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플루엔자
존 더 그라프 외 지음, 박웅희 옮김 / 한숲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전에 그저 그런 유행서적 중의 하나인줄 알았습니다. 거무튀튀한 표지디자인과 무슨 뜻인지 생소한 ' 어플루엔자'라는 책 제목부터 말입니다. 아주 힘겹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은.. 이게 웬걸 소설책 읽는것 처럼 아주 술술 넘어갑디다. 왜 그러냐구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바로 우리가 느끼고, 우리가 절망하고 우리가 고통받는 상황을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록, 책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모습이 아름답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제목만 보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플루엔자'는 일종의 '소비중독증'이라고 보면 됩니다. 서구의 자본주의 방식이 그것에 유일하게 대항하던 사회주의가 무너져 버린 후 득세한 이 시대에 최대한의 '물질적 소비'를 추구하는 것은 전혀 부끄럽지 않은 합리적인 인간의 선택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는 신용카드 남용으로 인한 개인적인 파산이 늘어나고있고, 환경문제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으며,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 그 와중에 점점 잔인한 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가 '추억'이라고 일컬어지는 자그마한 것들(상점과 주위의 자연들을 포함하여)이 급속하게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는 것을 유일한 즐거움이나 스트레스의 해소방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데, 우리는 점점 더 공허해지고 점점더 불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더 많은 것을 얻기위해 나의 모든것들을 쏟아부으면서 까지 일을 했는데 그리고 그 돈을 가지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광고에서 약속된 물건들을 죄다 모았는데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도 있지 않고 불행지수만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증세에 대해서 '어플루엔자(소비중독증)'라는 질병에 감염된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이렇게 진단만 내려주었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었겠지만 추가적인 대책까지 세워줌으로해서 이 책은 더구 빛납니다. 비록, 그 내용이 IMF이후 서구(정확히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미명하에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체제로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황당무개하며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지만 마땅히 귀기울여 들어봄직 한 것들입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우리들의 삶에서 더욱 풍성함을 얻기 위해 책에서는 '덜 일하고 덜 받기'라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경제성장율의 지표인 GDP(국내 총생산)을 버리고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진정진보지수, 시장가치로 나타내는 경제활동 외에 가사노동 및 범좌,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의 요소비용과 편익을 포괄하는 개념)를 도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업개혁과 조세제도 개혁, 경제성장 인식에 대한 전환 등을 제시합니다.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러한 행동을 실제로 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이책의 저자들이 내세운 솔직함이었습니다.
'그렇게(이 책에서 주장한 대로 일을 덜하고,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이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면)되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일부 경제학자들이 말하듯이 붕괴하는 건 아닐까?정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주요 산업국가중에 그런 여행을 시작한 나라는 아직 한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갈 만한 길일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는 많다' (P375)이들은 그길이 경제적 효율로 측정하여 가야할 길이라고 말한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어디로 가게 될지 정확히 모른다고 합니다. 영화속 대사외에는 너무나 오랫만에 들어보는 '갈 만한 길일것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에 그리로 가자는 것입니다.우리나라에서부터 시작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좀더 적게 쓰고 조금 더 불편한 삶을 추구하는 방식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