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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며 사는 것이 뭐가 어때서 -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하는 이치, '눈치'에 관한 40편의 에세이
임세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저자의 기개가 느껴졌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에서 나름의 자기 소신과 중심이 꽉 잡힌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눈치 보고 살지 마!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라는 말을 타인에게 쉽게 내뱉고는 하지만, 막상 그런 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여러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곤 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오히려 눈치 보며 당당하며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자못 씩씩함도 느껴졌다.
흔히 '눈치'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대입하기는 꺼리면서도 또 막상 그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눈치 보는 게 뭐가 어때?'라고 스스럼없이 말함으로써 되려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어떤 이유로 저자는 이렇게 말을 한 건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에는 '눈치'를 주제로 한 총 40편의 이야기가 에세이 형태로 담겨있었는데, 중간중간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부정적이었던 '눈치 보기'가 어떻게 긍정적인 '눈치 보기'로 변화했는지 그 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친구 사이, 가족 사이, 연인 사이, 선후배 등과 같은 관계 속에서, 혹은 학교에서, 가정에서, 회사와 같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눈치'. 안 볼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어서 더 난감한 눈치를 저자는 어떻게 긍정적 요소로 바꾸어 행복한 삶에 적용할 수 있었던 걸까?
당당하게 '눈치'보며, 내 인생을 사는 법을 지금부터 살펴보려 한다.
의외로 아주 어릴 때부터 집안 사정상, 친척 집에서 머물며 눈치를 봐오던 저자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소심한 눈치 보기로 주눅 들고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덕분에 호구가 되거나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일들도 많았는데 대학생활을 통해 겪은 그러한 다양한 일들은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자각과 함께 서서히 자신의 태도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어릴 때부터 쌓아온 '눈치'를 무기 삼아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여 이를 통해 사전에 감지한 위험을 대비하고, 말 못 하는 타인의 사정을 헤아려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저자의 성장 담은 그래서 더 깊이 와닿았다.
타인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기에 좋든, 싫든 봐야만 하는 '눈치'를 저자는 어떻게 활용하여 당당함과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지 그 방법도 살펴보고 의미 있는 문장들도 살펴보려 한다. 어차피 봐야만 하는 눈치라면 보다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삶을 살아가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꽤 오랫동안 존재감 없이 소심하게 눈치만 봐오던 아이가 자신의 삶에 가장 취약점이던 것을 장점화하여 가장 큰 무기로 성장한 방법은 경험에서 얻은 큰 자산이기에 더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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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한 번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왜 너의 얘기를 안 해? 맨날 내 얘기만 하잖아. 네 얘기도 좀 해봐"
여러 번 물어보는 친구와 마음이 잘 통할 거란 생각에 홀라당 넘어가 울컥하며 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렵게 꺼낸 이야기에 그 친구는 우리 집에 대해 쉽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걸 네가 왜 신경 써.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 알아서 하시겠지, 뭐 그렇게 신경을 써."
대수롭지 않게 취급당했다.
(...)
몇 번을 생각해 봤지만, 그때의 말과 표정, 눈빛에 이미 내 마음에는 상처가 나 나버렸다.
(...)
나는 아팠고, 더욱 입을 닫아버렸다.
공감 갔던 이야기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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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편의 에세이 중에 가장 공감 갔던 이야기 중 하나였는데,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 일화를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본인이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수도 혹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타인의 이야기에 쉽게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사람이 혹시 당신은 아닌가요? 공감 능력 결여, 배려 부족, 눈치 없음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이 이야기를 살펴보며 '눈치'의 중요성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일화였다.
눈치를 통해 나를 다독이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법에 대한 다양한 문장들도 눈에 띄었는데,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몇 가지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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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주인공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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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중심에 없다고 힘들어할 필요도, 비교할 이유도 없다. 더욱이 스스로가 지켜야 할 내 자리를 다른 이에게 줄 필요는 없다. 내 자리는 내가 지키자. 생각보다 타인은 조연과 단역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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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봄에 있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을 우리는 어쩌면 가장 뒤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눈치를 볼 때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나'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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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내어 배려한 사람은 잘못이 없다. 배려 받는 방법을 잘 못 배운 사람들이 잘못이다. 그것은 100퍼센트 명확하다. 다만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마음을 갈아 넣으며 배려까지 한 것은 내가 부족해서이다. 자신이 받는 마음이 어떤 건지, 배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 정도까지의 배려는 과했고, 아까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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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안타깝고 부족했지만, 절대로 마음을 내어 배려한 내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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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에는 '나'를 다독이는 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내 잘못이야'라고 흔하게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일화가 많았다.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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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종종 '별것도 아닌 일에 힘 빼지 마라. 별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라고 말한다. 그들 스스로가 직접 겪으면 어떨까? 자신에게 그 일이 벌어지고, 자신의 일이 되면 별것도 아닌 일이 아닌 자신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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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아파하는 일을 남이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나는 왜 이렇게 아파하는 것일까?' 자책하며 자신을 몰아넣지 말자. 당신이 내 아픔을 다 아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버리자.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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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에게 꼭 시원하게 내지르고 싶었던 말이라 더 와닿는 문장이었다. 별거 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별거인 일일 수 있다. 타인의 의미 없는 한마디에 자책과 상처로 얼룩져 자신을 나무라지 말자. 그럴 땐 따끔한 한마디로 깔끔하게 마무리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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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50퍼센트만 말을 해도 이미 나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흡수했을 것이다. 반대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100퍼센트를 다 말해주어도 나의 이야기는 소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모든 것을 말하려고 하기보다 50퍼센트만 말했을 때 논쟁 없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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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서는 말을 적게 하는 쪽이 현명한 법이다. 직장 생활을 잘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말의 50%는 버리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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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서 가져야 눈치로 저자는 말조심을 꼽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부터 베테랑 직장인 모두 공감 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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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무례를 자기 잘못이라고 스스로에게 화살을 쏘아대지 말자. 한 번 한 번 질문을 던지다 보면 결국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저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무례한 생각과 무례한 행동을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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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한 사람들의 무례함에 굳이 자신을 탓할 필요도, 후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상대의 무례함에 감정은 지우고 솔직함은 채워라. 무례한 그들은 각자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문제이고, 나는 나의 마음을 잘 다독여 지켜 가면 된다.
191~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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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느 장소, 어떤 순간에 타인으로부터 무례함을 느낄 때가 있다. 무례한 사람들은 그저 그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들이다. 무례한 사람들에 대해 큰 의미를 가지지 말자. 때로 속상함과 억울한 감정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잘 다독여서 내 감정을 잘 갈무리하자.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이기에 더 와닿았던 문장이었다.
눈치를 잘 활용하는 방법들이 담긴 문장들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나의 자존감도 지키고 당당해질 수 있는 활용법들이라 기억에 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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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잘 지내고 싶다면 나의 눈치를 잘 성장시켜보자. 자신이 눈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마음을 살펴 자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불편한 것은 무엇인지 적어보길 바란다.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한다면 그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없다. 잘 지내는 듯 보여도 허울뿐인 관계이다. 나의 마음을 눈치챌 수 있게 되었다면, 상대의 마음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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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사랑받는 소통의 기술'이란 결국 '센스 있게 눈치 보는 기술'이지 않을까.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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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기술은 오랜 경험과 내공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센스 있게 눈치 보는 기술이 짠하고 나타날 리는 없다. 나 자신을 비롯해 타인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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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라는 것은 눈치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상대방을 마주 보고 함께 걸으며 상대방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의 입장에 서고 나서야 최적의 배려를 할 수 있다. 나의 최적의 배려는 분명 다시금 나에 대한 배려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것을 확신하고 눈치 있게 배려하자.
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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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배려=눈치'라고 생각한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배려는 베푸는 사람이 느끼는 게 아니라, 배려를 받는 사람이 배려라고 느껴야 제대로 완성되는 것이다. 눈치 있는 배려만큼 잘 어울리는 문장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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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눈치로 인한 빠른 판단은 상황을 나의 것으로 가져와 주도할 수 있게 해준다. 상대와 상황에 맞추어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이끌어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정신적 자산이 되어 단단한 자존감을 만들어 낸다. 건강한 자존감은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번 한 번의 좋은 눈치가 모여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216~2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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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리한 상황으로 만드는 판단력과 눈치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또 있을까? 저자의 경험담 중에서 인테리어 공사 중 문제가 생겼을 때, 결혼식 전 양복을 맞추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차근차근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해결하는 부분을 보고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나 역시도 배우고 싶은 '눈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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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한다는 것은 결국 '내 잘못으로 받아들일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 아무리 희망이 없는 상황일지라도 나의 가능성으로 나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 그만이다. 굳이 누가 이랬고 저랬고 할 필요가 없다.
나의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자신의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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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하고 핑계 댈 시간에 내가 더 준비하면 된다. 어차피 남에게 잘 보이려고 사는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행복해지면 된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정말 행복을 원한다면, 남의 탓을 하기보다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행복을 쟁취하겠다는 집념을 가져라.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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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상황이나 타인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저자는 툭툭 털어내고 오히려 더 집념을 가지고 독하게 극복하라고 말한다. 남을 탓하고 주저앉아 있을 시간에 온전히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더 빨리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 말한다. 어쩌면 고난을 가장 빨리 극복하는 방법은 되새기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기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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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억을 놓기가 어려웠다. 과거를 생각하면 힘들었던 기억이 많지만, 내가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은 내가 '홀로서기'를 하며 '온전한 나'로서 모아갔던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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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비로소 깨달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버린다.'라고 했지만 '놓지 못했던 나'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고 싶었던 남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2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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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나 역시 경험한 깨달음 중 하나다. '추억을 끌어안고 살았던 나'를 놓아주니, 그 자리에 새로운 내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염려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시원하고 오히려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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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나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시시때때로 들었다. 그럴 때일수록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책을 읽든 노래를 듣든 영화를 보든 대화를 하든.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가야 한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걱정은 줄어들고 용기는 늘어난다.
2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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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부정적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안으로 숨어들기 마련이다. 그럴 때 반대로 무엇이든 시작해 보자. 몸을 움직이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시작해 보면 조금씩 긍정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 방법이니 꼭 한 번쯤 시도해 보자.
그동안 부정적 느낌이 강했던 '눈치'가 이렇듯 긍정적 효과가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어쩌면 우리가 '눈치'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웠던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상처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눈치가 필요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데도 눈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타인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여 상황을 잘 이끌어감으로써 긍정적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눈치는 타인과 나의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나의 상황이나 원하는 바를 이루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눈치'를 우리는 왜 그동안 부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봤을까? 앞으로는 눈치껏, 센스 있게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에서 느껴지던 당찬 기세는 오랜 시간 '눈치'를 통해 얻은 저자의 당당한 자신감과 자존감, 행복한 삶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쓴 저자의 노고와 노력이 엿보여서 더 마음이 갔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