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데이 - 어느 여경의 하루
지니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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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소설인데, 어쩐지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읽으면서 내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100% 반영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비단 내용뿐만이 아니다. 작가의 이력과 소설 속 주인공인 은영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비슷한 나이(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를 적용해 보면 같은 나이), 가족관계(두 아이의 엄마), 직업(경찰관)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오히려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그동안 속 깊이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터트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나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조직'과 '공직자'라는 신분을 감안했을 때, 더 그렇게 느껴진다. 또 그저 장르가 단순히 '소설'이라는 이유로 묻어두기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내용들이 너무도 많기에 은영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나'와 '우리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경찰관 은영의 이야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워킹맘으로서의 은영이고, 또 하나는 경찰관으로서의 은영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는데,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두 관점을 적절히 잘 섞어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워킹맘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애환과 죄책감, 그리고 경찰이라는 특수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은 그렇게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은영이 사회문제들을 바라보며 하는 자조 섞인 질문들은 어쩐지 자꾸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질문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모든 날을 평범함이라는 이름하에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냈던 은영. 타인의 일에는 그토록 마음을 쓰면서도 그녀 자신의 신체가 보내는 전조증상들은 가벼이 넘기면서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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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 송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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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송은영
●가족관계: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마흔여섯의 워킹맘
●직업: 울산지역 경찰관으로 올해 발령받아 112근무를 하게 됨
●기타
-근무 전 조회시간처럼 갖는 아침 교양 시간을 통해 다른 베테랑 직원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배워 업무에 적극 활용하려 노력함
-직장 내 소모임인 독서토론에도 꾸준히 참여하여 매달 약속된 책을 읽고 토론에도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음

안팎으로 참 열심히 살았던 그녀는 두 아들을 독박 육아하게 되면서 산후조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서서히 그녀 자신을 좀먹어 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던 증상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와락 몰려들어 그녀를 무너뜨렸다. 여기에는 자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안일함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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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찾아온 뇌졸중 전조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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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은 언젠가부터 몸의 이상 증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손수 해먹이던 가족들의 먹거리마저 더 이상 직접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절충안을 하나씩 찾아나가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분식 데이, 김밥 데이, 라면 데이였다.

거슬러 올라가 갑자기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다.

1. 첫 번째 증상
작년 가을부터 갑자기 손에 원인 모를 통증이 시작되었다. 손가락 관절 마디마다 팥알만 한 혹이 불룩하니 두어 개씩 생겨났는데, 주먹을 쥘 수도 없고 힘을 주어 물건을 꽉 잡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손을 많이 써야 하는 요리와 같은 일들은 너무 큰 고통이 수반되면서 더 이상 음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는 이상이 없었는데, 초음파 기계로 손가락 관절 마디 사이를 들여다보니 관절 마디마다 시커먼 염증 덩어리가 보였다.

일차적으로 주사 치료를 해보고 통증이 계속 있으면 2차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해야 했는데, 주사 치료는 생각보다 통증이 심한 반면 한두 달 버틸 수 있어 초반에는 그렇게 버텨나갔다.

2. 두 번째 증상
출근길 운전을 하면서 한참 신호를 보는데 눈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몇 달 전부터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두 달 전 안경원에서 안경도 하나 새로 맞췄는데도 불구하고 표지판 글씨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번갈아 가면서 한쪽씩 눈을 가려 보는데, 두 개 나란히 있는 신호등이 하나만 보이고 그것마저 너무 흐릿하게 보인다.

3. 세 번째 증상
책상에 앉아 있는데 콧물이 흐르는 느낌이다. 휴지로 닦아 보니 붉은색이다. 코피인 건가. 휴지로 코를 막지만 멈추질 않는다.

옆자리의 강해영 경사에게 손으로 사인을 보내고 화장실로 간다. 생각해 보니 요즘 코피가 자주 난다.

4. 네 번째 증상
화장실에 간 김에 가슴의 패드를 교체한다. 요즘 젖꼭지에서 분비되는 정체불명의 액체 ··· . 이게 성분이 뭘까. 젖인 걸까? 젖은 아닐 거야. 그럼 이 분비물은 뭐지? 혹시 고름인가?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조금씩 머리를 치켜든다.

5. 다섯 번째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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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안 더워? 봄인데 겨울 동잠바를 아직 입고 있네?" 한상근 경위님이 잠바를 벗어 의자 뒤에 걸어 두시며 나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춘추 잠바를 입고 있구나.

"어라? 근데... 너 얼굴색도 너무 창백해 보이는데? 아니 그냥 피부색이 노란 건가?"
"정말, 듣고 보니 피부색이 노르스름한데요."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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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나 온도 조절 기능이 어떻게 됐나 보다. 이 봄 날씨에 나만 아직 겨울 동잠바를 입고 있다. 뜨거운 국밥을 먹는데도 나는 왜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걸까? 그리고 보니 집에서도 아직 나 혼자 1인용 전기장판을 켜고 잔다.

그러고 보니 뭔가가 이상하다. 그냥 추위를 좀 많이 타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6. 여섯 번째 증상
잠들었다 깨서 다시 자려고 눕는다. 다리가 저리는 것 같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다리를 꼭꼭 주무르는데 손으로 누른 자리가 조금 뒤에 올라온다.

7. 일곱 번째 증상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상체를 일으키려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어라, 이상하게 캄캄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어 남편을 불러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남편이 잠에서 깼는지 나를 부른다. 불러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 남편이 일어나서 계속 시끄럽게 울려 대는 알람을 끈다. 내가 곤히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일어나 주방으로 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큰 아이가 갑자기 무언가에 놀란 듯 갑자기 소리친다. "아빠, 아빠, 엄마 코피 나요. 빨리 와보세요." 나를 흔들어 깨우는 남편과 아이들. 나는 축 늘어져 계속 정신을 못 차린다. 남편은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낀 듯하다. 119에 전화를 해서 빨리 와 달라고 요청하는 남편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은영은 긴급 뇌졸중 수술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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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으로서 느끼는 고충과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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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발령받아 근무하게 된 112 신고센터 근무는 은영에게 또 다른 긴장감과 어려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침 교양 시간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얻게 된 베테랑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수 없이 응대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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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신고 112입니다."
접수 멘트는 간단하다. 112상황실에서는 전화를 받을 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또한, 관등성명을 일일이 댈 필요도 없다. 신고자는 도움이 급박한 상황이었을 테고, 경찰관이 빨리 와서 도와주길 바라는 게 목적이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친절 여부를 따지거나 수다를 떨자고 전화한 것은 아닐 테니까.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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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인사말부터 신고전화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듣고 대응하려 노력하는 은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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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를 두세 시간 들으라고 하고는 물리력 행사를 위한 기준 교육이 다 끝났단다. 전혀 현장을 모른다. 매달 경찰관은 직장 교육이니 법정 교육이니 들어야 하는 교육이 정말 많은데, 자기 업무하랴 교육 들으랴 정말 실무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건지 말도 안 된다.
(...)
왜 우리 업무는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많은 걸까?
4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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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직장 생활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특히 관료주의가 판치는 공무원 사회에서는 더 할 것이라 생각된다. 실무는 실무대로 하고, 교육은 교육대로 모두 이수를 받아야 하지만, 정작 꼭 받아야 하는 실질적인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시간은 한정적인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은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마지막 문장은 개인적으로도 이해와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현실을 반영한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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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경찰의 중요한 임무는 아닐는지. 지역 사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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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른 대처 방식으로 빠르게 시민의 불안과 안전을 지켜준 경찰관 송은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사소한 것에도 귀를 기울이며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모습에서 믿음과 신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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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하나의 일은 아무 힘이 없다. 하지만 그 우연에 다른 우연이 더해지면 우연이 아니게 된다.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조금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 우연이 더해지면 우리는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은 필연이 된다. 그 우연한 일들이 모여 사건이 된다. 우리는 매사에 그런 우연을, 어떤 신호들을 놓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의식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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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은 경찰관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사명처럼 이 문장을 적었지만, 어쩌면 이것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든 종사자들이 가져야 할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은 우연일 수 있으나, 그것이 반복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우연이 아닌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떤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예민함과 관심뿐이다. 은영의 말에서 우리는 그녀가 경찰로서 가지는 직업의식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이것이 경찰이라는 조직 속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적용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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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장에 달하는 법 조항들 끝부분에 경찰이라는 단어를 슬쩍 끼워 넣고는 마치 이 모든 게 경찰 업무인 양 뒷짐을 진다. 경찰이 업무 수행 중 불합리한 사항이나 고쳐야 할 부분을 건의하면 제대로 시정하지도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124~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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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종사하는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현실적으로 느끼는 고충과 처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 저자 역시 경찰관이기에 어쩌면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 문장 외에도 피 토하듯 발설하는 여러 내용들을 통해 그동안 경찰관으로서 얼마나 억울한 부분이 많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경찰이라는 조직이 어쩌면 여러 부처에 치여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속 사정이자 고충이 담긴 문장이라는 생각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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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명품이면 조직도 명품이다."라는 광고 문구를 들은 기억이 있다. 경찰에 대한 비난으로 시끌시끌한 요즘 이 문구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경찰의 리더가 명품이었으면 우리 경찰 조직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문구였다. 훌륭한 리더십으로 우리 경찰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줄 지휘부가 절실하다.
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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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기에 더해 경찰 내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개진하는데, 이보다 더 적나라하고 파격적일 수 없다. 경찰 조직이 여기저기 치이는 데에는 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훌륭한 리더십의 부재도 한몫했다고 말하며 소설을 빌어 진실을 꼬집는다.

속 시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소설이기에 가능한 외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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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들에 대해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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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은 학교 폭력의 원인을 왜 피해 학생한테서 찾으려고 했던 걸까?

■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니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그런 성범죄를 당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걸까?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그 여성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고 소문 내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왜 피해자는 숨죽이고 입 닥치고 있어야 하는 거지? 우리나라는 왜 가해자의 인권이 먼저이고 피해자의 인권은 뒷전인 거지?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의문이 생겨난다.


뉴스를 보며 종종 가졌던 의문들을 똑같이 건네는 은영의 물음에서 동질감과 공감을 갖게 된다. 너무 당연하게 피해자의 잘못인 양 치부하는 사람들의 말에 내 일이 아님에도 답답함과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기회를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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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의 원인과 실마리, 그리고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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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를 듣는 자리에서 비로소 은영은 자신이 그동안 겪어왔던 크고 작은 증상들의 원인을 비로소 알게 된다. 머리에 자리한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두통, 시야장애, 생리불순, 호르몬 변화(유즙 분비), 갑상선 호르몬 수치 이상(피로감), 창백하고 누런 피부, 붓기 등이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종양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삼가하고, 식사는 채식 위주에 체중조절은 물론 생활 습관 일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진단을 듣게 된다.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정상수치로 돌아오는지 체크하여 돌아오지 않을 시 호르몬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은영은 수술 날짜를 열흘 뒤로 잡고 병원을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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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들 괜찮다는 말로 그 순간들을 넘겨 버리곤 한다. 그 말에는 괜찮을 거야, 내 일상은 항상 그래 왔듯이 그대로 별일 없이 잘 굴러갈 거라고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거라 믿고 그러길 바라는 맘이 같이 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라도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랬다. 그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수술 일정을 더 당겼어야 했다. 내가 너무 안이했다.
159~1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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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각한 증상과 병명을 들었음에도 은영은 사실 괜찮을 거라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안이하게 행동한다. 그러다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데, 이미 그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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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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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에 발신자를 보니 동기의 이름이 뜬다.
(...)
주간 근무인 줄 알고 낮에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는데 내 메신저가 꺼져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했단다. 오후에 반가를 내고 병원에 다녀온 얘기를 간단히 알렸다.
(...)
병원에서의 일을 대강 말해 주었지만, 대화가 겉돈다. 사람들은 왜 자기가 아는 사실 외엔 다른 건 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느낌. 너에게 닿지 못한 내 말들이 벽에 맞고 튕겨 나온다. 동기는 이미 나의 문제가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듯하다. 그런 상대방에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선입견은 없어지지 않겠지.
(...)
사람들은 남에 대해 말하는 게 너무 쉽다. 이미 선입견이 있는 사람에게 그 선입견을 깨고 어떤 사실을 새로이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처음 나간 소개팅에서 첫인상을 망쳐 버린다면 그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192~1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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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봄직한 이야기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자리에 없어 걱정이 되어 연락했다고 하면서도 타인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타인의 일에 대해 쉽게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행태를 보며 은영처럼 결국에는 대화를 종결시켰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자주 만나도, 가까이에 있어도, 마음을 나누었다 말해도 결국 이런 순간에 내 말이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면 누구나 큰 실망을 하게 마련이다. 이 관계에 마음을 나눌 '다음'이 과연 존재할까?

<더 데이>에는 워킹맘과 경찰관으로서의 살아가는 은영의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사실 그 속에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같은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위의 에피소드 역시 그중 하나로, 은영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나라면?'이라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나 자신과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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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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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가 속상한 일을 당하고 왔을 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며 아이가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구절은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해서 담고 있는 장면으로, 아이가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도우면서, 부모로서 아이를 우선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동시에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대처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은영의 교육방식 덕분에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타인을 대하는 방식도 배우게 되지 않았을까?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늘 아이들에게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은영이었지만, 이 모습을 보니 어쩐지 격한 칭찬과 격려를 건네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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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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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경찰관으로서 늘 부족하다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였지만, 실상은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나 둘 늘어나는 증상들을 그저 괜찮을 거라는, 별거 아닐 거라는 자기 위로로 대신하며 방치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생활 습관 일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지만, 그것들을 실천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그날, 그녀는 급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고찰이나 경찰관으로서 갖는 직업의식, 매일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 모두 좋지만,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119에 실려간 이후 수술대에 오른 그녀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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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 위로가 필요한 모든 순간 곁을 지켜준 문장들
우혜진 지음 / SISO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육아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꽤 고되고 힘든 노동이자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꽤 오랫동안 육아는 여성의 당연한 일이자 너무나 쉬운 일처럼 치부돼 왔는데, 요즘은 이런 육아에 대해 똑바로 직시하고 직면하는 책과 매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직접 육아를 경험한 주부이자 엄마로 살아온 이가 쓴 글로, '처음' 엄마를 경험한 그녀가 육아를 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고단함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만나게 되면서 느낀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꿈도 꾸게 되었는데, 덕분에 가정의 평화는 물론 온 가족의 생활패턴까지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약 2년 동안 책 읽기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만의 팁과 독서의 이점 등을 전하며 독서가 얼마나 삶의 많은 변화들을 불러왔는지를 함께 전한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출산과 육아를 처음 겪게 되면서 얻은 혼란과 고단함을 시작으로 이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책'이 전화위복이 되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담백하게 담고 있다.


어쩌면 현실에서 모두가 겪는 감정적,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실 육아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공감과 도움이 되는 포인트들이 많을 것이다.


또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습관으로 기르기 어려운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굳힐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교육뿐 아니라 좋은 습관을 기르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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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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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한 삶이고 각오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겪어보면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게 느껴져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출산과 육아가 아닐까 싶다.


저자 역시 첫 출산과 육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만 바라보며 사는 하루하루는 의지할 곳도, 기댈 곳도 없었으며, 그저 고단함과 괴로운 날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 반복되면서 힘든 마음에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지게 되고 이것을 오롯이 나눌 수 있는 남편에게 풀게 되면서 어느새 남편과의 사이도 소원해지게 된다.


그러던 중에 저자는 책을 만나게 된다. 책이 곧 탈출구였다. 책은 육아의 고단함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은 물론 바닥까지 떨어진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해 주었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도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으며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며 용기를 심어주었다.


책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들게 되었고, 저자의 마음가짐은 물론 삶의 패턴마저 바꾸게 되면서 남편과의 사이도 좋아지게 된다. 아이들도 엄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도서관 가는 것을 어느새 반기게 된다.


공간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한데, 과거 거실에는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TV와 소파가 자리하던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변화를 맞이하면서 어느새 거실에 있던 TV는 작은방으로 옮겨지게 되고, 책장이 자리하게 되면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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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되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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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엄마인 내가 아이만 보고 있었고, 아이에게 쏟는 에너지를 채울 다른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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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에 갇혀만 있었던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많이 변화했다. 스스로 충분히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서 '나'로, 주변의 시선에서 '나'로, 생각의 중심을 조금씩 바꾸어 갔고, 그렇게 작은 생각의 변화가 내 자존감을 되찾아 주었다.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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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지쳐있던 저자는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무엇이 원인인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아이만 바라보는 자신, 그저 엄마라는 이름에 갇혀있던 자신에서 벗어나 '나'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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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자리에 잠시 없어도 아이는 변함없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모든 아이가 그렇다.
아이에게만 꿈을 묻는 엄마 말고,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응원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이어도 부모여도 꿈은 필요하다. 가족들과 그런 사이가 된다면 더없이 행복한 관계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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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육아를 위한 사투는 쉽지 않았다. 육아를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산후우울증에 지지 않고, 계속해서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읽어나가며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서로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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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채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중요한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독서와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이 두 가지만 실천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여 건강한 삶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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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렇게 자신의 생활에서 마음을 채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나간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 방법을 마련해두고,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이를테면 꽃 한 송이 사는 일)도 가끔 즐기며, 산책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 카페를 방문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집중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등 나 자신을 되찾는 일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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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없다는 극단적인 전제를 세웠을 때, 우리는 진짜 선택을 할 수 있다. 죽음이 먼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현재 살아가는 것, 살아 있는 것, 살아내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오늘을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행복한 현재를 살아낸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더 많이 웃고 울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간절해지는 것. 그 대상이 인생이라면 더 그리워질 것이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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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저자는 비로소 하루하루의 소중함 역시 깨닫게 된다. 어쩌면 덕분에 허망함이라던가 고단함이라는 감정보다 현재, 지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이렇듯 스스로를 찾고, 가꾸고, 꿈을 꾸게 되면서 발밑만 내려다보는 삶이 아닌, 인생 전체를 보고 그리는 넉넉한 시야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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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환경에 자꾸 노출이 되면 처음에는 낯설더라도 차츰 적응을 하게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
아이가 책에 가까워지기를 의도하고 TV를 치운 것은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아이도 책과 조금은 친해지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또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꾸 보게 되면, 아이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면서 따라 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습관이나 말투조차도 따라 하는 존재니까.


몇 년 전 거실을 서재로 만든 것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다. 내가 책을 더 읽게 되고 즐기게 된 포인트다.
151~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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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의 영향력은 어느새 집안 곳곳에 번져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고,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특히 가까이에서 이를 목격한 남편 역시 동의하게 되면서 거실은 어느새 서재가 된다. 덕분에 저자도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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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전하는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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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의 독서 루틴 조성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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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이 습관만 된다면 읽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 하루의 패턴 중에서 집중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
책을 읽을 때의 순서도 다양하다.
(...)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밑줄을 그으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함께 써놓기도 하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물음표로 끄적여놓기도 한다. 내가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을 책 속에서 발견하려고 애쓴다.


그것이 사실 독서를 끊임없이 하는 이유이다. 저자의 경험 가운데 나에게 적용할 만한 것이나 실천해 보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행동한다. 책을 읽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힌트를 얻는 일, 이것이 결국 독서의 목적이다.


자신만의 독서 루틴이 만들어질 때쯤, 독서를 즐기게 되면서 하나하나의 글들이 소중해진다.
(...)
알려주는 방법과 팁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내공을 쌓으려면, 책을 읽는 것이 제일 좋다. 또한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163~1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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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습관 만들기→읽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찾아짐→집중적으로 책 읽는 시간 파악→나만의 책 읽는 순서 찾기→나만의 책 읽는 방식 찾기→독서 루틴이 만들어지면 독서를 즐기게 됨



독서가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10분, 20분씩 차츰 시간을 늘리면서 습관을 만들어보자.


이후에는 책의 장르에 따라 읽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찾아지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집중적으로 책 읽는 나만의 시간을 정해두면 좋다. 그리고 앞표지를 먼저 읽을 것인지, 뒤표지를 먼저 읽을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소개 페이지인지 등등 책 읽는 순서를 찾아보자.


그렇게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긋거나, 아니면 나만의 생각이나 의문을 적는 방식 등 내가 실천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되새겨보다 보면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KEY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활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목적이 또 다른 목적을 만들어 내면서 어느새 책 읽기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2.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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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려고 앉으면 제일 먼저 핸드폰을 멀리 둔다. 이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
읽는 책이 늘어날수록 책을 모두 구매해서 볼 수도 없고 집에 보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새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오래되어서 절판된 책도 도서관에는 구비되어 있어서 다양한 책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171~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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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제안하는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팁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의 시선과 시간을 빼앗는 핸드폰을 멀리 두라고 말한다. 다음은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여기에 더해 도서관을 이용하면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면, 활용도면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독서의 최대의 적은 '핸드폰'이므로 만약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하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3. 좋은 책을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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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시작할 때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이 되겠지만, 어떤 책이어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책을 읽든 꼭 독서를 하겠다는 결심과 책의 내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만 있다면, 그에게 모든 책은 옳다.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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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책의 선택 기준은 무한하게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단지, 자신에게 잘 맞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간혹 쓰레기 같은 책들은 가볍게 패스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렇지만 어떤 책이든 시도해 보는 것은 강력 추천한다. 어디서 어떤 정보와 배움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독서를 하겠다는 결심만큼은 놓지 말기를 바란다.


더불어 유연하게 받아들이되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왜'라는 물음과 '나라면'이라는 대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나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삶에 있어 더 확실한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4.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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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이유는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못한다. 스스로 움직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
책에서 읽은 내용은 그저 저자의 것일 뿐이다.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서 글을 쓰면, 그제야 내 것이 된다. 정말 저자처럼 되고 싶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무작정 따라 해보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행동하는 것. 이 3가지를 경험해 보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
178~1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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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발휘하는 진정한 마력은 단순히 읽는 것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읽고 쓰고 행동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변화와 성장을 원한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읽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내가 기존에 살아왔던 방식과 달라도, 추구하는 방식과 달라도 일단 도전하고 실천해 보자.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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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부록에 있는 저자가 추천하는 <추천도서 리스트 100>을 참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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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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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육아에 지쳐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을 때 책을 찾았다. 학창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마지막으로 찾은 최후의 보루가 책이었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얼마나 간절했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 왜 하필 도피처가 책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보통은 좋지 않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 속에서도 참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울함에 빠진 기분이 싫어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끝까지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인함도 엿보인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은 저자를 배신하지 않았다. 없는 시간 쪼개가며 포기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 책은 저자의 마음을 채워주었고, 꿈을 꾸게 해주었고,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제 저자에게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엇'이 되었다. 그래서 매일 책을 읽는다. 그녀의 하루에 독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책 덕분에 일상도, 가족도, 삶도 바뀌었다.


이처럼 절실하게 책을 찾는 이들에게 책은 자신이 가진 무한의 매력을 마음껏 나눠준다. 받는 사람에 따라 그것이 용기나 격려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론 채찍이 되기도 하며, 배움이나 또 다른 인생의 방향이 되기도 한다.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순간, 위로가 필요한 순간 책으로 도망 쳐보자! 책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탈출구를 틀림없이 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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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아카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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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변론'보다 자기 삶 전체를 향한 물음과 도전에 대해 ‘항변’"



김헌의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에 추천도서로 올라와 있던 책 중 하나였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사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 책 중 하나였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동일 책이 아닌 다른 출판사의 책을 꺼내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외에도 전후 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함께 실려있어 그다지 황당하다 느껴지진 않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해당 부분만 실려있는 책이다 보니 다시 읽으면서 약간의 황당함과 어이없는 웃음이 살살 베어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읽는 관점에 따라, 전후 맥락이나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이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싶어 다른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다.


다행히 오해 없이(?) 읽게 되면서 과연 우리 사회에는 소크라테스 같은 인물이 있을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는데,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자신의 생사를 결정짓는 재판장에서 이만한 배짱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더군다나 죽음을 무마하기 위한 무죄를 주장하기 보다 끝까지 남들이 회피하고 싶어 하는 정직하고 옳은 말만을 꺼내 꼿꼿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끝끝내 대중으로부터 미움과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을 짐작해 보건대, 다소 엉뚱하면서도 괴짜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본문 외에도 주석과 작품 안내 등을 통해 꽤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다.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면 해당 내용들을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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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면 좋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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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옹호하기 위해 쓴 대표적인 증언이요, 기록물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기원전 399년 아테네에서 열린 이 재판에서 피고 소크라테스가 행한 연설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된 플라톤의 작품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제목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첫 번째는 '소크라테스가 하는 변명'을, 두 번째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변명'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전해지는 플라톤 작품 가운데 제목에 소크라테스의 이름이 들어 있는 유일한 작품이며, 소크라테스의 연설을 생생하게 직접화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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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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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99년 민주정의 아테네에서 열린 재판에서 불경죄와 젊은이를 타락시킨 죄로 고발당하게 되면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곧 민주정의 타락에 의한 희생양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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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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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관점으로 보기보다, 제3의 눈으로 작품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양이 되기도 하고 늑대가 되기도 한다.


먼저, 첫 번째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민들의 관점으로 소크라테스를 살펴보면, 그는 '늑대'처럼 보인다. 아니 어쩌면 '양아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름의 죄를 짓고 법정에 섰음에도 그는 한결같이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피고이면서 오히려 원고에게 심문을 하는 형태를 취한다.


또 자신의 삶을 뒷전으로 미루고 늘 시민들을 위해 봉사해왔다며 자신은 신이 이 나라에 선물로 내린 사람이라는 말을 자신의 입으로 하는 몰염치함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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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인 여러분,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항변을 하고 있는 게 전혀 아닙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즉 여러분이 나에게 유죄표를 던짐으로 해서 신이 여러분에게 준 선물에 대해 뭔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하려고 항변을 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날 죽인다면, 이런 유의 다른 사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테니까요.
(...)
내가 바로 신이 이 나라에 선물로 주었다고 할 만한 사람이라는 걸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부터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이 숱한 세월 동안 나 자신의 일들은 일절 돌보지 않았고 집안일들을 돌보지 않은 채 방치하고도 견딘 반면, 여러분의 일은 줄곧 해 왔다는 것, 이것은 인간에게 속한 일 같지 않다는 겁니다.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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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죽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담을, 자신을 살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찾아오라며 친구로 여겨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의미하는 바를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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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인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나를 죽일 때의 앙갚음보다 제우스에 맹세코, 훨씬 더 혹독한 앙갚음이, 내 죽음 이후에 곧바로 여러분에게 닥칠 거라고 단언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은 자기 삶에 대한 논박을 견뎌 내는 일에서 벗어나게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방금 해냈죠. 그런데 실은 여러분에게 그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리라고 나는 단언합니다.
(...)
반면에 방면 쪽에 투표한 분들과는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기꺼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
여러분을 친구로 여기고 방금 나에게 일어난 일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 줄 의향이 있거든요.
105~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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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자신은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오히려 치를 떨지 않았을까?


그저 아테네의 한 시민으로서 죄인의 심문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의 이런 태도가 어쩐지 곱게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두 번째는 그를 따르고 스승으로 모셨던 플라톤과 같은 이들의 관점이다. 당연히 그들은 평소에 그를 존경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의 사상과 가치관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이상과 불합리함을 꼬집는 스승의 발언이 또 하나의 배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시대의 '내'가 바라보는 제3의 관점이다. 앞뒤 문맥과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나, 민주정의 붕괴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소크라테스를 재판대에 세운 이들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둔 '내'가 보는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 해를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토론과 토의라는 확실한 민주정 방식을 통해 철저한 검증을 하고 이를 전파하는 소크라테스의 행태는 어쩌면 당시 모든 이들에게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재물을 받지도 않고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스스로에게마저 확실한 잣대를 들이대는 그는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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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음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지만, 부정의한 어떤 일도 불경건한 어떤 일도 저지르지 않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83~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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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에 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불편함을 넘어 오히려 두려운 상대가 되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이에 대한 적대와 시기는 물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소크라테스였기에 부정부패에 절여져 있던 사람들은 어떤 명목으로든 하루빨리 그를 처단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그런 불편함이 점차 퍼져나가게 되고 마침내는 한 마리의 미꾸라지를 없애버리면 평온해질 거라는 생각이 쌓이면서 이유 없는 명분을 들어 그를 고발하고 마침내는 처형하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덕분에 마녀사냥에 당한 무고한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지혜를 품고 삶을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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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킨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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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내가 말들이 궁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송사에서 죄를 벗기 위해 무슨 일이든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여러분을 설득해 내가 위해 동원할 수 있었을 그런 말들이 궁해서라고 말이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게 아니고 내가 유죄 판결을 받은 건, 물론 궁해서긴 하지만 말들이 궁해서가 아니라 대담함과 몰염치가 궁해서, 즉 여러분이 들으면 가장 달콤해할 그런 말들을 여러분에게 할 의향이 궁해서죠.
(...)
그런데 바로 그런 것들이야말로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는 데 익숙해져 있기도 한 것들이지요. 하지만 앞에서도 위험 때문에 자유인 답지 않은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듯, 지금도 이런 식으로 사느니보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항변하고 죽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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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소크라테스의 태도가 그를 이 자리에 세운 이들을 더 자극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리 청렴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앞에 놓이게 되면 없던 말도 만들어내면서 살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죽을지언정, 사람들이 달콤해 할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런 말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을 꼬집는 말을 함으로써 오히려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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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것이, 즉 죽음을 피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닐 겁니다. 오히려 훨씬 더 어려운 일은 사악을 피하는 것입니다. 그건 죽음보다 더 빨리 달려오니까요. 지금 나는 느리고 나이 든 사람이라서 더 느린 것에서 잡혔지만, 내 고발자들은 능란하고 기민해서 더 빠른 것, 즉 악에게 잡혔지요.
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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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신을 고발한 사람들은 '사악'에 사로잡혀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게 되면서, 마침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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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들이 꽃다운 나이로 자라면, 여러분, 내가 여러분을 괴롭혔던 것과 똑같이 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갚아주세요. 그들이 덕보다도 돈이나 다른 뭔가를 우선하여 돌보고 있다고 여러분에게 여겨진다면 말입니다. 또 그들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스스로 한 인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여러분에게 하듯이 그들을 꾸짖어 주세요.
(...)
여러분이 이런 일들을 해 주면, 나 자신도 내 아들들도 여러분에게서 정의로운 일들을 겪는 셈이 될 겁니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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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마지막 순간, 자신의 아들들마저 자신이 했던 것과 같은 잣대에 두고 지켜봐 달라며 오히려 부탁하는 말에서 얼마나 그가 대범하고 비범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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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추앙하는 현자이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를 아무런 잣대 없이 무조건 추켜세우기 보다, 플라톤이 남긴 생생한 연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그를 만나보자. 그리고 그가 추구했던 사상과 삶의 가치를 곰곰이 떠올려보며, 우리가 그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점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점검해 보자.


앞선 이야기처럼, 여러 관점에 따라 그는 늑대가 되기도 하고 양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 판단에는 당시 소크라테스의 전체적인 상황과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사상 외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 나'의 또 다른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것이 과연 '삶'보다 중요한가라는 물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 세상에는 이처럼 강직한 자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괴팍하지만 우직한 소크라테스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면에서는 '아는 척'을 꼬집는 소크라테스의 행태가 곱지만은 않게 보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법과 윤리, 사회질서를 이끄는 이들만큼은 꼭 소크라테스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점점 더 이기적이고 어지러워지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이런 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형을 잡아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No'를 외쳐주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신념 말이다.


무능과 아집 속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자신의 잣대로만 사물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독선과 아집에 빠진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혜는 바로 그런 우직함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묻고, 검증하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진정한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건강한 삶과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고대하며,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이를 통해 불합리함이 판치는, 허례허식이 만연한 삶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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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장 - Cloud Factory
올리비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절판


기대했던 동화 같은 이야기와는 완전히 달랐던 <구름공장>. 그럼에도 뭔가 다른 방면에서 나의 상상력을 이끌어 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미스터리 속에 감금당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인가? 초반에 착! 붙는 느낌이 없어도 중반쯤 되면 소설 속에 빠져들게 마련인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미궁 속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외국 작가의 소설인가 살펴봤는데, 한국소설이란다. 맙소사! 스토리는 물론이고, 대체 뭘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지 도통 짐작이 안 간다. 그나마 후반부에 들어 살짝 알듯 말듯 한 느낌의 끈 하나를 붙잡고, 거기에 기대 나의 무한한 상상력과 짐작을 이어 붙여야 겨우 뭔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약 150페이지도 안되는 얇디얇은 책인데, 진짜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래서 책 소개와 출판사 서평도 찾아봤는데, 여기에 작성된 글도 애매모호하다.


앞서 쓴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는 쉽게 읽히고, 술술 읽힌다는 데 내가 느낀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라 더 당혹스럽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고사하고, 나 스스로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라 그저 '허허' 웃음만 나올 뿐이다.


어쨌든 평가는 또 다른 후발 독자들에게 넘기고 내가 느낀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인간세계를 구름 세계에 빗대어 작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각 과정들은 화자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배워나가는 과정들을 담은 내용들이고, 상/중/하층운은 우리네 직장 생활을 여지없이 반영한 내용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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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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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유정성
▶나이 :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기혼
▶특징 : 중년 여성으로 중간 키에 중간 몸무게 중간쯤의 세련됨을 가지고 있음
▶직업적 특성 : 현재 AI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전략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며, 약 4년여 재직기간 동안 10번의 팀 변경이 있을 만큼 여러 번 팀을 옮겼지만 모두 성공을 이루어 냄. 보통 남들이 꺼리는 업무에 투입되었으나 항상 성공을 이루어 내면서, 사람들은 그녀의 결과물만을 보고 오히려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함.


▶구름공장을 방문하게 된 계기 : 이제는 그런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구름공장을 찾아 구름 스티커를 만들기로 마음먹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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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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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줄거리로 정리해서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면, 현재 40대 중반에 접어든 기혼 여성인 유정성은 IT 분야의 기업에 근무하며 수없이 팀을 옮기며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킨다.


그런데 이 일들은 보통 남들이 꺼려 하는 일로,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고초를 겪는다. 또 좋은 결과만을 두고 오히려 부러워하거나 시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너무 지쳐버린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두고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서 구름공장을 방문하게 되고 다시금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맞춤형 구름을 제작하고 체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유정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구름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겹쳐서 서술되어 있는데, 덕분에 모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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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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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스티커를 만들기에 앞서 유정성의 남다른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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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실수도 하고 싶지 않았고, 온전히 잘 이해하고, 매우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름이로 선택하였다. 나의 이름은 유정성이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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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굳이 이름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이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녀의 이름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성을 붙여 유정성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상태가 일관되고, 변함없는 성질이나 특성을 갖는 것으로, 일관성과 안정성을 뜻하고, 변화가 적고 예측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년 시절 부모님이 보는 유정성과 결혼 후 남편이 바라보는 유정성이 매우 다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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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나의 유년기 시절은 한없이 순하지만,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일등이던 어린아이였다 하셨다.


18년여를 함께 살고 있는 나의 남편은 나를 표현하기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그마한 머릿속에 뭣이 그렇게 꽉 차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 표현한다. 여느 부부가 그렇듯, 18년을 살고 있어도 어려운 사람이라고 말이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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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다시금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은, 반짝이는 자신의 모습으로 회기 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구름 선택을 통해 삶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은 물론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할 예정에 들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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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을 실제 일어날 일처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은, 무언가 현실 세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부수적인 효과들로 인한 주변인들의 변화는 내가 감당하고 싶지 않은 도덕적 경계선이었다. 이러한 바운더리까지 고려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체험을 먼저 선택한 이유였다. 지금 당장, 내 인생에 있어 빅뱅 같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새로움에 스며들며 변화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
다시 한번 반짝이고 싶은 나의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좀 더 개선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험 수준으로 먼저 도입해 보고, 실제 비용 지급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순차 적용해 보면서, 그로 인한 객관적 결과가 타당하다 결론 내어지면 확장해 나가는 것이 나에겐 더 익숙하다. 아무래도 이런 단계적 접근법은 나의 업무 전략과 맞닿아 있었다.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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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업무 매뉴얼대로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자신의 삶을 변화 시키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문장이다.


조심스럽지만, 기꺼이 자신의 개선된 삶을 위해 기회를 포착하고 추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확장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삶의 '선험적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나만의 구름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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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체험만 진행할 수도 있고 체험을 그대로 실생활에 적용하는 '구름 실행' 버튼을 터치할 수도 있다. 체험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으로 실행되며 실생활에 적용하였을 시에 체험과 동일한 결과로 나타날지, 아닐지는 확답이 불가능하다. 단, 생성형 AI가 모든 경험한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작하여 실생활에 적용될 뿐이다. 그로 인한 영향도는 예측은 가능하나 자가 학습의 범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선택과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62~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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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이 도입된 구름 체험을 통해 유정성은 새로운 경험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녀는 어쩌면 스스로를 괴롭히던 편견들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경험에 의한 학습의 동물이기에 그녀 역시도 어느 순간 편견들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했던 선택들이 늘어만 갔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거의 상황들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는 상황은 만들 수 있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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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험적'이라는 말의 의미
경험과는 상관없는, 경험에 앞서서, 선천적, 타고난 등의 의미로, 여기서는 '경험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는 지혜' 정도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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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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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큐물러스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사용하지 않아도 말이다. 모든 것이 리셋되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나 완전히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보다, 조금씩 더 나은 존재로 다듬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그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배울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런지 묻는 구름이에겐 이렇게 대답했다.


"영원히 갖고 있을 거야. 왠지 너처럼 나의 삶에 방향이 되어줄 것 같다. 그걸 없애면 내가 손해지, 이렇게 경쟁력 있는 도구를 잃고 싶진 않아. 실제로 쓰진 않아도 부수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 왜, 그런 말 있지, 선한 영향력."


구름이는 참 정성 같다는 표현을 나에게 해주었다. 그땐 구름이가 말한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다.
(...)
농담처럼 보이는 진담이었던 거다. 구름이한테 진심으로 칭찬을 받았던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시큰해졌다. 이런 내가, 심지어 이름까지 정성이어서 참 좋다.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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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왔어도 스스로 너무나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완전한 리셋'을 꿈꾸기보다, 오히려 곁에 두고 '동기부여의 도구'로 삼기를 자청한다.


내 마음속에 어여쁜 '뭉게구름'을 두고 어쩌면 그녀는 평생을 원하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하는 문장이다.



■인간세계와 너무 닮아있었던 구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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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세상을 담고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인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마치 암묵의 계급사회, 중산층, 상류층 등으로 비교, 대조됨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구름일 뿐인데, 단지 그들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직급과 계급으로 나누어진다는 점이 어쩐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알토스는 알고 있었다. 보이는 색이 대조될 수밖에 없는 새하얀 흰색과 어둑어둑한 흑색의 차이가 있음에도 구름의 몸이 구성 성분은 동일하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주변의 대기와 환경의 영향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이 띠게 되면서 위치가 정해지고, 이름이 정해지고, 역할이 정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98~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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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지만,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위치가 정해지고, 이름이 정해지고, 역할이 정해지는 인간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을 판박이처럼 그리고 있는 듯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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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스는 님보를 고즈넉이 쳐다보며 안쓰러운 듯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층운에서 반겨주는 단비가 되어줄 수도 있는데, 대체 왜 저러나. 아직 어린아이같이 투명하네, 본심이나 행동이나. 너무 투명해서 탈이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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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같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임에도 서로 다른 아집으로 작은 내란의 씨가 싹트고 있었다.
(...)
암흑색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님보의 입장에선 서베이가 변화의 희망이었고, 갈망이었다. 평화적으로 제위치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알토스에게는 이런 체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다. 상층운에 합류하고 싶어 하던 알토 큐물러스에게는 욕망이었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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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제 역할과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제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하하는 구름 세계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흔한 인간 세상의 일상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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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운의 반란으로 인한 고난을 고스란히 하층운이 받고 있다.
(...)
도대체 무슨 영문으로 이런 비가 내리는지 알길 없는 하층운은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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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이나 사회시스템에서 흔히 보는 광경을 대변하는 문장으로, 팀장들의 내란은 곧 팀원이나 사원들에게 즉각 피해를 입히며, 하층민일수록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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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최될 구름 축제를 앞두고, 주관 위원장인 씨러스 회장과 주관 위원인 씨시와 씨스가 오랜만에 회동에 나섰다.
(...)
그들을 둘러싼 상층운은 이와는 반대로 분주하면서도 상기된 분위기로 구름 축제 준비의 한창이었다.
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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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부와 하층부는 난리가 났음에도 구름 축제를 앞둔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그저 남의 일인 양, 축제를 즐기는 여유와 상기된 분위기만 느껴진다.


개회사를 통해 명분만을 내세우는 상층부의 행위에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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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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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winkle things"
(아직 나는, 한 번쯤은 더 반짝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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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어쩌면 이 소설의 핵심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에서는 흔한 40대 중반의 기혼자 여성을 앞세워 닳고 닳은 인간세계를 구름 세계라는 허구 세계에 빗대어 새롭게 인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직 살아있기에, 살아가야 할 날이 많기에 그녀는 삶에 작은 변화를 시도할 기회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맞춤형 구름 스티커를 제작하고 교육을 받음으로써 그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내공을 쌓고, 그 내공을 적절히 잘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지나간 과거는 비록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다시 회기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음으로써 안정적인 미래,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 있어 '구름 스티커'는 유정성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주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도구이자 상징성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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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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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어차피 독자들의 몫이기에, 나의 해석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나 방향성은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원래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나 방향성과 크게 엇나가는 상황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장르가 소설인 만큼 조금 친절하게 내용을 풀어서 담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철학 책도 아니고 소설책인데 자꾸 찝찝함이 남아 전하고자 하는 본질이나 내 순수한 느낌보다 '이게 맞나?'를 자꾸만 곱씹게 되는 아이러니.


인간 세상과 구름 세상이 뒤섞여 인과관계는 물론, 앞뒤 맥락을 다시금 재정립하여 맞춰야 하는 테트리스 같아 150쪽이 아니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1500쪽짜리 벽돌 책을 뿌신것 같은 느낌이다.


핵심적 내용 몇 가지는 건졌으나, 편하고 자유스러운 상상력을 방해하는 구조 덕에 어렵고 애매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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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수업 -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잘 팔리는 비즈니스로 이끄는
호소다 다카히로 지음, 지소연.권희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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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를 막론하고 쉽게 쓰는 '컨셉'이라는 말은, 사실 알고 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문맥에 따라 '대~~충' 의미만 파악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이번 기회를 빌어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나만의 독특한 개성의 발산과 1인 기업과 같은 형태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된 컨셉을 잡고 시작해야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

 

어림짐작으로 어설프게 만든 컨셉말고, 나만의 확실한 목표와 비전을 담은 방향성을 제대로 구상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수집하고 조사해야 하는지, 또 이를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 외에 내 안에 있는 희소 자원을 어떻게 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이 책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잡아두고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컨셉의 정의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컨셉을 만드는 데 용이한 ‘틀’을 제시해 주고,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팁들을 제공해 준다.

 

이를 통해 생각의 틀을 깨고 아이디어를 현실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키우고 명확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흐릿했던 형상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면서 개념이 바로 설 것이다.

 

비즈니스 측면이나 개인적인 활용도 면에서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경쟁력은 키우면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단계별로 차근차근 방법들이 설명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앞의 설명 부분에 대한 '실전편'이 장이 끝나는 부분마다 수록되어 있어, 단순히 읽고 넘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넘어 개인의 삶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생각의 틀을 깨고 다방면으로 아이디어를 양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나만의 독보적인 '컨셉'을 만드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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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컨셉 수업을 하기 위해 고수한 세 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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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최대한 논리적으로 풀어낼 것.
▶두 번째, 추상적인 이야기로 얼버무리지 않고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를 제공할 것.
▶세 번째, 일련의 흐름을 구석구석 짚어 줄 것.

 

이 세 가지 원칙만 봐도 얼마나 꼼꼼히 컨셉 수업을 준비하고 제대로 풀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용이한 '틀'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맨땅에 헤딩하지 않고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이 '틀'을 통해 예습 혹은 복습의 개념으로 활용하면서 부족한 부분과 개념 이해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컨셉에 대한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눈높이에 맞게 단계적으로 컨셉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얻는 법, 고객의 입장&미래의 관점에서 스토리 설계하는 법, 컨셉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법, 마지막으로 배운 컨셉을 써먹는 방법까지 알차게 담고 있다.

 

더불어 현대사회에서 컨셉을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함께 다룸으로써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목적은 물론, 우리가 컨셉을 '왜'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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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컨셉을 배우는 것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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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이 필요 없는 일은 없다
▶'말'은 만물의 프로토타입이다
▶현대사회는 기능보다 '의미'를 사는 시대
▶기획자에게 '말'은 일하게 하는 발상!
▶컨셉에도 '틀'이 있다
▶'감각이 전부'라는 말은 오해
▶컨셉은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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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살펴보는 커리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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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은 컨셉을 만드는 순서와 같으므로, 처음부터 순서대로 살펴봐도 좋고, 익숙한 숙련자라면 필요한 부분만을 먼저 살펴봐도 좋다.

 

▶1장
컨셉의 정의와 조건을 다룬다.

 

▶2장
'질문'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다.

 

▶3장
질문에 대한 답변은 스토리를 설계하면서 생각해 나간다. 3장에서는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설계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4장
'비전형' 스토리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상적인 미래상에서 거꾸로 계산하여 설계한다.

 

▶5장
컨셉을 '한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6장
컨셉의 '최적화'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부록
Q&A 코너를 통해 저자가 컨셉에 관해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해 답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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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면 좋을 페이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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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편을 통해 앞 장에서 다룬 내용들을 실제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각 장의 끝나는 페이지마다 요약본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컨셉=가치를 만드는 일"

 


쉽게 사용하던 '컨셉'이라는 말이, 막상 업무에 적용하려고 하면 생각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았던 경험을 해봤다면 이 책이 구세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순차적으로 학습지를 클리어하듯, 하나씩 완성해 가며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컨셉 수업을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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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이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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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의 정의
컨셉의 일반적인 정의는 '전체를 관통(일관) 하는 새로운 관점'을 말한다.

 

현대의 비즈니스에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그 비즈니스가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즉, 컨셉 만들기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존재의 의미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컨셉의 역할
의미를 담은 컨셉이 비즈니스에서 하는 역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한다.

▷두 번째, 만드는 대상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세 번째,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만드는 사람에게 컨셉이란 '가치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존재의 의미'가 담긴 컨셉으로 '가치의 설계도'를 활용한 사례

1) 스타벅스의 '제3의 장소'라는 컨셉
2) 에버 레인의 '급진적 투명성'이라는 컨셉

 


■효과적인 컨셉의 조건

 

1) '고객의 눈높이'에서 썼는가
기뻐하는 고객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 애플의 아이팟→ '주머니 속의 1000곡'

 

2)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디어가 있는가
나 또는 내가 속한 팀만의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ex)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라는 컨셉

 

3)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가

 

▷대상을 불필요하게 좁히고 있지 않은지 점검
해당 컨셉으로 비즈니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규모가 보장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영화 전문' 컨셉 테마파크 → '엔터테인먼트 편집숍'이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변경하면서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타깃에 맞춰 컨셉 변경

 

ex) 시브리즈의 '피부 트러블을 낮게 하는 가족 상비약' → 멋진 마린 라이프를 응원하는 남자의 여름 스킨케어 컨셉 → 청춘의 땀 케어로 컨셉을 바꾸면서 브랜드의 매출은 가장 침체되어 있던 때에 비해 8배 가까이 성장!

 

4) '심플한' 말로 썼는가
컨셉은 쉽게 이해되고 기억할 수 있으며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짧고 쓰기 쉬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기호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군더더기 없이 말해야 한다
▷온도를 높이는 말인지 확인해야 한다

 


■컨셉이 아닌 것의 구분

 

▷컨셉은 선전 문구가 아니다
'실체를 근사하게 전달하는 말'인가, '실체를 만드는 말'인가를 통해 이것이 선전 문구인지 컨셉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컨셉은 '실체를 만드는 말'임을 명심하자.

 

▷컨셉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특정 생각, 즉 발상을 아이디어라고 부르며 이것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재구성한 것이 컨셉이다.

 

▷컨셉은 테마가 아니다
테마가 마주해야 할 '과제'를 가리킨다면, 컨셉은 '고유한 답'을 가리킨다.

 

ex)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치유'라는 테마에 대해 스타벅스는 '제3의 장소'라는 컨셉의 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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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이끌어내는 ‘질문’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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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질문이 중요할까

 

1. 창의성의 5단계

 

▷LEVEL 0.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낸다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을 그대로 할 때는 창의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

 

▷LEVEL 1. 주어진 일을 궁리하여 더욱 훌륭하게 해낸다.
주어진 규칙 안에서 떠올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창의성의 첫 번째 단계다.

 

▷LEVEL 2. 주어진 질문에 대해 여러 답을 떠올린다
자기 나름대로 답을 하게 되는 단계다.

 

▷LEVEL 3. 전제 조건을 의심하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한다.
자기 자신이 질문의 주체가 된다.

 

▷LEVEL 4.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든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질문'이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답'을 이끌어내 컨셉이 탄생한 것이다.

 

▷LEVEL 5. 사회나 업계의 전제를 뒤집는 큰 질문을 제시하고 답을 만든다.
획기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구조까지 바꾼다. 그러려면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 많은 사람의 생활과 관련된 사회 시스템을 새로이 꾸리는 일은 실무자에게 가장 큰 창의 성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2. 아이디어가 많으면 창의적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컨셉 만들기와 창의적 발상이란 레벨3 이후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상식적인 질문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부터 컨셉 설계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

 

1. 좋은 질문은 좋은 패스와 같다
조리 있는 질문은 축구 경기의 절묘한 패스와 같은데, 받는 사람에게 자유로운 공간과 결정적인 기회가 생기도록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조리 있는 질문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곱셈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자유도 x 임팩트]

 

▷자유도란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임팩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넓은 임팩트와 깊은 임팩트다.

 

넓은 임팩트란 많은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ex)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든 책상과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이라는 말을 기업 컨셉으로 내세운 것은 '넓은' 임팩트를 노린 것이다.

 

깊은 임팩트는 특정 분야, 특정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ex) 1808년, 이탈리아인 펠레그리노 투리는 "앞을 볼 수 없는 연인이 쉽게 편지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 타자기의 원형 중 하나가 탄생하게 되었고, 시각 장애인이 글을 쓸 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이는 넓지는 않지만 '깊은' 임팩트를 불러온 물음이었다.

 

2. 질문의 4가지 종류 질문 '질문 매트릭스'

 

▷어리석은 질문: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
자유도가 낮은 데다 답을 해도 임팩트가 작은 질문.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 시간 낭비다. 지금 당장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퀴즈: 재미있지만 의미는 없다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큰 임팩트는 기대할 수 없는 질문이다. '퀴즈'라는 이름처럼 재미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골칫거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나쁜 질문: 일본의 승리 공식이었던 '근성' 싸움
전통적 기업들이 전설처럼 이야기해 온 역사적 성공 사례는 우측 상단의 '나쁜 질문'에 유독 집중되어 있다.

 

'이것만은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는 꽉 막힌 질문과 맞닥뜨리면 대부분은 실패하지만, 어떤 기업은 현장의 기술력으로 어떻게든 극복해 내기도 한다. 이런 기적과 같은 성공 사례가 일본의 국민적 자부심을 형성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 자체를 크게 바꾸는 형태를 취해보자. 꽉 막힌 상황이 아니라 자유 속에서 질문을 마주하는 것 또한 훌륭한 '도전'이 될 것이다.

 

▷좋은 질문: 지금 이 시대에 의미 있는 물음
창의적인 질문은 답을 하려고 몰두하는 이들을 독려한다. 이렇게 '좋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은 컨셉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3. 재구성, 질문을 바꾸면 발상이 달라진다
질문을 바꿈으로써 관점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 생각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이끄는 것을 '재구성'이라고 부른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티나 실리그 교수는 "질문은 모두 틀이며 답은 그 안에 들어간다"고 말하며 "틀을 바꾸면 해결책의 폭이 극적으로 변화한다"고 재구성의 힘을 설명했다.

 


■재구성하는 8가지 방법

 

①전체에 관한 질문: 부분보다 전체를 본다면?
부분에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고, 더 넓게 전체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전체에 관한 질문'이다.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성숙해 기술이나 사물 자체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전체를 조망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②주관적인 질문: 당신이 유독 좋아하거나 고집하는 것은?
객관적인 답은 데이터와 AI를 통해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주관이 만드는 파격적인 답은 데이터에서 도출해 내지 못한다. 상식적인 질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 자신만의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보자.

 

③이상적인 질문: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은 어떤 모습인가?
때로는 현실 너머에 있는 '이상'을 물어야 하는데,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돌파하려면 때로 눈높이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ex) 아마존 전자책 서비스 킨들의 컨셉은 '전 세계 모든 서적을 60초 안에 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 컨셉은 모든 서적을 다루려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출판업계에도 이상적인 미래를 보여주었다.

 

이상에 관한 질문은 이처럼 이해가 대립되는 상황을 극복할 때도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④동사로 된 질문: 행동에 주목한다면?
컨셉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명사'로 생각한다. 하지만 명사로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름이야말로 고정관념의 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름이라는 라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빌 모그리지는 '명사가 아닌 동사'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해방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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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로 된 질문]
새 컵을 디자인한다면?

[동사로 된 질문]
물을 운반하는 새로운 방법을 디자인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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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질문을 명사에서 동사로 바꿀 때 질문의 중심은 자연히 물건에서 사람으로 이동하게 된다.

만들고자 하는 무언가를 명사에서 동사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그 동사가 가진 의미의 미래를 묻는 것, 그것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발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⑤파괴해는 질문: 깨부숴야 할 지루한 상식은?
도무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없을 때, 그럴 때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부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자유도는 높지만, 대상을 좁힐 수 없다. 하지만 파괴하는 질문은 깨뜨려야 할 '가상의 적'을 설정하기 때문에 초점을 명확하게 맞출 수 있다. 따라서 돌파력 있는 컨셉을 도출해 내기 쉽다.

 

때로는 창조하려는 생각보다 파괴하려는 생각이 더욱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일, 화나는 일, 참을 수 없는 일, 깨부수고 싶은 무언가만 적어보아도 긴 목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컨셉으로 승화시켜 보자.

 

⑥목적에 관한 질문: 그것이 수단이라면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수단이라면, 그 너머의 목적은 무엇인가. 생각이나 논의의 폭이 좁아진 듯한 느낌이 들 때는 이렇게 질문해 보자.

 

ex_1)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
수단: 재미있는 게임
목적: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겠다

 

ex_2)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
수단: 매트리스
목적: 최고의 수면을 이끌어낸다

 

⑦이타적인 질문: 그러면 사회는 어떻게 개선되는가?
기업에서 편리한 컨셉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뒤처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브랜드는 이기적인 질문을 이타적인 질문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예시)
이기적인 질문: 최첨단 의료 기술로 남다른 의료 서비스를 만들려면?
이타적인 질문: 최첨단 의료 기술로 누구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라는 대의가 결여되어 있다. 그러니 전문적이고 범위가 좁은 컨셉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질문에는 처음부터 기술을 수단으로 삼아 더 큰 목적을 바라보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컨셉에 사회적 가치가 담기게 된다.

 

⑧자유로운 질문: 아직 나오지 않은 값진 질문은 없는가?
이 책에서 말한 방법이 아닌 여러분의 직감에 따라 앞선 7가지 질문과 겹치지 않는 질문을 써보기 바란다.

 

이러한 질문 바꾸기는 모두 '평소의 시야'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을 부러 의식하지 않는 한 보지 못하는 각도로 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질문의 재구성이 반드시 일방통행일 필요는 없다.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렌즈를 교환하여 사진을 찍듯이 양방향으로 관점을 유연하게 바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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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눈높이로 보기: ‘인사이트형’ 스토리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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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형 스토리의 뼈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세상에 제안하고자 할 때 3C를 무시할 수 없다. 3개의 C는 각각 Customer(고객), Competitor(경쟁자), Company(자사)를 가리키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빠짐없이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틀로써 널리 이용되어 왔다.

 

다만 3C를 각각 채우기만 해서는 스토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컨셉을 만들 때는 각각의 항목을 접속사로 연결한 뒤 마지막으로 'Concept(컨셉)'이라는 네 번째 C를 배치한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란 다시 말해 '고객을 구하는 이야기'이므로 4개의 C를 '그러나, 그래서, 즉'이라는 접속부사(이어주는 말)를 넣어주면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된다.

 


■고객: 고객의 인사이트를 찾는 방법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체면을 지켜가며 대화를 나눈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할 때 어째서인지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전제하에 일을 진행해 버린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먼 박사는 저서에서 인간은 자신의 의식 중 5%밖에 인식하지 못하며 나머지 95%의 무의식이 생각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의식 전체를 빙산에 비유한다면,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언어화할 수 있는 것은 해수면 밖으로 드러난 부분뿐이다. 이것을 '니즈'라고 부른다. 반면, 해수면 아래에는 의식할 수 없는 또는 알아차리고 있어도 언어화할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이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바로 여기에 '인사이트'가 잠들어 있다.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고객 인사이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숨겨진 욕구'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런 인사이트를 어떻게 포착하고 표현하면 좋을지 다음 기본 구문을 통해 익혀보자.

 

갈등 속에 숨겨진 속마음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 'A이지만 B'가 인사이트를 포착하는 기본 구문이다.

 

예 1)
심리 A: 식사 준비에 품을 많이 들이고 싶지 않다
심리 B: 부실하게 먹고 싶지는 않다.

 

예 2)
심리 A: 집 냄새를 제거하고 싶다
심리 B: 모든 걸 세탁하기는 귀찮다

 

이 새로운 인사이트를 통해 '빨래 할 수 없는 것을 빤다'는 컨셉을 세우고, 일본에서 탈취 살균 스프레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좋은 인사이트란 정반대의 모순된 마음을 포착하는 것으로 인사이트와 컨셉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곡을 찌르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면 자연히 컨셉도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이트와 컨셉의 관계야말로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축이다.


■경쟁자: 진정한 경쟁 상대를 찾는 법
스토리를 설계할 때는 경쟁자의 '약점'과 고객에 대한 '소홀함'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타깃 고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아무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할 수 있는 시장의 빈 곳, 즉 기회를 찾으면 된다.

 

우선 넓은 시야에서 진정한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이 그림은 경쟁 상대를 찾고 동시에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을 찾아내기 위한 틀로 원이 작은 순서대로 범주, 과제, 시간이라는 3가지 기준을 통해 경쟁자를 찾게 된다.

 

틀을 제대로 채우면 이 그림을 보기만 해도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그 상대가 '소홀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도전하는 쪽에게는 기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범주: 같은 범주 내의 경쟁자
고객이 시장에서 비교, 검토하는 상대가 바로 '같은 범주 안에 속하는 경쟁자'다.

 

이렇게 조사해서 데이터를 얻는다면, 다른 회사들을 포함한 기존 업계가 어느 부분에 부족한지 한층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과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경쟁자
여기서 '과제'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뜻한다.

 

고객이 출퇴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용'한다고 보는 것이 '과제'라는 발상이다.

 

▷시간: 같은 시간을 두고 겨루는 경쟁자

 

예시로 확인한 <킨들의 경쟁 상대>에 관한 정보를 통해 상대의 약점이나 소홀한 부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모두 자신의 혹은 자사의 기회와 다름없는 것으로 경쟁자와 비교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관점 또한 얻을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이처럼 경쟁 상대를 헤아리는 행위의 본질은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자사: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베네핏
나 또는 우리 회사만이 내밀 수 있는 '손', 다시 말해 자사의 강점을 헤아리는 것이 세 번째 C, 기업이라는 항목의 주제다.

 

상품과 서비스의 강점을 분석할 때는 팩트, 메리트, 베네핏 총 3가지로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한다.

 

▷팩트: 상품이나 서비스가 지닌 객관적 사실을 말한다.
▷메리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익을 뜻한다.
▷베네핏: 타깃에게 특히 강하게 호소할 수 있도록 '메리트'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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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관점으로 바라보기: ‘비전형’ 스토리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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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형 스토리의 뼈대
과거와 미래를 말로 연결하기 위해 먼저 미션과 비전의 의미부터 명확히 확인해 보자.

 

▷미션: 조직이 계속 짊어져야 할 사회적 사명
-창업부터 미래까지 영원히 지속될 스토리의 근원이다.

 

▷비전: 조직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 미래
-미래의 풍경을 나타낸다.
-이루어지는 순간 사라진다.

 

미션과 비전은 정의보다는 이 용어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미션과 비전은 시간 축 안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컨셉은 비전을 향한 첫걸음으로 '현재'에 해당한다. 5년 후, 10년 후, 30년 후에 다가가야 할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 지금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을 말로 표현한 것이 바로 컨셉이다.

 

'처음'부터 짊어져 온 사명을 뜻하는 미션, '언젠가'의 미래를 말하는 비전, '그것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표현하는 컨셉. 이 3가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면 시간 축을 갖춘 스토리 구조가 완성된다.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미션은 컨셉, 비전이지만 이야기로 풀어낼 때는 ①미션, ②비전, ③컨셉 순으로 나열해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 뒤 중심에 컨셉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을 '처음', '언젠가', '그것을 위해 지금'이라는 말로 연결하면 3줄짜리 원고가 완성된다.

 

매우 단순한 구조지만 이것만으로도 갖가지 사업 구상을 논할 수 있다. 실제로 경영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연설 등에서도 비슷한 스토리 구조를 응용한다.

 


■미션: 과거를 되돌아본다
미션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작업의 핵심은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데 있다.

 

미션을 찾을 때는 "지금껏 우리가 만들어온 것이 수단이라면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여기서 목적은 '사회가 요구한 사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의 의미는 역사를 되돌아보는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찾아낸 과거의 의미에 따라 미래가 규정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미션은 기업이나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담아낼 필요가 있으므로 보편성과 고유성, 이 2가지를 포착하는 것이 미션을 언어화하는 포인트임을 꼭 기억하자.

 


■비전: 미래를 내다본다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인 미래를 '보이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비전의 역할이다. 눈에 보이는 말은 존재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전을 작성하는 2가지 포인트>

 

①해상도를 높인다
첫 번째 포인트는 말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다. 문장 속의 모호한 부분을 없애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말로 다듬는 것이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②안전지대를 넘어선다
비전을 작성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현재와 적당히 거리가 있는 미래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목표의 난이도에 따라 3개의 존으로 원을 그리면 가장 중심에 컴포트 존, 스트레치 존, 패닉 존으로 각각 표기할 수 있는데, 중심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한 가운데는 '컴포트 존'이라 부르는 안전지대로 이 구역에 들어가는 목표는 평소 업무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심리적 부담도 없다.

 

한 층 바깥으로 나가면 '스트레치 존'으로 이 구역에 포함되는 목표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하지만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가장 바깥쪽에는 '패닉 존'으로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이상적인 미래라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전을 구상할 때 하나 더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 좋은 비전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새롭고 의미 있는 비전일수록 기득권을 쥔 사람이나 조직은 당연히 반대 목소리를 올리기 마련이므로 아무 마찰도 없이 동의를 얻는 비전은 이미 사회나 조직에서 합의가 끝난 뻔한 미래일 가능성이 높음을 인지해야 한다.

 


■인사이트와 비전을 하나로
컨셉은 고객의 인사이트에 부응하는 내용이자 조직이나 팀의 비전을 이루는 첫걸음으로서 2가지 목적을 모두 고려해 설계해야 함을 나타낸다.

 

어느 칸부터 시작하든 문제없으며, 비전부터 시작하더라도 인사이트를 반드시 염두해 둬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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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한 문장’으로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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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

 

▷step 1. 의미를 정리한다: 3점 정리 법
먼저 핵심 문구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한다. '고객', '목적', '역할'이라는 3개의 점으로 의미를 정리하므로 3점 정리 법이라고 부른다.

 

먼저 'A'에는 타깃이 되는 고객을 '주어'로 넣는다. 목적 'B'에는 반드시 '동사'가 포함된 문장을 적는데, 이때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파악해 적는다. 역할 'C'에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 브랜드가 제공하는 역할을 '명사'로 써넣는다. 고객이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나타내는 말을 생각하면 된다.

 

예) 스타벅스
고객: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목적: 도시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역할: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 역할을 한다.

 

이 단계의 목적은 표현해야 할 새로운 의미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데 있다. 문장이 다소 길어져도 문제없다.

 

▷step 2. 핵심만 남긴다: 목적인가 역할인가
다음으로는 컨셉의 핵심을 찾아야 한다. 컨셉의 핵심 문구는 기본적으로 목적형이나 역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예시 1) 역할이 더 중요한 경우
고객: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목적: 도시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역할: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 역할을 한다.

 


예시 2) 목적이 더 중요한 경우
고객: 이 세상 모두가
목적: 모든 책을 60초 안에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역할: 서점 겸 전자책 단말기 역할을 한다.

 

▷step 3. 날카롭게 다듬는다: 두 단어 규칙
마지막은 글을 한 문장으로 다듬는 단계다. 구성요소는 크게 '두 개념의 조합'을 목표로 한다.

 

step 2에서 스타벅스의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라는 문장에는 '직장', 집', 쉼터'라는 3개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제 3의 장소'라고 표현하면 본래 3개의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2개의 개념으로 표현하도록 고안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핵심 문구의 3가지 유형>
핵심 문구는 구성 요소에 따라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3점 정리 법이 목적에 초점을 맞춘 목적형으로 주로 사람들의 새로운 행동을 나타낸 말이 된다.

 

이와 달리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역할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역할이 얼마나 새로운가에 주목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의 역할을 나타내는 명사로 표현한다.

 

핵심 문구는 일반적으로 한 줄로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기업 문화나 컨셉을 사용하는 문맥에 따라서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목적과 역할을 세트로 사용하는 연결형으로 만들면 된다.

 

ex) 퍼스널 컴퓨터 → 진료 기록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퍼스널 컴퓨터

 

또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자 한다면 연결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표현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말을 얼마나 아느냐보다 말에 관한 선입견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느냐, 얼마나 파격적인 말을 선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1)연상법: 연상을 연결해 새로운 인식을 만든다
예측 밖의 변환을 찾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연상의 폭을 한없이 넓히는 것이다. '마인드맵'이라고도 불리며 방식이 다양하지만, 심플하게 연상을 널리 넓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2)우연법: 말과의 우연한 만남을 활용한다
처음부터 통상적인 연상의 범위를 뛰어넘어 '바깥에 있는 말'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우연 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잡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다른 업계의 말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의미의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잡지가 아닌 책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펼친 면에 나온 표현을 이용해 컨셉이나 카피를 써넣는 방식이다. 저자는 서점이나 도서관을 둘러보기를 추천했다. 돌아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말들을 차례차례 사용해 컨셉을 만들면 생각지 못한 단어가 탄생한다.

 

방식이 어떻든 말과의 '우연한 만남'을 강제로 일으키는 것이 포인트다.

 

3)유의어법: 단어를 치환하여 최적의 답을 찾는다
유의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사람에게 아주 든든한 도구가 있는데, 바로 유의어 사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 문장 만들기 10가지 패턴

 

▷컨셉 구문 1) 혁신 화법
큰 변화가 따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는 혁신 화법을 먼저 시도해 보자. 혁신 화법이란 'A에서 B로' 또는 'A를 B로 하다'라는 형식으로, 변화의 전후를 설명하는 구문이다.

 

현재 상태나 대상을 나타내는 A와 이상을 나타내는 B를 언어화하고 'A에서 B로', 'A를 B로' 구문에 적용하여 표현해 보자.

 

▷컨셉 구문 2) 비교 강조법
비교 강조법이란 부정하는 것과 긍정하는 것을 동시에 전달하여 제안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방법이다. 'A보다 B나' 'A가 아니라 B' 같은 구문으로 표현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머릿속 우선순위를 뒤바꾸거나 지금까지 믿었던 상식을 비상식으로 만드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ex)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여명기에 '우리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아티스트다'라고 거듭 말했다.

 

▷컨셉 구문 3) 불 해소법


불만, 불안, 불쾌, 부자유 등과 같은 '불'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적어보자. 특히 고객이 어려움을 겪는 '불'을 발견하고 그것이 사라진 세계를 묘사하면 강력한 컨셉이 된다.

 

'불'은 페인 포인트라 불리기도 하는데 페인이란 돈을 지불해서라도 없애고 싶은 생활 속의 고통을 가리킨다.

 

ex)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 날개 없는 선풍기,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 등

 

불 해소법은 아이디어가 지닌 고객 가치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컨셉 구문 4) 은유법
은유법이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상에 '비유'하여 새로 만들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만들고자 하는 것의 이미지를 다른 대상에 비유해 보자. 전혀 다른 세계의 은유일수록 한층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것이다.

 

▷컨셉 구문 5) 반전법
반전법이란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뒤집어 새로운 상식을 제안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조차 반전시켜 이면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에 빛을 비추는 것이다.

 

예1) 커보이게-작아보이게
와코루는 작아 보이는 브라를 발매했다.

 

예2) 필요한 사람의 안경-필요하지 않은 사람의 안경
진즈는 눈이 좋은 사람을 위한 안경을 개발했다.

 

예3) 낡을수록 싸다-오래될수록 비싸다
빈티지 맨션은 부동산의 상식을 뒤엎고 '오래될수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일으켰다.

 

▷컨셉 구문 6) 모순법
'작은 거인'이나 '시끄러운 침묵'처럼 모순되는 2가지 개념을 연결하는 것이 모순법이다.

 

예1)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명탐정 코난>

 

예2) '설마도 곧 상식이 되는 '무인양품'

 

▷컨셉 구문 7) 민주화
특별한 사람만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을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것. 문턱 낮추기라고도 하는 민주화는 특히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에서 하나의 성공 패턴이 된 컨셉을 만드는 방법이다.

 

민주화, 즉 문턱 낮추기를 내건 기업들은 대부분 처음으로 틈새를 겨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긱이라 불리던 컴퓨터 사용자를, 나이키는 달리기가 몇몇 사람들의 취미이던 시절의 러너들을, 포드는 여명기의 자동차 운전자들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시장 확대 전략과 민주화 컨셉의 화법은 궁합이 매우 잘 맞아서 광고를 중심으로 한 매스 마케팅이나 세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컨셉 구문 8) 개인화
민주화와 짝을 이루는 것이 개인화라는 사고방식이다. 데이터와 AI의 결합이 온갖 분야에서 지금껏 불가능했던 개인화를 실천해 주고 있으므로 이러한 흐름을 결코 멈출 수 없을 듯하다.

 

ex) 넷플릭스는 한 사람당 하나의 방송국을 제공해 준다.

 

▷컨셉 구문 9) 슬라이드 법(옮기기)
슬라이드 법은 정확히 말하면 구문이라기보다는 발상법이다. 슬라이드 법에서는 먼저 기본 조합을 설정한 다음, 구성 요소를 조금씩 바꿔가면 표현한다.

 

장소를 바꾸어 변화를 일으키거나, 시간을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 마지막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 등을 말한다.

 

▷컨셉 구문 10) 기호화
전하고 싶은 의미를 '수치'나 '도형'이나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 기호화다. 문장이 아니라 뜻을 전달하는 최소 단위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ex) 게토레이 ON <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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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컨셉 써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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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ㆍ서비스 컨셉 개발
컨셉시트 속 스케치는 팀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미지를 공유하기 위한 그림으로, 상세한 내용보다는 '사용자의 이상적인 체험'을 담아야 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개발

 

<'시제품' 작성시>
일반적인 시장 조사 방법 가운데 고객에게 컨셉을 읽게 한 뒤 반응을 살피는 방식이 있는데, 개발 전이나 개발 중일 때 주로 활용한다.

 

<마케팅 컨셉 작성시 주의사항>
1) 고객(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쓴다.
2) 멋진 카피를 지나치게 고집하지 않는다
3) 200~300자 정도로 다듬는다

 


■가치: 조직을 통솔하는 행동 원칙
가치란 조직에서 공유해야 할 가치관과 행동 원칙을 뜻한다. 그러므로 가치는 '짧고 인상적인 몇 가지 문구'가 가장 적절한 형식이다. 여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치가 필요하다.

 

3가지 가치로 행동 원칙을 표현해 보면, 첫째 각자 '잘하는 부분을 더욱 개발한다' 둘째, '서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셋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를 위해' 싸운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가치의 조건>
가치가 되는 말에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 1. 간단하게
조건 2. 명확하게
조건 3. 기억하기 쉽게

 


<가치를 만드는 3단계>
일반적으로 발굴, 선정, 언어화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내용이 너무 많아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까 최대 8개 정도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언어화' 단계에서는 간단하고, 명확하며, 기억하기 쉽게 한다는 3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며 말을 완성하면 된다.

 

<MVV와 MVC 알맞게 쓰기>
▷MVC: 미션, 비전, 컨셉
▷MVV: 미션, 비전, 가치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같으나 무언가를 만들 때는 컨셉에 녹여낼 MVC를(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물음), 조직의 행동을 통솔하거나 바꾸고 싶을 때는 가치로 연결하는 MVV를(행동원칙이나 행동 지침)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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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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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컨셉 만드는 실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법이 있을까요?
A. 디컨스트럭션(현실을 개념으로 해체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훈련해 보자. 컨셉 만들기는 언어를 조립하는 기술과 같다. 조립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먼저 해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듯 기획의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디컨스트럭션'이라고 부른다.

 

어떤 인사이트를 포착했는가, 어떤 경쟁 상대의 약점을 간파했는가, 왜 그 기업이 아니면 안되었는가, 어떤 비전이 보이는가, 피라미드 모델을 참고해서 6가지 부분(고객 인사이트, 경쟁자, 기업, 컨셉, 미션, 비전)으로 분해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이들을 조합해 스토리로 만든다. 마치 자신이 그 상품의 담당자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Q. 말수집하는 방법
A. 컨셉 만들기에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평소에 다양한 말을 모아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감탄이 나오는 소설 속 표현, 인상적인 이름, 잡지 표지에서 눈길을 끄는 타이틀, 이렇게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무심코 손가락이나 눈을 잡아끄는 말에는 무언가 있다.

 

그렇게 하나둘 모아둔 말은 당신의 자산이 될 것이다. 다만 모아놓은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이 어떠한 '느낌'을 불러왔는지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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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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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의미와 가치를 담은 컨셉을 통해 비즈니스는 물론,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 있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사회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말일수록 의외로 제대로 알지 못하고 깊이 파고들수록 함정 같은 구석이 있는데,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기본 지식 없이도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독자가 맨땅에 헤딩하지 않도록 컨셉을 만드는 데 용이한 '틀'을 비롯해 각 장마다 배치된 <실전편>을 배치함으로써 각 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완벽하진 않아도, 대체적으로 '컨셉'을 만드는 것에 있어 대략적인 개념을 탑재하고, 필요한 부분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내 안에 있는 비법소스'가 추가되어야 완벽해지겠지만, 적어도 그 외에 컨셉을 구성할 수 있는 일종의 틀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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