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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평점 :
"확신을 가지고 거침없이 삶을 돌파해 온 한 사람의 도전과 성공 이야기!"
매일 뉴스를 챙겨보는 편이지만, 즐겨보는 뉴스가 JTBC가 아니기에, 한민용 앵커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몰랐다. 다만 이 책을 소개하던 한 줄의 글이 내 눈에 들어왔고, 궁금한 마음에 펼쳐 들게 되었다.
꿈을 좇는 것이 사치로 여겨졌던 빨래골 소녀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또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는데,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깨달은 바가 많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는 글을 너무 못 써 스터디 그룹은 물론 연이어 언론사 탈락의 고배까지 맛봤다고 하는데, 솔직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저자의 말과는 달리 이 책은 술술 읽힐 만큼 가독성도 좋았고,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잘 다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저자의 말대로 당시 글쓰기 실력이 정말 형편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결과물은 결국 작가의 피 땀 눈물로 일궈낸 노력의 산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처음 기자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깡시골인 빨래골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우연히 TV에서 9.11 테러 보도를 보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막연히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그렇게 기자를 꿈꾸며 고등학생의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이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비를 벌게 된다.
겨우 중국에서의 생활이 끝나갈 때쯤 이번에는 뉴욕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갇혀 있던 생각을 깨게 되면서 한 번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터디를 비롯해 여러 언론에 서류를 제출하지만 번번이 낙방하게 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나아가게 되면서, 마침내 최연소 여성 메인 앵커, JTBC 뉴스룸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얼마나 많은 난관과 실패를 경험했는지, 또 그때마다 도망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며 부족함을 채워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는 좋은 면을 바라보려 했던 긍정적인 관점과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항상 겸손하려 했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꿈을 꾼다. 하지만 저자처럼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그것을 성취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성공의 바로 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 발만 더 앞으로 나아가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물길 따라 자연스럽게 나만의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동시에 내 앞에는 새로운 길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저자의 삶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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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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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인생의 이야기를 잘 골라내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었는지를. 나를 세상이 갑자기 나에게 얼마나 매서웠는지, 불공평했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외롭고 가여웠는지 들려주지 않았다. 자기 연민에 빠지도록 두지 않았다.
대신 내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지혜로웠는지, 강했는지 들려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말해주었다. 타인들이 건넨 작은 도움과 보호를 받으며, 그래도 망가지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도 전해주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용기 내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해내는 사람,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 이름표들은 저마다 각각의 등분이 되어 나의 삶을 이끌어주었다.
이제 나는 안다. 나라는 인간, 나의 인생은 결국 그 모든 것을 겪어낸 내가 어디에 애써 주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간절히 바라게 된다. 상처 많은 세상에서 당신만은 당신의 편이 되어 주기를.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애써 고르고 골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를.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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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문장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세상의 불공평함과 자신의 가여움에 대해 얼마든지 불만을 토로하며 연민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를 얼마나 대견하게 여기고 있는지, 또 용기 있고 멋진 사람인지에 더 포커스를 맞춰 긍정적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덕분에 그 이름표에 맞춰 저자는 성장할 수 있었다. '이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 그대로 저자는 지혜롭고, 용기 있고,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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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너 자신을 팔아봐. 매번 꼭 이직하라는 말은 아니고, 네가 팔릴 상품인지 안 팔릴 상품인지 평가받아보라는 거야. 스스로에든 외부로부터든."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2년마다'라는 반복성이 좋았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안주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선배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고 실천했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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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스스로를 평가해 보라는 선배의 말도 인상 깊었지만,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실제로 실천하며 살아온 저자의 실행력은 더 놀랍다.
이것을 꼭 사회생활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내 인생 전반에 루틴처럼 넣어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식으로 써보면 어떨까? 그러면 분명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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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외모만 보고 빠져든 사랑이라 의심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사랑할 이유가 샘솟았다.
우선 나는 역사를 목도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기자들은 100을 알면 10을 보도했다. 사람들은 10을 보고 10을 알겠지만, 나만은 100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릴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다.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것이 '일'이라는 점도,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옳은가를 끝없이 고민하는 직업이라는 점도 좋았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옳다고 믿게끔 설득하는 직업이어서 또 좋았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도 믿게 됐다.
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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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 내내 천상 기자구나라고 느끼는 동시에 저자가 얼마나 기자라는 직업에 푹 빠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매번 벌서듯이 밤샘을 이어가고, 제대로 먹거나 씻지도 못하는 생활을 이어갔음에도 저자는 오히려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신나고 즐거웠다고 말한다.
역사를 목도하는 것,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것이 '일'이라는 것, 옳은 일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는 직업이라는 것, 그 외에도 스스로 이 직업이 갖는 장점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저자는 말 그대로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읽는 내내 나 또한 설렘과 행복감에 충만해졌다. 또 이처럼 내 일을 사랑하고 아끼며 사는 것이야말로 진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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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어쩌면 뻔하고 당연한 가르침을 경찰서를 뺑뺑 돌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깨우친 뒤, 나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 잘해내고 싶은 일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큰 사건사고가 터져 누군가 현장에 가야 할 때면, 번쩍 손을 들었다. 그 탓에 남들보다 더 일하게 되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휴일을 날리게 되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렵게 기자가 됐는데, 시시한 기자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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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동시에 뚜렷한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뻔하고 사소하지만, 아주 큰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쉽게 가는 방법만을 끊임없이 찾는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 몸으로 깨우친 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과 잘해내고 싶은 일에 온몸을 내던진다. 거기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토도 달지 않았다. 그저 내가 생각한 목표만 생각했다.
그랬기에 지금 그녀에게 그런 멋진 타이틀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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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스스로에게 재능이 없고,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나는 별다른 말없이 나의 첫 방송을 보여주겠다. 그러면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재능'보다 '시작'이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일단 시작하면 자신의 모습 중 가장 근사한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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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느 정도 성공 괘도에 오른 사람을 보고 우리는 운 좋은 사람, 타고난 사람이라 평한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저자는 '타고난 재능'보다 '시작'을 더 크게 꼽았다. 그리고 시작함으로써 자신의 가장 근사한 모습을 끌어냈다.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냈다며 응원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 재능이 없다거나 환경이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일단 시작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장 최고의 모습을 끌어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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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니나 내나'다. 나는 아직 인생을 논하기에는 어리지만, 이것만큼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이 높다고 하는 사람, 낮다고 하는 사람 모두를 가리지 않고 만나 묻고 듣는 것을 '일'로 해오면 얻은 확신이다.
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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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 나 역시 깊이 공감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세상이 높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굽신거리거나 나보다 훨씬 뭔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막상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생 다 거기서 거기고, 인생 니나 내나다. 그러니 누군가 나보다 지위가 높거나,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미리부터 주눅들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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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뭘 할 줄 아는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방패 삼으며 최대한 유연하게 이 거친 시대를 살아내고 싶다. 그러면 정말 AI 앵커 시대가 오더라도 끄떡없을 것만 같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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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차를 보면 3부 제목이 '답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에는 직업이나 나를 표현할 때 '명사'로만 대답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대신 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뭘 할 줄 아는 사람인지 명확히 알고 '동사'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AI 시대에서도 끄떡없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내가 가진 특성과 무기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동사' 형태로 표현하는 소재가 되어 줄 것이며, 결국 큰 자산이자 방패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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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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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기자가 되기 위해 중국행을 선택했다는 글을 보고 다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살림이 빠듯한데 해외로 나간다는 게 철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방학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모습을 보고 이때부터 '뭔가 될 사람이다'라는 촉이 왔다.
보통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면 그 상황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다했고, 여러 번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어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채우려 노력했고, 그런 점에 대해 불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일도 자청해 맡으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도 쌓게 된다.
중국 생활을 마치고 고민 끝에 결정한 뉴욕행은 저자의 편견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특히 뉴요커가 건넨 'Who cares!(무슨 상관이야, 네 맘대로 해!)'라는 말은 그녀의 가치관을 통째로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한마디였다.
이 덕분에 저자는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지키며, 내면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었다. '최연소'와 '최초'라는 타이틀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스스로 바꿔온 저자. 그래서일까, 출산 후의 복귀가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 또 어떤 금기들을 깨며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까. 벌써부터 내심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