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 Hanson - Madam Owl (Digipak)
제프 핸슨 (Jeff Hanson) 노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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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시디를 들으면서 제목을 보지 않고, 시디를 사서 부클릿부터 꺼내보지 않는다. 한때는 활자중독이라 할 만큼 뭐든 닥치는 대로 읽고 섭렵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읽지 않고 머리를 굴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선은, 시디를 컴퍼넌트에 넣기부터 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디가 도착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후에. 대부분은 그렇다. 

Jeff Hanson의 앨범을 산 것은 N모 사이트 해외음악 칼럼란을 맡은 필자 중 내가 가장 흠모해 마지 않는 평론가께서 이 앨범을 2008년의 베스트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이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역시나 부클릿을 읽지 않은 상태로 감상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자 엘리엇 스미스?'였다. Your only son에서 그런 혐의를 짙게 느꼈던 것 같다. 음악적으로 설명할 근거 따위는 내게 있을 리 만무하지만, 어떤 직감(!)이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앨범을 산 지 거의 3주가 다 되어가는 오늘 혹 부클릿을 그분께서 쓰셨을까 싶어서 펼쳐보았는데, 놀라운 사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음. Jeff Hanson은 남자였다. 이름만 봐도 남자이지 않냐고, 바보가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나는 Jeff Hanson이라는 이름의 밴드가 있고 보컬은 여자라는 식으로 내멋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엘리엇 스미스와 같은 레이블 '킬 록 스타스' 소속이라고 하고, 역시나 엘리엇 스미스는 그를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는 아티스트라고 한다. 음. 둘이 같은 레이블 소속이며 비틀스의 열혈 팬이라는 것은 나처럼 그들의 음악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소박한 팬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정보임에도, 참으로 그 둘은 닮은 구석이 있다. 나의 직감에 의하면 말이다. 

부클릿을 쓰신 분 역시 Jeff Hanson이 남자라는 사실에 놀란 듯하다. 아니, 거꾸로 남자에게 이런 미성이 나올 수 있나는 것에 놀라신 것이겠지. 나처럼 그가 여자라는 착각은 아무나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소한 반전 따위는 집어치우고, 이 앨범은 그리고 Jeff Hanson은 작은 발견이다. 어둠과 아픔을 밝음과 기쁨으로 치유할 수도 있지만, 역시 내겐 잠시 쭈그려 누울 수 있는 어둠과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아픔이 더 큰 위안이 된다. 이 앨범은 그런 어둠 속에서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부엉이의 눈, 지혜와 사려가 담긴 노란 두 눈이다.  

 덧. 부클릿의 글이 매우 재미있다! 유머를 아시는 분이 쓰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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