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탓이다. 

내 탓이 아니다. 

어제 오후에 사람 만나기 전, 사람 만나, 만난 후 나 혼자 연거푸 석 잔을 마셔댈 때 이런 새벽이 예상됐었다. 

 

조용히 책 읽고 글 쓰는 환경이 좀 주어졌으면 좋겠다. 

아이가 5일간 입원하고, 

월 초라 또 계약을 쪼고, 

주제 넘게 괜히 교회에서 일을 벌여가지고선 쩔쩔매고, 

잡생각은 끝이 없고... 

 

이게 나다. 

나는 다중복합인격체다. 

교회에서, 집에서, 사무실에서, 그리고 혼자일 때 나는 제각각이다. 

나름 성실한 집사, 평균 좀 못 미치는 가장, 3류 보험설계사, 그리고 철부지.

 

처음 커피를 마실 땐 냉동동결건조포장된 알갱이 커피와 소위 프리마라 불린 크림가루와 하얀 설탕이 커피의  필수 3요소인 줄 알았다. 

근데 요즘은 에소프레소 원액만 마시기도 하지만 

거기에다 온갖 걸 섞어 마시기도 한다. 

나는 인간이다.  

신도, 동물도 아니다.  

그것도 커피처럼 온갖 것이 섞인 복잡한 인간이다. 

 

나는 아무래도 설탕이 너무 섞인 싸구려 다방커피같다.  

싸구려 커피. 

거 요즘 인기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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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디터다!
김병익 외 지음 / 새물결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무슨 책을 이따위로 만들었어? 

기라성 같은 대한민국의 대표 편집자 21명의 글을 엮었건만 어쩜 이렇게 묶었을까? 

표지 디자인이 이게 뭐야! 

편집자에게 젤루 중요한 게 문장력과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라며... 

근데, 이건 무신 디자인? 

또," I'm a book editor"란 영어 카피는 대체 뭐야? 

암튼 미스테리야. 

이 책의 기획은 인정한다. 

근데 출판은 이게 뭐냐고요? 

 

글을 지어준 스물 한 사람은 엮인 책을 보고 뭐라 했을까? 

책 편집하며 20년씩 살아온 저자들이 이 책을 받아 들고 표지를 보자마자 지은 인상을 출판사사장님이 보셨을까? 

근데도 책이 세상에 나오는 거 보면 신기하다. 

대체 이 책은 왜 세상에 나왔을까? 

 

사랑 때문이리라. 

후배 편집자에 대한 선배 편집인의 사랑,

선배 편집인에 대한 후배 편집자의 존경, 

편집 자체에 대한 열정 등이 이 책을 낳게 했으리라.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 않았으리라. 

세상에 나왔을 때 손, 발가락 10개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으리라. 

 

그렇구나! 

대한민국 대표 편집인들은 자신이 지은 글이 이렇게 엮여도 출판을 기뻐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런 그들만이 책을 낳을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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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앗에서 정말 싹이 나고 꽃이 필까? 

열매를 맺고 씨를 퍼뜨려 개체를 번식시킬 수 있을까? 

 

서재를 꾸민지 3주 됐다. 

기질적 조급성이 슬슬 나타난다. 

시간이 부족하고, 내 수준에 답답하다. 

가난한 첫 마음은 벌써 어디 갔는가? 

한 단어, 한 문장만이라도 써 보겠다든 순수는 벌써 엿장수 리어카에 던졌는가? 

 

참! 

재밌고 의미있는 질문 몇 가지 드려 볼까요? 

1. 마케팅을 우리 말로 뭐라 표현하세요? 

2. 콘텐츠를 우리 말로 어떻게 표현하세요? 

3. 인문학이 뭐죠? 

4. 철학은 또 뭐죠? 

5. 철학을 '지혜의 지식(science of wisdom)'이라고 한 걸 봤어요. 그럼, 지혜는 뭐라고 할 수 있죠? 

gnivil fo 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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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칠아비 2010-04-2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나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오래간만에 백지 답안지 제출하고 갑니다. ㅠㅠ

Bookee 2010-04-28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출제자에게 반항? 다른 의도는 없구요... 그저 다른 사람들은 이런 물음에 어떤 나름의 답을 갖고 살고 있나 해서요...
 

[장면 1 ]

출근길 서울역에서 미화원 아주머니께서 무가지 수집하시는 아저씨를 야단치는 걸 봤다. 

쇠 부집게로 스테인레스 울타리를 탕탕 치며 뭐라뭐라 했다. 

지나가는 많은 지하철 이용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의 목적인 고객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장면 2 ] 

마감을 앞둔 보험사 영업지점은 월실적에 신경이 날카로울대로 날카롭다. 

매니저들이 설계사들을 들들 볶는다(내가 속한 회사와 지점은 상대적으로 아주 신사적이다). 

만약, 이러한 현장에 고객이 동석하고 있다면 어떨까? 

자신과 보험계약을 하고, 자신의 계약을 관리해 줄 설계사가 실적 때문에 매니저들로부터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 장면을 보는 고객의 마음은 어떨까? 

장면 1 의 지하철이용자처럼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왜 조직의 일꾼들은 그 너머에 있는 고객은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자신의 급여가 조직으로부터 주어진다는 근시안 때문일까? 

사실 그건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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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칠아비 2010-04-2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두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세상이지요.
우선 살아 남아야 다음을 생각이나 해 볼 수나 있으니 말입니다.


Bookee 2010-04-28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에 발을 딛고 산다는 것은 그처럼 엄혹한 일이건만 나는 너무 함부로 삶을 지껄이며 살고 있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드러내놓고 하나님을 언급하는데 놀랐다. 

일반서적으로 분류되는 책 아닌가. 

나는 교회 다니면서도 왜 이렇게 민감할까? 

기독교가 개독교로 욕먹는 사회에서 또, 더 욕 먹을까봐 두려운 것이다. 

 

욕먹을 책은 아니다. 

저자 또한 그럴 사람이 아니다. 

평생 실존에 정직하게 반응해온 작가다왔다. 

이 분의 반만큼이라도 살아야 할텐데. 

일반 사회 독서모임에서는 읽고 나누기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교회내 북클럽에서는 한 번 같이 읽고 나누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한 책이다. 

글 또한 프로의 글 다와 맛있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글, 여행, 신앙, 관계에 있어 한동안 모델로 삼아 좇아야 할 분이다.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 전에 조용히 벤치마킹해야겠다. 

산티아고까지는 너무 멀고 올레길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일정 중에 이런 책으로 독서토론회를 해도 기가 막힐 것 같다. 

꼭 함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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