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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박제
박재우 지음 / 부크럼 / 2022년 11월
평점 :
“농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목이 <웃음 박제>라서 처음에는 하하 호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읽다 보니 단순히 웃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농담 같기도, 조언 같기도 한 알쏭달쏭 한 뼈 때리는 농담들이 콕콕 박혀있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농담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일명 농담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책은 저자가 군대에 있을 때 매일 농담 한 줄씩 적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200일이 넘도록 빠짐없이 업로드 하는것을 보고 '이거 나중에 농담집으로 발간해도 되겠다.'라는 댓글을 달아주며 차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실 농담집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가벼이 넘길만한 농담거리는 하나도 없는데, 그렇다고 무겁거나 진지하지는 않다. 그저 핵심을 찌를 뿐이다. 일상 속에서 턱턱 숨 막히는 일들이나, 고민하던 일들 혹은 무심히 넘어갔던 일들을 '왜?'라는 물음과 함께 툭툭 건드리는 방식으로 짤막하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이 농담집의 유머 아닌 유머는 세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평소 이건 왜 이렇고, 저건 왜 저럴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다른 각도로 바라보다 보니, 그것이 농담집으로까지 이어졌고 실제 본인의 현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농담은 세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재미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농담집의 매력은 무엇인지, 또 그가 말하는 웃픈 농담의 실체를 지금부터 만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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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내가 느낀 건데, 대화는 체스랑 비슷한 것 같ㅇ...
아 전략적으로 하는 거구나?
아니, 네 차례 때 하는 거라고.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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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듯 묘한 비틀림 한 번이 강력한 펀치를 선사하는 문장이었는데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를 살펴보는 거 한번, 문장이 쓰인 그 자체를 살펴보는 거 한번 이렇게 다각도로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이 대화의 화자가 마지막에 한 말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범주에서 약간 벗어나는 대답이다. 하지만 색다른 농담이자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대답이다.
하지만, 앞에 '같ㅇ...'와 같은 말줄임표 다음에 친구가 성급하게 한 대답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나면 마지막 말은 어딘가 친구에게 하는 농담인 듯, 농담 같지 않은 뼈 있는 충고와 같이 느껴진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친구 입장이었다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애매하고 난감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다시는 친구의 말을 끊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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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부자들이 보는 돈=돈
가난한 자가 보는 돈=Don't
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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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말장난인데, 여기에서 웃픈사람 손! 공감 가는 사람들도 손! (나도 나도) 핵심을 찌르는 유머가 아닐 수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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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
연필보다 볼펜을 더 많이 쓰게 된다.
그건
이제 실수하면 고칠 수 없는 시기가 찾아왔다.
라는 뜻인가 보다.
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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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짠하고 마음이 아파지는 유머다. 어쩌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라서 연필이 아닌 볼펜의 입장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흔하게 굴러다니는 연필과 볼펜을 두고 이런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지우개로 벅벅 지우며 고쳐나갈 수 있었던 그때를 건너, 이제는 한번 쓰면 고칠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시기지만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좋아져서 볼펜으로 쓴 것을 지우거나 고칠 수 있는 '수정 테이프'가 있노라고! (수정 테이프 만세! ㅋㅋㅋ)
어떤 유머는 조목조목 따지며 뼈 때리는 농담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삶에서 고민하던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기도 하는 그의 농담들.
저자처럼 때론,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 생각들이 더해지고 더해져, 퍽퍽하고 메마른 삶 속에 자신이 만든 유머로 혼자 큭큭거리며 웃는 날들이 더해지다 보면 어느새 긍정적인 생각들도 가득 차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가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