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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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인생을 살아온 멋진 할머니, 밀라논나의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


몇 년 전 밀라논나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한참 그녀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맨 얼굴에 가까운 얼굴, 짧게 자른 머리, 여기에 더해 염색을 하지 않아 하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 모습 자체로 꽤 멋스러웠다.

착용하는 액세서리를 비롯해 신는 신발, 옷, 심지어 가구 등 무엇 하나 오래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제구실을 하는 것들을 보며 그녀가 얼마나 잘 관리해 왔는지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빈티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필요한 것만 남기고 필요 없는 것은 나누거나 정리를 하며 살아온 밀라논나.

덕분에 머무는 공간에는 여유와 자유가 느껴졌고, 손때 묻은 물건들에서는 나름의 애착과 추억이 묻어나는 듯해 보였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밀라논나의 삶 전반에 대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패션계에 몸담았던 이야기, 가족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하며 평생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보복'심리가 강한데, 밀라논나는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겪은 나쁜 일들은 오히려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진짜 어른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그녀가 겪어온 시대가 여성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며 검소, 절약, 봉사, 베푸는 삶을 살아내며 진짜 멋스럽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품위 있게 나이를 먹는 것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인생 내공을 두둑이 쌓은 밀라논나를 통해 진짜 어른의 면모는 물론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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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밀라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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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생 장명숙으로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나 일흔 살 언저리에 유튜버가 되었다.

얼굴은 작고, 입은 유난히 커서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컸다. 이런 외모를 지적하는 환경이 준 콤플렉스 덕분에(?) 저자는 패션계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덕분에 화려한 조명도 받았고,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도 보았으며 저자 자신을 가꾸고 아끼고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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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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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를 위해 산다는 대명제를 세우라고.
나의 자식, 나의 남편 앞에 '나'라는 한 음절이 붙는 건, 내가 존재해야 자식도 남편도 있다는 뜻이라고.
내가 없어지면 나의 우주도 멸망한다고.
(...)
자신을 들볶지 말고 내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라고.
그러려면 자신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요구부터 먼저 알아차려서 들어주어야 한다고.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게 된다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자신의 몫이라고.

실패해도 창피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도전한 자신을 칭찬해 주라고.
쓸데없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내 어깨에 온갖 궂은일이 얹히게 되는 법이라고.
(...)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내 마음부터 따뜻하게 달래주고 품어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라고.
힘에 겨워 넘어지면 넘어진 채로 잠시 쉬어가고.
주변 산천경개도 구경하며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20~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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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쓰러져 눈물짓는 제자에게 건넨 밀라논나의 조언 중 일부다. 직접 경험해 봤기에 그녀는 자기 자신이 무너지지 않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 평가에 기대어 나를 포기하는 순간 내가 망가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자신부터 챙기고 다음을 생각하라는 충고를 건넸다.

더불어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품어주라는 인생 조언을 함께 건네며 상대방이 마음껏 울고 마음껏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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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함이 있다.
각자의 고유함을 인정해 줄 때 존재감이 형성된다.
내가 존중받으며 성장할 때 타인도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나는 엄친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 모든 양육자여, 피양육자의 자존감을 지키고 키울 수 있는 호칭을 쓰자'
이렇게 쓰인 피켓을 들고 '엄친아 부르기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양육자가 피양육자를 이렇게 부른다.
미아 스텔라, 우리말로 하면 나의 별!
미오 아모레, 나의 사랑!
미아 조이아, 나의 기쁨!
미오 테조로, 나의 보물!

따사롭지 않은가.
"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야."
"네가 있어 별이 뜨고 보물도 생기는 거야."
사랑, 별, 보물, 기쁨 등으로 불리니 아이들 자존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엄친아 대신 '나의 사랑' '나의 별' '나의 보물' '나의 기쁨'이라 부르면 이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기쁠까.
(...)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나다.
37~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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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쓰니깐 어쩔 수 없이 듣기는 하나, 뭔가 미묘하게 기분나쁜 말들이 있다. 바로 '엄친아', '엄친딸'과 같은 말들이다. 더불어 수저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유독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뱉어나는 습성이 있는데, 그냥 내가 나로써 존재하면 안되는 것일까?

이탈리아의 호칭 예시처럼, 내 기준에서 하나뿐인 존재로 자식을 불러주고 그 자체로 사랑해 주면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비롯해 타인을 대할 때 비교하는 말은 가급적 자제하고, 그 존재 자체로 빛날 수 있는 말들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만약 무언의 성장을 위한 비교가 필요하다면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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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친구와 필리핀 친구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큰 교훈을 주었다.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 것.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지만 가장 비범한 진리였다.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은 'B' birth와 'D' death 사이의 'C' choice다."

그래,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걸 붙들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걸 심사숙고해 선택하여 그 택한 일에 후회하지 말자. 나의 행복을 스스로 지켜나가자.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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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의 진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밀라논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없거나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을 바라왔기 때문에 우리는 불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먼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불평하고 좌절하기 보다 내 손안에 있는 것 혹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활용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도모해 보면 어떨까 한다.

행복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곳에 이미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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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여,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들과 할 이야기가 없으면 차라리 날씨 이야기를 하세요. 아니면 장점을 찾아서 칭찬 멘트를 날리세요.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이나 해주세요. 책임져주실 거 아니잖아요. 그들의 몫을 나눠서 도와주실 거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직시하세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삶의 모습이 다양해요. 예전의 정서로 한 말씀 하고 싶은 거 제발 참으세요.

왜 굳이 정해진 틀에 모든 젊은이를 끼워 넣으려고 하세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불행해질 텐데, 그들에게 불행을 강요하지 마세요. 편하게 살게 두세요.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 풀 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줍시다. 경계선을 잘 파악하시고 선을 넘지 않을 때 어른 소리를 듣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어른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래요.
70~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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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를 향한 속 시원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부모님이 살아온 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임지지도 않을 아들 타령, 제사, 명절, 결혼과 같은 것들에 시달리고 또 시달리는 며느리(혹은 엄마)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얹힌 것 같은 답답함과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냥 말 붙이려고 그랬다는 핑계 속에 상대방은 얼마나 많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네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니 부디 젊은이들과 말을 건네고 싶다면 칭찬의 말이나 아니면 쓸데없는 날씨 이야기를 건네 보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가는 방법은 결국 다음 세대를 불행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내 기준, 내 판단은 이제 무 쓸모다. 그저 각자 인생은 각자 알아서 살게 내버려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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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강한 차림새가 좋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라 취향, 안목, 교양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좋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드는 옷차림이 좋다. 이것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궁금해하는 '옷 잘 입는' 기준이 아닐까.
1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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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입어서 예쁜 옷이 아니라, 내가 입어서 예쁜 옷이 좋다. 사람마다 취향, 체형, 안목은 제각각 다르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입는 옷들은 나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디 밀라논나의 제안처럼 나에게 잘 맞는, 내 취향의 옷을 입어보면 어떨까 한다. '옷 잘 입는' 기준은 결국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옷이라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잘 소화한다는 것은 내가 그 옷을 입었을 때 기쁘고, 편하고,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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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물건을 모두 껴안고 살다가 황망히 끌려가고 싶지 않은 욕심. 언제 죽음이 닥쳐도 내가 있던 뒷자리가 깔끔했으면 좋겠다는 욕심.

욕심이 욕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내 분신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중이다. 나의 황혼을 아름답게 갈무리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2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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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사후 물건들을 정리해 본 사람들은 밀라논나의 이런 욕심에 관한 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살아생전 그토록 많은 물건이 필요 없다는 사실, 죽음이 언제 닥쳐도 뒷자리가 깔끔해지려면 분신 같은 물건들을 평소 갈무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있어 죽은 이의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떠난 자와 남은 자들을 위해, 그리고 아름다운 나의 황혼을 위해 어느 시점에는 나의 물건을 서서히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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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and let live.'
'남이야 어떻게 살든 서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지....'
(...)
자기 취향을 정확히 아는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에서 각 개인은 개성을 구가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
단,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2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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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아가는 가장 명쾌한 해답이자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내 방식대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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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런 생각을 한다. 제사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제사를 지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택하면 어떨까. 조상님들도 억지로 대접을 받는 것보다 진심으로 그리워해주는 것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각자 어느 정도의 음식을 만들어 와서 함께 모여 나눠 먹어야 한다는 법령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부의 갈등을 줄이고 이혼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부디 명절이 기다려지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축제의 날!
2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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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수십 번의 제사를 지내는 며느리들이 과거에는 많았다. 특히 맏며느리들은 이때만 되면 스트레스 지수가 극에 달했는데, 인내하고 참아내며 그 모든 순간을 견뎌냈다.

그저 결혼했다는 이유로 지은 죄도 없이 시댁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 벌을 달게 받은 것이다. 요즘에는 종교적, 사회적, 현실적인 이유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명절이면 어김없이 제사를 지내는 집들이 있다.

명절은 며느리들을 벌 세우는 날이 아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모두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축제의 날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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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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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논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멋쟁이 할머니라 부르는지 알게 될 것이다. 단순히 그녀의 업적이나 화려한 인맥, 멋스러운 패션을 가지고 멋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또 그 속에서 어떤 무게중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켜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우리는 그녀를 '본받고 싶은 어른' 혹은 '멋쟁이 할머니'라 말하는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 유연한 소신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 여전히 무한한 영감을 주는 사람, 나를 아끼고 보듬을 줄 아는 사람, 삶의 철학을 실제 삶에 적용하며 사는 사람, 성공보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어른 같은 사람.

밀라논나를 지칭하는 단어는 이처럼 수없이 많다. 이렇듯 탄탄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기에 우리는 그녀를 여전히 주목하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살다가 어느 순간 담백한 응원과 위안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면, 밀라논나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자. 그 속에서 당신은 찬란하고 정성 어린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젖어있던 오늘은 털어내고, 햇빛에 바짝 마른 보송보송한 내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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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
김유은 지음 / 좋은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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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나'를 위한 책!"


사람들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 쉽게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마음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같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그런 깊은 아픔과 슬픔을 겪은 이들이 홀로 외롭지 않게, 홀로 상처받지 않도록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말들로 가득한데, 살펴보면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라 더 깊이 와닿는다.

더불어 퍽퍽한 삶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여유와 상처 주는 이들을 되받아칠 수 있는 단단함도 엿볼 수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관계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1장과 4장이었는데, 2장과 3장이 연인 사이나 사랑에 관련된 글이었다면 1장과 4장은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이유도 모르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관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어쩌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일어서게도, 또 무너지게도 하는 인간관계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글들은 분명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와 따뜻한 위안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들고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문장들을 읽어나가 보자. 그리고 수고한 당신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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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혀보고, 다치고, 울기도 하면서 알았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유동적이고 그만큼 주관적이었습니다.
나에게 맞으면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과감하게 작별을 고해도 되는 것입니다. 배려해 주지 않는 사람과 굳이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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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내가 무엇을 잘해서, 무엇을 잘못해서 관계가 지속되거나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쿨하게 이제는 놓아주자.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이자. 나에게 맞으면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과감히 작별을 고하는 것으로 관계를 매듭짓자.

혼자 끙끙 앓으며 눈물지어봤자 나만 상처받는다.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한 에너지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나간 인연에 대한 미련을 놓아주면 다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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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행동부터 커다란 생각까지 무수하게 바뀌고, 또 내가 바꾸면서 살아간다.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 습관이 변했을 수도 있고, 식성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기도 하고,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매력 포인트가 달라지기도 한다.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외형이 변하기도 한다. 그 변화들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것을 안다.
(...)
'왜 나는 이렇게 되었을까. 예전의 나는 이랬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잠시 숨을 크게 쉬고 그 생각을 털어내었으면 좋겠다. 지난날의 당신이 만들어 낸 오늘의 당신은 참 멋있다. 지금의 당신은 누구보다 참 잘 살아내었다.

한결같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그 노력의 무게를 안다. 한결같을 수는 없지만, 한결같이 노력해온 당신이다. 달라져도 괜찮다. 어떤 모습의 당신이건 그 자체로 소중하기에.
2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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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 또한 내려놓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 하다못해 사시사철 푸르다고 말하는 소나무도 조금씩 성장하고 변한다.

매번 한결 같을 수는 없지만, 한결같이 내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신 자신을 믿어라. 조금 달라져도 괜찮다. 어쩌면 그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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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남의 힘듦에는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지금의 고난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눈물을 지었다고 해서 내일도, 그다음 날도, 영영 울기만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나의 힘듦을 누구보다 내가 돌봐주어야 크게 흉지지 않고 잘 지나가게 된다. 나는 믿음을 가진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 나와 있는 이 구절을 참 좋아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당신의 아픔 또한 잘 지나가리라.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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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나의 힘듦을 굳이 타인에게 공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되려 그 아픔을 약점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 아픔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의 아픔을 보듬어 주자. 오늘의 슬픔은 계속되지 않는다. 힘듦을 잘 보내면 새살이 돋고, 한층 더 성숙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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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유지하는 데에는 무릇 노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인연을 지키는 것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제때 밥을 챙겨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소들을 채워 넣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같은 애정 어린 표현을 아끼지 않고, 연인 사이라면 지켜야 할 당연한 것들을 지켜나가면서, 인연의 체력을 유지해 주고 또 키워주어야 한다.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 혼자만 노력하고, 표현한다고 해서 인연의 체력이 올라갈 수는 없다. 한쪽만 하는 노력은 애석하게도 더 빠른 애정의 고갈을 가져오게 된다.
20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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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를 오래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의 노력이 바탕이 된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와 같은 애정 어린 표현을 지속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홀로 이 말을 외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일방적인 노력은 언제든 끊어질 관계와 다름없다.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피폐해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당연한 것들을 지키고 아껴나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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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잘 해내고 있는 자신에게, 남이 주는 스트레스까지 가중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고운 결을 가진 당신의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되기 전에 작은 방어벽 하나를 쌓아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호의를 무조건 베풀지 않아도 된다. 아무에게나 당신의 그 예쁜 마음씨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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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자.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모두에게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다. 그건 호구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만, 내 기준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얼마든지 베풀어도 좋다. 선의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진짜 선의다. 타인의 무례한 요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멈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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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가슴 앓이 하고, 상처받고, 넘어지면서 살아간다. 섣불리 마음을 주어서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잘 믿어서 바보 같다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이제 조금은 벽을 둔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 누구보다 여리고 착해서 그동안 맺혀있는 슬픔이 많으니, 굳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슬픔을 더 받을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를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가깝게, 적당히 멀게, 그렇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2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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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관계에도 거리가 필요함을. 친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연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거리가 가까워지면 되려 상처받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벽을 두고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하자. 대놓고 벽을 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데 나를 지켜낼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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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어떤 사람의 모습만이 맞는 것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니다. 다양한 성격이 공존하듯 삶의 방식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내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도 나쁘지만, 다른 사람의 방식만을 동경하며 추구할 필요는 없다.

살아감에 있어서 즐거움의 기준은 타인보다는 나에게 맞춰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한 것이다.
2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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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인해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내 삶에 충실하기 보다 타인의 삶을 따라 하기 바빴다. 각자 삶의 목표와 방향성이 분명 다를진대, 왜 그리도 다른 사람의 방식에만 몰두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의 기준을 나에게 맞추자. 내가 즐거운 일, 내가 행복한 일, 내가 좋아할 일들에 맞춰 일상을 살아가자. 진짜 삶은 바로 거기에 있음이다.


*****

처음 1장을 읽으며 내 속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상처를 받아봐서, 관계가 쉽지 않음을 경험해 봐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것이 사랑이고, 관계를 잘 지속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좋아서 행했던 일들이 사실은 나를 망치고 있었음을 그때는 모르고서 말이다.

인간관계에는 적절한 거리와 속도가 필요함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꼭 밀고 당기기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벽은 두어야 적어도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꼭 경험해 봐야 알아?' 하는데 삶은 경험해 봐야 아는 것도 있다. 방향을 잃을 만큼 한때 크게 아팠던 경험 덕분에 지금의 나는 인생에 진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때론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차가운 이성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에서부터 똑똑하게 처신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조건 남의 말에 따르거나,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걸로는 절대 나를 지킬 수 없다. 때론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도 괜찮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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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알프스 5개국 여행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알프스'하면 으레 스위스만 생각했었는데, 일전에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지역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생각보다 알프스가 차지하는 면적이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더 범위를 확장시켜 알프스산맥이 뻗어있는 나라 중 대표적인 5개국(프랑스/스위스/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 중 먼저 살펴본 나라들을 제외한 2개국(스위스와 독일)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특히 스위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소개한 적이 없어 스위스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알아보려 한다. 독일의 경우 일전에 살펴봤던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추가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같은 알프스라도 어디에서 보느냐, 어디에서 즐기느냐에 따라 분명 완전히 다른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에 따라, 산맥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알프스와 연계된 나라들을 살펴보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형, 그에 따라 발달된 여러 가지 문화와 즐길 거리들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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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개념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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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맥은 7개국에 걸쳐있지만 알프스의 대부분은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다. 독일어로 알펜, 프랑스어로는 알프, 이탈리아어로는 알피라고 부른다. 신을 뜻하는 켈트어 'alb', alp' 또는 백색을 뜻하는 라틴어가 어원이며, '하얗고 높은 산'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알프스는 유럽의 남부와 중부 지역에 장벽처럼 솟아 있어 지중해성 기후와 유럽 대륙성 기후를 구분 짓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맥이 만들어 놓은 문화적, 민족적인 구분으로 유럽의 중부와 남부의 교류를 방해해 왔는데, 지금은 도로와 철도가 많이 뚫려 교류가 늘었다.

▶서부 알프스
지중해에 가까운 해안 알프스로부터 몽블랑 산맥으로 이어지는 부분으로, 흔히 프랑스 알프스라고 한다. 산맥은 주로 남북으로 뻗어 있는 비교적 낮은 산지이지만, 북부의 몽블랑 산군에는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과 에귀베르트 등 화강암질의 침봉군이 있으며, 몽블랑 기슭의 샤모니는 등산 관광의 기지로 알려져 있다.

▶중부 알프스
주로 스위스에 속해있으며, 알프스 산맥은 스위스부터 동서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크게 둘러 갈라지는데, 북쪽이 베르너 오벌란트 산과이고 남쪽이 발리스 알프스이다. 발리스알프스에 있는 계곡의 체르마트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주로 높이 4500m 급의 산들이 많다.

▶동부 알프스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부분으로 알프스산맥이 더 많이 갈라져 남북으로 퍼져 나가고 고도가 낮아진다. 북쪽의 일부는 독일에 들어가 있으며, 독일의 최고봉 추크슈피체가 유일한 고봉이라 빙하가 없으며, 이 지역이 티롤 알프스이다.

▶남부 알프스
남쪽은 이탈리아와의 국경으로 동쪽으로 뻗어 있는 외츠탈 알프스이며, 높이 3700m 급의 산과 빙하가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를 차지하는 브레너 고개 남쪽에 돌로미티의 암봉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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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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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동서로 뻗은 알프스산맥 남쪽의 티치노 주는 비교적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으나, 북쪽은 변덕스러운 중간형 기후이다.

▶지형
서유럽 한 가운데 위치한 스위스는 프랑스, 독일,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국가이다.

▶알프스 지역
국토의 60%가 산악지역이며, 25% 지역이 숲으로 덮여있다.


<루체른>
스위스 속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지닌 루체른은 아름다운 알프스와 호수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한다. 호수의 도시 루체른은 인터라켄을 가기 위해 자주 찾는 도시이다.

높은 산과 아름다운 호수 사이의 중세 도시, 루체른은 오래된 역사가 주는 매력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항상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주민들은 대부분 독일어를 사용하며 베른, 취리히, 인터라켄 등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또 유람선을 이용해 호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루체른은 규모가 아담하여 걸어 다니기에도 좋다.


■카펠 교
▷1333년 세워진 루체른의 상징 카펠 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로 지붕이 있는 특이한 형태이며, 루체른의 명물이다.

▷천장에는 17세기 루체른의 역사와 수호성인들을 묘사한 110장의 패널화가 걸려 있으며, 다리 끝에는 보물과 기록 보관소 등으로 쓰이는 팔각형의 불의 탑이 세워져 있다.

▷예배당 다리의 상징은 수탑은 한때 교도소나 고문실로 사용됐다.

▷다리는 1993년의 화재로 70%가량 소실되었으나, 이후 공들여 복원되었다.


■빈자의 사자상
▷'루체른의 사자'는 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의 마리앙투아네트가 머물던 튈르리 궁전을 지키다 전사한 600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1821년에 만든 조각상이다.

▷사자는 스위스 용병들을 상징하며, 심장에 찔린 사자가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사자의 발아래에는 부르봉 왕가의 문장인 하얀 백합 방패와 스위스를 상징하는 방패가 조각되어 있다. 조각상 위에 새겨져 있는 라틴어 'Helvetiorum fedei ac Virtut'는 '스위스의 충성심과 용맹심에 바쳐'라는 뜻이다.


■빙하공원
▷한때 루체른 일대가 빙하지대였다는 흔적을 말하는 유적지인 빙하공원은 빈사의 사자상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공원과 박물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빙하공원에서는 수만 년 전에 생성된 빙하동굴과 바닥의 사암 등 빙하기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슈프로이어 교
▷1408년 도시 요새의 일부로 만들어진 목조다리로 카펜 다리에서 강 아래쪽으로 3번째에 있는 다리이다.

▷내부에는 17세기에 창궐했던 전염병을 소재로 한 67개의 패널화인 죽음의 춤이 걸려 있다.


■무제크 성벽
▷14세기에 지어진 성 유적으로 루체른 거리와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축조 당시 루체른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지금은 구시가 북쪽 900m 정도와 9개의 탑만 남아 있다.

▷9개의 탑 중 쉬머, 마늘리, 차이트 탑은 여름에 공개하고 있다.


<취리히>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제 1의 도시로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세의 건물들과 세련된 도심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취리히의 국제공항과 중앙역은 스위스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다른 도시와의 교통 연계가 잘 되어 있다. 여행하는 여행객의 입장에서 취리히는 반나절 정도면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다. 그래서 시내 교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취리히 호수
▷스위스에서 3번째로 큰 취리히 호수는 기원전 8천 년의 빙하가 녹아서 형성되었다.


■린덴 호프
▷기원전 15년 로마 시대에 세관이 설치되었다가 이후 요새가 건축되었다. 현재는 그 흔적으로 성벽이 남아 있다.

▷취리히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한때 켈트족의 정착지였던 이곳은 4세기에 이르러 도시를 알라만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로마의 요새로 변모했다.


■장크트 페터 성당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1534년에 완성되었으며 뾰족한 첨탑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시계가 달려 있다.


■성모교회
▷고딕 양식의 수녀원을 계승한 건물로 '프라우뮌스터 수도원'으로 불린다.

▷상징적인 시계탑과 우아한 푸른색 첨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부에는 로마네스트 양식의 성가대석과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특히 성서 이야기를 주제로 한 성가대석 근처의 스테인드글라스는 1969년 샤갈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로스뮌스터 대성당
▷11~13세기에 지어진 스위스 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사원으로 일명 그로스뮌스터 대성으로 불린다. 특히 우뚝 솟아있는 쌍둥이 탑은 취리히의 상징이다.

▷샤를마뉴 대제가 펠릭스, 레굴라, 엑수페란시오 등의 취리히 순교자들의 무덤을 발견한 곳에 세워진 교회이다.

▷탑은 한때 목재 첨탑이 꼭대기에 덮여 있었지만 1781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후 신고딕 양식의 구조물로 교체되었는데 이는 지금 취리히 스카이라인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그로스뮌스터는 스위스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6세기 초반에 훌드리히 츠빙글리 목사가 투쟁 끝에 교황의 권한으로부터 교회를 독립시켰는데, 이로 인해 스위스-독일 종교 개혁이 촉발되었다.


<인터라켄>
'호수 사이의 마을'이란 이름의 인터라켄은 두 개의 호수를 양 옆에 끼고 있으며 눈 덮인 산들로 이루어진 알프스 휴양지이다.

스위스의 알프스 자연에서 스키, 하이킹,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스릴을 원한다면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급류 타기,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기도 한다.


■툰 호수
▷툰 호수는 베른에서 인터라켄으로 들어오는 왼쪽에 위치한 호수이다.


■브리엔츠 호수
▷유람선 선착장은 보트들과 호수 주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책을 읽는 등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푸른 호수, 하얀 백조와 보트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많다.


■융프라우요흐 여정 파악하기
얼음 궁전과 거대한 빙하를 감상하기 위해 등산 열차를 타고 거대 빙하 세계를 지나 융프라우요흐에 눈으로 덮인 정상에 도착해 보자!

①하르더 쿨름 전망대
해발 1322m에 위치한 인터라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②쉬니게 플라테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 등 3대 봉우리를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③라우터 브루넨
빙하의 침식으로 인해 형성된 70여 개가 넘는 골짜기와 폭포가 있다.

④스타우프바흐 폭포
라우터브루넨에서 어디서나 높이 바라보면 보이는 폭포이다. 초당 2만 리터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⑤벵겐
19세기부터 호텔이나 샬레가 들어선 리조트 마을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자동차만 운행이 가능하다.

⑥투룀멜바흐 폭포
산 속에 숨겨진 10개의 폭포수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동굴폭포이다. 10겹의 폭포수는 139.9m 높이에서 시작되며 매초마다 약 20000리터의 엄청난 양의 물을 떨어뜨린다.

⑦뮈렌
200km에 이르는 하이킹 코스가 있는 리우터브루넨 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⑧클라이네 샤이덱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마지막 역으로 알프스의 유명한 3대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⑨융프라우요흐
'융프라우 아래'라는 뜻의 융프라우요흐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융프라우'라는 이름에 '아래'라는 뜻의 '요흐'를 결합한 것이다.

1934년 완성된 다양한 얼음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 얼음 궁전도 빼놓지 말자.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는 스위스 알프스의 베르너 오버란트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스키, 등산, 하이킹을 즐기거나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이거 산 북쪽 면을 마주하고 있어 '아이거 빌리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융프라우 지역에서 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그린델발트 만큼 좋은 곳도 없다.


■피르스트
▷하늘 아래 첫 번째 마을이라는 뜻의 피르스트는 해발 2168m에 위치한 산악마을로 그린델발트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다.

▷아이거의 북벽과 묀히, 융프라우를 모두 감상하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쉴트호른
▷007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진 쉴트호른은 스키 하이킹뿐만 아니라 회전식 레스토랑에서 전망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티들리스, 융프라우, 저 멀리에서 보이는 프랑스 지역의 몽블랑까지 환상적인 광경이 당신을 기다린다.


<베른>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은 오랜 역사의 도시를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있어 가치가 있다. 구시가는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역사적 가치가 있다.

1191년 베르초롤트 5세에 의해 세워진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이자 4번째 큰 도시이다. 전설에는 베르초롤트 5세가 이 지역에서 사냥을 하면서 잡은 첫 번째 동물 이름을 따서 도시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베른'은 이 지역 말로 곰이라는 뜻이다. 곰은 지금까지도 도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베른은 1191년, 군사 요새로 건설되기 시작한 도시로, 1220년에는 자유 도시가 되었고 1353년에는 스위스 연방에 가맹하였다.


※스위스는 왜 명문화된 수도가 없을까?
스위스는 연방 헌법상 명문화된 수도가 없어서 명문화된 수도를 말하라고 한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연방 대법원은 '로잔'에 있으며, 기타 여러 도시에 정부 기관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가 이처럼 수도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각 주의 지위를 헌법상 항구적으로 보장하고 동등하게 대우하는 스위스의 연방 정치 관계상, 어느 한 도시를 수도로 명문화하면, 한 주의 특권이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곰 공원
▷아레 강 건너에 곰 공원이 있다.

▷베른은 도시의 상징인 곰의 복지를 위한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베어 피트'는 곰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아직도 남아 있으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방 문화 대상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베른의 재미있는 12개의 분수
▷구시가에는 6km나 되는 상점가와 역사적으로 유명한 12개의 역사적인 분수가 있다. 감옥탑부터 마르크트 거리가 시작되는데 이곳에 2개의 분수가 있다.


■세인트 빈센트의 베른 대성당
▷베른 시에서 인상적인 후기 고딕 양식을 지닌 건물이며, 스위스의 가장 중요한 중세 말기 교회이다.

▷구시가의 지붕들 위로 보이는 베른 대성당은 스위스의 종교 건축물 중 가장 크다.

▷특징을 가진 정문에는 '최후의 심판'이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개혁파의 성상 파괴 운동으로 부터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이미지이다. 성문 위로 난 344개의 계단을 오르면 전망 지점인 100m 높이의 대성당 타워에 도착한다.


■베른 역사박물관(혹은 아인슈타인 박물관)
▷아인슈타인 박물관이자 베른 역사박물관인 이곳은 스위스에서 중요한 문화적 역사적 박물관 중 한 곳이다.

▷베른 역사박물관은 선사, 초기 역사에 이르는 역사 분야에서부터 민족학에까지 다양한 시청각적 접근을 통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여 주고 있다.

▷통합적인 아인슈타인 박물관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업적과 삶에 비중 있게 선보이고 있다.


<제네바>
제네바는 스위스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며 UN과 적십자를 포함한 국제 조직의 본사들이 위치하고 있다. 제네바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하는 도시로, 유엔을 포함한 약 200개 이상의 국제기구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는 만큼 도시 인구의 30% 이상이 외국인이다.


■생 피에르 성당
▷성당은 다양한 건축 양식의 조합과 성당 아래의 로마 신전 유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종교개혁가 칼뱅이 설교를 한 장소가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성당에는 눈 여겨 볼만한 다른 장식물은 목조 조각이 새겨져 있는 15세기의 성가대석이다.

▷고딕 양식으로 칠이 되어 있는 마카베 예배당으로 가면 칼뱅이 사용하던 소박한 나무 의자도 중요한 종교개혁 유물이다.


■종교개혁 기념 벽
▷종교개혁 기념 벽은 16세기 전 유럽을 강타했던 종교 운동이 핵심적인 인물들을 기념하고 있다.

▷종교개혁 기념 벽은 개신교 지도자였던 칼뱅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 1909~1917년에 건축되었다.

▷기념 벽 상단에는 '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라는 거대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종교개혁의 좌우명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제네바의 모토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마틴 루터와 울리히 츠빙글리를 위시한 여러 종교 개혁가들을 묘사한 좀 더 작은 크기의 기념물도 구경할 수 있다.


■국제연합 유럽본부
▷세계 2차 대전 직후 전 세계 지도자가 모여 회의를 열기 위해 건축된 역사적인 건물이다.

▷국제연맹으로 출발하여 현재 국제연합으로 발전한 세계 협력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제네바 미술 역사박물관
▷인류의 발전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다.

▷현재 박물관에는 전 세계 650,000여 점의 문화 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 그림, 직물,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일부는 역사가 15세기까지 올라간다.


<바젤>
스위스의 최대 도시인 취리히에서 서쪽으로 8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바젤 미술관
▷스위스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서 깊은 미술관이다.

▷스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의 전시관에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여러 인상적인 작품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은 바젤 미술관을 '쿤스트 뮤지엄'이라 부른다. 쿤스트 뮤지엄은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성당
▷바젤의 상징인 대성당은 라인 강변의 언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성당 내부에는 우신예찬과 종교 개혁으로 유명한 에라스무스의 묘지가 있다.


■시청사
▷바젤의 시청사는 강렬한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

▷인상적인 시청 건축물 밖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미틀레레 다리
▷바젤에는 현재 5개의 다리가 지어졌는데, 지어진 다리 중에 가장 오래된 다리로 1226년에 도시를 관통하는 라인 강의 중앙에 놓여졌다.


<체르마트>
하늘을 찌를 듯한 알프스의 대표적인 고봉인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 찾는 마을이 체르마트이다. 많은 유럽인들은 스키를 타러 체르마트로 이동한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대는 아마 고르너그라트일 것이다.

▷스위스에서 2번째로 큰 빙하인 고르너 빙하와 마테호른, 스위스 최고봉인 4634m의 몬테로사뿐만 아니라 4000m이상의 고봉들을 볼 수 있다.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스위스 알프스에서 9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마테호른은 직접 걸어서 올라갈 수 없다.

▷프랑스의 몽블랑과 38개의 4000m 이상의 고봉들과 14개의 빙하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스키 구역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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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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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아머가우>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바이에른 알프스 지역의 마을이다. 오래전 켈트족이 정착하였고, 남부 독일을 지나가는 로마 군단과 켈트족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오버아머가우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은 수도원을 세운 에티코 백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에 철도가 연결되면서 마을을 찾는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 이후부터 10년마다 수난극을 공연하였고, 이를 관람하기 위해 지금은 1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온다. 오버아머가우는 알프스 산맥에 있는 군대의 기지로 사용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군 기지가 되었다.


<베르히테스가덴>
독일 알프스에 위치한 휴양 도시이다


■켈슈타인 하우스
▷독수리 요새로 불렸던 곳으로, 해발 1834m의 절벽 위에 지어진 별장으로 나치 독일의 마르틴 보어만이 히틀러의 생일을 위한 별장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알프스의 풍경이 아주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사용 중이다.


■쾨니히 호수
▷빙하가 녹으면서 산을 따라 내려오면 U자형 계곡이 만들어지는 것을 '피요르'라고 부르는데, 피요르처럼 산맥 사이로 길게 형성된 호수이다.


■소금광산
▷잘츠부르크의 소금광산과 같은 산맥이다.

▷소금을 얻는 과정을 보여주는 곳으로 바위 속의 소금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금동굴은 소금 암석을 가지고 만든 것으로 바이에른의 국왕이었던 루트비히 2세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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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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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설명을 통해 만나다 보니 어쩐지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공기를 느끼며 알프스를 경험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스위스 곳곳을 살펴보며, 여기야말로 정말 뚜벅이 여행을 통해 곳곳을 둘러봐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도시를 여행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규모가 작아 천천히 걷고 구경하며 돌아보면 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한다.

스위스는 스포츠나 자연 그대로를 즐기로 싶은 사람들에는 축복의 땅처럼 여겨진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감상하고 즐기고 싶다면 스위스로 떠나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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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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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


시간이 갈수록 세대갈등이나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심리에 대한 영역은 과거보다 훨씬 더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이와 관련한 책이나 센터, 기관들이 꽤 많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건, 사람의 심리가 획일적이지 않고, 여기에 더해 각기 다른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더없이 복잡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때문에 수없이 고민하게 되고 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한다.

살펴보면 종종 이상하게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럴 때 남 탓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나는 왜' 혹은 '내 마음은 왜'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생생한 상담 사례를 통해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비슷한 상황 속에서 나의 감정은 어땠는지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나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미처 보듬어 주지 못한 내 감정들을 위로하고 진짜 감정을 마주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여기에 더해 이를 제대로 극복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기생하고 있던 찌꺼기 같은 감정들을 털어내고 온전히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해 매번 질질 끌려가기만 하던 '어떤 감정'들의 실체를 파악함과 동시에 그것들을 제대로 끝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내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이 책은 전한다.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여러 감정들을 알기 쉽게 예시를 통해 전함으로써 독자들은 우리 기억 속에 자리한 비슷한 감정의 실체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감정을 보통의 우리가 대했던 방식, 느낌들을 고스란히 전하며 이것의 명확한 실체와 이 가짜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전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는 타인보다 내 마음을 우선하고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며, 그래야만 계속 내 마음에 기생하는 감정과 인생을 좀먹는 생각들을 발견하고 이것들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말한다.

결국 내 인생을 구원하고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은 '나 자신'이기에 저자가 전하는 방식을 통해 묵혀있는 감정을 털어내고 제대로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그냥 덮어두거나 잊는 것으로는 제대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감정은 정리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 자리에 박힌 채로 기생하며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감정과 이를 지칭하는 감정들을 살펴보며 우리가 놓친 진짜와 믿고 있던 가짜를 판별하고 '나'의 감정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자기중심 효과
'자기중심 효과'는 특별한 감정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나쁜 일에 대한 자기중심적 상상이 일상생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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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삶을 원한다면 나와 타인 사이에 적절한 경계를 그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자신의 '내면적 상상'과 '외재적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고 경계 짓는 일도 중요하다. 따라서 어떤 문제는 단지 자신의 상상에 불과하며, 상대의 의도 또한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나와 타인보다 나의 내면과 실제 현실 사이에 제대로 된 경계를 긋는 일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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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상상력을 동원해 부정적 상황으로 굳이 끌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적절히 내 감정에 선을 그어 팩트와 상상을 구별하고 너무 나 자신의 감정에 빠져들어 허우적되는 것은 아닌가 검토해 보면 어떨까 한다.


■연초점 효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연초점 필터(자신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같은 사람을 분리해서 인식하여 혼란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를 끼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과거를 미화하는 것은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심리 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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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된 과거는 실제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가장 큰 부작용은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미화된 과거는 당장 눈앞의 사람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하고, 좌절감을 모호하게 숨겨버림으로써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불행한 과거가 거짓된 아름다움을 뒤집어쓰고 여전히 내 안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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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전체를 미화시켜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적당한 회피는 때로 우리를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현실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나의 성장과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부딪히며, 마주 봐야 다음 또 다음을, 그리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고슴도치 효과
상대의 사랑을 지나치게 갈망한 나머지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 입히고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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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그렇듯 마음에도 적절한 거리와 경계가 있다. 그런데 마음의 경계를 지키는 일은 몸의 경계를 지키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민감하다.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이 나의 경계를 침범하지 못하게 하기는 쉽지만, 가족이 내 마음의 경계를 넘나들 때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나 역시 알게 모르게 사람의 사적 영역에 허락 없이 발을 들이밀기도 한다.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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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의도가 아닐지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 보면 때로 상대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몸의 경계는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기에 즉각적 혹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벌릴 수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이와 달리 경계가 쉽지 않다.

더불어 제각기 사적 영역의 허용 범위치가 다 다르고 실질적으로 '여기까지'라고 명확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더 그렇다.

나만의 바운더리는 중요하다. 그렇기에 가까운 사이일수록 우리 모두를 위해 조심하고 지켜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기생 효과
인간관계 혹은 내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쏟아부을 희생양을 찾는다. 자신의 진짜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남 탓'을 하며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물론 올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이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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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기생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면 나 자신을 위해 상대를 끊어내야 한다. 나를 더 이상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지 말라고 상대에게 분명히 밝히고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삶에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여유와 공간이 생긴다.

모든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할 필요도 없다. 이르건 늦건,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인생의 진리다.
136페이지 中
=====

어떤 식으로든 감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서로를 위해 끊어내는 것이 옳다. 그것을 어떤 상황이나 관계성을 위해 지속하다 보면 누군가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또 다른 사람은 화풀이하는 가해자가 된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이유로 관계를 끌어가면 스스로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밀어 넣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 남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된다면, 부디 그런 생각은 접어두자. 관계도 비워내야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


■지푸라기 효과
참을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참지 않고 말하면 긴장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해도 관계 자체는 망가지지 않고 평행을 유지한다.

=====
살다 보면 내가 선택한 만남보다 나의 선택과 상관없는 만남이 훨씬 더 많다. 부모와 자식이 그러하고,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된 시가 식구도 엄연히 말하면 내가 선택해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선택해서 만난 사람도 알고 보면 처음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는 내 선택 밖의 문제다. 그러나 나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과 맞닥뜨렸을 때, 그 순간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여전히 나의 몫이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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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와도 사람들은 '그럼에도' 참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참고 또 참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나의 불행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을 참지 말고 지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진짜 참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만큼은 나 자신을 위해 터뜨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꾹꾹 눌러 담다가 한방에 터뜨리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니 가끔 '진짜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그 일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자. 그러면 관계는 오래 유지되고 나의 마음도 평화를 찾을 것이다.


■투시경 효과
'투시경 효과'는 자신이 전능하다는 사고를 기반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제 손바닥 보듯 뻔히 안다고 생각하는 환상과 갈망을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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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표현하지 않고 가슴 깊이 묻어둘수록 점점 더 꺼내기가 어려워진다.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혼자서 상상하고 추측하다 보면 결국 서로 솔직히 소통하지 못해 오해만 쌓이게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면 함께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싸울지언정, 속으로는 서로 깊이 이해하고 상대의 가장 진실한 모습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그만큼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문제는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이해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해했다는 착각은 필연적으로 오해를 부른다. 이러한 '오해'는 사실 자신이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60페이지 中
=====

가까운 사이일수록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으레 '알아주겠지'하는 믿음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대처하다 보면 결국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큰 착각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알고 있겠지 하는 착각', '이해했겠지 하는 오해'. 이 모든 것들은 속 깊은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나누지 않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니 부디 '내 마음을 알아줄 거야'라는 굳은 믿음과 환상은 버리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나누자.


■맹목효과
자신의 주관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미 익숙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 하다.

=====
'모함'과 '헛소문'은 그 자체에 이미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조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만약 조종하려고 하는 상대의 내면에 이를 받아들일 만한 바탕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먹히지 않는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한 모함과 헛소문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것은 그의 마음에 이미 나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나를 믿는 사람은 나에 대한 모함이나 헛소문을 들으면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나를 옹호한다.
(...)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헛소문에 부화뇌동하거나 일희일비하며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 '맹목 효과'의 가장 큰 이점은 진심으로 나를 대하며 믿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대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즉 '맹목 효과'를 통해 인간관계의 옥석을 가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세상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맹목적인 사람으로 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심지어 맹목적인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고되다. 자신의 주관에서 한 걸음만 물러나 전체를 보면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중요시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다.
175~177페이지 中
=====

유난히 소문이나 모함에 잘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팔랑귀라고 하는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들의 마음속에는 누군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없거나, 어떤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에 휘둘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간 낭비다.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와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얼룩 효과
'얼룩 효과'란 자기애가 공격받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긍정하고 충격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다룬 것이다.

=====
얼룩을 타고 났다고 해서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지만, 얼룩이 있는 사람은 잘 가리는 법을 배우면 그만이다. 얼룩을 가리는 것도 얼룩이 나빠서가 아니다. 다만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힘을 좀 더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한때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던 그 얼룩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굳이 가릴 필요도 없고, 오히려 얼룩 때문에 더 특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사회 역시 과거에 얼룩이라고 낙인찍었던 것들을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225페이지 中
=====

무쌍을 예로 들어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한때 쌍꺼풀을 가진 사람이 외적으로 인기가 많고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세상의 무쌍들은 마치 못난이인 것처럼, 얼룩인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래서 얼룩이 싫었던 일부 사람들은 자신감을 얻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하거나 풀을 이용해 쌍꺼풀을 만들어 무쌍이라는 얼룩을 지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오히려 무쌍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들은 이것을 개성과 특별함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꼭 어떤 얼룩을 흠집으로만 판단한 이유는 없다고 본다.


■자기 연민 효과
'자기 연민 효과'는 원 가족에서 초래된 자기 비하가 개인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개인이 이를 초월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찾는지 연구한 결과물이다.

=====
이 세상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면 결국 의지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 연민이 커다랗게 부풀면 스스로 더욱 강해져야겠다는 동기가 오히려 강해진다. 자신의 내면에 굳건한 골조를 세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계속 자신을 연민하며 지금보다 더욱 강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259페이지 中
=====

'자기 연민'이라고 하면 어쩐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자기 연민은 자신의 내면을 극도로 강하게 만들어 준다. 오로지 세상에 나를 도울 사람은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떤 풍파가 와도 스스로 잘 견뎌낼 수 있다. 1인이 1인 이상의 몫을 해내는 사람,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자기 연민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미완성 효과
'미완성 효과'란 미완성의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
후회의 감정에 제대로 극복하려면 반드시 '새로운 정리'가 필요하다. 그때 당시에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혹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과거의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으며 무엇을 어쩔 수 없었는지 하나씩 돌아보며 정리해야 한다. 일단 이러한 세부 사항들이 확실히 정리되고 나면 스스로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대강의 그림이 보인다. 또한 지금의 자신에게서 과거에는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강점과 자원을 발견하게 된다.

아쉬움은 아직 끝마치지 못한, 혹은 완성하지 못한 부분을 끝내거나 보완하면 사라진다. 그러나 어떤 일들은 끝나지도, 완성되지도 못한 채 평생을 가져가게 된다. 그러나 그것조차 새롭게 정리를 거치면 더 이상 나의 발목을 잡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인생이란 이렇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312페이지 中
=====

어떤 것에 미련이 남는다는 것은 곧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감정이든, 관계든, 일이든 찝찝함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것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어떤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면 당장 정리를 시작해 보자. 보완을 해도 좋고, 끝마무리를 지어도 좋다.

그렇게 완성되고 나면 그것은 말끔히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나는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갈 것이다.


*****

쉽게 지나쳐 갔던 어떤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정의를 내리고 이것에 대한 내용을 예시를 통해 쉽게 접하고 보니 당시엔 미처 몰랐던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확신이 간다.

더불어 어떻게 마주 보고 해결해야 하는지까지 알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 보통 '저 사람은 왜 저럴까?'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에 집중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나의 감정을 내가 파악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안내해 준 덕분에, 더 나를 다독이고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다가와도 움츠리거나 내 잘못이라고 지레 판단하기 보다, 필요할 때는 적절히 표현도 하고 또 내 감정에 더 집중해서 해결하는 방안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하다.

더불어 내가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 가장 좋은 사람이 되어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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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 엘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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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역사, 시대, 출신, 고난, 관계, 관습 등에서 해방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해방자들>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광복이나 전쟁 등의 시대적 배경을 가진 이야기에 대한 내용일 거라 추측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짐작이었다.

이 소설 속에는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이민자들, 그리고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했던 한국인들, 자신의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코리아 디아스포라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상황과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아픔과 고난을 겪는다.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론 가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들은 한 시대를 살아내며, 관념에 묶이거나 과거에 갇히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출신이나 관습 등에 얽매이며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데 마침내는 이런 것들과 화해하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한 가족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내기는 하나,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기보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긴 내면에 더 집중해서 보기를 추천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역사, 전쟁, 사건, 사고, 분열과 상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인물 중심으로 세밀하게 짚어내며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상황이나 감정 상태 등을 은유, 묘사, 상징에 비유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두 가지 반응을 이끌어 낸다. 첫 번째는 갸우뚱하는 반응으로 무얼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된다. 두 번째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더 깊게 파고들게 함으로써 제대로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때 유의할 점은, 독자에 따라 다른 방식,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에 받아들이는 상황이나 감정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생각한다.

매 단락은 특정 인물을 앞세워 전개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전체적인 이야기를 어떤 시점에 누구를 통해 전해지느냐가 다르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약 4대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한 가족의 분쟁, 상처, 아픔, 질투를 비롯해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보면, 일제강점기, 독재 정권과 독재자, 전쟁, 점령, 분열, 납치, 고문, 그 외 사건사고 등이 다수 포함된다.

살아남기 위해 흩어지고, 또다시 뭉친 한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단순히 허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을 입힌 형태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겪었던 일들을 그냥 넘기기는 쉽지 않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배경이지만 실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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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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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요한
-어릴 적부터 여섯 가지 언어를 읽고 쓸 정도로 똑똑한 인물
-가족이 생긴 이후 동물에서 사람 꼴을 갖추게 됨
-가족: 아내와 딸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함

■남조
-요한의 아내
-마흔 살에 동맥류로 사망
-늘 초록색 옷을 즐겨 입음

■인숙
-요한과 남조의 딸
-결혼 전 인숙은 '성'에 있어 수줍고 순수한 사람이었음
-늘 조심스러운 성격
-엄마 남조의 죽음 이후 갑자기 아버지도 잃게 됨
-결혼 허락을 받은 그날 성호와 결혼
-결혼 후 남편인 성호는 홀로 미국으로 떠나고 시어머니인 후란과 단둘이 한국에서 생활(첫날밤에 바로 임신)
-스물일곱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로 성호를 따라 이주
-미국이주 후 생활은 녹록지 않았음
-남편과 함께 살게 되면서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심해짐
-서른다섯, 임신 12주째 남편의 폭력으로 둘째 아이를 유산함

■성호
-인숙의 남편
-열한 살 때 아버지가 가족을 두고 홀로 갑자기 떠남(이때 아버지 나이 서른셋)
-결혼 전 아내와 사이가 각별했으나 결혼 후 약 10년간 관계가 매우 소홀해짐
-어머니 후란이 사망 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내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
-후란이 떠난 덕분에 성호는 비로소 부부와 가족을 위한 옳은 결정을 내리기 시작

■헨리
-인숙과 성호의 아들
-어릴 때 로버트에게 토토라는 개를 선물받아 키움
-부모 사이가 좋지 않아 어릴 적 불안한 관계 속에서 성장
-열여덟 살 아이 아빠가 됨

■제니
-북한 출신 한국 사람
-로버트의 글을 기록하는 일을 하면서 헨리를 알게 됨
-헨리와 사이가 가까워지며 임신을 하게 됨
-이후 헨리와 함께 헨리의 부모가 이사한 터코마로 가서 함께 살게 됨

■하루
-헨리와 제니의 아이

■후란
-성호의 어머니이자 인숙의 시어머니
-아들에 대한 집착이 심함
-아들인 성호와 미국에 따로 떨어져 살 때보다, 오히려 함께 살게 된 이후 시집살이를 심하게 함
-뇌졸중으로 사망(사망 직전 며느리 인숙과 화해하게 됨)
-며느리를 괴롭혔으나 심적으로는 며느리에게 많이 의지했음

■로버트
-인숙보다 두 살 많으며, 인숙이 미국 이주 후 식당에서 일할 때 알게 됨
-인숙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나 관계를 더 발전시키지 않고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함
-인숙이 힘들 때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타나 도움을 줌
-시장 선거에도 출마하고 일간지 <해방 신문>을 창간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함
-인숙이 가장 힘든 순간 관계를 갖기도 함
-부산 컨벤션홀에서 온 강연 요청으로 오랜만에 한국으로 출장을 가려 하지만 도중에 수배되어 경찰에게 인계됨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놓지 않고 과거와 역사를 알리는 역할에 최선을 다함

■고일
-로버트의 어머니
-열여덟 나이에 자기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아버지의 이름인 고일을 자기 이름으로 삼음
-일본 우키시마 호의 피해자 중 한 명
-호랑이 모양의 대한민국 지도를 문신으로 새기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됨

■고일의 아버지
-부산 남자로 1953년 6월 한국전쟁 중 휴전 한 달 전에 폭격에 맞아 사망


<그 외 등장인물>

■교도관
-스물한 살 나이에 독재 정권의 교도소장을 맡고 있음
-교도관들의 상관이 된 그는 교도관이라고만 불림

■검시관
-교도관의 요청으로 요한의 시신을 부검하고 그의 죽음을 가족에게 알린 사람

■도모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티켓 발권 업무를 맡고 있음
-로버트의 한국 출장 길을 가장 먼저 막은 사람


=====
간단 줄거리
=====

이 이야기에서 주요 인물은 '인숙'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부모님 세대, 그리고 그녀 세대, 그다음으로 그녀 자식과 손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으로 이주하며 미국이 주요 배경이 되지만(가끔 일본이 등장하기도 함) 역시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모두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게 토종 한국인이든, 북한 출신이든, 미국 이민자든 상관없이 말이다.

외부로는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군사정권 독재자, 삼풍사고, 세월호 사건 등을 겪어오며 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점령, 전쟁, 납치와 고문, 분열 등을 겪게 된다. 여기에 더해 내부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던 세대 차이, 신념 갈등 등을 겪으며 힘겨운 날들을 보내게 된다.

상처는 분열을 야기하고, 갈등을 심화하며 점점 더 관계를 악화시킨다. 결혼 전 그토록 애틋했던 인숙과 성호 부부가 결혼 후 약 10년 동안 나눈 이야기가 겨우 한 달 정도라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았는지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끝까지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를지언정 내 안에 담아두고 살아간다. 인숙은 남편의 폭력으로 둘째 아이를 유산하는 일을 겪기도 하는데 무섭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시간이 흐르고 시어머니 후란은 뇌졸중으로 사망하게 되고, 죽기 직전 극적으로 며느리 인숙과 화해를 하게 된다.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존재가 사라지고 난 후 집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데, 남편 성호는 비로소 아내를 제대로 마주 보게 된다.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가족을 위한 삶에 집중하게 된다. 여기에는 로버트와 아내의 사이를 알게 된 것도 한몫했는데, 어머니의 죽음과 맞물려 적절한 기회를 잘 포착한 듯하다.

덕분에 10년 만에 부부는 화해를 하게 되고, 다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들의 아들인 헨리는 이를 긴밀하게 바로 알아채게 되고, 그 역시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되면서 또 다른 가족을 만들게 된다.

이후로 인숙과 성호 부부는 오로지 자신들을 위한 삶을 펼쳐나가게 된다. 아내가 원하던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들 부부와 함께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여기에는 과거의 관습이나 출신, 시대, 차별과 같은 불합리함은 더 이상 없다. 그저 현재에 충실하며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는 일들만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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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와 은유가 가득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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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박힌 바위를 아내로 대신했고, 그다음에는 아내를 지표면에 놓인 묘비와 맞바꿨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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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아내인 남조 죽음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땅에 박힌 바위'와 '묘비'를 통해 아내가 땅에 묻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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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는 고일이 출산을 할 때 배에 생겨난 봉합 자국을 떠올렸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 사이에 자리 잡은, 안쪽 정원으로 가는 비밀 문이었다. 로버트는 고일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그 문을, 그 문으로 향하는 길을 찾으면서 남은 생애를 보내는 자신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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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어떤 상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뒤엉켜 로버트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안쪽 정원으로 가는 비밀문이 단순히 자궁을 뜻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의 자궁이 뜻하는 안락함, 편안함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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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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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성호 너한테는 눈이 있는 게 확실하냐고 물었다. 무언가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중요한 방법은 눈을 쓰지 않고 보는 거라면서 말이다.
(...)
"만약에 슬퍼지거들랑, 이리로 들어가려무나." 아버지는 성호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밀쳤다. "어딜 가라고요?"
"안에 갈 곳이 있잖니."
(...)
"뭔가 잘 안 풀릴 때면, 이곳으로 가면 된다."
4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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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성호와 보내는 시간에 나눈 대화 중 일부분이다. 아버지는 성호에게 마음의 눈으로 보라고 말한다. 더불어 슬픈 일이 생기면 마음으로 도망치(혹은 들여다보라고)라고 말한다.

어린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임을 모르는 아들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추억에 대한 회상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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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죽으면서 저는 침묵하는 법을 배웠고, 20대 후반에는 경청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저를 다르게 대했어요.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얘기를 저한테는 했죠.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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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은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었다. 앞서서는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를 잃고 나서는 수근 되는 소문들에 한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다.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교도관의 배려로 시신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족을 모두 잃고 난 후 사람들은 인숙을 다르게 대했다. 인숙은 어쩌면 자신의 그런 현실을 깨닫고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입을 닫고, 귀를 닫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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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거쳐온 방들은 모두 최고의 기억과 최악의 기억을 다 품고 있었죠.
(...)
그 모든 방에서 저는 제가 빚진 삶을 꿈꿔요.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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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장소에 깃든 수많은 기억들 사이에 숨겨진 나만의 빚.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알듯 모를 듯, 알쏭달쏭함만 남긴 인숙의 감정은 인숙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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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의 삶이 점점 더 견디기 힘들어질수록, 나는 더더욱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갔다. 마치 지금처럼, 내 위로는 라일락 정원이 허리께부터 휘어져 있었다. 만약 내 표정을 보았다면, 내가 포기할 수 있었다는 걸 누구도 믿지 못했으리라. 그 무엇도 더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없었으므로. 나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와 호랑이가 돌보는 정원 한가운데서 빛나는 빛이 되었다.
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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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어쩌면 이것은 포기와 내려놓음을 상징하는 말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앞서 성호의 아버지가 성호에게 마지막으로 해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바깥이 힘들어질수록, 내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가는 인숙을 통해 그녀는 참 강한 사람이구나,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랬기에 그 숱한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이때가 성호의 폭력으로 둘째를 유산했을 시기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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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가 물었다.
"북한 같은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걸 왜 그렇게 어려워하십니까?"
성호가 말했다. "북한과 관련된 건 어떤 것도 원치 않아요."
"그렇지만 그건 당신의 일부예요." 로버트가 대답했다. "끔찍한 부분까지도 말이죠."
로버트 말이 맞았다. 전쟁은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싸우려는 마음이 드는 것이야 자연스러웠지만, 애써 이유를 정당화하려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162~1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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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계속해서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부부관계에서도 장장 10년을 어머니를 앞세우며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전쟁은 그렇게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로버트와 성호의 대화 속 '북한'은 어떤 것에 대한 비유 혹은 상징을 대신한 단어일 뿐이다.

시대적 배경상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시기적절한 대화의 주제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어떤 것을 대신하는 말이기도 하다.

로버트는 대한민국 안에 남한과 북한이 있듯이, 부정적인 어떤 면 또한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라 말한다. 여태껏 모든 것을 회피하며 살아왔던 성호에게 있어 이것은 내심 자신도 알고 있던 사실이기에 핑계를 대며 더 이상 빙빙 둘러대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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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가 성호에게 말했다. "저는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벽이 있다고 생각했더랬죠." 그렇지만 뉴스에 나온 영상을 보고 깨달은 겁니다. 벽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는 걸요. 벽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1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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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런 문장을 마주할 때다. 존재하지 않는 벽을 홀로 상상하고 가늠하며 싸우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때.

로버트는 핵심을 찌르는 말로 사람들을 깨우치며 반전을 꾀하는 역할을 한다. 상처를 입고 주저앉은 인숙에게는 자신의 입을 빌려 상처를 보듬어주고,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고 하는 성호에게는 날카로운 송곳 같은 말로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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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권위가 높은 사람들은 위험해."
(...)
"그 사람들 자아는 스스로를 도덕적이라고 보는 능력에 의지하고 있거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지도자가 되자마자 독재자가 돼."
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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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권위가 높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독재자로 불렸던 사람들, 이를테면 히틀러, 무솔리니, 김정일, 푸틴, 스탈린 등은 자신들의 신념에 사로잡혀 독재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도덕적이라는 의미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자신의 사상에 국한되는 도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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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식탁으로 불러들인 건 아들이 아니라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나를 향해 달려오면 환한 빛, 빛을 내뿜었다.
2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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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새로운 가족이자 아들의 여자이며, 인숙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들이닥친 그녀를 인숙은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였다.

새로운 집에서 그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덕분에 인숙은 그녀에게서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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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가지 배운 게 뭐냐면, 인생의 단계마다 옷이 너를 맞이하러 온다는 거야."
(...)
"옷은 네가 어디로 가는지 확신하게 해주는 법이거든"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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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옷을 달리 입는다. 그래서 옷은 지금 나의 상태 혹은 어느 장소에 있는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생의 단계마다 옷이 나를 맞이하러 온다는 말'은 시적으로 다가오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줄 희망의 아이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엄마의 유품이었던 초록색 한복은 인숙의 결혼식 예복이었으며, 또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제니에게 전하는 마음이자 새 가족으로 제대로 인정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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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曰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을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다른 사람 말은 절대 듣지 마."
(...)
인숙 曰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태양은 잔해와 물 위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이와 모든 곳에 여전히 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2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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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가라앉은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말을 하는 성호와 인숙의 말에서 이들의 성향과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당장의 현실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는 성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마지막 믿음, 그리고 긴 안목으로 인생을 살펴봤을 때는 인숙의 말이 옳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생각과 관념이 나뉠 수 있기에 옳다 그르다로 단정 지어 말하기에는 복잡한 사안이다. 선택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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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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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견뎠을까 싶은 일들이 이 가족들 사이에 일어났다. 보통 이민이나 해외 거주를 이야기할 때 인종차별이나 소수 집단의 무력함, 경제적 궁핍 등을 많이 떠올리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내부의 갈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상처받고, 날을 세우며 경계태세를 굳건히 한다. 이들은 무엇에 갇혀 이토록 서로를 할퀴며 살아온 걸까?

외부에서 그 큰일을 겪고도 오히려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신의 신념과 사상, 권위의식, 세대 차이 등을 앞세우며 서로를 이방인 취급하는 상황은 어찌 보면 어이없으면서도 더 큰 상처로 다가온다.

지금 시대에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이었기에 견디고 참고 인내하면 버틸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들은 결국 외적으로는 어쨌든 화해하고 화합된 것처럼 보인다. 시어머니였던 후란의 죽음을 시작으로 이들 가족에게는 변화가 찾아왔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미 받은 내상이 흉터로 남지 않고 모두 치유되었을까는 의문이다. 제니의 경우 처음 만난 시점부터 오롯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음식을 먹으며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보듬어 주고 아껴주며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면 분명 좋은 가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니였던 후란과 남편인 성호에게서 오랫동안 받은 상처가 과연 없었던 일처럼 말끔하게 지워질 수 있을까는 의문으로 남는다. 다만, 옮겨간 새로운 터전에서 서로 보듬으며 치유의 시간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구성원과는 부디 좋은 추억을 쌓아가면서 앞선 선례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그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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