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드나잇 인 파리>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한 소설가 지망생이 1920년대의 파리로 타임슬립하여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피카소 등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뭐 나도 과거로 돌아가 유명인사를 만나고 돌아온다면 신이 나겠지만.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어메이징 그래비티>
요즘은 과학책을 많이 읽는다. 읽을수록 철학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 과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자역학에 대해 읽고 나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흔들렸다. 그저 흔들렸을 뿐, 완전히 바뀌지 못한 것은 양자역학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서로서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김상욱의 양자 공부>를 추천하고 싶다.)
양자역학은 결국 뉴턴으로부터 올라간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과학이란게 뉴턴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뉴턴이라 하면 역시 중력이겠고. 뉴턴=사과=중력.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뉴턴과 중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뉴턴의 팬이었던 알렉산더 포프(영국의 시인)이 썼다는 그의 묘비명을 읽고선 그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어둠 속에 가려져 있을 때, 신께서 말씀하시길 ‘뉴턴이 있으라!’ 하시니 모든 것이 밝아졌다.˝ 여하튼 죽은 뒤 쓰인 묘비명 때문에 죽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영문 모를 일도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그래서 여차저차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읽었다. 과학자가 쓰고 그린(!) 과학만화라니. 읽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미리 구입해 놓았다가 아이들이 조금 크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구에 의해, 혹은 어떤 원리에 의해.
그것을 탐구하는 학문이 과학이라는 것을 학생 때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헌데 <어메니징 그래비티>를 읽다보니 뉴턴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은 일종의 중력의 과학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뉴턴은 17세기의 사람이지 않는가. 그에 비해 아무것도 모르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알았던 것처럼 그들이 모두 그저 땅은 평평하고 하늘은 그 땅을 뚜껑처럼 덮어쓰고 있는데, 그 위에 해와 달과 별들이 매달려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했고, 꽤 논리적이었다. 가령 그들은 달이 차고 기우는 이유를 달이 원반 모양이라서 보이는 각도에 따라 보름달이 되기도 하고 반달이 되기도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 착상이지 않는가! (현대의 나보다 낫다.)
읽다보니 영아 어릴 적 생각이 낫다. 유치원 다닐 적엔가. 나에게 물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졌으니, 그 다음날엔 서쪽에서 떠야하는 게 아니냐고. 어떻게 동쪽에서 뜰 수가 있냐고 말이다.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러고 보니 나는 고대인보다도, 어린애보다도 지적 호기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흠, 그리고 난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 줄만 알았는데, 그가 <어메이징 그래비티>의 마지막 주인공이였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구상에서 물체들이 낙하하는 이유가 지구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휘어짐이 물체들을 가장 자연스러운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까지 사과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마치 “자석 같이”(이 역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미 생각했던 가설이었고)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이것이 대부분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중력에 대한 개념이 아니었던가.)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공간의 휘어짐 때문이라고???
요즘 과학서를 읽다보면, 내가 아는 세상은 다 허구 같다. 그러니 "Reality is not what it seems."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밸리 지음, 쌤앤파커스)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