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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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시민을 만든 '청춘의 독서', 그 안에서 발견한 오늘을 사는 지혜!"



유시민이 출연한 방송은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막상 그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듯하다. 한때 그가 쓴 <항소 이유서>가 유명세를 타면서 '언젠가 한번 읽어 봐야지'하고 독서 리스트에 올려두고선 막상 아직까지 읽어보진 못했다.(다른 책 읽는다고 계속 밀림)


그러다가 이번에 그가 쓴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이 출간되면서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그가 '청춘'일 때 읽었던 고전 중의 고전인 책들을 다룬 덕분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가 소개한 15권의 책들 모두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시대적 배경, 정치, 경제 상황 그리고 그의 감상평까지 파악하려다 보니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그래서 여러 번 끊어 읽으며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중후반쯤에 이르러서는 그의 책에 익숙해졌고 조금씩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내가 미약하게나마 알고 있는 시대적 배경으로 넘어온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소개한 책과 유시민이라는 작가에 대해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접했음에도, 나의 시선을 잡아 끈 책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원문을 찾아 읽어 볼 예정이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청년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오래전 읽었던 책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체험이었다고 전하는데, 이 글을 읽는 순간 나 또한 이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과연 나는 저자와 같이 그때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 아니면, 시대가 변하고 나이도 들었으니 뭔가 다르게 느낄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런 궁금증을 안고, 저자의 젊은 시절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했던 질문들과 사회를 바라보던 관점들을 흥미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며 읽게 되었는데, 옛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볼법한 내용들이 바로 여기 있었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험난한 모험처럼 여겨지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들이 마치 3D처럼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오래된 필름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현실 속 이야기가 저자의 삶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물론 후반부에 언급되는 몇몇 내용들은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겪어 본 일들이다. 후대에는 이 또한 먼 과거의 이야기로 남아, 지금 우리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그들 또한 보고 듣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렇듯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그의 청춘을 채워 주었던 책과 함께 만나고 보니, 역사와 시대의 한 페이지를 마주한 느낌이 들어 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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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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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다시 <인구론>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 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이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속에도 그런 것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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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나 권력, 훌륭한 무언가를 창출한 것과는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너무 지나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구론>을 쓴 맬서스의 사례를 통해 저자 역시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지나친' 무언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경계하고 돌보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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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새 시대는 새사람을 부른다. 구시대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새 시대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도태되고 만다.


<사기>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역할의 전도' 현상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준 인물이 한신이다. 그런데 한신의 비극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숙손통이라는 지식인이다.

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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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쉽게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는 구시대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새 시대에 맞게 빠르게 맞춰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사고방식과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아 은근히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ATM, 키오스크, 모바일 주문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AI를 활용한 도구, 사고방식, 관념 등 다양한데,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도태되고 낙오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어쩌면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한신'보다 더 큰 리스트를 안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현시대는 과거와 다르다. 에헴 하고 앉아 있는다고 해서 누군가 도움을 주거나 대우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이, 성별, 국적 불문 '숙손통'처럼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응전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것은 어쩌면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값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새 시대에 필요한 새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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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다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면서,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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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15개의 작품 중,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 중 하나가 바로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였는데,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별다른 내용은 없는데도 잔상이 남았던 소설이라 평하고 있다.


이 책은 수용소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기록한 소설인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다.


비인간적인 체재의 잔혹성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작은 행복을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마 저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 게 아닐까 한다.


때로 삶이 피폐하고 불온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럴 때 환경이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마음에 작은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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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이것은 철학적 '개인 독립 선언'이다. 밀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던 건 아니다. 자유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나는 이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믿는다.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국적과 고향과 부모 형제를 선택한 이도 없다. 우리는 온갖 것을 '운명'으로 받아안고 세상에 나온다. 주어진 사명 같은 건 없다. 정해진 의미도 없다. 우리는 세상을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에 살러 왔다.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남의 방식을 따라 살 필요는 없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3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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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우리 삶에 부여하는 가장 큰 가치를 적용해, 내가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때때로 사람들은 특정 조건이나 타인이 만든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가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임시 정답일 뿐이다.


만약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정답 또한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삶에 마음껏 활용하고 적용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라고 표현하며, 제대로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것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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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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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낯선 고전을 만나 처음에는 다소 고군분투했지만, 읽으면서 점차 저자에게 이 책들이 당시 어떤 의미였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되면서 깊이 스며들게 된 것 같다.


혼란하고 공포스러웠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눈 깜짝할 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때도, 지금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고전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다. 저자는 호기심으로 인해 젊은 시절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 읽어보게 된 것이지만, 그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러시아 소설을 좋아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고 과거와 현재 느낀 깨달음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았음 또한 알게 된다.


어쩌면 이번에 다시 <청춘의 독서>를 독파하면서 자신 안에 품고 있던 생각과 가치관이 그때 그 고전 속에서부터 꽃피워 현재에 이르렀음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살펴보면, 모두 옳다거나 현명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반대되는 이야기도 함께 다룸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가 무엇인지 더 현실감 있게 일깨워 준다.


이 때문일까? 한때는 낡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고전이 요즘은 오히려 필독서처럼 느껴지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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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합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지음 / 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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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안의 우울을 직면하고, 행복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은 책!"



이 책 저 책 다양하게 읽다 보면, 자주 언급되거나 인용되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은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였는데, 아주 '빈번하게'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잊힐 때쯤 어딘가에서 한 번씩 언급이 되고는 했다. 또 특이한 제목으로 인해 더 잔상처럼 남았던 듯하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는 얼마나 떡볶이를 좋아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썼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극과 극의 감정을 나타낸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를 겪고 있는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의 상태를 깨닫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늘 뭔가 알 수 없는 갈증과 공허함,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싶었던 저자는 상담을 통해 자신 안의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게 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생각의 틀을 깨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조금 더 무던하고 차분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실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전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한동안 자신 안의 공간에서 꼼짝하지 않던 저자는 자신의 찌질하고 어두운 모습에서 탈피하려 큰 용기를 낸다. 그리고 감추고 있던 속내를 거침없이 전문의에게 털어놓으며 잘못된 사고와 관점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덕분에 홀로 생각의 주머니에 갇혀 떠돌던 생각들이 바른 길을 찾게 되고, 비로소 자신 안에 깊게 자리한 우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자세하게 서술되진 않았지만, 치료 중간에 저자는 자해를 하거나 도돌이표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전문의의 도움, 그리고 스스로 이겨내겠다는 의지 덕분에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정상 범주에 들어온 듯 하다.


살다보면, 때때로 우울과 결핍, 불안 등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 외 여러 이유들로 인해 보통은 내 안에 꽁꽁 감추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처럼 무조건적으로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회피하고 감춘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느껴진다면 왜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찾아온 건지 탐색하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직시하다보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일일수도 있고, 또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불안 만큼은 분명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내일과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면 밝고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나의 어둡고 찌질한 모습까지도 다 그대로 포용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병이 들지 않는다.


만약 지금 어딘가 초조하거나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 저자처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거나, 전문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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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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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으며 정신과를 전전했고, 2017년 잘 맞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벙행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떡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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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준 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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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건이 좋다는 건, 가기전까지만 좋은 거예요. 직업이든 학교든 마찬가지죠. 합격하는 순간까지만 좋고, 가고 나면 불만이 시작돼요. 처음부터 끝까지 '난 여기가 너무 좋아!' 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정작 나는 아닐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왜 즐겁지 못한 거야'하며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어요.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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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특히 이직 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리 겉으로 볼 때 조건이 좋았어도, 막상 입사해보면 다 거기서 거기였던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는 '너무 좋아!'하는 기대감은 좀 내려놓게 되었다.


저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왜 나만' 이라는 생각에 깊이 침잠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전문의는 모두 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이야기 해주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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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거 자체를 소중히 여긴다면 만족을 얻을 수도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어떤 관계냐가 큰 의미가 있을까요?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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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옛 인연들이 많이 생각났다.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 자체를 소중히 했던 나와 달리, 다른 목적이나 의도에 더 치중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던 손절한 친구들과는 어쩌면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는 뭘 먹어도 어디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도 만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고 재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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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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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나 역시 계속해서 찾고 있는 부분으로, 몇 년동안 지속하다보니 생각보다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 물건, 사람, 그리고 불편함을 느낄 때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등등.


내가 편안한 상태에 머물러야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 모두 이 숙제만큼은 꼭 제대로 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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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내 욕을 한다고 해도, 내가 듣지만 않는다면 뭔 상관인가요. 그들이 자기네끼리 내 흉을 보든 말든, 물론 그 말이 나한테 들린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결국 그들은 내게 중요하지 않으니 상관없죠. 거꾸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엄청 상처를 받겠죠. 그 구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

조금 더 이기적으로, 나한테 의미 있는 관계와 그다지 중요치 않은 관계에 대해서 편 가르기처럼 나누어 놓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누구나 다 그렇게 하니까요. 그리고 내 이익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방법, 손해를 덜 보고 내 이득을 더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과감하게 그 선택을 하는 것도 우선순위로 두면 어떨까요?

266~2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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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리저리 치이는 경험을 하다보니 저절로 나와 관계 없는 사람과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예전에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는 험담이나 혹은 이상한 분위기만 감지해도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험담을 하거나 흉을 보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럴테면 그러라지'와 같은 마음이다.


반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이들이 만약 나를 싫어하거나 흉을 본다면 큰 흉터가 남을 만큼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미 그 관계를 진작에 끝난 관계라고 본다.


어쩌면 나만 '좋은 관계'라고 착각하거나 유지해 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때론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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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들이 내게 연관성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내 말이 내게 스미는거죠. 예를 들어 '이거 최악이야'라고 한다면 최악이라는 단어를 쓰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육하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을 더 붙이면 좋겠어요.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 형용사를 사용해서요. 그러면 내 감정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거든요.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429~4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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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을 담은 언어를 배출하는 글쓰기(이를테면 일기 등)를 할 때 이 문장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 혼잣말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일수록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앞으로는 단순히 '싫어, 좋아'로 표현하기 보다, 보다 구체화시켜 이러이러해서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하면 더 좋을 듯하다.


최근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 '명사'보다 '동사'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식의 글을 많이 봤는데, 정말로 그런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직업, 감정뿐만 아니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문장과 형태로 표현한다면,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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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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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보고, 초반에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어두운 이야기로 인해 덩달아 나까지 우울한 기분이 될까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다보니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중간중간 어떤 추임새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선생님'으로 기재된 전문의의 이야기는 꼭 우울증을 겪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이 많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 살고 있어, 혼자 끙끙 앓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데,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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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 - 멈춘 사유의 감각을 되살리는 51가지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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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비관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전하는 삶의 본질!"



과거에는 '철학'에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일단 피하고 봤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기웃거리며 찾아 읽게 된다. 제대로 맛을 봐서일까? 번역이나 편역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첫 맛이 쓰다고 해서 무조건 뱉기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회를 틈타 다른 편역자가 쓴 책이나 번역책을 읽으며 쓴맛이 보약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어렵다'는 편견은 어느새 사라지고, 긴 여운만 남는다.


그런 반복의 작업이 시간이라는 옷을 덧입게 되면, 어느 순간 삶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게 되는데, 이 덕분에 다소 현실과 동떨어졌던 고통과 행복에 대한 시각도 현실적인 관점에서 올바르게 바라보게 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남긴 깊은 사유와 대표 작품들에서 발췌한 글들을 엮은 것으로, 입에 칼을 물고 있는 듯 날카로운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비판적이고 염세적인 글들이라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고 깨우치게 해주는 문장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위로와 격려를 주는 문장들만 만났다면 이번 기회에 마음을 관통하는 직설적인 문장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어쩌면 안주하며 살던 마음에 파란을 일으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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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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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행해지는 사유의 결과는 이처럼 어느 순간에 갑작스럽게 의식 밖으로 뛰쳐나온다. 마치 영감처럼 갑작스러운 현상이며 판단의 형식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사유가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행해진 의식화의 결과이며, 그 배후에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의식적인 사유는 두뇌의 표면에서 진행되며, 무의식적인 사유는 골수의 본질에서 진행된다는 생리학적 견해 역시 철학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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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대해 깊고 오래 사유해 본 사람들은 위 문장에 격렬하게 공감할 것이다. 혹자는 갑작스럽게 얻은 결과에 대해 쉽게 얻은 것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실상 이것은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고 말한다.


아르키메데스 역시 오랜 시간 사유하던 끝에 목욕을 하다 불현듯 '유레카(찾았다)'를 외치게 된다. 이 또한 같은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너무 그것에만 몰두하기보다 가끔 '비움'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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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행복이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이며, 가장 위대한 지혜는 그것을 미련 없이 놓아버리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 자만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자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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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행복'을 좇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느새 강박이 되어 이제는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르면서 신기루처럼 그것만을 찾는다.


하지만 해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으며, 그것을 놓아버리는 순간, 우리는 위대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때론 '비움'과 '망각'들이 해결책이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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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삶이란 무게의 분배를 따르는 삶이다. 벽돌을 놓아야 할 장소가 있고, 기둥을 세워야 할 시기가 있다. 크고 넓은 창을 아무 때나 아무 곳에나 아무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하나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자세, 일부는 현재에 놓고, 일부는 욕심이 나지만 미래를 위해 기다리는 마음.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 어느 쪽에도 절대적인 무게를 용납하지 않는 중용의 태도 같은 것 말이다.

(...)

현재를 소홀히 여겨서도 안 되지만 그곳에 안주만 해서도 미래는 오지 않는다. 미래를 두려워해서도 안되지만 미래가 무조건적인 도피처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인생은 맹목의 수레에 실려 앞을 향해 내달리지만 그 수레 위에서도 균형을 잡고 고개를 들어야 한다. 그 순간 우리는 풍경 속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바로 그때가 삶이 철학이 되는 순간이다.

34~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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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을 때 적절한 공감각과 무게중심을 분배하듯이, 우리 삶 역시 이런 중용의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를 소홀히 여겨서도 안되지만, 또 그것에만 안주해서도 안된다. 때론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지만, 뒤로는 적절히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대비책과 균형감도 필요하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관점이 흐려지고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적절한 분배를 통해 인생을 설계해 나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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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의 본뜻은 타인을 자신의 서사 안에 끼워 맞추겠다는 아집이며, 용서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갈등을 덮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인간은 그 누구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완전하게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단지 상황과 필요에 따라 그 두 가지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복합적으로 넘나드는, 계산된 의지일 뿐이다.

(...)

인류는 이 고통을 하나의 규범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누구도 관계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하도록 가정, 집단, 사회, 국가의 동맹을 창조해낸 것이다.

(...)

인간에 대한 기대는 낮을수록 현명하고, 관계에 대한 인식은 얕을수록 자유롭다.

41~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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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하고 비판적인 관점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것이 현실이라 말할 수 있겠다.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비슷한 환경과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많아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한 이해와 공감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사회적 동맹과 합의로 인해 공동체적 사고를 따랐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기 다른 경험과 환경에서 생활하고 자라다 보니, 격차는 더 벌어지고 특정 규범이나 시스템으로도 이들을 다 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갈등은 극에 달하고 고통은 더 커져버렸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기대는 되도록 낮추고, 관계에 대한 인식은 깊게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에서 내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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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궁극적으로 비극이다. 고귀한 정신을 가진 자는 이런 사실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과 세상을 분리해 인식하고,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감각을 불편함이 아닌 필연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들은 다수와 섞이지 못하며, 어쩌면 스스로 섞이기를 거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단절은 인간의 타고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진정한 철학자는 그것을 고통이 아닌 숙명으로 바라본다.

(...)

삶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본 자는 선택의 순간마다 쾌락보다는 고통을 택할 것이다. 그에게 고통은 회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존재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통로이며, 인간이라는 피조물의 실체를 가장 날카롭게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젊은 날의 갈등을 감내하며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내면은 침묵의 지혜와 더불어 더욱 단단해진다.

(...)

우리는 타인과 조화를 이루려 애쓰지만 그 조화는 착각이다. 인간의 본성은 균질하지 않다.

(...)

다만 인간은 스스로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배워나간다. 타인의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상처를 통해서만이 배울 수 있다. 노년의 철학자는 더 이상 교육받기를 바라지 않으며,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그는 삶이란 본래 혼자 견뎌내야 할 고통의 반복임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53~54,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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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비극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한때는 희극이길 바라던 때도 있지만, 삶을 깊게 바라보니 삶 그 자체가 고통임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해하거나 도망칠 궁리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본 현명한 이들은 이것을 회피하지 않고 필연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도 그들처럼 그 모든 것들을 끌어안고, 고통을 감내하며 꿋꿋이 버텨내 보자. 그렇게 나만의 경험, 실패, 상처들을 겪다 보면, 내면은 단단해지고 스스로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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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며, 타인에 대해서는 절반도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은 타인과 개념은 공유할 수 있을지언정 개념의 기본 조건인 직관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적 진리는 결코 공동체의 사유나 타인과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없다.

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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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보다 나와 가장 잘 지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타인에게 더 의존하며 사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로부터 위로와 위안을 얻으며, 내 고통을 덜어 내고 이해받으려고 하지만, 실상 그것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문제에 직면했다면, 공동체나 타인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보다, 내 안에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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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흥미를 잃지 않는 한 배움의 기회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기회야말로 기억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물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일수록 기억력도 좋은 것이다.


흥미를 통한 기억은 앞서 살펴본 인위적 기술에 의한 기억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오랫동안 보존된다. 그러나 이 같은 흥미도 아둔한 자들에겐 자신의 신상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94~1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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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은 나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기억의 보존 여부가 달라지고, 배움의 기회가 달라진다는 관점인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들은 사물이나 주변 상황에 대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기억은 쇠퇴하고, 배움의 기회 또한 줄어든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것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려는 경향을 보인다. 덕분에 많은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젊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이 탓만 하기보다 주변의 상황과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참여해 보자. 이는 어쩌면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나이보다 더 어리게 만들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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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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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 맘처럼 흘러가지 않아 괴롭다면, 잠시 멈춰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 관점과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혹은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혀 신기루만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어쩌면 고통을 거부하고 욕망만 따르고 있을 수도 있다.


쇼펜하우어는 뼈 때리는 날카로운 비판의 글로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눈 돌리며 회피하지 말고, 온전히 그 시간을 견뎌내며 단단해지라고 말한다.


그러면 행복을 좇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올 것이며, 더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넌지시 일러준다. 또 타인에게 의지하기 보다 내면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그 무엇보다 든든한 자기편을 얻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삶이 고달픈가? 그럼 가장 먼저 나와 친해지는 연습부터 시작해 보자. 그런 후에 저자가 사유한 깨달음을 하나씩 실천해 보자. 그러다 보면 결국 진짜 삶에 도달하게 되고, 그 삶을 진실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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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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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명랑한 반려견 이시봉과 상처 입고 방황하는 인간 이시습의 대서사시!"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벽돌책으로 인해 처음에는 쉽지 않겠다는 나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들자 앞선 편견과는 달리 술술 읽혔다.


겉으로 봐서는 보통의 벽돌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구조(텍스트 사이즈, 책 사이즈 등)였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만큼은 페이지가 금방 넘어갔다.


여기에 더해 더 놀랍고 신기한 점은, 그 내용이 바로 반려견에 대한 내용으로 꽉 채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 나갔다는 점이다.


평소 나는 반려견의 혈통과 역사, 그리고 집사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이야기만큼은 지루함 없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대서사시를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었다.


장편 하나의 내용으로 꽉 채워져 있는 이 책은, 반려견 이시봉과 그의 견주 이시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세 개의 큰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아주 먼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이시봉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만나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시봉의 과거를 추적하다 알게 된 몇 가지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는 이시봉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과거 직장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이시봉이 주인공의 집 막내로 들어오게 된 과정에 대한 내용까지 담겨 있다.


두 번째는, 주인공이 몰랐던 이시봉의 고귀한 혈통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일의 계기로 시습이 키우고 있는 개를 찾아온 낯선 이들은 이시봉이 후에르카르 계열 비숑 프리제의 혈통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혈통은 먼 옛날 유럽 왕가의 혈통이라 주장하는데, 그 혈통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프랑스와 스페인의 유명인들도 등장한다.


세 번째는, 왕가의 혈통인 비숑 프리제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앙시앙하우스 대표 정채민의 과거와 연결된 김태형에 대한 이야기다. 둘은 모종의 이유로 비숑 프리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비슷한 듯 엇갈리는 과거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평온하던 어느 날 갑자기 던져진 돌멩이는 시습 가족에게 파문을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해 이들 가족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어찌할 수 없는 상처와 우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이시봉'은 행복이자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오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저 사랑받으며 살던 작고 귀여웠던 비숑 프리제 '이시봉'은 아버지의 사망 이후 방구석으로 밀려 애처로운 반려견이 되고 말지만, 이내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의 존재감은 급부상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 이야기의 대서사는 시작된다.


그 와중에도 비인간인 이시봉은 한결같이 명랑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비동물인 인간은 상처 입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반려동물의 행복을 좇는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말하는 동물의 행복이 과연 진짜 그들을 위한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들이 행하는 모든 것들이 실상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동물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한결같이 해맑고 또 명랑했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들이 더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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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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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봉

-올해 만 네 살이 된 수컷 비숑 프리제

-시습네 가족의 반려견


■이시습

-20대의 청년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백수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외부와 거의 단절 상태

-이른 새벽 반려견 이시봉과 산책하는 게 일과

-가족과 동네 친구 3명과 교류하는 것이 전부임


■이시현

-시습의 여동생으로 두 살 터울

-시습과 반대 성향으로 공부에 열정적


■이성현

-시습과 시현의 아빠

-광주에 있는 한 타이어 공장에서 이십 년간 현장 노동자로 근무

-이후 돌연 그만두고 피자집을 개업

-어느 날 갑자기 나주시 왕곡면에서 이시봉을 데려와 막내로 삼고 키움


■조영은

-시습과 시현의 엄마

-재작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음

-후에 이시봉이 남편 죽음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시봉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짐

-과거 학습지 회사에서 방문 교사로 일한 경력이 있음

-현재 가평에서 엄마를 간호 중


■외할머니

-현재 담낭암 3기로 주변 장기와 뼈까지 전이된 상태

-암의 발병 소식을 알게 되자 일체의 치료를 거부하고 가평 집에서 지내고 있음


■이시봉

-아버지 이성현과 같은 직장에서 십오 년 가까이 함께 근무한 사이

-이시봉(개)이 시습의 집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만든 사람


■김태형

-이시봉(개)의 부모 견주

-이시봉과 교도소에서 알게 된 사이로 그의 부탁으로 인해 이시봉(개)이 이성현과 인연을 맺게 됨

-마약과 폭력 전과를 가지고 있음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모와 살게 됨


■리다(권하영)

-시습의 친구 중 한 명

-엄마의 오래된 제자

-국립대학교 문헌 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육 년째 사서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음

-시습의 엄마를 선생님이 아닌 '언니'라고 부름

-그녀가 다섯 살 때 부모님은 이혼했고, 그 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음

-아버지는 그녀가 졸업한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로 있다 퇴임

-나이 많은 몰티즈를 키우고 있는데, 이름이 '데리다'임


■수아

-시습의 친구 중 한 명

-광주에 있는 교대를 1학년까지만 다니고 현재는 휴학 중

-친구들 중 공부를 제일 잘함

-성격은 가장 불같음


■정용

-시습의 친구 중 한 명

-몸집이 큼

-파니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우고 있음

-친구들의 일에는 언제나 발 벗고 나섬


■정채민

-앙시앙 하우스 대표

-비숑 프리제에 이상한 집착을 가지고 있음

-부유한 재벌


■김상우

-미술 전공

-유정과 부부가 되며 함께 프랑스로 유학 감

-프랑스 유학 중에 정채민과 알게 됨


■박유정

-미술 전공

-상우와 부부가 되며 함께 프랑스로 유학 감

-상우보다 두 살 어림

-상우와 이혼 후 홀로 아들과 비숑 프리제를 키움


■미셸 김 외 브리더들

-미셸 김은 앙시앙 하우스의 수석 브리더

-그 외 선글라스를 낀 여러 브리더들과 수의사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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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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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게 살던 어느 날 시습의 집에는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바로 아버지가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피자 가게 바로 건너편에서 일어났는데, 그래서 가족들도 한동안 피자가게를 방문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 불현듯 홀로 피자 가게에 있을 반려견 '이시봉'을 떠올린 시습은 그곳에 들렀다가 이웃 가게 주인을 통해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바로 '이시봉'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시봉은 어머니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깊은 슬픔으로 인해 시습은 우울과 대인기피증을 앓다 이내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되고, 그러다 종내에는 한밤중 이시봉을 창문 밖으로 던지려 하는 가족 중 한 명으로 인해 깊은 불면증까지 겪게 된다.


이시봉을 지키기 위해 시습은 이른 새벽 이시봉을 데리고 산책을 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피폐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할머니의 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엄마는 가평으로 내려가게 되고, 시습은 두 살 어린 동생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맡게 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동네 친구 중 한 명인 리다가 SNS에 올린 영상 하나로 인해 낯선 이들이 이시봉을 찾아오게 되고 이 일로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이시봉의 귀한 혈통에 대해 알게 되고, 이런 혈통을 보존 및 관리하기 위해 비숑 전문 켄넬 '앙시앙하우스'를 운영하는 정채민을 알게 된다.


이 일로 이시봉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숨겨진 과거와 이시봉의 이름에 얽힌 비화, 가족이 된 경위까지 알게 된다.


여기에 더해 비숑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경위, 정채민과 김태형의 복잡하게 얽힌 과거 이야기도 밝혀지게 된다. 또 정채민이 주장하는 비숑의 귀한 혈통에 대한 역사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며 방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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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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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자기 자신은 잘 모를 때가 있거든."

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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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를 포함해 비동물인 인간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닐까 한다. 특히 고통과 상처에 잠식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고 본다.


아버지를 잃고 유일한 버팀목인 반려견 이시봉까지 잃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습이 그렇고, 남편을 죽인 범인이 이시봉이라는 사실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영은이 그렇고,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로부터 폭력과 학대를 당하는 리다가 그러하며, 오랜 시간 박유정을 찾아 헤맨 정채민이 그렇다.


이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런저런 일로 상처받은 우리들 역시 '괜찮다'고 말하지만, 실상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때론 예측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부러 엉뚱한 것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여 감정적으로 대할 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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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예측 불가능한 일을 겪는 거야."

아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더 그래."

1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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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나조차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하물며 대상이 비인간인 강아지를 사랑하는 일이라면 더 많은 부분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을 맞닥뜨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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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혈통이 귀찮기만 했다. 아니, 솔직히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이시봉이 내게서 떠날까 봐, 누군가 이시봉을 내게서 떼어낼까 봐 두렵고 염려되었다.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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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통해 시습이 얼마나 이시봉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들은 귀한 혈통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장의 이익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시습은 비숑의 그런 혈통이 되려 귀찮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누군가 이시봉을 데려가거나 멀어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후에 실제로 이 일은 현실이 되었는데, 이시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진난만하고 명랑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시습은 어쩌면 더 불안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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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으로 남았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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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리다의 아버지는 철학과 교수에서 '형집행인'이 되어야만 했을까?


2. 정채민이 박유정을 찾아 헤맸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사랑, 그것도 아니면 정말 후에스카르 계열의 비숑 때문이었을까?


3. 정채민과 박유정이 함께 보낸 한 달 동안 프랑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4. 집을 떠난 리다는 행복해졌을까?


5. 정채민은 왜 그토록 많은 메모리얼 스톤을 숨겨둔 것일까? 더불어 이시봉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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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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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큰 줄기로 나뉘는 에피소드들은 다른 장르, 다른 시점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비숑과 모두 연결된다. 하지만 그 속에 정작 비숑은 없다.


그저 약육강식의 세계와 정치적 행보, 세속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만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비인간인 동물들은 희생과 이용을 당하며 사라지거나 번식해 나가며 현재에 이르게 된다.


인간들은 동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랑과 애정을 주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것은 인간중심주의 사상 속에서 행해지는 일일뿐이다.


그래서일까? 동물들은 인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자신들이 어디에 있든 그저 해맑고 명랑하다.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생명이 다하면 숨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동물들을 쉬이 보내주지 않는다. 메모리얼 스톤을 만들어 남은 잔해마저 품으려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동물들은 짧고 투쟁 없는 삶을 이어나간다. 반면 인간들은 길고 투쟁 많은 삶을 이어나간다. 이 모든 것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쟁취하려 하고, 더 오래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숑을 두고 하는 소리 없는 싸움이지만, 그 안에 비숑은 없는 아이러니라니.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투쟁을 했던 것일까?


결국 모두 패잔병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비숑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고, 날카롭게 뒤엉켜 불안을 조장하던 그곳엔 순수한 사랑만이 남았다.


그리고 점차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망가지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비동물인 인간은 회복을 위해 떠나거나 새로 시작하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렇게 새 출발을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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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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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을 가지고 거침없이 삶을 돌파해 온 한 사람의 도전과 성공 이야기!"



매일 뉴스를 챙겨보는 편이지만, 즐겨보는 뉴스가 JTBC가 아니기에, 한민용 앵커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몰랐다. 다만 이 책을 소개하던 한 줄의 글이 내 눈에 들어왔고, 궁금한 마음에 펼쳐 들게 되었다.


꿈을 좇는 것이 사치로 여겨졌던 빨래골 소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또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는데,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깨달은 바가 많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글을 너무 못 써 스터디 그룹은 물론 연이어 언론사 탈락의 고배까지 맛봤다고 하는데, 솔직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저자의 말과는 달리 이 책은 술술 읽힐 만큼 가독성도 좋았고,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잘 다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저자의 말대로 당시 글쓰기 실력이 정말 형편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결과물은 결국 작가의 피 땀 눈물로 일궈낸 노력의 산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기자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깡시골인 빨래골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우연히 TV에서 9.11 테러 보도를 보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막연히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그렇게 기자를 꿈꾸며 고등학생의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이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비를 벌게 된다.


겨우 중국에서의 생활이 끝나갈 때쯤 이번에는 뉴욕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갇혀 있던 생각을 깨게 되면서 한 번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터디를 비롯해 여러 언론에 서류를 제출하지만 번번이 낙방하게 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나아가게 되면서, 마침내 최연소 여성 메인 앵커, JTBC 뉴스룸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얼마나 많은 난관과 실패를 경험했는지, 또 그때마다 도망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며 부족함을 채워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는 좋은 면을 바라보려 했던 긍정적인 관점과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항상 겸손하려 했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꿈을 꾼다. 하지만 저자처럼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그것을 성취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성공의 바로 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 발만 더 앞으로 나아가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물길 따라 자연스럽게 나만의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동시에 내 앞에는 새로운 길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저자의 삶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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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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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인생의 이야기를 잘 골라내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었는지를. 나를 세상이 갑자기 나에게 얼마나 매서웠는지, 불공평했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외롭고 가여웠는지 들려주지 않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도록 두지 않았다.


대신 내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지혜로웠는지, 강했는지 들려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말해주었다. 타인들이 건넨 작은 도움과 보호를 받으며, 그래도 망가지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도 전해주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용기 내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해내는 사람,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 이름표들은 저마다 각각의 등분이 되어 나의 삶을 이끌어주었다.


이제 나는 안다. 나라는 인간, 나의 인생은 결국 그 모든 것을 겪어낸 내가 어디에 애써 주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간절히 바라게 된다. 상처 많은 세상에서 당신만은 당신의 편이 되어 주기를.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애써 고르고 골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를.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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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문장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세상의 불공평함과 자신의 가여움에 대해 얼마든지 불만을 토로하며 연민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를 얼마나 대견하게 여기고 있는지, 또 용기 있고 멋진 사람인지에 더 포커스를 맞춰 긍정적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덕분에 그 이름표에 맞춰 저자는 성장할 수 있었다. '이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 그대로 저자는 지혜롭고, 용기 있고,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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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너 자신을 팔아봐. 매번 꼭 이직하라는 말은 아니고, 네가 팔릴 상품인지 안 팔릴 상품인지 평가받아보라는 거야. 스스로에든 외부로부터든."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2년마다'라는 반복성이 좋았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안주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선배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했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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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스스로를 평가해 보라는 선배의 말도 인상 깊었지만,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실제로 실천하며 살아온 저자의 실행력은 더 놀랍다.


이것을 꼭 사회생활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내 인생 전반에 루틴처럼 넣어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식으로 써보면 어떨까? 그러면 분명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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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외모만 보고 빠져든 사랑이라 의심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사랑할 이유가 샘솟았다.


우선 나는 역사를 목도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기자들은 100을 알면 10을 보도했다. 사람들은 10을 보고 10을 알겠지만, 나만은 100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릴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다.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것이 '일'이라는 점도,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옳은가를 끝없이 고민하는 직업이라는 점도 좋았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옳다고 믿게끔 설득하는 직업이어서 또 좋았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도 믿게 됐다.

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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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 내내 천상 기자구나라고 느끼는 동시에 저자가 얼마나 기자라는 직업에 푹 빠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매번 벌서듯이 밤샘을 이어가고, 제대로 먹거나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이어갔음에도 저자는 오히려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신나고 즐거웠다고 말한다.


역사를 목도하는 것,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것이 '일'이라는 것, 옳은 일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는 직업이라는 것, 그 외에도 스스로 이 직업이 갖는 장점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저자는 말 그대로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읽는 내내 나 또한 설렘과 행복감에 충만해졌다. 또 이처럼 내 일을 사랑하고 아끼며 사는 것이야말로 진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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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어쩌면 뻔하고 당연한 가르침을 경찰서를 뺑뺑 돌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깨우친 뒤, 나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 잘해내고 싶은 일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큰 사건사고가 터져 누군가 현장에 가야 할 때면, 번쩍 손을 들었다. 그 탓에 남들보다 더 일하게 되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휴일을 날리게 되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게 기자가 됐는데, 시시한 기자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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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동시에 뚜렷한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뻔하고 사소하지만, 아주 큰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쉽게 가는 방법만을 끊임없이 찾는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 몸으로 깨우친 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과 잘해내고 싶은 일에 온몸을 내던진다. 거기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토도 달지 않았다. 그저 내가 생각한 목표만 생각했다.


그랬기에 지금 그녀에게 그런 멋진 타이틀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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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고,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나는 별다른 말없이 나의 첫 방송을 보여주겠다. 그러면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재능'보다 '시작'이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일단 시작하면 자신의 모습 중 가장 근사한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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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느 정도 성공 괘도에 오른 사람을 보고 우리는 운 좋은 사람, 타고난 사람이라 평한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저자는 '타고난 재능'보다 '시작'을 더 크게 꼽았다. 그리고 시작함으로써 자신의 가장 근사한 모습을 끌어냈다.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냈다며 응원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 재능이 없다거나 환경이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일단 시작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장 최고의 모습을 끌어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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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니나 내나'다. 나는 아직 인생을 논하기에는 어리지만, 이것만큼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이 높다고 하는 사람, 낮다고 하는 사람 모두를 가리지 않고 만나 묻고 듣는 것을 '일'로 해오면 얻은 확신이다.

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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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 나 역시 깊이 공감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세상이 높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굽신거리거나 나보다 훨씬 뭔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막상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생 다 거기서 거기고, 인생 니나 내나다. 그러니 누군가 나보다 지위가 높거나,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미리부터 주눅들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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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뭘 할 줄 아는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방패 삼으며 최대한 유연하게 이 거친 시대를 살아내고 싶다. 그러면 정말 AI 앵커 시대가 오더라도 끄떡없을 것만 같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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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차를 보면 3부 제목이 '답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에는 직업이나 나를 표현할 때 '명사'로만 대답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대신 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뭘 할 줄 아는 사람인지 명확히 알고 '동사'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AI 시대에서도 끄떡없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내가 가진 특성과 무기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동사' 형태로 표현하는 소재가 되어 줄 것이며, 결국 큰 자산이자 방패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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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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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기자가 되기 위해 중국행을 선택했다는 글을 보고 다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살림이 빠듯한데 해외로 나간다는 게 철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방학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모습을 보고 이때부터 '뭔가 될 사람이다'라는 촉이 왔다.


보통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면 그 상황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다했고, 여러 번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어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채우려 노력했고, 그런 점에 대해 불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일도 자청해 맡으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도 쌓게 된다.


중국 생활을 마치고 고민 끝에 결정한 뉴욕행은 저자의 편견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특히 뉴요커가 건넨 'Who cares!(무슨 상관이야, 네 맘대로 해!)'라는 말은 그녀의 가치관을 통째로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한마디였다.


이 덕분에 저자는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지키며, 내면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었다. '최연소'와 '최초'라는 타이틀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스스로 바꿔온 저자. 그래서일까, 출산 후의 복귀가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 또 어떤 금기들을 깨며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까. 벌써부터 내심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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