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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평점 :
'크리스마스 캐럴'하면 즐거움과 행복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그와 반대로 읽는 내내 섬뜩함과 잔인함이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날이 주는 특유의 발랄한 느낌은 물론,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캐럴마저도 음울하고 구슬프게 느껴지게 만든 이 책 <크리스마스 캐럴>.
서브타이틀이 말하는 반인간선언의 전말과 그들이 겪은 일련의 일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끔찍한 현실과 맞닿아 있었는데,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진실의 단면을 다루고 있어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아직 채 성인이 되지도 못한 아이들이 왜 그토록 잔인해져야 했는지, 생존을 위해 그들은 과연 어디까지 자신을 내몰아야 하는지, 악은 무엇이고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이기심과 욕망들은 과연 무엇으로 증명하고 제지를 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살기 위해, 복수를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그, 주일우. 그가 인간이길 포기하고 반인간선언을 한 것은 아마도 크리스마스 날의 아침 쌍둥이 동생 주월우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그날부터 였을 것이다.
이미 부패된 얼굴과 여기저기 폭행으로 상처가 가득했던 퉁퉁 불은 몸으로 물탱크에서 발견된 쌍둥이 동생 주월우. 원인도, 이유도, 가해자도 알지 못한 채 주일우는 그렇게 동생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눈을 부릅 뜬 채 함께 살고 있던 할머니마저도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임대 주택에서 지체장애가 있는 쌍둥이 동생 주월우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던 주일우는 먹고살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월세는 벌써 반년째 밀려있었고, 전기, 수도, 개별난방비 모든 게 밀려있었다. 설상가상 아버지란 인간이 갖다 쓴 카드 빚이 이 연좌제처럼 치매에 걸린 할머니 몫으로 돌아왔다. 잘못하면 거리로 쫓겨날 판국에 일반 아르바이트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열흘만 제대로 움직이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철거용역 업체 일은 그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오직 할머니와 월우만 생각하며 부수고 부수고 부수는 일에만 전념하며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온 후 그는 가족을 모두 잃었다.
월우가 죽은 이후 일우는 월우의 죽음의 이유를 찾다가 마침내 용의자로 생각되는 이들을 쫓아 교도소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그들은 일명 일진으로 불리는 문자훈, 백영중, 최누리, 손환으로 교도소 내에서도 악명이 높은 이들이었다.
월우가 죽기 전인 크리스마스이브날 수화기를 통해 전해져오던 문자훈 일당의 목소리와 폭력을 가하던 음성, 그리고 갑작스레 말도 안 되는 소란으로 일당 모두가 교도소로 숨어버렸다는 것을 근거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들을 쫓아 교도소행을 택한 일우.
소년원 내의 상담교사인 조순우를 거쳐, 교도소 내 교정 교사이며 일명 미친개로 불리는 한희상과의 대거리는 물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일진 패거리들이 불러들인 또 다른 악마 고방천과 맞서면서 마침내 서서히 일우는 그 진실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또 다른 비밀을 숨기기 위해 끝까지 회피하던 문자훈 일당들의 숨은 비밀은 무엇이고, 또 교화라는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던 교도소라는 집단의 권력 위에 앉아있던 한희상의 행태, 살기 위해 일진 패거리에 속해있지만 을중에 을로 성폭력을 당하고 있던 손환이 숨기고 있던 엄청난 비밀, 더불어 천사의 탈을 쓴 진정한 악마의 모습을 엿보면서 왜 주일우가 반인간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법위에 앉아있는 이들, 사회 시스템도 어떤 어른도 보듬고 보살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굶주림과 부패, 폭력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 어떤 곳에서도 제대로 된 인간다움을 느낄 수 없었던 차가운 현실 속에서 일우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괴물이 되는 방법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돈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겪는 현실의 냉혹함과 처절함은 일우뿐만 아니라, 월우와 손환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는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당하고 버텨내야만 한다는 점이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이며 민낯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속이 울렁거릴 만큼 피 튀기는 폭력과 험한 욕설이 난무하고 끝없는 무자비함에 지쳐갈 때쯤 서서히 그들의 숨겨진 진실과 그 속에 자리한 피해자와 가해자 드러났는데, 그 어디에도 월우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온전한 피해자는 없었다. 그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버무려진 피비린내 나는 괴물들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즐거움과 욕구 충족,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그들의 처절한 사투는 후에 대반전을 가져오는데, 유유히 빠져나가는 또 다른 가해자의 모습에 허무함과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도 음지의 어느 곳에서는 벌어질 수 있는 일, 혹은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모습의 가면을 쓰고 곳곳에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는데, 때론 선량한 모습으로, 때론 친구의 모습으로, 때론 권력자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어떤 자든 권력과 힘 있는 자 앞에서는 또 다른 을이 된다는 것은 공통점이었는데, 폭력으로 시작한 이들의 시작이 어떤 끝맺음을 맺을지는 책으로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다 최후의 순간에 외친 문자훈의 한마디는 이야기의 복선이자 끝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앞서 손환이 그린 그림의 붉은 산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는 유유히 빠져나간 범인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대략 진범을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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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내 말 믿어! 그날 저녁, 월우를 공원으로 끌고 가 두들겨 팬 건 맞아. 하지만 죽이진 않았어. 진짜야. 공원에 쓰러진 월우를 누가 차에 태우고 간 걸 봤어. 차 번호 기억해. 월우 데리고 간 차 번호 기억한다고!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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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까지 읽고 난 후에도 긴 여운이 남았는데, 특히 월우가 불렀던 캐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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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한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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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불러야 할 캐럴이 이토록 처절하고 구슬프게 들리는 건, 말갛게 웃던 월우의 모습이 떠올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지체장애가 있음에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만큼 자신의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던 월우. 지체장애인 자신과 치매인 할머니의 생계를 위해 이리저리 돈을 벌기 위해 바빴던 일우를 알고 있었기에 손환의 요청에도 그토록 자신의 상황을 일우에게 말하기를 거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월우가 폭력과 폭행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웃는 모습을 고수하고 있었던 이유 역시도 어쩌면 힘들게 자신과 할머니를 위해 고생하던 일우에게 더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끝까지 웃는 모습만을 고수했는지도 모르겠다.
폭력으로 시작해 폭력으로 막을 내리는 이 소설 속에서 과연 정의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더불어 끝끝내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한 명의 범인을 결국 일우는 알게 되었을지 또 그 범인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손환의 행방도 궁금해지는 밤이다.
추후 영화로도 개봉한다고 하니 영화에서는 어떤식으로 표현했을지 원작과 비교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