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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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목록에 담아 두었던 책 한 권을 또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쌓아둔 책 중에 선뜻 손이 향한 관계로 일단 읽어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탕하고 유쾌한 입담에 혼자 'ㅋㅋ' 거리며 계속 읽게 된다. 7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고 또 막힘이 없다.


어릴 적 시골에 가면 동네 할머니들에게 들었던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깨주는 맛에 읽는 사람도 신명 난다.


여기에 더해 내가 바라 마지않는 노년의 삶과 마인드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도 든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76세 저자가 노년의 일상을 유쾌하고 호탕하게 풀어낸 책으로, 킬링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 여럿 등장한다.


자식을 모두 키워 출가시키고, 남편마저 하늘나라에 먼저 보낸 후 혼자 보내는 노년의 삶에는 고독보다 오히려 모든 숙제를 끝마친 것과 같은 홀가분함이 엿보인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가볍고 산뜻하게 일상을 살아내는 저자의 삶을 살펴보며, 나의 노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미리 상상하며 그려보면 어떨까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긴 시간을 고군분투하며 살았던 이유는 저자와 같은 평온한 노년을 위해서였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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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처럼 다가왔던 킬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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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고독사

●아끼지 않는다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너 아무도 안 쳐다봐

●젖가슴이 큰 게 그리 좋은가?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다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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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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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든 그르든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새로운 판을 짜야 옳다.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교육도 다 잘 받았다. 사태 파악이 빨라 비혼자도 늘었다(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더러 남자들도 비혼을 선호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사는 풍조도 늘어간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니까.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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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인구 감소를 두고 여성들에게 출산을 해야 한다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는 한다. 그럴 때면 여성이 아이 낳는 기계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이렇듯 화끈한 언변으로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럴 때마다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느낌이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인간들로 인해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어쩌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지구를 위해서는 더 똑똑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물론 이 이유 하나로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더불어 여성의 인생도 지킬 수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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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팔자가 늘어진 최고의 인생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후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다.

(...)

나는 오롯이 나의 생각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해도 되는 인간으로서 누구도 부럽지 않고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그야말로 황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8~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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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당당하고 떳떳하게 '지금 나는 황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 앞에 누가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저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그동안 아내 노릇, 딸노릇, 엄마 노릇 등등하느라 고생 많았던 저자가 이제는 부디 그 마음 그대로 오래도록 즐거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 역시 언젠가 인생 최고 황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아채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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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람이 있다면 심근경색으로 고독사 하기를 바랍니다. 죽는 순간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119에 실려 병원 갑니다. 그러면 중환자실에서 며칠 보내다가 겨우 회복되어도 결국은 요양병원행입니다. 그러니 죽는 순간에 들키지 않는 게 최곱니다. 이것이 여기 오는 젊은 사람의 시각이 아닌 죽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인 제가 생각한 마지막입니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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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고독사'라는 말에 살짝 움찔했는데, 마침표가 찍힌 문장까지 읽다 보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나 역시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며 어렵사리 연명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어쩌면 더 공감되는 문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되는 건 여러 사건사고 영상들을 통해 익히 봐왔듯, 고독사 하는 그 자체보다 너무 길게 방치될까 봐 그것이 좀 걱정된다. 뒤처리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 저자와 같이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입장에서는 고독사한 부모의 유해를 수습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달플까 싶어 그것 또한 염려된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야 여러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보다 이렇듯 단번에 사망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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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남자들은 나이 들어갈수록 모든 면에서 무심해지는 것 같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 빼고는 일상생활에서 여자보다 잘하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

남자들은 언제나 대우받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이고, 늙어서도 서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자기들끼리 가진 술자리에서도 끝에는 다툼으로 끝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여자들의 모임에는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있고, 서로 돌보고 위로하는 관계가 되어가기에 나이 든 지금은 여자들의 모임이 훨씬 더 좋다.

(...)

인간관계를 잘 이어나가고 서로를 돌보는 면에서도 여자들이 유능하다. 알고 보면 의리라면 여자인 것이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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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노년의 많은 여성과 남성을 비교 분석해 보면 저자가 언급한 내용들이 거의 99%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워낙 젊은 시절부터 온화하고 집안일을 잘 해오던 남자가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은 일상에서 여자보다 더 잘하는 게 별로 없는 듯해 보인다.


예컨대 둘 중에 한 명이 입원을 한 경우를 살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여성이 입원한 경우 병간호는 물론 집안도 엉망이 된다. 반면 남성이 입원한 경우에는 병간호는 물론 집안도 평소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유지된다.


보편의 가정에서 보이는 상황으로, 나이가 들수록 여성이 좀 더 관계나 생활력에서 더 앞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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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에는 해피엔딩이 없지만, 인생의 끝이라고 해서 그것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노쇠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왔을 때 인생의 끝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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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결국 모두 죽음으로 연결되기에 결혼 생활에는 해피엔딩이 없다고 말한다. 또 인생의 끝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 또한 축복이라 말하는데,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보다 어쩌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행복일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면, 저자가 하는 말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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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244~2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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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집을 둘러싼 소음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껴안고 있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며 조금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언젠가 모두 지나갈 것들이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 가뿐하게 넘겨보려 한다.


겪고 있는 지금은 고통스러울지언정, 지나고 나면 또 별것 아닌 일로 남을 것을 알기에 차분히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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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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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어른다운 어른을 제외하면 '진짜'어른을 찾기가 굉장히 힘든 세상인데,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어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노년의 나이가 되면 '이렇지 않을까'하고 막연히 생각하던 것들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어른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라 더 반갑게 다가왔다.


거기에 더해 홀로 사는 노년의 삶이 우울함이나 고독함보다 오히려 더 신명 나고 즐거운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손수 보여준 것 같아 내심 노년의 삶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 기분이다.


요즘 같은 혼란스러운 시대에서는 연애, 결혼, 출산과 같은 대소사를 비롯해 나이가 들어가는 것조차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시대인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부정적 감정은 떨쳐버리고 보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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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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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고단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 책!"



처음에 소설을 기대하고 읽게 된 책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픽 노블' 형식의 책이었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책의 한 형태로,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책을 말하는데 일종에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만화처럼 아주 가볍게 읽기에는 조금 무겁고, 그렇다고 소설처럼 보기에는 살짝 가벼웠다. 초반에는 인물 특성을 파악하고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데 다소 정신없었으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부분은 금방 해소되었다.



뉴욕대를 졸업한 세 친구가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첫 자취부터 취업까지 모든 일들은 일촉즉발, 좌충우돌의 현장 그 자체다.


어려운 취업 시장을 뚫고 입사에 성공하지만 생각과 다른 현장과 연봉으로 인해 불타오르던 열의는 금세 사그라들고 우울감과 패배감만 남아 지치게 만든다.


그때 행운처럼 날아든 한 귀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이 세 친구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폭풍 같던 신입시절을 무사히 잘 넘기게 된다.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며 당시 잘 견뎠다고, 덕분에 이만큼 무사히 잘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건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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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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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의 첫 만남

세 친구의 첫 만남은 니나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뉴욕대학교 1학년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다.


그 수업에서 아시아인은 그들 셋 밖에 없었는데, 처음에는 서로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지내다가 호기심이 발동한 니나의 주선으로 셋은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후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보통 인연 이상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세 친구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세 친구는 방 3개를 가진 동굴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그들의 아파트를 셋은 '복도'로 불렀고, 우울한 날에는 '퀴퀴한 동굴'이라고 불렀다. 셋은 모두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맞아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니나

-스물셋

-원래 꿈은 편집자

-세 친구 중 제일 처음 취직됨

-첫 직장 연봉 3만 달러

-가장 작은방을 쓰고 있음(월세 500달러)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음

-만난 지 3년 된 남자친구 타이시가 있음 (2학년 16세기 영문학 수업에서 만남)

-첫 직장에서 니나는 수상 경력이 화려한 유명한 편집주간 캐럴린 캐스터의 어시로 일함

-제작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아울렀고 다른 어시들도 신입인 니나의 가이드에 따름

-이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 라이트하우스 보조 편집자로 입사함



■실비아

-스물셋

-뉴욕대에서 문학 공부를 함

-세 친구 중 두 번째로 취직됨

-원래 꿈 작가

-여섯 남매와 수십 명의 가족들이 있는 대가족 속에서 묻혀 살았음

-부유한 사장을 둔 독립출판사 '핸섬 출판사'에 취직

-첫 직장 연봉 4만 3000달러

-핸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의 외형은 예술적이나 내용은 형편없음

-항상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다님

-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소설을 완성하고 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

-새로운 상사 이브가 오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 고민 끝에 럭스미스북스의 홍보팀으로 이직(이곳은 셰프와 셀럽이 쓴 요리책을 내는 곳임)

-실비아가 쓴 소설을 베로니카 보가 읽고 릴라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나중에 출간할 가능성을 갖게 됨



■시린

-스물셋

-원래부터 책을 그냥 좋아했음

-세 친구가 먼저 취직된 사이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홀로 집에 갇혀 지냄.

-어느 날 잘못 벨을 누른 배달원과 수다를 떨다 직접 아래층에 사는 베로니카 보에게 오배송된 물품을 가져다주게 됨. 이 일로 베로니카 보와 인연을 맺게 됨.

-세 친구 중 마지막으로 취직됨

-마셀랭대학교 출판부 소호 지사에서 편집 어시 일을 하게 됨

-첫 직장 연봉 2만 8000달러

-연봉이 낮아 퓨전 레스토랑 '비빙카'에서 주말 서빙 아르바이트를 겸하기로 함

-시린은 마셀랭대학교 편집부에서 근무한지 두 달째부터 정교한 퇴사 시나리오를 구상했음

-시린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에 상담을 받으면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됨

-첫 직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잘리게 됨



■타이시

-니나의 남자친구

-졸업 후 미쓰비시 UFJ에 바로 취직이 되면서 애널리스트로 근무

-연봉 외에 부모님께 9만 달러를 별도로 받고 있음

-부유한 마마보이 느낌



■데브

-실비아가 처음 입사한 독립출판사의 부유한 사장

-유산이 어마어마함

-부모는 스웨덴 출신의 억만장자



■베로니카 보

-92세

-부커상 수상자

-책을 100만 부나 판 멋진 할머니

-현재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칩거하며 살고 있음



■제니

-베로니카 보의 조카

-가족 중 유일하게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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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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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니나, 시린, 실비아는 같은 뉴욕대를 졸업한 동문으로 1학년 때 아시아인이 세 명밖에 없던 소설 창작 수업에서 처음 알게 된다.


초반에 이들은 서로 의식적으로 피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니나의 주선으로 셋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렇게 절친이 된다.


셋은 모두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를 원했는데 취향과 성격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한 아파트를 셰어하며 같이 살게 된 이들은 취직과 퇴사, 그리고 이직을 함께 겪어나가며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지상 과제들을 하나씩 헤쳐 나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가장 늦게 취직이 된 시린이 우연히 잘못 배달된 음식을 아랫집에 직접 건네주게 되면서 부커상 수상자인 베로니카 보를 알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세 친구들은 세상에 다시없을 인생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베로니카 보는 92세로 인생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세 친구가 그토록 관심 있어 하는 책 분야에서 이미 정점을 찍어본 선배였기에 세 친구에게 있어서는 로또와도 같은 인연이었던 것이다.


한편 베로니카 보 입장에서도 부커상 수상 이후 이미 사회에서 잊힌 퇴물로 생각되던 차에, 자신의 잊힌 책을 거론하며 재출간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세 친구들이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세 친구와 베로니카 보의 만남은 상승기류를 타며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주게 되었고, 그렇게 잦은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세 친구의 인생과 직업은 점차 안정기를 타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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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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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그럼 여기에 정착까지 하시게 된 이유는요?

베로니카 보: 뉴욕은 내 집 같으니까요. 여기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끔은 즐겁게 느껴지거든요. 외출도 안 하는 노인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우스울지 몰라도 진짜예요.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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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가족들을 두고 홀로 뉴욕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에게 잊혔을지언정, 자신이 직접 꾸미고 가꾼 공간 안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 '공간'에 대한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터라, 베로니카 보가 말한 '뉴욕은 내 집 같으니까요'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진짜 내가 쉴 수 있는 내 집이라는 의미는 함부로 붙일 수 없기에 더 그렇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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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 당연히 다들 이기적이라고 했죠. 모두를 위한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도 자랑스럽고요. 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거든요.

(...)

자길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

늙은이로서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젊을 때 사진 많이 찍어놔요. 나중에 잘했다 싶을 테니.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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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다'는 말에 100%로 공감한다. 당장은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때만큼 내 선택을 행하지 않으면 어쩌면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이때만큼은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진정 내 인생은 내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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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 자서전은 내 삶을 소개하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왔다가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건 나죠.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나'에 대한 정보를 담을 그릇도 나뿐이고요. 그걸 나눠 담을 애인도 아이도 없으니. 내내 작품을 출간하겠다는 니나를 끝까지 말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지 몰라요.


나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기도 했고요. 나를 위한 나의 선물. 어쨌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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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자이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퇴물처럼 여겨지는 베로니카 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정함을 과시하며 자신의 삶을 여지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이처럼 건강하고 꿋꿋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어쩌면 그녀가 자서전을 언급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자기애'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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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맞아줘서 언제나 고마워요. 이웃과 알고 지낸 적은 평생 처음인데, 정말이지 인생의 축복이네요.

(...)

저희를 견뎌주셔서 감사한걸요.

2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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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세 친구가 92세 노인 입장에서는 조금 귀찮게 여겨졌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녀는 세 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식사 자리에 초대도 해주고 또 초대 자리에 기꺼이 응하며 마음을 나눈다.


여기에 더해 다쳐서 입원한 병원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일이 잦아도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찡그리는 일도 없다. 그저 따뜻하게 맞아주며,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꿋꿋이 걸어나갈 수 있도록 친절과 호의를 베풀 뿐이다. 이를 알고 있던 세 친구들은 베로니카 보에게 인생의 축복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던 베로니카 보는 기꺼이 세 친구에게 호의를 건넸고, 세 친구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특히 감사한 것을 감사할 줄 모르는 요즘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이들의 이런 우정은 그래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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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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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는 일생의 한 부분이라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더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처음으로 내딛는 첫 발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동반한다. 여기저기 부딪치며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때로는 좌절과 우울감을 맞보기도 한다.


또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놓고도 연봉이나 사람, 업무적인 만족도가 떨어져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런 부분을 잘 살린 이야기 같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이들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베로니카 보의 등장을 지켜보며, 나의 인생에도 이런 귀인이 나타나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 뉴욕, 그곳에서 청춘을 보낸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서울'에 상경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내 의지대로 첫 발을 내디디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던 이 책은 '초심'과 더불어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했다.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아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 책에서 작은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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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인생이 바뀌는 공부 -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스트레이트 도전기, 개정판
이대형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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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바른북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 받은 책인데, 그동안 시간에 쫓겨서 읽지 못하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기간보다 어쩐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40대에 새로 하는 공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는데, 분야는 둘째치고 의욕에 대한 불쏘시개는 다시금 지펴주는 책이었다.


나의 필요에 의해 다시 시작하는 공부, 10대의 상황과 조건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하는 공부의 맛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기 바란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다시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공허하게 보낸 시간, 그리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새로운 직장은 물론 자신감까지 얻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술되는 방식이 딱딱하지 않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자기 계발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30대에 갑자기 성취감을 얻고 싶어 시작한 '심리분석상담사' 자격증과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딸 때 생각도 많이 났는데, 나중에 다시 용기 내서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다.


살다 보면 문득 멈춰 서게 되는 때가 한 번씩 있는데 대체적으로 그때가 보통 40대인 것 같다. 만약 저자처럼 불현듯 가족을 잃었거나 공허함이나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상태라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발견해 보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시작해 보지 않으면 결과는 알 수 없고, 또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 중에 나의 존재감과 성취감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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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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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동생의 사망으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14년 9월 제주로 내려가게 된 저자. 그는 6년의 세월을 헤매며 방황했고, 그러다 돌연 자격증을 따는 데에 올인하면서 결국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 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그 후 2021년 1월부터 가람감정평가법인 제주 지사에서 수습 평가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저자는 자격증 취득 후 자신에 대한 자신감 상승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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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격증을 준비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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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을 보내던 저자는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아이템을 찾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프리미엄 독서실을 가보게 되는데 그곳의 좋은 환경에 반한 그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길로 본사에 상담 요청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름의 수요 조사를 위해 애정하는 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제주 우당도서관)을 방문하여 열람실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꽉 채우고 앉아 공부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중 특히 적지 않은 수의 중장년들을 보고 그야말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날 그 공간의 첫인상과 열기를 잊지 못하고 갑자기 공부가 해보고 싶어져 40살을 코앞에 두고 다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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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취득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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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총 8개월 공부하고 합격)


1. 공인중개사 자격증 활용 범위

보통 공인중개사 하면 가장 먼저 아파트나 주택의 매매 또는 전월세 거래를 중개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자기거래와 같이 일부법으로 금지한 사항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사람들과의 친화력이 좋고 영업적이거나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성향이나 관심 분야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 또한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분야가 바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다.



2.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계기

자격증을 취득하면 즉각적이든, 10년 후든, 20년 후든 언제든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자격증 획득이라는 의미보다는 오랜 시간 좌절과 무기력함으로 인해 작아질 대로 작아지고 자신감이 전혀 없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테스트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고 한다.



3. 40대에게 자격증이란 어떤 의미일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권리증 정도인 것 같다고 전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것.


적어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손잡이의 역할은 가능할 것이라 말하며, 그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격증 취득 이후의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곧바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업했지만, 이미 평가사 공부를 시작한 후였고 마음이 점점 공부 쪽으로 기울다 보니 공인중개사 업무를 지속하기가 어려워 다시 전업 수험생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감정평가사 (총 3년 공부하고 합격)


1. 감정평가사를 선택하게 된 배경

공인중개사와 같이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주택관리사 또는 법무사나 감정평가사 시험에 대한 도전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저자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에서 얻은 자신감이 감정평가사를 도전해 보자는 최종 결정에 원동력이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또 앞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위해 도서관을 매일 가던 것이 몸에 배서인지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취미 생활하듯 인터넷 강의를 듣다 오고 있었고, 최종적으로 재미있게 강의를 이어가던 한 강사의 '전문직'이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면서 감정평가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2. 학원 선택 방법

공인중개사는 어떤 브랜드의 강의를 선택하여도 모두 합격이 가능하니 고심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사 1차 대비는 어느 학원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2차는 어느 강사님의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답안지 구성과 강약의 비중을 두는 포인트가 달라져서 수험 전반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된다.


특히 법규 과목은 강사님들 간에도 논점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어서 중간에 강의를 바꾸면 상당히 흔들릴 수 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략적인 공부 기간은 공인중개사는 6개월~1년 정도, 감정평가사는 최소 2~4년 정도 각오하고 준비하면 가능할 것이다.



3. 시험 대비 요령

시험은 요령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험을 출제 형태에 따라 공부 방법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2차 모두 객관식이지만, 감정평가사는 1차는 객관식이며 2차는 서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객관식은 문제를 읽고 선지를 읽다 보면 생각이 나는 구조다. 그래서 교재 전부를 달달 외울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답을 찾아낼 때 필요한 불쏘시개가 되는 부분만을 요약해서 암기하면 된다. 또한 교재의 전 범위를 넓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술형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이 서술할 부분이 충분하게 암기되어 있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라이팅, 즉 서술이라는 불을 피우기 위해서 점화를 위한 부싯돌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4. 합격과 불합격

타인의 공부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할 것은 아니지만 먼저 합격한 사람들의 합격 수기를 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 방법과 계획을 빨리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부 방법 중에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시험의 당락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수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치트키가 된다.


불합격하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은 합격하는 수많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수를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수험의 시작이고, 수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결국은 공부를 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수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방법이 아닌 자기만의 합격 수기를 써야 한다.



5. 감정평가사 자격증의 의미

저자는 사법고시와 비교할 만큼 어려운 시험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고 몇 차례 불합격을 경험해 보니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이 그저 머리 좋고, 공부만 잘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람들이 견뎌 낸 것은 엄청난 불확실과 불안이고, 수년의 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에 대한 준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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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공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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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휴식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2개월 정도 또는 길면 3~4개월 정도는 휴식 없이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2~3년을 계속해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은 40대라면 더더욱 쉬는 날이 있어야 밀린 여러 가지 경조사나 집안일, 또는 병원 진료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계획은 가능한 구체적으로 세우고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1개월, 2주, 1주, 3일, 1일 단위로 반복해서 전 범위를 볼 수 있도록 세워야 한다. 우리의 기억력은 마치 구멍 뚫린 독과 같아서 채우는 순간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독이 용량보다 큰 도구로 물을 한 번에 들이부으면 잠시나마 독은 가득 채워져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로 계획을 지키기 위해 질보다 양을 쫓는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양을 기준으로 하다 보면 그 양을 채우기 위해 심도 있게 생각하면서 보지 못하고 훑어보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외웠다고 생각해도 막상 시험장에서는 틀릴 수 있는데 대충 넘어가서는 절대 답을 찾아낼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공부의 질과 기억량이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주일에 1회독 하는 계획이 좋다.


▶네 번째로 계획은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도 있는 것인데 처음의 계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여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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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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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수많은 고통입니다. "No pain No Gain"이라고 했던가요.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면 합격도 피해 갑니다. 나만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강의 듣고 이해한 것 같아 넘기고 시험장에서 기적적으로 생각나서 문제를 푸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저 계속되는 반복을 통한 지속적인 암기만이 합격을 가능하게 할 뿐입니다. 암기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시험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약속입니다.

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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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쉽게 얻으려고 해서는 절대 성취할 수 없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반복적으로 외우고 시간을 들여 학습해야 자격증뿐만 아니라 원하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내 경험상으로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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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다면 의지가 생길 것이고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운 것은 그저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지 재보면서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 것입니다.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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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망설이다 시작조차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마음이 있다면, 의지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그래야 성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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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100권만 제대로 읽으면 공부를 위한 기초 체력은 충분히 쌓을 수 있습니다. 앞서도 말하였지만 일단 독서로 시작하세요.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닥치고 정치, 닥치고 취업, 닥치고 곱창, 닥치고 스쿼드.' 뭐 이런 닥치고 시리즈가 있는데 저는 감히 '닥치고 독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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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작이 어렵다면, 일단 독서부터 시작해 보자. 읽는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나의 취향, 관심사, 궁금증 등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기초 체력과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된다.


공부는 습관이고 또 의지다. 일단 다른 이유는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독서는 무조건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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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험을 막론하고 합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절대적 공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그 절대적 시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의미뿐만 아니라 얼마나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고 시험만을 생각했는지가 더해져야 합니다.

(...)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

공부 시간을 정해놓고 구애받기보다는 그냥 각자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온전히 시험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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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떤 이들은 딴짓으로 8시간, 공부시간은 2시간을 채워놓고 10시간을 공부했다고 말한다. 반면 또 어떤 이들은 앉는 순간부터 내리 5시간을 공부했다고 말하면, 후에 결과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까?


이때 물리적인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곧 승패를 좌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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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스스로와의 내적 갈등입니다. '세상에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피곤하게 나 자신과 싸우는지'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공부는 그런 것입니다.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눈도 두렵지만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더욱더 무서워지는 일입니다.

1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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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올인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주변의 것들은 다 내려놔야 한다. 자꾸만 살펴보게 되는 주변의 시선,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나 뒤처지는 느낌, 초라한 내 모습과 같은 것들과 거리감을 두어야 제대로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것들에 자꾸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목표 하나만 보고 가야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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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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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새로운 도전 과정에 대해 39개의 문답으로 정리한 내용을 읽다 보면, 문득문득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샘솟는다.


앉는 순간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도서관을 찾아 하루 종일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원하는 공부를 하며 그렇게 하루를 채워 넣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성취를 만들어내는 결과로까지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꼭 저자가 도전한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40대에 새로운 꿈을 꾸어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만약 현재 막연한 불안감과 무기력함에 빠져있다면, 일단 가까운 도서관부터 찾아가 보자. 그리고 첫날은 그냥 그 풍경 속에서 멍 때리며 하루를 보내봐도 괜찮다. 그렇게 하루 이틀 출근도장을 찍듯이 방문하면서 도서관도 구경하고, 궁금한 책도 읽으며 시간을 때워보자.


그게 점차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면, 어느새 나만의 공간에서 당연한 듯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때 책을 독파하거나 자격증 시험, 미래를 위한 다른 준비 시간을 가지게 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걸어나가자.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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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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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관점으로 나와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율의 시선!"



읽는 내내 수십 개의 밑줄을 긋게 만들었던 소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어른들이 읽어보면 더 좋을 소설!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보통 겉치레식 위로와 인사는 건넬지언정 실상 그 아이가 가슴에 품은 생각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너도 나도 모두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같이 모두 똑같다. 공감과 이해에 앞서, '평범'과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차서 그것만을 강요하고 또 밀어붙인다.


그 속에서 상처는 아물기보다 오히려 덧나고 희망보다는 좌절에 가까워지며 진심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너도 나도 가면을 쓴 모습으로 타인을 대하고 의미 없는 관계만 지속할 뿐이다.


여기,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삶과 관계에 있어 깊은 무력감과 공허함에 빠져있다. 그리고 '정상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숨기고 헛헛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있는 소설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세계는 물론, 타인의 세계까지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있는 소설로, 상처를 입은 한 아이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봄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진짜 세상에 대해서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율이가 세상의 시선과는 다른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고 보듬어 주는 도해를 만나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매우 경이롭게 다가온다.


또 그 마음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되돌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남의 일에는 나몰라라하는 세상 속에서 마음을 다친 율이가 도해를 만나 다시 씩씩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당신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나의 세상이 온통 검게 물들여져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타인의 몰 이해에 나만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 책을 꺼내 들어보자.


그렇게 율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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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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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율

-열다섯 살(중학교 3학년)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음

-자신 대신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로 인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음

-서진욱/김민우/김동휘는 같은 반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들

-율이는 네 명 중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애



■이도해

-열다섯 살

-반에서 왕따

-불행한 가정에서 어렵게 살고 있음

-율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친구

-이도해라는 이름을 싫어하며, 북극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함(북극성이라고 불리면 나도 빛날 것 같아서)

-잠깐 시선을 떼면 영영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아이



■서진욱

-열다섯 살

-게임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중1 때 전학 왔는데도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음

-축구선수 지망생

-가난한 슈퍼집 아들이지만 남들에게는 비밀



■김민우

-열다섯 살

-공부를 잘하고 자존심이 세고 집이 부유함

-김지민을 짝사랑 중



■김동휘

-열다섯 살

-수다스럽고 언변이 좋음

-모든 소문은 김동휘를 거침(좋게 말하면 분위기 메이커, 나쁘게 말하면 입이 싼 놈)



■김지민

-서진욱한테 고백했다 차인 후 옥상에서 율과 마주치게 되면서 친해짐

-후에는 율의 짝꿍이 되면서 서로 토닥여주는 관계가 됨

-씩씩하고 캔디 같은 근성을 가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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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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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대신해 죽은 아버지에 대한 자괴감을 온 마음에 품고 사는 율이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의사는 2년이면 극복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미 그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상태로 인해 율이는 깊은 자책과 미안함,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 일 이후 율이는 타인과 시선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쾌한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어느새 타인을 마주칠 때면 자꾸만 발로 시선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진다.


이뿐 아니라 율이는 또래 친구들의 힘자랑이나 외부의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면서 속으로는 늘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정상'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친구들의 행동 패턴에 적당히 맞추며 티 나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다행히 1학년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인기 있는 친구들 사이에 끼어있어 이런 율의 행동은 크게 주목받지 않은 채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비 오던 날,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이상한 피비린내와 함께 맨발에 죽은 고양이를 두 손에 들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은 '비밀'이라는 말만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는데, 빗줄기 너머로 같은 학교 교복 명찰에 노란색 3학년 명찰, 이름은 이도해라고 쓰여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그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다른 반과 하는 합동 체육시간에서였다.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율이는 그가 1반의 왕따일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추가로 알게 된다.


하지만 어쩐지 율이는 그가 싫지 않았고 옥상에서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되면서 서서히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생경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한곳에 정착하고 머무르기를 바라는 율과 변화하고 떠나고 싶어 하는 이도해는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녔지만 함께 있으면 어쩐지 편안해지는 기분을 율은 느낀다.


이도해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 주고, 또 율이의 솔직한 속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면서 율을 이끈다. 이에 율은 반응하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 안의 뭔가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편 이도해는 결석하는 날이 종종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그 기간이 길어지며 완전히 행적을 감추게 된다. 그러면서 율의 마음에도 파동이 일기 시작한다. 어딘가 모르게 톱니바퀴 하나가 빠져 모든 것들이 어그러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때쯤 율은 동네 슈퍼에 들렀다가 모든 것이 잘나서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서진욱이 사실은 가난한 슈퍼집 아들이라는 비밀을 알게 되고, 김지민이 서진욱에게 고백했다 차이면서 사총사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이도해를 찾아 옥상에 올랐다가 울고 있는 김지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면서 어느새 묘한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 바꾼 자리의 짝꿍이 김지민이 되면서 둘은 남들 모르게 쪽지로 소통을 이어나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서진욱의 비밀이 학교에 발각되며, 진욱은 유일하게 비밀을 알고 있는 율이를 의심해 주먹을 휘두르지만 결국 앞서 다친 다리로 인해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며 둘은 오해를 풀고 금방 화해하기에 이른다.


이때 진욱은 자신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속 깊은 이야기를 율이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율은 완벽한 진욱 또한 깊은 아픔을 가지고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병원에 함께 갔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진욱의 아버지를 마주치게 되면서 진욱은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가게 되고, 남아있던 율은 진욱의 아버지에게 따끔한 충고를 건네게 된다. 이 일로 두 부자의 사이가 달라지게 되면서 진욱은 율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 와중에 율은 점점 극도의 감정에 내몰리게 되는데 그때쯤 또 죽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이도해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다. 둘은 함께 새끼 고양이를 묻어주고, 다시 떠나가려는 도해의 등위에서 마치 둑이 무너지듯 율은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게 된다.


도해는 율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율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이로 인해 율은 오랜만에 진심으로 울고 웃으며 가장 깊은 곳에 외면하고 있던 것들을 다 꺼내놓게 된다.


그 후 율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홀로 봉안당을 찾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되고, 이로써 마침내 꽉 막혀있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길로 엄마에게 가서 비로소 진심으로 사귄 친구가 있음을 밝힌다.


율은 그렇게 다시 일상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틈틈이 자신만의 소설을 써 내려가며 현재의 고통을 하나씩 털어내 간다. 마치 인생의 오답노트를 써 내려가듯이.


이도해는 또다시 오랫동안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런 이도해의 흔적을 쫓던 율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흔적들을 마침내 하나로 연결하게 된다. 그렇게 정체불명 이도해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늘 떠나고 싶다던 이도해의 말

엄마에게 버려진 새끼 고양이

상한 삼각김밥을 먹던 이도해

이들이 있다던 주정뱅이 아줌마

쓰레기 집에 산다는 우리 또래의 애


하지만 이도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고, 율은 도저히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에서 한 소년이 쓰레기장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신고자는 서진욱의 아버지로 쓰레기 집에서 기척이 없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신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머뭇거리던 경찰은 쓰레기 장에서 쓰러진 이도해를 발견하게 되면서 마침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또다시 도해 없이 시작된 2학기, 도해는 가정 폭력 피해자로 밝혀지게 된다. 약 두어 달 동안 폐렴까지 번져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이제는 의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율은 마침내 자신만의 소설을 완결 짓고, 그 소설을 쓴 공책을 들고 도해의 병실을 찾게 된다. 첫 독자가 되어주겠다고 했던 도해에게 가져다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도해는 그 공책을 가지고 또다시 사라졌다. 이후 율은 사라진 도해가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며 쓰레기로 가득 찬 도해의 집을 청소하고 전단지를 붙이는 등 도해의 공간을 다시 만들어 나간다. 이에 율의 엄마도 함께 동참한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중학교 졸업식을 맞이하게 되었고, 거기에 출석 일수가 부족했던 도해의 이름은 없었다.


중학교의 마지막 하굣길, 집에 들어가다가 우편함에서 율은 이도해의 병실에 두고 온 자신의 소설이 담긴 공책을 발견하게 된다. 도해가 이곳에 들렀다 간 것이다.


율은 공책을 펼쳐보았고 그 속에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닌 문장 하나가 쓰여 있었다.


'그럼에도 새는 또다시 날아 보기로 했다'


율은 그 문장을 보는 순간 큰 소리로 웃었다. 이도해가 비로소 지구에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느새 율은 변해있었다. 율의 시선이 발에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상대의 눈을 편하게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습관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자연스럽게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율은 변했고, 그렇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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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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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간략한 줄거리로 내용을 파악하기보다, 본편을 통해 문장 하나하나의 맛을 제대로 살려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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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계인에 가까웠다. 옛날 영화에서 본,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외계인.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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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병원에서 의사는 율을 두고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한다. 율은 의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2년이면 충분하다 말했지만, 2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율은 자신의 상태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크게 낙담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율은 자신을 외계인에 가깝다고 말하며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는데 얼마나 율이 고립되어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율이의 이런 내면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더없이 아프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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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관계란 참 이상하다. 내가 서진욱, 김민우, 김동휘와 친구가 된 지 벌써 삼 년째였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다 자리가 가까웠던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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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율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나는 친구에 대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 진짜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는 몰랐거나 아니면 우리가 나눈 것은 진짜 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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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단순히 부르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기억하기 위해 있는 거지."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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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은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의 이름 외에 다른 이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율에게 도해는 이름은 부르기 위한 게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 말한다.


나를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 그것이 진정한 이름의 존재 이유인가 보다.


생각해 보면, 기억하기 때문에 이름을 부를 수 있고, 부를 이름이 있기에 우리는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다. 새삼 이름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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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하늘은 파랗고, 저녁의 하늘은 붉고, 밤의 하늘은 검다. 하늘은 이 세 가지 색만을 띤다고 한다. 하지만 나만 아는 사실인데, 저녁이 밤으로 바뀌는 순간의 하늘은 녹색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녹색이다. 녹색은 변화의 색, 변화는 고통을 가져온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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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나는 변하고 싶은 사람이라서."

이도해는 고여 있다 보면 언젠가는 썩어 버릴 거라고 덧붙였다. 나는 흘러가기보다는 익숙한 곳에 고여 있고 싶었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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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기억 속에 각인처럼 남아있는 그날의 녹색, 녹색은 변화의 색이다. 아름다운 저녁이 두려운 밤으로 변하는 시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던 고통을 대변하는 색인 녹색은 그래서 율에게 있어 두려움과 고통을 상징한다.


율은 아버지가 없어진 세상, 자신의 세상에 고립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변화가 없었던 이전의 평화로운 세상에서 머물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이만큼 흘러왔다.


율의 어두운 내면을 컬러감과 시각적 표현력으로 표현한 이 문장 덕분에 왜 율이 변화를 싫어하는지, 또 어떤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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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원래 자기 불리한 일은 안 하려고 한다. 그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엉켰던 의문의 실타래가 비로소 풀린 기분이었다.


도덕 같은 건 전부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원래 이익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타인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러니 나도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울지도, 화를 내지도 누군가를 돕지도 않을 것이다.


그게 인간다운 거니까.

(...)

무감각 해진다는 것은 정말 편리한 일이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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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할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무감각해지는 것이 편리하고, 나에게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다움으로 포장되는 사회.


중학생 율이는 아버지가 죽는 순간 도움을 주기는커녕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깊은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은 원래 자기 불리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구급 대원들의 말에 비로소 의문의 실타래가 풀린 기분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자기를 대신해 죽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 더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적 고립 속에서 홀로 아픔을 삭히며 살았을 율이. 그런 율이에게 사람들은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정상'이 되어야 한다는 더한 압박감까지 주었다.


그래서 율이는 방어 기제로 감정과 이성을 분리한 다음 감정을 이성으로 설명하여 해소하려는 행위(주지화)를 하며 감정을 억누르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불쑥불쑥 올라와 율이를 괴롭혔다.


한 아이가 세상에 발 디디며 살기 위해 나 홀로 얼마나 고군분투했을까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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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주변이라는 것이 꺼려지기만 했다. 말주변은 공허하다. 어차피 잊힐 말들이 쭉 늘어설 뿐이다. 주변은 시끄러운데 나는 조금씩 침잠한다. 이렇게 많은 애들이랑 같이 있어도 나는 혼자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73페이지 中

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의사는 그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이라고 했다. 미래가 단축된 느낌을 받는 것, 예를 들면 직업, 결혼 등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기대하지 않는 것.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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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 있을 때는 가지고, 비어있을 때는 버린다. 잔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일까.

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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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문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은 시니컬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다.


율이는 아버지를 잃고 겪는 PTSD 증상 중 하나라지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외상을 겪지 않고도 이미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을 겪고 있다.


이게 정상인 사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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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내게 평균치의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이도해는 손쉽게 내게서 평균의 잣대를 빼앗았다. 그러자 검열되지 않은 생각들이 일제히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날것 그대로의 상태로 '정상'이라는 수문을 넘어, 더 이상 쏟아지는 생각을 수용할 틈이 없도록 만들었다. 이도해는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뒤흔들었다. 적어도 나는 이도해 앞에서 매일 흔들렸으니.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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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율이를 '정상'이나 '평균치'의 틀에 가두려고만 했다. 때문에 율이는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세상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도해는 그 틀을 깨부쉈다. 도해와 함께 있을 때면 비일상적인 감각이 율이를 안일하게 만들었고 그 틈새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넘나들었다.


때문에 율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고, 심지어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까지 꺼내놓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희망을 품도록 유도함으로써 율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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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

"잘 모르겠는데."

(...)

"아마 껴안아 줄 것 같아."

이도해의 목소리는 나를 소스라치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안아 줄 거야."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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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궁창 같은 현실에 살지언정 도해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대답 한마디에 율은 어쩌면 평생 가슴에 그때의 그 순간을 후회로 남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보다, 차라리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도록 꼭 안아줄걸 하고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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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 스스로 부여하는 이야기 속에 살아. 현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끔찍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180도 달라지는 거지."

119~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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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할지 아니면 무언가를 해낼지는 전부 너한테 달렸으니까."

1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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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가 해줬던 이야기 속에 삶의 해답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적용할 것인가, 무언가를 해낼 것인가 그것은 온전히 내가 결정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덕분에 오늘부터 새로운 페이지를 새롭게 써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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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외계인이라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헐뜯고, 그리고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것이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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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율이는 자신은 인간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외계인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점차 친구들의 속 사정과 아픔을 마주한 뒤에는 이렇듯 서서히 생각이 변화한다.


나만 고립되고, 나만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어쩌면 우리 각자 모두가 각자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평생을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어쩌면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반대로 나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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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무서워. 아버지는 날 살리려고 달리는 차에 몸을 던졌는데, 엄마는 나를 벌어 먹이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버리고 일만 하는데, 정작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

나를 위한 희생들이 너무 벅차.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무엇도 되지 못했어. 나는 너무 부족한 인간이야.

1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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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들이 날아들어 가슴을 후벼판다. 부모의 희생 아래 생존한 율이에게 거는 주변의 기대와 바람이 결국 아이를 짓누른다.


분명 그 사람들은 돌아서면 기억도 하지 못한 말들일 텐데, 당사자인 아이는 이토록 평생을 후회와 자책을 품에 안고 산다.


그렇기에 힘든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아무리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섣불리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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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마. 타인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정말 중요한 건 너지.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그러니까 너를 봐. 네 마음을 봐."

1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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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와 율의 대화를 살펴보면 우리가 가슴에 새기면 좋을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다. 만약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휘둘리고 있다면, 도해의 이 말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라는 말, 너의 마음을 보라는 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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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내가 이 년이면 치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이 년은 한참 지났고 나는 어느덧 열다섯을 넘겼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건 고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뇌의 착각으로 고통을 느낄 뿐, 진짜 고통은 아닌 것이다. 마음의 고통이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건 절대 허구의 고통이 아니다.

(...)

"아파."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아프다.

169~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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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게 익숙한 율은 의사가 말한 기한이 지났음에도 고통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이건 허구라고, 진짜 고통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 되뇐다. 하지만, 도해를 만난 후로 이제는 그것이 진짜 고통임을 깨닫는다.


어떤 이들은 특정 상황으로 인해 이처럼 자신의 고통을 억누르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회복하려면 상처를 방치하기보다 제대로 마주 봐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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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 마."

(...)

"너는 의미 있는 사람이야."

(...)

그 말들은 내 마음에서 나왔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묻혀 있다가 이도해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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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방치했던 율. 하지만 어느새 도해의 입을 통해 율은 자신의 마음 깊숙이 숨겨두었던 마음의 소리를 꺼내 보이게 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너 자신만큼은 너를 포기하지 말라고. 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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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건데."

(...)

나 사는 것도 힘드니까. 방관자가 당사자보다는 편하니까.

(...)

"넌 가족에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냐?"

(...)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몰라 가족은 행복한 것이라고 믿어야 모두가 평화로우니까. 다들 쉽게 눈 감아 버리지."

(...)

"근데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한 경우도 있어. 세상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부모도 있다고. 그런 부모에게 자식은 그저 부산물에 불과하지. 남남인 거야. 근데 진짜 불공평한 게 뭔지 알아?"

(...)

"자식에게 부모는 세계야. 싫어도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세계."

193~1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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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도 도해도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후로 줄곧 나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 특히 세상 누구에게도 기댈 곳 없었던 도해는 더 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오롯이 부모의 그늘 아래 기대야만 생존할 수 있는 아이에게 있어 그 세상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가정 폭력 속에 방치되어 있었기에 언제든 상황이 변하기를 바라던 혹은 떠날 날만을 꿈꾸던 도해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는 바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부부 문제에 있어 사람들은 쉽게 눈을 감아버린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폭력에 노출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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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야. 그 끝에 기다리고 있을 더 멋진 나를 위해. 그러니까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206~2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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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율이에게 건넨 말이다. 단어 하나만 바꿨는데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느낌이다. '고난'의 연속이 아닌, '극복'의 연속! 이 말을 꼭 가슴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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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 행복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다.

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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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론에 대입해 보면 모든 것은 동화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이 그 일반론에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로, 그 범주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행복도, 불행도, 부모도, 가족도, 세상 그 무엇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 대게 불행하다 느낄 수밖에 없다.


도해에게는 자신을 사랑해 줄 부모도, 자신이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홀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했다. 아이에게 있어 이것은 세상 불행한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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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슬퍼하기보다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러니까 나는 북극성이 되기로 했다. 북극성은 길잡이별, 비록 가장 밝고 큰 별은 아니어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별이니까.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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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는 의미 없는 자신의 이름을 싫어했다. 대신 길잡이 역할을 하는 북극성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이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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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2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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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도 도해도 진욱이도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휘둘리고 부서지며 무너졌다.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자신의 비밀을 감추며 살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겪고 이겨내며 결국 강인해졌다. 앞으로 나아갈 힘을 길렀다. 모순적이지만, 그런 시련이 있었기에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마냥 온실 같은 곳에서 안락한 삶만을 산다면 우리는 더 강해질 결심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넘어지고 부딪히는 시련을 겪었기에 어쩌면 위기로부터 방어하는 법, 중심을 잡는 법, 시련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쌓아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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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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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시련을 겪고 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각자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살아온 환경, 성향, 가치관, 부모, 가족 등 나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제각각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온전히 세상에 하나뿐이고, 또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외롭고, 불안하고, 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늘 찾게 된다. 나와 쌍둥이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어느 순간 각기 다른 성정,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딪히고 깨지면서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되고, 또 한고비 한고비 넘기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만남 속에는 상생이 좋지 않은 율과 동휘와 같은 관계도 있을 것이고 또 때로는 서로를 돕고 이끄는 율과 도해와 같은 인연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세계를 잘 보존하는 것, 그리고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삶이 조금은 더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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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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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



작년, 배우 차인표 씨가 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라는 책이 옥스퍼드대 한국학 교재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내심 궁금한 마음에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담아두었다가 이번에 꺼내어 읽어본다.


이 책은 과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로, 읽으면서 문득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떠올리게 했다.


공통 키워드로 살펴보자면, 일제강점기, 순박한 마을, 호랑이, 일본 군인들, 여성 등이 공통으로 등장하는데 아마도 사실에 근거한 내용에 픽션을 더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처음에는 동화 같은 느낌으로 시작하다가, 점차 끔찍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어느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게 된다.


더불어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백두산 기슭에 자리한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소설로, 특히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순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마을은 어느 날 들이닥친 사람들로 인해 몇 번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 첫 번째는 아주 먼 옛날 호랑이 가죽을 구하기 위해 행차한 임금과 그 신하들로 인해 벌어졌고, 두 번째는 일제강점기에 군을 이끌고 당도한 이들에 의해 벌어지게 된다.


평화롭던 마을이 위기를 겪으며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또 그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돌이켜보며, 다시 되찾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와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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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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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1997년 잠시 한국에 오셨던, 작은 키에 크고 고운 눈을 가진 훈 할머니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한 저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거기에서 착안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98년 여름, A4지 약 스무 장 분량의 초고를 완성한 것을 국어 선생님을 하셨던 장모님께 맞춤법 교정을 받았고, 이후 노트북에 저장한 초고를 노트북이 수명을 다하면서 날리게 된다. 동시에 이 글을 완성해서 출판하겠다던 의지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2006년 3월, 다시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고 제일 먼저 백두산을 찾는다. 이 소설의 주 무대인 백두산의 공기를 직접 마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7년 4월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계시는 '나눔의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2008년 여름,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결국 탈고를 하게 되고 지루한 수정과정의 모니터링은 어머니가 도와주시게 된다. 완성된 원고를 제일 먼저 읽어준 첫 번째 독자는 당시 열한 살의 아들 정민이로, 그렇게 2009년 10년이나 품어 온 첫사랑 같은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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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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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예부터 호랑이 마을 사람들이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모이는 작은 언덕

-잘가요 언덕 밑으로는 길이 세 갈래가 나있음

 ①넓은 길은 붉은 소나무 마을로 통하는 먼 길

 ②억새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길은 호랑이 산으로 올라가는 울퉁불퉁한 산길

 ③꼬불꼬불한 길은 호랑이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길

-언덕 위에는 꿀밤나무 한 그루가 있음


□호랑이 마을

-소설의 주가 되는 배경으로 삼사십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는 작은 마을

-집집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디높은 울타리들을 쳐놓았는데 호랑이를 막기 위해서임


□붉은 소나무 마을

-호랑이 마을보다 훨씬 커다란 마을로 붉은 소나무 숲에 에워싸여 있음

-백두산으로 관광 오거나 사냥하러 오는 일본인들이 머물다 가는 곳


■새끼 제비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호랑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존재


■황 포수

-백호에게 아내와 아이를 잃은 후로 복수를 위해 백호를 찾아다니는 중

-황금빛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걸친 덩치가 큰 사내


■용이

-처음 호랑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이가 열두 살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호랑이 사냥을 다님


■훌쩍이

-용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열두 살

-호랑이 마을의 유일한 고아

-아빠는 오래전 이 마을에 방문했던 포수로 호랑이 잡으러 산에 갔다가 소식이 끊김

-엄마는 훌쩍이를 버리고 마을을 떠남

-또래인 엄대 패거리(엄대, 개똥이, 칠득이)에게 늘 놀림감이 됨

-용이가 온 후로 용이의 좋은 친구가 됨

-추후 나이가 들어 훌쩍이는 나무꾼이 됨


■촌장님

-호랑이 마을의 제일 큰 어른

-부인이 죽은 뒤 며느리도 병으로 죽고 아들은 머나먼 중국 상해로 독립운동을 떠난 후 연락 두절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

-현재 유일한 손녀딸과 단둘이 살고 있음


■박순이

-촌장님의 유일한 손녀딸

-용이와 만났던 때의 나이가 열한 살

-아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조숙함이 묻어남


■가즈오 마쯔에다(747부대 지휘관 대위)

-대일본제국의 젊은 일꾼으로 한몫을 다하고 싶어 스스로 입대함

-3년간만 복무하기로 했으나 연장되어 7년을 여전히 조선에 머물고 있음

-호랑이 마을에 파견되어 임무수행 중 순이에게 반하게 됨

-처음 생각과 달리 복무하면서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감으로 괴로워하는 중


■다케모노 중좌

-가즈오의 상사이며 백두산 전역에 파견된 모든 일본군 부대를 관할하는 700부대의 지휘관


■육발이(호랑이)

-어미 호랑이로 유일하게 남은 한 마리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함

-호랑이 마을에 나타나 짐승을 물어가거나 위협하는 행위로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듦


■샘물이

-행색이 초라한 한 부부가 호랑이 마을에 왔다가 아이만 남겨두고 떠남

-이후 그 아이를 거둬 순이가 키우고 있음(아이는 눈물샘이 없이 태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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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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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호랑이 마을은 한때는 호랑이들과도 잘 지냈던 평화롭던 마을이다. 그런데 이제는 가축을 놓아기르지도 못하고, 나그네들조차 아무리 고단해도 쉬어가지 않는다는 혹평이 뒤따르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그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오랜 옛날에는 호랑이와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평화롭던 그 시절, 호랑이 산은 마을 아이들에게는 재미난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나물이며 귀한 약초를 무한정 품은 고마운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이 호랑이 사냥을 하러 많은 신하와 무관들을 거느리고 이곳 호랑이 마을에 행차했다. 사냥꾼들이 호랑이 가죽을 구하기 위해 산을 드나들면서부터, 호랑이와 마을 사람들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결국 세월이 흐를수록 호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사람도 호랑이를 무서워하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사람들은 호랑이 산에 함부로 오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호랑이 마을은 육발이라 불리는 호랑이 한 마리로 인해 매일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 여섯 개의 발을 가지고 있어 육발이로 불리는 이 호랑이는 종종 마을에 나타나 가축을 물어가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어 사람들은 밤이면 문을 걸어 잠그고 항상 육발이를 주시하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황 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나타나게 된다. 백호를 잡기 위해 남쪽에서부터 먼 길을 왔다는 이들 부자는 마을 촌장을 찾아 사정을 설명하며 며칠 묵을 수 있기를 간청한다.


더불어 백호를 잡지 못할 시 마을의 골칫덩이인 육발이를 잡아주겠다며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은 백호뿐임을 강조한다. 이에 촌장은 생명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며, 마을에 머무는 것을 허락한다.


공터에 움막을 짓고 머물던 이들 부자는 때가 되자 백호를 잡기 위해 산을 오르며 백호 찾기에 열을 올리게 되는데, 사실 백호는 황 포수의 아내와 젖먹이 막내딸을 물어간 철천지원수였던 것이다.


촌장의 손녀딸 순이는 이들에게도 기꺼이 따뜻한 밥을 내어주며 용이와 친분, 그 이상을 쌓게 된다. 더불어 항상 엄대 패거리의 놀림감이 되었던 훌쩍이는 용이 곁에서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호랑이 산에 백호를 찾으러 갔다 내려온 이들 부자가 육발이를 사냥해 내려오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급격히 반김과 동시에 마을도 활기를 띠게 된다.


그동안 그들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던 대상이 마침내 사라지게 되면서 집과 집 사이를 가로막았던 높은 울타리도 사라지고, 아이들은 저녁 무렵까지 밖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산기슭 층계 논에서 마음 놓고 농사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마을에서 대장 노릇을 즐기며 살던 엄대 패거리는 용이와 비교하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되고 이로 인해 심통이 났던 그들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움막이 빈 사이 그곳에 있던 용이의 총을 훔쳐 호랑이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걱정하며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을 발견한 황 포수는 사실을 전해 듣고 홀로 호랑이 산에 들어갔다가 아이들의 피 묻은 옷가지와 신발을 가지고 내려오게 된다. 이에 격분한 마을 사람들은 황 포수 움막에 불을 지르게 된다.


그 길로 마을에서 쫓기듯 벗어난 부자는 호랑이 산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로부터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게 된다.


이제, 열아홉이 된 순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샘물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아이는 어느 날 초라한 몰골로 나타난 한 부부가 버리고 떠난 아기로, 언젠가 나타날 날을 고대하며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 마을에 대위 가즈오 마쯔에다가 이끄는 군인들이 쳐들어 오게 된다. 이들은 조선 사람들을 지켜주겠다는 명목으로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마을에 머물며 온갖 정보를 수집하기에 이른다. 한편 가즈오는 촌장 댁에서 순이를 마주한 순간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처음 우려와는 다리 가즈오 부대가 머문 지 한 달쯤 지난 뒤부터는 서로 눈인사를 할 만큼 서로 친해지게 된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지냈으며, 마을에 어려움에 닥쳤을 때 발 벗고 나서게 되면서 더 마음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그즈음 가즈오는 공문을 하나 받게 되는데 거기에는 위안부 강제 징집에 대한 내용이 쓰여있었다. 그리고 호랑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적용되는 사람은 바로 순이 단 한 명이었다.


가즈오는 한 인간으로서 이런 야만적이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는 것에 치가 떨렸으나 상부의 지시이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를 보낸 다케모노 중좌가 호랑이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그때부터 또다시 끔찍한 날들이 시작된다.


그들은 생산되는 곡물의 절반을 강제적으로 군량미로 공출하라는 명령과 함께 위안부에 동참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하지만 첩첩산중 호랑이 산기슭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산 마을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뿐인 손녀딸을 데려간다는 말에 촌장은 무릎을 꿇고 사정하게 되고, 이를 함께 저지하던 훌쩍이는 결국 다케모노가 쏜 총에 맞이 죽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훌쩍이가 좋아하던 잘가요 언덕에 그를 묻어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그렇게 일본군들이 철수한 후 호랑이 마을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또다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죽은 듯 지내게 된다. 그때 사정을 모두 알게 된 용이가 호랑이 산에서 내려오게 되고 친구인 훌쩍이의 복수를 결심함과 동시에 촌장님을 찾아가 순이를 구해서 도망가겠다는 말을 전한다.


한편 느슨한 경계를 서던 가즈오는 직위해제와 함께 대기발령된 상태에서 순이를 탈출시킬 계획을 짜고, 마침내 디데이에 순이를 탈출시키던 순간, 용이가 순이를 낚아채면서 상황은 계속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된다.


용맹한 용이와 짝사랑하는 순이를 쟁취하기 위한 두 사내의 쫓고 쫓기는 상황은 지속되고, 그 속에서 한 사내에게 역습을 당한 다케모노 중좌는 그를 잡기 위해 온 군대를 총동원해 호랑이 산으로 집결하게 된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독자의 마음과는 달리, 이들의 추격은 턱밑까지 다다르게 되고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속내로 마주하게 된 이들의 '최후의 이야기'와 '뒷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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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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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꼭 기억했으면 하네.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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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님은 백호에게 복수하기 위해 멀리까지 온 황 포수가 보답으로 마을에 해를 끼치는 육발이를 제거해 주겠다고 이야기하자,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며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을에 해를 끼치는 육발이를 왜 두고만 보고 있을까 내심 궁금한 마음이었는데, 추후 육발이를 죽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촌장님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육발이는 유일하게 남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에 내려온 엄마 호랑이로, 어쩌면 새끼를 먹일 먹이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었다고 한다. 이제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호랑이는 어쩌면 인간 중심사상이 불러온 최대의 폐해이자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잃어버린 생명존중 사상과 더불어 연대의식을 다시 되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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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씨는 어떤 이름으로 죽고 싶습니까?"

(...)

"전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요. 한 아이가 아닌 여러 아이들의 엄마."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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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을 받은 가즈오는 문득 순이에게 어떤 이름으로 죽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리고 순이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결혼과 출산이 너무 자연스러웠던 시대였기에 순이의 이러한 바람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뜻한다.


하지만 일제의 강압과 폭동, 강제 징집으로 인해 한 소녀는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훈 할머니가 그러했고,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사과는커녕, 그런 일은 없었다며 발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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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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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언급되는 몇 가지 키워드들은 애틋함과 사라짐에 대한 것들을 상징한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순이가 말하는 '엄마별'이 그러하고 '엄마'라는 단어, '호랑이'가 이에 해당된다.


순이는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별을 보며 매일 엄마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복수를 꿈꾸는 용이는 그 별을 찾을 수 없다.


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는 엄마가 없다. 순이도 그렇고, 용이도 그러하며, 훌쩍이도 그렇다. 심지어 샘물이도 부모에게 버림받으면서 현재는 엄마가 없다. 여기에 더해 육발이의 새끼도 엄마를 잃었다.


호랑이는 인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이 땅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그래서 전설로만 전해진다.


순이와 용이는 서로 돌봄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연대의식이 싹튼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커진다. 하지만 상황과 시대적 불행으로 그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애틋한 마음만 남게 된다.


촌장님은 외부에서 어떤 이들이 와도 마음으로 품어준다. 이를 통해 요즘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넉넉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마음 덕분에 황 포수와 용이, 행색이 초라한 부부, 심지어 일본 군인까지 호랑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평화롭던 그 마을은 일본군이 다녀간 뒤 변했고, 이내 사라지게 된다.


처음에 동화처럼 등장하는 새끼 제비는 이 모든 것들을 가장 높은 곳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마음으로 빌고 또 응원하며 이들에게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주 멀리에서 지켜보는 엄마별처럼 새끼 제비 역시 더 이상의 어떤 도움이나 물리적인 행위는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엄마별과 새끼 제비는 그냥 존재함으로써 힘과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다.


엄마와 동생을 물어간 백호의 복수를 꿈꾸는 용이에게 순이는 이제 그만 용서해 주라는 말을 건네는데, 용이는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이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도 겪고 있는 딜레마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삶의 여러 방면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다.


세상에서 사라진 백호, 그리고 그런 백호를 쫓으며 용서와 복수를 하고 싶은 용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과와 보상은커녕, 배째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주장만 하고 있는 일본.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실체는 사라지고 아픔만 남았다.


과거에만 메어서는 오늘을 살아갈 수 없으니 피해자들은 나름의 용서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는 하나, 과연 진정한 사과와 화해가 없이 과연 이 상처가 아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랑이 마을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과거에는 조금 부족해도 연대와 포용으로 마음만은 넉넉히 살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그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진 현대사회는 오히려 더 결핍과 각박함에 더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질만을 쫓는 풍조, 내 것만 챙기는 이기심, 베풂이나 아량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그때야말로 진정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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