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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평점 :
컬러안에 이토록 많은 인류의 역사가 숨어 있다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패션과 컬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처음에는 단순히 의복의 역사라던가 컬러와 패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접하고보니 상상이상의 수많은 인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컬러는 국가, 인종, 종교. 문화, 시대,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와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각 시대의 유행이나 선호하는 색상에 따라 신분이나 유행을 나타내기도 하고, 특정 정치색과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또한 염색법이나 주재료의 특성에 따라서도 다르게 받아들여졌는데 퍼플컬러는 재료의 희소성 덕분에 고급스럽고 귀한색으로 인식된것에 반해 브라운컬러는 염색법 조차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만큼, 칙칙하고 둔탁한 느낌으로 인식되어 선호도가 떨어지는 컬러였다.
이 책에는 10가지 컬러와 패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것하나 좋다 나쁘다 가늠할 수 없을만큼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꽃을 피웠다. 때론 문화의 아이콘이 되어 활짝 피기도 했다가, 또 한편으론 부정적 이미지가 심화되어 상징성이 떨어지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오르내리는 굴곡점의 변화는 인류의 역사이기도 해서 단순히 컬러의 선호도 이상의 가치관의 변화, 사람들의 편견, 인식의 변화, 당시 시대상과 정치, 문화의 다변화를 파악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방대한 자료의 모음집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패션의 역사를 담은 잡지 한 권을 보는 느낌도 든다.
하나의 컬러가 본격적으로 색을 입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컬러속에 담긴 삶과 패션, 문화전반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더불어 컬러에 담고자 했던 의미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도 함께 살펴보면서 컬러의 맛을 함께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책 곳곳에 첨부되어 있는 이미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소재와 패턴, 색상의 명도와 채도에 따라 적용되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데, 현재의 패션과 비교해서 어떤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10가지 색(검은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어떤것은 역사적 사실에 기인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었고, 또 어떤것은 놀랍고 새로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각자 컬러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자신만이 가진 이미지에 대입해 보면서 살펴보기를 바란다.
문화나 시대에 따라 바뀌는 컬러의 상징성. 이는 어쩌면 우리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너, 우리가 가진 컬러에 대한 심리적 요소는 어떠한지 수세기에 걸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컬러의 변화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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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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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색 중 극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블랙은 암전과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침묵이다. 어느 땐 감각적인 세련미로 어느 땐 답답한 지루함으로, 이중적인 모습으로 사랑받는 색상이다.
블랙컬러에 대한 역사를 살짝 살펴보면, 1950년대 보헤미안인들이 입었던 검은색 폴로 목티는 미국의 반체제 문화의 성격을 나타냈고, 1990년대 이후는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놈코어' 패션으로 불리며 주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상복으로 입으면 슬픔과 상실을 의미하고, 무솔리니가 입는 블랙 셔츠는 파시스트적 위협을 나타내며, 미국의 흑인 무장 조직인 흑표당의 블랙 베레모는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강력한 표상이 된다.
2000년 9월 <뉴욕타임즈>를 통해 전한 야마모토의 블랙에 대한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는데, 블랙컬러를 매우 잘 표현한 인터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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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은 겸손하면서도 거만한 색입니다. 블랙은 게으르기 쉬운 색이지만 신비롭기도 합니다. 블랙은 많은 것과 함께 어울리지만, 옷감에 따라 다양한 특색이나 취향을 나타내기도 하죠. 실루엣을 표현하려면 블랙이 필요합니다. 블랙은 빛을 삼키거나 사물이 날카로워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블랙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괴롭히지 않아. 너도 나를 괴롭히지마!"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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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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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색으로 여러톤의 보랏빛이 출렁이는 장소에 있으면 절로 모험이 시작된다.
고대부터 보라색은 가장 힘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색이었다. '황실' 또는 '왕실' 보라색으로 명명된 옷들은 부와 권력을 상징했으며 황제, 왕족, 교회의 수장만이 입을 수 있었다.
보라의 진귀함은 그 희귀성 때문인데, 보라의 염료인 뿔고동으로 불리는 달팽이의 하부 기관지 선에서만 추출되는 원료가 한정적이기도 했고, 보라 염료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하며, 매우 비밀스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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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어획은 가을과 겨울에만 가능했다. 더구나 분비선에서 분비물이 추출될 때까지 달팽이가 살아있어야만 가장 진한 보라색을 얻을 수 있다. 추출된 액체는 맑은 색을 띠지만 산소와 접촉하면 짙은 보라색으로 변한다. 분비물에서 얻은 액체와 잘게 부순 조갯가루를 소금에 절여 3일간 나무 재와 소변으로 발효시킨 뒤 금속 통에 넣어 10일간 끓이면 보라색이 탄생한다.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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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 보석 1g을 만들기 위해선 최대 12000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다고 한다.
보라색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사치금지법이 폐지된 이후로, 유럽 전역에서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보라색을 착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감독 데릭 자만이 1993년 저서 <Purple Passage>에서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보라색에 대한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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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은 열정적인 색이며 짙은 보라로 넘어가면 조금 더 대담한 느낌이 더해진다 옅은 보라로 가면 분홍색도 보라색으로 변모한다. 달콤하면서도 수줍은 느낌을 주는 라벤더 색상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라색은 또한 게이임을 표현하는 색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파랑과 여성을 상징하는 빨강이 합쳐져 독특한 보라색을 만든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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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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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매력으로 이어지는 파랑은 드넓은 하늘과 망망대해처럼 광대하고 장엄한 느낌을 준다. 그러기에 이해와 포용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보인다. 신선하고 맑음을 선물하는 유일한 색이다.
파란색을 우울한 색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그런 우울한 파란색을 쫓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음악과 관련된 색다른 발견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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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중 선장이나 장교가 사망하면 애도의 뜻으로 파란색 깃발이 게양된다. 19세기 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그들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블루스' 리듬을 발전시켰다. 그때부터 파란색은 음악과 관련하여 우울함과 내면의 고통을 나타내는 색이 되었다.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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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군인들의 제복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카키색의 유니폼이 대다수였던 시절 카키색의 제복은 '카키 유니폼을 입은 놈'으로 치부되었다. 반면, 파란 계열 제복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매력적이며 전문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1938년 비행기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영국 공군의 영웅 콜린 호지킨슨은 1942년 제 131중대로 편입되자 재활한 기분마저 느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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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블루 제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색상이었죠. 나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모델이 된 듯 왼쪽 가슴에 달린 배지를 매만졌습니다. 세상에나! 이제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어요. 나조차도 저항할 수 없었으니까요."
103~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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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편입된것보다 파란색 제복에 대한 자부심이 더 뿜뿜 느껴지는 글이다. 파란색에 대한 이야기는 제복을 넘어 그 외 다방면에서 발견되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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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주로 소년과 연관 짓는다. 그런데 문학,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자유롭게 모험을 찾아 떠나는 소녀도 푸른 옷을 입는것으로 종종 묘사된다. 무한한 하늘이 색깔인 파란색은 세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곳을 탐험할 잠재력을 나타낸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적갈색 배경의 캔자스에서 테크니컬러의 오즈의 땅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푸른색 깅엄 드레스를 입었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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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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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의 초록과 한 여름 더위에 무르익은 나무잎의 색은 같지 않다. 그렇게 성숙해질 줄 아는 색이다.
녹색은 우리에게 필수 요소인 물과 생명, 머리를 맑게 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식물과 나무에서 나오는 풍부한 산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죽음과 부패를 상징하는 곰팡이, 독이나 독성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 녹색은 재생과 성장의 색으로 파피루스 새싹의 상형 문자로 표현되었다. 로마인들은 녹색을 자연의 색상으로 받아들였다. 정원, 채소, 포도원의 여신인 비너스를 나타내기 위해 선택되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녹색은 생명을 부여하는 속성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코란을 보면 녹색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색이며 낙원에 있는 사람들은 '고운 녹색 비단의 옷'을 입고 있다.
현재는 녹색을 긍정적 이미지로 많이 바라보고 있지만, 과거에는 생각보다 부정적인 이미지에 더 부합하는 컬러였던 그린컬러. 이는 녹색을 만드는 재료인 '비소'에서 비롯된 부작용 때문임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자연 및 건강과 연결되었다.
▶건강과 연결된 이야기
스웨덴 화학자 셀레가 제조한 합성 녹색인 파리 그린에는 높은 함량의 비소가 섞여 있어 염색하는 사람이나 옷을 입는 사람의 건강을 해쳤다. 그의 연구덕에 의류, 벽지, 조화, 사탕, 블랑망제(젤리형태의 차게 먹는 디저트) 등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사용되었는데 결국 셀레는 10년 후 화학 중독으로 사망한다.
이후 또 다른 구리-비소의 합성 안료로 만든 '에메랄드 그린'이 대유행을 맞이하게 되는데, 여성들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에메랄드 그린 드레스를 입는다.
19세기 중반에 유행한 패션은 과일과 꽃이 잎사귀에 가득 달린 정교한 머리 장식용 화한이었는데, 36세의 빅토리아 여왕이 촉발한 트랜드였다. 이때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하던 수천명의 노동자들의 손가락과 팔에 피부병이 생기고 메스꺼움, 빈혈 및 심한 두통으로 고통받았는데 이 또한 비소 때문에 벌어진 사태였다. 이 외에도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시장 가판대에서 팔던 녹색 사탕 또한 비소 함유로 여러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유사한 사례가 많아지자 의료진은 녹색으로 염색된 직물과 벽지에서 높은 수준의 비소가 함유되어 있음을 그제야 발견하게 된다.
이후 녹색의 독성에 대한 두려움은 더 안전한 염료를 발명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1890년 무렵에는 블록 색상이나 선명한 줄무늬 등 어디에서나 쉽게 녹색을 볼 수 있게 된다.
▶자연과 연결된 이야기
18세기 중반 문학과 예술의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산업혁명의 스모그가 짙은 도시 풍경에서 휴식을 얻고자 풍부하고 비옥한 녹색의 풍경을 그리는데, 사람들은 이때 신체 활동과 신선한 공기의 이점을 깨닫고 풍요로운 녹색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색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외에도 녹색은 유혹, 사랑, 속죄를 나타내는 컬러로 이어지는데, 격렬한 사랑과 부정행위를 나타내는 컬러로, 관능미를 표현하는 컬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다 현재는 도시생활과 지구환경에 대한 염려를 담은 환경문제를 나타내는 색, 진정효과를 주는 컬러, 휴식을 주는 컬러등 다시금 긍정적 이미지로 부활하고 있다. 덕분에 2013년 팬톤에서는 '에메랄드'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으며, 2017년에는 '신선하고 활기찬 옐로그린 색조'이자 '깊게 심호흡하여 산호를 들이마시게 하고 새로운 힘을 되찾게 하는 색'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그리너리'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제 녹색은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과 같은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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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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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은 주목받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뽐낼 줄 알고 남들보다 독보적으로 환하게 피워낼 수 있다. 그만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색이라 할 수 있다. 주위의 어떤 색보다 근사하게!
노란색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심리학적인 원색으로, 자극적이면서도 낙관적인 감정을 북돋울 수 있지만, 압도적이기도 하며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태양, 성장, 번영을 상징하는 노란색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빛이 어둠을 가르고 밤의 악을 파괴하듯이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 노란색은 철학, 의학 및 풍수에 사용된 오행론의 오색 중 하나였는데, 지구를 상징하기도 하는 만큼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겼다. 금과 부, 태양의 빛,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국화꽃의 색이기도 했다. 특히 청 왕조와 같은 특정 시대에는 황제와 황후만이 입을 수 있는 귀한 색으로 대접받았다.
반면 노란색이 부정적 이미지로 받아 들여지던 때도 있는데 바로 중세시대다. 이때 노란색은 질병, 질환 및 황달을 암시했으며, 4대 체액 중 하나인 황담즙과도 관련이 있다.
14세기와 15세기 베니스의 매춘부는 항상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함으로써 신분을 표시해야 하기도 했다. 중세 미술을 살펴보면 사형 집행인은 노란색 옷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되며 반역자를 묘사하기도 한다. 또 파산한 사람들의 집을 표시하는데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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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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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노랑이 섞인 주황은 어울림을 좋아하는 것처럼 인식되나 주황을 정확히 알고 나면 까다롭고 예민한 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주황은 다른 색과의 조화로움보다 주체적이고자 하는 색이다.
주황색(=오렌지)에 관련된 옷, 문학, 군복, 스펙트럼등 최초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옷
<컬러의 말>의 저자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에 따르면, 오렌지색은 1502년 요크의 엘리자베스가 마거릿 튜더를 위해 '오렌지색 사르넷의 슬리브'를 샀다는 기록에서 처음으로 옷과 관련이 되었다고 한다.
▶문학
'오렌지'는 점차 문학 작품에서도 등장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이 <한 여름 밤의 꿈>에는 보텀의 수염이 '오렌지 황갈색'으로 묘사되는 등 갈색 톤보다 밝은 존재로 언급된다.
▶군복
1576년 그리스어로 쓰인 3세기 군사 기록의 영어 번역본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들이 진홍색, 보라색, 암자색 및 오렌지색 벨벳으로 된 군복을 입었다고 묘사되어 있다.
▶빛의 스펙트럼
1672년 아이작 뉴턴이 빛의 스펙트럼을 발견하면서 오렌지색은 널리 퍼졌다.
오렌지색은 상큼한 감귤류의 과일과 보티첼리와 라파엘 전파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사랑과 다산의 상징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입기 어려운 색으로 여겨져 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보라색이나 갈색과 충돌하고 유해물질 보호복, 교도소의 죄수복, 경고 표지판처럼 눈에 띄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황색은 항상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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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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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이며 중후한 멋을 가진 갈색은 고풍스러운 이미지로 무게감을 전달하며 침착함을 유도한다. 그러면서도 멋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전달하고 편안으로 다가온다.
중세의 사치금지법이 도입된 이후, 갈색 직물은 회색, 빛바랜 노란색, 녹색과 함께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을 위한 색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갈색은 칙칙하고 둔탁한 느낌을 주는 색으로 인식된다.
중세에는 갈색에 대한 염색법 조차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갈색천에 대한 수요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갈색천은 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 저렴하고 거친 직물이었다.
19세기 처음 사용된 베이지라는 용어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연한 엷은 황갈색 컬러의 염색하지 않은 양털로 만든 천을 뜻한다.
브라운 컬러는 각 시대별 인식변화가 극명히 갈리는 컬러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살펴보면 재미있는 몇몇 사실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브라운 컬러가 빛을 보는 시기를 살펴보면, 레이디 조지아나 스펜서 때를 꼽을 수 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5대 데본셔 공작과 결혼한 17세의 레이디 조지아나 스펜서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재치, 패션 안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이때 그녀가 진부적이고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휘그당과 동맹을 맺으면서 캠페인 컬러로 선택한 것이 베이지와 파란색 컬러의 옷이다. 이때 그녀의 선택은 남성 패션에 영향을 미쳤으며 친미 정당의 모던함을 대변했다.
더불어 18세기에 들어서며 스포츠와 야외 활동의 증가, 정교하고 까다로운 패션에 대한 반발로 자연 갈색의 단순하고 러프한 천으로 된 옷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18세기 남성복 패션은 단순하고 투박한 스타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한때 브라운 컬러는 퉁명스러운 스타일이라 조롱받던 시기도 있는데 1880년대 야외활동에 참여하는 '합리적 복장 협회'에서 트위드를 적극적으로 홍보 할 때다. 차분한 갈색의 트위드가 페티코트 등 화려하면서도 복잡한 빅토리아 시대 여성 패션보다 소박하고 차분해보여 초반에는 조롱받기도 했다.
그러나 제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편안한 스포츠웨어 룩이 선호되면서 트위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널리 퍼졌다. 추후 트위드 재킷은 올리브 그린, 연한 갈색의 실을 다양한 짜임으로 엮어 직물에 개성을 더하게 되면서 추종 세력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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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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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강함을 드러내는 레드컬러는 대충 넘어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집중을 추구하는 색이다. 그래서 빨강이 있는 곳에 시선이 꽂힌다.
빨간색의 상징적 힘은 문학, 설화, 전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동화에서는 흰색, 검은색과 함께 빨간색이 자주 언급된다. 아마 문학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빨간 옷은 동화 <빨간 망토>속 망토일 것이다.
빨강, 하양, 검정은 삼원색으로 초기 동굴 변화와 예술 작품에도 쓰였다. 그리고 기독교의 삼색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빨간색은 피와 생명, 검은색은 어둠, 흰색은 순수와 성령을 상징한다. 이 세가지 색 중 빨간색은 모든 색을 반사하는 흰색, 그것을 흡수하는 검은색과 반대인 파장을 지니고 있어 우리 눈이 '실제로' 볼 수 있는 첫 번째 색으로 간주된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일화에서 빨간색에 얽힌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는데, 학생 시절 관람한 오페라 <카르멘> 공연은 그에게 색에 대한 열정을 촉발시켰다고 한다. 발렌티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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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모든 의상이 빨간색이었습니다. VIP석에 앉은 여성관람객들도 대부분 빨간색 옷을 입고 제라늄 식물처럼 발코니 석에서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죠. 좌석과 커튼도 모두 빨간색이었습니다. 검은색과 흰색의 뒤를 이어 빨간색보다 더 좋은 색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2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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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드레스 효과'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빨간 옷은 특히 여성이 입었을 때 욕망의 감정을 유발하며 다른 색상보다 더 많은 남성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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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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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사랑스러운 색을 꼽으라면 단연코 분홍을 떠올린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섭리를 보여주는 엄마의 숨결 같은 색이다.
▶분홍색의 창조
분홍색은 꽃과 관련되어 자주 언급되는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분홍색을 더 부드러운 빨간색으로 취급했다. 유럽 언어들은 선명한 빨간색을 정의하는 '장미'에서 출발하여 '라틴 장미'의 변형으로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 염색업자들은 분홍색을 'incarnate'로 불렀으며, 이는 영어로 '카네이션'으로 번역된다. 카네이션 종인 디안루스 플루마리우스의 프릴 모양 가장자리를 '핑크'라고 하는데, 여기서 '핑크'가 파생되었다.
▶분홍색 개념
분홍색이 생기있고 여성스러운 색이라는 개념은 20세기에 나타났는데, 1936년 패션 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가 여배우 메이웨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신체 모형을 본 떠 향수를 만들면서 색상의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분홍색의 '성' 구별
20세기 이전에는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남녀 유아 구분없이 흰색옷을 입혔는데, 1940년대 후반 분홍색은 남아의 의복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는 '위험한' 동성애를 초래할 수도 있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로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남성성을 보호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1980년 분홍색은 옷과 장난감에서 소녀의 색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남자를 위한 분홍색
18세기 핑크색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산업 혁명 시대에 들어 어두운 작업복을 입게 되자 너무 화려한 색의 옷은 다소 촌스럽다고 여기게 되었다.
▶분홍색의 현재
2017년 분홍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프랭크 오션과 같이 패션에 민감한 예술가들도 고정관념을 탈피하며 과감히 핑크색 옷을 입었다. 2017년 5월 판<롤링 스톤>의 표지를 장식한 스타일스는 클래시의 폴 사이먼을 인용하여 '핑크만이 진정한 로큰롤 컬러'라고 말했다.
당나라 예술과 로코코 예술에서 묘사된 핑크는 여성스러움, 젊음, 다산, 에로틱한 개념을 전달한다. 이러한 여성적 연상으로 분홍은 유방암과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강력한 색상으로 인색되기도 한다. 분홍색은 여성 운동을 상징으로 쓰이며 결코 여성의 힘을 나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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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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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깨끗함의 상징으로 보이는 흰색은 많은 사람이 선망한다. 부정과 부조리에 맞서 정의와 옳음을 실천하는 색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편하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우리 주변의 흰색은 긴장을 부른다.
작은 얼룩도 즉시 눈에 띄는 화이트 진은 부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타낸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흰옷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 옷이 더러워질 일이 없는 사람들, 즉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입었고, 19세기 이후부터는 여가를 즐기는 계층들이 시원한 흰색 린넨 정장과 드레스를 즐겨 입었다.
세계적 문화적 전통에서 흰색은 순수함과 처녀성을 나타낸다. 값비싼 비단은 천국에서만 입는다고 알려진 이슬람 문화권에서 순백색 면 옷은 헌신을 뜻한다. 흰색은 갓 내린 눈, 우유,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색으로 단순함과 순수함을 의미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컬러들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새삼 깨닫게 된 건, 수많은 시행착오와 트랜드를 거치면서 패션과 컬러는 계속해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수준높은 색감과 원하는 컬러의 배합을 위해 한때는 목숨을 잃는 끔찍한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잘못된 점을 찾고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비로소 현재는 모든 컬러가 긍정적 요소로 사랑받게 되었다.
이제는 특정 컬러에 대한 대중의 비난이나 부정적 이미지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개인적 취향과 특성만이 남았다. 수많은 소재, 특성, 다양한 컬러감으로 유행을 선도하는것은 물론 각각의 독특한 취향까지 반영하는 기특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컬러와 패션이 새로운 믹스&매치로 기대감을 충족시켜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경험에 따라 생기는 편견 또한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없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유행에 따라 대중이 움직이는 방식이었다면 현재와 미래는 오히려 각각의 특성에 따른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접목된 다채로운 패션과 컬러가 선보여지는 방식이 될 것 같아 이 이후의 모습은 왠지 긍정적 요소로서의 '다름'을 기대해볼 수 있을듯 하다.
돌고도는 유행속에서 과거여행을 통해 나만의 맞춤식 TPO도 그려보게 된다. 상황별, 장소별, 시간별, 취향별 패션과 컬러를 가늠해보고, 더 나아가 나를 상징하는 컬러와 나를 보다 돋보이게 해줄 패션센스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옷, 나의 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옷, 나만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감각을 통해 나만의 색을 드러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