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경박함을 풍기는 제목과 밝은 표정의 작가자신을 표지에 찍은 이 물건을 봤을때 “너무나 대중적"인 내용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매우 다행히도 편견이었다.
책을 덮고 나면 작가가 왜 표지에 나와 있을 수뿐이 없는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어는 그런 제목을 붙인게 백인인 자기자신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도, 멍청한 백인을 실컷 욕한게 자기가 아닌척 다른 그림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등등등...
작가이자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인 무어는 미국 사회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시민으로서 관심을 갖고 직접 발로 뛰어서 알아낸 것을 증거로 당당하게 비판하는데 이런 행동성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우이다.(좀전에 진중권의 [폭력과 상스러움] 리뷰를 쓰고 났더니...) 게다가 그의 유머는 허를 찌르고 촌철살인의 감동을 주면서도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몇가지 예를 보자.

**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에서,
취임직후부터 불과 몇 달 만에 자네가 거둔 성과를 보면 감탄이 절로 터질 지경이라네. 자네는 (경악할만한 수많은 정책을 나열한후) ...... 이거 타이프만 치는 데도 난 벌써 피곤하네. 그런데 어디서 이런 기운이 나오나? 낮잠을 자서 그런게로군.

** [형무소 천국]에서 last name하고 피부색만 같은 두 흑인중 범죄자가 아닌 무고한 시민을 감옥에 보낸 행정 과정에대해 ; .... 물론 캘리포니아에 사는 케리 샌더스하고 뉴욕에 사는 로버트 샌더스는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케리”하고 “로버트”하고 비슷하다고 느꼈고, 캘리포니아하고 뉴욕은 같은.... 어..., 음..., 둘 다 큰 주니까....

** [주인 없는 지구] ; 휘발유 적게 쓰는 법, 흑인이면서 유쾌하게 웃는 방법, 남부에서 나온 좋은 생각들, 내가 권장하는 수돗물 첨가물

** 유고가 폭력 중독에서 회복되는 데 필요한 12단계 ;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한테는 12단계가지 모두 할 시간이 없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판에 웬 12단계씩이나! 그러니 약식으로 세 가지만 하자. 신속하게!

그가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그저 자기 일만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생각한것을 실천하는 것을 보면 그에겐 멍청한 백인을 질타할 자격이 충분하다.
랠프 네이더를 지지하고 선거활동을 했으며 고등학생 시절엔 자력으로 출마까지 했다. 사소한 것으로는, 티비에서 한 잡지 칼럼니스트가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도 읽지 않는 고등학생들을 나무라자 그 칼럼니스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고전의 내용을 묻기도 한다(칼럼니스트는 어물어물하다가 자기도 안읽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또 무어 자신의 회사에 흑인들을 고용했다.
즉 나는 이 책에선, 미국 사회의 비리를 폭로한 내용 자체보다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무어가 갖고 있는 열정과 실천하는 태도, 유머와 그 유머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윤리, 그리고 그 윤리에 배어있는 따뜻함에 더 매료되었다.

신자유주의로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를 꿈꾸는 미국의 사회상이 한국보다 별로 나은 것은 없으나 그들의 기록문화는 훨씬 발달해있다는 것을 느꼈다. 각종 확률과 통계 그리고 그 방법, 사건과 인물에 대한 기록등이 허술하다면 이 책의 분량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룬다티 로이의 말대로 ‘“민주주의”가 자유세계 의 창녀로 전락한’ 이 시대에 타산지석이라고 한국 자신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한국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흉내내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된다. 그 돌들 중에 나같은 일반 시민의 수준과 “정서”(위에서 말한대로 좀전에 [폭력과 상스러움]의 리뷰를 쓰고 났더니...)에 좋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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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06-2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보고 나면 우리는 '그지없이 멍청한 대한국민'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지요..
(에효, rg에 코멘트를 달려고 했더니 등록 누르는 순간 페이지 어쩌고 멘트가 너뎃번이나 나오더만요.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