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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4년 9월
평점 :
"찬란하고 고단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 책!"
처음에 소설을 기대하고 읽게 된 책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픽 노블' 형식의 책이었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책의 한 형태로,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책을 말하는데 일종에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만화처럼 아주 가볍게 읽기에는 조금 무겁고, 그렇다고 소설처럼 보기에는 살짝 가벼웠다. 초반에는 인물 특성을 파악하고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데 다소 정신없었으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부분은 금방 해소되었다.
뉴욕대를 졸업한 세 친구가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첫 자취부터 취업까지 모든 일들은 일촉즉발, 좌충우돌의 현장 그 자체다.
어려운 취업 시장을 뚫고 입사에 성공하지만 생각과 다른 현장과 연봉으로 인해 불타오르던 열의는 금세 사그라들고 우울감과 패배감만 남아 지치게 만든다.
그때 행운처럼 날아든 한 귀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이 세 친구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폭풍 같던 신입시절을 무사히 잘 넘기게 된다.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며 당시 잘 견뎠다고, 덕분에 이만큼 무사히 잘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건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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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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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의 첫 만남
세 친구의 첫 만남은 니나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뉴욕대학교 1학년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다.
그 수업에서 아시아인은 그들 셋 밖에 없었는데, 처음에는 서로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지내다가 호기심이 발동한 니나의 주선으로 셋은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후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보통 인연 이상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세 친구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세 친구는 방 3개를 가진 동굴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그들의 아파트를 셋은 '복도'로 불렀고, 우울한 날에는 '퀴퀴한 동굴'이라고 불렀다. 셋은 모두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맞아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니나
-스물셋
-원래 꿈은 편집자
-세 친구 중 제일 처음 취직됨
-첫 직장 연봉 3만 달러
-가장 작은방을 쓰고 있음(월세 500달러)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음
-만난 지 3년 된 남자친구 타이시가 있음 (2학년 16세기 영문학 수업에서 만남)
-첫 직장에서 니나는 수상 경력이 화려한 유명한 편집주간 캐럴린 캐스터의 어시로 일함
-제작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아울렀고 다른 어시들도 신입인 니나의 가이드에 따름
-이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 라이트하우스 보조 편집자로 입사함
■실비아
-스물셋
-뉴욕대에서 문학 공부를 함
-세 친구 중 두 번째로 취직됨
-원래 꿈 작가
-여섯 남매와 수십 명의 가족들이 있는 대가족 속에서 묻혀 살았음
-부유한 사장을 둔 독립출판사 '핸섬 출판사'에 취직
-첫 직장 연봉 4만 3000달러
-핸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의 외형은 예술적이나 내용은 형편없음
-항상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다님
-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소설을 완성하고 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
-새로운 상사 이브가 오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 고민 끝에 럭스미스북스의 홍보팀으로 이직(이곳은 셰프와 셀럽이 쓴 요리책을 내는 곳임)
-실비아가 쓴 소설을 베로니카 보가 읽고 릴라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나중에 출간할 가능성을 갖게 됨
■시린
-스물셋
-원래부터 책을 그냥 좋아했음
-세 친구가 먼저 취직된 사이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홀로 집에 갇혀 지냄.
-어느 날 잘못 벨을 누른 배달원과 수다를 떨다 직접 아래층에 사는 베로니카 보에게 오배송된 물품을 가져다주게 됨. 이 일로 베로니카 보와 인연을 맺게 됨.
-세 친구 중 마지막으로 취직됨
-마셀랭대학교 출판부 소호 지사에서 편집 어시 일을 하게 됨
-첫 직장 연봉 2만 8000달러
-연봉이 낮아 퓨전 레스토랑 '비빙카'에서 주말 서빙 아르바이트를 겸하기로 함
-시린은 마셀랭대학교 편집부에서 근무한지 두 달째부터 정교한 퇴사 시나리오를 구상했음
-시린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에 상담을 받으면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됨
-첫 직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잘리게 됨
■타이시
-니나의 남자친구
-졸업 후 미쓰비시 UFJ에 바로 취직이 되면서 애널리스트로 근무
-연봉 외에 부모님께 9만 달러를 별도로 받고 있음
-부유한 마마보이 느낌
■데브
-실비아가 처음 입사한 독립출판사의 부유한 사장
-유산이 어마어마함
-부모는 스웨덴 출신의 억만장자
■베로니카 보
-92세
-부커상 수상자
-책을 100만 부나 판 멋진 할머니
-현재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칩거하며 살고 있음
■제니
-베로니카 보의 조카
-가족 중 유일하게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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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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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니나, 시린, 실비아는 같은 뉴욕대를 졸업한 동문으로 1학년 때 아시아인이 세 명밖에 없던 소설 창작 수업에서 처음 알게 된다.
초반에 이들은 서로 의식적으로 피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니나의 주선으로 셋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렇게 절친이 된다.
셋은 모두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를 원했는데 취향과 성격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한 아파트를 셰어하며 같이 살게 된 이들은 취직과 퇴사, 그리고 이직을 함께 겪어나가며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지상 과제들을 하나씩 헤쳐 나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가장 늦게 취직이 된 시린이 우연히 잘못 배달된 음식을 아랫집에 직접 건네주게 되면서 부커상 수상자인 베로니카 보를 알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세 친구들은 세상에 다시없을 인생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베로니카 보는 92세로 인생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세 친구가 그토록 관심 있어 하는 책 분야에서 이미 정점을 찍어본 선배였기에 세 친구에게 있어서는 로또와도 같은 인연이었던 것이다.
한편 베로니카 보 입장에서도 부커상 수상 이후 이미 사회에서 잊힌 퇴물로 생각되던 차에, 자신의 잊힌 책을 거론하며 재출간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세 친구들이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세 친구와 베로니카 보의 만남은 상승기류를 타며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주게 되었고, 그렇게 잦은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세 친구의 인생과 직업은 점차 안정기를 타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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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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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그럼 여기에 정착까지 하시게 된 이유는요?
베로니카 보: 뉴욕은 내 집 같으니까요. 여기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끔은 즐겁게 느껴지거든요. 외출도 안 하는 노인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우스울지 몰라도 진짜예요.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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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가족들을 두고 홀로 뉴욕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에게 잊혔을지언정, 자신이 직접 꾸미고 가꾼 공간 안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 '공간'에 대한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터라, 베로니카 보가 말한 '뉴욕은 내 집 같으니까요'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진짜 내가 쉴 수 있는 내 집이라는 의미는 함부로 붙일 수 없기에 더 그렇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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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 당연히 다들 이기적이라고 했죠. 모두를 위한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도 자랑스럽고요. 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거든요.
(...)
자길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
늙은이로서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젊을 때 사진 많이 찍어놔요. 나중에 잘했다 싶을 테니.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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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다'는 말에 100%로 공감한다. 당장은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때만큼 내 선택을 행하지 않으면 어쩌면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이때만큼은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진정 내 인생은 내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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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 자서전은 내 삶을 소개하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왔다가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건 나죠.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나'에 대한 정보를 담을 그릇도 나뿐이고요. 그걸 나눠 담을 애인도 아이도 없으니. 내내 작품을 출간하겠다는 니나를 끝까지 말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지 몰라요.
나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기도 했고요. 나를 위한 나의 선물. 어쨌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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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자이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퇴물처럼 여겨지는 베로니카 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정함을 과시하며 자신의 삶을 여지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이처럼 건강하고 꿋꿋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어쩌면 그녀가 자서전을 언급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자기애'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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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맞아줘서 언제나 고마워요. 이웃과 알고 지낸 적은 평생 처음인데, 정말이지 인생의 축복이네요.
(...)
저희를 견뎌주셔서 감사한걸요.
2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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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세 친구가 92세 노인 입장에서는 조금 귀찮게 여겨졌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녀는 세 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식사 자리에 초대도 해주고 또 초대 자리에 기꺼이 응하며 마음을 나눈다.
여기에 더해 다쳐서 입원한 병원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일이 잦아도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찡그리는 일도 없다. 그저 따뜻하게 맞아주며,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꿋꿋이 걸어나갈 수 있도록 친절과 호의를 베풀 뿐이다. 이를 알고 있던 세 친구들은 베로니카 보에게 인생의 축복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던 베로니카 보는 기꺼이 세 친구에게 호의를 건넸고, 세 친구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특히 감사한 것을 감사할 줄 모르는 요즘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이들의 이런 우정은 그래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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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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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는 일생의 한 부분이라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더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처음으로 내딛는 첫 발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동반한다. 여기저기 부딪치며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때로는 좌절과 우울감을 맞보기도 한다.
또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놓고도 연봉이나 사람, 업무적인 만족도가 떨어져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런 부분을 잘 살린 이야기 같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이들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베로니카 보의 등장을 지켜보며, 나의 인생에도 이런 귀인이 나타나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 뉴욕, 그곳에서 청춘을 보낸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서울'에 상경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내 의지대로 첫 발을 내디디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던 이 책은 '초심'과 더불어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했다.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아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 책에서 작은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