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종종 실존한다. 선도부 활동으로 고생하는 학생 5명을 데리고 고기를 먹으러 갔다. 일부러 불러냈는데 된장찌개를 먹을 수는 없다. 삼겹살을 주문했다.

한 참 많이 먹을 나이라 마음속으로는 세 판까지는 각오하였다. 고기를 구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길 들었다. 한 아이의 말이 한 친구가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주인에게 ‘인제 그만 좀 먹지’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단다. 

마침 당사자가 일행 중에 있어서 직접 물어봤다. 무려 사실이란다. 그 친구의 말이 이랬다. 전에 한번 간 적이 있는 무한리필 고깃집에 갔는데 마침 사장이 와인을 많이 마신 터라 본인의 정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입장을 시켰다. 

4시간째 고기를 먹는데 이제야 정신을 차린 주인 양반이 어깨를 두드리며 ‘학생, 인제 그만 먹어도 되지 않나?’라며 통첩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 녀석은 놀랍게도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길 듣고 나니 손이 떨리고 입맛이 달아났다. 

나라에서 정한 그날의 식사비는 4만 8천 원이다. 애써 진정을 하고 고기 대신 공깃밥과 밑반찬으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된장국도 원샷을 하다시피 했다. 내 입으로 들어올 고기는 없다. 헛기침을 두어 번하고 나서 아쉽게도 5교시 수업이 있어서 나는 먼저 들어갈 테니 너희들끼리 먹고 오라고 했다. 

계산대로 가서 삼겹살 세 판분을 계산했다. 법인카드로 4만 8천 원을 내 개인카드로 4만 6천 원을 결재했다. 5교시 수업이 없으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천천히 꽃비가 내리는 면 소재지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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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5-08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한창 아이들에게 고기를 쏘면 정말 큰일이 일어납니다 ㅎㅎ 저도 중2때 무려 고기 두 근을 앉은자리에서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ㅎ

박균호 2018-05-08 10:51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씨름부가 아닌 것만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해야죠.

2018-05-08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8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