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여간해서 사지 않는다. 부는 오직 피와 땀으로만 일궈야 한다는 신념 때문은 아니다. 귀찮아서다. 일부러 로또 판매소를 찾아가는 것은커녕 지나가는 길에 로또 판매소가 눈에 띈다고 해도 차를 세우기 귀찮아서 사지 않는다. 좋은 꿈을 꾸면 로또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꿈에서 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정겹고 아름다운 꿈은 아니었다. 나는 17년간 몸의 반쪽을 놀리지 못하는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고, 목욕까지 시켜주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 정작 임종은 내 집사람이 지켜보았다. 그렇게 어머니를 보냈는데 꿈에서조차 어머니를 보지 못했던 차였다. 나쁜 꿈이건 좋은 꿈이건 어머니를 뵈었다는 생각에 로또를 사보기로 했다. 지난 금요일에 샀는데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야 로또를 산 것을 기억해내고 별 생각 없이 확인했더니 오만 원에 당첨되었다. 물론 내 생애에 처음 있는 일이다.
판매소에 가서 당첨된 로또를 보여주었더니 ‘축하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오만 원 짜리 지폐를 내준다. 그 지폐를 받아 들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언젠가 요양원에 어머니를 뵈러 갔을 때 쓰지 못하는 오른손이 아니고 서툰 왼손으로 소지품을 구석구석 뒤져서 나에게 건네준 어머니의 오만 원 짜리 지폐.
딸아이에게 건네는 용돈이냐고 여쭈었을 때 고개를 가로지며 이 돈은 네가 쓰라시며 건네주신 오만 원 짜리 지폐.
어쩐지 이 돈이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용돈인 것 같아서 지갑에 한참을 넣고 다니다가 그만 다른 오만 원짜리를 지갑에 넣는 바람에 낭패가 되었다. 어떤 지폐가 어머니가 주신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금방 돌아가실 것도 아닌데 또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분간할 수 없는 그 지폐들을 써버렸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마도 그 오만 원 짜리 지폐는 그 당시 어머니가 가진 전부였을 것이다. 두고두고 나의 부주의가 원통할 수밖에. 어머니를 뵌 꿈을 꾸고 당첨된 오만 원 짜리 지폐는 어머니가 철없는 아들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준 것이라 믿는다. 어머니께서 찾아주신 지폐를 오래오래 쓰다듬는다. 꿈에서라도 어머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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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0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ㅠㅠ; 저도 모르게 훌쩍훌쩍ㅠㅠ 어머니께서 아드님 더 이상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꿈에도 나오시고 오만원 지폐도 돌려주셨나봐요. 어쩌면 그 때 받고 쓰신 ‘진짜‘ 그 지폐인지도 하고 생각해봅니다@_@;;;

박균호 2020-08-12 21: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그 오만원짜리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