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물고기 2004-06-25
바로 오늘 생일 축하합니다! 컴맹의 최강, 이란 말을 듣는 사람이라 그럴 듯한 축하곡도 전하지 못하네요. 대신 시 한 수 읊고 갑니다.
어젯밤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 사랑하는 이가 떠나지도 않았다 / 하염없이 주절대는 텔레비전을 폭파시키지도 못했다 / 제 낯짝 한 번 닦아본 적 없는 신문을 쑤셔 넣지도 못했다 / 어디선가 폭탄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빛 바랜 사진첩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 소식 없는 친구에게서 안부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 변비조차도 끝나지 않았다. / 이런 좆! 같은 - 박대순 <어젯밤> 전문
'살아 있는 기쁨, 그대 볼 수 있는 날들...' 이란 멋진 헌사와 함께 선물받은 것이라 제겐 각별한 시집입니다(제 취향인 시는 몇 없지만서도. 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쓸쓸한 때도 있었는데 요즘 같아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 좋습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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