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1~2 세트 - 전2권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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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을 통해 배운 생명존중과 삶의 태도!"



제목을 처음 보고 막연히 판타지 소설이라고만 생각하며 읽었는데, 읽다 보니 이런 요소들은 그저 거들 뿐,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DNA 복제 실험, 캣맘, 고양이 사체 훼손, 이익을 위해 생명을 쉽게 거두는 행위 등의 소재는 요즘 뉴스에서 흔하게 보는 이야기들이라 더 마음 깊이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소설은 어쩐지 고양이의 모습과 입을 통해 인간사의 모순과 생명경시, 이기심에 대해 꼬집고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까지 총 2권 세트로 구성된 이 책은 어쩐지 3권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책으로 '아홉 번 다시 태어나는 고양이의 특별한 능력'과 '천 년 집사'라는 판타지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1권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고양이, 그리고 기본 배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2권에서는 본격적인 천 년 집사들의 각성과 더불어 이들의 능력 향상을 저지하려는 이집트 전설 속 고양이 '라의 전사들'에 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여기에 더해 예비 천 년 집사들과 고양이들 사이의 숨겨진 인연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끈끈하게 우정을 다져나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이들의 복잡한 사정과 정체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때만큼은 두 눈 크게 뜨고 집중해서 읽기 바란다.


자칫 잘못하면, 몇 번의 환생을 거듭한 고양이들의 정체가 헷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계도를 그려가며 읽거나 메모를 통해 환생한 고양이의 정체를 체크해 가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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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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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이에 오래도록 내려오는 전설

천년에 한번 나오는 인간 집사가 억압받는 고양이들을 구원하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이 전설처럼 내려옴.


※고양이라고 하면 '고양잇과'에 속하는 모든 종류가 포함됨 (고양이, 호랑이, 삵 등)



■태양신 '라'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태양신 '라'의 헌신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아홉 번 다시 태어나는 고양이의 능력

고양이는 업을 쌓아 아홉 번 다시 태어날 수 있는데, 환생할 때마다 회차가 올라가고 그만큼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다. 또한 이렇게 쌓인 능력치를 천 년 집사 후보에게 전달할 수도 있는데, 서로의 입을 통해 건네줄 수 있다.



■회차별 특징

-첫 번째 생: 고양이가 가진 모든 능력, 이를테면 유연한 신체적 특징을 얻을 수 있음.

-두 번째 생: 경계의 언어를 얻을 수 있음. 고양이의 말뿐 아니라 생명들의 다양한 언어, 더 넓게는 바람에 실려 오는 지구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세 번째 생: 존재의 과거를 볼 수 있고, 눈동자를 통해 죄도 들여다볼 수 있음



■천 년 집사가 백 년 고양이를 찾는다는 것의 의미

천 년 집사가 백 년 고양이를 찾게 되면, 아홉 가지 고양이 능력치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능력을 얻은 인간 집사는 마침내 억압받는 고양이들을 구원하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게 된다.


길냥이들은 물론, 인간들에 의해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세상의 모든 고양잇과의 동물들이 안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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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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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연주

-인간 캣님, 말하는 츄르, 하악질계의 시조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고양이들이 그녀를 따름

-현재 두썸띵 동물 병원의 원장



■이고덕

-경찰

-분홍이의 집사

-엄마와 아기 고양이 '째째'를 죽인 범인을 찾고 있음

-아기 고양이가 죽으면서 넘긴 생명력으로 고양이 언어를 할 수 있게 됨

-천 년 집사 후보 중 한 명

-천 년 집사가 되는 것이 소명



■윤서준

-테오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배다른 형

-미국에 있을 때 동물 복제 연구소에서 비밀 개체 연구에 참여함

-동생 테오를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왔고, 현재는 두썸띵 동물 병원에서 근무 중



■윤테오

-열여덟 살 소년

-백호 티그리스가 죽을 때 능력을 전달받아 5단계의 능력을 얻게 되었고, 덕분에 고양이 언어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됨

-천년 집사 후보 중 한 명

-백 년 고양이를 찾는 것이 소명



■지윤

-과거 직장부터 현재까지 연주의 10년 차 동료

-현재 두썸띵 동물 병원에서 근무 중



■위진호

-두썸띵 동물 병원 수의테크니션 신입 직원 중 하나

-행동이 굼뜨고 일을 제대로 못함

-고양이 학대범이자 살인미수범



■정선생

-두썸띵 동물 병원 수의테크니션 신입 직원 중 하나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함

-위진호에 의해 살해당할 뻔함



■함성혁

-살인자

-천년 집사 후보 중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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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동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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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연금강

-불계의 입구를 지키는 엄청난 힘을 가진 금강역사 중 하나

-사찰 금강문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음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



□밀적금강

-불계의 입구를 지키는 엄청난 힘을 가진 금강역사 중 하나

-사찰 금강문의 왼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강력한 힘을 지닌 지혜의 무기인 금강저를 가지고 있음

-입을 다물고 있는 형상



□분홍이

-코에 분홍색 반점이 있는 회색 고양이

-집사는 이고덕

-진짜 정체는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한 고양이

-힌트: 밀적금강

-생을 거듭하며 여러 이름으로 불렸음



□누룽지

-분홍이의 엄마

-전 이름은 '제일빌딩'

-고덕이 누룽지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집사가 됨



□줄무늬

-고덕이 살고 있는 동네 길고양이 중 대장

-환생 3회차

-본명은 '랑카'



□메리

-고덕이 살고 있는 동네의 길고양이 중 하나

-환생 2회차



□할멈

-눈먼 고양이지만 감각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음

-시장통에서 '막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돌보며 살고 있음



□삭정이

-고덕에게 목숨 빚을 진 삵

-환생 6회차



□아누비스

-영혼의 수호자라는 뜻

-아비시니아 고양이(이집트 벽화 고양이라고도 불림)

-라의 전사들 중 하나



□보마니

-전사라는 뜻

-아비시니아 고양이(이집트 벽화 고양이라고도 불림)

-라의 전사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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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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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테오, 살인범(성혁)은 천 년 집사 후보들로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성을 하게 된다. 고덕은 엄마와 함께 죽임을 당한 아기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하다가, 테오는 배다른 형 서준의 실험실에서 근친 교배로 태어난 백호가 안락사 당하는 현장에서 불어 넣은 마지막 호흡으로, 마지막으로 살인범은 새끼 고양이를 찌르다 우연히 반쪽짜리 능력을 얻으면서 이들의 천 년 집사 삼파전은 시작되게 된다.


더불어 회차를 거듭하며 천 년 집사 후보들과 연을 맺게 되는 고양이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활발해지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집트에서 찾아온 라의 전사들로 인해 이야기는 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과 재미를 위해 일부러 사람 동물 가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내놓아도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미스터리와 추리, 적절한 유머러스함에 더해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여기에 더해 회차를 거듭하며 환생하는 고양이들의 정체를 파악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는 정점에 달하게 된다.


2권의 후반부에는 1권에서 밑밥처럼 던져놓은 사실관계를 속시원히 풀어주는 대목이 많은데, 결론에 다다라서는 명확히 누가 '천 년 집사'가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어쩌면 후일담처럼 3권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룽지와 함께 떠난 테오, 새로운 힘을 각성한 고덕, 마지막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살인범까지. 이들의 앞날은 물론, '천 년 집사'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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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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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이란 동물은 탈을 뒤집어쓰지 않고도 돌변한다.

1권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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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이는 동시에 깊은 공감의 감정을 느꼈다. 인간이라는 동물들은 어쩜 그리도 파렴치 한지, 탈을 뒤집어쓰지 않고도 자기 이익에 따라 언제든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그런 모습에 인간인 나 역시 치가 떨리고 그 때문에 인간이 싫어질 때도 있는데, 인간 외 다른 동물들이 봤을 때는 아마 더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상황이나 감정들을 고양이들의 대화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그런 문장들을 마주할 때마다 반성과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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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고양이에게 자유는 프랑스 혁명과도 같은 거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가장 먼저 부르짖은 게 이 자유였어!"

1권 2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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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 내용을 읽으면서 순간 빵 터졌다. 어찌나 재치 있는 문장인지. 실제로 고양이들 입장에서는 틀린 말도 아닌지라 웃어넘기면서도 길게 여운이 남았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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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광기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 내리지 않은 채 몰아붙이는 대로 흘러가고 싶지 않았다. 제멋대로 이름표를 붙여 넣고 이게 악이고 이게 선이다 갈라놓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건 인간이든 동물이든 따르고 싶지 않았다.


대의를 위해 희생시켜야 하는 작은 목숨 따위라는 건 더 이상 고덕에게 없었다. 작은 생명을 키우고 그 생명과 함께하게 된 그의 인생에 하찮은 목숨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1권 3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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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상황에 휩쓸려 의도하지 않은 일을 행할 때가 있다. 그런데 고덕은 여러 광기에 휩싸이는 와중에도 생명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흔들림이 없었다.


한 번쯤은 유혹에 빠져들거나 거저 주는 능력치에 혹할 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것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단호히 맞서며 작은 목숨도 소중히 대했고, 빚진 목숨 값조차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런 고덕을 보면서 경찰이라는 직업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어쩌면 고덕이야말로 '천년 집사'에 진짜 적합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어쩌면 이런 성정 때문에, 분홍이 그토록 오랜 시간 환생을 거듭하며 고덕을 만나러 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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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일부일처제가 있다면 고양이에겐 '일묘일집사'란 제도가 있다. 고양이는 밥 준 이를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친절히 잠자리를 내준 이도 경계한다. 오직 제 마음이 가는 이만이 자신을 주인으로 섬길 집사라 생각한다. 인간의 착각과 달리 고양이는 그들이 돈을 주고 사 오든, 길에서 주워 오든 절대 소유되지 않는다. 고양이는 오직, 스스로 간택할 뿐이다."

1권 3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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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습성을 떠올려 봤을 때 어딘가 모르게 그럴싸해 보이는 문장이다. 개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고양이 하면 떠올리는 단어는 '도도함'이다.


그렇게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 어쩌면 고양이 입장에서 이 문장은 '사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에게만큼은 진실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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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갖춘 삶이란 존재하지 않아. 힘이 있든, 힘이 없든 의지가 있다면 바꿀 수 있다.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기 전에 너희가 달라져야 한다."

2권 2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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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하는 말인데, 왜 인간들인 우리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우리 삶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말이라, 가슴에 새겨놓고 이 문장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일단 의지를 불태워 보는 것, 그리고 삶이 바뀌기를 바라는 만큼 스스로 달라지려 노력하는 것! 일단 그렇게 한발씩 내디디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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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결국 사는 동안 숱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 그 시간이 찬란하든 비루하든.


그리하여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 채 오직 그 기억만을 선물로 안고 떠나는 것.


밀적에게 이 생의 선물은 분홍이란 이름, 그리고 고덕이었다.

2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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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삶이란 뭘까?'라는 질문을 건넨다면, 이 문장으로 답을 대신해 보면 어떨까 한다. 사는 동안 소중한 사람들과 숱한 시간을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떠날 땐 오직 그 기억만을 선물로 안고 떠나는 것!


삶을 대단한 뭔가로 채우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삶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무엇을 찾거나 채우기 위한 여정이 아니다.


불행했든 행복했든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한 기억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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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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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서인지 유독 잔인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캣맘 이야기라던가 동물들을 학대하는 이야기의 경우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히 재현되는 느낌이다.


추운 한겨울에 꽁꽁 얼어 죽은 아기 고양이라던가, 캣맘이 사라지고 난 후 도망가거나 굶어죽은 고양이들, 사람을 피해 더러운 하수구에서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애처로운 모습, 또 고양이에게 화풀이하듯 온갖 폭력과 학대를 자행하는 모습에 더해 동물복제 실험까지.


그동안 사람의 입장에서만 보아 왔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고양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온갖 것들이 다 위험요소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물며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조차 고양이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중성화 수술 후 고양이의 귀 한쪽을 자르는 행위가 그들에게는 어쩌면 어떤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 여타 부정적 의미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처음 해보게 됐다.


물론, 정확한 개체 수 파악과 생태교란을 막기 위해 인간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행하고 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 번쯤은 다른 관점에서 검토해 보고 여러 대안들을 마련해 볼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이런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얻게 된 고양이들의 언어 덕분에 고양이와 소통하게 된 세 명의 집사들은 또 마침 고양이들의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천 년 집사'의 후보들이었다.


덕분에 여러 고양잇과 동물들과 인연을 맺게 되고 여러 우여곡절을 많이 겪게 되지만 덕분에 관계를 맺는 법, 인연을 이어가는 법, 작은 생명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교훈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깨달음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삶과 생명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사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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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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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잠비나이'라던가 '김보미'라는 사람을 나는 모른다. TV를 자체를 안 본 지 오래된 데다 선택적으로 몇 가지 프로그램만 꼽아서 보고 있는 터라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TV 프로그램은 물론 출연진까지 죄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어서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장르를 동시에 하고 있는 삶은 어땠을지,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이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살펴보고 나면, 거기에서 얻는 용기, 희망, 감동, 에너지, 영감 등이 나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 때가 많은데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김보미가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해금을 만나서 성장하게 된 이야기, 여기에 더해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멤버로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해금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해금과 친해지게 된 과정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는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탄생 비화와 무대 뒤의 이야기들, 그리고 국내외 행사를 통해 마주한 뮤지션들과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처음 국악과 인연은 맺은 것은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난 이후부터로, 판소리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면서 판소리를 쫓아 국악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해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좀처럼 정이 붙지 않아 한동안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에 비례하게 실력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스승님을 만나게 되면서 해금에 대한 애정은 물론 실력도 쑥쑥 커가게 된다.


그렇게 해금에 대한 애정과 실력이 늘어가던 와중, 저자는 몇몇 좋은 기회들을 만나게 되고 그 기회를 잘 캐치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연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것이 발전하게 되면서 독특한 음악을 하는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가 되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국악과 록의 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국악 쪽에서도 록의 분야에서도 잠비나이는 이방인과 같은 취급을 당하면서 섞여들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면서 잠비나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개척자로서 인정받게 된다.


해외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그렇게 인기몰이를 하게 되면서 이들은 마침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저자는 지금도 해금의 두 줄 사이를 오가며, 전통과 미래 양극단의 음악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면 그토록 완전히 다른 음악을 동시에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지루할 틈 없는 다채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처음에는 음악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의상만큼이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통음악과 록밴드 음악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내심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잠비나이의 '소멸의 시간' 영상을 검색해 봤는데, 그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야 비로소 확장성 개념의 음악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괜한 편견에 사로잡혀 시도하지 않아서 몰랐을 뿐, 사실은 다양한 조합으로 놀라운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잠비나이가 보여준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나가면서, 또 한편에서는 익숙한 것은 부수고 낯선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삶은 물론 음악 세상까지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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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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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해금 연주가. 중학교 때부터 해금을 시작해 30년 넘게 연주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무형 유산 제44호 삼현육각 이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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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해 가는 과정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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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판이 없는 해금을 연주하는 것처럼 허공을 휘적거리듯 중고등학교 내내 해금에 안착하지 못했다. 카랑카랑하고 얇고 높은 해금의 음색이 낯설고 싫기도 했던 것 같다. 해금 소리 자체에 애정이 안 생기니 연습 시간의 대부분은 판소리를 듣거나 과거 그 음악이 흐르던 풍경을 망상하며 보냈던 것 같다. 머릿속에서 흐르는 음악과 풍경과 내 손으로 마주하는 해금 소리의 간극이 너무 컸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노래를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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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성공한 이들을 두고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은 그런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보면, 처음부터 재능을 타고났던 건 아니었던 듯하다. 판소리에 매료되어 국악의 길에 들어섰지만, 막상 의지와는 상관없는 해금을 선택하게 된 후로 한동안 방황했던 듯하다.


아니, 단순한 방황을 넘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고 표현한 걸로 봐서는 중도에 포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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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 음악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

산조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한 장단 한 장단이 그러해야 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서사를 부여했다.

(...)

감정의 스펙트럼을 세세하게 분류해 산조에 늘어놓았다. 나만의 해석법을 찾은 것이다. 산조의 서사를 나름대로 완성하니 정지해 있는 듯 느껴지던 정악에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정리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았다. 해금이, 음악이 내게로 오는 나날이었다. 연주 자체에 재미가 붙으니 연습 시간이 즐겁고 부족하게 느껴졌다.

3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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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없는 채로 그냥 포기했다면 지금의 잠비나이는 물론 해금 연주가 김보미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음악을 자신의 식대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서사를 부여하고 이유를 찾았다.


그렇게 나만의 해석법을 찾으니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고, 연주 자체에 재미가 붙으면서 연습 시간은 저절로 늘어났다.


이런 방식은 우리 삶에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랑 맞지 않는다고, 흥미가 없다고 쉽게 포기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 흥미를 불어 넣는다면, 어떤 것이든 발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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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 점 하나 찍기가 두려워 망설였는데 어느새 스케치북 한 권을 다 채웠다. 이 미술원 수업을 통해 나는 분명 이전과는 달라졌다. 내 주변에 한정된 자원을, 즉 같은 것을 새롭게 보는 시선이 예술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날 운명처럼 오는 것이 아닌 꾸준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도 안 되는 호기로 미술원 수업을 신청했지만 결국 A+의 성적을 받아내며 학기를 마쳤다.

(...)

영감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영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늘 새롭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멋진 작품으로 완성하는 힘은 꾸준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아티스트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72,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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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점 하나 찍기가 두려울만큼 망설여지는 일이다. 하지만 작은 도전과 시도는 결국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이라는 자원을 안겨준다. 저자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꼭 예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새롭게 보는 시선과 꾸준함이라는 무기는 우리를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이끌어 준다. 지금 당장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기에 앞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한정적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더 먼저 고민해 보고 그것을 꾸준함이라는 시간에 버무려 투자한다면 기대한 것 이상의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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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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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새로운 무언가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상극처럼 느껴지는 극과 극의 음악을 하면서도 양쪽 모두에 인정받으며 사는 저자의 삶과 음악에서 힌트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창조하기 이전에 저자가 투자한 시간과 방향성에서 큰 힌트를 얻었는데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눈, 그리고 낯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함이라는 이름으로 노력한 시간들이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저자는 지루함을 탈피하고 흥미와 재미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들이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긍정은 긍정을 불러오고, 부정은 부정을 불러온다고 했던가? 한번 붙은 긍정의 불씨는 자발적으로 연습을 이어나가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실력은 날로 늘어가기 시작한다. 덕분에 후에 기회가 왔을 때 저자는 그 기회를 거침없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특정 길이라는 게 없다. 그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그렇다면 저자처럼 한 번쯤 나만의 길을 개척해 보는 것도 꽤 멋진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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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와 윤리 교과서의 사상가들 - 논술과 수능이 강해지는 사상가 40인의 핵심 개념
김종익 지음, 문종길 감수 / 책과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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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지루하고 재미없어 별 흥미를 가지지 못했던 학문 중 하나가 바로 윤리, 사상, 철학 등과 같은 학문인데, 오히려 성인이 된 후에 더 즐겨 하게 된 것 같다.


아마도 쉽고 흥미진진하게 쓰인 다양한 책들을 만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 때문에 뒤늦게 철학자나 사상가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윤리나 사상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수확은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별 거부감 없이 나의 의지에 따라 이와 관련된 책들을 스스럼없이 접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 책도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반은 흥미로웠고 반은 좀 지루하게 다가왔다. 부재를 보면, 수능과 논술 준비를 위한 입문서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좀 딱딱하게 다가왔달까?


각 사상가를 소개하는 초입 부분, 그러니깐 어린 시절에 대한 내용이나 사상가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윤리와 사상을 설명하는 부분에 들어서면 어딘가 모르게 입에 짝! 붙는 느낌이 들지 않아 겉돌게 되었다.


실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깔끔하게 정리된 노트를 보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총 4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서양 철학과 동양 사상을 함께 담고 있는 책으로 사상가들을 개별적으로 소개하면서 이들이 추구했던 개념과 사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형태로 서술하고 있다.


초반에는 인물의 어린 시절이나 배경 정보에 대해 전하고, 중후반에는 이들의 윤리와 사상을 인용문과 함께 기재하고 있으며, 마지막 결론에는 주요 개념을 다시 한번 요약정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소개하고 있는 동서양의 철학자 비율을 살펴보면, 서양 철학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아마도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아래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사상가들의 철학 중 유독 시선을 끌었던 한 사상가에 대한 글로 우리 모두에게 인상 깊은 메시지가 될 것 같아 가져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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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모든 존재는 하나의 선이므로 타락하지 않으면 '큰 선'이고, 타락하면 '작은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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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악은 신의 창조물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인 신은 자신의 섭리(의지)에 따라 이 세계를 위계질서에 따라 선하게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은 인간에게 이성과 자유의지를 주었지만, 중간적 존재인 인간이 신의 뜻을 섬기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섬기기 위해 자유의지를 남용함으로써 타락하게 되었고, 이런 행동이 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질서를 깨뜨리게 되었으며, 이것이 곧 악의 기원이라고 주장한다. 즉 악이란 인간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남용한 결과이며, 선의 결핍이라는 주장이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악이란 '선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선이 결핍된 상태'이거나 마땅히 있어야 할 선이 '빼앗겨진(박탈된)' 상태이다. 신은 이 세계의 모든 인간과 나머지 모든 피조물을 선하게 창조했을 뿐이다. 따라서 선은 악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악은 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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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성선설과 성악설이 내 안에서 자꾸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성선설에 더 무게가 쏠려있었는데, 요즘에는 원래부터 양심 없고 도덕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부딪치면 반사적으로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일부러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많고, 또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반성은커녕 되레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보면서 악하게 태어나 악하게 자라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을 슬며시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위 문장을 읽고 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나쁜 일들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 납득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악'은 창조된 게 아니라, 사실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며 그것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그리고 타인에게 함부로 해를 가하는 행위 모두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대체 언제부터 인간들은 이렇듯 선을 넘게 된 것일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사상을 되짚어 보고, 이를 현실에서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로 선의 결핍과 자유의지의 남용을 바로잡는 것 말이다.


타락한 인간들이 득실거리는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앞으로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 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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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음에 닿는 건 예쁜 말이다
윤설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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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통해 체득한, 관계를 잘 가꾸는 방법!"



제목을 보고 마음을 움직이는 예쁜 말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됐는데, 막상 읽어보니 '말'보다 '관계'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책이었다.


물론 그 안에 말이 주는 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는 했으나 일단 기본적으로 '관계'에 대한 내용이 기본 베이스임을 알고 책을 살펴보면 더 좋을듯하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깨달은 현명한 관계를 가꾸는 방법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내용들을 서술하고 있어서인지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꽤 많았는데, 아래는 그중에서도 특히 더 와닿았던 문장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때때로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보다는 타인을 더 우선시할 때가 있다. 또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관계를 꾸역꾸역 참아가며 이어나가는 때도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핵심은 우선 나 자신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것과 관련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타인과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도 함께 제시하며, 자기 자신의 안위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까지 건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

어려운 길은 나를 거친다. 한 번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생각을 거친 뒤 입 밖으로 나온다. 그 과정에서 어두운 감정이 조금씩 묻을 수 있다. 그 또한 나인 거다. 이렇듯 생각이 흘러넘치는 말이 전해져야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비로소 진짜 나를 알게 되는 것이다.


남을 존중하기 전에 나를 존중해야 한다. 솔직함이 관계를 끊어낼까 두려운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혼자 감당하는 게 더 외로운 일이다. 나를 설명하고, 이해받고,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일. 아름다운 관계엔 '진짜 나와 당신'이 있다.

29~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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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관계를 망칠까 두려워 진짜 나를 꽁꽁 숨기고 예쁘고 멋진 나의 모습만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결코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더불어 곁에 사람이 많아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좋은 관계를 제대로 쌓고 싶다면, 일단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때로는 오해를 사거나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부딪히며 이해받고 설명해 나가다 보면 분명 관계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새 타인과 진짜 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있을 것이다.



=====

인간관계도 허름한 상자와 같아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계속 쌓이기만 한다. 결국 불필요한 짐이 되는 것이다. 정리해야 하는 관계는 정리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사람은 저마다 마음의 총량이 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크기의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시간의 문제다. 여유 시간이 열 시간이라면, 그 시간을 내 사람을 위해 잘 분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감당할 시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일은 기존의 관계마저 소홀히 대하는 일과 같다.


비단 타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비워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버리지 못한 관념, 마음, 상처와 같은 것들. 지나간 시절의 후회들. 아직까지 놓지 못한 과거들. 지금 당장 필요 없는 것이지만, 비워내지 않으면 마음속 공간을 차지한다.

(...)

비워내지 않은 마음이 현재를 계속 옭아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지나간 것을 정리해야만 한다.

(...)

어쩌면 삶의 모든 것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만 한다. 버리고 담고를 반복하며, 하나의 시절을 놓아주며, 또 다른 시절로 이동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82~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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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지속적으로 잘 이어나가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비움'이다. 물건뿐만 아니라 비우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데, 한정된 시간 안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움이 필수다.


비움을 실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비워내는 일이다. 과거의 상처, 복잡한 심정, 후회 같은 것들을 비워내야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어쭙잖게 이어져 온 관계를 청산하는 일이다. 나를 망치는 사람이나 의미 없이 이어져오던 만남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면 의외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 바로 '시간'의 확보다.


이렇게 얻은 선물 같은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거나 아니면 긍정적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사용하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

진솔한 사람이 되는 게 먼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에게 진심을 다해보는 것이다. 진솔한 사람은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 나눌 줄 안다. 그러기 위해선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고독을 마주할 때가 있다. 단순히 혼자 있기를 좋아해서일 수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혼자 남겨지는 경우도 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대할 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시간에 방황하는 듯하다. 단순히 혼자 있다고 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다.

(...)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선 고독을 내 편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 공감 가는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터트리는 일, 낯선 여행지에서 또 다른 일상을 느끼는 일. 이런 고독함이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때가 스스로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이다.

126~1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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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좋은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와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돈독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바로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다.


고독 자체를 즐기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혼자 해나갈 수 있다면, 관계에 얽매이기 보다 그냥 그 상태로 만족을 느낄 수 있으므로 타인과의 관계 역시 긍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에 대해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서로를 위한 거리'가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당신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탓에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가까워지고자 했던 노력이 화살로 변해 되돌아오고야 마는 것. 사람은 그런 존재였다. 너무 멀어도 힘들고 너무 가까워도 힘든 존재. 가까워지고 싶어서 빈틈없이 다가가는데, 어느 순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만다. 곧이어 상처와 고통이 생긴다. 먼저 다가간 사람이 조금 더 깊은 상처를 입고, 많이 다가간 사람이 조금 더 오래 아프다. 딱 그 만큼이다. 침범한 만큼 아프다.


여러 번 상처를 입고 나서야 관계에서도 방울토마토처럼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175~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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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거리 확보는 필요하다. 어쩌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람마다 확보되어야 하는 거리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관계에 있어 안전거리 확보는 필수라는 점이다.



=====

잘못하지 않았는데 늘 해명하는 사람이 있다. 대게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그렇다. 나쁜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도 좋은 방향으로 일을 포장하는 것이다.


이해를 바라는 부탁의 말은 나와 상대방을 '갑을 '관계'에 몰아넣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명하는 사람이 자신이 을이라는 걸 거듭 강조하기에, 듣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갑의 위치에 놓인다. 쓸데없이 자세를 낮추는 모습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서로에게 독이 되는 일이다. 해명하고 싶다면 차라리 말을 줄이는 게 좋다.


물론 실제로 잘못을 저지른 순간도 있을 것이다. 이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억지로 을의 위치에 몰아넣어 선 안 된다. 말은 간결할수록 힘이 있다.

(...)

여기서 필요한 건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다. 이거면 충분하다. 설명은 상대방이 원할 때 해도 늦지 않다.

233~234페이지 中

=====


습관처럼 하는 사과나 지나치게 해명을 많이 하는 행위는 관계를 악화시킨다. 의도치 않았어도 이런 행위들은 관계를 기울게 만들고 또 무의식 속에 갑과 을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꼭 필요한 경우라면 "미안해"라는 진심 어린 말로 사과의 마음을 건네고, 그 외 불필요한 요소들은 생략함으로써 논점을 흐리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은 마음을 다 담지 못한다. 아니 때로 과한 말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그러니 말은 간결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것'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만큼 누군가와 관계를 잘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은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 책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가끔 '좋은 관계'라는 말에 휩쓸려 모든 사람들과 다 잘 지내야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책에서 서술된 관계를 잘 이어가는 방법들을 살펴보며 그런 오해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좋은 관계란 하나와 하나가 평등하게 만나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행위가 지속되는 걸 말한다. 반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종속되거나 기울어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긍정적 관계로 보기 힘들어진다.


나와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하고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해야 나와 잘 지낼 수 있다.


현시점을 시작으로 주변에 나를 얽매는 불필요한 요소들은 이제 그만 놓아주면 어떨까? 그리고 어리석은 나와도 작별해 보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진짜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도 긍정적 관계를 길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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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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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스다 미리가 그린 만화만 읽다가 에세이로 낸 책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앞서 읽었던 만화와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는데, 덤덤하게 써 내려간 문장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주요 내용은 아버지의 죽음 전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온전히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오히려 절제된 감정 속에서 삐죽삐죽 솟아나는 감정들이 더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왕래가 잦지 않던 삼촌의 죽음으로 시작해 아버지의 죽음까지 다루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특히 저자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의 감정과 삶에 대해 덤덤한 문제로 담아내고 있는데,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찐 리얼의 현실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악을 쓰거나 액션이 크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통은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살아가며 문득문득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때를 회상하며, '그때 조금만 앞당겨 갈걸' 하는 후회를 문득문득 하지만, 당시에는 '이것까지만'이라는 생각을 하다 시기를 놓치게 된다.


또 삼촌과는 성인이 된 이후 대면 대면한 관계로 지내서 몰랐지만, 그의 장례식장에서 삼촌이 자신의 글을 챙겨 읽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럴 줄 알았으면 삼촌에 대한 일화를 써서 삼촌을 기쁘게 해줄걸'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매일 매 순간 떠오르는 감정들은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슬픔에만 빠져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는 봄이 오면 엄마와 꽃놀이도 가고, 매일 바쁜 '오늘'을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가 과거 어느 날이 문득 떠오를 때면 '만약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젖어들며 소중한 이를 그려보기도 한다.


무언가 대단히 극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이렇게 무덤덤히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한 번씩 떠오르는 슬픔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다.


살다 보면 피곤해서, 바빠서, 귀찮아서, 지금 덜 중요해서 나중으로 미루는 일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일들을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진짜 나중에는 후회만 남는 수도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생각났을 때 바로 실행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한다. 그럼 후에 소중한 이가 영원한 외출을 떠났을 때 미안함보다는 좋은 추억을 먼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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