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세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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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만나볼법한 7가지 소재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각 단편들은 어딘가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뉴스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나볼법한 주제에 상상력을 덧대어 들려주는 이야기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속닥속닥 소곤소곤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마냥 허무맹랑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꾸 더 귀를 기울이고 몰입하여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한 편을 순식간에 독파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거나 허술하진 않다.

 

특정 상황이나 인물에 집중에서 주로 전개되는데, 상황적 묘사가 탁월하게 펼쳐져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어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다음에는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숨죽이며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이야기의 끝에 남는다.

 

생각지 못한 기발함에 놀라기도 하고, 한 번쯤 꿈꾸어봤던 일에 나의 생각을 덧대어 보기도 한다. 더불어 행운과 불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어떤 절실함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최근 들어 많이 거론되는 환경과 지구에 대해, 아동폭력과 범죄에 대해, 희귀질병에 대해 단편 속 이야기를 통해 상상과 생각을 버무려 하나씩 곱씹어 보게 된다.

 

주제는 중하지만, 무겁지 않게 전개되어 이 소설을 쓴 재담가인 저자의 필력이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는데, 첫 번째 단편에서는 유괴범의 색다른 제안과 재치가 엿보였고, 두 번째 단편은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라 기억에 남았다.

 

 


1.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어느 부잣집의 아이를 유괴한 유괴범은 집에 찾아가 1억 원을 당당히 요구한다. 이후 부모에게 1억 원의 가치가 될만한 치명적인 비밀을 추가로 요구하는데 생각지 못했던 아이의 부모로부터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부부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을 1억 원이라는 돈과 치명적인 비밀을 요구하는 의문의 납치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통쾌하면서 기발한 유괴범의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2. 인터뷰

 

투자계의 전설이라고 말하는 거물의 인터뷰를 하게 된 한 기자의 단독 인터뷰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 봄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애널리스트인 강인욱 대표는 투자계의 전설로 10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주가의 흐름을 귀신같이 파악하는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로 불린다. 증권가에서는 예언가란 별명까지 얻은 그가 '나'를 지목하여 인터뷰를 자청하는데, 거기서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신은 현재 나이가 3만 살이 넘었으며 이번이 3050번째 인생을 리셋했으며 매해 2019년이 되면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무한 반복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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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후회 없어? 만약 과거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으로 바꾸고 싶은 미래 같은 거."

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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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수없이 되풀이해서 살고 있다는 그의 고백이 처음에는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불쾌하고 어이없게 느껴지지만, 차츰 진실인지 거짓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온 기회가 행운이라 생각했던 그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찜찜하고 불쾌한 기분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언제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때 이랬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며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해 상상하거나 후회를 하며 남은 인생을 소비할 때가 있다. 이 순간 현재의 귀함과 소중함을 놓치고 일어나지 않았거나, 이미 놓쳐버린 일들에 더 집중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매해 수없이 10년을 되풀이하며 사는, 모든 삶을 기억하는 강대표는 분명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후회하지 말라고, 별거 없다고.

 

 


3. 어쩌면 운이 좋아 우연처럼

 

운이 좋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행운이 오면 곧바로 불행이 닥치는 일상을 살고 있는데, 행운에 비례해 불운도 함께 오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게 된다. 불행을 적게 맞아들이기 위해 이제는 제대로 된 삶을 포기하고, 행운마저도 피해 가기 위해 노력하던 그의 앞에 어느 날 계약 종료를 앞둔 계약직 여직원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운과 삶을 다시금 걸어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 도적

 

일찍이 작가로 성공의 맛을 본 그는 현재는 잊힌 퇴물 작가가 되어버렸다. 유행을 따라가지도, 아이디어가 기발하지도 않아 자신보다 못했던 작가들이 점차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는 날들을 보내던 중 우연히 자고 일어나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를 이용하여 두 세계를 오가며 살인은 물론, 남의 작품을 훔쳐 자신의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다시 과거의 광명은 물론, 최고의 핫한 유명인이 된 그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사랑은 물론 타인의 작품을 훔치는 도적이 된 그.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5. 산 자들의 땅

 

이유 모를 이유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도시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황폐한 땅으로 변해버렸다. 방사능 오염지역 출입통제 경고문이 붙은 도시 속에서 사내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귀중품을 대신 수고해 주고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아 생활하는 살고 있다. 병들고 나약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그는 병든 아버지가 그린 그림을 누나에게 보내고, 누나는 그 그림을 판 수익금으로 살아가고 있던 중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누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홀로 남은 그가 유일하게 아버지가 남긴 완성 작품을 보며 마무리되는 이 스토리는 어딘가 씁쓸함과 고독이 느껴진다. 더불어 대비되는 상황들의 배치가 마치 흑백과 컬러의 그림같이 느껴진다. 이미 죽은 황폐한 땅에서 산자들을 위해 일하는 사내,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의 유명세를 이용해 자신의 생계를 연명하려고 닦달하는 누나, 사람들이 모두 떠난 땅의 요양원에서 돌아갈 곳이 없는 노인들을 돌보며 살고 있는 부탄에서 온 외국인 여자의 모습들은 대비되는 여러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살 수 없는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산자들의 삶은 마치 황폐하고 메마른 가지 위에 한 송이 꽃을 피운 그림을 연상시킨다.

 

 


6. 나를 버릴지라도

 

어느 날 갑작스레 영문도 모르고 납치를 당한 해영과 은별은 어느 외딴섬으로 끌려들어와 노예처럼 부려진다. 밤이면 부엌 한편에 감금당하고, 낮이면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폭력과 학대를 당하던 중 빈틈을 노린 탈출 시도를 계획한다. 하지만 이는 곧 실패로 끝나고 모진 폭력을 당하고 우물에 갇혀 있던 중 갑작스레 나타난 두 사내로 인해 두 아이는 무사히 섬 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기적이 필요한 순간, 짠하고 나타나 도움을 주는 미스터리한 강사장과 동철의 이상한 면접, 그리고 섬에 아이를 납치해 노예처럼 부리는 불건전한 이들의 행태와 모습, 살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아이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만나볼 수 있다. 보는 내내 숨죽이며 탈출을 응원하게 되고, 배 위에서 엄마를 발견한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모습에선 어딘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나의 시간은 멈췄다

 

열여덟 살의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피부와 뼈의 성장이 멈추고 외관상 늙지 않는 선천적 희귀질병, 하이랜더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 이 희귀병의 평균 수명은 30살이다. 외모로는 여섯 살 남자아이로 보이지만 이제 곧 만으로 열여덟 살로, 내년 2월이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보육원에서 퇴소 후 사회에 내보내질 예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족이란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문득 한번 가져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같은 보육원 출신의 영아 일시보호소의 입양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인 봉팔이형에게 정상 입양이 안되는 가정에 여섯 살 남자아이로 서류를 위조해 입양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 어차피 목적이 있어 입양을 하는 가정이므로 조만간 파양할 가정에 잠시 기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상 입양이 안되는 가정에 여섯 살 아이로 서류를 꾸며 입양에 성공한 '나'는 나름대로 만만의 준비를 갖추고 새로운 가정에 입성하게 되는데, 첫날부터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그 위기를 통해 과연 그는 그토록 알고 싶었던 가정과 가족에 대한 감정을 알게 되었을까? 이 이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단편 스토리였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의 결합은 예측이 불가능해서 더 흥미진진하다. 다음을 외치게 되는 스토리텔링의 흡입력이 순식간에 한 권을 완독하게 만든다. 미묘하고 신비스러운 인물 등의 등장은 이야기를 다채롭고 풍부하게 해주는데, SF나 판타지가 아닌 현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들이라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긴 호흡이 아니라도 어느 순간 어디에서든 몰입도 있게 펼쳐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자기 전, 출퇴근 시간, 남는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잠시 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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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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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철학자 스피노자-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가끔 그런 삶의 소중함을 잊거나 무한한 삶인 듯 살아갈 때가 있다. 마치 무한 반복 재생되는 테이프처럼 삶을 지루하게 느껴 허투루 하루하루를 쓴다거나,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면서 죽음만을 바라며 어떤 것에도 가치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삶을 살아갈 때가 있다. 늘 행복하고 기대되는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삶은 유한하고 소중하다는 점인데,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전하는 유한한 삶의 가치와 하루의 소중함,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 종말을 바라는 희망이, 그리고 그녀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은 실제로 안녕한지, 어떤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는지, 진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같이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중학생 희망이를 통해서 바라본 세상의 다채로운 모습도 함께 엿보며 공감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고희망이라는 중학생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희망이는 중학생 여자아이다. 3대가 한 건물에 함께 살고 있으며, 할머니가 운영하는 국밥집에서 아빠와 엄마는 함께 일을 돕고 있고, 같은 건물의 위층에 각각 할머니, 삼촌, 그리고 부모님과 희망이가 함께 살고 있다. 이사 온 이후부터 동네 친구로, 영혼의 단짝처럼 함께 어울려 다니는 친구 도하와 같은 반 친구인 베스트 프렌드 지수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의 친구들이다.

 

어릴 적 동생 소망이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희망이네 가족은 웃음도 잃고, 마음의 문도 닫은 상태로 오랫동안 가족의 형태만 유지한 채 긴 시간을 보내왔다. 소망이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한 엄마는 종종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었고, 아빠는 속마음을 도통 알 수 없는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부모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희망이는 어느 순간부터 종말을 바라게 되었고, 그런 감정들을 종말을 그리는 소설에 담아내면서 감정을 풀어내곤 했다.

 

함께 사는 가족 중에는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을 아껴주고 보듬어주는 삼촌이 있어 의지하고 살아가던 희망이에게 어느 날 산책하던 골목길에서 우연히 삼촌의 비밀을 목격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로에게 비밀이 없다고 생각했던 삼촌에게 자신이 몰랐던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것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움과 충격을 받았지만, 점차 삼촌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희망이는 적극적으로 삼촌을 응원하고 지지하게 된다.

 

희망이는 종종 지수가 알려준 사이트를 통해 종말과 관련된 소설을 업데이트하곤 했는데, 이 소설에는 사춘기에 누구나 한 번쯤 겪을법한 심리묘사가 특히 두드러지게 잘 나타난다. 가까이에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나 감정들도 소설 속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는데, 이를테면 J는 지수를, D는 도하를 대신한 인물들이다.

 

어릴 적 동생 소망이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은 생각보다 깊고 컸는데 누구도 나서서 이를 보듬거나 치유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늘 각자의 아픔을 간직한 채, 그저 꾹꾹 눌러 담고 참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으로 대신했다. 희망이에게 동생의 죽음은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가족의 무관심이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칼 같은 엄마와 국밥 같은 아빠 안에 자신의 편이 없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엄마는 약물치료를 받으며, 종종 죽은 동생을 대신해 희망이에게 예민하고 날카롭게 굴곤 했다. 그 속에서 아빠는 희망이와 엄마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그저 묵묵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직은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희망이는 그래서 더 종말을 바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종말주의자 고희망.

 

소설 속에는 이처럼 대비되는 이름이나 상황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 대비를 통해 더 감각적으로 스토리와 내면의 감정들이 깊숙이 느껴진다. 몇 가지 예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 어디쯤에 자리한 희망이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는 현실과 종말을 그리는 소설 속 내용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고, 어른인 듯 성숙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중학생 나이 또래에서 보일법한 모습을 보이는 희망이의 심리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름과 상황적 묘사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이름이 희망인 것에 비해 희망이가 바라는 것은 종말이다. 그리고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던 요한 삼촌. 그래서 이름도 요한인 삼촌이 가진 비밀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세 번째 외면과 내면의 대비되는 상황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나주 국밥집의 손녀인 고희망은 용돈도 넉넉히 받고 건물 주인 할머니와 더불어 3대가 함께 사는 흔치 않는 가족 구성원의 일원 중 한 명이다. 더불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도 잘해서 전교 1등을 할 만큼 수재이다. 이런 조건들만 봤을 때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나, 실상 다 떨어져 너덜거리는 가방을 들고 다니고, 친구는 도하와 지수뿐이며, 전교 1등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기는 흔치 않은 중학생이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풍족해 보이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메마르고 사랑에 목말라 있는 아이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면서 희망이의 상황과 내면을 더없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희망이가 쓰는 소설이 후반부에 다가갈수록, 희망이네 가족이 마음을 터놓고 상처를 어루만지기 시작하면서 '종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희망이가 전하는 문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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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음과 종말에만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곧 삶에 대한 생각이기도 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2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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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될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웰다잉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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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종말이 어차피 오는 거면,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 그냥 해도 된다고 말이야. 어차피 세상은 망할 거니까

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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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well-dying)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사실 건강한 거야. 너무 그 생각에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누구나 죽음을 준비할 필요는 있으니까

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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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무 일찍 동생 소망이의 죽음을 통해 세상을 알아버린 희망이는 죽음을, 삶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끊임없이 죽음과 종말에 관심을 가지고 소설을 쓰고,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죄책감에 짓눌려 아무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희망이가, 그리고 가족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을 마음껏 하며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어쩌면 살짝 유치할 수도 있었던 사춘기의 치기 어린 행동들이 사실은 속 깊고 성숙한,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한 중학생 아이의 상처와 삶에 대한 고민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한때 겪었던 서러움, 답답함, 슬픔, 미안함, 미움, 사랑받고 싶은 감정들이 밀물처럼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답답한 울타리를 벗어난 날 현실을 직시한 순간 느낀 두려움과 불안함, 공포는 캄캄한 어둠만큼이나 막막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금 소중한 가족의 품 안에 들어서는 순간 느낀 안정감, 따뜻함, 포근함, 고마움, 사랑받는 느낌들은 희망이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감정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성장해가는 과정을 함께 목도하면서 나의 삶도, 세상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물리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희망이네 부모님이, 할머니가, 삼촌이 심리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도 그 이상으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되었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듯이 어쩌면 갑작스레 죽은 소망이의 죽음이 삶에 대한 경각심과 소중함을 말해주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죽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길 필요는 없다. 유한한 삶을 인지하고 힘껏 살아가는 것, 소중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보자.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그것을 꿈꾸고 실천할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살아가는 동안 담대하게, 즐겁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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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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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 에세이 한 편을 통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 가치관, 경험, 추억, 삶의 의미,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앞선 작품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5가지의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유년 시절 부모님의 이야기라던가, 아이들을 통해 얻은 통찰과 마음을 나눴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어렵지 않게 작가 내면의 생각과 가치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진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역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등의 질문들에 대해 어렵지 않게 저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들을 전한다.

 

각 주제별로 담겨있는 내용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마음에 스며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은 이야기들은 첫 번째 주제인 "내면의 힘을 키워라"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딘가 먹먹함과 찡한 마음이 들었던 <어머니의 믹서>, <가난한 날의 기억>, <장모의 냉장고> 유쾌한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합창단의 기억>, 저자의 아이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백의 조건>, <삐삐의 힘>은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다.

 

각 주제별로 간단하게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내면의 힘을 키워라
자신의 유년 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 군대 가던 날, 자신의 아이들과의 경험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2.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명사나 책 등을 통해 전하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3. 그들은 아름다웠다
삶 속에서 만난 인연이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삶의 이치 혹은 아름다운 인간관계(혹은 인간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차점에서 문득 발견하게 되는 인연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4.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서
한국사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 그리고 그것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알게 된 진실과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공부해야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5.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거쳐갔던 장소, 애정을 가졌던 장소, 그리고 오랫동안 연작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토리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나 삶의 의미에 대해 서술한 문장들에서도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었는데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부문>

 

1.
사실 인간에게 독서 이상의 양식은 없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게 아니다. 사람은 독서를 하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인내심이 키워지기 마련이며 자아실현이 되고 있다는 강한 만족감을 얻는다. 게다가 독서는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스스로의 자존감을 키워주며 자신의 삶과 행위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해주기 때문에 한마디로 내면을 강화하는 최고의 길이다.


(17페이지 中)



2.
독서에서는 무엇보다도 시기가 중요하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뇌 속에서 다른 기억 및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뇌 속에서 다른 이거 및 정보와 결합해 의식을 개발하고 창의력의 기반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때의 풍부한 독서만이 문리를 트이게 하는데 이 문리가 트여야만 비로소 형이상학적 복합 사고가 가능하고 진리 규명이라는 인간의 최고 목표를 실현할 능력을 가지게 된다.


(49페이지 中)

 

 


<인문학의 힘에 대해 언급한 부분>

 

인문학 공부는 다른 실용적 공부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힘의 우위를 갖는다. 바로 내면의 힘이다. 내면의 힘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차오르며 삶이 떳떳하고 행복하다. 내면의 힘이 외면의 힘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 내면의 힘을 가지면 어떠한 외면의 힘에 대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52~52페이지 中)

 

 


<존재하는 자체로 중요함을 역설한 부분>

 

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시간인 것이다. 우리는 성급하게 해답을 내지 말고 먼 미래로 이 어렵디 어려운 숙제를 자꾸 밀어 보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 삶의 의미가 찾아진다.
(...)
그냥 사는 것, 즉 징검다리의 돌멩이 하나처럼 세대를 끊지 않고 먼 미래로 이어주는 게 우리 인간에게는 최고의 의미요, 보람인 것이다.
(...)
세대를 이어가는 일은 성인이나 위인으로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
우리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것이므로.

 

(68~69페이지 中)

 

 


<그 외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고등학교 졸업 무렵의 내가 외면의 성공만을 알았다면 대학 졸업 무렵의 나는 내면의 세계를 찾아냈다. 나는 그 안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심지어는 모자람의 기쁨도 누릴 줄 알게 되었던 것이다.


(18페이지 中)

 


무언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맞다. 다른 어떤 계산도 해서는 안 된다.
(40페이지 中)

 

남에게 쏠렸던 시선을 나에게도 가져와야 한다. 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신경 쓰기보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저 제 할 일을 다하며 삶을 스스로 충실하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83~84페이지 中)

 

 


외면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삶, 독서의 중요성, 어떤 형태로 살아가느냐보다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점, 당시엔 깨닫지 못하더라도 후에 언젠가 과거의 사건과 사람을 기억하고 깨닫는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에세이를 읽어보면서 '참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는 것은 어렵고 그것을 기꺼이 꺼내 보이며 고백하는 것은 더 어렵다.

 

살기 어려웠던 유년 시절 철모르고 저질렀던 일들을 어른이 된 후에 되돌아보면서 쓴 일화나, 트라우마처럼 남은 냉장고에 대한 장모님의 행동에 대해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어쩌면 듣고 싶어 했던, 안심시켜드리는 말을 통해 환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일화 등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스치듯 넘기는 에피소드일지도 모르지만 거기에서 보이는 저자의 행동양식과 생각들은 남다름을 엿볼 수 있다.

 

점차 잊히고 있는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 양심, 선한 마음에 대한 일화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인연이 없는 사람도 마음을 나누며 눈빛 한번 고갯짓 한번 나누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웃과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좀 특이했던 부분은 각 주제 사이사이에 '작가의 말'과 다양한 모습의 작가 사진이 담겨있는 부분이었다. 주제별로 담고 있는 작가의 생각과 내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스페셜 챕터인 것 같아 보는 재미가 은근 쏠쏠했다. 

 

삶은 지속되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과 몫이다. 인생에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감' 그 자체가 인류의 역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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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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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을 열지 마세요"

 

누구에게도 자기 세계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작가
비비안 마이어에게 사진은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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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전기문. 독특한 전개 방식과 사진을 소재로 한 내용은 어딘가 흥미롭고 새로움을 자아냈다. 특히 해당 전기의 주인공인 비비안 마이어는 알려지지 않은 보모 사진작가로, 우연히 한 경매에서 사진을 구매하게 된 이들이 그녀의 사진에서 매력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이 재조명되었다.

 

여태까지 전기문이라고 하면, 유명한 과학자나 음악가,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전기는 어딘가 유니크함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모 사진작가라는 독특한 이력과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사진'이라는 예술을 소재로 그녀의 삶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전기로 엮었다는 점, 그리고 누구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삶을 사진을 통해 역추적하여 밝혀내었다는 점에서 여느 전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수천 장의 사진이 있었다고 한들, 제대로 된 메모한 장 없었던 그녀의 행적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렇듯 속속들이 밝혀냈다는 점에서 가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책을 쓴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특히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누군가와 깊게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던 비비안의 행적을 쫓는 일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행적을 쫓는 여정에 대해서는 부록을 통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경제적인 부분을 포함한, 법적인 다툼과 유산상속, 저작권에 대한 소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고난을 이겨내고 행적을 파헤쳐 영화와 전기까지 펴낸 이들의 공과 노고에 감사를 전할 따름이다.

 

역사적인 사진작가이자 기록하는 사람, 영감을 주는 활동가였던 비비안 마이어! 이 책을 통해 지금부터 그녀가 그려나갔던 그녀의 인생이자 삶인 사진의 세계 속을 살펴보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정당했던 자신의 삶, 불운한 어린 시절, 여성이었으며, 복잡한 가족사 속에서 방치되다시피 살아온 삶, 소외된 삶 속에서 피어난 예술은 사진에서 꽃을 피웠다. 한 평생을 감추고, 은둔하며 살았던 그녀의 삶에서 '사진'이 가지는 상징성은 그래서 더 유난하고 찬란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전기는 그녀의 가족사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에 대한 간단한 상황 설명,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녀의 삶과 사진에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열의와 발전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비비안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는 안정이면서도 애정 어린 힘이었던 외할머니인 외제니의 죽음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스물네 살 이후 보모 일을 하면서 그녀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담았던 세상을 사진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냥 흘리듯 지나쳤던 찰나의 거리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담아냈던 그녀의 사진들뿐만 아니라 원샷으로 자신감 넘치게 담아낸 사진들은 당시의 그녀가 가지고 있던 사상이나 가치관, 관심사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특히 극히 제한적인 인간관계를 맺었던 비비안의 삶에 있어서 사진은 그녀의 삶을 살펴보는데 가장 좋은 자료이자 인생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녀의 고향인 프랑스와 미국을 무대로 전개되는데, 그녀가 보모 일을 하면서 기거했던 지역은 주로 미국으로 확인된다. 간혹 그녀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찍은 여행지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지만 비중이 많지는 않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비안의 사진을 수집한 말루프와 골드 스타인에 의해 수집된 비비안의 사진은 약 14만 점에 이르지만 실상 대부분은 필름을 현상하지 않고 상자에 넣어 보관된 상태로 발견된다. 그래서 저자와 말루프, 골드스타인은 비비안이 어떤 의도로 사진을 찍었고, 어떻게 해야 원작자인 비비안의 의도대로 사진을 자르고 현상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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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과 그의 전 생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다. 나는 독자들이 비비안의 이야기 속에서, 작품 속에서, 그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이 전기가 끝날 때쯤이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이며,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관한 답을 알게 될 것이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24~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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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불운했던 삶>

 

비비안의 삶은 1897년 5월 11일 할아버지 니콜라스 바일이 외할머니인 외제니와 엄마인 마리를 거부하면서 3대에 걸쳐 가족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짓을 저질렀을 때 비비안의 운명은 고정되어 버렸는데, 이후 불운한 어린 시절은 비비안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에 대해 나열한 장면 대부분에서 비비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외제니의 생활력과 가족을 부양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마리의 모습, 가끔 등장하는 오빠 칼, 그리고 거짓으로 얼룩진 문서들만 확인될 뿐이다.

 

비비안은 서류에 한 번도 정확하게 자신의 진짜 정보를 써본 적이 없는 어머니와 할머니처럼,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불안정하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폭력적인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마약에 중독되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굳이 알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끔찍한 일은 조금이라도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면 가족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비비안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비안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입을 다물고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지는 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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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시기와 모든 측면을 다룬 <인간 가족전>은 비비안의 아카이브에 비어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대가족의 삶을 묘사한 작품 같은 것은 비비안의 아카이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비안은 가족사진에 아버지를 끼워 넣는 법이 없었으며, 사실상 미소 짓거나 웃고 있는 남자, 아이들과 놀아주는 남자는 없었다고 봐도 된다. 이러한 부재는 잘 알려진 비비안의 어린 시절 경험과도 일치하며, 그 경험이 사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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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외할아버지인 바일의 거부로 3대에 걸쳐 '남자'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가족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아카이브 속 간혹 등장하는 남성의 모습은 그저 배경 속 피사체로서만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사진'이 비비안의 감정 배출구 역할을 한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비비안에게 영향을 미쳤던 두 여자>

 

1. 비비안 마이어의 외할머니 외제니
'명사'들의 집에 입주해 요리사로서 입지를 다지며 점진적으로 놀라운 자기만의 삶을 구축해 나갔다. 누구나 좋아하는 근면한 일꾼이자, 의심할 바없이 탁월한 요리사였던 외제니는 그 뒤로도 40년 이상 변함없이 상류층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2. 비비안 마이어의 엄마인 마리의 상태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심란했다. 마리가 엄청나게 자기중심적이고, 결국 두 아이 모두를 버린 자격 없는 어머니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마리의 행동이나 마리가 남긴 편지를 보면 그 자신이 깊은 병을 앓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관심사>

 

사진을 바탕으로 비비안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그녀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는데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죽음과 관계있는 의식과 활동
비비안은 특히 죽음과 관계있는 의식과 활동에 관심이 있었다. 비비안은 어디를 가든 꼭 묘지를 방문했던 것 같다.

 

2. 인종과 계급이 교차하는 지점 포착
비비안은 인종과 계급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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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초기 네거티브 필름과 사진을 보면 그녀의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진다. 보통 원샷으로 피사체를 담았는데, 그것은 비비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이 되었다.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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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이든 컬러사진이든 그녀가 담는 피사체들은 남다른 그녀만의 관점이 담겨있다. 추후 시간이 흐를수록 비비안은 하층과 중산층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점점 더 많이 찍었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 고된 일에 대한 믿음, 순수함에 대한 애정이 담긴 비비안의 알프스 지역 초상 사진은 사람과 장소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비비안에 대한 주변의 묘사 및 그녀의 삶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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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돌아온 비비안은 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 중요한 삶과 가려진 삶, 깊이 사랑받는 삶과 비극적으로 버려진 삶이라는 놀라울 정도로 다른 두 삶을 살아야 했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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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전환하고, 신체 접촉을 공공연하게 혐오하는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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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어릴 적부터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녀를 어딘가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사람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자신의 내밀한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지극히 냉정하고 퉁명하며 비사교적이었다는 평이 많은 걸 보면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보모 일이 주 업이었음에도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대하기 보다 자신의 성격대로 거칠게 대한 것은 물론, 사진 찍는 것에 더 집중했다는 주변의 평, 혹은 아예 사진 찍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평을 확인해 봤을 때 굉장히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공통된 의견인듯하다.

 

그럼에도 그녀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던 가족도 있었다. 

 

조앤은 뉴욕에서 보모 일을 하면서 맡게 된 아이로, 비비안의 뮤즈로 활약했으며 이상적인 피사체로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주었다. 덕분에 수백 장이 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인화와 잘라내기를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그녀가 외제니를 잃고 보모 일을 하며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린 가정인 겐스버그 가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족들과는 11년을 함께 했으며 비비안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을 지켜준 것도 역시 겐스버스 형제들이었다. 11년을 함께 한 이후 그들을 떠나는 시점에 보인 비비안의 불안정한 여러 모습들을 살펴봤을 때 보모 일을 하면서 이들 가족만큼 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겐스버그 가족을 떠나기 직전인 1996년 말부터 비비안의 작품 기류는 뚜렷하게 바뀌었는데, 방에는 신문이 쌓였고, 신문을 찍은 사진들이 비비안의 아카이브에 지저분하게 뒤섞이기 시작했다. 겐스버그 가족과의 결별은 비비안의 내면을 파괴했고 수집벽을 더욱 악화시켰다.

 

 


<사진을 활용한 상업적 수익창출 시도 및 기타 사진>

 

비비안이 수익을 내려고 가장 열심히 고민한 분야는 엽서 사업이었는데, 과할 정도로 풍경을 강조해 찍은 사진들은 비비안이 사진을 시작한 이유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수익 창출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비비안의 첫 판매작

 

과할 정도로 풍경을 강조해 찍은 사진들

 

그해 여름 값비싼 최고급 카메라인 롤라이플렉스를 장만하게 되면서 사진은 정사각형으로 바뀐다. 비비안의 영감과 재능에 잘 어울리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 카메라, 롤라이플렉스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비비안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처한 보편적인 조건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비비안을 설명하고는 한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

 


비비안이 관심을 보였던 특이하게 생긴 모자들

 

태국에서는 화려한 색을 칠한 뽀족한 모자를, 인도에서는 눈처럼 하얀 머리 수건으로, 예멘에서는 높은 밀짚모자를, 이집트에서는 야무지게 두른 터번을 찍었다.

 


빨랫줄 사진

 

일상에서는 빨랫줄에 시선을 줄 때가 많았는데, 빨랫감은 한 집단의 관습과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널린 빨래를 보면 어떤 옷을 안에 입고 어떤 옷을 밖에 입는지, 어떤 옷을 아래에 입고 어떤 옷을 위에 입는지 알 수 있다. 소지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수면 습관은 어떤지, 심지어 그 지역 사람들의 미적 감각까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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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페미니스트였던 비비안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

아프리카 하우스에서 강연을 듣거나 시카고 인종 시위를 촬영하거나,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집회에 나가거나 낙태나 산아제한 운동을 지지하는 등, 상당히 많은 여가시간을 사회 정의 구현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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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여러 학대 징후 및 여파>

 

1. 저장장애
자기가 모은 수집품이 대체할 수 없는 정보와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믿기 때문에 점점 더 강박적으로 수집품을 보호하고, 그것을 잃을까 봐 걱정하게 된다.

 

2. 강박적인 수집벽
사진과 신문을 수집하는 정도가 지나쳐 쫓겨나는 경우도 여러 번 발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다는 욕망보다 갖고 싶다는 욕망이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3. 분열성 성격장애
유명인과 영화 촬영 현장을 쫓아다니고 여행을 가고, 무엇보다도 역할 놀이를 하는 등의 현실도피 성향이 있었다. 비비안의 수집벽이 소유물과 맺는 외면의 관계 형식이었다면 역할 놀이는 그녀 내면의 관계 형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도 안전한 거리에서 사람들과 접속할 수 있는 또 다른 관계 형식이었다.

 

 


<자화상의 역할>

 

자화상의 사진은 600장이 넘는데, 자화상 사진은 소통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비비안의 욕구를 보여주면서도 작업 전체를 보았을 때 비비안의 자아상과 마음의 상태가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자화상 사진에서 비비안의 모습은 전형적인 프랑스 여인으로 시작해 점차 진지한 사진 작가로 바뀐다. 1960년대로 넘어가면 엄청나게 큰 코트와 커다란 플로피 해트를 쓰고 다님으로써, 자신이 지나간 곳이 어디든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실루엣을, 자신만의 인장을 남긴다.

 


 

사진에 있어서만큼은 깐깐하고 철저했던 비비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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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에게 사진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촉진제였다. 비비안의 카메라는 세상을 향하는 문을 열어, 사회생활이 서툰 이 사진작가를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는 다양하고도도 흥미로운 사람들에게 연결해 주었다. 새로운 거리, 새로운 집에 들어갈 때면 목에 건 장비는 비비안에게 목적의식과 권위를 선사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감정을 끌어낼 수 있게 함으로써 비비안을 규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에게 세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였고, 비비안은 원할 때면 언제라도 세상으로 들어가 자신이 있어야 할 정당한 위치를 요구했다.

368~3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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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며 사진에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냈던 비비안 마이어. 사진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표현의 수단, 그 이상이었다. 사진은 그녀에게 세상에 섞일 수 있도록 해주는 촉진제였으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또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가치와 생각을 노력과 연습을 통해 투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불운한 환경과 가정사를 뒤로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추억하고 기억해 본다. 더불어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녀의 삶을 다시금 회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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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 - KIMKIMPARKKIM’S KOREAN MELLOW POP LP GUIDE 100
김김박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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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백 투 더 00년'이라고 명명하며 방송가에서 드라마와 음악 혹은 가수를 한참 소환하던 때가 있었는데 늘 그렇듯 불꽃처럼 타올랐다 지금은 좀 수그러든 모양새다. 이후 방송가의 유행은 또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지만, 대신 유튜브를 통해 과거 음악이나 드라마를 보는 양상으로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면서 검색해 본 가수와 노래 제목이 꽤 많이 검색 결과로 확인된다.

 


 

4명의 저자가 선정한 멜로우 팝 100곡이 담겨있는 이 책에는 8090시대의 멜로우한 감성의 곡들만을 추려 묶어놓았는데 그때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 시대의 낭만과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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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우 팝이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팝을 의미하며, 낭만과 휴식, 이완의 느낌을 더 담은 음악을 멜로우 팝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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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음악의 변천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는데, 음악을 듣는 방식이라던가 장르의 변화, 팬층의 흐름 등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가요 부흥의 시대라고도 흔히 말하는 90년대의 음악을 듣고 살았던 세대로써 좋은 음악, 좋은 가수들을 직접 현장에서 만나고, 듣고 함께 할 수 있었음에 자부심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양한 가수, 장르, 음악은 물론 카세트테이프, CD, LP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발매되던 8090시대의 음악들. 이제는 간간이 소장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CD 혹은 몇몇 마니아층에서만 이루어지는 LP 구입들은 한편으론 어딘가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때 아니, 8090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은 이것들을 사기 위해 발매일에 맞춰 레코드점에서 긴 줄을 서며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이자 유행의 정점이었던 레코드샵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장소가 되었지만, 과거 유명 드라마나 뉴스에서는 흔하게 보던 장소 중에 하나였음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음악과 가수, 앨범을 살펴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물론, 향수에 젖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때는 무심코 들었던 음악이, 겨울이면 흘러나왔던 음악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음악이 이제는 그 당시의 나, 그때의 사람들,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도 늙지 않는 것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앨범 속 가수의 모습이 현재는 알아볼 수 없는 세월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그 음악만큼은 빛바래지 않고 영원히 또 누군가의 추억을 덧입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80년대의 곡들 중에는 처음 듣는 곡들도 꽤 많았는데, 앨범 자켓을 보면서 유튜브로 음악을 하나하나 찾아듣는 재미가 쏠쏠하니 혹시 여기 실린 음악을 잘 모른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가수 이름과 앨범 자켓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김현철, 조규찬의 앨범 자켓!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 찾아봤는데 맞는다는 것에 더 충격을 먹었다. 오른쪽 현재 사진도 함께 첨부해 보았다. 현재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이미지의 모습들이다. 어린왕자 같은 컨셉의 김현철과 지금과는 완전 이미지가 너무 다른 조규찬의 헤어스타일. 이때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라 신선하고 새롭다. 이 외에도 임재범의 젊은시절 모습은 QR코드로 당시 노래부르는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상당히 낯선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땐 그랬지♬

 

반가운 음악, 지금도 좋아하는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유명 드라마에 삽입되어 전주만 들어도 딱 생각나는 노래라던가, 가수의 목소리에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들, 그리고 겨울이면 여기저기 상점에서 자주 듣던 음악들이라 더없이 반갑고 그리운 마음이 드는 곡들이었다.

 

모노-넌 언제나
윤상-한 걸음 더
쿨-작은 기다림
이주원-아껴둔 사랑을 위해
제이-어제처럼
미스터 투-하얀 겨울

 


이 책을 통해 한동안 잊고 살았던 추억이 담긴 멜로우 팝들을 찾아 들으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오래 기억되는 명반뿐만 아니라 나만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되어 있는 다양한 음악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들으며 또 다른 순간들을 음악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추억 소환 음악들을 찾아들으며 흥얼흥얼 맴도는 노래 가사를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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