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가 그린 만화만 읽다가 에세이로 낸 책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앞서 읽었던 만화와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는데, 덤덤하게 써 내려간 문장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주요 내용은 아버지의 죽음 전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온전히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오히려 절제된 감정 속에서 삐죽삐죽 솟아나는 감정들이 더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왕래가 잦지 않던 삼촌의 죽음으로 시작해 아버지의 죽음까지 다루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특히 저자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의 감정과 삶에 대해 덤덤한 문제로 담아내고 있는데,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찐 리얼의 현실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악을 쓰거나 액션이 크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통은 이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살아가며 문득문득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때를 회상하며, '그때 조금만 앞당겨 갈걸' 하는 후회를 문득문득 하지만, 당시에는 '이것까지만'이라는 생각을 하다 시기를 놓치게 된다.


또 삼촌과는 성인이 된 이후 대면 대면한 관계로 지내서 몰랐지만, 그의 장례식장에서 삼촌이 자신의 글을 챙겨 읽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럴 줄 알았으면 삼촌에 대한 일화를 써서 삼촌을 기쁘게 해줄걸'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매일 매 순간 떠오르는 감정들은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기에 슬픔에만 빠져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는 봄이 오면 엄마와 꽃놀이도 가고, 매일 바쁜 '오늘'을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가 과거 어느 날이 문득 떠오를 때면 '만약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젖어들며 소중한 이를 그려보기도 한다.


무언가 대단히 극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이렇게 무덤덤히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한 번씩 떠오르는 슬픔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다.


살다 보면 피곤해서, 바빠서, 귀찮아서, 지금 덜 중요해서 나중으로 미루는 일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일들을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진짜 나중에는 후회만 남는 수도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생각났을 때 바로 실행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한다. 그럼 후에 소중한 이가 영원한 외출을 떠났을 때 미안함보다는 좋은 추억을 먼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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