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문학전집 2 : 산문·번역 근대서지총서 7
박인환 지음, 엄동섭.염철 엮음 / 소명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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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애호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신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사건이 있다. 1956 서울 명동  복판에 있는 빈대 떡집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예술가들이 모였다참석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인 박인환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이진섭테너 임만섭이었다끊임없이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쌀을  돈이 없어서 집에 들어가기를 망설이던 박인환은 명동에 들어서면 즐겁게  생각으로 흥분에 휩싸이곤 했다.


 일찌감치 막걸리를 연거푸 마신 박인환은 취기를 응원 삼아 노래 시를 지었고샹송조로 작곡을 해달라는 박인환의 부탁을 받은 친구 이진섭이  자리에서 작곡을 했다옆에 있던 테너 임만섭은 휘갈겨  악보를 보고 목청을 가다듬은 다음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나애심현인현미조용필박인희가 불러서 더욱 유명하게  <세월이 가면> 이렇게 탄생했다 예술가들의 천재적인 순발력과 예술성을 자랑하는  이야기는 명동 백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이봉구가 <명동 백작>  기원을 둔다.

 

                    

1956 4월에 발행된 잡지 <주간 희망> 따르면  전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주간 희망>이말하는 <세월이 가면> 탄생한 비화는 이랬다. 1956이른  서울 거리에서 친구 이진섭을 만난 박인환은 자신의 외롭고 차가운 마음과 술만 마시면 미어질  같은 마음을 하소연했고 이진섭은  심정을 시로표현해보라고 권했다박인환은 그러자고 했고 이진섭은 시가 완성되면 작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과연 박인환은 이틀 뒤에 시를 완성했고 이진섭 또한 박인환의 시를 열흘 만에 노래로 만들었다

 

둘은 이렇게 완성된 <세월이 가면> 대폿집에서 부르기 시작했고  자리에 동석했던 명동 백작 이봉구테너 임만섭 그리고 소설가 김훈의 부친인 김광주는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신화의 일원이 되었다 자리에서 테너 임만섭 <세월이 가면> 멋드르지게 불렀음은 물론이다이봉구 입장에서는  노래가 탄생하게  그간의 사정을 모르고 대폿집에서 처음 들었다면박인환과 이진섭이 <세월이 가면> 만든 과정을 이봉구에게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만든 것처럼 장난이라도 쳤다면, <명동 백작>  이야기를 일부러 지어낸 것이 아니게 된다


마침  자리에 들렀던 <주간 희망> 편집 주간 송지영이 극찬했고  일화를 <주간 희망> ‘세월이 가면명동 샹송 되기까지라는 글을 실어서 화제가 되었다. <주간 희망> 실린 글을 보고 감동을  당대 최고의가수 나애심이  노래를 정식 발표했다.

 

사실은 아니지만 <세월이 가면> 술자리에서 금방 썼다는 전설이 오늘날 까지  의심없이  되었다는 자체가 박인환이 시인으로서 얼마나 천재적이었는지를 반증한다시인으로서 박인환이 위대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그가 영화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박인환은 단순히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에 관한   편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그가 1950년에 창설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창립 회원이자 상임 간사를 역임했다는 사실을 아는가박인환은 상임 감사에 취임하고 나서 사망할 때까지 2 5개월 동안 32편의 영화 평론을 발표했다박인환이 남긴 산문 중에서 번역을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영화평론이다

 

2015 <박인환 문학 전집 1 :> 소명출판에서 출간된 이후 5년만에 나온 <박인환 문학 전집 2: 산문번역> 소중한 이유는 다른 박인환 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영화 평론을 비롯한 산문과 인간적인 면모를   있는  1소설 6기행문 1편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특히 <박인환 문학 전집 2: 산문번역> 수록된 영화 상식 영화 법안영화 구성의 기초몽타주아메리카의 영화 잡지다큐멘터리 영화세계의 영화상 등과 같은 항목이 실려있는데 박인환의 영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인환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초의 (경기공립중학교 학우회지 7, 1940 6 2)이라고   있는 < 변군> 친한 친구의 죽음을 보고 박인환이 느꼈던 인간적인 소회를    있다

 

아메리카 영화의 숙명 오락성을 새삼스럽게 말하고 싶지 않다아메리카 영화는 오락 영화로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단연 우수하다그것이 비교적 재미있고 기교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은 아메리카 영화의 제작 기구와 필요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까닭이다여러가지 작품이 비슷비슷하다는 것도 결과로선 오락성이 비슷하다는 것밖에 없다전통이 없는 아메리카에서 영화가 기성 예술에게 방해당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진행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웠으나오락 이상의 것을 추구한 사람들에게는 불만을 주었다

 

이보다  통찰력이 깊은 미국 영화에 대한 개략적인 평가가 존재할까박인환은 미국의 영화와 미국의 짧은 역사와 연관 지어 분석하는 영화 전문가 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한국의 사정은 국산 영화가 적기 때문에 영화 관객의 대부분은 외국 영화를  때가 많다그리고 그러한 외국 영화를  때에 우리들에게는 어쩔  없는 핸디캡이 있는 것이다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외국 영화를 즐겁게 보기 위하여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읽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영화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 자막을 읽는다는 것은   없는 일이며 실상 자막을 읽고 영화를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영화를 한번 보고  작품을 감상했다고   없고 이것은 단지 보았다 것밖에 되지 않는다

 

외화를   자막을 읽어야 하는 고충과  단점을 박인환은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그가 외화를 제대로 감상할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무엇일까박인환은 외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단 처음 보았을  좋았던 영화는 두어  정도는 보는 것이 좋고 그래야 영화에 대한 식견이 높아진다고 충고했다

 

사랑하는 나의 정숙,

나는 지금이  당신의 무릎을 껴안고  있는 대로 당신의 목을 끌고 싶습니다당신 없이는 세상에서 죽을 수도 없습니다   먹지도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지금 미친놈처럼 나의   혼자만의 독백을 붓이 움직이는 대로 솔직하게 쓰고 있습니다당신과 함께 영원이 지내도록 하나님에게 기도합니다우리가족이 함께 모여   있도록 나는 나의 모든 정열에 바라고 있습니다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

 

박인환이  시가 아니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잘생기고 술을 좋아한 탓으로 여자 꽤나 울렸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는 아내만을 사랑했고 아내와 함께 있기를 소원한 순애보 사랑꾼이었다

 

<박인환 문학 전집 1 :> 수록된 박인환 발굴 작품의 원본이미지나 작가 연보 그리고 머리말 자체가 국문학 사료로서 보물이나 다름 없다. <박인환 문학전집>  시인의 전집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국문학 산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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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9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10-09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 영화를 볼 때 자막 읽는 게 영 걸리더군요.
그래서 더빙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쪽인데
박인환의 말을 들으면 일단 두 번쯤 봐야하는 거로군요.ㅠ
<명동백작>은 오래 전에 TV에서도 했었는데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박인환 로맨티스트로 기억되는데 그의 책은 변변히 읽어보지도 못했네요.
함 읽어 봐야겠습니다.^^
소설가 김훈의 부친이 김광주였군요. 몰랐네요.

박균호 2020-10-13 10:11   좋아요 0 | URL
네 김광주 작가는 무협소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분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