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체주의자는 확신에 찬 나치나 확신에 찬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진리와 거짓, 경험적 현실과 사상적 규범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한나아렌트의 지적이다. ….. 전체주의는 자신이옳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권력을 진리로 믿는다. 전체주의는 권력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을 "진리"라고 부른다. 전체주의는 "학문"으로 시작해서 "기만으로끝난다. 거짓 진리와 거짓 학문은 겉으로는 아주 명확한 것처럼 보이지만, 잘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근본이 없다. 나치의 생물학주의나 스탈린의 역사주의가 그렇다. ….. 알랭에 의하면, 진리는 복종하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진리는 자유로운 것이다. 더 나아가 진리는 명령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삶이 죄가 될 수는 없으며, 살인이 정당화될수는 더더욱 없다. 우리는 거짓말도 잘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주의자들이고, 불성실하며, 배은망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말이 성실한 사람, 관대한 사람, 감사를 아는 사람에게 해를 입혀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 P200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심지어 힘의 사용도 불사하는 사람들과, 누구와의 어떤 전쟁이든 상관없이 전쟁이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사람들은 구분해야 한다. - P231
회중이 재치가 없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두고서든지 농담을 할 수가 있다. 실패를 두고, 전쟁을 두고, 죽음을 두고, 사랑을 두고, 병을 두고, 고문을 두고. 그러나 그때 유머는 비참한 세상에 조금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하고 유순과 가벼움을 줄 수 있어야지, 증오와 고통과 멸시를 얹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두고 웃을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그래서는 안 된다. - P258
유머는 의미가어느 정도 유지될 때 웃음을 자아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머는 근엄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상대화시키거나,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또는 그것과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근엄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유머는 현실을 변화시키지 않으며, 우리의 욕망, 우리의 신앙, 우리의 환상은 여전히 현실의 일부이다. 유머는 즐거운 각성이다. 그것이 두 가지 미덕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각성이라는 점에서 유머는 명철을 얻게 하고, 그래서 정직에 이르게 한다. 즐겁다는 점에서 유머는 사랑에, 즉 전체에 이르게 한다. 알랭의 말을 다시 반복해보면, 정신은 전체를 조롱한다. 정신이 혐오의 대상을 또는 멸시의 대상을 조롱하면 그것은 아이러니이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을 또는 존경의 대상을 조롱하면 그것은 유머이다. 유머의 가장 손쉬운 대상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상, 내가 가장 존경하는 대상이 아닐까? 데프로주가 말했듯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유머의 위대성, 또 희귀성은 바로 거기에 연유한다. 그러니 유머가 어찌 미덕이 아닐까?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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