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거리많은 멋드러진 절을 살피러 가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때도
주위사람들은 뭐 볼게있다고 절을 가냐고들 하는데..
하물며 폐사지를 살피러 가고싶다고 말하니....혀를 쯧쯧...
눈으로 보는게 아니고 마음으로 보러가요..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 말 조차 들을 마음그릇이 없는 이들에게 대꾸한다는 거 자체가 초라해진다.
책을 고를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이 주는 그 느낌도 무시못한다.
난 이책 제목을 보고 마음이 자꾸 아련해지고 설레였다.
왠지 이 글을 쓴 작가는
성격도 섬세할것같고, 남의 말을 참 귀기울여줄줄 알것같다.
듣기로 저자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민통선 지역을 다녔고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문을 닫기 시작한 태백과 사북,
그리고 고한 지역의 무수한 폐광, 서해안의 염전, 도시의 재개발지역들에 대한 사진작업을 10년 이상 해왔다고 한다.
그는 쓸쓸하고, 서럽고, 가슴아픈 곳만 골라 다녔을까?
도대체 폐허인 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았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어떤 것도 진실하게 보고 사랑하지 못한 내마음을 자꾸 꾸짖어주는 듯하고,
폐사지를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고뤠밥과자 상자에서 숨은그림찾듯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도
깨우쳐준다. 황망하고 허전한 기분을 꽉 채워준 그 글들에 감사했다.
그 발걸음이 너무 진지해 보여 나도모르게 읽는내내 묵직하고,
또 다양한 역사, 인문적 지식을 토대로 폐사지안에서 펼쳐내는 글에서 깊이가 보인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며 살다 문득 이게 뭔가싶을때
간단히 가방하나 둘러메고 폐사지를 찾아 떠나는것도 좋을듯
혹시 아나 거기서 진짜 나를 발견할지...너무 거창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