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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평점 :
오래전부터 신문 서평 란을 참고해서 책을 사지 않는다. Sns 친구를 대부분 작가, 출판계 인사로 채워 나가다 보니까 그 분들이 내고, 만든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알게 된 책이 기자들이 알려준 책보다 알짜였다. 여기 알라딘 서재도 나에게는 좋은 책을 고르는 자양분이다.
<피은경의 톡톡칼럼>도 알라디너가 낸 책이라서 읽었다. 그분과 일면식도 없고 심지어 서로 친구도 아니다. 다만 한 공간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니 그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또 내용이 기대가 되더라.
책을 냈다고 여기 저기에 알리고, 홍보성 글을 스스로 올리고, 북 콘서트를 하는 것들이 내게는 참 하기 싫은 일이다. 내가 하기 싫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부족한 내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준 출판사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내다보면 한 권을 구매해준 독자가 마치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해야할까. 내 손에 들어오는 인세는 1400원인데 말이다. 어렵게 책을 낸 피은경 저자에게그런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책의 물성을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피은경의 톡톡칼럼>의 장정이나 표지 그리고 내지 디자인이 다소 성의 없어 보여서 약간의 실망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소한 일상 생활의 에피소드를 소재 삼아 동서고금의 명저와 작가의 통찰력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뛰어났다.
연애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는 중국의 고전 ‘장자’의 통찰 같은 경우가 그랬다.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와 같은 국내 자계서에서롤랑 바트트까지, 장르와 시대를 넘나 듣는 책과 작가들이 등장한다. 피은경 작가의 독서 편력이 참으로 거대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고 어느 한 노선이나 기준에 함몰되지 않는 유연함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
마치 일상생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인문학 공부를 하게 해주는 책으로도 읽히고 실생활에 뼈와 살이 되는 지혜가 가득 담겨 있는 책으로도 읽힌다.
누가 뭐래도 ‘내 쪼대로 사는’ 것이 고착화된 나로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독서가로서 재미나고 공감된 구절을 소개하는 것으로 <피은경의 톡톡칼럼>에 관한 이야기를 마친다.
책과 관련하여 내가 싫어하는 걸 들자면 다음과 같다. 책이 구겨지는 것, 누군가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것, 책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기는 것, 아끼던 책이 오래되어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는 것, 책 읽으며 안구 건조증이 느껴지는 것, 전자책에 밀려 종이 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신문 기사를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