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51)에 의거해 표제가 붙여졌다는 멋진 신세계는 공상과학 소설로서 현실감 있게 20세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리얼한 미래 소설이다.(1932년 작품)

 

인간이 이상적이며 안정된 세상을 꿈꾸며 발견한 과학화된 기계는 사회의 쓰임새에 따라 양과 가치가 분류된 인간을 만들어낸다. 인간 스스로 발전과 진화를 꿈꿀 필요가 없는 인간적인 존엄성이나 존재 등의 용어조차 불필요한 멋진(?) 신세계.

 

할아버지가 저명한 생물학자(헨리 헉슬리)이며 이튼 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지식인답게 저자는 인간 제조공장을 과학을 근거로 재치있고 흥미롭게 묘사한다.

 

배양병에서 만들어지고 길러지는 인간.

공급되는 산소량에 따라 두뇌의 우열이 가려진 인간.

수면 교육, 반복 학습에 의해 환경에 이미 적응되어 자신의 계급과 신분에 만족하는 인간으로 세상에 배치된다.

 

술과 종교의 환상적 효과가 있는 소마라는 알약이 정기적으로 제공되어 죄의식, 사회에 대한 비판, 회의, 불만 등이 있을 수 없어 안정된 삶을 누구나 누린다.

 

그러던 태평천국의 문명국에 야만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불행한 권리로 인식되는 인간다움을 주장한다. ‘난 안락을 원치 않는다. 신을 원한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한다. 죄를 원한다.’ 그는 절규하며 결국 죽음에 이른다.

 

바보들의 천국과 질병, 고통, 죽음 등의 인간의 한계성을 감수하는 삶. 독자에게 선택의 사고를 제시한다.

 

저자는 새로운 설정을 시도해보겠노라 술회한다.

문명국으로부터 탈출한 이들이 야만족 주변에 새로이 건설하는 제3의 세계.

지방자치식의 경제관, 협동주의적인 정치성.

 

독자들이 글로나마 대리만족을 꿈꿀 수 있는 그런 희망적인 <멋진 신세계>를 기대해 본다.

 

그저께 동생, 오빠, 남편과 함께 문경, 괴산엘 다녀왔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건 분명 노동이다.(일부이지만)

노동, 피로, 휴식, 벗들과의 즐거움. 나는 이런 <멋진 신세계>를 꿈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에겐 앚기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상하고 준비할 만한 시간이 주어진 적이 없었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은 많았고 그걸 다 해내면 어김없이 하루가 끝났다. 그의 하루라는 건 처음부터 그의 능력과 노력, 수고에 맞게 잘려져 있는 것이었다. 무언가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겨우 그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너>

다 읽고나면 울고싶어 지는 소설.

삶이란 얼마나 경건하면서, 또 얼마나 비루한 것인가.

 

<친애하고 친애하는>

어디 한 군데 닮은 데는 없지만

읽는 내내  나와 엄마와 내 딸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소망해보았다.

작가가 꿈인 나의 아이가 훗날 이렇게 나와 나의 엄마를 기억해주길. 혹은 기록해주길.

세상 누구보다 그 아이를 사랑했던 두 여자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의 논문주제는 ‘중세 서정시에 고전 전통이 미친 영향‘이었다. 그는 여름에 고전 작품과 중세시대의 라틴어 시를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죽음을 다룬 시들을 많이 읽었다. 로마의 서정시인들이 죽음을 삶의 현실로 편안하고 우아하게 받아들인 것에 다히 의아함을 느꼈다. 그들은 무(無)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살면서 즐겼던 풍요로움에 바치는 공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면 기독교 시대에 라틴 전통에 따라 시를 쓰던 후세의 시인들 중 일부의 작품에는 거의 감춰지지 않은 증오, 쓰라림, 공포가 드러나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들은 비록 모호한 약속이기는 하나 풍요롭고 황홀한 영생의 약속으로 그런 감정이 드러난 것을 보면 마치 죽음과 영생의 약속이 삶을 망가뜨리는 못된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 P59

검시관은 심장마비가 사인이라고 선언했지만, 윌리엄 스토너는 슬론이 분노와 절망의 순간에 자기 의지로 심장을 멈추게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뿌리부터 배신당해 더 이상 참고 살아갈 수 없게 된 그가 마지막 순간에 세상을 향해 사랑과 경멸을 드러낸 것 같았다. - P127

이제 두 분은 평생을 바친 땅 속에 누워 있었다. 땅은 앞으로 서서히 두 분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다. 습기와 부패의 기운이 두 분의 시신이 담김 소나무 상자를 서서히 침범해서 두 분의 몸을 건드리다가, 마침내 두 분의 마지막 흔적까지 모조리 먹어치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분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을 바쳤던 이 고집스러운 땅의 무의미한 일부가 될 것이다.
- P153

늦겨울과 초봄에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고요함을 맛볼 수 있었다. 바깥세상이 점점 조여 들어오는 동안 두 사람은 그 세상의 존재를 덜 의식하게 되었다. 함께 느끼는 행복이 너무 커서 바깥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작고 침침한 캐서린의 아파트, 육중하고 낡은 주택 밑에 동굴처럼 숨어있는 아파트에서 두 사람은 시간을 벗어나 자기들이 직접 발견한, 시간을 초월한 우주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 P296

고든 핀치의 사무실을 나선 순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존재의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P300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 P3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로부터 2주일 후, 병원에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뒤 방을 나선 할머니는 마치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간단한 차림이었다. 분홍색 모시 블라우스에 남색 인견 바지를 입은 할머니는 현관 앞에 서서 낡고 삐걱거리는 마루와 색 바랜 벽지, 소파 맞은편 벽 위에 차례로 걸려 있는 액자들과 언젠가부터 텔레비전 옆에 놓여 있는 조화 카네이션 바구니 - 축 어버이날이라고 쓰인 분홍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 그리고 성모상과 양초 같은 것들을 오래 둘러보았다. "또 만나자." 할머니는 마당을 빠져나오기 전, 그렇게 말했는데 그것은 할머니를 향해 꼬리를 흔들던 백구에게 한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가을볕이 어른거리는 할머니의 비좁은 마당과, 무엇보다도, 할머니의 집에게 한 인사였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할머니가 열쇠로 파란색 대문을 철컹철컹 잠갔을 때 백구는 작별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구슬피 울었다.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