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안온한 날들 -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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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네이버 이벤트를 통해 습득한 책인데, 이런저런 사유로 책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이제서야 겨우 읽어볼 기회를 얻었다.


요즘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터라, 사실 엉덩이를 붙이고 거의 앉아있을 틈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럴 때일수록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독서라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틈새 시간을 이용해 읽어나갔다.


그렇게 조각조각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고 나니, 어딘가 모르게 뿌듯함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다. 한동안 의도치 않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책과 멀어진 것 같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책과 마주할 수 있어 기뻤다.



총 2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의 주제는 '사랑'으로, 응급의학과 의사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마주한 '일상 속 사랑'과 '의사로서 마주하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트 1에서는 저자 자신의 삶과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랑에 대해, 파트 2에서는 일터에서 목격한 사랑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피가 튀고 죽음이 난무하는 일터를 벗어나 때때로 저자는 안온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회복의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 그 행위는 주로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슴과 머리에 잔상으로 남은 환자들의 고통 혹은 애달픈 보호자의 모습들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며 더 많은 환자들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을 키워나간다.


응급상황일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일화를 전해 듣다 보면, 인간의 불행과 행복, 그리고 생명력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


한 끗 차이로 불행이 행복이 되기도 하고, 또 너무 쉽게 꺼져버리는 생명력에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오늘'을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다는 결심도 하게 된다.


제법 안온해 보이는 삶 속에 사실은 전쟁같이 치열한 삶이 숨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엿보며, 그럼에도 우리가 끝까지 끌어안아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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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결혼을 결심했지. 그렇게 인생을 결정한 것은 단 한순간이었어. 그 어둑한 객석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수많은 얼굴과 고개들 사이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나만을 바라보는 단 하나의 얼굴을 찾았을 때, 그때가 내 운명을 결정한 순간이었던 거야.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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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삶을 결정짓는 한순간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찰나 마주하게 되는 진심과 진정성이야말로 우리 삶을 바꾸는 열쇠이자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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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 나이 지긋한 의사에게 더욱 신뢰감을 느끼는 것은, 의학은 반복으로 공고해지는 경험의 학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사 개인이 인생 굴곡을 통과할수록 그의 삶도 많은 고통으로 풍성해지기에 의사가 환자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일 테다.


나는 아직 젊고 특별히 아팠던 적도 없으며 주변 사람들도 건강하다. 그러나 이제 삶이 흘러갈수록 나는 더욱 실재하는 고통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점차 내 환자들 전부가 아닌 일부에게라도 더 깊이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고통을 내가 겪은 일처럼 조금 더 이해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나이가 들어가며 다양한 고통의 편린을 마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1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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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나', 그리고 의사로서의 '나'가 합쳐져 경험치는 쌓이고, 이것은 곧 타인을 이해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하는 저자.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게 된 저자는 환자가 되어 직접 통증을 느껴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행위가 얼마나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지 알게 된다. 이후 그는 그 시술을 환자들에게 하면서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동시에 공감을 하게 된다.


이렇듯 나이를 먹어갈수록, 경험치가 쌓일수록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리라 기대 섞인 소망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서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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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의 태도나 자격이다. 우리는 종종 감사를 표하는 사람에게 폭언을 가하거나 얼굴에 햄버거를 던지는 일을 목격한다. 감사하는 말을 들었을 때, 실상 도움은 내가 받고 있으며, 그 말을 갚으려면 그들의 일이 조금이라도 순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 없이, 다만 자신이 순간적으로 관계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상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일수록 책임이 더 크다. 흩어지는 수많은 언어 속에서, 감사하다는 말의 의미를 정작 되새겨야 할 쪽은 어느 쪽일까.

1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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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흔하게 쓰이는 'Thank you'가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주로 약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일상 속에서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지는 못하는듯하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감사하다는 말은 하는 쪽보다, 오히려 듣는 쪽에서 더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하는 말인데 되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우위를 점한 사람처럼 굴며 특유의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태도로 인해 때로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상황이나 기분이 그러하다면 마땅히 '고맙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 후 상대방의 반응에 대해서는 대체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나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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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헌혈한 자리에는 다른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이 남는다. 그것은 반드시 생명이 위태로워 수혈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만 쓰인다. 세상에서 타인을 돕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그중 헌혈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면서도 분명하게 물질이 나는 봉사다. 이 단순한 교환은 다른 어떠한 존재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분명한 인류애다. 인간을 돕고자 고민하는 사람에게 헌혈을 권한다. 이타적인 당신의 혈액만이 다른 인간을 살릴 것이다.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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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에 대해 그다지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글을 읽으며 인류를 위한 최고의 봉사는 어쩌면 '헌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을 살리는 피는 인공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사람의 온기로 전하는 '헌혈'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이자 인류애라고 표현할 수 있을듯하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 그리고 인구감소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는 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헌혈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큰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겠지만, 헌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헌혈을 통해 이타심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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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에서 만난 저자는 그저 우리와 같은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파트 2에서 만난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매일을 고군분투하며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양면성을 통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던지 사람의 몸과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행과 행복 속에서 뒤엉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때때로 저자는 의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고통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 회복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각기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회복해가고 성장해가는 모습들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제법 안온한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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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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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이 듦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재미있는 제목을 가진 책 한 권을 만났다. 실제로 이 책을 쓴 작가의 나이가 90세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영 허튼소리는 아닌듯하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유쾌하고 매우 현실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물건을 미리 정리하자는 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데스 클리닝'이라고 하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상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미니멀라이프나 정리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만, 저자는 현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죽음'을 대비한 물건 정리라는 개념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삶 전반을 더 자각하게 만들어 허투루 시간을 쓰기보다 의미와 가치로 채우고 싶게 만든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90살 된 스웨덴 할머니가 전하는 무겁지 않은 인생 조언이 가득하다.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란 무엇인지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한다.


덕분에 당사자는 물론, 나이가 많은 부모를 둔 자녀 입장에서도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매일 매 순간을 가치 있는 인생으로 채우고 싶은가, 나이 듦이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는가, 미래를 조금 더 즐거운 인생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삶의 방식을 우리 삶에 적용해 보자.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행복한 오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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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르가레타 망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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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에서 100살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85세의 나이에 데뷔작인 베스트셀러 <내가 내일 죽는다면>을 썼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물건을 미리 정리하자는 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을 소개해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으며 지금은 자신의 데스 클리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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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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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가지 마세요!"

(...)

비르짓타의 부탁은 간결하면서도 다정하고 논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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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떠나지 않기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외출할 때는 쓰레기를 가지고 나가라. 빈손으로 움직이지 말라. 집에 돌아올 때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우편물을 꺼내라! 빈손으로 움직이지 말라.


또 다른 친구 마리아에게는 집 안 물건들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규칙이 있었다. 바로 집에 새 물건이 하나 들어오면 헌 물건 하나를 내보내는 것이다. 나눔이든 기부든 판매든 재활용이든, 타협은 없다.

(...)

빈손으로 떠나지 말자. 이 지구를, 그리고 우리의 삶 역시.


늘 깨끗하게 청소하며 살자.

62~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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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라서인지 유난히 더 공감 가는 문장이었다. 집을 들고날 때 내 손에는 항상 무언가가 들려있다. 분리수거 용기나 쓰레기들을 가지고 나가거나 들어올 때는 택배나 우편물을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 중복되는 물건들은 하나 둘 정리하며 공간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예전보다 더 환하고 깨끗해진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실천해 보면 공간을 비우는 일이, 청소하며 사는 일상이 얼만 행복한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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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주변의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아주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

무릎이 아프다고 또 징징대지 말라. 자주 전화하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마라. 그저 질문하라. 그리고 들어라. 관심이 없더라도 있는 척해라. 배부르게 먹이고, 가서 삶을 즐기라고 말해주어라.


그러면 그들은 계속 전화하고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당신이 있는 곳을 좋은 곳으로 여길 것이다. 당신이 그들의 부모보다 내어줄 시간이 많다면 특히 더.

121~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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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즐겁게 나이 드는 비결 중 하나로, 젊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꼽았다. 그리고 그런 젊은 사람들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라 말한다.


나의 상태나 아픔을 호소하기보다, 그들에게 그저 질문하고 관심이 있는 것처럼 대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당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전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생각과 고집에 갇혀 타인에게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자가 제안하는 이 방법을 일찍이 실천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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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디저트로 초콜릿 바를 한 입 먹을 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재채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

재채기가 멈추자마자 나는 바로 한 입을 더 먹는다. 내 나이쯤 되면 가끔 이렇게 생각해 버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173~1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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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범주를 넓히고, 마음을 여유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러려면 '그러거나 말거나'와 같은 마음가짐은 필수 아닐까?


사소한 것에 목숨 걸기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행하면서 사는 태도! 거기에서 행복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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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어떤 루틴이든, 아무리 괴로운 루틴이라도 사랑스럽게 만들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은 일상의 루틴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다고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심지어 몇 주 후에 내가 과연 살아 있을지조차 불투명하지만 나의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나는 나의 하루하루와 일상의 루틴을 사랑스러운 문제로 바라보려고 한다.

1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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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을 사랑스러운 것으로 만들 방법을 찾아 실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건강하고 유익하게 사는 방법이라 말하는 저자.


나이가 들수록 삶은 더 단조로워진다. 그리고 그 단조로운 일상을 생기 넘치고 사랑스러운 문제로 바라볼 것이냐 아니면 불평불만이 가득한 인생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부터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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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안다. 행복은 젊은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셨다.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여든이 넘었다면 일흔여섯의 상대도 젊은이다. 그것 또한 행복이다.

(...)

젊은이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내 나이의 사람들이 이미 겪고 극복해 온 문제와 걱정들을 안고 있다. 그러니 젊은이들을 곁에 두는 것은 어쩌면 젊었던 시절의 자신을 잊지 않고 다시 기억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

이미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버린 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죽기 시작하는 거다. 그러니 나는 멈추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해 볼 것이다.

196, 1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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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을 가까이에 두고 나의 젊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복기하는 것은 어쩌면 계속해서 꿈을 꾸고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으레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무엇을 하기에 결코 늦은 때란 없다.


젊은 시절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여유가 있는 노년에 다시 도전해 보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은 저절로 찾아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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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클리닝을 실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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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이 너무 많으면 찍은 걸 후회하는 사진부터 정리를 시작하라. 그런 다음 중복된 사진을 정리한다. 결혼식이나 파티, 졸업식에서 서른네 장을 찍었다면 세 장 정도만 간직하고 나머지는 주인공에게 보내거나 직접 전해주어라.


■부엌 찬장

식료품을 쇼핑할 때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이 콩을 먹을까? 이 단단한 두부는? 결국 버리게 되려나?'


■책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아직도 책장에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헌책방에 팔거나 도서관, 학교, 책 읽기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부피가 큰 가구

종이와 펜, 포스트잇을 들고 가구로 가라. 처음에는 하루에 30분이면 적당할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하루에 한 시간. 무엇이든 해내고 나면 맛있는 커피나 케이크, 따뜻한 샤워나 목욕 등의 보상도 잊지 말라.


■메모하기

물건들을 정리할 때 노트와 펜을 챙겨라.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집 안 구석구석에서 나중에 줄 수 있는 선물들을 발견하다 보면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 밤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두지 않으면 그 좋은 생각들도 금방 잊어버린다. 물건을 받을 사람의 이름과 왜 이 물건이 누군가에게 완벽한 선물이 될 것 같은지 포스트잇에 적어놓아라.


■70년대 화장품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할 때 쓰레기봉투에 한꺼번에 넣어버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주민 센터에 연락해 물건들을 어떻게 처분하면 좋을지 물어라.


■약

먹던 약은 약국으로 가려가라.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특히 더.


■개인 서류

오래된 편지나 엽서를 읽으며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날 좋은 기회다. 추억을 즐겼다면 편지와 엽서를 문서 파쇄기에 넣어라. 그리고 그 경쾌한 소리를 감상하라.


■감성적인 물건

많은 사람이 공간이 부족해 물건을 정리하고 싶어 하지만 그 물건에 깃든 추억 때문에 쉽게 처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리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면 사진을 찍고 물건은 버려라. 버리기 전에 물건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도 좋다.



시간을 들여 데스 클리닝의 모든 과정을 끝내고 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데스 클리닝은 결국 죽음이 아니라 정리 정돈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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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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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망누손 할머니가 전하는 인생 조언에는 어딘가 모를 경쾌함과 실천력이 돋보인다. 억지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아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


정리는 습관이자 물건에 대한 애티튜드라 말할 수 있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필요 없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리하는 것, 거기에 핵심이 있다.


마지막 부록에 담긴 데스 클리닝을 실천하는 법 중에 나 역시 이미 실천해 본 부분이 있는데, 사진, 책, 약, 개인 서류(추억 물건)를 처리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물건을 원래 잘 못 버리는 스타일이라 꼭꼭 끼고 살았는데, 어느 날 물건을 꼭 소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비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지금은 몇몇 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다 비운 상태다. 다만 여전히 '조금만 더'를 외치는 물건들은 억지로 나에게서 떼어놓지 않는다. 언젠가 비우자는 결심이 서면 그때 확실히 비울 결심만 가지고 있다.


나의 삶과 인생을 제대로 정리하며 사는 것, 물건 정리는 갑자기 닥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인 동시에, 나의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이 떨어져 나가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없이 행복에 투자하다 보면, 결국 삶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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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오늘도 잘 부탁해
rotary 지음 / 부크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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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에서 찾은 행복이야기"



몽글몽글한 토끼 몽몽이와 친구들(용이와 털몽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를테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 맛있는 음식, 코끝을 스치는 바람, 차 한 잔의 여유, 추억을 떠올리는 하게 노래 등 바빠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소중하고 사소한 즐거움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거나 무료한 마음이 든다면, 몽몽이의 다이어리를 통해 곳곳에 숨겨진 일상의 보물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동봉된 스티커를 활용해 책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도 있다. 이번 기회를 빌어 개성 넘치는 나만의 감성 책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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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서 우연히 발견한

세 잎 클로버에 내 마음을 담아 선물할게.

너에게 행운이 찾아와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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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우선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주고받은 행복의 마음들이 늘어가다 보면 어느새 '행운'이 되어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부드럽고 향긋한 홍차 향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감싸 줘.

가끔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감아 봐.

호로록,

차 한 잔의 여유가

마음 깊숙이 따뜻함을 채워 줄 거야.

=====


심난한 마음이 들거나 흥분상태에 도달했을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 잔의 여유시간을 가져보자. 기호에 따라 홍차, 커피, 녹차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따뜻한 차의 향을 음미하며 보내는 그 잠깐의 여유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너무 서둘러 가다 보면 때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티타임을 통해 감정은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시간을 갖다보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가 있어.

어떤 노래는 외로웠던 나를,

어떤 노래는 행복했던 나를,

또 어떤 노래는 다정했던 우리를 담고 있지.

그 멜로디는 변치 않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될 거야.

=====


잊고 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추억 속 멜로디를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시절로 돌아가고는 한다. 힘들 때 즐겨듣던 노래,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 외로울 때 곁을 지켜줬던 노래, 소풍 갈 때 흥을 돋워줬던 노래 등등.


이렇듯 마음속에 콕 박혀버린 노래들은 그렇게 평생 마음에 남아 나를 언제든 다시 그 시절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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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도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해.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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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때일수록 쉼을 더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단 5분이라도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면 능률은 물론, 마음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바로 그 여유를 되찾을 시간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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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원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사실은 평범한 하루가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어.

특별한 나날이기보다

별일 없는 하루하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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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가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평범한 하루를 잃고 나서 보니,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평범한 하루를 잃기 전에, 일상을 더 소중히 하는 습관을 길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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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방 안에서 뒹구는 게

처음에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큰 휴식이 되는지 알게 됐어.

가끔은 잠시 멈춰서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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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했던 문장 중 하나다. 예전에는 자는 시간,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어쩐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아깝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내 삶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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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해 주지만

가끔 한 통의 전화나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던

그 시절의 순수한 소통이 그립기도 해.

그때 우리가 느꼈던 진심과

따뜻함을 기억하며

일상 속에서도 그 마음을 잊지 않을 거야.

=====


공중전화, 삐삐, 그리고 스마트폰의 발전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보자면, 때때로 아날로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다.


전화 한 통을 걸기 위해 공중전화 앞에서 긴 줄을 서고, 메시지 하나에 의미를 담아 설레하고 아쉬워하던 그런 감정들을 지금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조금 불편할지언정 그때는 감성과 진심, 따뜻함이 가득했었다.



=====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어.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많은 것들이 다듬어지고 가공되더라도

원석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처럼

나는 나만의 본질을 잃지 않을 거야.

=====


누가 뭐라고 하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절대 잃지 말자. 나를 둘러싼 세상과 환경은 계속 변해도 내가 나를 잃지 않으면, 분명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삶과 자신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 자체로 빛나는 인생이 아닐까?



*****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소하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산다.


벽에 부딪혔다고 느껴지거나,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 혹은 삶이 버겁다 느껴질 때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부터 챙겨보자.


그 잠깐의 여유가 분명 다시 회복하는 시간이자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사소한 일상의 중요함을 상기시켜주고자 이 책을 쓴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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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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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책!"



진정한 대화가 사라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 보자면, '대화'는 피곤한 것이고 에너지를 써야 하는 행동이다. 단순히 듣고 말하는 범위를 넘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액션이나 반응을 보이며, 거기에 나 또한 이야기를 얹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진짜 대화가 맞을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아주 오래전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대화와 토론을 즐겼던 소크라테스를 떠올려보며 요즘의 대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화는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진 기쁨이자 행위인데, 이기심과 이득을 위해 대화를 활용하게 되면서 어느새 그 가치가 변질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진정한 대화는 즐거워야 하고, 부담이 없어야 하며, 유쾌해야 한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사람들과 함께 살 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대화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존경과 친절, 부드러운 태도 등이 어우러져야 하며, 언어와 인간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성공적인 대화는 우리를 한층 더 성장시켜주고, 분위기를 띄워주며,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면, 대화는 한층 더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를 혼돈과 게으름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 수 있도록 돕는다.



총 16가지의 주제에 대해 저자인 피에르 쌍소는 철학적, 사회학적 사유를 통해 '대화'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강의를 이어나간다. 이를 통해 독자는 깊이 있는 대화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 그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나의 대화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것은 물론, 편안한 대화를 이어나가던 상대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대화' 그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대화방식, 대화 내용, 태도, 상대방, 활용법 등이 문제였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래는 그중에서 특히 더 기억에 남은, 저자의 사유 내용들 중 일부를 정리해 보았다. 이를 통해 대화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이것을 내 삶에 잘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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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에르 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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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행복을 찾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느림'의 방식을 찾은 그는 '느림의 철학자', '걷기 예찬론자'로도 불렸다. 그의 '느림'에 관한 책들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느림'에 관한 주제의 하나로 '대화'를 선택했는데 바로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대화란 섬세하고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을 쓰는 방법론 중 하나다. 즐거운 대화는 대화가 끝날 때면 아무런 이득을 얻지 않아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피에르 쌍소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대화'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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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대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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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삶의 기술이다. 대화는 폭력 없이 세상을 이용하라고 우리를 격려한다. 그런 점에서 대화는 우리의 느림, 걸음, 부드러움과 같은 태도와 연결된다.


대화는 언어와 인간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 우리는 대화의 무한한 원천에 경탄한다. 그리고 대화의 원천이 낯선 이미지와 소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도라는 사실에 거듭 놀란다.


나는 성공적인 대화는 모름지기 경쾌함(경박함이 아니라)과 진중함(흥분한 상태가 아니라)이 적당히 어우러지고 쾌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대화를 위해 우리는 맹세한다.


"나의 근심을 공유하겠다는 핑계로 당신을 거북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같이 해야 할 더 즐거운 일이 있으니까요. 톡톡 터지는 말의 거품 위에서 미끄러지며 함께 춤을 춥시다."


어떤 대화가 내 몸과 마음을 명민하게 다듬어 사람들과 함께 살 준비를 하게 해주고 내 영혼을 세상의 흐름에 내맡길 수 있게 한다면 그 대화는 성공적인 대화다.


대화는 우리가 존경을 보내면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하는 도시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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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랑 주제별로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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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대화란 무엇인가?


나는 성공적인 대화라면 유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벼운 대화를 격찬한다. 그런데 가벼운 대화라고 해서 두께와 깊이, 엄숙함이 없을까?


그런데 가벼움을 경솔함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가벼움은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근심, 걱정, 인간의 불행, 우리 내면의 궁핍을 감추지 않는다.


가벼움은 유려한 말속에서 돋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대화에서 엿보이는 발랄함, 특히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방식, 우호적인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방식에서도 눈에 띈다. 경쾌한 사람들은 과한 존재감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부담스럽게 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수평선을 가로막지 않으며, 우리는 넓게 열린 수평선 덕분에 상쾌한 바닷바람을 들이킬 수 있다.


대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자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몇몇 친구들이 나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나는 아무런 걱정도, 고통도 없이 땅으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라고.


유쾌한 대화를 즐기려면 선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말솜씨가 뛰어나고 재치가 넘치는 사람은 환영받는다. 하지만 나는 즐거운 모임에 반드시 달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교류의 질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을 거부할 용기다.


그렇다면 즐거운 모임을 위해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재능이 없는 사람을 선호한다.


부족한 사람 때로는 우리를 당혹하게 할 수도 있는 과도한 겸손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우리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뽐내지 않으면서도 자리를 빛내준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우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어려워하지 않고 발언권을 양보한다. 그러면서도 발언권을 지나치게 빨리 넘길 정도로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지는 않는다.


진정한 대화는 친구들 사이에서만 혹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진정성 있는 대화의 이미지는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실과 합치한다.


함께하는 것은 각자가 하는 말이 단순히 더해지거나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의 말을 초월하는 대화를 이루는 것이다.



***


좋은 대화, 긍정적 대화, 성공적인 대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챕터를 읽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것을 통해 평소 내 대화 습관과 상대를 면밀히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요즘은 각자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하는데,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대화가 어디 있을까?



■지치지 않는 말


수다쟁이의 말은 고갈되지 않는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다른 모든 이들처럼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수다쟁이는 무료하고 느슨해지는 순간에 우리에게 강공을 펼친다. 수다쟁이 말은 시들기는커녕 터무니없이 자랄 뿐이다.


수다쟁이는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이 마땅히 누릴 묵념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순간이 와도 눈치채지 못한다.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에도 수다쟁이는 공연의 매력을 분산시킨다.


식사시간에는 마치 수다가 우아한 요리에 어울리는 것처럼 굴며 식사를 즐기지 못하게 한다.


수다쟁이는 타인의 비밀을 무시하고 존중해야 마땅한 것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늘 뻔뻔한 태도로 배려를 요구하면서도 배려에 감사할 줄 모른다. 그는 점심시간에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사람을 사이의 관계를 이용한다.


수다쟁이는 남들보다 성공한 자기 자식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경쾌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변덕과 '허물없는' 행동이라는 카드를 자유자재로 꺼내 든다.


말을 독점하는 수다쟁이는 모두에게 속한 재화를 되돌려줄 줄 모르는 도둑이자 무뢰배다.


수다꾼의 과도한 말은 우리가 진짜로 바라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의미 있는 일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평범한 것으로 만든다.


수다쟁이에게는 내용보다 방식이 더 중요하다. 수다쟁이 얼굴만 겨우 아는 사이에도 격식 없는 말투로 상대를 대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화가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다는 친절함, 타인에 대한 존중, 감사하는 마음을 모른다. 좋은 수다쟁이는 없다. 좋은 수다쟁이는 말 없는, 다시 말해 죽은 수다쟁이다. 자기 존재의 본질적인 이유를 상실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수다쟁이가 좋은 수다쟁이리라. 수다쟁이는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다.



***


피해야 할 인간 군상, 혹은 조심해야 할 수다쟁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챕터다. 그래서인지 타인보다 나 자신에게 더 대입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수다쟁이 유형 중에 내가 속하는 부분이 한두 개쯤 있을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눈치 없이 아무 말이나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는 무례한 수다쟁이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니, 타인에게 대입해 보기 이전에 나에게 먼저 대입해 보자. 그리고 말을 할 때는 더 예의를 갖추고 배려의 자세를 가져보자.



■말의 다른 사용법


내 생각에는 대화는 아마추어의 손에 맡기는 편이 더 나은데, 왜냐하면 대화는 직업이 아니라 재능이자 자유 활동이며 뭔가를 팔아먹을 만한 것이 하등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지도, 심지어 욕망하지도 않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거짓을 꾸며대는 일이자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다.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막으면 오히려 대화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대화하는 사람의 말을 빼앗으면 정보를 주고받는 데 방해가 된다.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원활하게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말을 직업을 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경우에 대해 경계하며, 오히려 아마추어의 손에서 피어나는 대화가 더 낫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이어나가게 되면 오히려 풍요롭고 더 다채로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화는 편안해야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토론하는 사회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생각 없이 본능을 따르는 것보다 토론하는 것이 낫다. 토론은 좋은 대화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소재가 없이 나누는 대화는 무의미하고 지엽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토론은 나를 혼돈과 게으름에서 구제한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모호한 생각과 편견에 더는 의존할 수 없게 된다. 그중 몇 가지를 버리고 좀 더 틀이 잡힌 생각을 제시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생각은 선입견과 경험,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에 맞서고 따분해질 수 있는 대화에 생명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토론 문화는 우리를 더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지녔다. 왜냐하면 토론은 우리가 한 약속에 대해 논하라 하고, 때로는 대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약속을 수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증명된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남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지켜보고 이를 경건하게 적용하는 반면 다행히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우리에게 내재한 빛을 따라 행동한다.



***


이 대목을 읽는데 문득 과거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벌인 토론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 당시의 토론 문화는 우리 모두를 더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결정 부분까지 자유롭게 행해졌는데, 그에 비해 지금은 너무 다른 토론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에 토론이라고 하면, 뭔가 정석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절로 떠오르는데,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토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듯하다.


토론을 통해 새로움을 창출하고, 편견이나 아집 고집을 바꿀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써 '토론문화'가 정착된다면 다들 지금과는 다르게 토론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대화, 대화 그리고 대화


우리가 재치를 발휘해야 한다는 걱정이나 특별히 지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고 호의적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대화는 저절로 원활하게 흘러가는 법이다.



***


앞서 '대화'에 대한 여러 주제를 살펴보면서 성공적인 대화가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문장 하나로 보다 깔끔하고 가볍게 정리할 수 있을듯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걱정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호의적으로 원활하게 흘러가는 대화! 이것이야말로 즐거운 대화, 성공적인 대화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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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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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맺음말에서 '대화는 삶의 기술이다.'라고 표현했다. 대화는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말투나 억양 내용에 따라 서로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긴장감을 완화시키거나 신뢰감을 주기도 하고 때론 무한한 긍정의 감정을 느끼게도 만든다. 그래서 대화를 삶의 기술이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예우를 갖추고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우리는 대화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서로가 만족하는 성공적인 대화를 삶에 적용해 보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여러 주제들은 물론 이 책에 실려있는 저자의 철학적, 사회학적 사유들을 살펴보며, 하나씩 말의 습관들을 고쳐나가 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다 보면, 내 몸과 마음은 물론 내 주변에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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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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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끝에 긴 여운으로 남은 먹먹함과 슬픔, 그리고 희망"



멋스러운 절벽을 품은 작은 마을, 케이프 헤이븐에서 어느 날 일곱 살의 여자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일로 인해 가깝게 지내던 이들의 인생은 모두 송두리째 뒤바뀌게 된다.


그리고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아이를 죽인 범인이 교도소에서 출소하게 되고, 이 시점부터 다시 조용하던 케이프 헤이븐에는 새로운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곳이었기에, 허물은 그대로 모두에게 드러났고, 그 중심에 있던 한 아이는 자신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고군분투를 이어나가게 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첫 번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여자아이의 시점, 두 번째는 과거에 집착하는 한 경찰관의 시점이다.


여자아이에게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고, 경찰관에게는 어느 시점에 멈춰있는 과거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결론에 다다라서는 어느 쪽도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고 힘겨운 사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범죄소설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속에는 가족, 자기희생, 첫사랑, 선과 악, 책임 등의 소재들이 풍부하게 녹아들어가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스토리에 빠져들어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무엇보다 중, 후반부에 들어서면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 진짜 범인에 대한 정체는 물론, 숨겨져 있던 다른 진실들이 표면에 드러나며 수많은 의문에서 해당될 것이다.


그 짜릿함을 위해, 이번 기록에서는 특정 단서나 힌트는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 요소 하나하나가 다 이 책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힌트는 모두 과거에 있고, 현재는 이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던 사람이자 그럼에도 스스로를 무법자라 칭하며 자신과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소녀가 부디 미래에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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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저자는 결국 아무 학위도 받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이 일 저 일 전전하다가 열아홉의 어느 날 강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강도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강도가 꺼낸 칼에 옆구리 쪽을 두어 번 찔리게 되면서 전화기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후 강도는 저자의 전화와 칼을 집어 들고 달아나게 된다.


그 후로 저자는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의사는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저자는 그걸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술을 마시고 약을 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자살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자기 계발서를 빌려 보게 되었는데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사건을 글로 써보되 연관된 사람이나 배경, 결말을 바꿔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자신의 주인공으로 여자아이를 선택하면서 그 아이가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저자 자신 역시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는 생각으로 평소 꿈꾸던 지역인 몬태나를 배경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새벽까지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잠도 자고, 쓸수록 더 나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길고 긴 1년이 지나며 미래도 생각해 보게 될 즈음, 한 기사에서 주식 중개인에 관해 읽게 되었는데,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무척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길로 저자는 시청에 이력서를 들고 들어가 말단직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열정으로 주 80시간을 일하며 버티게 된다. 그러다 결국 트레이더 자리까지 가게 되었지만 상사와의 내기에서 200만 달러를 잃게 되면서 결국 직장을 잃게 된다. 그때 나이가 스물넷이었다.


또다시 잠을 안 자고 먹지도 않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차마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약혼을 했고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어쩌면 더 막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술을 마시고 약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몇 년 만에 몬태나로 돌아가 그곳에서 쓰다만 지점부터 연약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그렇게 저자를 살렸고 어떤 것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때 도움은 물론 필요한 토대와 목적이 되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신혼여행에 가서도 일어나서 글을 썼다고 전한다.


몇 년이 걸렸지만 결국 저자는 빚을 다 갚았고 다시금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저자는 서른을 눈앞에 두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데, 주변에서는 미쳤다고들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저자는 더 이상 앞날을 계획하기보다 '지금'을 사는 것이 지금 당장 필요한 일임을 깨닫고 그렇게 실행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삶이 뒤바뀐다.


<나의 무법자>는 저자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큰 성취로, 과거의 그늘 아래에서도 살려고 노력했던 자신의 경험이 모든 페이지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이 글은 지극히 광범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극도로 사적인 이야기이라고 말하며, 범죄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 이를테면 첫사랑, 자기희생, 선악의 개념과 그 중간의 회색 지대에 관한 책임과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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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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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헤이븐

-'안식처와 같은 곶'이라는 뜻의 가상의 마을로 배경이 되는 장소


□각별한 4명의 친구 사이

-스타 래들리, 워크, 마사 메이, 빈센트


■시시 래들리

-일곱 살

-금발머리의 여자아이

-빈센트의 차에 치여 사망

-절벽 끄트머리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힘


■스타 래들리

-시시의 언니

-마사 메이의 절친

-아빠가 다른 아이 둘의 엄마(평생 아이들에게 자기 핏줄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음)

-술과 약에 빠져 살고 있어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김


■더치스

-스타 래들리의 첫째 딸

-열세 살

-동생 로빈을 끔찍이 챙김

-스스로를 '무법자 더치스 데이 래들리'라고 칭함


※더치스는 가계도를 발표하는 숙제를 위해 래들리 가문(엄마쪽)의 뿌리를 추적하다가 수배 중이었던 무법자 빌리 블루 래들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자랑스러운 발견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무법자'라 칭하게 됨


■로빈

-스타 래들리의 막내아들

-다섯 살(여섯 살 생일날을 앞두고 엄마가 사망)


■워크

-열다섯 살 때 시시의 죽음을 목격

-어릴 적 꿈이 경찰

-현재 케이프 헤이븐의 경찰서장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손 떠는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음


■마사 메이

-아버지는 리틀 브룩 미국 성공회 목사

-어릴 적 워크랑 사귀는 사이였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짐

-현재는 변호사로 일함(주로 별거나 가정 문제를 다룸)

-목사였던 아버지가 마사 메이에게 낙태를 종용하면서 워크와도 헤어지게 됨


■빈센트 킹

-워크와 형제처럼 가까운 친구 사이

-시시를 죽인 혐의로 열다섯 살에 수감됨

-시시 혐의로 10년, 감옥 안에서 난 싸움으로 30년으로 연장됨 (과실치사는 살인이 됐으며, 소년은 남자가 됨)


■핼

-스타의 아버지이자 로빈과 더치스의 할아버지

-몬태나에서 농장을 운영 중


■매기 데이

-핼의 아내이자 스타의 어머니

-시시가 죽고 난 후 자살


■뒤부아 서장

-시시가 사망했을 당시 경찰서장


■디키 다크

-부동산을 하고 있으며 케이프 헤이븐에 집을 여러 채 보유했고 카브리요 고속도로 옆에 클럽도 하나 가지고 있음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다님

-현재 래들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도 다크의 집임

-돈을 위해 움직이는 남자


■브랜던 록

-스타의 옆집에 살고 있음

-다리를 살짝 전다.


■밀턴

-정육점 운영

-털보

-스타의 집 바로 맞은편에 살고 있음

-브랜던과는 사이가 좋지 않음

-스타 래들리를 10년 동안 훔쳐보고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옴


■커디

-교도소장

-키가 크고 마른 체격

-우호적이고 친절함


■리 텔로

-케이크 헤이븐 경찰서에서 15년 동안 행정직으로 일함

-때때로 출동 무전 연락을 담당하기도 함


■리키 텔로

-엄마가 리 텔로

-로빈의 친구


■벌레리아

-보조 경찰

-일손이 필요할 때만 경찰서에 출근함


■켄드릭

-의사

-워크의 주치의


■토머스 노블

-할아버지의 집에서 더치스가 만난 남자 친구

-흑인이며 마른 체구


■돌리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의 이웃 여성

-더치스를 예뻐함


■셸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치스와 로빈을 담당하게 된 사회복지사


■프라이스 부부

-더치스와 로빈을 임시로 위탁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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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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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다. 스타 래들리, 워크, 마사 메이, 빈센트 킹은 절친한 사이로 동네에서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였다.


이때 스타와 빈센트, 워크와 마사 메이는 서로 호감을 품고 있는 사이였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들의 관계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 일은 스타의 동생인 시시 래들리를 빈센트 킹이 차로 치어 사망하게 된 사건으로, 이 일로 빈센트 킹은 10년의 선고를 받게 된다. 그런데 빈센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부러 다른 건수를 만들어 수감 기간을 30년까지 늘려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 사이 래들리 가족은 완전히 해체되고(엄마는 자살로 사망, 아버지는 몬태나로 혼자 이주, 스타는 술과 약을 하며 지냄), 마사 메이는 목사인 아버지로 인해 낙태를 함과 동시에 워크와는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빈센트 킹이 마침내 수감생활을 마치고 다시 동네에 돌아오게 되면서 하나 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마치 멈췄던 시계가 빈센트의 출소에 맞춰 다시 움직이기라도 하듯이 과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현재에까지 이어져 계속된다.


스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더 이상 남매를 양육할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첫째 딸인 더치스가 7살 차이 나는 동생 로빈을 엄마처럼 케어하며 지내게 된다.


작은 동네인 만큼 사람들은 래들리 사람들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특히 그녀의 이웃이면서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브랜던 록과 밀턴은 그녀의 그런 상황들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출소한 빈센트 킹이 더치스의 집을 지켜보던 중 다크가 스타의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게 되면서 둘은 마주하게 된다. 폭력적으로 구는 다크를 목격한 더치스는 이후에도 엄마가 다쳐서 돌아오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무법자 더치스의 이름으로 이에 대한 응징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이내 더치스는 한밤중 몰래 다크가 운영하는 클럽을 찾아가 불을 지르고 CCTV 녹화 테이프를 꺼내 달아난다. 이에 다크는 더치스를 찾아와 녹화 테이프를 달라며 협박하지만, 불을 낸 당일 이미 쓰레기장에 버린 테이프는 더치스의 손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어느 날 어떤 이유인지 갑자기 스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이 자리에는 빈센트가 함께 있었는데, 스타의 사망을 신고한 것도 역시 빈센트였다.


이 일로 빈센트는 스타의 죽음의 범인으로 지목받게 되면서 다시 수감되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은 몬태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핼에게 보내지게 된다.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마음을 열지 않는 더치스와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로빈.


한동안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또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두 아이들은 여기저기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은 돌보지 않고 끝까지 동생 로빈을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더치스의 모습은 짠함을 넘어 너무 안타깝게 다가왔다.


한편 마을 경찰서장이지만 스타의 살인사건에서 배제된 워크는 두 아이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절친이었던 빈센트를 위해서도 여러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워크는 범행 현장에 빈센트가 있었지만 스타를 죽인 범인은 빈센트가 아닌 다크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빈센트였기에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빈센트는 마사 메이를 변호사로 선임해달라고 워크에게 요청하게 되고 이에 워크는 오랜만에 마사 메이를 찾아가 이런 상황들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한 팀이 된 마사 메이와 워크는 용의자에 올려둔 사람들의 행적과 과거를 캐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 뒤에 또 다른 죽음,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너무 먼 길을 돌아온 더치스의 여정이 너무 가엽게 느껴진다. 더불어 그들과 얽힌 이들의 삶이 너무 처연하게 다가온다.


30년 전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모든 사람들은 순리대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사랑하는 연인과 애달픈 이별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곱 살 시시의 죽음은 그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중반까지는 인물과 배경을 이해하는데 집중해서 읽고, 중후반에는 사건의 핵심과 전개 양상에 집중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추리력을 더해 진짜 범인의 정체를 파헤쳐 보며 사건 파악에 몰두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직접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반전 내용, 사건 등의 내용은 불가피하게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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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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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똑같은 밤이 이어지며 소녀를 완전히 삼켜버려, 더치스는 두 번 다시 낮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다른 아이들이 보는 방식으로는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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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처럼 다가오는 문장이나, 사실 따져보면 이미 시시가 죽은 이후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머니를 거쳐, 더치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되면서 더 이상 더치스의 삶은 다른 아이들과 같을 수 없었다. 실제로 갈수록 현실은 더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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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는 빈센트 킹과 디키 다크를 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소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챕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소녀는 그들이 다시 나타나리라는 것을, 자기 인생 이야기의 반전이자 날카로운 침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소녀는 피곤했다. 일 때문도 잠 때문에 아니었고, 그저 내면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지독한 증오 때문이었다.

225~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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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열세 살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증오와 시련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겁을 먹기 보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올랐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독기로 버텨냈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이 홀로 견뎌야 하는 고독과 증오를 안고 살아가느라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이 부분은 그런 소년의 내면에 대해 살짝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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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마음을 놓아버린 자신을,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그렇게 빠져버린 자신을 저주했다. 소녀는 분노를, 뜨거워서 몸이 뒤틀리는 분노를 기억했다.

3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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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으로 옮겨와 살면서도 동생과는 다르게 더치스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잘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분노와 독기를 내뿜으며 살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애정을 퍼붓는 할아버지로 인해 소녀의 마음도 서서히 풀어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할 무렵, 결국 그것마저 허물어지는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일로 더치스는 분노를 자신에게 쏟아내게 된다. 방심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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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는 자신이 진실과는 다른 색을 칠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뼛속 깊이 느꼈다. 빈센트 킹은 죄가 없었다. 그리고 워크는 그걸 우연에 맡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더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멀리까지 왔고, 자기 영혼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대도 끝까지 갈 작정이었다.

4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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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점에서는 스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빈센트 킹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었다. 그런데 워크와 마사 메이가 수사를 지속할수록, 그리고 수상한 빈틈이 생겨날수록 어쩌면 범인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과거에 빠져 사는 워크라지만, 단순히 어릴 적 절친이었다는 이유로 빈센트를 감쌀 워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크는 자신의 몸을 돌보기 보다, 끝까지 갈 작정으로 수사에 돌입한다. 자기 자신과 스타, 빈센트 그리고 핼, 마지막으로 두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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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내가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5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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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내용을 알고 읽으면 엄청 멋있고, 감동적인 문장이다. 아이들을 위해, 스타를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안고 가는 빈센트가 남긴 문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더치스를 위해 빈센트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러나저러나 나중에 진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상처받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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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빈센트는 감방에서, 교도소장에게서, 수감자들과 굵은 철조망 울타리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작은 소녀에게서는 결코 떠나지 않을 터였다.

5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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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마음으로는 작은 소녀인 더치스를 깊이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아이를 보듬어 주고 사랑해 준 어른은 없었다. 아니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이는 늘 혼자 고군분투하며 어머니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늘 홀로 노력했다. 빈센트는 자진해서 죄를 뒤집어썼고 그렇게 형이 1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감방이나 교도소장, 수감자들과 같은 것들은 빈센트 자신에게 하등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자신과 아이들 사이를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기에 아마 기꺼이 형이 더 길게 살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마음속으로는 늘 더치스를 생각하고, 또 그녀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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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몇 달은 길고 힘들었으나 더치스는 새로운 환경이 도움 된다는 걸 발견했다. 소녀는 핼이 전에 말했듯이 숨쉬기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고, 그 모든 것이 아프기는 했지만 시간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5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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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앞선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더치스는 새로운 환경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인 스타와 살다가 할아버지인 핼의 집으로, 거기에서 위탁가정 프라이스 부부 집으로, 그러다가 청소년 지도원, 마지막으로 돌리네 집에서 머무르는 여정을 이어나가며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아프고 또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시간의 힘을 빌어 서서히 다시 살아갈 힘도 얻게 된다.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 일상을 이어가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일까지. 쉽지 않았지만 한 발 한 발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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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자기가 잃은 모든 것을 생각하며, 그리고 동생이 얻은 모든 것을 생각하며 울었다.


더치스는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동생에게 작별을 고했다.

5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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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가 복수를 위해 잠시 동생 곁을 비운 사이, 동생이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을 알게 된 더치스.


동생이 그토록 원하던 가정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본 그녀는 동생의 행복을 위해 결국 동생과의 작별을 선택한다.


이후 언젠가 누군가를 통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더치스가 이때 이 순간의 결정을 얼마나 후회할지, 또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가 눈에 선하게 보여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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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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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에 따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워크는 모든 사고가 과거에 머물러 있어 환경은 물론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 시점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반면, 더치스는 현재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치스에게 과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오늘을 온전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동생을 돌보고, 엄마가 오늘을 별 탈 없이 무사히 넘기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그리고 내일은 부디 동생과 자신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다르게 현실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계속 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현실을 더치스를 통해 보게 된다.


하나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시간과 사람을 타고 넘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후반부에 이르면 복수와 증오가 어느새 용서와 포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숨겨진 에피소드 덕분에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범죄와 깊이 연관된 소설이지만, 그 안에 꽤 많은 주제를 담고 있어 단순히 좋다 나쁘다고 구분 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이유로든 더치스에게만큼은 냉혹한 현실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스로를 무법자로 칭하며 살아남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더치스와 가까운 이들의 안타까운 실수와 상황을 모두 목도한 워크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꾹꾹 눌러 둔 감정의 파고를 마음껏 터트려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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