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지음, 유광선(WILDS) 외 옮김 / 와일드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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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같은 책을 두 번 읽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 적용하고 배움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나만의 처세술 중 하나를 실천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자극을 줌으로써 좋은 것들을 '습관'으로 굳히기 위함이다.

 

시간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 분명한 데드라인과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이룰 수 있는 목적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바이다.

 

더불어 다른 출판사의 책을 다시 한번 읽은 또 다른 이유는 출판사마다 다른 해석과 구성의 방식에 따라 다른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읽었을 때 놓친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다른 부분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등 진행 방향이나 편집 방식에 따라 독자가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져 그걸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이번 기록은 그래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려 한다. 더불어 새롭게 초점을 맞춘 문장에서 깨달은 점들도 함께 소개해 보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소회를 담고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데일 카네기의 책이 좀 어렵게 느껴지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들, 혹은 초보자 입문용으로 딱 적당하다 생각되는 이 책은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게 구성이 짜여 있었다. 또 다른 책보다 사이즈가 큰 4×6배판으로 되어 있어 깨알 같은 글씨에 눈을 찌푸릴 필요도 없다.

 

읽기 전에는 무삭제 완역본이라고 해서 조금 더 심화되어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매 주제마다 간략한 정리와 요약으로 한눈에 파악이 가능했다. 만약 많은 예시와 사례들로 인해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면, 매 주제마다 간략 요약으로 정리를 해주는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면 도움이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의 경우는 오히려 첫 번째 읽었을 때 파고들었던 핵심 내용보다는 다양한 사례로 들고 있는 내용에 더 눈이 많이 갔는데, 유독 6부에서 전하는 내용들이 특별히 더 가슴에 와닿았다. 현실에서 놓치고 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정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공감이 가고 깨달음을 주었던 내용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말하는 핵심 내용은 간략히 짚고, 관심이 갔던 문장과 깨달음을 줬던 문장들을 위주로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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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의 집필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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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는데 실패하는 것이 익숙해진 나머지 다양한 힘을 지녔음에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그는 '습관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는데,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잠들어 있어 사용한 적 없는 자산을 발견하고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으며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라 말한다.

 

이 책은 그러한 행동을 위한 지침서로 다음의 문장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교육의 위대한 목적은 지식이 아닌 행동이다."

 

이 책은 행동을 위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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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아홉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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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아홉 가지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를 참고하여 읽어보기를 바란다. 개인적인 추천법은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구절을 다시 반복적으로 읽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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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핵심 요약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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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을 다루는 기본적인 방법
▶비판, 비난 혹은 불평을 하지 말라.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칭찬을 하자.
▶타인의 욕구를 자극하라.

 

2.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방법
▶다른 사람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가져라.
▶미소를 지어라.
▶누군가의 이름은 세상 그 어떤 단어보다 그 사람에게 가장 달콤하고 중요하게 들린다.
▶경청하는 법을 배워라.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도록 만들어라.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하라.
▶다른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라.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대하라.

 

3. 원하는 대로 사람을 설득하는 법
▶논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라. 절대 당신이 틀렸다고 하지 말아라.
▶당신이 틀렸다면 빠르고 분명하게 인정하라.
▶우호적으로 시작해라.
▶다른 사람의 입에서 즉시 '네. 네.'라고 답할 수 있도록 하라.
▶상대방으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라.
▶상대방에게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인 것처럼 여기도록 만들어라.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욕구에 공감하라.
▶더욱 고상한 동기에 호소하라.
▶당신의 생각을 극적으로 표현하라.
▶도전하게 만들어라.

 

4.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원한을 사지 않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
▶칭찬과 솔직한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
▶사람들의 실수를 간접적으로 알려주어라.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의 실수를 먼저 이야기하라.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는 대신 질문을 던져라.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 주어라.
▶작은 발전을 포함해 모든 발전을 칭찬하라. '마음으로 인정하고 후한 칭찬을 건네라.'
▶그 사람에게 지켜야 할 좋은 평판을 주어라.
▶격려를 이용하라. 실수는 바로잡기 쉬운 것처럼 보이도록 하라.
▶다른 사람이 기꺼이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들어라.

 

5.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7가지 방법
▶절대, 절대 잔소리하지 마라!
▶배우자를 바꾸려 들지 마라.
▶비난하지 마라.
▶진심으로 칭찬을 건네라.
▶작은 관심을 보여라.
▶예의를 지켜라.
▶부부의 성생활에 관한 좋은 책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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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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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은 지속적인 비판을 끌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앙심과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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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반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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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해보자. 그것은 시간, 에너지, 이타심과 배려를 요하는 일이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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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활발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사람을 맞이하자.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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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두를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갖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또 상대방에게 어떤 배려와 얼마만큼의 시간을 써야 하는지, 열정적이게 노력해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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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이 감정을 따라가는 것 같지만, 행동과 감정은 함께 가는 것이다. 의지대로 직접 통제하는 것이 더 쉬운 행동을 규제함으로써, 우리는 간접적으로 감정을 통제할 수도 있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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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행복을 찾는 방법 또한 딱 하나다. 생각을 통제하는 것으로, 행복은 외부의 조건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내적 조건에 따라 변화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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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태어나기 2천 2백 년 전, 이집트의 아크 토이 왕은 자신의 아들에게 영리한 조언을 해주었다.
(...)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려라. 그러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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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의견을 존중하는 것! 수천 년이 지나도 배우고 익혀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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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이미 백 년도 전에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한 통의 쓸개즙보다 꿀 한 방울이 더 많은 파리를 끌어들인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거든, 당신이 그의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먼저 믿게 하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그 꿀 한 방울이다. 그러면 당신이 어떤 얘기를 하든, 그 사람을 순순히 따르게 할 것이다."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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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함, 우호적 접근법 그리고 칭찬은 세상의 그 어떤 폭풍우보다 손쉽게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1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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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적인 태도에서 나쁜 감정을 느낄 사람은 없다. 일단 우호적이 되어라. 그런 후 상대방을 설득할 방법을 제시해라. 다짜고짜 목적을 들이밀어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관계에도 순서가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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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에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만 깨어있다. 우리는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자원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사용하고 있다. 넓게 보면, 인간은 자신의 한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곳에 머무른다.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역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적응돼 있다."
(...)
당신이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마법 같은 재능 중에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영감을 불어넣어 그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일깨우는 재능도 있을지 모른다.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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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칭찬하는 재능을 아직 일깨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칭찬에는 돈이 들지도 힘이 들지도 않는다. 칭찬에 인색하다면 지금 당장 후한 칭찬을 통해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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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자질을 두고 어떤 사람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이미 그 사람이 그것에 뛰어나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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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저 겉으로만 믿고 있는 것처럼 대하는 것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발전시키거나 변화시키길 원한다면 모두가 믿을 수 있게끔 평판과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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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우리는 모두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뭐든 할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과 아첨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하겠다. 이 책에서 가르치는 규칙들은 진심으로 행할 때만 효과가 있다. 나는 속임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2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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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지 않은 말과 행동은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다. 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그저 타인을 통솔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삶의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일단 '진심'을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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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는 말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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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간섭하고 바꾸려고 한다. 이것만큼 불행으로 이끄는 길은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식을 그저 '존중'해주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와 배우자를 바꾸려 하는 것은 불화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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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삶을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이 사랑을 상처 입힌다.

2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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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사랑한다면 작은 관심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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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를 고른 뒤에 신경 써야 할 것은 결혼 뒤의 예의입니다."
(...)
무례함은 사랑을 파괴하는 질병 같은 존재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족들보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예의 바르게 군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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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우리에게 못되고, 모욕적이고, 상처를 입히는 말을 하는 유일한 사람은 한집에 사는 가족들이라는 사실이다."

2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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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일수록, 가까운 사이일수록 등한시되는 예의! '가깝기 때문에 이해해 주겠지'라는 마음은 이제 버리자. 예의는 가까울수록 더 지켜야 함을 잊지 말자! 

 

 


1936년 출간된 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이 책에서 제시되는 사례들이 현시대와 맞지 않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또 사회 시스템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내용은 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며, 그때도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상처받고, 행복해할 것이다.

 

나와 너,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관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과 '믿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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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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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부터 자꾸만 호기심을 자극했던 스토리 덕에 밥을 먹거나 다른 일을 하는 순간에도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래서 이따금, 아니 꽤 자주 책을 펴들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휘몰아치는 전개에 깜빡 정신을 놓으면 새로운 장소로 데려다 놓는 통에 잠시 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꽤 즐거운 여행을 한 듯한 기분도 든다.​


무채색의 회색빛 런던 도시 풍경을 시작으로, 해변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이상한 기운과 함께 운명처럼 떠밀려 불현듯 떠나게 된 튀르키예로의 여행은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했는데, 믿기지 않은 우연과 운명을 맞닥뜨리면서 감동과 아픔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안갯속을 헤매듯 무작정 떠난 여정 속에서 연결고리가 하나씩 맞춰지듯 이어지는 우연들은 앨리스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소용돌이 속의 정점으로 이끈다. 그리고 여기에서 앨리스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데, 커리어는 물론 잃어버렸던 사람과 관계마저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앨리스가 미처 몰랐던 '기다리고 있던 삶'에 비로소 접근하게 된 것이다.


평생 꿈꿔보지도, 알지도 못했을 이 운명 같은 만남과 여정은 그래서 더 색다르게 다가오는데,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갔을 수도 있을 아주 작고 사소했을 점쟁이의 말 한마디가 큰 폭풍이 되어 앨리스의 인생과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다.


때로 오롯이 혼자 버텨내야 하는 고독으로 가슴 한구석이 휑할 때도 있었지만, 모르고 살았으면 또 그런대로 살았을 런던에서의 삶. 그렇게 굳게 믿고 있던 신념 같던 삶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그동안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가려진 진실위에 쌓인 또 다른 제2의 인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엔 이미 인생의 방향은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는 엉뚱한 생각과 방향에서 튀어 갑자기 생뚱맞게 떠나게 된 여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읽고 나서보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반드시 일어났어야 할 '운명'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문득 몇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이것에 대한 정답은 이 책을 읽은 또 다른 독자와 함께 풀어나가고 싶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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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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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까지 왜 앨리스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일관했던 것일까?
■이후 약사 부부를 만나면서 왜 갑자기 말이 트이게 된 것이며 낯선 이 부부에게 호의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으로 돌아간 이후 기억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점쟁이가 말한 중요한 남자가 방금 뒤로 지나갔다는 말에서 말한 그 남자가 과연 '그'가 맞았을까?
■브라이튼의 점쟁이가 야야의 언니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사기극이거나 한편의 꿈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모든 순간, 마치 준비된 것처럼 우연같이 누군가가 나타나고 진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나타나는 행태가 한편의 대 사기극이 아니면 악몽을 꾸는 앨리스의 반전 스토리일 것이라고. 하지만 마지막까지 숨 가쁘게 달려가고 보니 이 모든 것은 나의 망상 혹은 내가 쓴 또 다른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찜찜함이 남는 부분은 있다. 이 모든 찜찜함을 해결해 줄 유일한 방법은 달드리씨의 속마음을 상세하게 기록한 외전인데, 어떤 형태로든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결같이 친절했던 칸, 그리고 이상한 여행을 경비까지 대주면서 제안한 달드리씨,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카디쾨이의 늙은 교사, 앨리스에게 조향사로서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불러일으킨 이스탄불의 향수 장인, 그 외에도 처음 보는 앨리스를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고 품어준 수많은 사람들.


​점쟁이의 예언에는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 이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에 앨리스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 삶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돌고 돌아 마침내 찾은 진실을 잠시 두고 정리를 위해 다시 찾은 런던 원룸에서는 또 다른 숨겨진 진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반전은 직접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줄거리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여정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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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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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아누슈 펜델버리
▷직업: 조향사
▷가족관계: 외동딸
▷아버지는 약사, 어머니도 아버지와 함께 일했으며 부모님의 관심 속에 유복하게 자랐다.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것으로 추측된다.
▷'들장미 수'의 성공으로 정기적인 수입이 발생된다.
▷특징: 후각이 보통 사람보다 발달해 있어서 아주 희미한 냄새도 구별해낼 뿐만 아니라 한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
▷참고사항: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잃어버린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든 달드리
▷직업: 풍경 화가
▷주로 교차로를 그린다.
▷가족관계: 부모님, 형과 누나
▷가족 간의 사이가 좋지 않고, 아버지를 미워했다.
▷앨리스의 튀르키예 여정에 함께 하는 것은 물론 경비까지 부담했는데, 여기에는 남다른 속 사정이 있었다.


■칸
▷직업: 가이드이자 통역사
▷삼십 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금빛이 도는 갈색 눈동자와 둥근 안경 너머의 눈매가 부리부리하다.
▷베이욜루의 언덕 마을에 산다.
▷앨리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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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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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모님과 사랑받는 외동딸로 자라던 앨리스는 1941년 9월 어느 금요일 저녁,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대피하던 중 폭격으로 인해 집이 불에 타면서 한순간에 부모님 두 분을 잃게 된다. 홀로 살아남은 그녀는 와이트 섬에 있는 대고모님 댁에서 약 2년을 보내며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다.​


그 일 이후 그녀의 곁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해 준 친구들이 있는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자 해링턴 앤 손스 서점에서 일하는 샘,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이자 목공일을 하는 앤턴, 첼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캐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에디까지 다섯 명이 종종 모여 일상을 나눈다.


그렇게 조금은 헛헛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던 중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해변 휴양도시 브라이튼에 가자는 에디의 제안에 다섯 명은 함께 기차를 타고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거기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돌아오기 직전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점쟁이를 만나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실 앨리스는 점을 본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노파의 손이 닿는 순간, 묘한 부드러움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앨리스는 오랫동안 가져보지 못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노파는 앨리스에게 네가 전혀 모르는 역사가 네 안에 있다고 말하면서 앨리스에게 들러붙어서 잠 못 이루게 하는 고독은 자신과의 만남에 상관이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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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오래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에 바로 네 뒤를 지나갔어."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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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 남자에게 이르려면 여섯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며 아름다운 여행을 하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이야기라며 흘려들으려고 해보지만 돌아온 이후 앨리스는 노파가 한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아 어딘가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같은 층 맞은편 집에 사는 달드리씨와는 벽이 얇아 이런저런 소동으로 자꾸 마주치게 되면서 어느새 아침을 함께 먹거나 산책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편한 사이가 된다. 그렇게 점쟁이와의 일을 듣게 된 달드리씨는 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다시 한번 그곳에 가보자며 그녀를 설득하고 이내 다시 한번 그 점쟁이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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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디로 가라는 거예요"?
"네가 온 곳으로, 너의 역사를 향해."
(...)
"내 말은 네가 태어난 땅으로 가라는 거야."
(...)
"너는 더 먼 남쪽에서 태어났고, 점쟁이가 아니라도 그건 알 수 있어. 네 이목구비가 증명해 주거든."
(...)
"네 부모님은 오리엔트 태생이야.
(...)
네 몸속에 흐르는 피의 원천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어딘가에 있고, 거울을 잘 보렴. 네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거야."

57~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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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 가면 너를 다음 단계로 인도해 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야. 하지만 절대 잊지 마, 끝까지 찾아다니다 보면 네가 아는 사실은 남지 않게 된다는 걸."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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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함을 없애기 위해 다시 찾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은 앞선 이야기보다 더 구체적이었지만, 예상이 불가능한 이야기들은 심란한 마음만 더 가중시킨다. 그렇게 점쟁이를 만나고 온 후 앨리스는 악몽이 시작되고 점차 잠자는 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이 악몽 속의 내용은 앨리스가 그동안 잊고 살던 과거의 조각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올라 꿈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아무 기억도 하지 못하던 앨리스에게는 처참한 악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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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고독에 사무쳐 있어. 넌 대단한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걸 너무 두려워해. 누군가에게 얽매이고 종속된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니까.
(...)
여행을 떠나. 가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직접 찾으라고. 설사 그 남자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확인은 했으니 마음은 홀가분하겠지. 미련 따위는 없을 테고."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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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앨리스의 사정을 알고 있던 다섯 친구 중 하나인 캐럴은 앨리스에게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기를 권유한다. 무엇이든 부딪히고 경험한 후 미련을 없애라면서, 부모님의 죽음 이후 항상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앨리스의 등을 떠민다.


그러던 중 점쟁이의 일로 더욱더 가까워진 달드리씨는 갑작스레 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재산 상속을 일부 배분 받으면서 이 돈으로 함께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나자고 설득한다. 자신이 마치 그 여섯 명 가운데 첫 번째 사람으로서 어떤 임무를 부여받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모든 여행 준비는 물론 경비까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떠날 준비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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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용기를 내봐요. 겁먹은 아이처럼 밤을 두려워하면서 집 안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부딪쳐보라고요! 여행 갑시다! 준비는 내가 다 할 거고, 우리는 일주일 이내에 런던을 떠날 수 있어요."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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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떠나기로 마음먹자 어쩐지 행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첫 시작은 흥미로움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경유한 파리에서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경험하며 다시없는 둘만의 추억도 쌓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이스탄불은 낯설지 않게 느껴졌는데, 그녀가 내딛는 여정 역시 순탄하게 흘러간다. 머무르는 호텔에서 만난 가이드이자 통역사인 칸이 그러했고, 영사를 만나 과거 부모님의 행적을 찾아가는 여정과 더불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순간이 그러했다.


그 모든 과정 중 하나만 삐끗했어도 이르지 못했을 결론은 그렇게 결국 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주 극적인 순간마저 그러했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도 그녀의 이러한 행보를 응원하는 듯 보였다.


​지한기르에 살고 있는 향수 장인을 만나면서는 비즈니스적으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통해 마침내 자신의 숨겨진 과거와 인연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달드리씨가 먼저 런던으로 돌아간 후 앨리스와 주고받는 편지와 친구인 앤턴에게 쓰는 편지에서 자세히 확인해 볼 수 있다.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는 그녀가 꾸는 악몽도 관련이 되어 있는데, 그녀가 실제 튀르키예 곳곳을 찾아헤매며 느끼는 감정과 진실을 향해 가는 장소에서 후각으로 느끼는 모든 감각들이 더해지며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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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 너머로 아른거리는 비석과 무덤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유 없이 이 땅에 속해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이스탄불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내 안에서 사랑이 차오르고 있어.

206페이지 中 (앤턴에게 쓴 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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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삶의 매 순간을 그런 특별한 냄새로 기억해둔다는 걸. 냄새는 나의 언어였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배우는 방법이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지난 시간들의 냄새를 추적할 수 있어. 수십 개의 냄새를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거든.

2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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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튀르키예로의 여행을 망설였던 것이 무색할 만큼 시간이 갈수록 앨리스는 기쁨과 충만함으로 가득 차게 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마침내는 자유로움과 행복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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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해요. 달드리. 정말 행복해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움을 느껴요. 이런 자유는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어요.

3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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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살면서 경험하는 순간들. 이 소소한 순간들이 내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행복을 안겨줘요.

3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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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의 진실에 가장 근접하는 순간에는 비극적인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실제 세계대전 중 일어났던 아르메니아 출신들에 대한 대학살과 이에 얽힌 부모님의 슬픈 사연도 알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는 그녀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던 향이 되살아나며 이를 증명해 주었는데, 아주 어릴 적부터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그녀만의 특별한 방식이었음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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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절반을 그늘로 뒤덮은 큰 보리수를 스쳐 지나가다 나는 또 그 향기를 맡았고 그제야 내가 이곳에 처음 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3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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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냄새를 맡았어. 물건을 받을지 거부할지를 선택하는 너만의 특별한 방식이었지."

3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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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파헤치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또 다른 진실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해 나가면서 마지막에 다다른 순간, 또다시 인연은 우연처럼 슬며시 다가와 그녀를 감싸 안아 준다. 그렇게 불확실성은 점차 확신이 되고, 현재에 이르게 된다.


​알고 있던 진실이 지워지면서 그 자리를 메우는 새로운 진실들은 마치 회색빛 런던이 오색찬란한 이스탄불로 배경이 옮겨가듯 다채롭게 채워진다. 그리고 그렇게 꽉꽉 채워진 앨리스는 과거의 앨리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과거의 앨리스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런던에서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금 런던의 원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주한 현실은 또 다른 반전을 숨기고 있는데, 마주한 달드리씨와 그녀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숨죽이고 지켜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서 나의 질문들도 함께 풀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하면 떠오르는 세상 모든 감정과 경험을 체험한 듯한 기분이 들어 어쩐지 버라이어티 한 모험담을 그린 영화 한 편을 본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더해 조금 이상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뿌리 찾기의 여정은 한 사람의 여정을 바꿔놓을 만큼 충격적이고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향을 통해 기억을 소환하고, 이를 통해 다시금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설정은 조향사라는 그녀의 직업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한번 맡은 향은 영원히 기억한다'는 앨리스의 특별한 후각을 부각시킨다.


​덕분에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맡는 향과 즐겨 하는 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추억하게 한다. 이는 앨리스가 지한기르에 살고 있는 향수 장인을 만난 후 언급되는 장면에서 유독 더 도드라지는데, 런던에서는 그저 그런 조향사로 보였다면, 튀르키예에서 만난 조향사 엘리스는 새로운 꿈을 꾸는 또 다른 조향사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후각을 활용해 자신처럼 기억에서 사라진 순간들을 되살리고 싶다는 꿈은 그래서 더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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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사라진 순간들을 되살리고, 잠든 장소들을 깨어나게 하고 싶어요.

2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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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침내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이 가진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느끼게 되는데, 그동안 잃어버린 조각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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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에서 처음으로 위안을 받는 느낌이에요. 회의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에요.

2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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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타이밍에 수많은 우연과 우연히 만나 찾게 된 진실, 그럼에도 다시는 확인할 수 없는 진실들을 바라보며 문득 과거는 과거에 묻어두는 게 좋다는 칸의 고모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풀지 못한 궁금증과 의문은 그저 과거에 묻어두려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제목이 '앨리스의 이상한 여행'이 아닌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인 점이다.


​이는 책의 극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이 여행의 여정이 '앨리스'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달드리씨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과 생각지 못한 반전, 그리고 중간중간 이들의 대화에서 발견되는 복선은 재미를 위해 생략할 예정이다.


​앨리스와 달드리씨를 따라 세상 신비롭고 이상한 여행을 떠나보자. 하나의 선택으로 시작되는 운명의 시작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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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우리나라 제주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제주 여행 가이드북, 2023-2024 개정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유독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제주. 다른 도시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과 정겨움이 스며있는 제주이기에 어쩌면 자꾸만 더 생각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가 본 곳도, 가보지 못한 곳도 그래서 다음을 또 기약하게 만든다. 

 

작은 섬이라고는 해도 섬 전체를 돌아보려면 꽤 여러 날을 머물러야 가능하기에 제주를 담은 다양한 자료는 귀한 정보가 되고, 새로운 소식이 된다. 이번에 만난 <에이든 우리나라 제주 여행지도> 역시 나에겐 귀한 자료 중 하나가 되었는데, 다음 제주여행을 꿈꿀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에이든 우리나라 제주 여행지도>를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구성품을 살펴보고 담겨있는 내용들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지도가 웬 말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귀한 자료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제주 여행지도라고 해서 지도만 제공되는 건 아니다.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구성품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구성품 중 특히 여행 노트가 요긴하게 쓰일듯하다.

 

몇 가지 구성품이 하나의 박스 안에 담겨있는 것도 인상적인데, 덕분에 깔끔하게 보관과 관리를 할 수 있다. 너덜너덜 여기저기 찾으라 어지르던 행위는 이제 그만! 책장에 다른 책들과 나란히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구성품과 지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제작한 이들의 고민과 노력이 많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트래블 노트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기록지인 트래블 노트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이색적인 즐거움이 될듯하다. 살펴보면 구성도 알차게 짜여있어, 방문지에 대한 꼼꼼한 기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제주 여행의 전반적인 개요를 비롯해 지역별로 나누어 계획과 실천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간단한 체크박스를 통해 사전 일정을 점검하고, 이후 직접 방문한 일정들을 기록하며 세세한 일정을 조율해 볼 수 있다. 더불어 타임라인을 기재하면서 당일의 시간별 일정과 동선을 파악해 볼 수도 있다.

 

줄 노트에는 그 밖에 참고하면 좋을 팁이나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상들을 기록해 봐도 좋다. 지역별 지도에는 내가 이동한 동선을 펜으로 표시하고 이후의 경로를 살펴보는 데 활용해 보면 어떨까?

 

점검하고 기록하면서 여행을 마쳤을 시점에는 이 노트가 다시금 즐거웠던 여행을 복기하는 도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2. 맵북


 


맵북에는 나만의 테마에 따라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지도가 가득하다.

 

주요 지역에 대한 확대 지도를 비롯해 꽃/계절 여행지, 인스타 핫스팟지도, 오름 지도, 주요 카페 지도 등 사람들이 많이 찾을법한 테마를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사계절 내내 활용이 가능한 알찬 내용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보며 어느 카페를 갈 건지, 어느 길을 따라 여행을 이어나갈지 결정해 나가면 된다. 아이콘을 보고 방문지를 선택하고, 텍스트로 지명을 확인하면 된다.

 

 


3. 방수지도


 

앞면은 제주 전체가, 뒷면은 해변 주요 지역이 담겨 있는 방수 지도는 방수 재질이라 종이가 물에 젖지 않고, 잘 구겨지지 않아 여행 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굳이 특정지역을 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자 한다면, 이 방수지도 한 장만 가지고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발길 닿는 대로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깃발 스티커를 붙이다 보면 나만의 여행 지도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주사위를 굴려 9곳의 해변 지역 중 한 곳을 정해 그곳으로 무작정 떠나보자. 두근두근 설렘에 밤잠을 설칠지도 모르겠다.

 

이 지도 한 장이면 스마트폰 없이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할듯하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머무를지, 잠시 쉬어갈 곳은 어딘지 하나하나 검색해 보지 않아도 지도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낭만 따라, 감성 따라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 부족하다 싶으면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다. 어쩌면 현지인들만 아는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두근두근) 보물 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떠나는 제주여행!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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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한국추리문학선 17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뉴스에서 흔하게 들려오는 가족 내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따져 묻던 시기를 넘어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과 극으로 치닫는 감정의 흉포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한다.

 

나와 가장 가까웠던 가족, 감정을 교류하던 핏줄에 의해 무방비하게 당하는 불행은 그래서 더 집요하고, 잔인성을 더 한다. 이 책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들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미처 공개되지 않았던 숨겨진 가족사는 물론 여러 가족 해체를 불러온 요소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어쩌면 그동안 가정사라는 이유만으로 폐쇄적으로 숨겨왔던 일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현대사회의 '가족'을 해체시키는 원인과 갈등을 오마주 형태로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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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란?
예술과 문학에서는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원작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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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들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건의 면모를 살펴보면서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이들이 말하는 가족의 정의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더불어 내가 만약 가족의 일원 중 한 명이라면 혹은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 중 한 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다.

 

각기 다른 네 개의 끔찍한 살인사건에는 나름 살인의 이유가 존재한다. 어떤 이유에서도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어떤 한편에서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과연 여기까지 와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어쩌면 겪고 있을지도 모를 갈등과 욕망이 나쁜 형태로 발현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올지를 살펴보고, 비극으로 치달은 가족들이 저마다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가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확인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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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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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53세 모친 차영순의 사망 소식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은 다시 모이게 된다. 자필 유서와 함께 농약을 먹고 사망한 엄마를 발견하고 신고한 아들 도진명은 구급차에 동승하는 것은 물론 혼자 오롯이 화장까지 마친 후 아버지 도민기(55세)와 누나 도선화(28세)를 불러 산골장을 치른다.

 

사실 이들 부부는 몇 년 전 이미 이혼한 상태로, 심각한 도박 중독자였던 아내 차영순으로 인해 가정경제가 파산한 것은 물론 남편에 대한 조롱과 멸시를 일삼으며, 남편이 죽기를 바라던 아내의 통화 소리를 듣게 되면서 이들의 가정도 끝을 맺게 된다.

 

이때 심신이 허약하고 엄마의 치마꼬리에 매달려서 자랐던 아들 도민기만이 엄마의 곁에 남고, 자신과 딸은 빈털터리가 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렇게 딸은 회사 기숙사로, 도민기 자신은 고시원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그리고 몇 년 후 들린 소식이 바로 차영순의 음독자살로 도박중독으로 시작해 농약중독으로 끝나는 삶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농약 중독 사건이 일단락될 때쯤인 약 1년이 지난 후 무산시 별리동의 오피스텔에서 도선화(29세)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엄마와 똑같은 음독자살로 판명 난다.

 

전혀 자살의 증후가 없었던 그녀였기에 1년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딸이 똑같이 변사한 것은 괴이함과 수상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경찰에서는 이 사건을 조사하며 이들의 과거 행적과 가정사를 파헤치면서 모친 차영순의 도박에 빠져 빚이 많았고, 이로 인해 가족 간에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와 더불어 차영순과 딸 도선화 모두 보험이 가입되어 있어 각각 2억 원씩 수령이 가능하며 수령자는 남동생 도진명으로 확인된다. 엄마 차영순이 농약중독으로 사망한 것은 무난하게 넘어갔으나 딸 도선화의 죽음에서는 그녀가 커피 중독임을 알고 있는 면식범이 커피에 복어 독, 즉 테트로도톡신을 이용해 사망케 했음이 부검을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 아버지 도민기마저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사유는 테트로도톡신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되면서 도진명이 범인이 아닐까에 대한 무게감이 실리게 된다.

 

여기에는 도진명의 외삼촌이자 차영순의 남동생인 차영준의 진술도 한몫했는데, 어릴 적부터 누나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며 전해 들은 조카에 대한 평판이 한몫했다.

 

이때 외삼촌인 차영준에게 의미심장한 통화를 마지막으로 도진명이 빌라 5층에서 투신자살하게 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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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 저 때문에 누나와 아빠가 죽었어요. 누나와 아빠에게 사죄하고 싶어요. 흑흑흑... 외삼촌, 부탁이 있어요. 제 빌라 전세금을 외삼촌께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도와주신 외삼촌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요.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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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미심장한 마지막 메시지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마침내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다. 

 

심신이 허약했던 아들을 가스라이팅 하고 남편의 재산에 눈독 들이며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 전부를 살해하면서까지 도박 자금을 마련하고자 했던 어머니 차영순.

 

그녀를 이토록 망가지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외항 선원으로 일을 하느라 집에 자주 들리지 못했던 남편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라고 하기에는 남편을 향한 혐오감과 비하 발언 수위가 이미 도를 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자라주어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욕망과 돈에 눈이 먼 한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비극이 아니었을까? 심약한 아들을 이용하고, 딸과 남편을 죽이면서까지 얻으려고 했던 돈. 그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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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순, 당신 꼴을 봐. 당신 곁에 누가 남았는지 보라고. 결국, 아무도 없다고!"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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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자신과 자신의 가족마저 죽음으로 내몰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신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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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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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군인 특성상 자주 부임지가 바뀌었던 아버지 때문에 적응하지 못했던 엄마와는 일찍이 이혼을 하게 되고 이후 아빠는 오빠와 해지의 친권과 양육권을 얻으면서 세 식구가 함께 살게 된다. 이후 엄마는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가 재작년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해지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중학생 시절 오빠는 우울과 강박을 호소하면서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대학 입시에도 재수, 삼수를 하며 실패하고 이후 군 복무도 정신병이 심해져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서 이제는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일찌감치 조현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되었다.

 

해지 자신은 서른일곱이 될 때까지 아빠에게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는 것 먹는 것을 포함한 생활비에 용돈까지 모두 아빠가 마련해 주고 있었다. 대학 입시에 연달아 두 번 실패하고 도피성 어학연수를 다녀왔지만 이 역시 유학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며 오빠와 단둘이 독립하면서는 오히려 오빠의 병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띠면서 아무 취업자리를 얻어 나오기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대령으로 예편한 뒤 경비 용역회사를 차린 아빠는 회사일과 집안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서 재혼을 결심하게 되고, 입사 때부터 사장을 흠모했다는 노처녀 여직원의 청혼을 받아들여 12살 연하의 여직원과 재혼하게 되지만 사실 경제적 부유함을 노린 가면에 불과했음이 금방 드러난다.

 

이로 인해 아빠는 새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사소한 것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새엄마가 대놓고 회사 총무부장과 불륜 관계를 이어 나가면서 아빠는 지탱하던 끈이 끊어지게 된다. 이렇게 정신과 육체가 무너지면서 건강이 악화된 아빠가 어느 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15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아빠의 자살에 의구심을 품은 딸 해지의 부검 요청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추악함을 넘어 끔찍하게 다가온다.

 

나이 마흔이 되도록 아무것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자식들, 여기에 더해 재산과 연금이 탐났던 여직원의 횡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무자비한 살인 앞에는 모두 이기심과 돈을 향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가족들 사이에서 아버지의 정신과 육체가 무너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않았을까? 누구 하나 내 편이 없었던 가족, 그렇다고 버릴 수도 내칠 수도 없었던 심정이 오죽했을까?

 

이들의 가족사를 살펴보면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해도 불행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나이 마흔이 되어도 무능력한 인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확실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범이 결국 밝혀지지만, 깊게 파고들수록 이 가족 모두는 잠재적 살인자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을듯하다. 가까이에 있던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아버지를 진심으로 위해주고 챙겨주는 이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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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 살인사건_행운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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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편지 형태의 문자를 받은 이들은 모두 시체로 발견되는 이상한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들.

 

처음에는 고진 시 마석동의 공터에서 칼에 찔려 죽은 남자 시체가 발견되었고, 이후에는 대수동 주택가 골목에서 칼에 가슴을 찔려 살해당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 사건은 연쇄살인사건으로 연결되어 수사본부가 설치된다.

 

두 사건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첫째는 '가' 혹은 '나'로 시작되는 지명에 거주하는 '가' 혹은 '나'씨 7명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가나다로부터 받았다는 점이고, 둘째는 머리를 강하게 맞고 가슴을 칼에 깊게 찔렸다는 점이다.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둘의 관계와 사건을 파헤쳐 가던 이들은 제보를 통해 마지막 세 번째 예고장을 받은 이의 신고로 수사를 이어가면서 마침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다.

 

중국 다롄 공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피의 복수의 전말은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안겨주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어렵사리 목숨을 보전한 윤상호를 끝까지 죽음으로 내몰면서 결국 끝을 본 진범들의 대화를 통해 '신념'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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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알릴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거지. 가나다 살인사건·····. 꽤 멋지지 않아?"

2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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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긍정적 시너지를 주는 신념이라 할지라도 그 생각에 매몰되면 결국 끝은 파멸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였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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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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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울고 웃는 우리들의 삶을 극단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에는 딸과 엄마가 돈에 묶여 철저한 주종 관계로 표현된다. 

 

친정에서 물려받은 유산에 더해 타고난 재테크 능력으로 많은 재산을 소유한 엄마 안영희는 시가 40억 원이 넘는 60평 아파트에 두 채의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받았으며, 상당한 액수의 주식과 예금을 보유한 한마디로 다 쓰고 죽지 못할 정도의 재산을 가진 여자였다.

 

이 때문인지 돈을 앞세워 집에서 왕처럼 군림했으며, 오로지 자신의 건강만을 염려하는 이기적이고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에게도 돈을 아끼느라 방치하는 것은 물론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하여 마침내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다.

 

이후 약 한 달쯤 지난 3년 전의 어느 날 희정을 돈을 미끼로 집으로 들임으로써 딸을 마치 하녀처럼 부리게 된다. 덕분에 예순다섯 살인 엄마는 피둥피둥 살찐 암퇘지처럼 날이 갈수록 넓어졌고, 마흔도 안 된 나이에 기미로 뒤덮인 희정은 점점 더 낯빛이 어두워졌다.

 

사실 희정은 친정엄마와 합치기 전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하며 살았는데, 결혼 후 홀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와 사사건건 맞부딪히는 와중에 치매까지 겹쳐 딸 예지를 8개월 만에 미숙아로 낳게 되었고, 그 때문에 실제 예지는 또래 친구들보다 심하게 왜소한 신체조건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시어머니의 죽음으로 그 상황을 겨우 탈출하는듯했으나 남편의 실직으로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졌고, 유일하게 마음으로 보듬어주던 아빠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생활비를 지원해 준다는 엄마의 말 때문에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온갖 궂은 집안일은 물론 비서, 운전기사 역할은 물론이고 모욕과 인신공격도 참아내며 주종 관계를 참고 또 참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여느 때와 같이 자주 들리던 한 병원에서 또다시 시작된 심한 모멸감과 인신공격을 견디던 중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에 살의가 깃드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어느 날 엄마는 아무도 집에 없던 오전 11시. 65세 남편의 반신마비를 비관해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하게 된다. 3년이 지난 65세가 된 아내가 같은 방법으로 남편의 뒤를 따른 것이다.

 

결국 안영희의 극단적 선택은 자살로 판명이 났지만, 어딘가 꺼림직했던 지 형사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변 탐색과 그녀를 몰래 주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사실 이 일의 전말은 직접 '사건의 이면' 페이지를 통해 밝혀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처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숨겨진 또 하나의 사건에 대한 전말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한 인간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게 한 처참한 대가 혹은 말로를 끔찍한 상황으로 되돌려 받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다. 더불어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사람이 사람임을 포기했을 때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스토리의 제목인 '우리만의 식사'는 그래서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우리만의 식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안락함과는 대조적으로 다가오는 섬뜩함이 이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에 담긴 네 가지 이야기에는 이 말이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만 존재했을 뿐이다.

 

그 이외에 '사람'으로 대우할 만한 인간적인 품성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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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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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종 매체와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살해 협박과 묻지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가 참 안전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연달아 터지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보며 안전 불감증에 빠진 이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서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현 우리 사회의 불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개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살인의 천재라 불리는 한 연쇄살인마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악인의 모습과 그런 악인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지르는 묻지 마 범죄, 그리고 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악마가 남긴 흔적을 따라 범인을 쫓는 프로파일러의 고된 일정을 통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결말에 다다르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더 이상은 벌어지지 않기를 마음을 다해 빌어본다. 점점 더  빈번해진 이유도, 원인도 알 수 없는 무차별한 공격과 살인에 관련된 소식이 아닌, 건강하고 밝은 뉴스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감 있는 연쇄살인범의 스토리에 약간의 미스터리와 판타지 한 방울이 들어간 어딘가 있을법한 이야기로, 빠른 전개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를 반전의 연속이 자꾸만 시선을 잡아 끈다.


사실 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과 궁금증을 야기하는 스토리 전개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마침내 마주한 순간, 갑자기 번개를 맞고 죽음을 마주한 둘. 이후 바로 이어진 환생. 그리고 다른 입장에서 다시 시작되는 2차전은 또 다른 사건이 맞물리며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환생이 웬 말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이 스토리 상에 환생은 또 다른 긴장감과 미처 끝내지 못한 마지막 결투를 이어가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마저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프로파일러의 사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결말에 도달했는지, 또 그들은 왜 갑자기 환생을 하게 되었는지 그 사유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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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리퍼(본명: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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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천재라 불리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과시형 범죄자이며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셔츠에 넥타이 차림이라 얼핏 은행원 같아 보인다.
■리퍼의 실제 직업은 엔지니어
■30대에서 40대 사이의 혼자 사는 남성이며 고학력자로 추측
■이과 계열을 전공했거나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른 체형에 가깝고 겉으로는 얌전하고 섬세하며 세심해 보이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고집이 세다고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 성향과 소시오패스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할 것으로 추측되며, 단독주택에 살거나 교외에 자신 소유의 별장, 혹은 건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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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자 프로파일러(최승재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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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 수사과에 근무 중인 프로파일러
■리퍼를 쫓던 중 아내 이수진과 딸 최지혜도 리퍼의 손에 죽임을 당함
■기억력이 탁월해 한 번 본 것은 하나의 파일처럼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언제든 불러내 복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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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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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직업: 일식 요리사
■홍대 유명 초밥 체인점에서 근무
■주거지: 상암동
■동거인: 여동생 우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사망
■전과 없음
■범죄 전력 역시 없음
■독극물에 의해 살해당한 후 부검을 앞두고 최승재 경위가 우필호의 몸에서 환생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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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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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범죄 수사대 소속 팀장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우필호에 의해 머리를 맞고 병원에서 죽을뻔하다 리퍼로 환생함
■우필호의 여동생 우지희의 사망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이다.




최승재 경위를 포함한 다섯 명의 프로파일러와 세 명의 범죄심리학자가 공통적으로 추려낸 범인의 특징은 위와(리퍼 프로필) 같다. 그러나 여전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이 사는 지역, 성별, 연령대, 살인방법까지 다양해 접점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그나마 유일한 공통점은 피해자들 모두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천천히 죽어갔다는 점인데 평범한 사고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살해 방식이 유일하다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오로지 극한의 고통과 공포를 선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그 행각이야말로 일련의 사건들이 연쇄살인임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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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리퍼를 설명하는 데 그것만큼 적확한 단어는 없었다.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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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경위를 비롯해 사람들이 범인을 처음 마주한 것은 리퍼가 방송국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부터인데, 이때는 이미 열여섯 번째 사건이 터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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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퍼, 추수하는 자야."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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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리퍼의 잔혹한 살인은 끝나지 않았는데, 최승재 경위는 리퍼를 알게 된 후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이따금 현실에서도 튀어나오면서 점차 리퍼에게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 집착 덕에 리퍼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둘이 마침내 인천 연안 부두 등대 앞에서 결전의 마지막을 앞두던 차 번쩍하는 반짝임과 함께 둘은 번개를 맞고 사망하게 된다.


자신이 체포되는 순간마저도 여유로웠던 리퍼는 최승재 경위의 아내와 딸을 볼모로 삼아 또 다른 살인기계를 작동시키고 있었고 이를 막지 못한 채 둘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듯 정신을 차린 최승재 경위는 의외의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서늘한 느낌이 온몸을 뒤덮는 영안실 안이었다. 깨어난 자신을 마주하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진 부검의, 그리고 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에게서 벗어난 후 파악한 현실은 자신이 누군가의 몸에서 환생을 했고 그 사람은 바로 부검을 앞둔 우필호라는 이름을 가진 살인자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최승재 경위는 자신을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하다 느끼고 강남서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조우리 경사를 찾아간다. 자신만이 아는 사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이 리퍼를 잡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전하고 도움을 구한다.


한편, 번개에 맞아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두 구의 시체를 두고 세상은 떠들썩하지만 각자 다른 사람의 몸에서 환생하게 되면서 이들의 2차전은 다시 시작된다.


앞서 '프로파일러 vs 연쇄살인범'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에는 '살인자(의 탈을 쓴 프로파일러) vs 경찰(의 탈을 쓴 연쇄살인범)'의 대결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각자 환생한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더해지며 또 한 겹의 사건과도 마주하게 된다.


1차전에서는 홀로 외로이 사건을 파헤쳤다면, 2차전에서는 조우리 경사를 비롯한 든든한 조력자가 몇몇 등장하는데, 무엇보다 숨겨진 사건을 파헤치는데 가장 큰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온통 흑백으로 보이는 '꿈'이다.


자신과 함께 환생한 리퍼, 그리고 그들이 환생한 몸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가며 점차 그들은 진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앞서 최승재 경위가 리퍼를 잡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관점도 포함되었는데, 이를 통해 리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렇게 좁혀진 그에 관한 신상을 십분 활용해 끝까지 추격전을 이어나가며 마침내 끝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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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가 어떻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을까를 고민하자 사건이 다른 각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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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에 꼼꼼히 남겨둔 살인 기계장치의 설계도와 살인 아이디어가 담긴 살인 노트를 통해 통해 점점 진화해 가는 살인의 형태와 끝나지 않을 살인을 예측하고 끝까지 리퍼를 추격해 나가며 그를 궁지로 몰아가기 시작하는 최승재 경위.


마치 이런 순간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필호가 죽기 전 남겨놓은 마지막 히든카드와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리퍼를 몰아간 최승재 경위의 연쇄살인마를 향한 집념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죄를 짓고도 권력과 돈 뒤에서 자신을 숨기고 떵떵 거리며 살아가는 이들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간 누군가의 원한마저 속시원히 풀어주며 숨 막히는 전개를 이어나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결말 뒤에 또 어디에서 이들이 다른 모습으로 만날지 두려움과 기대가 샘솟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장면이었는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긴박한 추격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덤덤히 전하고 이를 믿어 묵묵히 들어주며 사건의 핵심 장소로 이동하는 장면은 그동안 몇몇 소수만 알고 있던 사실을 마침내 세상에 공표하는 장면이라 유난히 더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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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은 누가 이기는가 보다 누가 지지 않는가가 더 중요했다. 적어도 나는 대결에서 지지 않았다. 물러서지도 않았고, 겁을 먹지도 않았다.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2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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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두뇌싸움과 체력적 한계를 넘어서는 이들의 대결은 지지 않아야 비로소 이기는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환생을 통해 입장이 바뀌어도, 기존의 자아와 약간 다르게 반응하는 신체의 한계도 뛰어넘어야만 쟁취할 수 있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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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업들을 통해 어떤 악인들은 거의 자연재해처럼 '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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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작품을 써 내려가며 살인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다큐멘터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어떤 악인들은 거의 자연재해처럼 임하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하는데 요즘의 우리 사회 모습 또한 이것과 닮아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좀처럼 예측이 되지 않는 범죄, 그리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들여다보면, 과거처럼 원한이나 특정 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정신병이나 기분에 따라 순식간에 예고 없이 벌어져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는 이내 사라지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그 악인을 대변하는 악마의 화신이 곧 리퍼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왜 하필 '환생'일까 궁금했는데, 어쩌면 갑작스럽게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끝까지 추격하는 도구로 '환생'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는 연쇄살인자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시신마저 발견되지 못한 채 그대로 잊혀 간다.


만약 그런 상황에 놓인 이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처럼 누군가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날지라도 환생을 통해 이 억울함을 밝히고 끝까지 범인을 색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지 않을까?


그래서 '환생'은 누군가의 염원이나 바램을 담은, 결말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 듀얼은 '하나의 소프트웨어(자아)와 두 개의 하드웨어(인체)' 혹은 '두 번의 삶'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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