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 기술하는 세계에서는 물리계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가 아니고는 그 어떤 실재도 없습니다. 사물이 있어서 관계를 맺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가 ‘사물‘의 개념을 낳는 것입니다.
(04.양자들 中)
- P136

아침에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를 듣고 오후에 양자역학 강의를 듣는 대학생은 교수들이 바보들이라거나, 적어도 백 년 동안은 서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릴법합니다. 그들이 세계에 관한 서로 모순되는 두 이미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죠. 아침의 세계는 모든 것이 연속적인 굽은 시공입니다. 오후의 세계는 불연속적인 에너지 양자들이 도약하고 상호작용하는 평평한 시공입니다.
역설은 두 이론들이 모두 놀랍도록 각기 잘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마치 두 남자의 다툼을 해결해주는 늙은 랍비처럼 처신합니다. 첫째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랍비가 말합니다. "자네 말이 옳네." 둘째 남자가 자기 얘기도 좀 들어보라고 우깁니다. 랍비는 그의 이야기도 듣고는 말합니다. "자네 말도 옳네."
(05.시공은 양자다 中)
- P147

사물들을 담고 있는 무정형의 용기(用器)로서의 공간은 양자중력과 더불어 물리학에서 사라집니다. 사물들(양자들)은 공간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물의 부근에 있는 것이며 공간은 사물들이 근접하는 관계의 조직입니다. 우리가 공간을 불변하는 용기로 생각하는 것을 버린다면, 시간을 실재가 펼쳐지는 불변하는 흐름으로 생각하는 것도 버려야 합니다. 사물들을 담고 있는 연속적 공간이라는 생각이 사라지듯이, 현상들이 발생하는 흐르고 있는 연속적인 ‘시간‘이라는 생각도 사라지는 것이죠.
(07.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中)
- P175

이 과학자는 종교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샹들리에가 흔들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자신의 맥박이 뛰는 횟수를 한번 세어봅니다. (중략) 이로부터 갈릴레오는 샹들리에의 진동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더 주의깊게 생각해보면 좀 혼란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혼란이 바로 시간 문제의 핵심이죠. 그 혼란은 이것입니다. 갈릴레오는 맥박이 일정하게 뛴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갈릴레오의 발견이 있은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의사들은 시계를 이용해 환자의 맥박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시게라고 해야 별게 아니라 고작 진자였지만요. 가만, 그런데 진자가 규칙적이라는 사실을 맥박이 뛰는 것으로 확인하고, 그러고는 진자를 사용해서 맥박이 규칙적으로 뛴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건 순환 아닌가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07.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中)
- P180

비록 우리가 직접 측정할 수는 없더라도 모든 것의 근저에 변수t가 존재한다고, ‘진짜 시간‘이 존재한다고 상상하는 것은 유용합니다. 우리는 물리적 변수들이 있는 방정식을 이 관찰할 수 없는 t와 관련해서 씀으로써, 사물들이 t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술합니다. (중략) 요컨대 시간변수의 존재는 가정이지 관찰의 결과가 아닌 것입니다.
(07.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中)
- P181

양자역학을 고려하게 되면, 우주가 한없이 붕괴돌 수는 없습니다. 마치 그런 일을 막는 양자의 반발력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축하는 우주는 어떤 한 점으로 내려앉지 않고 되튀어 마치 우주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팽창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믈 우리 우주의 과거도 그런 되튐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거대한 되튐, 혹은 영어로 하면 빅뱅이 아니라 빅 바운스인 것입니다. 이것이 루프양자중력의 방정식을 우주의 팽창에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일입니다.
(08.빅뱅을 넘어서 中)
- P205

외부의 관찰자에게는 블랙홀 속에 떨어진 물질이 아주 긴 시간 동안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물질은 블랙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블랙홀이 증발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것은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현상이죠. 은하계에도 많이 있는, 별과 같은 규모의 블랙홀은 완전히 증발하기 전에 영원한 시간이 흐를 것이고 그러는 동안에 하늘에 있는 모든 별이 사라져버리겠죠.
그러나 기억하시나요? 질량이 있는 물체에 다가갈수록 시간이 더 느려진다는 것을요? 블랙ㅎㄹ에 떨어진 물질에게는 시간이 극도로 느리게 갑니다. 만일 우리가 (아주 튼튼한!) 시계를 블랙홀 속에 던져넣으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올 테지만, 시곗바늘은 아주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블랙홀 속에 들어가면 우리는 곧바로 먼 미래로 나올 겁니다. 요켠대 블랙홀은 이런 것이죠. 먼 미래로 가는 지름길.
(10.블랙홀의 열 中)

- P223

일반상대성이론은 빅뱅 시기에 우주가 무한히 작은 단일한 점으로 무한히 압축되어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양자중력을 고려할 때 그러한 무한히 작은 점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양자중력은 무한히 작은 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발견, 바로 그것이니까요. 공간을 분할할 수 있는 하한(下限)이 있는 것이죠. 그 어떤 것도 플랑크 규모보다 더 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주도 플랑크 규모보다 더 작을 수가 없습니다.
양자역학을 무시하는 것은, 이 하한의 존재를 무시하는 겁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이론상에서 무한한 양이 나타나는 어떤 병적인 상황을 예건하는데, 이를 ‘특이점‘이라고 부릅니다. 양자중력은 무한에 한계를 주어서 일반상대성이론의 특이점을 ‘치료‘합니다.
(11.무한의 끝. 中)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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