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 1집 보편적인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루오바뮤직(Luova Mus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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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변에서 하도 떠들어댔지만 나만큼은 휩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꼬인 심보 때문에 뒤늦게 만나게 된 밴드. 얕은 감수성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가리려는 것만큼 싫은 것은 없다면서 지레 색안경을 쓰게 된 셈인데...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이 음반을 구입하기도 했다. 와, 그런데... 이토록 빈곤하고 어두운 시절에 이렇게 환한 음악을 만나게 되다니.  

첫 곡 <춤>의 수줍은 포크댄스를 추는 장면부터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운동장에서 홀로 해드폰을 끼고 막춤을 추는 한 여자아이의 장면, <봄이 오면>에서 얼핏 코끝에 스치는 80년대 강변가요제의 냄새 같은 것들... 내 어린 시절 80년대의 풍경을 눈앞으로 아련히 스쳐 지나보내다니, 노래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센 것이구나, 기분이 막 좋아지면서도 가슴속 어딘가가 스멀스멀 아파진다.  

이러니 누가 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이들을 무시하고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젠가는 이들의 노래가 귀를 파고들고 마음을 뒤흔들어놓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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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 더 머니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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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는 미국에서 출간됐다 하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몇 달간 머무는 인기 시리즈다. 1994년에 시작되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리즈의 명맥이 이어져오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명불허전이라고,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 명성을. 그리고 봄이 오는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1권을 읽었는데, 내내 어떤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고등학교 때 읽던 로맨스 소설과 최근 재미를 붙여 시즌 3까지 한달음에 보던 미드 <위즈WEEDS>가 떠오른 것이다. 곤란한 지경에 이른 미녀(!) 여주, 그러나 의지 하나는 또 끝내주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와 엮이는 남자들과의 러브러브라인, 거기에 미스터리가 결합한 스토오리. 좌충우돌 난리법석도 이런 난리법석이 없지만, 모두가 그녀에게 호의적이다! (쵯) 그리고 이어지는 액션, 액션, 액션. 그러나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하진 마시길. 아드레날린이 신경을 간질이는 수준이랄까. 이건 어디까지나 킬링타임용 미드라니까. 그러나 오락적 기능은 아주 충실하다. 말 그대로 '페이지 터너'. 일요일 오후를 즐겁게 해주는 귀여운 소설이란 말이다.

여기부터는 불만. 작가의 입담이 아주 끝내줄 것 같다는 '짐작을 하게 되는' 번역이 영 불만이었다. 좀더 펑키하고, 좀더 와일드했어야 했다. 게다가 실소를 자아내는 오류들. 예컨대 콘 프로스트의 캐릭터 토니는 사자가 아니라 호랑이다. 그리고 '음란패설'이 아니라 '음담패설'이며, plain blue eyes는 '납작한 푸른 눈동자'가 아니다. 책이 재밌어서 참았다. 

 

+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번역은 2권으로 끝난 것인가? 많이 아쉽다. 디자인을 이래저래 신경 썼으면 훨씬 성적도 좋았을 테고, 그러면 판매가 좋아서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어 나올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저런 의욕이 없어 보이는 표지에서 이 소설이 가진 에너지를 느끼기 쉽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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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Hanson - Madam Owl (Digipak)
제프 핸슨 (Jeff Hanson) 노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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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시디를 들으면서 제목을 보지 않고, 시디를 사서 부클릿부터 꺼내보지 않는다. 한때는 활자중독이라 할 만큼 뭐든 닥치는 대로 읽고 섭렵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읽지 않고 머리를 굴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선은, 시디를 컴퍼넌트에 넣기부터 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디가 도착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후에. 대부분은 그렇다. 

Jeff Hanson의 앨범을 산 것은 N모 사이트 해외음악 칼럼란을 맡은 필자 중 내가 가장 흠모해 마지 않는 평론가께서 이 앨범을 2008년의 베스트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이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역시나 부클릿을 읽지 않은 상태로 감상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자 엘리엇 스미스?'였다. Your only son에서 그런 혐의를 짙게 느꼈던 것 같다. 음악적으로 설명할 근거 따위는 내게 있을 리 만무하지만, 어떤 직감(!)이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앨범을 산 지 거의 3주가 다 되어가는 오늘 혹 부클릿을 그분께서 쓰셨을까 싶어서 펼쳐보았는데, 놀라운 사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음. Jeff Hanson은 남자였다. 이름만 봐도 남자이지 않냐고, 바보가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나는 Jeff Hanson이라는 이름의 밴드가 있고 보컬은 여자라는 식으로 내멋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엘리엇 스미스와 같은 레이블 '킬 록 스타스' 소속이라고 하고, 역시나 엘리엇 스미스는 그를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는 아티스트라고 한다. 음. 둘이 같은 레이블 소속이며 비틀스의 열혈 팬이라는 것은 나처럼 그들의 음악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소박한 팬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정보임에도, 참으로 그 둘은 닮은 구석이 있다. 나의 직감에 의하면 말이다. 

부클릿을 쓰신 분 역시 Jeff Hanson이 남자라는 사실에 놀란 듯하다. 아니, 거꾸로 남자에게 이런 미성이 나올 수 있나는 것에 놀라신 것이겠지. 나처럼 그가 여자라는 착각은 아무나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소한 반전 따위는 집어치우고, 이 앨범은 그리고 Jeff Hanson은 작은 발견이다. 어둠과 아픔을 밝음과 기쁨으로 치유할 수도 있지만, 역시 내겐 잠시 쭈그려 누울 수 있는 어둠과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아픔이 더 큰 위안이 된다. 이 앨범은 그런 어둠 속에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부엉이의 눈, 지혜와 사려가 담긴 노란 두 눈이다.  

 덧. 부클릿의 글이 매우 재미있다! 유머를 아시는 분이 쓰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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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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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에 쉬엄쉬엄 이 책을 읽었다. 제3세계 이야기는 잘 몰라 섣불리 읽었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소설의 화려한 이력에도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마침 누가 선물로 주었다.  

여인 수난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가 좋은 소재인가보다. 게다가 이런 고생담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기구한 역사와 맞물려 그 이야기의 곡절은 더욱 깊어만 가고 의미를 더해간다... 

읽으면서 할레이드 호세이니라는 작가의 솜씨에 놀랐다. 어렵지 않은 문장과 단어로(번역된 소설을 읽었으나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전제하에서) 묵묵히 길고도 질박한 이야기를 빚어나가는 뚝심. 아주 예상하지 못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몇 번의 예외로 놀라움을 안겨주는 반전, 그리고 착실히 이어온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려주는 섬세함. 마리암이 사형을 당할 때는 그닥 마음이 움직이진 않았으나 라일라가 마리암이 살던 오두막에 가 어린 시절의 마리암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무런 죄도 없는 마리암은,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평생을 고통만 받다 세상을 떠났구나... 라일라와 그 딸은 나중에라도 행복을 찾지만 마리암은 말이 좋아 라일라의 가슴속에 남았다뿐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그게 참 억울하게 사무쳐서 울었다... 

명성만큼 훌륭한 소설이었다. 아프간의 역사와 사정을 정확하게 몰라서 소설의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국가와 민족 그리고 전쟁이라는 현실 아래 짓밟히는 개인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아름다운 고발임은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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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7집
이소라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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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달>을 작년에 샀다. 이소라의 앨범은 그리고 산 적이 없다. 내게 오랫동안 이소라는 '낯선 사람들'의 이소라였기 때문이다. 김현철이 작곡한 발라드보다는 고찬용이 작곡한 재즈곡을 부르는 이소라가 좋았다. <왜 늘>을 부르던 무대 위의 그녀는 내게 살아 있는 불꽃이었다. 저렇게 노래를 부르다가 타버릴 수도 있겠구나, 어린 나이에도 전율하며 지켜보던 기억이 난다. 

<바람이 분다>가 문득 생각나서 <눈썹달>을 사서 듣고는 앨번 전반에 흐르는 처절함에 놀랐다. 사랑이 끝난 후에 발표한 앨범이라는 소문 때문이었을까. 그 절절함이 진심이라는 걸 느꼈지만 그만큼 또 그 아픔이 생생해서 듣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좀 다르다. 

이 앨범은 자신을 불사르며 <왜 늘>을 부르는 이소라도, 한 곡 한 곡 처절했던 <눈썹달>의 상처투성이 이소라도 아닌 평온한 마음의 이소라의 앨범 같다. 어떤 커다란 굴곡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글쎄... 한 번에 귀에 꽂히는 노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곡 한 곡 차분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전에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썩 어울린다 싶진 않은 뮤지션들(김민규, 정순용, 이한철 등등)의 참여 때문인지 농도 짙은 고독을 친친 감고 있던 이전보다는 숨통이 트인 느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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