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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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에 관련된 책은 이번이 세번째로, 어쩐지 읽을수록 더욱 더 갈증이 일어 어느새 세번째 책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품 한 편과 그녀의 작업공간을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어쩐지 알듯 모를듯 살짝 아리송함을 담고 있어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세번째 책을 통해 그녀의 삶과 작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알게 되면서 궁금증으로 남아있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었다. 

 

세번째 책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누군가 일부러 떨어뜨린 그녀에 대한 작은 힌트 조각을 수집해 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는데, 하나하나 수집하면서 그녀의 삶과 작품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독특하고 새로워서 이제는 조금쯤 즐길 여유도 생긴듯 하다.

 

이번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을 읽고 정리하면서 새삼 의문이 가거나 궁금한 점들은 검색을 통해 채워넣는 시간을 가졌는데, 덕분에 생경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작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색다른 재미와 맛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이 책의 후반부에 담긴 해설이 한 몫을 했는데, 그녀가 살아온 삶과 이력을 정리한 연보, 단편들에 대한 해설을 통해 먼저 읽은 작품에 대한 느낌과 비교해 가며 확인해 볼 수 있었고, 또 놓치고 있는 포인트들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부분과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의 내용은 비슷한 부분도 또 다른 부분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놀라웠던건 어떤방식으로 받아들이던 그녀의 갇힘없는 표현력에 있어서만큼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는 점이다. 그것이 설사 장점이자 단점일지라도.

 

그녀의 그런 표현력, 문체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어렵거나 난해하게 느낄수도 있는데, 그래서 더 다채롭고 다양한 구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나의 특성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번 책의 서평에는 단순히 책에 대한 리뷰뿐만 아니라, 그녀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한 삶도 함께 기록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삶을 두루 살펴보면서 작품에 대해 더 잘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처음이 만약 나의 서평이 된다면 그녀(혹은 그)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기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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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살펴보기 전,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 대해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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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삶의 처음은 그녀의 부모님의 결혼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과 어머니 줄리아 덕워스는 각자 이전의 결혼에서 태어난아이 한명과 세명의 자녀가 있었다. (총 4명)

 

그리고 둘 사이에서 새로 태어난 네 명의 자녀를 두게 되는데 바네사, 토비, 버지니아, 아드리안이 바로 그들이다. 이렇게 이들은 런던의 상류층이 거주하는 사우스 켄싱턴에서 아이 여덟, 하인, 애완견을 포함한 대가족을 이루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여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딸을 자신의 문학적 후계자로 길러냈다. 어머니 줄리아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적인 현모양처 스타일로 자신의 딸이 대학에서 교육받는 것을 원치 않아 가정교사를 통해 교육받는다.

 

헌신적인 어머니 상이었던 어머니 줄리아는 평생을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았는데, 그러다 울프가 열세살이 되던 1895년 세상을 떠났다. 이로 인해 화목했던 가정은 빛을 잃고 슬픔에 빠진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타인에게 그토록 헌신적이었던 어머니가 정작 자신의 친딸은 간병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덕분에 울프는 어머니의 품에서 간병 한번 받지 못한 채 정신병을 혼자 감당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후 울프는 세 살 터울인 언니 바네사와 서로 의지하며 각자 작가와 화가의 꿈을 키우는데, 20세기 무렵 <타임스>지 문예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수십년간 지속되어 600여 편이 넘는 에세이를 남긴다.(추후 울프가 작품을 쓰는데 있어 작품을 '이야기 하듯' 쓰는게 아니라, '그리듯' 쓰는데는 화가인 언니 바네사의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1904년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이 사망하고, 이복형제를 제외한 이들 자매와 남자형제는 보수적인 켄싱턴을 떠나 보헤미안적인 분위기의 블룸즈버리로 이사한다. 블룸즈버리는 진보적 지성과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장소로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여기서 울프와 바네사는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문학, 예술,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며 친목을 다졌는데, 이 모임이 유명한 '블룸즈버리 그룹'의 시작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모임에서 작가이자 정치 사상가인 레너드 울프와 만나 결혼한다. 그리고 첫 장편소설 <출항>을 출간했는데, 결혼과 첫 소설 출판이라는 커다란 일들이 원인이 되었는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해진다.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남편 레너드는 아내의 건강을 위해 런던 교외의 리치몬드로 이사하고 책을 좋아하는 울프가 할 수 있는 단순노동 일거리를 찾아 인쇄용 자판 세트를 구입한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일일이 손으로 책을 만들면서 출판사를 시작하게 되고 이들이 살던 집 호가스 하우스의 이름을 따서 '호가스 출판사'라 명명한다. 이 출판사는 영국 최초로 프로이트 전집과 톨스토이와 도스도옙스키 등의 작품을 번역, 출판한 유서깊은 출판사로 지금도 건재하다.

 

이 출판사를 통해 그녀는 수십수백편의 작품을 출판하면서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여성작가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그녀가 죽기 전 머물렀던 울프의 시골집인 서식스 해안가가 독일의 영국 본토 상륙지로 소문이 나면서 만일의 경우 둘이 함께 자살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유대인인 남편 레너드와 함께 나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홀로 이스트 서식스주 루이스의 자택을 나선 그녀는 주머니에 돌을 넣은채 우즈강으로 걸어 들어갔고, 시신은 2주 후에야 발견된다. 그때 그녀 나이 60세였다.

 

<여기서 잠깐!>
그녀의 정신병에 대한 서술이 검색내용과는 다르게 서술되어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정확히 어떤 내용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어머니의 죽음'이 울프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고, 이때부터 시작된 정신질환은 평생 울프를 괴롭혔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검색으로 찾아본 바에 따르면, 6살때부터 의붓오빠들에게 성폭력을 당하면서 몸에 대한 혐오감과 수치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극복하지 못한채 일상을 불행속에서 살았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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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업적과 시대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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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데, 특히 에세이와 비평, 소설 작품을 통해 여성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1929년에 나온 <자기만의 방>은 여성주의 비평과 문학 연구에 있어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잠깐! 당시의 시대상은 어땠을까?>
당시 사회의 여성관은 여성이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며, 여성의 임무는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낮추고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여성을 추앙하던 시기다. 그래서 여성이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는 생각은 갖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 시기 울프는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울프는 여성이 작가가 되려면 "자기만의 방과 1년에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는 과감한 주장을 폈는데,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추후 영국 여성문학상의 최우수상 상금은 3만 파운드로(500파운드가 현재 시세로 치면 3만 파운드임) 적용되었다.

 

▶울프는 작가가 되려 했을때 여성적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형식과 문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여성작가들을 뒷받침해 줄 문학 전통을 발굴하고 정립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지난한 삶을 재현해내는 작업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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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단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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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편의 단편들은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도형으로 이야기 하자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기하학 등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몇 줄의 아주 짧은 단문으로 이루어진 글도 있고, 몇 페이지의 독특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도 섞여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종잡을 수가 없다.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듯도 하고,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관찰일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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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사진과 영화를 즐긴 첫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울프의 글이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보여주는" 장면을 구성하는 데 더 치중하는 듯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2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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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이 없기에 틀도 관념도 없다. 그저 상상하는데로 그려지고 그리듯이 써내려진 글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쓰여있지 않기 때문에 기승전결도 없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된다. 그래서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글을 보는것 같다.

 

모양을 특정할 수 없기에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고, 상상이 되지 않아 까다롭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그냥 느끼는 그대로, 보여지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는것도 버지니아 울프 소설만의 맛인것 같다. 후반부의 해설에 쓰인 영문학자 손현주 박사의 글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비슷한 의견을 전하고 있다.

 

외국 문학을 읽으면서 느끼는 낯섦이나 다른 문화의 이질감은 때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과 탐험을 하듯 그냥 그대로 전진해보는것도 문학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인것 같다. 내 느낌대로 읽어보고, 추후에 마음이 동할 때 해당 문화를 공부하고 다시 읽어보는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이번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의 18편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혹은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3편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주관적 느낌과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더해 읽은 소감을 기준으로 작성해 보았다.

 

 

<과수원에서>

이 소설에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그저 한 소녀의 모습을 기준으로 높게, 더 높게, 더 더 높이올라 주변의 풍경을 담는다. 풍경은 그저 평화롭고 한적하다. 잠든 듯 보이는 소녀와 주변에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햇살에 반짝이는 사과나무, 살짝 불어오는 미풍과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의 모습은 보는것만으로도 나른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4피트(약 1미트), 30피트(약 10미터), 200피트(약 60미터)로 높이 오를수록 아이들의 구구단 외우는 소리, 교회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찬송가 소리, 더 멀리에서는 여인들의 예배 소리와 목사님의 감사 기도 소리가 들려온다.

 

미소를 지으며 대지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 누워있는 미란다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대지가 여왕처럼 가뿐히 업은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가, 돌연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누워있는 모습으로, 또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는 바닷가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상상은 이어진다.

 

계속 차 마시는 시간에 늦을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선뜻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미란다의 상상이 그녀의 상상인지, 울프의 상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저 계속되는 재미있는 상상이 빙글빙글 이어질뿐이다.

 

점점 높이 올라가는 순간에는 마치 카메라 앵글이 땅에서 멀어지는 영상이 그려진다. 그러다 이내 휙휙 바뀌는 상상속 장면들은 색다른 여행지를 떠올리게 한다. 끝도 없는 상상의 세계로 안내받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불가사의한 V양 사건>

'뛰어난 인물이 아닌 사람의 삶은 기록될 가치가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로, 평범한 사람들의 군중 속 고독과 외로움, 무관심에 대해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뚜렷한 성취나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울프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전기를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고심하다 실험의 맥락으로 쓰게 된 소설이 바로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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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속에서 혼자라고 느낄 때보다 더 외로운 순간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
V 양의 일을 겪고 난 지금 나는 그 말을 믿게 되었다.

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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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양이라는 이름은 그녀와 그녀의 동생 두 사람을 동시에 지칭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 그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자매의 이야기를 한 번에 포괄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동시에 런던이 아니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도로 문명화 된 도시에서 인간 생명에 대한 예우가 최소한도로 줄어드는 상황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주변인들로부터 잊혀져 간다. 각자도생. 바쁜 일상속 조금씩 조금씩 나의 자리가 사라져 간다. 평소에도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처럼 살아가지만, 점차 그 그림자마저도 희미해져 존재자체가 지워져 버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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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모두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고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도, 소식지를 읽는 흔적이 없어도, 목사의 지시 사항이 지켜지지 않아도, 그것을 알아 차리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이들 집은 건너뛰기 시작하고, 가엷은 J양이나 V양은 삶이라는 촘촘한 사슬에서 떨어져 나가 영영 모두의 의식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86~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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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잊혀졌던 V양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지나치거나 스쳐 지나가며 2)빈번하게 마주치게 되면서 나중에는 이런 일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느껴질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회색 그림자가 보여야 비로소 그 자리가 완전해진듯 한 느낌이 들때쯤 3)그녀와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면서 나는 뭔가 빠진 듯 허전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 "메리 V!" 라는 이름을 불현듯 부르며 깨어난 나는 그녀와 마주치고 그녀가 사라지는 4)모습을 보아야만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 메리 V의 집에 찾아가 보지만, 이미 그녀는 죽은 뒤였다.

 

그 집에 사는 하녀의 말에 따르면 전날 저녁,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잠에서 깨던 바로 그 시각, 지난 두 달 동안 아팠던 그녀가 죽었다고 했다.

 

회색 그림자료 표현된 V 양. 빈번하게 마주치지만 정작 이름은 떠올리지 못하는 나. 죽은 후에야 불현듯 이름을 떠올렸지만, 이미 V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우리는 군중속에서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며 쓸쓸히 홀로 사라져 간다.

 

요즘 세상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인것 같아 왠지 모르게 깊이 와 닿았던 소설이었다.

 

 


<라핀과 라피노바>

그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 날은 화요일이었고 오늘은 토요일이다. 로절린드는 여전히 자신이 어니스트 소어번의 아내라는 사실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다 불현듯 토스트를 먹는 남편의 모습에서 토끼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면서 둘 만의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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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날이 오뚝하고 파란 눈, 야무진 입을 가진 말끔하고 늠름한 젊은 남자에게서 그렇게 작고 겁 많은 동물과의 유사성을 찾아낼 사람은 그녀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그런 상상을 하는 게 재미있었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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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을 때 남편은 아주 살짝 코를 씰룩거렸는데, 로절린드가 애완용으로 기르는 토끼도 그랬다. 그 모습에 그녀는 나름의 결혼생활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토끼를 떠올리고 혼자 웃는 아내의 모습에 의아해 하던 남편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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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토끼 같아서요, 어니스트" 그녀가 말했다. "산토끼를 닮았어요." 그녀가 어니스트를 보며 말했다. "먹이를 사냥하는 토끼. 토끼들의 왕. 다른 모든 토끼를 위해 법을 만드는 토끼 말이에요."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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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에게 '토끼'는 서로의 애칭이자 그들만의 신호로 자리 잡는다. 로절린드 언젠가부터 남편을 향해 애칭으로 "토끼님", 프랑스어로 토끼를 뜻하는 "라펭", "버니"로로 불러 보았지만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고심하던 단어를 생각해 낸듯 "라핀!"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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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핀, 라핀, 라핀 왕." 로절린드는 계속 이렇게 되뇌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왜냐고? 그 이유는 로절린드도 모른다.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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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생활동안 그는 토끼 '라핀왕'으로, 그녀는 암토끼 여왕 "라피노바"로써 소꿉놀이하듯 알콩달콩 생생하고 재미있는 현실을 만들어가며 보낸다. 그는 그녀의 그러한 상상에 언제든 응해주었고, 신혼의 단꿈은 젖어갔다. 그때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사실 현실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서로 반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세계는 맞닿아 있었다. 그들은 왕과 왕비였으니까. 타인은 아무도 짐작조차 못하는 그래서 모든것이 더 재미있는 이들의 돈독한 연대는 종종 은밀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사랑으로 키워나갔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건데, 만약 그 세계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 겨울을 견딜 수 있었을까?

 

로절린드는 사실 시댁의 생활에 잘 섞여들지 못했는데, 마치 자신만이 녹지 않은 고드름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시부모님의 금혼식이 있던 날은 특히 더 끔찍했는데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실내 공기는 점점 습해졌고, 자신의 존재는 녹아내리고 퍼져서 아무것도 아닌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토끼'라는 마법의 주문으로 인해 로절린드는 다시 생기를 되찾게 되고, 남편 어니스트의 코가 씰룩거리는 것도 목격하게 되면서 소어번 가의 모습이 여태까지와는 다른 풍경으로 변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그녀의 상상력이 다시금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것이다. 그러면서 답답하고 불편했던 시댁식구들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상상속 인물로 대체하면서 혼자서 재미있는 상상을 이어나가게 된다.

 

음흉스러워 보이는 작은 체구의 시아버지는 밀렵꾼으로, 타인의 사소한 비밀을 염탄하고 다니는 딸 셀리아는 흰 족제비로, 그들의 대지주라 부르는 시어먼 폭군으로.

 

금혼식이 무사히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도 그들만의 마법주문으로 안전과 무사함을 챙긴다. 그렇게 일년, 이년, 그리고 레지널드 소어번 부인이(시어머니) 돌아가신 후의 어느 겨울날 몇 년전 금혼식 파티가 열린 바로 그 날짜의 밤. 그들의 달콤한 꿈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남편 어니스트는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라핀 왕으로 변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다음날 저녁시간 라피노바도 역시 사라진다.

 

로절린드는 자신의 목덜미에 얹은 그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행복한 단꿈에서 깨어나는 사형 선고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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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려서 죽었어."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결혼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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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는 결혼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전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어쩌면 '토끼'라는 단어에 마법을 불어넣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한 단꿈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었을까?

 

세계 어디를 가도 공통적으로 시댁은 왠지 모두 불편함과 어려움의 표본인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건 비단 나뿐일까?어쩐지 오랫동안 혼자 애쓰며 노력했을 로절린드가 떠올라 안쓰러움과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이다.

 

 


규정하지 않아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 바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인것 같다. 아픈 몸과 마음을 이고지고 그녀는 창문 너머,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얼마나 많은 글을 썼던 걸까? 매일 빠짐없이 글을 썼던 그녀의 글쓰기 습관은 어쩌면 흘러넘쳤던 그녀의 상상력을 모두 모아 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세상의 여성작가와 여성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열정을 기억하며, 또 새로운 그녀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봐야겠다. 어쩐지 그녀가 그린 또다른 재미있는 상상속 세계를 만날 기대감에 마음이 술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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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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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안에 이토록 많은 인류의 역사가 숨어 있다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패션과 컬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처음에는 단순히 의복의 역사라던가 컬러와 패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접하고보니 상상이상의 수많은 인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컬러는 국가, 인종, 종교. 문화, 시대,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와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각 시대의 유행이나 선호하는 색상에 따라 신분이나 유행을 나타내기도 하고, 특정 정치색과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또한 염색법이나 주재료의 특성에 따라서도 다르게 받아들여졌는데 퍼플컬러는 재료의 희소성 덕분에 고급스럽고 귀한색으로 인식된것에 반해 브라운컬러는 염색법 조차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만큼, 칙칙하고 둔탁한 느낌으로 인식되어 선호도가 떨어지는 컬러였다.

 

이 책에는 10가지 컬러와 패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것하나 좋다 나쁘다 가늠할 수 없을만큼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꽃을 피웠다. 때론 문화의 아이콘이 되어 활짝 피기도 했다가, 또 한편으론 부정적 이미지가 심화되어 상징성이 떨어지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오르내리는 굴곡점의 변화는 인류의 역사이기도 해서 단순히 컬러의 선호도 이상의 가치관의 변화, 사람들의 편견, 인식의 변화, 당시 시대상과 정치, 문화의 다변화를 파악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방대한 자료의 모음집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패션의 역사를 담은 잡지 한 권을 보는 느낌도 든다.

 

하나의 컬러가 본격적으로 색을 입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컬러속에 담긴 삶과 패션, 문화전반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더불어 컬러에 담고자 했던 의미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도 함께 살펴보면서 컬러의 맛을 함께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책 곳곳에 첨부되어 있는 이미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소재와 패턴, 색상의  명도와 채도에 따라 적용되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데, 현재의 패션과 비교해서 어떤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10가지 색(검은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어떤것은 역사적 사실에 기인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었고, 또 어떤것은 놀랍고 새로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각자 컬러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자신만이 가진 이미지에 대입해 보면서 살펴보기를 바란다.

 

문화나 시대에 따라 바뀌는 컬러의 상징성. 이는 어쩌면 우리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너, 우리가 가진 컬러에 대한 심리적 요소는 어떠한지 수세기에 걸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컬러의 변화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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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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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색 중 극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블랙은 암전과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 침묵이다. 어느 땐 감각적인 세련미로 어느 땐 답답한 지루함으로, 이중적인 모습으로 사랑받는 색상이다.


블랙컬러에 대한 역사를 살짝 살펴보면, 1950년대 보헤미안인들이 입었던 검은색 폴로 목티는 미국의 반체제 문화의 성격을 나타냈고, 1990년대 이후는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놈코어' 패션으로 불리며 주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상복으로 입으면 슬픔과 상실을 의미하고, 무솔리니가 입는  블랙 셔츠는 파시스트적 위협을 나타내며, 미국의 흑인 무장 조직인 흑표당의 블랙 베레모는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강력한 표상이 된다.

 

2000년 9월 <뉴욕타임즈>를 통해 전한 야마모토의 블랙에 대한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는데, 블랙컬러를 매우 잘 표현한 인터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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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은 겸손하면서도 거만한 색입니다. 블랙은 게으르기 쉬운 색이지만 신비롭기도 합니다. 블랙은 많은 것과 함께 어울리지만, 옷감에 따라 다양한 특색이나 취향을 나타내기도 하죠. 실루엣을 표현하려면 블랙이 필요합니다. 블랙은 빛을 삼키거나 사물이 날카로워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블랙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괴롭히지 않아. 너도 나를 괴롭히지마!"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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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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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색으로 여러톤의 보랏빛이 출렁이는 장소에 있으면 절로 모험이 시작된다.

 

고대부터 보라색은 가장 힘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색이었다. '황실' 또는 '왕실' 보라색으로 명명된 옷들은 부와 권력을 상징했으며 황제, 왕족, 교회의 수장만이 입을 수 있었다.

 

보라의 진귀함은 그 희귀성 때문인데, 보라의 염료인 뿔고동으로 불리는 달팽이의 하부 기관지 선에서만 추출되는 원료가 한정적이기도 했고, 보라 염료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하며, 매우 비밀스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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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어획은 가을과 겨울에만 가능했다. 더구나 분비선에서 분비물이 추출될 때까지 달팽이가 살아있어야만 가장 진한 보라색을 얻을 수 있다. 추출된 액체는 맑은 색을 띠지만 산소와 접촉하면 짙은 보라색으로 변한다. 분비물에서 얻은 액체와 잘게 부순 조갯가루를 소금에 절여 3일간 나무 재와 소변으로 발효시킨 뒤 금속 통에 넣어 10일간 끓이면 보라색이 탄생한다.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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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 보석 1g을 만들기 위해선 최대 12000마리의 달팽이가 필요했다고 한다.

 

보라색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사치금지법이 폐지된 이후로, 유럽 전역에서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보라색을 착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감독 데릭 자만이 1993년 저서 <Purple Passage>에서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보라색에 대한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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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은 열정적인 색이며 짙은 보라로 넘어가면 조금 더 대담한 느낌이 더해진다 옅은 보라로 가면 분홍색도 보라색으로 변모한다. 달콤하면서도 수줍은 느낌을 주는 라벤더 색상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라색은 또한 게이임을 표현하는 색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파랑과 여성을 상징하는 빨강이 합쳐져 독특한 보라색을 만든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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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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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매력으로 이어지는 파랑은 드넓은 하늘과 망망대해처럼 광대하고 장엄한 느낌을 준다. 그러기에 이해와 포용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보인다. 신선하고 맑음을 선물하는 유일한 색이다.

 

파란색을 우울한 색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그런 우울한 파란색을 쫓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음악과 관련된 색다른 발견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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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중 선장이나 장교가 사망하면 애도의 뜻으로 파란색 깃발이 게양된다. 19세기 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그들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블루스' 리듬을 발전시켰다. 그때부터 파란색은 음악과 관련하여 우울함과 내면의 고통을 나타내는 색이 되었다.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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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군인들의 제복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카키색의 유니폼이 대다수였던 시절 카키색의 제복은 '카키 유니폼을 입은 놈'으로 치부되었다. 반면, 파란 계열 제복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매력적이며 전문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1938년 비행기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영국 공군의 영웅 콜린 호지킨슨은 1942년 제 131중대로 편입되자 재활한 기분마저 느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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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블루 제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색상이었죠. 나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모델이 된 듯 왼쪽 가슴에 달린 배지를 매만졌습니다. 세상에나! 이제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어요. 나조차도 저항할 수 없었으니까요."

103~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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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편입된것보다 파란색 제복에 대한 자부심이 더 뿜뿜 느껴지는 글이다. 파란색에 대한 이야기는 제복을 넘어 그 외 다방면에서 발견되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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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주로 소년과 연관 짓는다. 그런데 문학,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자유롭게 모험을 찾아 떠나는 소녀도 푸른 옷을 입는것으로 종종 묘사된다. 무한한 하늘이 색깔인 파란색은 세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곳을 탐험할 잠재력을 나타낸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적갈색 배경의 캔자스에서 테크니컬러의 오즈의 땅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푸른색 깅엄 드레스를 입었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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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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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의 초록과 한 여름 더위에 무르익은 나무잎의 색은 같지 않다. 그렇게 성숙해질 줄 아는 색이다.

 

녹색은 우리에게 필수 요소인 물과 생명, 머리를 맑게 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식물과 나무에서 나오는 풍부한 산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죽음과 부패를 상징하는 곰팡이, 독이나 독성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 녹색은 재생과 성장의 색으로 파피루스 새싹의 상형 문자로 표현되었다. 로마인들은 녹색을 자연의 색상으로 받아들였다. 정원, 채소, 포도원의 여신인 비너스를 나타내기 위해 선택되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녹색은 생명을 부여하는 속성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코란을 보면 녹색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색이며 낙원에 있는 사람들은 '고운 녹색 비단의 옷'을 입고 있다.

 

현재는 녹색을 긍정적 이미지로 많이 바라보고 있지만, 과거에는 생각보다 부정적인 이미지에 더 부합하는 컬러였던 그린컬러. 이는 녹색을 만드는 재료인 '비소'에서 비롯된 부작용 때문임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자연 및 건강과 연결되었다.

 

▶건강과 연결된 이야기
스웨덴 화학자 셀레가 제조한 합성 녹색인 파리 그린에는 높은 함량의 비소가 섞여 있어 염색하는 사람이나 옷을 입는 사람의 건강을 해쳤다. 그의 연구덕에 의류, 벽지, 조화, 사탕, 블랑망제(젤리형태의 차게 먹는 디저트) 등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사용되었는데 결국 셀레는 10년 후 화학 중독으로 사망한다.

 

이후 또 다른 구리-비소의 합성 안료로 만든 '에메랄드 그린'이 대유행을 맞이하게 되는데, 여성들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에메랄드 그린 드레스를 입는다.

 

19세기 중반에 유행한 패션은 과일과 꽃이 잎사귀에 가득 달린 정교한 머리 장식용 화한이었는데, 36세의 빅토리아 여왕이 촉발한 트랜드였다. 이때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하던 수천명의 노동자들의 손가락과 팔에 피부병이 생기고 메스꺼움, 빈혈 및 심한 두통으로 고통받았는데 이 또한 비소 때문에 벌어진 사태였다. 이 외에도 녹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시장 가판대에서 팔던 녹색 사탕 또한 비소 함유로 여러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유사한 사례가 많아지자 의료진은 녹색으로 염색된 직물과 벽지에서 높은 수준의 비소가 함유되어 있음을 그제야 발견하게 된다.

 

이후 녹색의 독성에 대한 두려움은 더 안전한 염료를 발명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1890년 무렵에는 블록 색상이나 선명한 줄무늬 등 어디에서나 쉽게 녹색을 볼 수 있게 된다.

 

▶자연과 연결된 이야기
18세기 중반 문학과 예술의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산업혁명의 스모그가 짙은 도시 풍경에서 휴식을 얻고자 풍부하고 비옥한 녹색의 풍경을 그리는데, 사람들은 이때 신체 활동과 신선한 공기의 이점을 깨닫고 풍요로운 녹색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색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외에도 녹색은 유혹, 사랑, 속죄를 나타내는 컬러로 이어지는데, 격렬한 사랑과 부정행위를 나타내는 컬러로, 관능미를 표현하는 컬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다 현재는 도시생활과 지구환경에 대한 염려를 담은 환경문제를 나타내는 색, 진정효과를 주는 컬러, 휴식을 주는 컬러등 다시금 긍정적 이미지로 부활하고 있다. 덕분에 2013년 팬톤에서는 '에메랄드'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으며, 2017년에는 '신선하고 활기찬 옐로그린 색조'이자 '깊게 심호흡하여 산호를 들이마시게 하고 새로운 힘을 되찾게 하는 색'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그리너리'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제 녹색은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과 같은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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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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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은 주목받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뽐낼 줄 알고 남들보다 독보적으로 환하게 피워낼 수 있다. 그만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색이라 할 수 있다. 주위의 어떤 색보다 근사하게!

 

노란색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심리학적인 원색으로, 자극적이면서도 낙관적인 감정을 북돋울 수 있지만, 압도적이기도 하며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태양, 성장, 번영을 상징하는 노란색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빛이 어둠을 가르고 밤의 악을 파괴하듯이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대 중국에서 노란색은 철학, 의학 및 풍수에 사용된 오행론의 오색 중 하나였는데, 지구를 상징하기도 하는 만큼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겼다. 금과 부, 태양의 빛, 장수와 건강을 상징하는 국화꽃의 색이기도 했다. 특히 청 왕조와 같은 특정 시대에는 황제와 황후만이 입을 수 있는 귀한 색으로 대접받았다.

 

반면 노란색이 부정적 이미지로 받아 들여지던 때도 있는데 바로 중세시대다. 이때 노란색은 질병, 질환 및 황달을 암시했으며, 4대 체액 중 하나인 황담즙과도 관련이 있다.

 

14세기와 15세기 베니스의 매춘부는 항상 노란색 스카프를 착용함으로써 신분을 표시해야 하기도 했다. 중세 미술을 살펴보면 사형 집행인은 노란색 옷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되며 반역자를 묘사하기도 한다. 또 파산한 사람들의 집을 표시하는데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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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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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노랑이 섞인 주황은 어울림을 좋아하는 것처럼 인식되나 주황을 정확히 알고 나면 까다롭고 예민한 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주황은 다른 색과의 조화로움보다 주체적이고자 하는 색이다.

 

주황색(=오렌지)에 관련된 옷, 문학, 군복, 스펙트럼등 최초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옷
<컬러의 말>의 저자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에 따르면, 오렌지색은 1502년 요크의 엘리자베스가 마거릿 튜더를 위해 '오렌지색 사르넷의 슬리브'를 샀다는 기록에서 처음으로 옷과 관련이 되었다고 한다.

 

▶문학
'오렌지'는 점차 문학 작품에서도 등장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이 <한 여름 밤의 꿈>에는 보텀의 수염이 '오렌지 황갈색'으로 묘사되는 등 갈색 톤보다 밝은 존재로 언급된다.

 

▶군복
1576년 그리스어로 쓰인 3세기 군사 기록의 영어 번역본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들이 진홍색, 보라색, 암자색 및 오렌지색 벨벳으로 된 군복을 입었다고 묘사되어 있다.

 

▶빛의 스펙트럼
1672년 아이작 뉴턴이 빛의 스펙트럼을 발견하면서 오렌지색은 널리 퍼졌다.

 

오렌지색은 상큼한 감귤류의 과일과 보티첼리와 라파엘 전파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사랑과 다산의 상징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입기 어려운 색으로 여겨져 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보라색이나 갈색과 충돌하고 유해물질 보호복, 교도소의 죄수복, 경고 표지판처럼 눈에 띄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황색은 항상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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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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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이며 중후한 멋을 가진 갈색은 고풍스러운 이미지로 무게감을 전달하며 침착함을 유도한다. 그러면서도 멋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전달하고 편안으로 다가온다. 

 

중세의 사치금지법이 도입된 이후, 갈색 직물은 회색, 빛바랜 노란색, 녹색과 함께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을 위한 색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갈색은 칙칙하고 둔탁한 느낌을 주는 색으로 인식된다.

 

중세에는 갈색에 대한 염색법 조차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갈색천에 대한 수요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갈색천은 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 저렴하고 거친 직물이었다.

 

19세기 처음 사용된 베이지라는 용어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연한 엷은 황갈색 컬러의 염색하지 않은 양털로 만든 천을 뜻한다.

 

브라운 컬러는 각 시대별 인식변화가 극명히 갈리는 컬러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살펴보면 재미있는 몇몇 사실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브라운 컬러가 빛을 보는 시기를 살펴보면, 레이디 조지아나 스펜서 때를 꼽을 수 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5대 데본셔 공작과 결혼한 17세의 레이디 조지아나 스펜서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재치, 패션 안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이때 그녀가 진부적이고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휘그당과 동맹을 맺으면서 캠페인 컬러로 선택한 것이 베이지와 파란색 컬러의 옷이다. 이때 그녀의 선택은 남성 패션에 영향을 미쳤으며 친미 정당의 모던함을 대변했다.

 

더불어 18세기에 들어서며 스포츠와 야외 활동의 증가, 정교하고 까다로운 패션에 대한 반발로 자연 갈색의 단순하고 러프한 천으로 된 옷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18세기 남성복 패션은 단순하고 투박한 스타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한때 브라운 컬러는 퉁명스러운 스타일이라 조롱받던 시기도 있는데 1880년대 야외활동에 참여하는 '합리적 복장 협회'에서 트위드를 적극적으로 홍보 할 때다. 차분한 갈색의 트위드가 페티코트 등 화려하면서도 복잡한 빅토리아 시대 여성 패션보다 소박하고 차분해보여 초반에는 조롱받기도 했다.

 

그러나 제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편안한 스포츠웨어 룩이 선호되면서 트위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널리 퍼졌다. 추후 트위드 재킷은 올리브 그린, 연한 갈색의 실을 다양한 짜임으로 엮어 직물에 개성을 더하게 되면서 추종 세력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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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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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강함을 드러내는 레드컬러는 대충 넘어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집중을 추구하는 색이다. 그래서 빨강이 있는 곳에 시선이 꽂힌다.

 

빨간색의 상징적 힘은 문학, 설화, 전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동화에서는 흰색, 검은색과 함께 빨간색이 자주 언급된다. 아마 문학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빨간 옷은 동화 <빨간 망토>속 망토일 것이다. 

 

빨강, 하양, 검정은 삼원색으로 초기 동굴 변화와 예술 작품에도 쓰였다. 그리고 기독교의 삼색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빨간색은 피와 생명, 검은색은 어둠, 흰색은 순수와 성령을 상징한다. 이 세가지 색 중 빨간색은 모든 색을 반사하는 흰색, 그것을 흡수하는 검은색과 반대인 파장을 지니고 있어 우리 눈이 '실제로' 볼 수 있는 첫 번째 색으로 간주된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일화에서  빨간색에 얽힌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는데, 학생 시절 관람한 오페라 <카르멘> 공연은 그에게 색에 대한 열정을 촉발시켰다고 한다. 발렌티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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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모든 의상이 빨간색이었습니다. VIP석에 앉은 여성관람객들도 대부분 빨간색 옷을 입고 제라늄 식물처럼 발코니 석에서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죠. 좌석과 커튼도 모두 빨간색이었습니다. 검은색과 흰색의 뒤를 이어 빨간색보다 더 좋은 색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2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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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드레스 효과'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빨간 옷은 특히 여성이 입었을 때 욕망의 감정을 유발하며 다른 색상보다 더 많은 남성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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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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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사랑스러운 색을 꼽으라면 단연코 분홍을 떠올린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섭리를 보여주는 엄마의 숨결 같은 색이다.

 

▶분홍색의 창조
분홍색은 꽃과 관련되어 자주 언급되는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분홍색을 더 부드러운 빨간색으로 취급했다. 유럽 언어들은 선명한 빨간색을 정의하는 '장미'에서 출발하여 '라틴 장미'의 변형으로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 염색업자들은 분홍색을 'incarnate'로 불렀으며, 이는 영어로 '카네이션'으로 번역된다. 카네이션 종인 디안루스 플루마리우스의 프릴 모양 가장자리를 '핑크'라고 하는데, 여기서 '핑크'가 파생되었다.

 

▶분홍색 개념
분홍색이 생기있고 여성스러운 색이라는 개념은 20세기에 나타났는데, 1936년 패션 디자이너 스키아파렐리가 여배우 메이웨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신체 모형을 본 떠 향수를 만들면서 색상의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분홍색의 '성' 구별
20세기 이전에는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남녀 유아 구분없이 흰색옷을 입혔는데, 1940년대 후반 분홍색은 남아의 의복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는 '위험한' 동성애를 초래할 수도 있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로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남성성을 보호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1980년 분홍색은 옷과 장난감에서 소녀의 색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남자를 위한 분홍색
18세기 핑크색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산업 혁명 시대에 들어 어두운 작업복을 입게 되자 너무 화려한 색의 옷은 다소 촌스럽다고 여기게 되었다. 

 

▶분홍색의 현재
2017년 분홍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프랭크 오션과 같이 패션에 민감한 예술가들도 고정관념을 탈피하며 과감히 핑크색 옷을 입었다. 2017년 5월 판<롤링 스톤>의 표지를 장식한 스타일스는 클래시의 폴 사이먼을 인용하여 '핑크만이 진정한 로큰롤 컬러'라고 말했다.

 

당나라 예술과 로코코 예술에서 묘사된 핑크는 여성스러움, 젊음, 다산, 에로틱한 개념을 전달한다. 이러한 여성적 연상으로 분홍은 유방암과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강력한 색상으로 인색되기도 한다. 분홍색은 여성 운동을 상징으로 쓰이며 결코 여성의 힘을 나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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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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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와 깨끗함의 상징으로 보이는 흰색은 많은 사람이 선망한다. 부정과 부조리에 맞서 정의와 옳음을 실천하는 색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편하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 우리 주변의 흰색은 긴장을 부른다.

 

작은 얼룩도 즉시 눈에 띄는 화이트 진은 부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타낸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흰옷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 옷이 더러워질 일이 없는 사람들, 즉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입었고, 19세기 이후부터는 여가를 즐기는 계층들이 시원한 흰색 린넨 정장과 드레스를 즐겨 입었다.

 

세계적 문화적 전통에서 흰색은 순수함과 처녀성을 나타낸다. 값비싼 비단은 천국에서만 입는다고 알려진 이슬람 문화권에서 순백색 면 옷은 헌신을 뜻한다. 흰색은 갓 내린 눈, 우유,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색으로 단순함과 순수함을 의미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컬러들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새삼 깨닫게 된 건, 수많은 시행착오와 트랜드를 거치면서 패션과 컬러는 계속해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수준높은 색감과 원하는 컬러의 배합을 위해 한때는 목숨을 잃는 끔찍한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잘못된 점을 찾고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비로소 현재는 모든 컬러가 긍정적 요소로 사랑받게 되었다.

 

이제는 특정 컬러에 대한 대중의 비난이나 부정적 이미지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개인적 취향과 특성만이 남았다. 수많은 소재, 특성, 다양한 컬러감으로 유행을 선도하는것은 물론 각각의 독특한 취향까지 반영하는 기특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다가오는 미래에는 어떤 컬러와 패션이 새로운 믹스&매치로 기대감을 충족시켜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경험에 따라 생기는 편견 또한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없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유행에 따라 대중이 움직이는 방식이었다면 현재와 미래는 오히려 각각의 특성에 따른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접목된 다채로운 패션과 컬러가 선보여지는 방식이 될 것 같아 이 이후의 모습은 왠지 긍정적 요소로서의 '다름'을 기대해볼 수 있을듯 하다.

 

돌고도는 유행속에서 과거여행을 통해 나만의 맞춤식 TPO도 그려보게 된다. 상황별, 장소별, 시간별, 취향별 패션과 컬러를 가늠해보고, 더 나아가 나를 상징하는 컬러와 나를 보다 돋보이게 해줄 패션센스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옷, 나의 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옷, 나만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감각을 통해 나만의 색을 드러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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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뇌 안에 - 타인 공감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
장동선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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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요즘 이처럼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현대 생활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말 중에 하나가 어쩌면 바로 '공감'이 아닐까 싶다.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요즘의 세상을 살펴보면 모두 각자도생하는 삶처럼 느껴지곤 한다. 

 

주변을 둘려보면 그저 공감하는 척하거나 혹은 나와 생각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모습을 흔하게 보곤 한다. 이게 과연 공감하는 삶일까?

 

이 책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감'에 대한 의미와 가치, 중요성, 진실과 거짓, 공감 방법 등을 다섯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다섯 명의 저자가 말하는 공감에 대한 글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과학적 접근이고 또 하나는 심리학적 접근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의 결론은 하나로 연결되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과학적 관점에서는 어떻게 공감이 일어나고 발달하는지 뇌과학적 원리에서 접근해 쉽고 자세히 알려준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자아인지를 통해 나를 먼저 공감해야 타인의 공감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감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공감'을 되찾기 위해 어떤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지, 또 공감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공감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에 대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상기후라는 현실적 문제에 대입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관계와 소통에 있어 공감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전혀 공감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진짜 공감"에 대해 함께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감은 자기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감의 시작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히 다루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감은 남 이전에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수동적인 감정 노동이 아니라 "우리는 의견이 다르지만 친구가 될 수 있어"라는 열린 태도를 말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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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란? (과학적 관점&심리학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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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적 관점:뇌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공감은 한마디로 어떤 사람이 일평생 만들어온 감정의 목록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 공감은 나의 의견이나 선입견을 내려놓고, '그랬구나'하고 상대의 마음을 존재 자체로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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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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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지금 우리 능력의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지요.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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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해 같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어려서부터 생겨나는 능력"이며 나이가 들어도 퇴화하지 않는다고 해요. 반면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능력, 즉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능력"은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퇴화한다고 합니다.
(...)
나이가 들면서 이 능력이 다시 줄어든다고 하니 자연히 '꼰대'라는 말이 떠오르죠.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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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작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적대적인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인간은 다른 개체를 잘 살피는 능력을 길러왔는데 여기에서부터 공감은 시작된다. 이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거울 신경세포 메커니즘'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다시 말해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내가 직접 행동했을 때와 같은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어려서부터 저절로 생겨나는 능력으로 나이가 들어도 퇴화하지 않는다. 반면 보다 확장적인 개념의 공감을 느낄 수 있는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는 능력은 노력과 연습에 의해서 발달되며 나이가 들면 퇴화한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는 후자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에 매우 취약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뇌는 수만 년 전 구석기시대 동굴에 살던 인류의 뇌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결국 지금 이 모든 문명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 건 개인들의 뇌가 업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해와 공감의 힘 덕분이라고 하니 새삼 '공감의 힘'의 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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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적으로 공감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모두의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으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공감입니다.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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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요즘 사회가 서로 공감하지 못하고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설과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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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에서는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갈등이 자주 일어납니다. 젠더, 이념, 세대 등등 주제를 가리지 않죠.
(...)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고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나와 비슷한 콘텐츠를 읽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만 골라 소통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때문에 나와 전혀 다른 존재에게는 공감하지 못해서 공격성을 드러낼 여지가 있는 거죠.

다양성을 경험하면 이런 점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연구가 많습니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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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련된 내용은 QR코드를 통한 유튜브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시간이 된다면 동영상 시청을 함께 해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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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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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감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기억이나 경험이 비슷하면 공감하기 좋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이 없는 사람은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둘째, 감정마다 강도가 조금씩 다름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감정은 서로 다른 강도로 느껴지는데, 특히 뇌의 입장에서 더 중요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감정들, 이를테면 증오, 분노, 공포,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된다.
셋째, 공감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 알을 깨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름의 희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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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데 있어 우선시 되어야 할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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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자기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공감하려면 먼저 자기에게 잘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바로 공감의 중요한 원리다. 공감을 받으면 마음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비로소 타인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는 딱 두 가지로, 느낌과 욕구를 꼽을 수 있는데 느낌은 마음이 보내는 신호로 내 안에 굉장히 중요한 욕구가 충족되었는지 아닌지를 알리는 신호를 말한다. 욕구가 충족되면 긍정적인 느낌이 들고, 반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소위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런 느낌, 신호를 감지할 때 우리는 때로 판단이 들어간 생각을 느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판단이 섞인 생각을 표현하는 우리의 언어 습관일수 있으므로 표면의 감정 뒤에 있는 진짜 감정들을 더 들여다보려 연습하면 다양한 단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예)"아, 진짜 완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 판단이 섞인 생각의 표현)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어요." (표면 감정 뒤에 있는 진짜 감정의 표현)

 

■공감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 파악하기!
공감이라는 도구는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조정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연결되고자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천지 차이이다. 그래서 공감은 기술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를 정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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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비슷한 사람이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쪽을 만나면서 긍정의 언어를 찾는 반면, 자신을 알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부정의 언어를 찾는 경우가 많죠.

2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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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하려고 해도 내 안에 무언가가 있어야 상대방에 공감할 주체가 있는 건데, 가진 것이 불확실하거나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진짜 공감 대신 공감처럼 보이는 공격 또는 동조에 그치게 된다.

 

이는 정체성이 불확실할 때는 사회성이 조금 떨어지다가 삶과 정체성이 안정되면 사회성이 좋아지는 경우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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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공감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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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감정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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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신호를 보낼 때 내게 무엇이 중요해서 이런 마음이 드는지 내 안을 살펴보는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그게 바로 자기 공감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죠.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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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밸런스 유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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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 군대를 통해 학습된 경험으로서의 집단주의가 상당히 강한 사회인데 그래서 과 공감 사회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2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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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항상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부의 특정 대상에 너무 몰입하는 단계가 중독인 건데, 이 구조가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건강하고 유연한 뇌를 유지하려면 결국 다양한 가치가 계속 존재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어야 해요.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사회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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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을 살펴보면 '내 감정 자세히 들여다보기' 와 '밸런스 유지하기'를 꼽을 수 있다. 내 안의 감정 신호를 우선적으로 체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 공감 사회 부작용이 적용되고 있진 않은지, 혹은 특정 대상에 너무 몰입하여 중독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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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대한 진실 혹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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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공감의 놀라운 점은 내게 진짜 중요한 것, 내게 정말 필요한 욕구를 스스로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욕구가 충족된 것과 같은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발견하도록 시야를 넓혀주죠.(진실)
또 하나의 오해가 있어요. 우리는 대체로 내 느낌의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원인은 우리 안의 욕구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오해)

67~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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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세상의 모든 정답은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이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는 말처럼, 우선해야 할 것은 나부터 나를 긍정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우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타인의 시선이나 의견에 휘둘리기 보다 내 안에 자리한 나의 감정을 알아주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욕구 충족은 물론 더 넓은 시야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하니 생각의 관점을 우선 바꿔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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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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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공감을 경험하게 되면 내면의 불안과 증오가 사라지고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공감은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의 마음도 공명하고 따뜻해지게 만드는 쌍방향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공감은 결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갈등을 풀고 신뢰를 쌓아 올리는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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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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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감'이 '동의'로 오해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을 꼽을 수 있다. 공감과 동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걱정으로 미묘한 차이지만 결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은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에 대해 '그랬구나' 공감할 순 있지만, 생각과 행동까지 동의할 필요는 없다.

 

둘째, 상대가 "너 때문이야!"라고 공격할 때인데, 이럴 때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면서 공감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럴 때 나를 지키면서도 공감으로 대화할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은 "It's not about me."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에 관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처하면 나를 지키면서도 말 뒤에 있는 그 사람의 진짜 마음도 보일 것이다.

 

셋째, 빨리 조언하고 해결책을 줘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마음에서 비롯된 동기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선공감, 후 해결책'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방이 조언을 바라고 왔다고 해도 진짜 원하는 건 조언이 아니라 공감일 수 있다. 공감을 통해 마음에 공간이 만들어져야 그때 비로소 조언이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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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지는 의미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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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감은 직접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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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결코 글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아니에요. 사랑이 그러하듯 공감도 직접 경험하며 체득하는 삶의 태도이자 사람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
제대로 된 공감을 받아본 사람은 타인에게 공감해 줄 여유를 가지게 돼요.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타인들이 겪는 문제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로 다가오는 거죠. 이것이 공감의 자연스러운 방향성이자 단절과 혐오, 무관심이 팽배한 이 사회에 공감 교육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입니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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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감은 자기 중심성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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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자기 중심성을 띠는데, 신체 상태에 따라 타인을 향한 공감의 종류와 강도도 달라집니다. 다시 말하자면, 신체 상태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타인에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바로 이것이 내가 처한 상황과 동떨어진 타인의 경험, 혹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요?
(...)
사실 공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기 중심적인 감정입니다.

90~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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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가 되면 뇌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바로 '측두-두정 접합부' 부위가 발달하면서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감각 정보들을 통합해 관점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분석적 관점 이동 기재가 발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4세 이전에는 수행하지 못했던 타인의 능력을 이해할 능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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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주소, 기후 위기와 공감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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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다가왔던 마지막 저자의 기후와 공감의 상관관계에 대해 담고 있었던 5장에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진짜 공감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현주소와 공감대가 왜 중요한지 와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기후는 왜 이렇게 급변할까? 인간이 대기에 온실가스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 위기로부터 벗어나려면 화석연료에 기반한 문명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책 방안으로 저자는 작은 변경이나 개입만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사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 급변 요소 6가지>

 

첫째,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화석 연료에 들어가고 있는 보조금을 철폐하고 그 공적 자금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전기 생산과 공급이 '중앙 집중' 구조에서 탈피해 '지역 기반 분산' 구조로, 즉 각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거주지를 혁신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는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다. 즉 도시에서 결판을 내야 하는 것인데, 탄소 중립 도시 건설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기존 건물들도 2050년까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변경하는 안을 통해 여유롭고 건강한 도심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금융 분야로 앞으로 가치를 잃게 될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 지원을 철회한다면 이는 곧 투자 기관의 기후 위기를 확신하는 것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 철회가 자체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규범과 가치를 바꿔야 한다. 소비 확대를 부추기고 성장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적 변화를 억제하는 것이므로 도덕적 관점에서 재고하여 기후 보호를 최우선 사회 규범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교육 시스템을 전환하여 보이지 않는 위험인 기후 위기에 대한 교육의 양과 질을 높여 규범과 가치의 전환을 지원하고 확장하여 개인과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여섯째, 기후 정보의 피드백이다.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비교적 쉽고 빠르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공개된 정보를 통해 시민들은 기후 위기를 막는 방향으로 소비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 기업과 정부가 온실가스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기후 위기 대응이 용이해진다.

 

<대한민국의 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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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와 물질에 대한 갈망을 줄이고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공감의 가치를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자연과 조화롭게 관계 맺을 수 있습니다. 새 세상은 홀로 만들 수 없으므로,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
OECD 사회 보고서에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조사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숫자를 써 낸다고 합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분열되고 쪼개졌죠.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의 불안한 삶 속에서 어려움을 함께 할 사람이 거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기후 위기가 무서운 게 아닙니다.
(...)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연대의 힘이 없다는 점이 무서운 것입니다. 인류 역사는 위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보해왔습니다. 우리는 진보와 무너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특히 미래 세대는 친구에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있는 것에 기뻐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200~2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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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인 성장을 이루고 단번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몇 차례의 국가 위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연대보다 각자도생을 더 우위에 두는 '공감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기후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 한탄만 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 바다.

 

한때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가위기를 한마음 한뜻으로 벗어난 때도 있었는데 어쩐지 그때의 저력이, 연대가 그리워지는 하루다. 정이 넘쳤던 대한민국을 넘어 이제는 세계인이 함께 모여 지구의 위기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위기 극복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 보자. 자기 공감을 통해 나의 신체 상황과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도 향상시켜보자. 이것은 곧 행복한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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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라오스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훌훌 털어버리고 그저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에 딱 좋은 여행지를 꼽자면 <라오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활용한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즐거움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무작정 떠났던 여행지 중 한 곳이 <라오스>였는데, 상상이상으로 너무 즐겁게 보냈던 여행지 중 한 곳이라 이번에 책을 통해 만나면서 너무 반갑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비록 책에 담긴 모든 여행지를 다 둘러보고 오진 못했지만, 당시 방문했던 여행지와 액티비티들을 보면서 다시금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새롭게 만나는 곳은 다음에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하게 했다.

 

그저 가만히 흘러가는 강물만 보아도 힐링이 되었던 라오스로의 여행. 은근 즐길 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맛있어 가끔 한 번씩 생각나는 이곳을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혹여 아직 라오스로 여행을 가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참고하면 좋을 라오스 여행 팁!>
▶고요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으로 가보자.
▶만약 활동적인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방비엥을 추천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유유자적 쉬고 싶다면 루앙프라방으로!
▶호화로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호 캄으로 가보자.

 

<라오스의 음식>
▶라오스는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많다. 태국에 비해 향신료의 냄새가 강하지 않고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바게트와 같은 서양 음식들도 의외로 많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풍부한 과일로 생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고, 물이나 맥주, 커피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라오스에서 먹는 걸로 고생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라오스의 야시장별 특성>
동남의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야시장 구경! 라오스에서 가장 볼만하고 경험해 볼 만한 야시장은 비엔티엔, 방비엥, 루앙프라방의 주요 3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비엔티엔 야시장
▷라오스 야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본래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야시장이었으나 점차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을 타 유명해졌다.
▷생필품이나 의류 위주의 야시장이기 때문에 기념품이나 먹거리는 많지 않지만,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루앙프라방 야시장
▷라오스에서 두 번째로 큰 야시장으로, 소수민족인 몽족이 다양한 수공예품을 팔던 것에서 시작한 곳으로 몽족 야시장이라고도 불린다.
▷볼거리, 살 거리도 많고 먹을거리까지 풍부하게 있기 때문에 라오스의 야시장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곳이다.

 

■방비엥 야시장
▷방비엥 야시장이 자랑하는 것은 먹거리로,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하므로 여러 액티비티로 지친 하루를 라오스의 길거리 음식으로 보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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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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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시사켓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라오스 양식이 아니고 태국 양식으로 지어졌다.
▷싸얌왕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전쟁을 시작했지만 결국 패하면서 비엔티엔을 강탈당해 대부분의 사원들은 파괴되지만 태국 양식으로 건설된 왓 시사켓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옛 모습을 간직한 사원의 지붕과 대법전을 다른 사원과 비교해 보고, 6800여 개의 다양한 불상도 만나보자.

 

■빠뚜사이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보고 모방하여 지은 빠두사이의 계단을 올라가보면 발전을 하고 있는 라오스의 모습이 느껴진다.
▷크게 나 있는 도로와 잘 정비된 공원 덕에 유럽의 한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붓다파크
▷불교와 천주교에 깊은 관심을 갖던 루앙 푸룬르아 수리랏과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세워진 다양한 조형물을 볼 수 있는 공원이다.

 

■탓 루앙
▷비엔티엔의 상징으로 라오스가 비엔티엔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위대한 탑'이라는 뜻으로 가장 신성시되고 있다.
▷처음 건설된 시기에는 450kg의 금을 사용해 위용을 자랑했지만, 미얀마와의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된 이후 복원된 후에는 금색을 입혀 반짝반짝 빛나는 탑이 되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서 본 느낌은 매력적이지는 않다.

 

■짜오 아누웡 공원
▷해 뜰 때와 해질 때 산책하기 좋으며, 메콩강의 풍경과 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여행의 기분을 실컷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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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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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

▷에메랄드 빛의 석호가 유명한 곳으로 이것 때문에 '블루라군'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데,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은 천국처럼 즐기고 있다.
▷블루라군은 오전보다는 오후가 즐기기 좋다.
▷블루라군까지는 트레킹으로 약 14km로 자전거, 오토바이, 버기카,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다.

 

■탐 짱 동굴
▷블루라군을 가다가 왼쪽에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는 동굴로 방비엥에서 가장 가깝고 유명하다.
▷동굴 안은 조명으로 밝혀놓아 편안하게 동굴 구경을 할 수 있다.
▷이 동굴의 핵심은 동굴의 전망대에서 보는 방비엥의 전경이다.

 

■탐 남 동굴 튜빙과 탐 쌍 동굴 체험
▷튜빙이라는 뜻은 튜브 타기를 뜻하며 투어의 튜빙은 탐남 동굴로 가서 종유석 동굴 안으로 튜브를 타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튜빙'이라고 부른다.
▷튜빙 후에는 코끼리 모양의 종유석을 보러 가는 탐 쌍 동굴 체험을 한다.

 

■카약킹
▷라오스, 방비엥에서 튜빙과 같이 1일 투어로 같이 진행되고 있다.
▷슬로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카약킹을 진행하면 된다.
▷카약킹 할 때는 방수팩 안에 중요한 물품을 넣어두어야 카약을 타다가 물에 빠질 경우 물건들의 손상을 입지 않는다.

 

■왓 씨쑤망
▷방비엥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잘 꾸며진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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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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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은 각종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 도시이자 불교 사원이 많아 승려들이 모이는 종교의 중심지였다. 특히 1300년대 이후부터는 란상 왕국의 수도였다.
▶루앙은 '크다', 프라방은 '황금불상'이라는 뜻으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오래된 건축물과 유적이 많다.
▶루앙프라방의 핵심은 옛 시가에 많은 불교 사원인 '왓'이다.

 

■탁발
▷탁발은 불교국가인 라오스에서 매일 행해지는 종교의식으로 마치 관광상품처럼 느껴지지만 라오스의 전통의식이므로 사진만 찍는데 집중해서는 안된다.
▷시주를 하고 싶다면 대나무 통에 찰밥을 미리 준비하고 신발을 벗고 현지인처럼 앉아서 시주를 하면 된다.

 

■꽝시폭포
▷꽝시 폭포는 뚝뚝이 기사와 이야기를 해서 가면 되는데 5명 정도가 모여져야 한다.
▷꽝시 폭포는 라오스 최고의 절경을 가진 폭포로, 석회암 지형으로 된 지형이 내려오는 물을 에메랄드 빛으로 물들여 놓는다.
▷꽤 먼 거리를 뚝뚝이를 타고 가다 보면 총 6개의 다리를 지나가게 된다.

 

■푸시산
▷라오스어로 '푸'는 '산'이라는 뜻이고, '씨'는 '신성하다'라는 뜻으로 정상까지 328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 산의 뒤를 보면 칸 강과 루앙프라방의 아름다운 도시 모습을 볼 수 있다.

 

■왓 탐모 타야람
▷경사진 산의 바위 밑에 만들어진 사원으로, 동굴 사원이라 '왓 탐 푸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왓 씨엔 통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으로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라오스 말로 씨엔은 '도시', 통'은 황금으로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아름다운 사원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 사원은 비엔티엔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왕의 관리하에 있던 사원으로, 루앙프라방에서 열리는 축제가 왓 씨엔통에서 시작이 된다.
▷붉은 예배당이라고 부르는 와불 법당 중에 왼쪽의 붉은색 법당이 유명하다. 대법전 안에는 16세기 때 만든 청동 와불상이 있다.

 

■왓 마이
▷루앙프라방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사원으로 현재 남아 있는 사원 중에 오래되어 가치가 있다.
▷왕족들이 왕실 사원으로 사용하여 라오스의 명망 있는 스님들이 거주하던 사원이며 라오스 불교의 대표적인 본산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또한 루앙프라방 왕국의 초기 사원 양식인 낮은 지붕의 내림으로 지어져, 대법전의 붉은색 지붕이 5층으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왓 탓
▷아침에 탁발을 마치고 계단을 올라가 해 뜨는 장면을 보는 것도 인상적인 루앙프라방의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라오스어로 '탓'은 탑을 뜻하는데, '파 마하탓'이라는 탑 때문에 유명한 사원으로 라오스 사람들은 신성한 탑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법전을 올라가는 계단은 머리가 5개인 '나가'라는 용으로 장식되어 있고 지붕의 처마는 삼각형의 판으로 된 박공으로 둥글게 장식되어 있다.
▷겉면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장식해 놓았다.

 

■루앙프라방 국립 박물관
왕궁 박물관 안에 왕궁과 호파방, 왕궁 박물관이 같이 위치한다.

 

<왕궁 박물관>
▷루앙프라방 왕국 시절에 사용했던 왕궁터에 자리한 박물관으로 과거 왕궁은 소실되었으나 이후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를 하여 재건축 하였다.
▷그러나 완전한 라오스 양식의 건물은 아니며 프랑스와 라오스 양식의 '혼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호캄 왕궁>
▷란쌍 왕국과 루앙프라방 왕국 시절에 사용했던 왕궁이다.
▷라오스의 란쌍 왕국 때에 '란쌍'이라는 이름이 '백만의 코끼리'라는 뜻이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동남아에서는 코끼리를 타고 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에 코끼리는 군사력을 의미한다.

 

<호 파방>
▷초록색과 황금색이 만나 햇빛에 빛나는 호 파방은 황금불상인 '파방(프라방)'을 모시기 위한 건물이다.
▷파방에는 금과 은, 동을 합금해 만든 불상이 있는데 1359년 크메르 왕이 라오스를 최초로 통일한 자신의 사위 란싼왕국의 국왕, 파응엄에게 선물한 불상이다.

 

■왓 아함
▷아함은 '열린 마음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1818년 루앙프라방을 지키기 위해 사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원 앞에는 루앙프라방을 지키는 신이 있다는 보리수나무가 심어져 있다.

 

■왓 위쑨나랏
▷루앙프라방 시민들이 찾는 시민들의 사원이다. 특히 해지는 밤의 야경이 인상적이라 저녁에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왓 위쑨'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루앙프라방에서 사원으로 가장 오래된 건물이기도 하고 건물의 모든 부분을 목조로 만들어 가치가 있었지만, 청나라 때 흑기군이라는 무장세력이 내려와 소실되었다.
▷현재 재건한 건물은 원형은 같지만 벽돌을 사용해 목조건물은 아니다.
▷대법전 앞에 탓 빠툼이라는 35m의 '위대한 연꽃 탑'이라는 뜻의 둥근 연꽃 모양의 탑이 인상적이다.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라오스에서 정신적, 육체적인 '쉼'과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겸하며 휴식을 취하는 인상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라오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물과 관련된 부분들이었는데, 방비엥에서 즐겼던 블루라군, 튜빙과 동굴체험, 카약킹 등이다. 식사하면서 멍하니 강물을 바라보는 것도 굉장한 힐링이 되어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길거리 음식 중에는 바게트 샌드위치는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뜨끈뜨끈할 때 먹으면 든든하게 배도 채울 수 있고 맛도 있어 나중에도 생각나는 맛이다. 

 

이색적인 물놀이 여행을 하고 싶다면 라오스를 적극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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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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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한 서평을 통해 알게 된 이웃님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 된 올가 토카르축.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여타 그림책과는 다른 의미심장한 글귀와 따뜻한 목탄 느낌의 연필 드로잉으로 시선을 끌었던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을 보면서 쓸쓸함과 행복감을 담뿍 느꼈던 기억이 있다.

 

더불어 그의 책을 읽으며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와 나의 영혼은 지금 발맞춰 잘 가고 있나?'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게 만들었던 책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너무 세상의 속도에만 맞춰서 이끌려 갔던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되묻게 하는 책이었다. 

 

짧은 몇 줄의 글귀와 그림의 조화로 세상과 삶의 이면을 잘 담아내고 있던 올가 토카르축의 책이라 이번에 신간 소식을 듣고 첫 독자가 될 기회를 자청했다.

 

 

신간은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는데, 그 첫 번째 기대감은 바로 후각을 통해서였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훅 다가오는 책 고유의 냄새는 여타 다른 새 책에서는 맡기 힘든, 책장 깊숙이 꽂혀있던 고유의 책 냄새, 바로 그것이었다. 그림책이라 물감 등이 인쇄 과정에서 유독 더 강하게 베여서 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그래서 더 좋았다.

 

낡고 헤진 오래 소중히 간직해온 보물 같은 책을 몰래 염탐하는 느낌도 들어 마치 책으로의 모험을 떠나는 느낌도 살풋 들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에 걸맞게 페이지는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 기대감을 더욱더 증폭시켰는데, 누군가의 성장담이 담긴 사진 같은 드로잉은 마치 미지의 인물을 찾아내는 느낌이 들어 더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초반에는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 형제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등 성장하면서 으레 찍을법한 순간순간의 모습들을 통해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점차 동그랗게 얼굴이 파인 자국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의문의 가지게 되었고, 더불어 이 책의 제목을 떠올리게 되었다.

<잃어버린 얼굴>.

 

밝고 환한 웃음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한 아이는 왜 얼굴을 잃어버린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아주 또렷한 얼굴을 가진 한 청년의 환한 웃음이 눈에 띈다. 그는 빛나는 눈, 선이 예쁜 코, 또렷한 입술을 가진, 한 번만 봐도 그 얼굴이 기억에 바로 새겨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웃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 자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좋아해서 카메라 기능이 뛰어난 휴대폰을 샀을 때는 신나게 셀카를 찍어댔고,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모습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사진이 수많은 도시와 유적지, 구름과 바다 앞에 그의 얼굴이 등장하게 되고, 마침내 그 사진들은 인터넷에 떠돌게 된다.

 

그림책 속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풍경과 함께 어느새 청년으로 자란 주인공의 모습도 함께 담겨있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얼굴은 선명하기 보다 흐릿한 것에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흐릿해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긴 것에 비해 찬란하게 빛나는 색을 입은 풍경들은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면도를 하려 거울 앞에 섰을 때 얼굴선이 지워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불행히도 그의 얼굴 변화는 계속되었고,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진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늘어날 때마다, 자신의 진짜 이미지는 점점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문득 쳐다본 거울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데, 그동안의 얼굴과 사뭇 다른, 그저 어디서나 흔하게 '아저씨', '저기요'라고 부를법한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 사실에 매우 상처를 받게 되면서 다시 얼굴을 되찾을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이에 희미해지는 얼굴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새 얼굴을 불법으로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불법으로 구한 얼굴을 장착한 후 다시금 자신 있게 자신이 즐겨 찾던 카페를 방문하는데, 순간 갑자기 자기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웨이터는 웨이터식으로, 바리스타는 바리스타식으로. 거기엔 여자의 얼굴도 있었어요.
=====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나 도망치려던 찰나 실수로 부딪친 한 아가씨가 하는 말.

 

=====
"곧 익숙해질 거야."
=====

 

소름 돋는 한 마디로 끝나는 이야기를 읽으며,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맞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한창 SNS의 발달로 보여주기식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빗대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면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얼굴이며, 보통 이것이 그 사람의 첫인상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 얼굴이 이름보다 앞서 마치 도장처럼 인식 되었을 만큼 선이 또렷했던 한 아름다운 남자가 만들어진 나, 보여주기식의 행동을 지속하면서 정작 자신은 진짜 '나'를 잃게 된다.

 

'유일한 한 사람'에서 '수천,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으로 타락한 청년은 다시금 자신의 얼굴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이미 망가진 얼굴을 다시 찾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다 어렵사리 전 재산을 탕진해서 겨우 얼굴을 구하지만 이것마저 실상은 찍어낸듯한 '수천, 수백만 명 중에 한 명'의 모습일 뿐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사진을 찍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만들어진 이미지가 늘어날수록'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들의 현 삶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전한다. SNS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부러움과 시샘의 세계로 인도한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남의 부러움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가짜로 만들어진 삶을 공표하고 노출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린다.

 

어쩌면 이 책은 가면 뒤의 진짜 얼굴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한 작가가 전하는 경고이자 깨우침을 주기 위해 마음을 담아 만든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성장과정을 거쳐 나만이 가진 개성과 매력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각 나라의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풍경들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핵심을 파고드는 단출한 문장과 시각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맞춤인 이 그림책을 통해 우리 전반에 무의식중 용인하고 있는 가짜 삶, 보여주기식 삶, 부풀려진 자아, 젊음에 대한 용인과 찬양 등 조금 비뚤어진 생각과 관념들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설사 섬뜩하고 복잡 미묘한 내용에 관심이 없다 해도 한 번쯤은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다. 단순히 책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후각을 통해 느껴졌던 기대감에 이어 드로잉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마치 사진 같은 드로잉을 통해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묘사가 색다른 기대감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재미있는 구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한이 있어 모든 페이지를 담지 못했지만, <잃어버린 얼굴>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그림과 그를 뒷받침하는 책의 구성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페이크 형태의 구멍부터, 실제 뻥뻥 뚫려있는 구멍까지! 입체적 페이지와 구성은 책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숨어있는 페이지를 발견하며 이 책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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