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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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을 열지 마세요"

 

누구에게도 자기 세계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작가
비비안 마이어에게 사진은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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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전기문. 독특한 전개 방식과 사진을 소재로 한 내용은 어딘가 흥미롭고 새로움을 자아냈다. 특히 해당 전기의 주인공인 비비안 마이어는 알려지지 않은 보모 사진작가로, 우연히 한 경매에서 사진을 구매하게 된 이들이 그녀의 사진에서 매력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이 재조명되었다.

 

여태까지 전기문이라고 하면, 유명한 과학자나 음악가,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전기는 어딘가 유니크함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모 사진작가라는 독특한 이력과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사진'이라는 예술을 소재로 그녀의 삶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전기로 엮었다는 점, 그리고 누구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삶을 사진을 통해 역추적하여 밝혀내었다는 점에서 여느 전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수천 장의 사진이 있었다고 한들, 제대로 된 메모한 장 없었던 그녀의 행적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렇듯 속속들이 밝혀냈다는 점에서 가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책을 쓴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특히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누군가와 깊게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던 비비안의 행적을 쫓는 일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행적을 쫓는 여정에 대해서는 부록을 통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경제적인 부분을 포함한, 법적인 다툼과 유산상속, 저작권에 대한 소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고난을 이겨내고 행적을 파헤쳐 영화와 전기까지 펴낸 이들의 공과 노고에 감사를 전할 따름이다.

 

역사적인 사진작가이자 기록하는 사람, 영감을 주는 활동가였던 비비안 마이어! 이 책을 통해 지금부터 그녀가 그려나갔던 그녀의 인생이자 삶인 사진의 세계 속을 살펴보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정당했던 자신의 삶, 불운한 어린 시절, 여성이었으며, 복잡한 가족사 속에서 방치되다시피 살아온 삶, 소외된 삶 속에서 피어난 예술은 사진에서 꽃을 피웠다. 한 평생을 감추고, 은둔하며 살았던 그녀의 삶에서 '사진'이 가지는 상징성은 그래서 더 유난하고 찬란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전기는 그녀의 가족사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에 대한 간단한 상황 설명,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녀의 삶과 사진에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열의와 발전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비비안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는 안정이면서도 애정 어린 힘이었던 외할머니인 외제니의 죽음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스물네 살 이후 보모 일을 하면서 그녀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담았던 세상을 사진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냥 흘리듯 지나쳤던 찰나의 거리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담아냈던 그녀의 사진들뿐만 아니라 원샷으로 자신감 넘치게 담아낸 사진들은 당시의 그녀가 가지고 있던 사상이나 가치관, 관심사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특히 극히 제한적인 인간관계를 맺었던 비비안의 삶에 있어서 사진은 그녀의 삶을 살펴보는데 가장 좋은 자료이자 인생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녀의 고향인 프랑스와 미국을 무대로 전개되는데, 그녀가 보모 일을 하면서 기거했던 지역은 주로 미국으로 확인된다. 간혹 그녀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찍은 여행지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지만 비중이 많지는 않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비안의 사진을 수집한 말루프와 골드 스타인에 의해 수집된 비비안의 사진은 약 14만 점에 이르지만 실상 대부분은 필름을 현상하지 않고 상자에 넣어 보관된 상태로 발견된다. 그래서 저자와 말루프, 골드스타인은 비비안이 어떤 의도로 사진을 찍었고, 어떻게 해야 원작자인 비비안의 의도대로 사진을 자르고 현상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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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과 그의 전 생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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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다. 나는 독자들이 비비안의 이야기 속에서, 작품 속에서, 그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이 전기가 끝날 때쯤이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이며,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관한 답을 알게 될 것이다. 수수께끼는 풀렸다.

24~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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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불운했던 삶>

 

비비안의 삶은 1897년 5월 11일 할아버지 니콜라스 바일이 외할머니인 외제니와 엄마인 마리를 거부하면서 3대에 걸쳐 가족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짓을 저질렀을 때 비비안의 운명은 고정되어 버렸는데, 이후 불운한 어린 시절은 비비안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에 대해 나열한 장면 대부분에서 비비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외제니의 생활력과 가족을 부양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마리의 모습, 가끔 등장하는 오빠 칼, 그리고 거짓으로 얼룩진 문서들만 확인될 뿐이다.

 

비비안은 서류에 한 번도 정확하게 자신의 진짜 정보를 써본 적이 없는 어머니와 할머니처럼,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감춰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불안정하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폭력적인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마약에 중독되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굳이 알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끔찍한 일은 조금이라도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면 가족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비비안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비안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입을 다물고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지는 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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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시기와 모든 측면을 다룬 <인간 가족전>은 비비안의 아카이브에 비어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대가족의 삶을 묘사한 작품 같은 것은 비비안의 아카이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비안은 가족사진에 아버지를 끼워 넣는 법이 없었으며, 사실상 미소 짓거나 웃고 있는 남자, 아이들과 놀아주는 남자는 없었다고 봐도 된다. 이러한 부재는 잘 알려진 비비안의 어린 시절 경험과도 일치하며, 그 경험이 사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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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외할아버지인 바일의 거부로 3대에 걸쳐 '남자'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가족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아카이브 속 간혹 등장하는 남성의 모습은 그저 배경 속 피사체로서만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사진'이 비비안의 감정 배출구 역할을 한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비비안에게 영향을 미쳤던 두 여자>

 

1. 비비안 마이어의 외할머니 외제니
'명사'들의 집에 입주해 요리사로서 입지를 다지며 점진적으로 놀라운 자기만의 삶을 구축해 나갔다. 누구나 좋아하는 근면한 일꾼이자, 의심할 바없이 탁월한 요리사였던 외제니는 그 뒤로도 40년 이상 변함없이 상류층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2. 비비안 마이어의 엄마인 마리의 상태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심란했다. 마리가 엄청나게 자기중심적이고, 결국 두 아이 모두를 버린 자격 없는 어머니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마리의 행동이나 마리가 남긴 편지를 보면 그 자신이 깊은 병을 앓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관심사>

 

사진을 바탕으로 비비안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그녀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는데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죽음과 관계있는 의식과 활동
비비안은 특히 죽음과 관계있는 의식과 활동에 관심이 있었다. 비비안은 어디를 가든 꼭 묘지를 방문했던 것 같다.

 

2. 인종과 계급이 교차하는 지점 포착
비비안은 인종과 계급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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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초기 네거티브 필름과 사진을 보면 그녀의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진다. 보통 원샷으로 피사체를 담았는데, 그것은 비비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이 되었다.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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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이든 컬러사진이든 그녀가 담는 피사체들은 남다른 그녀만의 관점이 담겨있다. 추후 시간이 흐를수록 비비안은 하층과 중산층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점점 더 많이 찍었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 고된 일에 대한 믿음, 순수함에 대한 애정이 담긴 비비안의 알프스 지역 초상 사진은 사람과 장소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비비안에 대한 주변의 묘사 및 그녀의 삶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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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돌아온 비비안은 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 중요한 삶과 가려진 삶, 깊이 사랑받는 삶과 비극적으로 버려진 삶이라는 놀라울 정도로 다른 두 삶을 살아야 했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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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전환하고, 신체 접촉을 공공연하게 혐오하는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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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어릴 적부터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녀를 어딘가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사람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자신의 내밀한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지극히 냉정하고 퉁명하며 비사교적이었다는 평이 많은 걸 보면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보모 일이 주 업이었음에도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대하기 보다 자신의 성격대로 거칠게 대한 것은 물론, 사진 찍는 것에 더 집중했다는 주변의 평, 혹은 아예 사진 찍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평을 확인해 봤을 때 굉장히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공통된 의견인듯하다.

 

그럼에도 그녀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던 가족도 있었다. 

 

조앤은 뉴욕에서 보모 일을 하면서 맡게 된 아이로, 비비안의 뮤즈로 활약했으며 이상적인 피사체로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주었다. 덕분에 수백 장이 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인화와 잘라내기를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그녀가 외제니를 잃고 보모 일을 하며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린 가정인 겐스버그 가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족들과는 11년을 함께 했으며 비비안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을 지켜준 것도 역시 겐스버스 형제들이었다. 11년을 함께 한 이후 그들을 떠나는 시점에 보인 비비안의 불안정한 여러 모습들을 살펴봤을 때 보모 일을 하면서 이들 가족만큼 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겐스버그 가족을 떠나기 직전인 1996년 말부터 비비안의 작품 기류는 뚜렷하게 바뀌었는데, 방에는 신문이 쌓였고, 신문을 찍은 사진들이 비비안의 아카이브에 지저분하게 뒤섞이기 시작했다. 겐스버그 가족과의 결별은 비비안의 내면을 파괴했고 수집벽을 더욱 악화시켰다.

 

 


<사진을 활용한 상업적 수익창출 시도 및 기타 사진>

 

비비안이 수익을 내려고 가장 열심히 고민한 분야는 엽서 사업이었는데, 과할 정도로 풍경을 강조해 찍은 사진들은 비비안이 사진을 시작한 이유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수익 창출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비비안의 첫 판매작

 

과할 정도로 풍경을 강조해 찍은 사진들

 

그해 여름 값비싼 최고급 카메라인 롤라이플렉스를 장만하게 되면서 사진은 정사각형으로 바뀐다. 비비안의 영감과 재능에 잘 어울리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 카메라, 롤라이플렉스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비비안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처한 보편적인 조건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비비안을 설명하고는 한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

 


비비안이 관심을 보였던 특이하게 생긴 모자들

 

태국에서는 화려한 색을 칠한 뽀족한 모자를, 인도에서는 눈처럼 하얀 머리 수건으로, 예멘에서는 높은 밀짚모자를, 이집트에서는 야무지게 두른 터번을 찍었다.

 


빨랫줄 사진

 

일상에서는 빨랫줄에 시선을 줄 때가 많았는데, 빨랫감은 한 집단의 관습과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널린 빨래를 보면 어떤 옷을 안에 입고 어떤 옷을 밖에 입는지, 어떤 옷을 아래에 입고 어떤 옷을 위에 입는지 알 수 있다. 소지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수면 습관은 어떤지, 심지어 그 지역 사람들의 미적 감각까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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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 페미니스트였던 비비안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

아프리카 하우스에서 강연을 듣거나 시카고 인종 시위를 촬영하거나,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집회에 나가거나 낙태나 산아제한 운동을 지지하는 등, 상당히 많은 여가시간을 사회 정의 구현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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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의 여러 학대 징후 및 여파>

 

1. 저장장애
자기가 모은 수집품이 대체할 수 없는 정보와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믿기 때문에 점점 더 강박적으로 수집품을 보호하고, 그것을 잃을까 봐 걱정하게 된다.

 

2. 강박적인 수집벽
사진과 신문을 수집하는 정도가 지나쳐 쫓겨나는 경우도 여러 번 발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다는 욕망보다 갖고 싶다는 욕망이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3. 분열성 성격장애
유명인과 영화 촬영 현장을 쫓아다니고 여행을 가고, 무엇보다도 역할 놀이를 하는 등의 현실도피 성향이 있었다. 비비안의 수집벽이 소유물과 맺는 외면의 관계 형식이었다면 역할 놀이는 그녀 내면의 관계 형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도 안전한 거리에서 사람들과 접속할 수 있는 또 다른 관계 형식이었다.

 

 


<자화상의 역할>

 

자화상의 사진은 600장이 넘는데, 자화상 사진은 소통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비비안의 욕구를 보여주면서도 작업 전체를 보았을 때 비비안의 자아상과 마음의 상태가 어떤 식으로 변해갔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자화상 사진에서 비비안의 모습은 전형적인 프랑스 여인으로 시작해 점차 진지한 사진 작가로 바뀐다. 1960년대로 넘어가면 엄청나게 큰 코트와 커다란 플로피 해트를 쓰고 다님으로써, 자신이 지나간 곳이 어디든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실루엣을, 자신만의 인장을 남긴다.

 


 

사진에 있어서만큼은 깐깐하고 철저했던 비비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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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에게 사진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촉진제였다. 비비안의 카메라는 세상을 향하는 문을 열어, 사회생활이 서툰 이 사진작가를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는 다양하고도도 흥미로운 사람들에게 연결해 주었다. 새로운 거리, 새로운 집에 들어갈 때면 목에 건 장비는 비비안에게 목적의식과 권위를 선사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감정을 끌어낼 수 있게 함으로써 비비안을 규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에게 세상과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였고, 비비안은 원할 때면 언제라도 세상으로 들어가 자신이 있어야 할 정당한 위치를 요구했다.

368~3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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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평생을 떠돌며 사진에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냈던 비비안 마이어. 사진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표현의 수단, 그 이상이었다. 사진은 그녀에게 세상에 섞일 수 있도록 해주는 촉진제였으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또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가치와 생각을 노력과 연습을 통해 투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불운한 환경과 가정사를 뒤로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추억하고 기억해 본다. 더불어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녀의 삶을 다시금 회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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