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서 겨우 책  한 권 읽는 한 주였다.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시인이면서 가족의 사업을 물려받아 꾸리고 있는 장의사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에세이이다.

그러니까 '묻는'다는 의미는 중의적으로 쓰인 셈이다.

 

구절구절 좋은 말도 많아 밑줄도 많이 쳤지만,

내 바쁜 상황이 만든 심리적인 초조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길게 길게 늘여 쓴 문체 때문인지 술술 읽히는 그런 문장들이 아니어서 읽기에 꽤 힘들었다. 

 

<한컷의 과학. 시즌1. >

몇 주에 걸쳐 하나씩 하나씩 뽑아다 본 과학 프로그램.

EBS에서 만들었으니 믿을만은 하겠지만, 내가 재미있어 보인다 해도, 애들은 시큰둥하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가져가봤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5편 모두를 재미있게 봐주었다.

씨디 하나에 6개의 이야기가 다양한 주제로 들어있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설명해서 쉽고 가볍게 볼 수 있었다.

이야기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 두 명이 인터뷰이로 나오는데

우리는 그 중 심채경 경희대교수의 펜이 되었다.

나와 딸들은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공부도 잘하고 예쁠수 있는지, 그리고 어쩜 그렇게 친절한 눈웃음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녀가 나오는 편마다 의견 분분히 열광했는데

대체로 그녀가 너무 좋은 나머지

대부분은 한 사람에게 편파적으로 많은 재능을 몰빵하신 하느님을 용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곤했다.

 

여하튼 지금은 시즌2를 고대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출간 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아쉬웠던 책.

다만 치매라도 살아만 있으라는 엄마를 향한 저자의 마음이 공감이 가고, 또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어떤 부분은 굉장히 잘 이해가 가고 또 다른 부분은 이해가 가질 않아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제법 알아들었지만 루프니 스핀이니 하는 소리가 나온 후로부터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고

마지막장 "정보" 에서는 아예 두손 두발 다들었다는.

 

결국 185페이지의 얘기를 읽다가 결국 양자 역학은 내가 사는 것과 하등 상관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서 양자역학을 읽었던 것인데.

양자역학은 나를 알지 못해도 괜찮으니 그냥 살으라고 한다.

양자역학에 대해 다른 책을 더 읽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살 것인가.

어차피 다 이해도 못하는데. 머리 나쁜 것만 새록새록 깨달을 필요가 있을 것인가.

고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냐도 그다지 종요하지 않다. 그러나 살아 이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괜찬고, 당신도 괜찮아. 그런데 그는 죽었어!" 하고 말하는 것이 일종의 위로다.
이것이 우리가 강바닥을 훑고 비행기 잔해나 폭격 현장을 샅샅이 뒤지는 이유다.
이것이 ‘작전 중 실종‘ 이 ‘도착 시 이미 사망‘보다 고통스러운 이유다.
이것이 우리가 관을 열어 두고 모두가 부고를 읽는 이유다.
아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보다 낫고, 그것이 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그것이 나라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낫다. 일단 내가 죽은 사람이 되면, 네가 괜찮든 그가 괜찮든 나에게는 별 상관없는 일이 되기 떄문이다. 다 꺼져도 상관없다. 죽은 사람은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장의, 산자를 위한 의식 中)
- P23

겁에 질려 있지만 선의를 가진 무지한 사람은 "괜찮아요, 저건 그 아이가 아닙니다. 그냥 껍제기일 뿐이에요."하고 내뱉을 수밖에 없다. 나는 한 감독파 사제가 백혈병으로 십 대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가 느닷없이 따귀를 맞고 쓰러질 뻔한 장ㅁ녀을 본 적이 있다. "저게 ‘그냥 껍데기‘가 되면 내가 알려줄게요." 그 여자는 말했다. "지금은, 그리고 내가 달리 말하기 전까지는, 저 아이는 내 딸이에요." 그녀는 죽은 사람을 죽었다고 선포할, 산 사람의 오래된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은 몸 中) - P51

두려움의 가난한 사촌이 분노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혼잡한 거리로 달려 들어가기 전에 양쪽을 살피지 않을 때 우리 안에서 솟아오르는 격한 감정이다. 또는 함정에 빠지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늘 제공하는 무료 조언을 가슴에 새기지 않을 때도. 그것은 엉덩이를 때리거나 말로 채찍질을 하거나, 문을 쾅 닫거나, 개를 걷어차거나,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것이다-우리를 아프게 하는, 하느님 우리를 도우소서, 사랑이다. 슬픔이다. 우리가 아무 힘을 쓸 수 없는,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삶의 현실에 대항하여 벌이는 전쟁이다. 그것은 영웅과 배우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아이를 기르는 방법은 결코 아니다.
(두려움과 믿음 中)

- P113

나의 분노의 대상인 하느님은 어머니가 알던 하느님이었다-턱수염을 기르고 대천사들을 거느리고, 책임을 방기한다는 논란이 있는자. 비열한 느낌이 드는 못된 장난을 치는 자로서, 우리 밑에서 의자를 빼 버리고, 단추 구멍에 꽂는 꽃으로 우리를 찌르고, 벼락을 치는 조이부저를 달고 우리와 악수를 하고 나서 왜 우리가 "이해"를 못나느냐고 의문을 품는다. "농담도 받아들이지" 못해?

(어머니의 위로의 말 中)



- P187

"지나가면서 나를 보라. 지금 당신이 있듯이, 한때 나도 있었다. 곧 당신도 지금 나처럼 될 것이다. 죽음에 대비하고 나를 따르라."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훌륭한 묘비로, 기억할 만하고 음침하며, 가장 훌륭한 석공의 필체로 새겨져 있다. 이것을 본, 언제고 말이 딸리는 일이 없는 직 아저씨는 즉석에서 대꾸했다. "당신을 따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당신이 어디로 갔는지 알기 전에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거리 中)
- P232

이것이 내가 늘 존경하는 부분이었다-자신에게 그런 엄청나고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단호함, 그 순수한 결의, 이것이 모든 성공한 자살에서 도드라지는 요소다. 이것이 진정한 킬러와 이따금씩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나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 가운데 살면서 부재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주는 편안함을 몇 번쯤 갈망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일 살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끝내지 않은 숙제, 조직검사 결과, 로맨스의 역전, 임신 검사 때문에-하는 사람과 내일과 그다음 날과 그 뒤에도 영원토록 죽고 싶은 사람 사이에는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누가 존재하게 되고 누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가 中)
- P295

신이 자연을 창조했건 자연이 신을 창조했건, 자연스럽고 신적인 죽음은 환영받지 못하는 반면 자연스럽고 신적인 출생은 기쁨이다.물론 두 사건 모두 어느 정도 양가적 감정이 따른다. 어떤 출생도 경이롭기만 할 뿐 걱정이 없는 경우는 없고 어떤 죽음도 끔찍하기만 할 뿐 축복과 위안이 전혀 없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견딜 수도 있고,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것이 적절하거나 자비롭거나 시의적절하다고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바로 최근까지도 출생은 기쁨의 꾸러미, 삶의 기적이었다. 죽음은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검은 천사, 잔혹한 수확자, 밤도둑, 개자식이었다.

(누가 존재하게 되고 누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가 中)
- P3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자역학이 기술하는 세계에서는 물리계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가 아니고는 그 어떤 실재도 없습니다. 사물이 있어서 관계를 맺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가 ‘사물‘의 개념을 낳는 것입니다.
(04.양자들 中)
- P136

아침에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를 듣고 오후에 양자역학 강의를 듣는 대학생은 교수들이 바보들이라거나, 적어도 백 년 동안은 서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릴법합니다. 그들이 세계에 관한 서로 모순되는 두 이미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죠. 아침의 세계는 모든 것이 연속적인 굽은 시공입니다. 오후의 세계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양자들이 도약하고 상호작용하는 평평한 시공입니다.
역설은 두 이론들이 모두 놀랍도록 각기 잘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마치 두 남자의 다툼을 해결해주는 늙은 랍비처럼 처신합니다. 첫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랍비가 말합니다. "자네 말이 옳네." 둘째 남자가 자기 얘기도 좀 들어보라고 우깁니다. 랍비는 그의 이야기도 듣고는 말합니다. "자네 말도 옳네."
(05.시공은 양자다 中)
- P147

사물들을 담고 있는 무정형의 용기(用器)로서의 공간은 양자중력과 더불어 물리학에서 사라집니다. 사물들(양자들)은 공간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물의 부근에 있는 것이며 공간은 사물들이 근접하는 관계의 조직입니다. 우리가 공간을 불변하는 용기로 생각하는 것을 버린다면, 시간을 실재가 펼쳐지는 불변하는 흐름으로 생각하는 것도 버려야 합니다. 사물들을 담고 있는 연속적 공간이라는 생각이 사라지듯이, 현상들이 발생하는 흐르고 있는 연속적인 ‘시간‘이라는 생각도 사라지는 것이죠.
(07.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中)
- P175

이 과학자는 종교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샹들리에가 흔들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신의 맥박이 뛰는 횟수를 한번 세어봅니다. (중략) 이로부터 갈릴레오는 샹들리에의 진동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더 주의깊게 생각해보면 좀 혼란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혼란이 바로 시간 문제의 핵심이죠. 그 혼란은 이것입니다. 갈릴레오는 맥박이 일정하게 뛴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갈릴레오의 발견이 있은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의사들은 시계를 이용해 환자의 맥박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시게라고 해야 별게 아니라 고작 진자였지만요. 가만, 그런데 진자가 규칙적이라는 사실을 맥박이 뛰는 것으로 확인하고, 그러고는 진자를 사용해서 맥박이 규칙적으로 뛴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건 순환 아닌가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07.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中)
- P180

비록 우리가 직접 측정할 수는 없더라도 모든 것의 근저에 변수t가 존재한다고, ‘진짜 시간‘이 존재한다고 상상하는 것은 유용합니다. 우리는 물리적 변수들이 있는 방정식을 이 관찰할 수 없는 t와 관련해서 씀으로써, 사물들이 t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술합니다. (중략) 요컨대 시간변수의 존재는 가정이지 관찰의 결과가 아닌 것입니다.
(07.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中)
- P181

양자역학을 고려하게 되면, 우주가 한없이 붕괴돌 수는 없습니다. 마치 그런 일을 막는 양자의 반발력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축하는 우주는 어떤 한 점으로 내려앉지 않고 되튀어 마치 우주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팽창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믈 우리 우주의 과거도 그런 되튐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거대한 되튐, 혹은 영어로 하면 빅뱅이 아니라 빅 바운스인 것입니다. 이것이 루프양자중력의 방정식을 우주의 팽창에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일입니다.
(08.빅뱅을 넘어서 中)
- P205

외부의 관찰자에게는 블랙홀 속에 떨어진 물질이 아주 긴 시간 동안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물질은 블랙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블랙홀이 증발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것은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현상이죠. 은하계에도 많이 있는, 별과 같은 규모의 블랙홀은 완전히 증발하기 전에 영원한 시간이 흐를 것이고 그러는 동안에 하늘에 있는 모든 별이 사라져버리겠죠.
그러나 기억하시나요? 질량이 있는 물체에 다가갈수록 시간이 더 느려진다는 것을요? 블랙ㅎㄹ에 떨어진 물질에게는 시간이 극도로 느리게 갑니다. 만일 우리가 (아주 튼튼한!) 시계를 블랙홀 속에 던져넣으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올 테지만, 시곗바늘은 아주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블랙홀 속에 들어가면 우리는 곧바로 먼 미래로 나올 겁니다. 요켠대 블랙홀은 이런 것이죠. 먼 미래로 가는 지름길.
(10.블랙홀의 열 中)

- P223

일반상대성이론은 빅뱅 시기에 우주가 무한히 작은 단일한 점으로 무한히 압축되어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양자중력을 고려할 때 그러한 무한히 작은 점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양자중력은 무한히 작은 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발견, 바로 그것이니까요. 공간을 분할할 수 있는 하한(下限)이 있는 것이죠. 그 어떤 것도 플랑크 규모보다 더 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주도 플랑크 규모보다 더 작을 수가 없습니다.
양자역학을 무시하는 것은, 이 하한의 존재를 무시하는 겁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이론상에서 무한한 양이 나타나는 어떤 병적인 상황을 예건하는데, 이를 ‘특이점‘이라고 부릅니다. 양자중력은 무한에 한계를 주어서 일반상대성이론의 특이점을 ‘치료‘합니다.
(11.무한의 끝. 中)

- P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나잇 인 파리>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한 소설가 지망생이 1920년대의 파리로 타임슬립하여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피카소 등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뭐 나도 과거로 돌아가 유명인사를 만나고 돌아온다면  신이 나겠지만.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어메이징 그래비티>

요즘은 과학책을 많이 읽는다. 읽을수록 철학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 과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자역학에 대해 읽고 나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흔들렸다. 그저 흔들렸을 뿐, 완전히 바뀌지 못한 것은 양자역학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서로서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추천하고 싶다.)

양자역학은 결국 뉴턴으로부터 올라간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과학이란게 뉴턴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뉴턴이라 하면 역시 중력이겠고. 뉴턴=사과=중력.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뉴턴과 중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뉴턴의 팬이었던 알렉산더 포프(영국의 시인)이 썼다는 그의 묘비명을 읽고선 그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어둠 속에 가려져 있을 때, 신께서 말씀하시길 뉴턴이 있으라!’ 하시니 모든 것이 밝아졌다.˝ 여하튼 죽은 뒤 쓰인 묘비명 때문에 죽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영문 모를 일도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그래서 여차저차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읽었다. 과학자가 쓰고 그린(!) 과학만화라니. 읽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미리 구입해 놓았다가 아이들이 조금 크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구에 의해, 혹은 어떤 원리에 의해.

그것을 탐구하는 학문이 과학이라는 것을 학생 때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헌데 <어메니징 그래비티>를 읽다보니 뉴턴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은 일종의 중력의 과학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뉴턴은 17세기의 사람이지 않는가. 그에 비해 아무것도 모르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알았던 것처럼 그들이 모두 그저 땅은 평평하고 하늘은 그 땅을 뚜껑처럼 덮어쓰고 있는데, 그 위에 해와 달과 별들이 매달려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고, 꽤 논리적이었다. 가령 그들은 달이 차고 기우는 이유를 달이 원반 모양이라서 보이는 각도에 따라 보름달이 되기도 하고 반달이 되기도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 착상이지 않는가! (현대의 나보다 낫다.)

읽다보니 영아 어릴 적 생각이 낫다. 유치원 다닐 적엔가. 나에게 물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졌으니, 그 다음날엔 서쪽에서 떠야하는 게 아니냐고. 어떻게 동쪽에서 뜰 수가 있냐고 말이다.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러고 보니 나는 고대인보다도, 어린애보다도 지적 호기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흠, 그리고 난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 줄만 알았는데, 그가 <어메이징 그래비티>의 마지막 주인공이였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구상에서 물체들이 낙하하는 이유가 지구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휘어짐이 물체들을 가장 자연스러운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사과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마치 자석 같이”(이 역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미 생각했던 가설이었고)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이것이 대부분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중력에 대한 개념이 아니었던가.)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이라고???

 

요즘 과학서를 읽다보면, 내가 아는 세상은 다 허구 같다. 그러니 "Reality is not what it seems."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밸리 지음, 쌤앤파커스)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