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기는 세일즈 - SNS로 억대 매출을 만든 워킹맘의 실전 전략
윤도연 지음 / 노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일즈를 통해 부와 성공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담은 책!"



최근 SNS의 다변화를 통해 확대를 꾀하고 있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도움이 되기는 했으나 조금 장황하게 다가왔다'는 것이 내 솔직한 의견이다.


저자가 쓴 글만 보자면 어느 것 하나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엮고 풀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첫째, 너무 좋은 이야기에만 힘을 싣다 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다. 한마디로 공감이 되지 않고 헛도는 느낌이다.


둘째,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가 좀 잘못 섞인 듯한 느낌이 든다. 에세이처럼 흘러가다가 뜬금없이 자기 계발서에서 나올 법한 '첫째, 둘째' 순위를 매기며 자기 계발을 위한 지침이 툭 튀어나온다.


셋째, 종교적 믿음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온갖 자기 계발서의 내용들을 총집합해 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넷째, 앞선 이런 내용들로 인해 너무 미화해서 쓴 내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몇 가지 포인트를 바탕으로 경험에 비추어 깊게 이야기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의 성공담들은 현 독자 입장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숫자로 이야기하는 매출액들 역시 마찬가지다.


세일즈 성공 방법 역시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이기에 더 그렇다. 물론 그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지까지는 확실히 알겠다.


그런데, 수많은 방법들을 다 적용하면서 살았다고 하니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 보인다. 죽을 위기를 몇 번을 겪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힘든 일, 힘든 과정들이 짧게 언급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다 보니, '진짜 힘들었던 거 맞아?'라는 의심이 삐쭉 튀어나온다. 여기에 더해 '살면서 그 정도 안 힘든 사람도 있나?'라는 생각도 더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켰다. 인생의 시련이 닥칠 때마다 세일즈를 통해 삶을 현명하게 돌파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저자와 세일즈가 합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배울 점은 있었다. 매 순간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점, 그것들이 공교롭게도 요즘의 자기 계발서에서 많이 언급되는 내용들이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개척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직을 통해 수없이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하면서도 후퇴한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쌓은 스킬과 노하우로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직업적 성과까지 점핑하는 것을 보며, 이런 '자기만의 무엇'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일즈를 통해 부와 성공을 끌어당긴 저자의 노하우와 경험담을 담고 있다. 특히 요즘 자기 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노하우가 총체적으로 담겨 있는데, 그 때문에 인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방대함 덕분에 꼭 한 번은 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노하우나 방법론적으로 본다면, 인생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써먹어 보면 좋을 내용들이 꽤 많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목표의식을 가지고 성장하는 법, 리더십을 발휘하는 법, 릴랙스하는 방법 등 꼭 세일즈가 아니더라도 삶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팁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주로 메리 케이에서 화장품 외판원으로 일했던 시기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데, 아마 이때 최대의 성과와 효율을 발휘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핵심 내용으로는 회복탄력성, 끌어당김의 법칙, 잠재의식의 힘, 마지막으로 회복을 위한 명상의 방법들을 많이 언급하는데 그에 대한 저자의 구체적인 방법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

저자의 세일즈 행보

=====


복조리 판매 → 롯데리아 알바(매니저로 승진) →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 후 취업 → 선박회사 취업 → 은행 입사 → 종교 개종 후 해외 인도로 선교활동 → 화장품 외판원(메리 케이 7년) → 보험 설계사 → 성형외과 총괄실장 → 온라인 공구 및 해외 구매 대행, 블로그 마케팅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그날, 나는 내 인생의 방향을 처음으로 내 손으로 틀었다.

(...)

그 선택은 내게 큰 교훈을 남겼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일인지 말이다.

23페이지 中

-----


이 책에 담겨 있는 그 모든 것들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이때의 이 선택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해서 나아가는 것!


이것으로 인해 버티는 힘, 회복하는 힘, 성장하는 힘까지 모두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내 비즈니스가 점점 더 행복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성공의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나는 진짜 '나'를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꼭 말하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배우고, 단단해지고, 결국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진짜 성공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69페이지 中

-----


핵심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간에,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면 그 결과가 어떻든 과정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배움이고 학습이 된다.


관점이 바뀌고,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숨겨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 안에서 그 열쇠를 찾아보자.



-----

워라벨이란 단순히 일과 삶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일상 속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진정한 워라벨은 시간 관리에서 나온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90페이지 中

-----


한때 유행처럼 떠돌던 '워라벨'이라는 말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일과 삶을 나누기 보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 조화로운 삶의 시간을 잘 배분해야 진짜 워라벨이 시작될 수 있다.



-----

중요한 건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보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선택이다. 스스로를 믿고 행동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따라온다.

113페이지 中

-----


남들이 아무리 '못한다'고 이야기해도,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이처럼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의지다.


스스로를 믿는다는 건 그만한 자기 확신이 있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곧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것으로 연결된다. 긍정의 기운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해주며,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성공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해야 할 것은 스스로를 제대로 믿는 것이다.



=====

마무리

=====


요즘 특히 세일즈와 마케팅(브랜딩)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다. 그래서일까? 자기 계발서가 이야기하는 방법들이 모두 하나같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런 책들은 출간될 때마다 환대를 받고, 또 많이 읽힌다. 중요한 건 다독이 아닌데도 말이다.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보자면, 마음이 끌리는 2~3권의 자기 계발서를 읽고 공통적인 내용들을 정리해 자신에게 맞는 몇 가지를 걸러 실천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거르는 조건에는 자신에게 적합한 것, 실천할 수 있는 것, 단기적&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 등으로 구분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가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실천'이 우선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그냥 아는 것에서 그치면 자기 계발서는 무용지물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저자도 이 부분을 강조했는데, 실천하지 않고 그냥 읽고 끝낸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더불어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가 그러했듯이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방식을 찾아 적절히 조절하여 삶과 일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서 속도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속도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찾아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설사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것은 적절한 때가 되면, 저절로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나를 믿고, 나에게 맞는 방법과 방향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훌륭한 무엇이 되기보다 나다운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책!"



엉덩이를 쭉 빼고 있는 귀여운 판다 이미지와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보다 더 귀여운 이미지와 공감 가는 내용 때문에 다 읽고 난 뒤에도 한참을 더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영감을 주는 그림들이 머릿속을 휘저었고, 그 때문에 더 욕심을 부리게 되었는데, 이러다가는 정작 시작조차 못 할 것 같아 욕심을 좀 내려놓기로 했다. 아니, 그보다 앞서 일단 '시작'부터 해 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며 생각을 정리해 보지만, 한 번 들어간 힘을 다시 빼는 건 역시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용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어 꾹꾹 눌러써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도망가고 싶지만 나답게 살기 위해 한 발 내디딘 이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건네는 책으로, 나답게 사는 것이 지닌 의미와 즐거움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살펴보면, 저자 역시 한때는 지루하고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나갔던 사람 중 하나로, 어느 날 우연히 들어선 화실에서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덕분에 10년이 넘는 동안 매일 사표를 마음에 품고 다니면서도 직장 생활과 화가로서의 삶 모두를 잘 이어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타인이 보기에는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부분이 내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제는 혼자 하루를 충만히 보내는 법과 무료한 하루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발견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아마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가 아닐까 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일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고 말하는 저자의 삶을 살펴보며 우리 또한 용기를 내어 나만의 인생을 개척해 보면 어떨까 한다.


저자는 이처럼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판다에게 투영해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이 책에 실린 판다 유화 그림 58점이 바로 그것이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아무리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줘도, 내가 해낸 일을 내가 긍정하지 못하면, 자기 의심과 불행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맹목적으로 자신의 최애를 위해 주접을 떨고 실드를 쳐주는 극성팬처럼, 내가 내 1호 팬이 되어주기로 하자. 사랑받는 '최애'는 더욱 빛날 것이고, 자신감이 더해진 최애의 퍼포먼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당당한 월드 스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난 오늘도 최애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첫 번째 팬이다.

22페이지 中

-----


스스로 갖는 자긍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문장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 줘야 내 인생도 그만큼 빛날 수 있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내 1호 팬이 되어 주자!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주자. 그것이 가장 첫 번째로 우리가 인생을 변화시키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

혹시 사소한 실수로 오늘 하루를 망친 것 같다면,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하루를 망친 게 아니라 인생에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하나 더한 것뿐이다. 그리고 꼭 한 마디 더 덧붙여주겠다.


"너무 귀여운 거 아닙니까?"

엉망이어도 괜찮다. 귀여우니까. 귀여우면 다다.

72페이지 中

-----


어딘가에서 '귀여운 게 최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자기 자신도 그렇게 귀엽게 봐 주자. 사소한 실수에 매달려 하루를 망치기보다, 관점을 바꿔 인생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하자.


더불어 실수한 나 자신을 귀엽다고 여기면, 웃으면서 하루를 무난히 보낼 수 있다.



-----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정답이 없는 채로 살아가는 우리가 불안하고 초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그냥 그 사실을 인정하고 불안은 설렘으로, 조급함은 추진력으로 바꾼다면 언젠가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97페이지 中

-----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것까지 책임지려 애쓰지 말자. 어떤 것들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들은 긍정적인 태도로 바꿔 나가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를 가두던 불안과 초조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이 오지 않을까?



-----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버틴다. 누군가는 단맛에 기대고, 누군가는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떨쳐낸다. 때로는 먼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점괘 속으로 마음의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그것이 도망이든 충전이든, 자신이 덜 다치는 방법이면 된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을 돌보려는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116페이지 中

-----


삶을 버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그걸 두고 옳다 그르다 가치판단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저 어떤 방식이든 스스로를 돌보려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니 자신이 덜 다치는 방법,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에 집중하여 오늘을 살아가면 된다.



-----

하루를 마무리하며 24시간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살았나 셈해보기보다는 오늘 하루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퇴근길에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지나친 탓에 남의 동네에 내렸지만, 그 덕에 SNS에서 본 소금 빵 맛집을 발견했다. 비록 그림 진도는 좀 더뎠지만, 판다 엉덩이에 핑크를 더하다가 내가 그린 귀여움에 쓰러질 뻔했다. 이 정도면, 오늘도 아주 잘 살아낸 하루다.

177페이지 中

-----


이 문장을 읽으며 순간 멈칫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더불어 왜 우리는 '생산적'인 것에 그토록 목을 매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왜 매번 '얼마나 생산적으로 살았나'를 고민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삶이 지루해지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 도전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얼마나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나'에 중점을 맞춰 보면 어떨까?



-----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건 단지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며 유연하게 사는 것이다.

189페이지 中

-----


우리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여기에서 본질적으로 우리가 체크해야 할 부분은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오늘 모든 걸 다 끝내지 못해도 괜찮다.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결국엔 다 해낼 것이다.

190페이지 中

-----


한때는 당장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하고 불안감을 느끼던 때도 있는데, 이제는 내가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해내리라는 것을 안다. 당장 끝내지 못해도 괜찮다. 그러니 숲을 보고 천천히 나아가자.



-----

우리의 일상에서 애매하다는 이유로 그냥 버려지곤 하는 30분, 10분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시간은 매우 상대적이다. 30분은 귀여운 판다 하나가 나오기에 충분한 시간, 친구와 커피 한잔하며 우정을 나누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고 좋아하는 일을 자꾸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자잘하고 행복한 30분이 쌓여 아름다운 일상이 완성된다.

204페이지 中

-----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 담긴 문장이다. 애매한 시간이라고 우리가 그냥 흘려보내는 30분, 10분을 알차게 보내다 보면 그 시간들이 쌓여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나 역시 뭘 하기엔 애매하다는 핑계로 적당히 넘겨버린 시간들이 꽤 많은데, 앞으로는 그 시간들을 허투루 쓰지 말고 좋아하는 일에 써 보려 한다.



-----

모두 자기만의 시간대가 있다고 한다.

(...)

나의 태양이 늦게 뜬다고 해서 내가 뒤떨어진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해처럼 계속 뜨고 지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223~224페이지 中

-----


타인과 비교하며 나를 구박할 필요는 없다. 저마다 꽃이 피고 지는 시기는 다르니 멈추지 말고 내 갈 길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게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피고 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지금 내가 완벽을 꿈꾸는 건, 그때 그냥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충이라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진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그냥, 대충, 시작해 보자!

233페이지 中

-----


내가 이 책의 서평을 그냥, 일단 시작한 것처럼, 무엇이든 꿈꾸는 바가 있다면 대충이라도 시작해 보자. 그래야 완벽도 꿈꿀 수 있다.


생각만 할 때는 몰랐는데, 시작해 보니 뭐든 첫발을 내디뎌야 그다음도 있음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일단' 시작해 보자.



=====

마무리

=====


과거 한 방송에서 이효리가 말했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이 말에 은근히 감동받은 사람이 많아 한때 인생 명언으로 불리며 여러 번 회자되었었다.


이 말처럼, 꼭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그냥 '나'로서 살아가는 것에 충실하자. 나답게 사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삶은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닌, '나만의' 인생을 내 방식대로 만들어 가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삶이 지루하고, 허무한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당신이 좋아하는 일에 뛰어 들어보자. 그것이 꼭 생산적인 일이 아니어도, 그저 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한 번뿐인 인생, 엉뚱한 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나다운 삶을 사는 데 시간을 투자해 보면 어떨까? 당장 어딘가 도달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한 발짝 용기를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부신 것들은 가끔 서툴다
구혜온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놓쳐버린 순간들에 대한 조용한 고백!"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특히 아주 사소하다 생각하는 부분들에서 그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계절, 시간, 사랑, 이별, 감정 등.


어떤 식으로든 그때의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텐데, 서툴렀기에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금 돌아봤을 때야 비로소 흘려보낸 마음의 기억들이 떠올라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 애틋해진 마음을 담아 기록을 써 내려갔고, 그것들을 그러모아 이 시집에 담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놓쳐버린 것들을 뒤늦게 마주하고 섬세하게 보듬어 엮은 시집으로 주요 소재는 계절, 감정, 마음, 기억 등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마음들을 차분히 시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건넨다. 그리고선 이내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다.


누구나 한 번쯤 귀한 것을 서투름으로 인해 놓쳐버린 경험이 있기에, 독자에게도 그 물음은 또 다른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가는 듯하다.



=====

혼자 걷는 법



누가 없다고

무너지지 않고

누가 있다고

덜 외롭지도 않다는 걸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게 너무 기대지 않고

기댄다 해도

마음의 한 귀퉁이쯤이면 족하다

22~23페이지 中

=====


깊이 공감하는 시구절 중 한 부분이다. 젊은 날에는 외롭다는 이유로 줄줄이 연애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결국 그 외로움은 옆에 누가 있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늘 혼자인 사람이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자 편견이다.


조금 살아보니 알겠다. 결국 외로움은 내 안에서 피어나고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그러니 타인에게 내어주는 마음은 아주 조금이면 족하다.



=====

깊어지는 일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예전보다 더 잘 듣게 되었다

(...)

조금씩

빠르게 반응하던 마음들이

느려지고

무언가를 잊는 대신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

시간은

무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게 하는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52~53페이지 中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다. 젊음을 앗아가고, 계절이 달라지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모두 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멈춰서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사실은 그것들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은 무언가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관점,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러니 시간에 대해 너무 냉혹하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변화를 불러오는 새로운 언어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

일주일의 행복



(...)

목요일엔

길가에 핀 꽃을 보고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금요일에는

퇴근길 버스 창에 기대

작은 한숨을 놓아주었다

(...)

그렇게,

행복은

특별한 날보다

특별하지 않은 날에

아무 말 없이

옆에 머물렀다

172~173페이지 中

=====


무심코 흘려보낸 일상의 날들을 새롭게 돌아보면, 어느 날도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다. 더불어 행복하지 않은 날도 없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 멈춰 선 발걸음, 퇴근길 버스 차창으로 불어오던 상쾌한 바람, 푹신한 침대에 털푸덕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던 순간 모두 그러하다.


행복을 간절히 찾고 있는 중이라면, 지금 당신의 일상에 이미 스며든 행복을 찾아보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넘겨버린 그 하루하루에 행복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


마치 산들바람처럼 간질이며 지나가는 바람에 우리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왔다 갔구나'라는 반응 혹은 왔다 간지도 모르는 상태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는 더 이상 그 바람은 예전의 그 바람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이별을 경험했던 그날을 떠올리게 하고, 서투르고 어설퍼서 실수만 하던 날들을 곱씹어 보게 한다. 내 인생의 찬란한 순간에 그 바람도 함께 했음을 기억하게 한다.


한때 열정적으로 기운을 쏟느라 놓쳐버린 게 있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다독이고 보듬으며, 새로운 날들을 써 내려가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놓쳐버린 행복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오븐을 켤게요 - 빵과 베이킹, 그리고 을지로 이야기
문현준 지음 / 이소노미아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발걸음을 멈춰 세우게 만드는 빵 냄새 가득한 베이킹 이야기"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그저 베이킹에 대한 애정과 빵 만드는 시간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풍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법한 레시피를 고안해 수업을 진행하는 저자 덕분에 나도 모르게 '베이킹 한 번 해 볼까?'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다.


그러다가 대놓고 레시피를 공개한 부분까지 이르게 되면, '해 볼까?'가 아니라 '꼭 한 번 베이킹에 도전해 봐야 할 것만 같다'는 느낌으로 바뀌게 된다.


그만큼 저자의 베이킹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이 책에서 자세히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애정 이상의 기쁨과 고민의 시간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베이킹 클래스를 시작하게 된 시작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안에는 레시피를 고민하고, 사람들과 빵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내용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


빵에 대한 내용이라서일까? 이상하게 읽는 내내 잔잔한 클래식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여러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다가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베이킹의 향기에 취해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는 처음에 베이킹을 취미로 시작한다. 그러다 사람들을 모아 공유 주방에서 베이킹을 하고, 마침내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현재는 꾸준하게 베이킹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과정들을 지나온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읽다 보면 나처럼 저자의 힘듦보다 빵의 향기와 베이킹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어릴 적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빵에 대한 기억을 더 먼저 소환하게 될 것이다.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베이킹이 아니라 생각보다 쉬워서 누가 만들더라도 나중에 또 해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 베이킹이다. '이게 이렇게 쉽게 완성이 되네?'

(...)

'이 정도는 나도 하겠는데?' 또는 '정말 쉬워 보인다!'가 좋다. 혹은 '나중에 또 할 수 있겠지.' 정도.


내가 준비한 레시피와 베이킹을 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계속 쉬운 레시피를 준비할 생각이다. 재료 하나가 빠지고 도구 하나가 필요 없는 그런 레시피로.

82~83페이지 中

=====


저자가 베이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베이킹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다른 여느 요리와는 다르게 베이킹은 '도구'와 '적정 용량'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멋모르고 할 때는 쉽게 도전해도, 막상 한 번이라도 해봤거나 엉망진창의 결과물을 확인한 이들이라면 두 번, 세 번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쉬운 베이킹이 고맙게 느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맛있는 추억을 마음껏 쌓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문득 이해되는 이전의 말들이 있다. 특히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마치 공기청정기 조심하라는 말처럼.

210페이지 中

=====


누군가 자꾸 반복적으로 하는 말들이 때론 귀찮거나 번거롭게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자리,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면 문득 그때 그 말이 이해되는 때가 있다.


관점에 따라, 자리에 따라 중요시하는 부분이 달라 생기는 단순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때론 그 자리에 있어 봐야 이해되는 일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공간을 갖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전 직장 대표가 '공기청정기를 조심하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가끔은 누군가의 반복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

삶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불행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나는 기대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것이 회사에서건, 삶에서건 간에.

214페이지 中

=====


기대가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때론 기대가 너무 커서 생기는 부정적인 면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가 언급한 위 문장은 그런 부분을 다시 한번 더 상기시키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너무 맹목적으로 기대의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그만큼 받는 타격도 크기에. 때로는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


베이킹이라고 하면 으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따뜻함, 달콤함과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베이킹 역시 사람과 대면하는 일이다 보니 실상 현실적으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실제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 중에 그런 내용들이 언급된 부분이 있는데,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기본 예의와 매너는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하는 거짓말은 절대 거부!)


책 속 이야기인 만큼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람 일 아무도 모른다. 남의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갖지 않기를 바란다.


따뜻한 오븐 속에서 피어나는 달콤한 베이킹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도 훈풍과 함께 달달함이 느껴지는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짝이는 삶 이면에 자리한, 사라짐과 죽음에 대한 여러 조각을 모아놓은 책!"



조금 이색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더불어 세상에 참 많은 죽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득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바깥이 여름이면 안은 '겨울'이라는 뜻인데, 정말이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모두 살얼음 낀 겨울을 보냈겠구나 하고 말이다.


'여름'하면 뜨거운 태양과 후덥지근한 날씨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마 혹독한 겨울보다 무더운 여름이 낫다고 여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라짐'과 '죽음'의 여러 조각들을 모아놓은 퍼즐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대상자와 상황 또한 그만큼 다양한데, 어린 자녀, 반려견, 사랑하던 배우자와 연인,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휴게소, 여행지, 처음 마련한 아파트, 외국, 길거리 등에서 펼쳐진다.


이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불안하고 암울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를 풍기는데, 모두 '죽음' 혹은 '사라짐'과 연관되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더 감정적인 부분에 치중해 읽게 된다. 이들이 느낀 상실감과 고통, 불안에 대해, 그리고 그 상황들을 겪어내야만 했던 시간들에 대해.


현실 세계 속 우리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고 있는 중이라면,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꽝꽝 얼어붙은 겨울 속을 정처 없이 방황하며 견디고 있었다.


물론 이들 중 몇몇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이제 막 봄으로 접어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이야기들은 모두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대한 이야기였다.



=====

간략 줄거리 살펴보기

=====


■입동

불우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망가진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찬성과 에반

아버지를 차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찬성은 어느 날 개 한 마리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면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내게 된다. 그러다 개(에반)가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찬성은 개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허무한 일이 되고 만다.



■건너편

한 시절을 함께하며 서로 위로가 되어주었던 연인은 약 8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특별한 어느 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 그저 시절연인으로만 남은 연인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침묵의 미래

수없이 많은 언어가 사라지고 또 보존되는 '소수 언어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풍경의 쓸모

아버지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했던 시절, 가족을 버리고 홀연히 떠난 아버지가 오랜 세월이 흘러 아들을 찾아왔다. 그는 어머니와의 해외여행을 앞둔 시점 불현듯 돈을 빌려 달라는 요청을 한다.


하지만 아들은 이를 거절하고 가족과 함께 예정대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랬듯 사진을 찍으며 지금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 애를 쓴다.


이 와중에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문자 하나를 보내는 데, 돈의 목적이자 가족을 떠나게 만들었던 원흉인 여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 문자였다.


아들은 풍경을 잠시 눈에 담으며 복잡한 현실 문제들을 그렇게 잠시 흘려보낼 시간을 갖는다.



■가리는 손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들이 사회적 편견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것 같아 늘 안쓰럽게 여기던 엄마는 어느 날 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건은 십 대 무리와 한 노인이 실랑이하다 노인이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이 담긴 영상 속에는 자신의 아들 또한 등장한다.


앞서 그저 순진무구한 아들이자 안쓰럽게만 여겼던 아들이었건만, 이 사건을 계기로 엄마는 아들의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막 희망이 꽃 피던 시절 다정했던 남편이 한 아이를 구하려다 함께 사망하게 된 후 홀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입동 中 (36~37페이지)

-----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처음에는 모두들 한결같이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실상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 또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바라거나 채찍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일이 아니기에, 알지만 모른 척하고 또 귀찮아한다. 혹여 어떤 이들은 그저 빨리 잊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부정적인 사회 이슈가 더 이상 내 일상생활을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들이 그렇게 뭉쳐진다.


이 소설은 '입동'이라는 제목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이야기이자, 우리 사회를 잘 대변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

'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라, 자리에 누울 땐 벗는 모자처럼 피곤하면 제일 먼저 집어던지게 돼 있거든..

가리는 손 中 (214페이지)

-----


요즘 '이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이해'가 과거에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면,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 '이해'는 품이 드는 다소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다들 피하려고만 하는 걸까?



=====

찰떡같은 비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문장

=====


-----

'가리는 손'이라는 소설에는 찰떡같은 비유가 유독 많이 쓰였다. 그래서 시선을 잡아 끈 매력적인 문장을 몇 개 꼽아보았다.


수돗물을 틀자 스테인리스 볼에 뽀얀 물안개가 인다. 손가락을 성글게 벌린 채 천천히 손목을 돌린다. 손가락 사이로 곡식 낟알이 시간처럼 빠져나간다.

196페이지 中

-----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저절로 그려지는 대목이다. 한 번쯤 쌀을 씻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뽀얗게 이는 물안개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곡식 낟알의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뿌옇게 변하는 물 색깔을 '뽀얀 물안개'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낟알을 '시간처럼 빠져나간다'로 표현하면서 흑백의 스케치에 컬러를 덧입힌 느낌이 들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이다.



-----

반투명한 밥 물이 손등 위에서 고요히 찰랑인다. 늘 반복하는 일인데 밥물 잴 때마다 목숨 재는 기분이 든다.

197페이지 中

-----


'목숨 재는 일'이라는 표현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물 양을 재려고 노력했는지가 엿보인다. 나 역시 한때 이렇듯 신중하게 물 양을 재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어 더 공감이 갔던 표현이다.



-----

치지직 소리와 함께 사방에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콩의 고소함이나 깨의 풍미와는 비교가 안 되는 포식자의 고소함, 남의 살을 먹고 사는 생물의 깊은 고소함이. 은빛 몸통 주위로 황금빛 공기 방울이 풍요롭게 자글거린다.

204~205페이지 中

-----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오감이 자극되는 느낌이다. 은빛 갈치를 튀기면서 내뿜는 고소한 향과 자글거리며 기름에 튀겨지는 시각적 효과가 더해지며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더해 콩이나 깨와 같은 식물성 제품과는 비교가 안되는 포식자의 고소함이라니! 당장 어떤 생선이라도 구워야 할 것만 같다.



=====

마무리

=====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가 다소 어둡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독자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 듯하다.


그중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또 하나는 '가리는 손'에서 보여준 찰떡같은 비유를 통해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전해준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만약 저자가 어둠과 불행을 그저 그 자리에 놔뒀다면, 나는 아마 내 불행에 더해 소설 읽기를 더 전진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들을 오롯이 견뎌낸 주인공들이 다시 희망을 찾는다는 뉘앙스를 슬쩍 얹었다.


독자가 불행에 매몰되지 않도록, 몇몇 장치들을 심어두면서 '현실은 괴롭지만,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더럽혀진 벽지를 새로 바르고, 헤어질 결심을 하며 그렇게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슬픔과 고통이지만, 거기에 잠식당하지 않으려 더 큰 고통을 감내하며 변화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그들은 여름인 바깥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다 읽고 난 뒤 '그럼 그렇지'라는 느낌보다, '역시 그래도, 한 번 더 해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