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우연히 디씨인사이드 독서갤러리에 놀러 갔다가 한 흥미로운 게시물을 발견했다. 흔히 디씨인사이드라고 하면 인터넷의 온갖 찌질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갤러리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독서갤러리는 내가 아는 한 독서와 고전을 사랑하는 커뮤니티 중의 하나다.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신간 정보를 신문이 아닌 독서갤러리에서 얻는다. 역설적으로 디씨인사이드는 극단적 선택과 연관된 갤러리가 있어서 직장인 학교에서는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다.
어쨌든 독갤(독서갤러리)에서 헌책을 좋아하는 독봉이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에 내 책 <오래된 새 책>을 그중 하나로 꼽은 글을 발견한 것이다. <오래된 새 책>은 2011년에 나온 내 첫 책이다. 모든 작가는 “첫” 출간 경험은 감회가 남다른데 나도 마찬가지다. 이 책 덕분에 지금까지 책을 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2000년 초반 나는 열성적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였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 당시 콜럼버스는 위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썼는데 그 기사를 출판사 사장님이 눈여겨보신 모양이다. 마침, 위인의 어두운 뒷면을 말하는 책을 기획 중이었다는 것. 그래서 출판사에 들러 계약하기로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누군가의 뒷담화를 책으로 남기기가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헌책과 희귀본 수집을 좋아하니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고 제안해서 <오래된 새 책>이 나온 것이다.
참 재미나게 쓰긴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글솜씨가 신통찮았고, 퇴고도 거의 하지 않은 부족한 책이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중앙일간지에서 기사를 냈고 특히 동아일보는 문화면 1면 탑으로 실어주었다. 한 신문사는 기자, 인터뷰어, 촬영기사 세 명이 내가 사는 곳에 내려와 취재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만 해도 책만 내면 당연히 신문 기사는 나오는 줄 알았다.
사실 <오래된 새 책>은 겨우 중쇄만 찍은 많이 팔린 책이 아니다. 초판도 1천 부 찍었더랬다. 그리고 나온 지 14년이 지났다. 요즘 내 책이 나오고 한 2주 지나고 반응이 신통찮으면 ‘이번에도 틀렸어’라고 포기하게 되는데 아직도 이 책이 언급되고 기억되는 것이 나는 참 어리둥절하다.
새삼 <오래된 새 책>을 다시 살펴보면 추억이 모락모락 떠오른다. 이윤기 선생의 <하늘의 문> 권정생 선생의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신영복 선생의 <엽서> 등 당시 헌책 수집가가 욕심내던 목록을 하나씩 구할 때마다 느꼈던 희열과 행복. 지금은 그런 열정도 희열도 거의 없으니 이 책이 가끔 소중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