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2008년, 국내에 '행복한 집구경'이 출간되며 손수 집짓기를 꿈꾸는 사람들의 환호를 얻었던 목수 작가 로이드 칸. 2009년, 그의 책이 또 하나 발간됐다. '행복한 집구경'보다 앞서 발간됐던 '셸터'이다.   

'셸터'는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짓되 효율적이고 생태적이며 예술적으로 짓는 방법을 다루기도 하고, 손수 집을 짓는 사람들의 목소리르 담아내기도 하며, 다른 책이나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집들을 소개한다. 그야말로 세계 전역, 인류사 전체의 주거를 개괄하는 큼지막한 개론서로 불릴만하다. 
 

'셸터'에는 1천장이 넘는 방대한 사진과 250장이 넘는 그림이 담겨있다. 칼라풀한 '행복한 집구경'과는 달리 사진과 그림들은 흑백이다.1973년도에 첫 출간됐던 책이기에 소개되는 사진도 옛냄새가 나고 건축물들도 더 단순하고 소박하다. '행복한 집구경'의 출간과 30년 차이를 갖고 있으니 '셸터'에 실린 집들이 얼마나 더 옛스러운지 짐작이 갈 것이다.   

1970년대에 조망한 집들이니 너무 낡은 것들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가장 중요한 기본은 변하지 않는 법. '셸터'에 소개되는 집들은 더 옛스럽기에 독자에게 다가가는 장점을 지닌다. '셸터'는 '행복한 집구경'에 비해 세세한 부분에서 그 방법을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고 더 기본에 닿는만큼 집을 손수 짓고자하는 독자들에게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리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로이드 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필요에 의해서건 결단에 의해서건 앞으로는 자기 손으로 하는 일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우리에겐 충분한 능력이 있다. 타고났지만 숨어있는 그런 재능이야말로 앞으로는 가장 귀한 자원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간단한 집, 자연에서 구한 자재,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다루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발견, 땀 흘려 하는 작업, 자족의 기쁨, 해방을 이야기하고 있다.  

셸터는 단순히 비를 가리는 집 그 이상의 무엇이다."   

땀, 자족, 그 기쁨, 해방. 그렇다. 로이드 칸은 단순히 집짓기의 기술적인 면만을 기록한 게 아니라 이런 삶의 가치를 담고자 했다. 그런만큼 이 책은 독자의 건축본능을 불어일으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책에 대해 "집으로 쓴 시"라고 내린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다.  

비록 지금의 나는 서울 도심의 꽉 막힌 환경에서 끙끙이며 살고 있고, 어느 세월에 맑은 자연과 벗하며 손수 작은 헛간이라도 지어보게 될지 기약이 없다. 하지만 '셸터'의 책장을 찬찬히 넘겨나가며 달콤하며 상쾌한 상상에 빠질 수 있었다.  

주먹을 불끈쥐며 미래를 기약한다. "직접 하시라, 게으름뱅이들이여!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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