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 센스 - 고양이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존 브래드쇼 지음, 한유선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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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게더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에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목록 10개중의 하나로 '고양이는 싫은 존재'를 꼽았다. 그러나 피터 게더스는 '노튼 3부작'으로 불리는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거둔 고양이 에세이 작가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고양이를 극도로 협오하다가 고양이와 인생을 함께 하게 되고 '노튼 3부작'을 펴내 그 누구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피터 게더스의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고양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극과 극의 다양한 이미지를 잘 반영해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나또한 고양이를 매우 싫어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고양이를 싫어하게 된 계기가 된 듯 한데 우연히 우리집에 잠시 머문 새끼 고양이로부터 할퀸 기억이 나의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를 대표하고 말았다. 나처럼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사실 고양이는 가장 보편적인 애완동물인 개보다 그 수가 무려 3배나 많으며, 영국가정의 4분의 1, 미국가정의 3분의 1이상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몇일전 우연히 산중턱에 자리잡은 절간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유심히 구경하게 되었다. 어미가 무려 7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는데 산기슭아래에서 어미와 함께 노는 7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껏 왜 저렇게 귀여운 짐승을 그렇게 싫어했을까하는 의문마저 생길정도였다. 어미고양이는 품안에 들어오는 새끼 고양이를 번갈아 가며 혀로 정성스럽게 캐어하고, 나머지 새끼 고양이들은 이리 저리 어미 주변을 뛰놀며 뒹굴기도 하고 온갖 장난을 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더란 것이다.


30년이상의 고양이와 개의 과학적인 관찰과 실험이 동반이 된 연구의 결과로 <캣 센스>를 쓴 '존 브래드쇼'는 고양이의 역사적, 과학적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고양이에 관한 온갖 행동에 대한 백과사전식의 지식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반려동물로서 인기가 높은 고양이의 위상에 걸맞게 굳이 <노튼 3부작>을 말하지 않더라도 국내만 해도 고양이 에세이 전문 작가가 존재할 정도로 저술의 대상으로도 빈번히 오른다.


물론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를 위한 고양이 키우기 '매뉴얼'류의 책은 부지기수다. 이런 방대한 '고양이 저서'에 비해서 '캣 센스'가 차지할 만한 지분은 고양이의 근원적인 뿌리와 원리를 다른 책이라는 차별성이다. 즉 감성적으로 고양이를 다룬 사진집이라든가, 고양이와의 재미난 추억을 일상적으로 그린 책도 아니며 고양이를 단순히 인간에게 귀속되는 엔트테이너의 역할로만 취급하는 '매뉴얼'도 아닌 고양이의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왜 고양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고양이의 기본 습성이 어떠한지,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으로서 꼭 알아야 할 과학적 사실을 알려주는 <캣 센스>는  그 자체로 매우 특별한 존재가치를 가진다.


<캣 센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고양이에 관한 새로운 사실 몇가지를 들어보자.



고양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사냥'한다.

고양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 즉 기원전 4000년경부터 반려동물이었지만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본능이 남아 있다. 고양이의 숨겨진 야생 본능을 가장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은 바로 사람들이 '고양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귀여운 행동'인데 저자의 실험에 의하면 고양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고 진지한 목적 즉 사냥을 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장난감을 진짜 동물로 생각하고 있어서, 당연히 털이나 깃털이 있고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생쥐 크기의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변덕이 심해서 자주 장난감에 싫증을 내는 것이 아니고, 그 장난감이 '사냥감'스럽지 않아서 그렇다는 결론을 생각해 낼 수 있다.


고양이의 후각은 개만큼 뛰어나다.

흔히 우리는 후각이 잘 발달된 사람을 '개코'라고 표현할 만큼 개가 후각의 천재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고양이도 개에 못지 않은 후각을 자랑한다. 믿지 못하겠지만 고양이는 수백 개의 후각 수용기를 가지고 있고 수십억 개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고 추측이 된다. 고양이의 후각기관은 너무 잘 발달되어서 녀석들이 일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냄새보다 훨씬 더 많은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양이는 편식을 하지 않는다.

많은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료'가 가장 건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고양이는 사실 자신의 컨디션과 건강에 가장 적합한 먹이감을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물며 길고양이들도 쓰레기 더미에서 마구잡이로 아무거나 먹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한다. 고양이의 집사들은 고양이들이 그때그때 잘 먹는 음식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정책이라고 본다.


고양이가 '위로' 오줌을 누는 이유

일반적으로 암고양이는 짝짓기 상대를 고를 때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따라서 수고양이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훌륭하게 광고할 필요가 있고 그 방편으로 오줌 누는 방식을 동원하는데 가급적 자신의 오줌 지린내를 더 많은 암고양이들이 맡을 수 있도록 몸을 높여서 눈에 잘 뛰는 물체를 향해 오줌을 분사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고양이

먹이와 보금자리만 제공해주면 주인을 웬만해서는 떠나지 않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물리적인 환경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한 고양이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두 번째 주인에 불과한 경우가 드물지 않고, 아예 영원히 집을 나가기도 하는 것이 고양이다. 


고양이가 가르릉 거리는 이유

고양이는 많은 경우 "제 곁에 있어주세요"라는 의도로 가르랑 거린다. 특히 새끼 고양이는 어미한테 젖을 더 빨 수 있게 곁에 있더달라고 가르랑 그린다. 즉 고양이의 가르릉 거리는 소리는 '요구'의 의미라는 뜻이다.


다만 이 책의 감각적인 제목과는 달리 고양이의 뇌. 마음. 사생활을 과학적으로 밝힌 책이라 적지 않은 집중력이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쉽게 페이지가 넘길 수 없는 약간의 힘겨움만 극복한다면 고양이에 관한 대부분의 궁금증이 해소될 것이고 과학이 밝혀낸 해답 중 '최고의 해답'이라는 열매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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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에 귀찮아도 관련 지식을 먼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십 년 전에 반려견을 키운 적이 있었습니다. 길거리에 혼자 떠도는 강아지를 갑자기 집으로 데려와서 키우다보니 반려견을 키우는 상식에 전무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반려동물 상식을 정리한 책이나 정보를 알 수 있는 인터넷 카페 같은 것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려견의 상태를 제대로 모르고 키우게 되니까 건강 상태도 나빠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반려동물을 키우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과감하게 포기합니다.

박균호 2015-07-0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키워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