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팟캐스트에서 <독서만담>의 일부를 낭독했다. 관련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유사하고 역시 지질한 경험 하나 고백합니다. 10여 년 전 그리스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동료가 부탁을 해왔습니다. 이 동료는 당시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책 수집가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움베르트 에코 마니아였는데 전 세계 각종 언어로 번역된 [장미의 이름]을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어판을 사다 달라는 부탁이었죠. 여러 모로 바쁜 와중에 이 부탁이 생각나 구입은 했는데 책이 굉장히 예쁘고 멋지게 장정돼 있는 겁니다. 다시 서점에 들를 여유는 없어 더 살 수도 없었고 결국 한국에 돌아와 책을 못 샀다고 거짓말하고는 그 책을 제가 가졌습니다. 이렇게나마 고백하니 죄책감이 조금 덜어질까요. 풍문으로 다행히 그리스어 판을 구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책장 한 구석에 그 책이 꽂혀 있습니다. 거의 꺼내 본 일이 없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063835&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사람은 많다. 자신만의 아이템을 정하고 집중하는 수집은 더 재미날 것 같다. 전 세계의 언어로 쓰여진 <장미의 이름>을 수집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수집의 즐거움>을 집필하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너무 좋아해서 다양한 버전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분을 만났다.

서울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책에 관한 책을 주로 집필하는 윤성근 선생이다. 나의 경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집하는 유형인데 도끼형님(도스토예프스키>에 반해서 그 양반의 전집을 수집했다. 열린책은 총 3가지 버전의 도끼 형님 전집을 차례로 발간했는데 하늘색 버전, 빨갱이 버전, 마지막으로 수집가용 한정판의 순이다.
이 모두를 소장하고 있는 이는 드물지 않을까? <숨어사는 외톨박이>를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매집’을 하기도 했다. 물론 1970년대에 나온 초판과 1990년대에 출간된 재판을 모두 소장한다.

현대 희귀본 수집가의 1세대이자 나의 정신적 지주인 조희봉 선생은 <전작주의자의 꿈>을 통해서 한 작가의 저서를 모조리 읽고 소장하는 ‘전작주의’개념을 설파하셨다. 조희봉 선생은 수백권에 달하는 이윤기 선생의 저작물을 모두 소장한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