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일요일 북적이던 식구들이 모두 제 할일을 하러 나가고
아기와 나만 남은...어쩌면 평화로우며 고요한, 어쩌면 너무 조용해 쓸쓸한 월요일!
책읽어주는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추고 하루종일 라디오를 끌어안지않아도, 혼자 틀어둘 요량으로
다른일을 하며, 아기와 눈빛주고받으며 대화해도 거슬리지 않을정도로 볼륨을 맞춘다...
그저 그런...그저 내 마음과는 살짝 비켜가는 라디오 소리에 내 귀를 잠깐 접을려고 하는 찰나...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낭독된다.
어라~ 이 책 찜해 두고 잊어버렸던 책인데......
서점 책장 위에서 세번째 맨 왼쪽에 꽂혀 있던 이 책...
후루룩 넘긴 페이지에서
" 의미 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p.61
이 문장을 읽고는 휴대폰으로 찍어 오기까지 했던 책인데...
그렇게 까지 하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곰스크로 가는 기차!
당장 읽고싶어 맘이 급해진다.
이책 빨리 손에 넣고는 창가에 앉아 읽고싶다.
신랑 퇴근길에 한권 사다달라 조르려다 그만둔다.
지금 읽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이별의 왈츠>가 120여 페이지 남았기에 그냥 알라딘에 주문넣고
기다리는 방법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혼자 휙휙 하는 찰라~
어라 얼마전 느티나무아래 앉아서 여유롭게 읽었던 시집속에 있었던 달달한 시가 낭독된다.
김용택 시인의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어쩜, 오늘 무슨 날인거니.
나한테 왜이러니.. 빨래너는 손도, 저녁 밑거리 준비하려던 손도, 아기 간식 먹이던 손도 잠시 멈추고
얼얼한 얼굴을 하고 듣게 되잖아.........
꼭 대충 꾸미고 나온날 길에서 첫사랑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것처럼
당황스럽지만, 설레고 아련하기까지해 눈물고일것같잖아.....
어머 눈까지 살포시 감아지잖아....
하루의 고단함을 다 부셔버리고 오로지 달빛밝은 푸른 정원에
가장 예쁜 나무아래 놓인 아이보리색 흔들의자에 앉아있는기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이 시처럼 나와 아름다움을 공유할 사람이 지금 곁에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