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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평점 :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이 듦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재미있는 제목을 가진 책 한 권을 만났다. 실제로 이 책을 쓴 작가의 나이가 90세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영 허튼소리는 아닌듯하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유쾌하고 매우 현실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물건을 미리 정리하자는 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데스 클리닝'이라고 하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상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미니멀라이프나 정리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만, 저자는 현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죽음'을 대비한 물건 정리라는 개념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삶 전반을 더 자각하게 만들어 허투루 시간을 쓰기보다 의미와 가치로 채우고 싶게 만든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90살 된 스웨덴 할머니가 전하는 무겁지 않은 인생 조언이 가득하다.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란 무엇인지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한다.
덕분에 당사자는 물론, 나이가 많은 부모를 둔 자녀 입장에서도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매일 매 순간을 가치 있는 인생으로 채우고 싶은가, 나이 듦이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는가, 미래를 조금 더 즐거운 인생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삶의 방식을 우리 삶에 적용해 보자.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행복한 오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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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르가레타 망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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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에서 100살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85세의 나이에 데뷔작인 베스트셀러 <내가 내일 죽는다면>을 썼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물건을 미리 정리하자는 스웨덴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을 소개해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으며 지금은 자신의 데스 클리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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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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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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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짓타의 부탁은 간결하면서도 다정하고 논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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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떠나지 않기 규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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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때는 쓰레기를 가지고 나가라. 빈손으로 움직이지 말라. 집에 돌아올 때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우편물을 꺼내라! 빈손으로 움직이지 말라.
또 다른 친구 마리아에게는 집 안 물건들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규칙이 있었다. 바로 집에 새 물건이 하나 들어오면 헌 물건 하나를 내보내는 것이다. 나눔이든 기부든 판매든 재활용이든, 타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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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떠나지 말자. 이 지구를, 그리고 우리의 삶 역시.
늘 깨끗하게 청소하며 살자.
62~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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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라서인지 유난히 더 공감 가는 문장이었다. 집을 들고날 때 내 손에는 항상 무언가가 들려있다. 분리수거 용기나 쓰레기들을 가지고 나가거나 들어올 때는 택배나 우편물을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 중복되는 물건들은 하나 둘 정리하며 공간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예전보다 더 환하고 깨끗해진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실천해 보면 공간을 비우는 일이, 청소하며 사는 일상이 얼만 행복한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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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주변의 젊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아주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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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프다고 또 징징대지 말라. 자주 전화하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마라. 그저 질문하라. 그리고 들어라. 관심이 없더라도 있는 척해라. 배부르게 먹이고, 가서 삶을 즐기라고 말해주어라.
그러면 그들은 계속 전화하고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당신이 있는 곳을 좋은 곳으로 여길 것이다. 당신이 그들의 부모보다 내어줄 시간이 많다면 특히 더.
121~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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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즐겁게 나이 드는 비결 중 하나로, 젊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꼽았다. 그리고 그런 젊은 사람들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라 말한다.
나의 상태나 아픔을 호소하기보다, 그들에게 그저 질문하고 관심이 있는 것처럼 대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당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전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생각과 고집에 갇혀 타인에게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자가 제안하는 이 방법을 일찍이 실천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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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디저트로 초콜릿 바를 한 입 먹을 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재채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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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가 멈추자마자 나는 바로 한 입을 더 먹는다. 내 나이쯤 되면 가끔 이렇게 생각해 버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173~1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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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범주를 넓히고, 마음을 여유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러려면 '그러거나 말거나'와 같은 마음가짐은 필수 아닐까?
사소한 것에 목숨 걸기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행하면서 사는 태도! 거기에서 행복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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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어떤 루틴이든, 아무리 괴로운 루틴이라도 사랑스럽게 만들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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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비결은 일상의 루틴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다고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지, 심지어 몇 주 후에 내가 과연 살아 있을지조차 불투명하지만 나의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나는 나의 하루하루와 일상의 루틴을 사랑스러운 문제로 바라보려고 한다.
1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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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을 사랑스러운 것으로 만들 방법을 찾아 실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건강하고 유익하게 사는 방법이라 말하는 저자.
나이가 들수록 삶은 더 단조로워진다. 그리고 그 단조로운 일상을 생기 넘치고 사랑스러운 문제로 바라볼 것이냐 아니면 불평불만이 가득한 인생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멋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부터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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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안다. 행복은 젊은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셨다.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여든이 넘었다면 일흔여섯의 상대도 젊은이다. 그것 또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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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내 나이의 사람들이 이미 겪고 극복해 온 문제와 걱정들을 안고 있다. 그러니 젊은이들을 곁에 두는 것은 어쩌면 젊었던 시절의 자신을 잊지 않고 다시 기억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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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버린 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죽기 시작하는 거다. 그러니 나는 멈추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해 볼 것이다.
196, 1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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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을 가까이에 두고 나의 젊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복기하는 것은 어쩌면 계속해서 꿈을 꾸고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으레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무엇을 하기에 결코 늦은 때란 없다.
젊은 시절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여유가 있는 노년에 다시 도전해 보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은 저절로 찾아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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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클리닝을 실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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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이 너무 많으면 찍은 걸 후회하는 사진부터 정리를 시작하라. 그런 다음 중복된 사진을 정리한다. 결혼식이나 파티, 졸업식에서 서른네 장을 찍었다면 세 장 정도만 간직하고 나머지는 주인공에게 보내거나 직접 전해주어라.
■부엌 찬장
식료품을 쇼핑할 때 이렇게 생각하자. '내가 이 콩을 먹을까? 이 단단한 두부는? 결국 버리게 되려나?'
■책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아직도 책장에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헌책방에 팔거나 도서관, 학교, 책 읽기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부피가 큰 가구
종이와 펜, 포스트잇을 들고 가구로 가라. 처음에는 하루에 30분이면 적당할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하루에 한 시간. 무엇이든 해내고 나면 맛있는 커피나 케이크, 따뜻한 샤워나 목욕 등의 보상도 잊지 말라.
■메모하기
물건들을 정리할 때 노트와 펜을 챙겨라.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집 안 구석구석에서 나중에 줄 수 있는 선물들을 발견하다 보면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 밤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두지 않으면 그 좋은 생각들도 금방 잊어버린다. 물건을 받을 사람의 이름과 왜 이 물건이 누군가에게 완벽한 선물이 될 것 같은지 포스트잇에 적어놓아라.
■70년대 화장품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할 때 쓰레기봉투에 한꺼번에 넣어버리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주민 센터에 연락해 물건들을 어떻게 처분하면 좋을지 물어라.
■약
먹던 약은 약국으로 가려가라.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특히 더.
■개인 서류
오래된 편지나 엽서를 읽으며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날 좋은 기회다. 추억을 즐겼다면 편지와 엽서를 문서 파쇄기에 넣어라. 그리고 그 경쾌한 소리를 감상하라.
■감성적인 물건
많은 사람이 공간이 부족해 물건을 정리하고 싶어 하지만 그 물건에 깃든 추억 때문에 쉽게 처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리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면 사진을 찍고 물건은 버려라. 버리기 전에 물건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도 좋다.
시간을 들여 데스 클리닝의 모든 과정을 끝내고 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데스 클리닝은 결국 죽음이 아니라 정리 정돈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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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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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망누손 할머니가 전하는 인생 조언에는 어딘가 모를 경쾌함과 실천력이 돋보인다. 억지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아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
정리는 습관이자 물건에 대한 애티튜드라 말할 수 있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필요 없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리하는 것, 거기에 핵심이 있다.
마지막 부록에 담긴 데스 클리닝을 실천하는 법 중에 나 역시 이미 실천해 본 부분이 있는데, 사진, 책, 약, 개인 서류(추억 물건)를 처리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물건을 원래 잘 못 버리는 스타일이라 꼭꼭 끼고 살았는데, 어느 날 물건을 꼭 소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비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지금은 몇몇 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다 비운 상태다. 다만 여전히 '조금만 더'를 외치는 물건들은 억지로 나에게서 떼어놓지 않는다. 언젠가 비우자는 결심이 서면 그때 확실히 비울 결심만 가지고 있다.
나의 삶과 인생을 제대로 정리하며 사는 것, 물건 정리는 갑자기 닥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인 동시에, 나의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이 떨어져 나가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없이 행복에 투자하다 보면, 결국 삶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