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반복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인간은 어떤 경우든 각자가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을 결국 낮추거나, 적어도 수정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한 행복을 지성이나 상상력이 아니라 부인이나 연인, 침대, 테이블, 안장, 난롯가, 시골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모비 딕 중에서
주인공 이슈마엘이 고체로 응고된 향유고래 기름을 짜면서 내 뱉는 독백이다. 향이 너무 좋아서 노동이 아니고 유희처럼 여겨지고 너무 행복한 나머지 동료의 손마저 응고된 기름 덩어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향유 고래의 기름 덩어리를 짤 때 나는 향이 얼마나 향기로운 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마치 택배 상자에 딸려온 뽁뽁이를 하나씩 터트리는 쾌감과 비슷한 것인지 상상해 볼 따름이다. 어찌되었거든 나이가 들 수록 거창한 것보다는 생활 속의 사소한 것에 행복감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나만 해도 퇴근을 하고 아무도 없는 원룸 숙소에서 밥을 차려 먹고,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먹은 다음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울 때 마치 행복이라는 추상명사가눈에 보이는 물질 명사처럼 바로 앞에서 만난 것처럼 행복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