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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책장 여행! 이 책의 저자는 10년을 준비해 육아 휴직계를 내고 마침내 온 가족이 130일동안 유럽 24개국 113개 도서관과 서점을 방문하는 꿈같은 책장 여행을 떠나게 된다.
관광이나 휴식의 목적이 아닌, 책장 여행을 목적으로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했고, 또 가보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이 아니기에, 대리만족 삼아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볍게 맛보기 형태로 유럽의 도서관과 책, 서점, 문화 등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알고자 한다면 부족하다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태껏 본 적 없는 테마(책과 글쓰기) 중심으로 여행을 한다는 점은 새롭게 다가왔고, 가족단위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아이들이 책(혹은 글쓰기, 문해력 발달 등)과 더 가까워지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꽤 유용한 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감한다.
또 유럽의 책 문화와 도서관, 책방 등을 간략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시야도 가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문해력 논란과 독서율의 급감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를 벗어날 해결책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과 소통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책장 여행을 목적으로 24개 나라를 여행하며 관찰한 책과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부터 관광이나 쉼을 위한 여행이 아닌, 책과 글쓰기를 목적으로 떠난 가족여행이기에 꽤 긴 준비 기간도 거쳤다.
아이들의 이름에서 글자 하나씩을 따서 '모모 파밀리아'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떠난 여행에서 이들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서문화와 책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 가지각색의 도서관의 모습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책방, 그리고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독서하는 모습까지 만나보게 된다.
심지어 책방 오픈런까지 경험하는 낯선 경험까지 하게 되는데, 이를 지켜보며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그 삶에 뛰어들어 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연출하기에 따라 책과 그리고 책을 읽는 공간이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도 다가올 수 있구나 새삼 느끼면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장 만나볼 수 없는 공간들이기에 최대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을 많이 첨부했으며, 도움이 될만한 문장들도 함께 기록해 보았다. 이를 통해 책장 여행의 매력을 함께 느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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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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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의 첫 페이지에는 국가명과 도시, 그리고 방문 장소가 함께 표기되어 있다. 또 지도를 통해 도서관(책방, 서점 등)의 위치를 표기하고 있어 지리적 위치를 파악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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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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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들리 엔드 하우스는 영국의 법관이었던 토마스 오들리 경이 왕에게 수여 받은 건물로 본래를 수도원이었던 곳을 저택으로 개조한 후 케임브리지의 작가와 학자들이 글을 쓰던 거처로도 활용했던 곳이다. 드넓은 잔디밭과 정원, 웅장한 본채와 그에 못지않은 별채까지 카메라에 채 담기 힘든 규모로 영국 귀족의 위상을 입증해 준다. 재미있는 건, 이처럼 기록된 공간일수록 실제로도 책이 많다는 사실이다.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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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연극이 되고, 영화가 되고, 상품이 되어 세계화되는 걸 목격한 영국인들이 문학가에게 신뢰와 존경을 보내는 일은 당연한 이치다. 그럴수록 본질을 잃지 않은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 풍토는 단단해져 책은 그들의 자부심이 된다. 휴대폰의 습격에 책이 밀려나는 현실에도 책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기보단 세상을 구원할 책이 분명 나타날 거란 믿음으로 제2, 제3의 셰익스피어, 조앤 롤링을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기다릴 줄도 안다. 그게 바로 책을 일상으로 만드는 무한궤도이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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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통해 책을 대하는 영국인들의 자세가 남다름을 느낀다. 한때 휴대폰과 미디어의 발달로 책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해 하던 우리네 모습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것은 실제로 문학이 확장되고 그것이 여러 문화에 적용되는 것을 목도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 아닐까 한다.
노벨 문학 수상자를 꾸준히 배출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책을 일상으로 만든 덕분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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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Scotland
아일랜드 Ireland
북아일랜드 Northern I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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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도서관을 할머니들이 관장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이 도시 역사의 산증인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해졌다. 노인의 역량이 과소평가되는 일은 절대 없을 폴커크는 바로 노인을 위한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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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크는 켈피스 조각이 뜻하는 바처럼 도시 전체의 화합을 위해 노인에게 책을 맡겼다. 그게 바로 모두가 쓸모 있어져 최대로 행복해지는 방법일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노인이 모두와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든 폴커크야말로 모두를 위한 나라였다. 이 도시에서 깨달은 감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Lovely~!
79~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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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실정을 잠깐 이야기해보자면, 영국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폴커크의 도서관을 관장하는 노인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접하고 그것이 쌓여 산증인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도서관에 근무하는 노인들의 경우 능력이 아닌, 아름아름 인맥과 지인 찬스를 통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성보다는 보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비단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어떤 분야에 산증인이라 말할 수 있는 노인의 수는 급감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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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이 안 팔려 고민이라면, 더블린 연수를 떠나는 게 어떠하겠느냐 제안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짐이 꽉 차 책을 사지 않고 안간힘으로 버티던 우리의 지갑을 처음으로 열리게 했던 곳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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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저력이 묻어나는 마케팅은 서점에서 찾을 수 있다. 목 좋은 상권을 선점하며 경쟁적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아일랜드의 대표 서점 체인인 듀브레이와 이슨의 공통점은 손 글씨로 책을 소개한다는 거다.
책꽂이 군데군데 직원들이 손으로 작성한 책의 후기를 붙여놓았는데, 궁금해서 읽다보면 그 책을 사야 할 것만 같은 충동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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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수다쟁이 직원이 마케팅에 한몫 한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일례로 듀브레이 서점에서 딸에게 줄 동화책을 고르는 손님에게 여러 분야의 책을 총망라하며 추천하는 직원을 본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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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알고 있다는 전문가가 자신만만하게 소개하는 책을 저 집 아이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더블린의 마지막 날, 공항에 가기 두 시간 전 들렀던 업스테얼즈 서점에서 우리는 마지막 마케팅 비법을 알아냈다. 이틀 전 우연히 이 서점에 들렀다가 본 바구니에는 비밀스럽게 포장된 책 꾸러미가 럭키박스처럼 들어 있었다. 흥미롭게도 포장된 책 앞에는 책에 대해 말해주는 단서가 쓰여 있었는데...
(...)
우리의 지갑은 마침내 더블린에서 열렸다.
마케팅을 풀어 말하면 제품이 시장에 나가 고객엑 팔려나가도록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의 총칭이다. 한 단어로 대체할 말은 없지만, 굳이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나는 '확신'이라고 말하겠다. 책을 파는 사람조차 이 책이 확실히 좋다고 믿을 만큼의 '자기 확신'.
85~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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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영업의 키는 '자기 확신'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파는 상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그 상품을 사는 구매자 역시 그 물건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저자가 짚은 마케팅 비법 3가지는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첫째, 손글씨로 책 소개하기, 둘째, 전문적인 수다쟁이 직원의 추천, 셋째, 럭키박스 형태의 포장과 흥미로운 단서제공 방법.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한 마케팅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이벤트성으로 럭키박스처럼 책은 공개하지 않고 단서만을 제공한 뒤에 고객에게 선택하게 하는 방법은 어쩐지 매우 흥미로울것 같다.
손글씨를 활용하는 방법은 실재로 어느 약국에서 약사분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라고 전해들은적이 있는데, 이 방법으로 매출을 꽤 올렸다고 들었다.
전문성을 띤 수다쟁이가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엄마나 아이, 혹은 관심없는 이들마저 귀를 쫑긋하게 하지 않을까 한다.
동네책방이나 대형서점별 규모나 행사 취지에 따라 적절히 아이디어를 반영해 책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책까지 추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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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Netherlands
덴마크 Denmark
에스토니아 Est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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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가볍게 돌아볼 요량으로 들렀던 에스토니아 탈린은 숙소를 잡지 않은 우리를 가장 한탄하게 만들었던 곳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키 높이만큼 책을 쌓아 두고두고 읽는 유럽의 책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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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독자들이 나의 사진찍기를 방해하고 있었다. 초상권을 고려해 공간 사진만 찍길 원하는 내 앞에서 책에 초집중하는 책벌레들이 우글우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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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린 외곽에 위치한 포흐얄라 리드 서점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의심이 극에 달할 때쯤 허름한 길가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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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건 벼룩시장에서 책을 건지려는 인파의 출렁거림이었다. 책을 향하는 그들의 혼잡함은 유럽에서 느껴본 최고의 어질한 감동이었다.
"에스토니아는 크게 성공할 나라인 거 같아."
혼잣말이 우렁차게도 흘러나왔다.
뜻밖의 책 사랑을 목격해 벅참을 안고 돌아온 탈린 시내에서 참한 걸음으로 도시를 둘러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이끌려 들어간 곳이 뤼텔 앤 마틸다 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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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둘러보고 서점 방명록에 흔적을 남기고 나와 마침 광장에서 숨을 고르려던 그때, 그 순간조차 우리 눈앞에 나타난 건 역시나 책이었다. 어째서 이 나라엔 도심 광장의 정중앙에까지 무료 책장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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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에스토니아는 우리에게 영국을 대신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161~1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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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돌아볼 요량으로 들른 에스토니아였건만, 마침내 찾던 주 무대가 여기에 숨어있을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자기 키 만큼 책을 쌓아두고 읽는 경이로운 풍경을 여기저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나도 한번쯤 꼭 목격하고 싶은 장면이다.
이렇듯 책을 자주 또 가까이에서 접하는 이들이 많으니 어디서든 책장을 만나는 일이야 식은 죽 먹기일터.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책돌이, 책순이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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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Austria
독일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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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사교육을 언제 시작할지, 어느 기관에 보내야 하는지를 물어올 때면 그 전에 꼭 아이의 그릇부터 크게 만들어 놓으라고 당부하곤 했었다. 아이의 그릇이 종지라면 제아무리 좋은 교육도 흘러넘쳐 담아낼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이는 '나는 해도 안 되는 사람이구나.'라고 상심하며 좌절, 분노, 무기력을 느낄 거라고 말이다. 그에 덧붙여 이런 말도 했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그릇을 키우면서 부모가 그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거야. 그릇이 지닌 성분, 모양, 질감, 특징, 취약점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누구겠어? 바로 부모인 거지. 그런 부모는 그릇이 언제 어떻게 어디에 쓰여야 할지를 알아서 헤매질 않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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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둘러싸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책을 주제로 가족이 대화했던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의 그릇을 키웠다. 이제 우리 부부는 아이가 내는 성과가 아니라 과정에 더 집중해 줄 자신감마저 생겼다. 그릇끼리 부딪치는 날은 있을지언정 그릇이 넘쳤다고 비난하는 아우성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225~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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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족의 책장여행은 그릇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었다 말해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처음에는 책장여행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이들도 점차 자발적으로 그 여행을 즐기게 된 것을 보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성공적인 그릇키우기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덕분에 부모 또한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과정을 지켜보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늘 퇴근후 결과만 맞이했던 아빠가 이 여행을 통해 더이상 성과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에서 어떤 확신이 선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그릇키우기의 과정을 함께 해주는것, 바로 그것이 응당 부모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결과로 말하기에 앞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유일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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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건강한 갈등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엎치락뒤치락 갈등하는 사이 편협을 벗어던진 작품이야말로 폭넓은 세계관을 지니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할 주제가 많아지면 책은 최대한 몸을 사린 채 글자 수를 채워넣지 못할 테고, 양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은 금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책은 말할 수 있는 비밀이어야 한다.
2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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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허무하게 끝맺음을 하는 책들이 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작가만 아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채워진 책들말이다.
반면, 수많은 갈등을 겪고 그것을 풀어나가며 엎치락뒤치락 하다 힘겹게 결과에 도달하는 책들은 모든것을 작가와 독자가 함께 겪어 왔기에 깊이있는 울림과 깨달음을 준다.
말할 수 있는 비밀 덕분에 독자는 이야기에 매료되며, 깊이 빠져들게 된다. 문학의 재미는 바로 이런것에서 온다.
때문에 가끔 몸을 사린 책들을 만나게 되면, 허무한 느낌과 동시에 나만의 금서로 지정하게 된다. 더 이상 책으로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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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Switzerland
포르투갈 Portugal
스페인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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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방문한 도서관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유니 마일 도서관으로 서적이 주는 정보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될 권리가 있다고 믿는 그들은 열람실에서조차 아주 어린 외국인의 방문에 눈총을 주지 않는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1559년에 설립된 제네바 도서관으로 제네바 출신 인사들의 저서 및 논문 등을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제네바대학 도서관은 학생이 방해받지 않도록 일반인의 열람 및 대출을 제한하면서도, 제네바의 지성미를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일부 열람실은 개방해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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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습격한 세상의 모습이 그와 똑같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총천연색 화면과 콘텐츠가 있는데 책을 볼 마음은 결단코 생겨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아이들이 자기 주도하에 화면을 포기하고 책을 볼 거란 상상은 안 하는 편이 낫다.
어른인 나도 마터호른을 앞에 두고 가방에 넣어둔 책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하물며 아이가 책을 스스로 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미디어와 책이 양립할 수 없음을 깨달은 부모라면 아이의 미디어 시청을 적절히 제지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제한이 없다면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화면이 압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3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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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터호른의 풍경을 앞에 두고 비로소 깨닫는다. 미디어와 책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어른조차 스스로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하물며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부모가 적절히 시청을 제지하고 컨트롤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아이가 책을 볼 기회가 생길 수 있음을 전하고 있다.
확신한 자기 주도, 컨트롤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이나 어른이나 미디어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때문에 통제하고 제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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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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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자주 접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상 사람 많은 도서관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어쩐지 도서관을 탐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샘솟았다.
우리나라의 도서관들은 보통 공간 구성이 대부분 비슷해서 처음 한번은'우와' 하다가도 두 번은 잘 안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도서관과 책방들은 어쩐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공간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들로 꾸며진 내가 모르는 책방이나 도서관이 어딘가에는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꿈을 꾸게 되었는데, 언젠가 그런 공간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책이란 무엇이고, 책을 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저력을 이해하는 게 적절한지, 또 적절하다면 우리가 계속 책에 머물러도 될지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기 위해 책장 여행을 떠났다고 전하고 있는데, 굳이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답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선호하는 민족, 책을 가까이에 두는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는 어디와도 견줄 수 없다. 그 자체로 저력을 지니며, 오랜 시간 쌓아온 내공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시간의 흔적이고, 또 시간이 쌓이는 만큼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단발성이나 긴박하게 읽는 걸로는 공백을 채우기 힘들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해력 논란과 독서율의 급감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가족이 떠난 책장 여행은 우리 시대에 꽤 의미 있는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구도 감히 시도해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책에 흥미를 가지게 하고, 자발적으로 그 행위를 즐길 수 있게 도우며, 이어서 글쓰기까지 연계하는 방식은 많은 부모들이 바라 마지않는 최고의 독서법이다.
보통의 부모들은 정작 자신은 동참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따르기만을 바라는데, 이들 부부는 직접 그 과정에 뛰어듦으로써 자녀들과 소통하고, 솔선수범했다는 점에 있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책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면, 이들 가족처럼 시선을 더 확장시켜 책과 가까이 지내는 이들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들의 생활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이들의 환경은 어떤지 살펴보다 보면 그 속에 젖어들어 나 또한 그런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다.
때로는 공간에 직접 침투해 몸소 체험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일단 첫 발을 떼는 것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