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이 신문을 구독할 필요가 있다. 주말 북 섹션은 한 주 동안의 신간이나 독서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좋은 매체다. 정치경제면이 아무리 꼴통이라도 북섹션은 좋은 퀄러티를 자랑하는 신문이 많다. 한 해에 몇 달은 거처가 달라지는 나로서는 종이 신문을 구독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는 다행히도 SNS나 알라디너 덕분에 종이 신문을 구독하지 못하는 부족함을 채운다. 페이스북 친구를 주로 출판사 경영자, 편집자, 작가, 독서가로 채우다 보니 이분들이 포스팅하는 글만 보아도 충분히 출판 방향과 신간 정보를 입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 급기야 집필해야 하는데 좋은 책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보고 그 책을 사서 읽느라 집필이 미뤄지는 부작용이 있을 정도다.
<장벽 너무 단 하나의 길>도 이런 경로를 통해서 읽게 되었다. 여기 이웃 알라디너 분이 번역한 책이라서 냉큼 주문했는데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중앙아메리카 이민자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자유’를 찾아서 위험한 국경 장벽을 넘는 사람들이라는 교과서적인 개념이 아니고 그 들의 삶으로 들어가서 밀착 취재한 것 같은 구성인데 나도 모르게 그들의 절박함에 스며들어서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어 나갔다.
중앙아메리카인들이 단순히 부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고 누구나 그 상황이 되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든 가장 큰 수확이다.
이념적이고 이론적인 배경 설명이나 기술보다는 상황 설명과 대화를 통해서 주로 진행이 되는데 이런 구성은 확실히 독자들 스스로가 중앙아메리카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번역하신 알라디너 분은 이 책을 번역하면서 멕시코 지도를 펼쳐놓고 무사히 장벽을 넘도록 기도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도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