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과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을 읽고 여러 도서관에서 강연을 제의하셨다. 서울의 한 도서관은 6회차를 제의하셨는데 내가 유명인사가 아닌지라 놀라서 “나 혼자 6회차를 하는 거라고요?”라고 되물었다.
대면 강의와 비대면, 그리고 대면과 비대면의 혼용 등 강의 방식도 다양하다. 늘 다짐을 하는 것이 강연료를 비롯한 강사의 처우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제의가 들어올 때는 그것부터 먼저 확인을 하자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강연 주제와 강연료를 명시하고 제의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강연 수락을 다 하고 나서야 쑥스럽게 묻는다.

나는 도서관에서 주로 강연을 하는지라 ‘송구 하지만 교통비와 식사비’ 정도만 지급한다는 곳은 없으니 사실 미리 확인할 필요는 없기는 하다. 다만 내가 강연을 제의받을때 도서관 관계자에게 꼭 하는 부탁이 있다. 내 책을 도서관에 구매해달라는 것이다. 내 책을 만들어준 출판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기때문이다.
대면 강의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비대면 강의는 해 본적이 없다. 무척 쑥스러운 일이라 걱정이 앞선다. 줌인가 뭔가를 익혀야 하는데 도서관측에서 사전 연습을 도와주겠다니 걱정이 들긴 했다. 역시 기술보다는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더 장애물이다.

고민을 하다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비대면 강의를 내 서재에서 해보자는 것. 내 서재야 말로 내 독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니까 할 이야기도 많고 청중들도 중늙은이 얼굴만 주구 장창 보다는 것보다는 좀 더 흥미로울 것이다. 내가 쓴 책에 언급된 절판본이나 희귀본 그리고 내 수집 컬렉션을 보여주면서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지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도저히 극복하기 힘들 것 같은 장애물이 있다. 그건 다름아닌 아내의 존재다. 거실에서 내가 하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고 강의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 목소리가 커지면 듣지 않으려 해도 내 말이 들릴텐데 그 민망함을 어쩌란 말인가. 벌써부터 상상이 된다. 벌개진 얼굴로 민망하게 거실로 나가면 마구 웃으면서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아내의 장난이.
역시 주말부부 남편의 은신처 원룸이 정답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