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일월 딸내미가 미국으로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는데 준비할 것이 이것저것 많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짜증이 밀려올 지경이다. 고작 6개월 학생으로 머물겠다는데 뭘 그렇게 요구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직업이 영어 교사이다 보니 국비로 어학연수를 반년간 다녀올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처자식 놔두고 굳이?’라고 생각하고 생 깠던 나로서는 대체 미국이 뭐라고 굳이 이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갈려고 그러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자식이 좋아서 하는 일인지라 차마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어제는 세 식구가 단톡방으로 딸내미 비자 신청 건으로 고군분투했는데 비자 신청 비용을 내 신용카드로 결재했다. 딸아이는 아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재하자마자 딸아이가 돈을 보내주겠단다. 순간 딸아이가 갑자기 미국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난 것 같았다. 더 이상 내가 딸아이를 부양하고 지원하는 관계가 아닌 독립적으로 가계를 꾸려가는 존재로 독립해나간 것이다. 하긴 딸아이도 그간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면서 적지 않은 급여를 받다 보니 기십만 원의 용돈으로는 감격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딸아이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도 으로 나에게서 멀어져가셨다. 결혼하고 따로 나와 사는데 어느 날 농약을 사 오라고 부탁하셨다. 퇴근하고 냉큼 농약을 들고 갔는데 어머니께서 농약값을 주시겠다고 해서 버럭 화가 났었다. 우리 모자가 갑자기 남남이 돼버린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딸아이가 결혼을 할 때도 이보다 더 섭섭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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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4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이 진짜 비자만드는 것도 힘들고 입국할때도 너무너무 까다롭대요.
저도 나중에 딸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박균호님같은 기분이 될까요? 아 저는 빨리 됐으면 좋겟어요. ㅎㅎ

박균호 2022-10-24 18:05   좋아요 0 | URL
원래 어려운 거였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