로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서 군밤이를 발견.

-햄스터들 사이에서 가장 왜소한 군밤이에게 눈길이 가서 고민하다 인연이 시작됨.


장모 남아라 아주 긴 털을 가지고 있는데, 체구도 작고 슬림 한데 털까지 길어서 종종 머털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이렇게 털이 긴 경우에는 직접 미용을 해줘야 하는데, 미용을 하지 않으면 베딩이나 작은 똥이 털에 잔뜩 달라 붙어서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햄스터를 미용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쁘게 미용하는 것보다 햄스터가 알아채기 전 미용을 끝낼 수 있는 스피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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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이 작은 햄스터가 내 인생에 나타나 줘서 정말 고맙고 행운이라고 느낀답니다. 군밤이가 없었다면 다른 밤톨이들을 만날 수도, 밤톨이네가 시작될 수도 없었을 거예요.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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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가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역시 처음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험도 없고, 어떤 녀석들과 함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쩌면 그때 길거리에서 우연찮게 군밤이를 만난 것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군밤이는 행동으로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도토리

▷생일: 2022년 7월 15일

▷성별: 男

▷특징

-군밤이와 알밤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남매 중 하나.

-시크한 성격이 특징

-하루 종일 쳇바퀴만 타는 강철 체력을 가지고 있음.

-고급 입맛을 가지고 있으며, 저자에게는 손주 햄스터.

-정말 말을 안 듣는 것이 특징.

-햄스터 중에서도 유독 잠이 더 많음

-도토리는 유독 앞머리가 길게 자람.

-도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모 눈'

-일반 골든 햄스터보다도 몸집이 작음.



도토리는 집에 있는 여러 은신처 중 유리병 은신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더불어 일정한 생활 루틴이 있으며, 일어나면 유리병 안으로 쏙 들어가서 세수한 후 쳇바퀴를 하루 종일 타고, 밥을 볼 주머니 가득 챙겨서 다시 자러 간다고 한다.



■밤탱이

▷생일: 2022년 7월 15일

▷성별: 男

▷특징

-군밤이와 알밤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남매 중 하나.

-도토리와는 형제.

-입양을 갔다가 4개월 만에 다시 밤톨이네로 돌아옴.

-부모를 반반씩 닮음.

-쥔장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항상 잘 먹음.

-집을 완전히 사랑하는 집돌이 스타일.

-순하고 둔해서 들어 올려도 편안하게 몸을 맡김.

-가장 큰 특징은 길고 풍성한 털을 꼽을 수 있음(모량도 풍부한데 모질도 좋아서 만질 때마다 폭신폭신하다)



■밤고흐

▷생일: 2022년 8월 2일

▷성별: 女

▷특징

-밤톨이네의 유일한 회색 햄스터.

-아기 시절 꼬불꼬불한 털이 몹시 예술적이라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을 따서 지음.

-성격은 천방지축 말괄량이.

-애칭은 반고쪽으로, 이외에도 돼지 공주, 흑임자 떡, 뽁실 공주 등 다양한 별명이 있음.

-간식을 주면 간식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서 가져가고 싶어함. 그래서 간식을 줄 때는 작게 잘라줘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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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장난쳐도 제 품 안에 얌전히 포옥 안겨 있는 고흐를 볼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대감이 느껴져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는 그런 단짝 친구.

1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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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고흐를 보면 천방지축 말괄량이 공주님의 많은 별명만큼, 저자와는 허물없이 친한 친구처럼 투닥거리는 모습이 상상된다.


고흐는 아기 시절 푸른빛이 도는 회색의 엄청 뽀글뽀글한 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아기 햄스터들

▷특징

-군밤이와 알밤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마리 아이들.

-이 아이들 중 두 마리가 밤톨이네의 도토리와 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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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밤이와 같이 육아를 했어요. 알밤이는 제 손을 물고 자꾸 둥지로 가져가거나, 간식을 먹을 때 아기들을 제 손에 툭 놔두는 등 저를 신뢰하는 행동을 자주 보여 주었어요. 그 덕에 저는 아기 햄스터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답니다.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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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신뢰가 쌓이지 않고서는, 예민한 시기에 어미는 아기들을 절대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을 물고 가거나 아기들을 맡기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쥔장을 믿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햄스터는 독립적인 동물이라 생후 4주쯤부터 분리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아홉 마리 중 두 마리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좋은 곳으로 입양이 된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햄스터 TMI>

밤톨이들은 모두 다 장모 햄스터로, 암컷은 엉덩이와 귀 뒷부분 털이 소량으로 길게, 수컷은 온몸의 털이 아주 길게 자란다고 한다. 군밤이, 도토리, 밤탱이가 장모 수컷인데 털이 길고 부스스하게 자란다고 한다.


이외에도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질문한 내용들을 Q&A로 묶어 답변을 남겨두었는데, 햄스터를 반려할 생각이 있거나, 현재 하고 있다면 참고해 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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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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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케어를 한 걸까? 사진 곳곳에는 다양한 표정과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햄스터들이 있다. 한 손에 착 감기는 사이즈, 볼 주머니가 터질 듯 가득 찬 먹이, 각자 취향껏 즐기는 보금자리에서의 모습들은 세상 모든 근심을 잊게 만든다.


보들보들, 포근포근, 말랑말랑 촉감들이 사진을 뚫고 나와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한 마리만 해도 지켜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은데, 성격도 제각각인 매력덩어리 다섯 녀석이라니.


천방지축 햄쪽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피로도, 스트레스도 모두 잊고 그저 행복함만 가득할 것 같다. 보다 보면 자꾸만 장난이 걸고 싶어지는 밤톨이들을 보며, 수고한 오늘도 기분 좋게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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