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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기분 -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나를 찾아온 문장들
이현경 지음 / 니들북 / 2020년 7월
평점 :
아나운서가 쓴 책이라고 하면 내가 생각하는 ‘각’이 있다. 자신의 성공담과 아나운서로서의 활약상 그리고 약간의 위기를 겪지만 자신의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했다는 자화자찬이 떠오른다. 문예가가 아닌 유명인사의 책을 거의 사보지 않는 이유다. 저자로서 이현경 아나운서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그의 책을 사서 읽게된 것은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인데 그녀가 책 소개 유튜브 방송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유튜브 방송을 하는 시대이지만 특히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은 자신들의 유명세를 무기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방송을 하지 돈 안되는 책 소개 유튜브를 하지 않는다. 이현경 아나운서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구나. 이현경 아나운서는 본인 스스로 책으로 위로를 받는 경험을 이야기 하는 구나. 뭐 이런 생각을하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라는 제목은 직장에서, 집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2진 인생이지만 자신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의미에서나온 것으로 안다. 누가 공영 방송국의 아나운서를 2진 인생이라고 생각할까. 당연히 지나친 겸손이나 책이니까 뭔가 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려는 욕심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기 싶다.
그녀의 유튜브 방송을 구독하고 있는 나로서는 본인을 2진 인생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믿고 또 믿는다. 제대로 된 장비나 스튜디오 없이 때로는 주차장 차 안에서 책 소개를 맛깔스럽고 정성스럽게 한다. 누가 봐도 돈이 된다거나 유명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독자와 조회수임에도 불구하고말이다.
성공이나 출세를 위해서 달려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것도 아닌 기분> 몇 쪽만 읽어 보아도 알겠더라. 아나운서에서 졸지에 피디로 부서이동을 하게되었고 심지어 남편 마저도 ‘회사에서 시키면 어쩔 수 없지’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녀는 사장을 어렵게 찾아서 탄원한다.
“사실 제가 결혼 10년 만에 힘들게 아이를 가졌고, 지금 임신 초기입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유예해주시면 안 될까요?”
간신히 원래 자리에 남게 되었지만 그토록 바라든 아기는 10주를 버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렸고 이현경 아나운서에게 남은 것은 전직을 하기 싫어서 아이를 가진 것처럼 꾸몄다가 유산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소문 뿐이었다. 나로서는 누구나 선망하는 아나운서 조차도 여성 직장인은 이토록 고달프다는 사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정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기분>은 독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유명인사가 쓴 책 에서 볼 수 있는 무용담이 없다. 대신 직장내에서의 원치 않는 부서 이동, 유산, 난임, 산후우울증, 부친의 백혈병 투병 생활, 식구와 동료와의 소박한 일상이야기가 많다.
책 속에서 ‘아빠’라는 말이 나오길래 자연스럽게 ‘애 아빠’ 즉 남편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본인의 아버지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고 이현경 아나운서가 생전 부친과 얼마나 친근하게 지냈는지 잘 알겠다.
이현경 아나운서가 아내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아나운서로서 참 바쁘고 고된 일상을 많이 겪었다는 것도 잘 알겠다. <아무것도 아닌 기분>을 읽으면서 내내한 생각은 이현경 아나운서는 어찌되었던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과 긍정의 기운을 찾으려고 애쓴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현경 아나운서는 책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다시 기운을 냈다고 하지만 나는 이현경 아나운서의 <아무것도 아닌 기분>을 통해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이현경 아나운서는 주변에 박혀 있는 장식 덕택에 빛이 나는 보석이 아니고, 주변을 모두 보석으로 만들어 주는 따뜻한 햇살 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