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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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정의하고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 사전!"


기쁨, 슬픔, 황홀함, 사랑, 걱정, 우울, 화남 등 나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누군가에게 전달하려 할 때, 우리는 때때로 말이 다음을 다 담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느끼는 어떤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어휘나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게 되는 경우나 혹은 보통의 어휘들로 상태를 전달할 수밖에 없을 때 대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느끼고 있는 그 상태에 대해 제대로 의미 전달을 하지 못하거나, 얕은 진폭의 감정 정도만 간략하게 전달할 수밖에 없는데, 충분하지 않음에도 그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런 불완전한 언어의 빈틈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9년부터 십이 년간 감정들을 하나하나 명명하고 질서정연하게 정리하는 일명 '슬픔에 이름 붙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함으로써 혼란하고 미묘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십이 년의 결과물이자, 그가 만든 애매한 감정 표현을 위한 '신조어 사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애매모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신조어 사전으로, 의미 전달을 위해 저자가 고심해서 만든 정의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각 어휘들이 생성된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그 속에 포함된 정의와 의미는 그동안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우리 내면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문이 되어줄 것이다.

한글이 아닌 외국어, 여기에 더해 새로 창조한 언어이기에 단어 그 자체로 보기보다, 그 속에 담아둔 의미들에 더 중점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판타지 영화에서 마법사가 세상 처음 들어보는 말로 주문을 외우듯, 살다가 필요한 순간 나의 감정을 터트릴 무언의 도구로써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 책에 담긴 신조어들은 요즘 세상에 흔하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신조어들과는 다른 목적과 의미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어찌 보면 단어 그 자체보다, 의미에 더 집중해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어 그 자체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의미를 담고 표현할 수단이자 그릇일 뿐이다. 의미는 우리 안에 있으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창조하기보다 그저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하고 창조해 냄으로써 수많은 어휘들을 탄생시켰다. 이 책을 살펴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정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그것들이 보통의 언어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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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탄생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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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이름 붙이기>는 저자 존 케닉이 우리가 하지 못한 그 일을 과감히 실천에 옮겨 '슬픔'에 관한 구체적인 단어들을 만들어 모아 출간한 신조어 사전이다. 무려 대략 십이 년의 세월 동안 말이다.

이 책의 임무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기이함-일상생활의 이면에서 웅웅거리는 모든 아픔, 걱정거리, 분위기, 기쁨, 충동-에 빛을 드리우는 것이다.

평생 느껴왔음에도 알지는 못했던 무언가를 위한 단어가 다른 누군가와 공유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위안이 된다. 그것은 심지어 이상하게 힘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당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 당신이 기이한 일련의 상황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누군가가 상기시켜주는 일은.

그리하여 이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태어났다.

단어들은 절대 우리를 제대로 대변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시도해 봐야만 한다. 다행히도 언어의 팔레트는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언어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 즉 번역 불가능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의하지 못한 만큼 모호한 슬픔은 없다. 우리는 그저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은 사전이자 모든 것에 대한 한 편의 시다. 책은 여섯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에는 외부 세계, 내적 나아, 당신이 아는 사람, 당신이 모르는 사람, 시간의 흐름, 의미의 추구 같은 주제에 따라 모은 정의가 담겨 있다.

이 사전에 수록된 단어는 모두 신조어다. 어떤 단어는 쓰레기 더미에서 구출해서 재정의한 것이고 또 어떤 단어는 완전히 꾸며낸 것이지만, 대부분은 사어이거나 활어인 수많은 다른 언어의 파편을 한데 꿰맨 것이다. 이 단어들은 반드시 대화에서 사용되길 바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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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켄츠방스포스텔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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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어둠 속에서 모닥불을 쳐다보며 원초적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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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카이룬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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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푹 빠져서 했던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치 당신의 머리가 자동으로 그것 모두를 꿈으로 단정 짓고는 벌써 기억에서 지우기 시작하기라도 한 듯, 그것이 머릿속에서 재빨리 사라져가는 걸 느낄 때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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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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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정신 속 텅 빈 공간;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칭찬,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애정, 더 많은 기쁨, 더 많은 섹스, 더 많은 돈, 더 많은 햇살의 시간, 더 많은 인생을 바라는 무한한 굶주림; 가지고 있는 모든 좋은 것을 너무 빨리 빼앗기고 말 거라는 생각에, 결국 세상에서 먹혀버리기 전에 세상을 먼저 허겁지겁 삼켜버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공황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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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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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세상일에 신경을 덜 쓰고픈 욕망; 삶을 움켜쥔 손에서 힘을 뺀 채 그것을 느슨하고 유쾌하게 들고 있을 방법, 즉 재빨리 몸을 움직여 삶을 배구공처럼 공중에 계속 띄운 채 신뢰하는 친구들이 자유로이 튀기게 해서 공이 늘 살아있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고픈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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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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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한밤중에만 문득 떠오르는 듯한, 때로는 몇 주 동안 잊고 살지만 결국 또다시 어깨에 내려앉아 조용히 둥지를 트는 듯한-이미 마감을 넘긴 업무,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 닥쳐오는 미래에 대한-되풀이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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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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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여러 해 동안 느껴보지 못했다가 되살아난, 감정을 자극하는 플레이리스트가 우연히 아이팟 셔플에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잊고 말았을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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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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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얻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을 때의 공허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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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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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자신이 어떤 경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 마치 밀려오는 기대감 때문에 무심코 마음의 자력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 으르렁대는 잡음 이상으로 강렬한 무언가를 촉발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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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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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 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해야 한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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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어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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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할 때 가끔 느끼는 두려움. 이번을 마지막으로 상대를 못 보게 되진 않을지, 상대에게 아무렇게나 건네는 작별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되진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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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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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 먼 곳의 대재앙보다 자신의 사소한 문제에-내전보다 가족간의 말다툼에, 기후변화보다 사흘 동안 앓아야 하는 열병에-훨씬 더 신경을 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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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글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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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강렬한 사교 행사가 있은 다음 날, 목소리와 웃음소리의 빛이 조용한 어둠으로 가라앉을 때 문득 느끼는 격렬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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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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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 한밤중에 혼자만 깨어 있다는-차 한 잔과 노트북을 벗 삼아 혼자 앉아 있거나 아무도 없는 거리의 한가운데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다는-사실에 은근히 커다란 기쁨을 느끼는. 세상을 다 뜯어내서 단순히 검은 상자만 남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아직 공연 전인 텅 빈 극장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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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에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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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어떤 경험이 자신에게는 전혀 특별하지 않게 다가오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 낱낱이 기억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공포증, 집착, 평생의 관계,  평생의 커리어를 낳을 수도 있다는-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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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해, 행복해, 공허해라는 단어로는 뭔가 부족하다 느꼈던 의미와 감정들을 신조어에 묶어 표현해 보니, 이전보다는 훨씬 더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저자가 임의로 만든 단어이기에 이 표현과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내 감정에 대해 보다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

평소 단조로운 말들에서 결핍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시처럼 음악처럼 담아낸 이 책의 신조어를 활용해 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표현들로 나의 감정을 드러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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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
임성민 지음 / 아름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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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똑딱이와 산책하며 떠오른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평소 나는 얼마나 사색의 시간을 가졌나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하루 중 약간의 시간을 떼어 나만의 사색할 시간, 산책할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비록 반려견은 없지만, 혼자라도 터벅터벅 걸으며 하루 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봄으로써 생각의 비움과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싶다.


평소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이라던가, 아니면 수시로 나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되짚어보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반려견과 생활하며 느끼는 생각의 꼬리를 잡아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읽다 보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거리들이 엿보이는데, 저자의 생각에 더해 내 생각은 어떤지를 덧붙여보게 된다. 나는 이때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특정 단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즐거움은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나를 더 발견하게 된다.


만약 여태껏 떠밀려오듯이 삶을 살았다면, 더 늦기 전에 멈춰서 나 자신을 비롯해 내 주변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들리지 않았던 진짜 중요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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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가 오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모든 게 달라졌다. 눌러붙은 익숙함이 긁어졌고, 갈라지던 감성에 물기가 올라오면서 오래된 먼지 같던 것들이 나름 본래의 색을 띠었다.


불을 끄면 무덤 속 같은 귀가 멍한 갑갑함에 우울함이 꾸역거리던 밤의 공포는, 귀여운 새근새근 소리를 머금은 만화 속 어둠으로 바뀌었다. 한낮의 지루함 따위는 까먹었다.


우리는 별것도 아닌데 행복해했다.

(...)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작은 것들이 크게 다가왔다.

(...)

또한 그동안 들리지 않던 것들이 다시 들렸다. 고루함이라며 묻어버린 것들이 드러났다.

(...)

자신이나 타인에게 당연해서 대충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인간관계의 많은 것들이 안 보이고 안 들렸다.

하지만 초보 개 엄마인 나는 전과 달리 사람들이 해주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명심하고 실행하려 노력했다.

(...)

그러다 보니 깨달았다. 잊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우리는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게 되레 소홀해졌다.

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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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반려견 똑딱이와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달라졌다고 말한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똑딱이는 저자의 삶에 있어 어떤 계기를 만들어 준 매개체였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고루하고 지루하던 일상에 색이 덧입혀졌고, 또 주변에 존재했지만 잊거나 넘겼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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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개처럼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뿐만 아니라 심지어 본인도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괜찮나 보다 하지만 인간은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말을 못 한 것이다.


그러다 괜찮다고 꾹꾹 눌러 담았던 멀쩡해 보이던 것들이 터져 드러났을 때는 손 쓸 방도가 없다.


우리도 너무 늦기 전에 스스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보살핌의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하는 것처럼, 관심과 애정을 우리에게도 하면 된다.

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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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면서 저자가 느낀 것 중 하나는 '나' 자신도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꾹꾹 눌러 담으며 참고 또 참기보다, 평소 나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면서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잊고 산다. 부디 앞으로는 나를 방치하기보다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사랑하고 보살피는데 우선순위를 두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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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울타리지만 삶을 감싸지는 않는다. 가족은 삶이라는 전체 안에 포함된 삶의 부분이다.

(...)

가족은 서로에게 언젠가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면 된 거다. 좋은 기억은 뇌에 투약한 영양제로 투약 시점부터 뇌가 멈출 때까지 효능이 줄어들지 않는다.


가족은 기대를 위한 대상이 아닌, 힘들 때 기대라고 어깨를 피하지 않는 존재이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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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정의를 '희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나 역시 한때는 나보다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희생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족도, 부모도, 자식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가족에 대한 정의를 조금 다르게 정의해 보면 어떨까 한다.


내 삶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이라는 것, 서로 독립된 개체로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는 존재라는 인식, 여기에 더해 기대하는 대상이 아닌, 힘들 때 서로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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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낸다는 것은 호감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부분보다 클 경우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자신의 기준에서 심한 비호감일 때, '저런 사람과 어떻게 지내지?' 이렇게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다른 부분에 호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은 유야무야 단점들이 무뎌지거나 참아진다.


그리고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하는 요인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 변한다. 모든 특성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개개인에게 스며들어 취향인 듯 들어온다.

63~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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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과 비호감을 구분 짓는 것에는 취향도 반영된다. 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무엇을 평가하는지, 또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어떤 것은 호감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비호감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놓고 보니 세상에 완전한 호감과 비호감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의 생각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취향 또한 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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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임을 스스로 인식하며 행동한 상태에서, 타인 또한 중요한 사람인 것을 표현한다면 상대방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남도 나를 대한다.

(...)

남을 너무 의식하며 나를 방치하면 남들도 그는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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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잘 몰랐는데, 어느 정도 사회생활과 사람들을 겪고 보니 확실한 것은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면 남도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다.


의도해서 한 행동이 아닐지라도, 너무 나를 낮추거나 배려라는 이름으로 나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면 남도 어느 순간 당연한 듯 나를 우선순위에서 빼버린다.


배려, 양보, 이해 모두 좋은 의미고, 좋은 덕목이지만 때로는 나를 위해서 이런 것들을 잠시 미뤄두는 것도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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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나로 내가 선택되었는데 책임감 없이 저만치 두면 나는 희미해져 없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 지거나 안쓰러워하지도 않는다.

(...)

자신을 스스로 배려해야 한다.


자신이 특별한 이유를 타인에게서 인정받으려 할 때 평범해진다.

(...)

누구나 자신에게 평범하지 않다. 나는 자신이기 때문에 가장 특별하다.

(...)

타인에게 특별함을 부여받을 필요는 없다. 이미 나는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다.


특별한 우리 모두지만, '나'는 고려하지 않고 타인에게 특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자신'이 없어서이다.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당신, '자신'을 가지고도!

83~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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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할수록 나는 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나는 나 자체로 특별한 존재인데,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나의 특별함을 버리고 타인에게 맞춰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나의 특별함은 사라지고 어느새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가 된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된다.


삶에 있어 타인의 빛나 보이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연습을 계속해보자. 그러다 보면, 내가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원래'의 의미는 '근본'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하게 된다. 또한 '원래'는 미리 예방하거나 앞으로의 행동 방식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

'넌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의도는, '너는 딱 그 정도야. 발전 가능성이 없어'라며 잘못된 인간관계의 탓을 자신은 제외한 채 상대방에게 모두 돌리고 있다. 그래서 매우 이기적인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이 굳이 대꾸한다면, '내가 뭘' 정도가 될 것이다. 잘못된 관계를 풀어내는 상황에서 잘못의 초점이 한 사람에게 갈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관계가 좋아지지 않고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원래'는 강력한 말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잘 못 사용하면 잘못이다.

(...)

드라마를 한참 보는데 여기에도 '원래'가 나왔다. 신경 써서 들으니, 드라마에서 종종 사용하고 있었나 보다. 이성적이지 않은 잘못된 인간관계의 안하무인격 상황이나 성격을 표현할 때 짧으면서 효과적이다.


이는 힘이나 위치를 이용해서 개인이나 혹은 소수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원래'이다.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든 '원래'는 권력 남용이다.


구체적 토론을 초반부터 방지하지 위해 공정하지 못한 작위적 방식에 '원래'의 사전적 의미를 새겨 구성원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지속되어 익숙해지면 타당하지 않더라도 쉽게 돌이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성적이지 않은 이유임에도, 불편하거나 눈치 보지 않으면서 상대를 쉽게 매도할 수 있다.


'원래'를 남용하는 상황이 있다면 물들기 전에 구성원들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 이런 반응보다, "원래 그런 건 없어!"로 '원래'의 의미를 부여해서 맞받아쳐야 한다.

110~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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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는 의미를 살펴보면, 양극단의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잘 쓰이면, 어떤 사물이나 성질에 대해 미리 예방하거나 행동방식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되면 한없이 추락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이 '원래'라는 말인듯하다.


최근에는 좋은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아 '원래'라는 단어가 처음부터 부정적 단어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 말을 부정적으로 활용해 부디 자신의 정당성이나 이기심, 권력남용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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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봐서는 아픔의 경험은 절대 알 수 없다. 모든 아픔이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

타인의 아픔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축소해서는 안 된다.

225,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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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특히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행위는 더 조심해야 한다. 외적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뿐더러, 아픔의 경험은 더더욱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자신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자리 양보를 강제로 요구하거나 반말을 찍찍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할 이유도 없으며 진짜 자신보다 어리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도 말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노약자석을 두고 분쟁이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부턴가 '노약자석'을 '노인석'으로 착각해 시비를 거는 노인들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엄연히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약자인 사람들도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석인데 멀쩡해 보인다고, 젊다는 이유로 한 소리 하며 쫓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전세 냈냐?'하고 한소리 하고 싶은 때가 여러 번이다.


심지어 요즘은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무례한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나이 먹지 말아야지' 싶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멀쩡하거나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또 건강하더라도 피곤하거나 힘든 날에는 앉아서 갈 수도 있다.


부디 타인의 상태를 겉모습으로 판단해 오인하고 마음대로 축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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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경험이 기억에 박혀 있는 경우 빠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그때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지금, 현재 잡아둘 수는 있다. 힘든 기억은 그저 저편에 놓고 그곳으로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힘든 것은 그때로 족하다.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2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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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거나 상처받은 기억은 기억 속에서 잘 없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질지언정, 완전한 삭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힘든 기억이나 상처는 저 멀리에 두고, 가까이하지 않으려 그토록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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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많이 예민한 나는 관계를 줄이니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나에게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보다 고통을 줄이는 방식이 나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삶에 대한 방식이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인 것도 아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고 이를 방어하는 자세는 전보다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줬다.

2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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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감 갔던 글 중 하나다. 어느 날 나에게 있어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을 곰곰이 따져봤더니, 결국 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외적인 것들을 하나 둘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여유도 생겼다.


예전에는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쓰느라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면, 오히려 정리하고 난 후에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취미들을 하나씩 실행하며 사는 것은 물론, 질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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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최근 몇 년간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그러면서 삶의 가치와 중요한 우선순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에게 의미 있었던 것들과 나를 불행하게 했던 것들, 그리고 어떤 계기로 나를 변화시켰던 것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말이다.


아직 현재 진행형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러운 것을 보면, 스스로 꽤 잘 해 나가고 있는듯하다. 과거에는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여러 이유로(친구니까, 직장이니까, 사회규범이니까 등등) 놓지 못하고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려 노력했는데, 이만큼 살아보니 맞지 않는 것을 굳이 맞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알아온 인연이지만 맞지 않으면 관계가 끊길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직장이라면 이직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규범조차 시대가 변하면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굳이 고리타분하게 맞춰가며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이 모든 것들을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보니 왜 그토록 오랫동안 그 원 안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왔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일찍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걸어갔으면 훨씬 더 나은 기회들을 포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빠져나와 나만의 시선과 생각에 중점을 두고 인생을 걸어나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보니 진짜 행복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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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 여행하면 떠오르는 곳 중 '이탈리아'는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자,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전에 책을 통해서 이탈리아 '알프스와 북부지역'을 여행했었는데, 이번에는 북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인 중부와 남부지역을 탐험해 보려 한다. 책에는 이탈리아 전반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지만, 중복되는 내용은 제외하고 담아보려 한다.


이탈리아 중남부 지역을 돌아보며 총체적으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모르는 지역과 안 가본 지역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후에 기회가 된다면, 지역별로 구분하여 몇 번 더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선을 압도하는 풍경과 곳곳에 스며든 중세도시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그럼 이제부터,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지역을 꼼꼼히 살펴보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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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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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토>


▶오르비에토는 고도 195m의 바위산 위에 있는데 900년 역사를 가진 성벽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어 천혜의 요새 도시로 별칭은 '하늘도시'이다.


▶기원전 에트루리아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의 12개 도시 중 하나이다.


▶중세도시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슬로우 시티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두오모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공존된 독특한 두오모이다.


▷검은 현무암과 하얀 석회암으로 된 줄무늬는 시에나의 두오모와 비슷한 느낌이다.


▷전면에 찬란한 금빛 모자이크와 로렌초 마이타니의 손길을 거친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두오모란 '신의 집'을 의미. 로마 이외의 지방에서는 주교가 상주하는 마을의 대표 성당을 뜻한다.



■지하 도시


▷기원전 1세기 전부터 정착한 에트루리아인들이 만든 비밀 공간으로 피난을 가진 못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만들었다.



■산 파트라지오 우물


▷72개의 창문이 햇빛을 받을 수 있어 낮에는 생활이 가능했다.


▷내려가는 계단과 올라가는 계단이 만나지 않아 비밀이 보장된다.


▷나귀는 물을 싣고 내려가고 올라가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아시시>


▶이탈리아 중부의 수바시오 산 위에 위치한 약 3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아시시는 로마에서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성 프란체스코가 태어난 도시라 해마다 100만 명에 달하는 순례자와 관광객이 찾아온다.


▶13세기에는 위대한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예술적 영감을 불태웠으며 그 흔적들이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시시는 천천히 걸어 다녀도 하루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


▷아시시에서 가장 웅장한 건축물이며, 성녀 카타리나와 함께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으로 꼽히는 성 프란체스코를 기리기 위해 만든 성당이다.


▷건축, 회화, 종교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성당 내부에는 성 프란체스코가 입던 옷과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지하에는 1818년에 발견된 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코무네 광장


▷광장 중앙에는 18세기에 만들어진 분수가 있고, 정면에 미네르바 신전과 코무네 탑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코무네 광장은 고대 포로 로마노 지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시민들의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타 키아라 대성당


▷성 프란체스코의 사상에 매료되어 사도가 된 성녀 키아라에게 바쳐진 성당


▷내부에는 성 프란체스코가 말한 '성 다미아노의 십자가'와 성녀 키아라의 의복과 금발머리가 보존되어 있다.


▷천장에는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고 지하에 그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로카 마조레


▷14세기에 만들어진 이 성체는 다각형의 탑과 출입구 근처에 있는 원통 모양의 작은 탑을 추가로 건립하면서 15~16세기에 확장되었다.


▷한때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


▷성채의 망루에서는 아시시의 시내 모습뿐만 아니라 움부리아 지방의 전원 풍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


▷성 프란체스코와 그의 제자들이 처음으로 교회를 지었던 장소로 현재의 성당은 16세기 갈레아조 알레시가 설계한 것이다.


▷성당 내부는 3개의 본체와 성화와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12개의 부속 예배당이 있다.


▷성 프란체스코는 1226년에 이곳에서 숨졌다고 전해진다.



<토스카나>


▶훌륭한 르네상스 미술과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탈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혁신의 중심지였으며, 토스카나 출신의 화가, 건축가, 조각가들은 새로운 유럽 문화를 정립시켜놓았다.



<시에나>


▶고대 성벽에 둘러싸인 아름답고 온화한 도시 시에나는 3개의 언덕 위에 건설된 중세도시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와 함께 경쟁을 하면서 성장한 시에나는 결국 경쟁에서 밀려 낙오한 도시로 남게 된다.


▶'불에 탄 시에나'라고 불릴 만큼 적갈색의 웅장한 고딕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전설에 따르면 시에나는 로마의 창시자인 '레무스'의 아들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캄포광장


▷캄포라고 부르는 캄포광장은 거대한 조개 모양으로 9개 지역으로 이어진다.


▷부채꼴 모양은 중세 시대에 시에나를 지배한 9개 지배자를 상징하고 있다.



■푸블리코 궁전


▷13~14세기 시청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내부에 암브로조 로렌체티의 프레스코화인 '선한 정부, 나쁜 정부의 비유'가 전시되어 있다.



■두오모 미술관


▷현재 국립 회화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시에나 화파의 작품들, 두치오의 프란체스카의 마돈나, 시모네 마르티나의 밤비노의 마돈나, 암브로지오 로렌체티이 마돈나 연작 등이 대표적이다.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하기 위해 만든 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합쳐진 건축 양식으로 화려한 줄무늬 대리석 색감에 금빛의 모자이크로 장식하였다.


▷내부의 하얗고 검은 색의 줄무늬는 시에나 시의 문장을 상징한다.


▷40명의 예술가가 만든, 바닥의 모자이크는 지나치지 않고 보게 된다.


▷아스키우스는 검은 말을, 세니우스는 하얀 백마를 타고 온 것을 형상화해 시에나의 문장과 색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당시의 교황이었던 프란체스코 피콜로미니는 장서를 보관하기 위한 미니 도서관 건립을 지시하는데, 바로 피콜로미니 도서관이다. 그리고 내부에는 피콜로미니의 일생을 담은 프레스코화로 장식하고 정면 중앙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내용을 조각하였다.


▷세례당에는 금장식의 청동 세례반이 있으며, 하단의 청동 부분은 도나텔로의 헤롯왕의 향연과 기베르티의 세례 받은 예수 그리스도 작품이 있다.



<아레초>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상업도시로 번영하였으며, 이탈리아의 남부와 북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자연스럽게 상업과 공업이 발달하였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고향이며 황금과 패션 디자인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두오모


▷7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어졌지만 의외로 유명하지 않은 게 더 신기한 성당이다.


▷중앙 제단의 관은 아레초에서 숨을 거둔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의 관으로 그의 죽음과 함께 막달라 마리아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산 프란체스코 성당


▷내부의 벽화 연작을 보려고 찾는 관광객이 많다.


▷이 그림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콘스타니누스의 꿈'과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이라는 작품이다.



<루카>


▶르네상스 시대의 성벽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작은 도시는 자갈길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중세의 탑과 파스텔 색 건축물, 넓은 광장이 인상적이다.


▶광장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가득하다.


▶매년 5월 27일은 루카의 중요한 성인인 성녀 지타의 타계일로, 1년 중 안피테아트로 광장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성녀 '지타'를 기리기 위해 대규모 꽃 시장으로 변모하는 광장은 하루 동안 꽃의 바다를 이룰 정도로 꽃으로 뒤덮인다.



■산 프레디아노 성당


▷성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널찍한 파사드 위에 있는 비잔틴 양식의 금빛 모자이크이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과 미라로 보존된 성자 등을 볼 수 있는 성당 내부 또한 외관에 뒤지지 않는다.


▷루카의 중요한 성인인 성녀 지타의 예배실이 있으며, 성녀 지타는 유리관 안에 미라로 보존되어 있어 유리 너머로 얼굴과 손을 볼 수 있다.


▷성당의 벽과 기둥과 예배실에 전시된 프레스코화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보존되었다.


▷그 중 십자가 예배실 천장에 전시되어 있는 르네상스 화가 아미코 아스페르티니의 16세기 작품은 단연 돋보인다.



■토레 델레 오레 시계탑


▷'토레 델레 오레'라는 이름의 시계탑의 높이는 50m로 남아 있는 탑 중에서 가장 높다.


▷대부분 부유한 상인 가문의 소유였던 탑들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방어 기능을 수행했는데, 현재 몇 개만 남아 있다.


▷탑 꼭대기에는 루카에서 가장 높은 14세기에 세워진 시계가 있다.


▷꼭대기에 오르면 아름다운 루카의 전경과 토스카나 지방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귀니지 타워


▷루카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귀니지 타워는 약 44m에 달하는 꼭대기에 수 백 년 된 털 가시나무 정원을 품고 있다.


▷털 가시나무로 덮인 중세의 탑 너머로 루카의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14세기 후반, 귀니지 가문에서 부를 과시하기 위해 건립한 붉은 벽돌의 귀니지 타워는 귀니지 성에 인접하게 조성되었으며, 조성된 탑들은 외부의 공격에 맞서 보호하는 기능도 담당하였다.


※꼭대기의 나무는 학자들에 의하면 재탄생과 권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파네르 궁전


▷루카에서 가장 우아한 명소인 파네르 궁전은 17세기에 지어졌으며 프레스코화와 성벽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 유명하다.


▷1660년대에 부유한 모리코니 가문에 의해 건립되었다.



■산 마르티노 대성당


▷산 마르티노 대성당은 무려 11세기 경부터 루카에 있었다. 기존의 구조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12세기 이후 진행된 보수 작업으로 지금의 정교한 건축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외관 상층부의 기둥은 조각상과 기하학적 조각물로 꾸며져 있다.


▷가장 신성한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8각형의 예배실에서 루카의 성스러운 얼굴을 보자.


▷볼토 산토 디 루카는 정교하게 만든 예수 그리스도의 조각이 목재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작품이다.


▷학자들은 대체로 오늘날의 볼토 산토 디 루카를 원본의 모사품이라고 본다.



■산 미켈레 광장


▷산 미켈레 광장은 200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루카의 시민 삶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고대 로마의 포룸이 있던 곳이자 개선식이 거행되고, 공공 연설, 상업이나 정치 활동이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1548년, 참수당한 16세기의 유명 정치인 프란세스코 부라마치의 동상도 볼 수 있다.


▷광장에는 완공되지 않은 성당이 서 있는데 12세기의 웅장한 산 미켈레 성당이 광장을 압도한다. 그러나 결국 완공되지 못했다.



<피사>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는 복잡한 항구도시이자 중요한 대학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은 피사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사의 사탑과 두오모를 보기 위해 찾는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피사의 사탑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위태롭게 기울어 있는 이 탑은 12세기 부유한 해상 공화국을 이륙한 피사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두오모의 부속 건물로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탑이 기우는 이유를 기초 공사로 보고 2층부터는 수직으로 짓기 시작했으나 탑은 계속해서 기울어졌다.


▷현재는 지반이 약한 충적토인 피사의 지질 때문에 기울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례당


▷세례당과 설교단에는 '그리스도의 탄생,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최후의 심판' 등이 조각되어 있다.



■두오모 성당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훌륭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두오모는 팔레르모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064년 착공하여 13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4단 정면은 기둥과 블라인드 아케이드가 혼합되어 있다.


▷1153년에 착공한 대리석 예배당은 완성하는데 200년이 걸려 만든 대작이다.


▷조반니 피사노가 설계한 매력적인 고딕 양식의 설교단과 헨리 7세의 무덤이 있다.


▷설교단 앞에는 갈릴레이가 흔들리는 램프를 보고 진자의 원리를 발견한 계기가 된 '갈릴레이의 램프'가 있다.



<몬탈치노>


▶중세 시대의 거점으로 성장했으며 후에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의 생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몬탈치노 요새


▷요새는 몬탈치노에서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나, 재즈 와인 페스티벌과 마을이 축제에는 항상 요새에서 축제가 열린다.


▷성채에서 바라보는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프리오리 궁전


▷현재는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궁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시계탑에 높이 잇는 건물이 궁전인데 13세기에 건설되어 작은 마을의 정치적인 일들을 처리했다.


▷성곽도시인 만큼 화려한 궁전보다는 마을을 지킬 목적으로 적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몬탈치노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공간이다.



<산 지미냐노>


▶산 지미냐노는 잘 보존되어 있는 12개의 성곽들이 있어 중세 건축으로 유명한 탑의 도시이다.


▶작은 마을이지만 곳곳에 솟아 있는 중세의 탑들과 구불구불 골목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


▶작은 마을이 탑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당시 귀족들이 저마다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쌓아올리면서 시작되었다.


▶번성했던 산 지미냐노는 페스트, 즉 흑사병의 피해를 받아, 도시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하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후 발전이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중세 마을로 보존되었으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산 지미냐노에서 가장 높은 시청사탑(그로사탑)에 올라가면 토스카나 전원과 마을 전경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다.



<산 퀴리코 도르시아>


▶궁전, 파스텔 색상의 집, 광장. 자갈로 덮인 골목길이 있는 언덕 위에 따로 떨어져 있는 중세 마을이다.


▶한때 로마와 북유럽 사이의 비아 프란치제나를 지날 때 순례자들이 머무르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토스카나의 느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산 퀴리코 대학교회


▷1100년대 후반에 세워진 교회에는 바로크, 고딕,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교회 근처에는 17세기 청사인 치기 궁전이 있다.



<피엔차>


▶르네상스 도시인 피엔차는 동화책에 나오는 언덕 마을로, 토스카나의 시에나 지방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이다.


▶원래 '코르시냐노'라고 불렸던 피엔차는 에네아 실비우스 피콜로미니의 비전에서 탄생한 이탈리아 최초의 계획 도시이다.


▶현재 피엔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는 중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두오모


▷교황 바오 2세의 명령에 따라 1459년 성모 마리아를 위한 성당으로 베르나르도 로셀리노가 설계했다.


▷세기에 활동한 조반니 디 파울로, 로렌체 디 피에트로 등의 화가가 남겨 놓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에 교황이 피엔차에 쏟은 열정을 알 수 있다.



■피콜로미니 궁전


▷비오 2세 교황과 그의 가족을 위한 여름 휴양지로 지어진 피콜로미니 궁전은 15세기에 지어졌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르지아 궁전


▷13~19세기까지의 예술품과 장신구를 전시하고 있다.



<몬테풀치아노>


▶토스카나 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토스카나지방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과 돼지고기, 치즈, 렌즈 콩, 꿀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하는 생산지이다.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품종에 속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 바로 '비노 노빌레 디 문테풀치아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영화였던 '트와일라잇'의 속편인 '뉴 문'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에드워드를 찾기 위해 방문했던, 뱀파이어 수장의 도시 '볼테라'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그란데 광장


▷몬테풀치아노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으로 영화 '뉴 문'의 배경으로 나왔다.


▷중세 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 작고 아름다운 광장이다.


▷도시의 가장 중요한 광장으로, 주위에서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스펠로>


▶이탈리아 움부리아 주 페루자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스펠로는 꽃의 도시로 유명하다.


▶과거에 '히스펠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꽃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스펠로는 테라스를 가장 예쁘게 꾸미는 집을 뽑아 증표를 주기 때문에 주민들은 항상 집을 꽃으로 가꾸고 있다.


▶스펠로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꽃들이 활짝 피우는 봄이다. 특히 5월 말~ 6월 초에 성체 축일에 열리는 꽃 축제가 스펠로의 가장 큰 축제이다.



■콘솔라레 문


▷1세기에 로마의 식민지가 되면서 스펠로는 도시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성을 만들고 그 안과 밖이 연결되는 문이 콘솔라레 문이다.


▷스펠로 성의 남문인 콘솔라레 문은 여행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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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남부 지방의 매력은 단순하고 자연적인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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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폼페이는 지금은 내륙이 되었으나 고대에는 베수비오 화산의 남동쪽에 위치한 항구도시였다.


▶제정 로마시대에는 귀족들의 휴양지로 공중목욕탕, 원형극장, 술집, 윤락가 등을 갖춘 쾌락의 도시였다.


▶한때 인구 2만 명에 달할 정도로 번영을 누리던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에 의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재와 진흙 속에 파묻힌 폼페이는 당시 로마인들의 실생활을 엿보게 한다.


▶오랫동안 전설 속에 묻혀 있던 폼페이 유적은 1748년 우연히 발견되면서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었다.


▶폼페이는 부유한 로마인들의 휴양지였다.


▶이곳의 많은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들은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예외적으로 남아 있는 곳이 빌라 데 미니스테리이다.


▶폼페이 유적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 돌아간 것처럼 당시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성벽 안에 남겨진 주거지와 실내 벽화를 통해서 당시의 일상생활과 회화 양식의 변천을 알 수 있다.


▶폼페이에서 빼놓지 않고 꼭 봐야 할 곳들로는 신비의 빌라와 베티의 집, 비극시인의 집, 목신의 집, 폼페이 최대의 번화가였던 비아델 아본단차거리 등이다.



<나폴리>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진 나폴리는 남부 교통의 중심지로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반드시 들르는 도시이다.



■국립 고고학 박물관


▷규모가 꽤 큰 박물관으로 나폴리에서 가장 볼만한 곳일 것이다.


▷폼페이, 에르콜라노 등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카스텔 누오보


▷나폴리의 상징 같은 건축물로 1282년 프랑스 양주 가문의 샤를이 왕궁으로 4개의 탑을 가진 프랑스 양식의 성으로 유럽에서 가장 남성미 넘치는 성으로 알려져 있다.


▷성 입구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하얀 대리석으로 개선문이 있는데, 스페인 아라곤 왕국의 알폰소 왕이 양주 가문을 격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개선문에는 알폰소 왕이 조각되어 있고 맨 위에 미카엘 천사상이 세워져 있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점령했을 당시에는 이 성을 자신의 집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카스텔 델로보


▷산타루치아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바다에 돌출한 곳에 세워진 견고한 성채이다.


▷조개 시장이 있던 곳으로 성은 노르만인이 지배하던 1154년에 착공되어 왕궁으로 사용되었다.


▷깨지면 재앙이 온다는 계란을 성 지하에 묻어두었다고 해서 '계란 성'이라고 불렀다.



■산 마르티노 박물관


▷나폴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박물관으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보메르 언덕 위에 있다.


▷14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을 개축하여 1866년에 개관하였다.


▷나폴리와 관련된 많은 예술품들과 문서, 생활 자료, 회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나폴리 왕궁


▷나폴리가 스페인 통치하에 있던 1602년에 만들어졌으나 왕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734년 부르봉 왕조 때부터이다.


▷왕궁 내부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왕실의 가구와 미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산 카를로 극장


▷로마 오페라 극장과 일라노 스칼라 극장과 함께 이탈리아 3대 오페라 극장 중의 하나로 1737년 부르봉 왕조의 카를로 3세 때 만들어 진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음악을 이끌어 가는 곳으로 뛰어난 음향 효과로 유명하다.



■카프리


▷코발트빛의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아름다운 꽃과 야생 식물이 인상적인 카프리 섬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15세기 해적을 피하기 위해 고지대에 형성된 마을이 현재 섬에 있는 카프리의 기원이 되었다.


▷그림 같은 카프리 섬은 역사, 자연, 문화와 신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유명한 지중해에 있는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호들과 권세가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였다.


▷신비스러운 빛을 발하는 푸른 동굴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탈리안 시크'의 전형을 보여주며, 아름다운 경치와 한적한 작은 만, 고대 로마의 흔적과 짙푸른 바닷물, 세련된 부티크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아말피>


▶바위투성이 절벽 위로 마을과 포도밭이 늘어서 있는 나폴리 남쪽의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트레킹, 드라이브,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유명 인사들이 사랑하는 관광지이며 호텔, 레스토랑, 바는 부유층이 주요 고객이다.


▶5월과 9월에는 교통 정체가 덜하고 날씨가 시원하기 때문에 환상적인 해안을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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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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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북부는 부유하고, 남부로 갈수록 가난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북부에 비해 남부는 알려진 도시가 많지 않은듯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 역시 중북부에 치중되어 있어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세 시대의 분위기와 함께 고즈넉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을 방문한다는 나름의 유니크함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탈리아 여행이 처음이라면 '폼페이'와 '카프리 섬'은 반드시 가기를 추천하며, 그 외 지역은 동선과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계획하여 방문하면 어떨까 한다.


의외의 보물을 중남부 지역에서 발견하는 것은 물론 탐미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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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그널
브리스 포르톨라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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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언젠가부터 북적이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의 삶을 꿈꾸게 되면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 담긴 사람들의 삶은 그런 나의 바람을 고스란히 반영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편리함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칫 도시생활보다 단조롭거나 심심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 이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저마다의 꿈을 꾸며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상상이상의 다채로움과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총 10개국, 10명의 '비정형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소로'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 에세이로 담아낸 책이다.

단순히 작품으로써 담아내기 위해 찍은 인위적인 사진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해당 지역을 여행하며 그 삶에 녹아들어 담아낸 사진들이라 생생한 현장감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삶을 엿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공간 자체가 예술이 되고 꿈꾸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연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이들을 만나러 알래스카의 섬에서 파타고니아 평원까지 카메라를 들고 여행한다. 그리고 이들이 사는 집과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는데 살펴보면, 숲속, 섬, 등대, 알래스카 양식장, 초원, 자급자족의 형태 등 다양하다.

대부분 폐가를 고쳐 사용하거나 기존에 있던 건물들을 수리해서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보다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매력적인 공간과 풍경들이 가득하다.

삶에 치여 피로와 스트레스, 부조리함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나만의 삶을 찾아 나선 이들이 보여주는 자연, 공간, 가치는 도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충만함, 여유 등을 보여준다.

만약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단순히 '시골생활'로 생각하고 했다면, 이제 그 생각은 그만 접어두기로 하자.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꿈은 현실이 되고, 환상은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면서, 오직 '살아가기'에만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신호'없는 삶 속을 이제부터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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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동료들과 같은 리듬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도 다른 북소리를 듣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음악이 어디서 들려오든, 그 템포가 어떠하든,
그가 듣는 음악을 따르도록 내버려 두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혹은 숲속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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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리스 포르톨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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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모험을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프랑스의 사진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자연과 가까워지기 위해 생활방식을 바꾼 사람들의 삶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장기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로 <노 시그널>을 내놓았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소로처럼 각자 양심에 따라 자기만의 길을 선택해 자신의 깊은 정체성과 조화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들이 꿈을 추구하게 해준 너무도 소중한 자유를 그들 모두가 마음껏 향유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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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냐
핀란드, 이나리 →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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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통나무집에 사는 삼십 대의 젊은 핀란드 여성 티냐는 홀로 자연 속에 살며 지루할 틈 없는 매일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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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장 가까이서 살겠다는 결심, 자신이 자란 고향 이나리로 돌아가겠다는 그녀의 결심은 도시에서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일상의 부조리함을 경험하면서 이루어졌다. 바깥 날씨가 추운데도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이 젊은 여성에게는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강에 가면 손쉽게 물을 길어올 수 있는데 굳이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사용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티냐는 핀란드 남부에 있는 이위베스퀼레 대학교에서 6년 동안 생물학을 공부한 뒤, 도시의 부조리한 삶을 미련 없이 청산했다. 직업생활과 자연 속 삶에 대한 열정을 병행하기 위해 선택한 그 길은 결국 티냐에게 자연 중심이라기보다 오히려 인간 중심인 것으로 드러난다.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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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다. 화목난로로 요리와 난방을 모두 해결하며, 매일 아침 강가에 가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와야 한다. 계절에 따라 삶의 리듬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
(...)
숲속에서 티냐는 자연의 일부로서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18~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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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을 하다 부조리함을 여러 해 경험하면서 마침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살기로 결심한 티냐. 자연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기에 물질적 행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

비록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지루할 틈이 없어 행복하다 말하는 티냐의 삶을 마주하며 떠오른 단어는 바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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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영국, 컴브리아 → 영국, 북부 멜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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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내가 익숙해진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지요. 내 시간과 존재를 희생하기보다는 없어도 그만인 사치스러움과 안락함을 희생하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
느림과 관조, 길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것으로 이루어진 삶. 화덕에 고기를 굽고 강에 가서 물을 길어오고, 채소밭 한 뙈기로 가족을 충분히 건강하게 먹일 수 있는 삶. 배추, 감자를 사냥해온 고기와 맞바꾸는 등 이웃이나 친구들과 즉석에서 물물교환을 하는 삶. 하루 중 어느 때고 불가에서 혹은 키 큰 떡갈나무 그늘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삶.
(...)
바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계 위의 삶을 선택했다.
(...)
다른 한편으로, 자발적 유배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매우 사교적인 성격이라 시골생활을 체험하러 오는 방문객을 정기적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그의 생계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생활 양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선택에 가치와 정당성을 부여해 줍니다. 때때로 확신을 잃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할 때도 있기 때문이죠.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되풀이해 말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스템이 우리의 지평을 열어주는 게 아니라 제한한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무엇이 되었든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이런 삶이 가져다주는 작은 광채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들도 본격적으로 꿈을 꿀 수 있도록요."

남들과 다른 길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면서 그런 삶의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바니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들만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때때로 트레일러에서 사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더라도 말이다. "나는 결심한 대로 매우 단순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의 개인적 선택이죠. 그 선택대로 사는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66~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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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스러움'과 '안락함'을 포기하고 얻은 '시간'과 '존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바니는 경계의 삶을 오가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나를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것 없이 스스로 선택한 삶을 매우 단순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택 덕분에 바니는 자신의 삶에 대해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와 같은 고민이 들거나 의문이 들 때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오로지 나의 의지로 선택한 내 삶의 방식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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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그리스, 레프카다 → 그리스, 섬(루파키아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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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두 살인 실비아는 마흔 세 살의 남편 마리우시와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다.
(...)
그들은 스트레스 많고 과로에 시달리던 예전의 삶에서 벗어나 끝이 없을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
루파키아스는 그녀에게 안도감을 선사해 주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새 집을 꾸미고, 이어서 다른 집들도 꾸미면서 도전과 함께하는 새롭고 열광적인 삶을 살게 되었고, 힘들었던 과거의 폐허 위에 삶을 다시 지어올릴 수 있었다.
(...)
"더 이상 잡다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연에 둘러싸인 채 계획한 것을 실천해갔어요 확신을 갖고 실천했어요. 나는 이 장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답니다. 그 사실이 나를 진정시켜주고 내가 나 자신과 조화를 이루게 해줘요. 처음으로 마침내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10년 전의 나라면 모든 것을 버리지 못했을 거예요.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에 사로잡혀 여기서 사는 걸 시간 낭비로 여겼을 거예요."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사는 삶이 나에게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진 않아요. 오히려 전진,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우리에게는 자연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진보를 뜻하지요."
136,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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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과로에서 벗어나 새로 선택한 루파키아스에서의 삶은 이들에게 안도감과 함께 새로운 도전과 열광적인 삶을 선물했다.

실비아는 폐허를 머무는 공간, 작업 공간,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하면서 삶 그 자체가 예술이 되었다.

자연 속에 깊이 머물며 조화를 이루는 삶은 잡다한 것에서 벗어나 계획한 것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마음을 진정시켜줌으로써 뿌리 깊이 이 장소에 박혀 있다는 안정감 또한 주었다.

자연과 가까이 사는 삶에 대해 사람들은 후퇴나 회귀를 말하지만, 실비아에게는 오히려 전진과 진보를 의미한다는 말에서 자연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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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노 시그널'의 삶을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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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이탈리아, 토스카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몇 시간 떨어진 폐농가


■스카이
아르헨티나, 네우켄주 → 파타고니아 북부
남편 차노, 아들 레오와 함께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음


■벤
미국, 유타주 → 자급자족의 삶
미국 농산물 가공업의 현실을 깨닫고 자신이 소비하는 음식의 대부분을 직접 생산해서 생활하고 있는 벤!


■제리
미국, 알래스카주 → 알래스카주 굴 양식업자
번아웃을 겪고 알래스카에 정착해 굴 양식업자가 되었다. 지금 그는 잘 보존된 대자연에 둘러싸인 외딴 작은 만에 살고 있다.


■엘레나
노르웨이, 베스테롤렌제도 → 노르웨이 북부, '리틀뢰야'라는 작은 섬의 등대
그녀는 그 섬의 유일한 주인이다. 리틀뢰야는 독수리와 가마우지가 사는 67헥타르의 바위섬으로, 글자 그대로 노르웨이의 '작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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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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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이 없는 노 시그널의 풍경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 다른 나라, 다른 장소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가까이 사는 10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운다.

막연히 자연과 가까이 산다고 생각했을 때 떠올렸던 생각들이 하나 둘 부서지기 시작하면서 참신하고 유니크한 공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삶의 목적, 방향에 따라 혼자, 또는 부부, 가족이 함께 살아간다.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것이 후퇴나 과거로의 회기가 아닌, 전진과 진보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 책 곳곳에는 소로의 문장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선택한 이들의 삶을 더없이 긍정해 주며 조화를 이룬다.

10명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선택과 주관에 의해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을 선택했는데, 그래서인지 그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표정과 행동 곳곳에서 묻어난다.

덕분에 보는 내내 부러운 마음 반, 언젠가 나 또한 그런 공간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반으로 내내 지켜보게 되었다.

'소로'의 삶보다 21세기 '소로'의 삶은 한층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느껴진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나를 위한 시간을 온전히 즐김으로써 '행복'이 무엇인지를 삶 그 자체로 가르쳐 준다.

덕분에 나에게 맞는 삶,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직 '살아가기'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충만함을 가져다주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듯 매일이 특별한 하루로 채워지는 이들의 삶은 우리가 어떻게 삶을 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함께 나만이 풀 수 있는 숙제를 제시한다. 이제부터 천천히 이 숙제를 풀어가며, 나에게 가장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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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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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마음이 전하는 눈부신 안부!"


주기적으로 하는 책 수집을 통해 알게 된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 틈틈이 시간 될 때마다 그 리스트를 마치 도장 깨기 하듯 읽어나가며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접하고는 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왜 이제서야 이 작가를 알게 된 걸까?'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런 한편 '이제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유는 꽤나 작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슬픔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내며 표현한 방식, 여기에 더해 이 마음을 할퀴거나 상처내기보다 오히려 따스하게 감싸주듯 품어준 방식 등이 꽤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한동안 그 정서에 감화되어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듯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아끼는 마음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거짓말'이 어떤 모습과 형태를 띠고 부풀려지는지, 또 어떤 그림자를 생성하고 이로 인해 어떤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지 살펴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나의 장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이해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누군가를 위한 하얀 거짓말이 어떤 식으로 번져나가는지, 또 이것이 어떤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지가 주요 관건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람의 성장 드라마이자 보살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여기에 더해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자, 오랜 시간을 지나 마침내 다다른 안부가 전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우연히 다시 만난 우진과의 인연을 계기로 용기를 얻어 시작하게 된 <K. H 찾기 프로젝트>로 말미암아 해미 자신은 물론 누군가의 마지막까지 보듬을 수 있게 된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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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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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미
-신문사 기자였다가 퇴사했음
-열세 살 겨울~열다섯 살 겨울까지 독일에서 살았음
-언니의 죽음 이후 아빠를 제외한 엄마, 동생 해나와 함께 독일 중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G시로 이주함
-이모가 독일에서 살고 있는 데다 엄마가 대학 시절 독어교육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독일로 유학 가기로 결정함
-언니 해리는 등교 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스 폭발 사고로 갑자기 사망
-해미는 언니의 죽음 이후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시작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다양한 거짓말을 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김
-이런 거짓말을 유일하게 알아챈 사람은 이모로, 이 일을 계기로 이모는 독일에 해미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
-덕분에 레나와 한수라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빠르게 독일어를 습득하는 한편, 적응하는데도 도움을 받게 됨
-한국어 편지를 써달라는 한수의 요청으로 인연을 이어가게 되면서 한수와는 한때 특별한 사이가 되기도 함
-세 친구가 남몰래 한수의 엄마 첫사랑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거짓말의 스케일은 더 커지고, 이후 이 일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함


■우재
-대학 때 문학 동아리에서 해미와 인연을 맺게 됨
-약대 나와서 현재 제주도에서 약사로 근무 중
-대학생 시절 연애 감정을 느꼈던 사람이지만 몇 번의 우연과 엇갈림 끝에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음
-2월 중순 어느 금요일, 폐관 시간이 가까워졌을 즈음 전시장을 벗어나는 해미를 알아본 우재가 그녀를 알아보면서 재회하게 됨
-해미가 과거를 돌아보고 맞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이자, 재회 후 적극적으로 대시함으로써 둘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옴


■이해리
-12월 가스 폭발 사고로 갑자기 죽은 해미의 친언니
-꿈은 환경운동가
-전교 십 등 안에 들 만큼 똑똑하고 모범생이었음
-누구보다 해미를 챙겨주고 이끌어 주었던 언니


■이모(=오행자)
-해미의 친이모
-전라남도에서 손꼽힐 정도로 공부를 잘한 수재
-파독 간호사로 1973년 스물한 살 독일로 건너옴
-독일로 건너온 이후 처음엔 간호조무사, 나중엔 의사로 일함
-독일에 온 해미 가족을 살뜰히 챙겨주는 것은 물론 타인이 알아채지 못한 해미의 감정 상태를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하는 유일한 사람


■레나
-독일에서 만난 한 살 위의 친구로 중등학교에 다님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독일인
-추리소설 마니아, 아르센 뤼팽을 이상형으로 생각
-한수의 엄마 첫사랑 찾아주기 프로젝트에 함께 동참


■마리아 이모(=최말숙)
-레나의 엄마
-1973년 스물한 살 독일로 건너와 파독 간호사가 됨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있어 다른 파독 간호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음
-자유를 찾기 위해 독일행을 결심
-월급으로 모든 돈으로 자동차를 사서 휴가 때마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유럽 전역을 다님(첫 자동차는 빨간색 중고 폭스바겐 비틀)


■한수
-레나가 소개해 준 친구로 한 살이 많음
-엄마 아빠 모두 한국인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 한글로 글을 대신 써줄 사람을 찾던 중 해미를 소개받음
-한수의 아빠는 한국에서 독일로 일하러 온 광부 출신으로 몇 년 전 이혼을 해서 같이 살지 않음
-누나 한 명 있음
-엄마가 아픈 것이 아빠 탓이라고 생각. 엄마가 더 아프기 전에 첫사랑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으로 첫사랑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됨
-속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는 아이이며, 그만큼 입이 무거움


■선자이모
-한수의 엄마
-1973년 독일로 건너왔을 때 나이가 열아홉
-파독간호조무사 출신
-뇌종양 수술을 함. 수술 경과는 좋았으나 언제든 재발의 위험이 있음
-홀로 두 명의 자식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


■한미
-한수의 친누나
-한수보다 네 살 위
-아마추어 축구팀의 미드필더
-신중한 성격으로 말수가 적은 편


■김말자 이모
-한수의 친이모
-선자 이모의 이종사촌
-선자 이모보다 삼 년 앞서 베를린에 도착해 살고 있었음
-키가 크고 남자처럼 짧은 머리의 외향을 가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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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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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도시가스 폭발 사고로 친언니를 한순간에 잃고 인생의 비극을 너무 빨리 깨달아 버린 해미. 이 일을 계기로 가족은 흩어져 따로 살게 된다. 열세 살 겨울, 아빠는 한국에 남고, 나머지 세 가족(엄마, 나, 동생 해나)은 이모가 살고 있는 독일 중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G시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약 이 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초반에는 독일에서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는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친구를 사귀는 일이 쉽지 않았을뿐더러 언니의 죽음 이후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면서 타인과 섞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주변 사람들이 슬퍼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에 대해 숨기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해미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이런 해미의 거짓말을 눈치챈 행자 이모는 세심한 부분에 신경 써주며 해미를 빛으로 이끌어 준다.

가상의 친구가 아닌 진짜 친구를 사귀게 도와주고, 자전거 타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독일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준다. 또 공부하느라 바쁜 엄마를 대신해 해미와 따로 시간을 보내면서 해미의 마음속에 자리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희석시켜주려 노력하게 된다. 덕분에 해미는 어느 정도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해미는 이모가 소개해 준 한 살 위의 친구, 레나와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언어는 물론 독일 생활도 빠르게 적응해 나갔고, 그러면서 레나를 통해 한수라는 친구도 소개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가족들과도 자주 어울리게 된다.

사실 두 친구를 비롯해 자주 어울리는 이모들은 행자 이모와 같이, 한국에서 독일로 온 파독 간호사들로 상황이나 처지가 비슷한 이들이었다. 때문에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레나와 한수, 해미가 가까워진 계기는 사실 한수의 부탁으로 인해 똘똘 뭉치게 되면서부터인데, 사정은 이러하다. 독일에서 나고 자라, 겨우 의사소통하는 것 외에는 한국어를 할 수 없었던 한수는 뇌종양 수술을 받은 엄마를 위해 한국에 있는 엄마의 첫사랑에게 한글로 편지를 써줄 사람을 찾고 있었고, 그 일을 해미에게 부탁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첫사랑이 누구이며 또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에 있었다. 이 사정을 모두 들은 두 친구는 한수를 돕기로 하고 마침내 '선자이모(한수엄마)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가 발동되게 된다.

아이들은 선자 이모가 쓴 일기를 중심으로 첫사랑을 유추하게 되고, 해미가 소설을 쓴다는 핑계로 이모들을 인터뷰하며 첫사랑에 대해 수소문하지만 몇 가지 단서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다 돌연 해미가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세 식구는 아빠가 부산에 구해놓은 남천동 아파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초반에는 자주 오가던 편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독일 친구들과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온 뒤 계절이 세 번 바뀐 늦가을 어느 날, 한수의 소포가 도착하게 된다. 그 안에는 편지와 함께 선자 이모의 일기장 열세 권이 들어 있었는데 편지 속에는 엄마가 입원했다는 말과 함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절박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한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무언가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아 미뤄두던 중 1998년 겨울, 한수가 두 번째로 국제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엄마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으며, 자신이 엄마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게 되자 해미는 한수의 절박함에 공감하며 선자 이모가 과거에 다녔던 교회를 가볼 계획이라는 말을 꺼낸다.

그리고 이내, 교회에서 K. H를 찾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여기에 더해 계속해서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면서 상황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후회는 밀려왔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수습을 위해 K. H가 편지를 보낼 거라는 말을 실행하기 위해 자신이 대신해서 편지를 썼고 그것을 마침내 한수에게 보내게 된다.

편지를 보내고 한동안은 아주 그럴듯해서 한수와 선자 이모가 기뻐할 얼굴을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며칠이 더 지나자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이내 한수로부터의 전화를 피하기에 이른다.

이후에는 레나의 편지에도 더 이상 회신하지 않게 되면서 독일 친구들과는 이내 연락이 끊기게 된다. 해미는 한수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죄책감이 너무 컸고 또 친구들에게 원망을 들을까 봐 너무 겁이 나 그렇게 상황을 회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막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 레나의 편지를 통해 선자 이모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는데, 한수가 보낸 것이었다. 우편물에는 해미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와 K. H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가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한수가 쓴 편지 속엔 엄마의 일기장과 K. H에게 쓴 답장을 K. H에게 전해달라는 엄마의 마지막 부탁을 전하는 말이 함께 쓰여있었다.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도, 거짓말로 인해 벌어진 상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해미는 선자 이모의 일기장과 독일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모두 모아 봉인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모든 것을 묻어둔 채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퇴사 후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안드레 케르테스의 사진전에서 우연히 대학생 때 동아리 멤버였던 우재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모른 척 지나가려던 해미를 우재가 발견하게 되면서 이 둘은 재회하게 되고 다시금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하게 된다.

우재와는 대학생 시절 연애 감정을 느꼈지만, 몇 번의 우연과 엇갈림 끝에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았던 사이였는데, 이번 재회를 계기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

우재는 매일같이 해미에게 연락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들려주었는데, 이 때문에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해미는 독일에서 보낸 시절에 대해 들려주기 시작한다.

특히 선택한 이야깃거리는 이모에 대한 이야기로, 정확하게는 파독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즈음 무엇보다도 파독 간호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싶어 국회도서관에 출근도장도 찍고 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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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언젠가 이모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는 우재의 말이 나를 국회도서관으로 이끈 것만은 틀림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시절 '이모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서 점점 더 자라는 걸 느꼈다.
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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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모에 대한 이야기와 독일에서 보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잊고 있던 기억들이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오래전 봉인해 두었던 하나의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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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올린 건 그 편지를 박스에 담고 밀봉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독일에서 쓴 비밀 노트들과 몇 개의 수첩 그리고 그간 독일에 있는 이들로부터 받은 편지들을 상자에 한꺼번에 담고 두 번 다시 열어보지 않을 것처럼 테이프를 몇 겹씩 붙여나갔던 장면.
(...)
나를 이토록 참담하게 만드는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이것뿐이었다. 당장 그 상자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 그 상자를 찾아야만 했다. 그 안에서 내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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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현듯 그 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면서 해미는 그 상자를 마침내 찾아 개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때 멈췄던 '선자 이모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를 홀로 다시 시작하기에 이른다. 해미는 열 세 권의 일기장을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고, 비밀수첩에 기록된 내용과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다시 추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또 보다 적극적으로 주변을 탐색하기에 이르는데, 예상되는 대학교에 연락해 사람을 찾아본다거나 선자 이모가 다녔던 교회를 방문해 문의해 보기도 하고, 2주간 집에 머물렀던 이모와 대화를 이어가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것은 물론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단서를 추적해 나가는 상황이라 중간에 게을러지는 마음이 들거나 멈추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재로 인해 이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다.

우재는 끊어질 뻔한 인연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애썼고, 마침내 이것을 알게 된 해미는 더 이상 거짓말로 자신의 마음을 감추거나 도망가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로, 늘 마음속에 돌덩이처럼 짓누르고 있던 선자 이모의 일을 바로 잡기로 결심하게 된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죄책감으로 남은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일을 제대로 마무리해야만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재에게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발로 뛰며, 정보를 끌어모으고, 이모의 일기장을 수십 번 되짚어 나가면서 마침내 해미는 열세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보이는 진짜 단서들을 수집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여러 사람을 거쳐 마침내 진짜 K. H를 만나게 되고 이로써 오랜 숙원과도 같았던 이모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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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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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후부터는 내가 언니의 언니가 될 것이다. 언니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를 나 혼자 살게 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지만 그 역시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물론 해나에게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 당시 나에게는 거짓말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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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하고 또 아껴주었던 언니의 죽음은 해미에게 있어 큰 충격이자 상처였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겪는 일이었기에 누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때문에 해미는 그저 속으로 삭이고, 숨기며, 거짓말하는 것으로 버텨냈다. 그것이 오로지 당시의 해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통해 해미가 나이에 비해 얼마나 성숙한 아이였는지, 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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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는 빈도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런 이유로 나는 비밀노트를 들고 다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통제와 검토에 기반한 일관성이 중요했으니까.
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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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 얼마나 성숙하고 조숙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열세 살, 초등학생이 엄마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슬픔을 감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미는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비밀노트를 만들고, 철저한 자기 통제와 검토를 통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오죽하면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상상 친구를 만들어 여기에도 캐릭터를 부여했을까.

이런 성격이었기에 누군가는 이미 잊어버리고도 남을 일을 해미는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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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고 하거든."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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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걷다가 한국 사람인 자신들을 보고 '곤니치와', '니하오'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고 동생 해나가 엄마에게 왜 저렇게 말을 하는지 묻자 엄마가 하는 대답으로, 꽤 철학적으로 다가오는 말이다.

요즘도 해외로 여행을 떠나보면, 아무렇지 않게 이런 인사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쩌면 몰라서라기보다 제대로 알려는 생각이 없어서 대충 건네는 인사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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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을 했던 오 년간 깨달은 건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는다는 거였어. 멀리서 보면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는 죽음조차 가까운 이들에겐 언제나 갑작스럽지. 그리고 또 하나는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라는 것."
225~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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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파독 간호사와 의사로 일을 하며 죽음을 목도하고 깨달은 바를 이야기하는 이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죽음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고, 또 나와 내 주변의 일이 될 경우 갑작스럽게 여겨진다는 점, 더불어 삶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주어진다는 점과 같은 것들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삶에서 죽음을 멀리 떨어뜨려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한 이들에게 있어 죽음은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을 더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모의 다정함은 어쩌면 거기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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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고 아까운 거니까."
2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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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독일에 이들 가족이 도착한 이후부터 이미 해미의 깊은 슬픔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유달리 해미를 눈여겨보고 챙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모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이모는 이런 말로 그 마음을 대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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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짝에 쓸모없는 나 대신 언니가 살아 있었으면 모두가 더 행복했으리란 생각은 새까만 연기처럼 내 안에서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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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죽음 이후 해미의 마음속에 뿌리 깊이 박힌 검은 속내는 어쩌면 이것이 아니었을까?

'아무짝에 쓸모없는 나', '언니가 살아있었으면 모두 행복했을 텐데' 하는 마음.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놓을 수 없어 차곡차곡 담아두며 거짓말로 착한 아이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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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는 몰랐겠지만, 그 후로 우리의 관계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은 내가 그날 이후 조금씩 우재의 연락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피했다고? 피한 것이다. 달아난 것이다.
(...)
그때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의 삶에 내가 또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그 무시무시한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까.
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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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해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학생 때 둘은 인연이 닿지 않아서가 아니라, 해미가 피해서, 달아나서 인연이 맺어지지 않은 것이다. 독일 친구들과 멀어진 그때처럼 말이다.

이미 한번 겪은 것처럼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 가능성으로부터 멀리 도망친 것이다. 우재는 재회한 이후 그 마음을 꽤 뚫어보고 마지막 기회를 잡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대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다행히 해미는 그런 우재의 시그널에 응답함으로써 오랜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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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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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H와의 만남을 계기로 마침내 해미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게 된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했던 거짓말들, 그리고 그 거짓말을 또 감추기 위해 고립되었던 마음들을 비로소 내면세계 밖으로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년이 지난 일이기에, 어쩌면 묻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해미는 우재와의 재회를 통해 비로소 자신 안에 묶어두었던 죄책감을 털어낼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K. H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과거를 마주하는 한편 그림자에서 벗어나 보려는 진중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선뜻 내보일 수 없었던 상처와 진심, 그것을 잠깐이나마 알아준 사람은 행자 이모가 유일했다. 하지만 행자 이모에게조차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해미는 여전히 자신을 고립시키고 타인과의 관계에 서툴렀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더불어 회피하거나 숨기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아무리 꽁꽁 숨겼다고 해도 아이가 건네는 거짓말을 어른들이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모들은 성심성의껏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줬고, 또 답해주었다.

거짓말에 대해 반박하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선자이모 역시 거짓으로 쓴 편지의 정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해미를 나무라거나 책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밀을 지켜주고 평생 듣지 못할 말을 건네준 해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함으로써 해미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K. H는 자신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당도한 전 연인의 편지를 해미를 위해 서슴없이 오픈해 주었다. 현재의 가족들을 위해 이 모든 일이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원문을 그대로 전해준 것이다.

해미는 이 마지막 편지를 계기로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년이 지난 후에야 만나게 된 눈부신 안부가 해미에게는 더없는 사면이자 선물이 되어 준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겪은 삶의 갖가지 비극으로 인해 해미는 슬픔의 터널을 줄곧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한 통의 편지가 건넨 안부 인사로 인해 비로소 환한 빛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마지막에 K. H가 원문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별다른 변화 없이 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키맨이 되어 준 K .H(천근호) 덕분에 해미는 비로소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화해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서로에게 건네지는 다정한 마음 덕분에 독일에서 함께 지냈던 이모들도, 한수도, 레나도, 해미도, 마지막으로 K. H도 행복할 수 있었다.

이 마음은 어쩌면 홀로 타국으로 건너가 파독 간호사로 일하며 지냈던 이모들의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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