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몰입 수업] 서평단 알림
어린이를 위한 몰입 수업
김진섭 지음, 김상민 그림 / 파랑새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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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 책 표지에는 또렷하게 ‘자기계발서’라고 쓰여있지만 이 책은 자기계발이란 주제를 담은 ‘소설’임을 밝히며, 먼저 간단히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특별한 열정, 꿈, 취미도 없이 다소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 대치. 대치의 친한 친구인 축구사랑 지훈이. 대치의 학급 짝궁이며 만화에 푹 젖어있는 눈망울이 큰 나라. 그리고 이 세친구들을 가르치는, 여지껏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고 과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도 하여 수재라 불리며 결국 서울대학교 자연대에 갓 입학한 과외선생님 한이 형. 이야기는 한이 형과 대치, 지훈이, 나라가 만들어가는 과외 수업을 중심으로 쭉 뻗어나갑니다.

이야기 속의 우리 이 세 아이들은 오늘날의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획일적인 점수따내기, 뿌리없는 실력 쌓아가기 공부에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 익숙함이란 결국 일상적인 시달림. 학교, 집, 학원이란 아이들의 비좁은 행동반경 내에서 내내 그침없이 선생님, 엄마·아빠, 주변의 경쟁자 친구들로부터 받아야만 하는 일상적 눈치와 압박이겠죠. ‘대치’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치열하게 비뚤어진 한국 사교육의 한 상징인 ‘강남 대치동’에서 따온 점은 이렇듯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고민의 반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세상에, 그런 그 아이들의 일상에 과외선생님 한이 형은 신선한 당혹함, 시원한 새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왜냐고요? 한이 형은 아이들에게 익히 가해지고 있는 기계적 사고의 효율적 주입을 거부합니다. 황당하게도 한이 형은 교과서대신 만화책과 소설책으로, ‘내가 죽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등의 아리송한 숙제로, 함께 하는 운동과 다큐멘터리 시청으로 과외 수업을 이끌어갑니다. 한이 형은 몰입이란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창의적으로 풀어가는 법을 깨우쳐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죠. “인간은 몰입의 과정에서 잠자고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명심해라. 몰입은 공부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공부도 중요하지만 몰입은 무엇보다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니까 말이야.”

이러한 한이 형의 수업 방식을 지켜보며 불안해하던 대치 엄마처럼 독자의 마음도 한 켠 불안해집니다. 뜻은 충분히 좋아보이지만 글쎄, 글쎄...... 하지만 다행이도 세 아이들은 한이 형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꿈을 명확히 꾸는 법을 깨닫고 그 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게 당찬 걸음을 내딛는 일상의 힘을 체득해갑니다. 일종의 체질변환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는데요, 주체를 잃고 기계적 사고를 주입 받는 새하얀 아이에서 주체적으로 창조적 사고를 만들어가는 붉은 빛 감도는 아이로. 앞의 아이와 뒤의 아이, 누가 더 행복할까요? 누가 더 참 삶을 꾸려갈까요? 답은 너무도 명확하게 나와있습니다. 그렇죠? 물론 그 답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너무도 어렵지만요, 너무도. 이 소설은 우리의 일상에서 쉬이 망각되는 그 명확한 답을 다시금 떠올리고 곱씹어 보게 해줍니다. 그러한 의미로, 이 책은 교육에 관심이 지대한 이 땅의 엄마·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보기 괜찮은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다만 아쉬운 점 두 가지는 첫째, 이야기의 중간에 한이 형이 아이들과 운동을 하며 ‘체력은 국력’이란 말을 쉽게 내뱉은 점. 텍스트면에서나 콘텍스트면에서나 ‘체력은 국력’이란 말은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수단화할 수 있는 말이기에 그 사용에 있어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생각없이 참 자주 쓰는 말이기에 마냥 쉽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을 위한 소설인만큼 더욱 더 조심을. 둘째, 한이 형이 늘 전교 1등이었고 서울대생임을 굳이 강조해야 했을까요. 우리사회 교육문제의 뿌리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너무도 피라미드적인 학벌사회란 걸 생각해볼 때 ‘대치동 사회’를 걱정하고 살짝 비꼬면서도 아이들 교육의 역할모델로 제시된 한이 형을 굳이 ‘대치동 사회’의 정점에 올리고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이들이 왜 지금과 같은 공부같지도 않은 공부의 시달림으로 내몰리고 있습니까? SKY대학에 입학하거나 의대 등에 합격해 안정된 개인공간을 반드시 확보시키고야 말겠다는 사회적 광풍때문이 아닌가요. 책에서 말한 몰입수업이란, 그 자체의 의미는 전적으로 긍정함에도, 결국 작가가 진단한 오늘날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에 양다리를 걸치게 된 다소 어정쩡한, 모순된 모습은 아닐는지요. “그럼 네 아이는 서울대 안보낼거냐?”. 역시 쉽지 않네요. 현실이니 어쩔 수 없다는 걸까요? 그래도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작가의 의도가 십분 더 뻗어나가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내셔도 좋았을 것을...... 한이 형이 일반 회사원이나 노동자 아니면 꿈꾸는 예술가나 실업자 등으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요. 아, 이건 제가 너무 욕심을 낸 것일까요?

어쨌든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앞서도 말했 듯 아이들 교육에 관심있는 엄마·아빠들과 아이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강추까지는 아닐지라도. 다소 애매한 표현인가요?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도서 ‘리버보이’보다 30배 더 이 책을 추천합니다! ‘리버보이’에선 이미 아빠는 반말, 엄마는 존댓말을 쓰는 불평등한 모습을 그저 노출시키고 있지만 이 책에선 엄마, 아빠가 상호 존칭을 쓰고 있답니다! 그렇다고 이 한 측면이 30배의 차라는 건 결코 아니고요, 나머지 더 나은 장점들은 분명 스스로 찾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책의 힘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에 덜 시달리고 스스로 지혜롭고 마음 넓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길 희망하고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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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3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몰입 서평단으로 이 책 읽고 리뷰 올렸는데... 나름 인연이 있군요.^^

Arm 2008-07-01 23:25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한두번 아니 세네번의 인연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