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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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책"



작년, 배우 차인표 씨가 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라는 책이 옥스퍼드대 한국학 교재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내심 궁금한 마음에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담아두었다가 이번에 꺼내어 읽어본다.


이 책은 과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로, 읽으면서 문득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떠올리게 했다.


공통 키워드로 살펴보자면, 일제강점기, 순박한 마을, 호랑이, 일본 군인들, 여성 등이 공통으로 등장하는데 아마도 사실에 근거한 내용에 픽션을 더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처음에는 동화 같은 느낌으로 시작하다가, 점차 끔찍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어느새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게 된다.


더불어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백두산 기슭에 자리한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소설로, 특히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순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마을은 어느 날 들이닥친 사람들로 인해 몇 번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 첫 번째는 아주 먼 옛날 호랑이 가죽을 구하기 위해 행차한 임금과 그 신하들로 인해 벌어졌고, 두 번째는 일제강점기에 군을 이끌고 당도한 이들에 의해 벌어지게 된다.


평화롭던 마을이 위기를 겪으며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또 그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돌이켜보며, 다시 되찾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와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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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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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1997년 잠시 한국에 오셨던, 작은 키에 크고 고운 눈을 가진 훈 할머니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한 저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거기에서 착안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98년 여름, A4지 약 스무 장 분량의 초고를 완성한 것을 국어 선생님을 하셨던 장모님께 맞춤법 교정을 받았고, 이후 노트북에 저장한 초고를 노트북이 수명을 다하면서 날리게 된다. 동시에 이 글을 완성해서 출판하겠다던 의지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2006년 3월, 다시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고 제일 먼저 백두산을 찾는다. 이 소설의 주 무대인 백두산의 공기를 직접 마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7년 4월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계시는 '나눔의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2008년 여름,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결국 탈고를 하게 되고 지루한 수정과정의 모니터링은 어머니가 도와주시게 된다. 완성된 원고를 제일 먼저 읽어준 첫 번째 독자는 당시 열한 살의 아들 정민이로, 그렇게 2009년 10년이나 품어 온 첫사랑 같은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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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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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예부터 호랑이 마을 사람들이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모이는 작은 언덕

-잘가요 언덕 밑으로는 길이 세 갈래가 나있음

 ①넓은 길은 붉은 소나무 마을로 통하는 먼 길

 ②억새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길은 호랑이 산으로 올라가는 울퉁불퉁한 산길

 ③꼬불꼬불한 길은 호랑이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길

-언덕 위에는 꿀밤나무 한 그루가 있음


□호랑이 마을

-소설의 주가 되는 배경으로 삼사십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는 작은 마을

-집집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디높은 울타리들을 쳐놓았는데 호랑이를 막기 위해서임


□붉은 소나무 마을

-호랑이 마을보다 훨씬 커다란 마을로 붉은 소나무 숲에 에워싸여 있음

-백두산으로 관광 오거나 사냥하러 오는 일본인들이 머물다 가는 곳


■새끼 제비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호랑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존재


■황 포수

-백호에게 아내와 아이를 잃은 후로 복수를 위해 백호를 찾아다니는 중

-황금빛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걸친 덩치가 큰 사내


■용이

-처음 호랑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이가 열두 살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호랑이 사냥을 다님


■훌쩍이

-용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열두 살

-호랑이 마을의 유일한 고아

-아빠는 오래전 이 마을에 방문했던 포수로 호랑이 잡으러 산에 갔다가 소식이 끊김

-엄마는 훌쩍이를 버리고 마을을 떠남

-또래인 엄대 패거리(엄대, 개똥이, 칠득이)에게 늘 놀림감이 됨

-용이가 온 후로 용이의 좋은 친구가 됨

-추후 나이가 들어 훌쩍이는 나무꾼이 됨


■촌장님

-호랑이 마을의 제일 큰 어른

-부인이 죽은 뒤 며느리도 병으로 죽고 아들은 머나먼 중국 상해로 독립운동을 떠난 후 연락 두절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

-현재 유일한 손녀딸과 단둘이 살고 있음


■박순이

-촌장님의 유일한 손녀딸

-용이와 만났던 때의 나이가 열한 살

-아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조숙함이 묻어남


■가즈오 마쯔에다(747부대 지휘관 대위)

-대일본제국의 젊은 일꾼으로 한몫을 다하고 싶어 스스로 입대함

-3년간만 복무하기로 했으나 연장되어 7년을 여전히 조선에 머물고 있음

-호랑이 마을에 파견되어 임무수행 중 순이에게 반하게 됨

-처음 생각과 달리 복무하면서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감으로 괴로워하는 중


■다케모노 중좌

-가즈오의 상사이며 백두산 전역에 파견된 모든 일본군 부대를 관할하는 700부대의 지휘관


■육발이(호랑이)

-어미 호랑이로 유일하게 남은 한 마리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함

-호랑이 마을에 나타나 짐승을 물어가거나 위협하는 행위로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듦


■샘물이

-행색이 초라한 한 부부가 호랑이 마을에 왔다가 아이만 남겨두고 떠남

-이후 그 아이를 거둬 순이가 키우고 있음(아이는 눈물샘이 없이 태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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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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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호랑이 마을은 한때는 호랑이들과도 잘 지냈던 평화롭던 마을이다. 그런데 이제는 가축을 놓아기르지도 못하고, 나그네들조차 아무리 고단해도 쉬어가지 않는다는 혹평이 뒤따르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그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오랜 옛날에는 호랑이와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평화롭던 그 시절, 호랑이 산은 마을 아이들에게는 재미난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게는 나물이며 귀한 약초를 무한정 품은 고마운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이 호랑이 사냥을 하러 많은 신하와 무관들을 거느리고 이곳 호랑이 마을에 행차했다. 사냥꾼들이 호랑이 가죽을 구하기 위해 산을 드나들면서부터, 호랑이와 마을 사람들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결국 세월이 흐를수록 호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사람도 호랑이를 무서워하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사람들은 호랑이 산에 함부로 오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호랑이 마을은 육발이라 불리는 호랑이 한 마리로 인해 매일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 여섯 개의 발을 가지고 있어 육발이로 불리는 이 호랑이는 종종 마을에 나타나 가축을 물어가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어 사람들은 밤이면 문을 걸어 잠그고 항상 육발이를 주시하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황 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나타나게 된다. 백호를 잡기 위해 남쪽에서부터 먼 길을 왔다는 이들 부자는 마을 촌장을 찾아 사정을 설명하며 며칠 묵을 수 있기를 간청한다.


더불어 백호를 잡지 못할 시 마을의 골칫덩이인 육발이를 잡아주겠다며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은 백호뿐임을 강조한다. 이에 촌장은 생명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며, 마을에 머무는 것을 허락한다.


공터에 움막을 짓고 머물던 이들 부자는 때가 되자 백호를 잡기 위해 산을 오르며 백호 찾기에 열을 올리게 되는데, 사실 백호는 황 포수의 아내와 젖먹이 막내딸을 물어간 철천지원수였던 것이다.


촌장의 손녀딸 순이는 이들에게도 기꺼이 따뜻한 밥을 내어주며 용이와 친분, 그 이상을 쌓게 된다. 더불어 항상 엄대 패거리의 놀림감이 되었던 훌쩍이는 용이 곁에서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호랑이 산에 백호를 찾으러 갔다 내려온 이들 부자가 육발이를 사냥해 내려오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급격히 반김과 동시에 마을도 활기를 띠게 된다.


그동안 그들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던 대상이 마침내 사라지게 되면서 집과 집 사이를 가로막았던 높은 울타리도 사라지고, 아이들은 저녁 무렵까지 밖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산기슭 층계 논에서 마음 놓고 농사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마을에서 대장 노릇을 즐기며 살던 엄대 패거리는 용이와 비교하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되고 이로 인해 심통이 났던 그들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움막이 빈 사이 그곳에 있던 용이의 총을 훔쳐 호랑이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걱정하며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을 발견한 황 포수는 사실을 전해 듣고 홀로 호랑이 산에 들어갔다가 아이들의 피 묻은 옷가지와 신발을 가지고 내려오게 된다. 이에 격분한 마을 사람들은 황 포수 움막에 불을 지르게 된다.


그 길로 마을에서 쫓기듯 벗어난 부자는 호랑이 산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로부터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게 된다.


이제, 열아홉이 된 순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샘물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아이는 어느 날 초라한 몰골로 나타난 한 부부가 버리고 떠난 아기로, 언젠가 나타날 날을 고대하며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 마을에 대위 가즈오 마쯔에다가 이끄는 군인들이 쳐들어 오게 된다. 이들은 조선 사람들을 지켜주겠다는 명목으로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마을에 머물며 온갖 정보를 수집하기에 이른다. 한편 가즈오는 촌장 댁에서 순이를 마주한 순간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처음 우려와는 다리 가즈오 부대가 머문 지 한 달쯤 지난 뒤부터는 서로 눈인사를 할 만큼 서로 친해지게 된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지냈으며, 마을에 어려움에 닥쳤을 때 발 벗고 나서게 되면서 더 마음으로 가까워지게 된다.


그즈음 가즈오는 공문을 하나 받게 되는데 거기에는 위안부 강제 징집에 대한 내용이 쓰여있었다. 그리고 호랑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적용되는 사람은 바로 순이 단 한 명이었다.


가즈오는 한 인간으로서 이런 야만적이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는 것에 치가 떨렸으나 상부의 지시이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를 보낸 다케모노 중좌가 호랑이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그때부터 또다시 끔찍한 날들이 시작된다.


그들은 생산되는 곡물의 절반을 강제적으로 군량미로 공출하라는 명령과 함께 위안부에 동참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하지만 첩첩산중 호랑이 산기슭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산 마을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뿐인 손녀딸을 데려간다는 말에 촌장은 무릎을 꿇고 사정하게 되고, 이를 함께 저지하던 훌쩍이는 결국 다케모노가 쏜 총에 맞이 죽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훌쩍이가 좋아하던 잘가요 언덕에 그를 묻어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그렇게 일본군들이 철수한 후 호랑이 마을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또다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죽은 듯 지내게 된다. 그때 사정을 모두 알게 된 용이가 호랑이 산에서 내려오게 되고 친구인 훌쩍이의 복수를 결심함과 동시에 촌장님을 찾아가 순이를 구해서 도망가겠다는 말을 전한다.


한편 느슨한 경계를 서던 가즈오는 직위해제와 함께 대기발령된 상태에서 순이를 탈출시킬 계획을 짜고, 마침내 디데이에 순이를 탈출시키던 순간, 용이가 순이를 낚아채면서 상황은 계속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된다.


용맹한 용이와 짝사랑하는 순이를 쟁취하기 위한 두 사내의 쫓고 쫓기는 상황은 지속되고, 그 속에서 한 사내에게 역습을 당한 다케모노 중좌는 그를 잡기 위해 온 군대를 총동원해 호랑이 산으로 집결하게 된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독자의 마음과는 달리, 이들의 추격은 턱밑까지 다다르게 되고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속내로 마주하게 된 이들의 '최후의 이야기'와 '뒷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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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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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꼭 기억했으면 하네.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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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님은 백호에게 복수하기 위해 멀리까지 온 황 포수가 보답으로 마을에 해를 끼치는 육발이를 제거해 주겠다고 이야기하자,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며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을에 해를 끼치는 육발이를 왜 두고만 보고 있을까 내심 궁금한 마음이었는데, 추후 육발이를 죽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촌장님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육발이는 유일하게 남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에 내려온 엄마 호랑이로, 어쩌면 새끼를 먹일 먹이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었다고 한다. 이제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호랑이는 어쩌면 인간 중심사상이 불러온 최대의 폐해이자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잃어버린 생명존중 사상과 더불어 연대의식을 다시 되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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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씨는 어떤 이름으로 죽고 싶습니까?"

(...)

"전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요. 한 아이가 아닌 여러 아이들의 엄마."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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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을 받은 가즈오는 문득 순이에게 어떤 이름으로 죽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리고 순이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결혼과 출산이 너무 자연스러웠던 시대였기에 순이의 이러한 바람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뜻한다.


하지만 일제의 강압과 폭동, 강제 징집으로 인해 한 소녀는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훈 할머니가 그러했고,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사과는커녕, 그런 일은 없었다며 발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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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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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언급되는 몇 가지 키워드들은 애틋함과 사라짐에 대한 것들을 상징한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순이가 말하는 '엄마별'이 그러하고 '엄마'라는 단어, '호랑이'가 이에 해당된다.


순이는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별을 보며 매일 엄마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복수를 꿈꾸는 용이는 그 별을 찾을 수 없다.


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는 엄마가 없다. 순이도 그렇고, 용이도 그러하며, 훌쩍이도 그렇다. 심지어 샘물이도 부모에게 버림받으면서 현재는 엄마가 없다. 여기에 더해 육발이의 새끼도 엄마를 잃었다.


호랑이는 인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이 땅에서 사라졌다. 이제는 그래서 전설로만 전해진다.


순이와 용이는 서로 돌봄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연대의식이 싹튼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커진다. 하지만 상황과 시대적 불행으로 그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애틋한 마음만 남게 된다.


촌장님은 외부에서 어떤 이들이 와도 마음으로 품어준다. 이를 통해 요즘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넉넉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마음 덕분에 황 포수와 용이, 행색이 초라한 부부, 심지어 일본 군인까지 호랑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평화롭던 그 마을은 일본군이 다녀간 뒤 변했고, 이내 사라지게 된다.


처음에 동화처럼 등장하는 새끼 제비는 이 모든 것들을 가장 높은 곳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마음으로 빌고 또 응원하며 이들에게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주 멀리에서 지켜보는 엄마별처럼 새끼 제비 역시 더 이상의 어떤 도움이나 물리적인 행위는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엄마별과 새끼 제비는 그냥 존재함으로써 힘과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다.


엄마와 동생을 물어간 백호의 복수를 꿈꾸는 용이에게 순이는 이제 그만 용서해 주라는 말을 건네는데, 용이는 용서를 빌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이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도 겪고 있는 딜레마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삶의 여러 방면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다.


세상에서 사라진 백호, 그리고 그런 백호를 쫓으며 용서와 복수를 하고 싶은 용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과와 보상은커녕, 배째라는 식의 허무맹랑한 주장만 하고 있는 일본.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실체는 사라지고 아픔만 남았다.


과거에만 메어서는 오늘을 살아갈 수 없으니 피해자들은 나름의 용서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는 하나, 과연 진정한 사과와 화해가 없이 과연 이 상처가 아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호랑이 마을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은, 과거에는 조금 부족해도 연대와 포용으로 마음만은 넉넉히 살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그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진 현대사회는 오히려 더 결핍과 각박함에 더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질만을 쫓는 풍조, 내 것만 챙기는 이기심, 베풂이나 아량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제목처럼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그때야말로 진정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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