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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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잠비나이'라던가 '김보미'라는 사람을 나는 모른다. TV를 자체를 안 본 지 오래된 데다 선택적으로 몇 가지 프로그램만 꼽아서 보고 있는 터라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TV 프로그램은 물론 출연진까지 죄다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싶어서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장르를 동시에 하고 있는 삶은 어땠을지,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이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살펴보고 나면, 거기에서 얻는 용기, 희망, 감동, 에너지, 영감 등이 나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 때가 많은데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김보미가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해금을 만나서 성장하게 된 이야기, 여기에 더해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멤버로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해금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해금과 친해지게 된 과정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부에서는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탄생 비화와 무대 뒤의 이야기들, 그리고 국내외 행사를 통해 마주한 뮤지션들과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처음 국악과 인연은 맺은 것은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난 이후부터로, 판소리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면서 판소리를 쫓아 국악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해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좀처럼 정이 붙지 않아 한동안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에 비례하게 실력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스승님을 만나게 되면서 해금에 대한 애정은 물론 실력도 쑥쑥 커가게 된다.


그렇게 해금에 대한 애정과 실력이 늘어가던 와중, 저자는 몇몇 좋은 기회들을 만나게 되고 그 기회를 잘 캐치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연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것이 발전하게 되면서 독특한 음악을 하는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가 되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국악과 록의 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국악 쪽에서도 록의 분야에서도 잠비나이는 이방인과 같은 취급을 당하면서 섞여들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면서 잠비나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개척자로서 인정받게 된다.


해외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그렇게 인기몰이를 하게 되면서 이들은 마침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뮤지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저자는 지금도 해금의 두 줄 사이를 오가며, 전통과 미래 양극단의 음악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면 그토록 완전히 다른 음악을 동시에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지루할 틈 없는 다채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처음에는 음악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의상만큼이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통음악과 록밴드 음악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내심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잠비나이의 '소멸의 시간' 영상을 검색해 봤는데, 그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야 비로소 확장성 개념의 음악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괜한 편견에 사로잡혀 시도하지 않아서 몰랐을 뿐, 사실은 다양한 조합으로 놀라운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잠비나이가 보여준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나가면서, 또 한편에서는 익숙한 것은 부수고 낯선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삶은 물론 음악 세상까지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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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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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해금 연주가. 중학교 때부터 해금을 시작해 30년 넘게 연주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무형 유산 제44호 삼현육각 이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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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해 가는 과정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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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판이 없는 해금을 연주하는 것처럼 허공을 휘적거리듯 중고등학교 내내 해금에 안착하지 못했다. 카랑카랑하고 얇고 높은 해금의 음색이 낯설고 싫기도 했던 것 같다. 해금 소리 자체에 애정이 안 생기니 연습 시간의 대부분은 판소리를 듣거나 과거 그 음악이 흐르던 풍경을 망상하며 보냈던 것 같다. 머릿속에서 흐르는 음악과 풍경과 내 손으로 마주하는 해금 소리의 간극이 너무 컸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노래를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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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성공한 이들을 두고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은 그런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보면, 처음부터 재능을 타고났던 건 아니었던 듯하다. 판소리에 매료되어 국악의 길에 들어섰지만, 막상 의지와는 상관없는 해금을 선택하게 된 후로 한동안 방황했던 듯하다.


아니, 단순한 방황을 넘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고 표현한 걸로 봐서는 중도에 포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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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 음악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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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한 장단 한 장단이 그러해야 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서사를 부여했다.

(...)

감정의 스펙트럼을 세세하게 분류해 산조에 늘어놓았다. 나만의 해석법을 찾은 것이다. 산조의 서사를 나름대로 완성하니 정지해 있는 듯 느껴지던 정악에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정리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았다. 해금이, 음악이 내게로 오는 나날이었다. 연주 자체에 재미가 붙으니 연습 시간이 즐겁고 부족하게 느껴졌다.

3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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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없는 채로 그냥 포기했다면 지금의 잠비나이는 물론 해금 연주가 김보미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음악을 자신의 식대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서사를 부여하고 이유를 찾았다.


그렇게 나만의 해석법을 찾으니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고, 연주 자체에 재미가 붙으면서 연습 시간은 저절로 늘어났다.


이런 방식은 우리 삶에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랑 맞지 않는다고, 흥미가 없다고 쉽게 포기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 흥미를 불어 넣는다면, 어떤 것이든 발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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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에 점 하나 찍기가 두려워 망설였는데 어느새 스케치북 한 권을 다 채웠다. 이 미술원 수업을 통해 나는 분명 이전과는 달라졌다. 내 주변에 한정된 자원을, 즉 같은 것을 새롭게 보는 시선이 예술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날 운명처럼 오는 것이 아닌 꾸준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도 안 되는 호기로 미술원 수업을 신청했지만 결국 A+의 성적을 받아내며 학기를 마쳤다.

(...)

영감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영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늘 새롭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멋진 작품으로 완성하는 힘은 꾸준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아티스트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72,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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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점 하나 찍기가 두려울만큼 망설여지는 일이다. 하지만 작은 도전과 시도는 결국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이라는 자원을 안겨준다. 저자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꼭 예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새롭게 보는 시선과 꾸준함이라는 무기는 우리를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이끌어 준다. 지금 당장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기에 앞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한정적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더 먼저 고민해 보고 그것을 꾸준함이라는 시간에 버무려 투자한다면 기대한 것 이상의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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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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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새로운 무언가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상극처럼 느껴지는 극과 극의 음악을 하면서도 양쪽 모두에 인정받으며 사는 저자의 삶과 음악에서 힌트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창조하기 이전에 저자가 투자한 시간과 방향성에서 큰 힌트를 얻었는데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눈, 그리고 낯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함이라는 이름으로 노력한 시간들이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저자는 지루함을 탈피하고 흥미와 재미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들이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긍정은 긍정을 불러오고, 부정은 부정을 불러온다고 했던가? 한번 붙은 긍정의 불씨는 자발적으로 연습을 이어나가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실력은 날로 늘어가기 시작한다. 덕분에 후에 기회가 왔을 때 저자는 그 기회를 거침없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특정 길이라는 게 없다. 그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그렇다면 저자처럼 한 번쯤 나만의 길을 개척해 보는 것도 꽤 멋진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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